전문가칼럼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인백기천: 남이 백 번에 능통하면 나는 천 번을 한다

자기가 원하는 어떤 일을 단 한 번에 이루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이 세상에서 보기 힘들다. 희대의 천재로 알려진 고운 최치원 선생은 10대 어린 나이에 중국으로 유학을 가서 빈공과에 장원급제를 한다. 이후 고국인 신라로 돌아와 임금에게 올린 글인 '계원필경(桂苑筆耕)'의 자서에 보면 12세에 중국으로 유학하러 갈 당시 학문으로 성공을 이루기 전에는 돌아오지 말라는 엄한 아버지의 한마디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술회하였다. 남들이 백 번에 가능한 일을 자기는 천 번에 걸쳐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하였다(人百之己千之). 이 말은 '중용'에서 유래한 말로 원문에는 '남이 한 번에 되면 나는 백 번을 해보고 남이 열 번에 되거든 나는 천 번을 해본다.(人一能之己百之,人十能之己千之)'라고 하였다. 무엇이든 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한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태도를 말한 대목이다. 인간의 재능은 타고나는 면도 있지만 자기의 노력에 의해 잠재된 것이 발휘된다. 재능 가운데 요긴한 것이 현명함(明)과 강건함(强)이다. '중용'에서는 이런 태도로 하면 어리석음을 떨치고 현명해질 수 있고 유약함을 극복하고 강건해질 수 있다고 하였다. 현명해져야 갈 길을 제시할 수 있고 강건해야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데 그 둘 다 불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노력을 강조하는 것은 동서양 천재들의 인터뷰내용 가운데 공통점인데, 천재가 아닌 우리 같은 범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정진(精進)이 없이는 그 어떠한 목적에도 도달할 수 없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6-06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꽃과 천사

아주 아득했다//꽃과 천사가한마을에 살았다//사랑이 구름 같은 꽃은'사랑'이란 말을 하게 되었고//눈물이 많은 천사는파도처럼 울다가눈물이란 말을 못 찾고 말았다//그때부터말하는 꽃은 천사가 되고말을 못하는 천사는꽃이 되었다황금찬(1918~2017)신화는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있는 것처럼 보여준다는 점에서 있었던 사실보다 더 초극적이다. 이것은 모든 만물의 기원을 마치 있었던 것처럼 찾아주기도 하면서 인류 보편적인 심상을 발견하는 원형으로서 작동된다. 또한 현실에서 '있어야 할 것'과 '있는 것'과의 '조화'를 이루면서 '있어야 할 것'을 통해 '있는 것'을 수정하는 형태로 형상화되기도 한다. 이 시처럼 아주 아득한 옛날 한마을에 꽃과 천사가 살았는데, "말하는 꽃은 천사가 되고/말을 못하는 천사는/꽃이"되었다. 꽃은 '사랑'이란 말을 찾았지만, 천사는 '눈물'이란 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꽃이 된 천사는 또다시 '사랑'이라는 말을 찾거나, 누군가 찾아주어야 한다. 그래서 말 못하는 꽃을 위해 '꽃말'이라는 것이 생겨나지 않았겠는가. 꽃의 특징을 중심으로 국가나 민족, 시대에 따라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꽃말이 생겨난 것처럼, 우리 주변에 말 못하는 누군가의 말을 찾아주는 것은 신화를 창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6-04 권성훈

[김나인의 '생활관상']인생의 출발선이 어떠한지를 묻고 싶거든 이마를 보라

이마는 하늘의 형상이니높이 솟고 둥글고 원만하며밝고 윤택하고 맑아야 귀격인데부모 조상 덕의 유무를 보고초년운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관상을 볼 때는 얼굴의 형태와 더불어 각각의 부위에 생겨나는 색깔의 변화 즉, 기색을 잘 살펴야 올바른 진단을 내릴 수있다. 관상을 볼 때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여 살피게 되는데 하나는 얼굴의 생김새인 체형을 보고 판단하며, 또 하나는 얼굴 부위에 생겨나는 기색(氣色)의 형상을 보고 그 사람의 명운과 건강 등을 판단하게 되는데, 얼굴 형체가 바르고 잘 생겼어도 기색이 탁하거나 어두우면 좋은 명운(命運)이라 보기 어려우며, 얼굴 모습이 조금은 부족한 듯 보여도, 기색이 선명하고 밝으면 명운이 좋다 말할 수 있다.오늘은 관상학에서 주로 살피는 12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12궁이란 얼굴을 이마에서 턱 부위까지 세로로 12부분으로 나눈 것을 말하는데, 명궁 관록궁 부모궁 형제궁 처첩궁 남녀궁 전택궁 천이궁 노복궁 질액궁 재백궁 복덕궁이 그것이다. 그중에서 이마, 코, 턱 부위 등을 중심으로 설명(說明)하기로 한다.이마는 하늘에 비유하고, 코는 산악에 비유하며 턱은 땅에 비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마는 하늘의 형상이니 높이 솟고 둥글고 원만하며 밝고 윤택하고 맑아야 귀격이라 볼수 있는데, 부모 조상 덕(德)의 유무(有無)를 보고, 초년운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 이마가 작고 낮으며 밋밋하고 살집도 빈약하고 움푹 패어 있거나 주름이 어지럽고 기색마저 탁하고 어두우면 좋은 집안의 출신이라 보기 어렵고, 초년 고생을 하는 경우가 흔한 일인데, 한마디로 말하면 인생(人生)의 출발선이 어떠한지를 묻는 일이다. 초년운이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사람인지, 아니면 꽃길을 걸어가는 사람인지는 이마의 형체와 형상을 보면 알 수 있다. 관상학에서 눈은 해와 달의 형상이니 광채가 있어 밝게 빛나야 하고, 코는 중앙의 산악이니 중후하고 우뚝 솟아 무게가 있어야 하며, 턱은 땅으로 형상화하고 있으니 넓고 원만하며 기름지고 윤택해야 귀격이며 입은 창고이고 바다로 비유하니 넓고 풍륭하고 두툼해야 좋은 것이고, 입술은 창고의 문(門)이고 수문(水門)과도 같으니 단단하고 두툼하고 바라야 귀격이라 볼 수 있으니 어느 한 부위만 잘 이루어졌다 해서 좋다 말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균형 있게 골고루 발달해야 귀한 상이라 보는 것이다.12궁 중 중요한 부위 중 하나가 바로 재백궁이라 칭하는 코 부위이다. 코는 관상학(觀相學)에서 41세부터 50세까지의 中年의 운을 주관하고 있으며 주로 그 사람의 경제력과 성정 그리고 배우자의 운(運)을 알아보는 부위이다. 코는 얼굴의 중심에 우뚝 솟아있는 부위로서 살집이 넉넉하고 콧대는 바르며 풍성하고 콧구멍이 코를 두툼히 잘 감싸고 있어야 부귀를 얻게 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 옛말에 귀 좋은 거지는 있어도 코 좋은 거지는 없다 했듯이, 주로 그 사람의 경제적 능력 빈부의 기준은 주로 코를 기준하여 판단하고 있다. 코에 대한 별칭도 많이 있는데, 들창코 빈대코 납작코 메부리코 등이 그것이다.사업가나 경제계의 인물, 대부호의 코를 보면 콧망울이 코를 잘 감싸고 코뿌리까지 길게 뻗어 양 눈을 거쳐 이마에까지 시원하게 이어진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12궁 중 턱은 노복궁이라 하는데 인생의 말년(末年)의 명운을 보고, 수하자나 자손 등의 운(運)을 보는 중요한 부위이다. 턱은 땅으로 비유하니 기름지고 윤택하며 단단하고 둥글고 원만해야 말년에 이르기까지 편안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턱이 밋밋하고 뽀족하거나, 상처가 있고 푹 꺼져 있거나 너무 짧고 볼품없으면 초중년에 부귀 공명을 이루었다 해도 말년에 이르러 물거품처럼 사라지니 자손과의 인연이 끊기고 노년의 삶이 힘겹게 이어지는 것이다.12 궁중 중요시하는 부위 중 하나가 두 눈썹 사이인 명궁(命宮)인데,인당으로 20대 후반 운을 주관하고 있다. 명궁 역시 기색이 맑고 밝으며 광채가 은은히 돋아나면 현재 운기가 좋다고 보며 시험 취업 학업 문서운 등에 좋은 길이 열리지만 인당이 오톨도톨 튀어나오거나 오목하게 움푹 패어있고 주름이 어지러이 널려있으며, 붉그레한 좀살이 돋아있거나 검은 반점이나 사마귀가 생겨나고 어둡고 탁한 기색으로 채워져있으면 운(運)이 막혀있는 것이니 현재 곤고하고 고단한 상태라 볼 수 있는 것이다./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

2018-06-03 김나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동동왕래: 자주자주 가고 온다

우리나라의 남북을 통틀어 보면 맨 꼭대기에 있는 산이 백두산이다. 우리나라의 등줄기를 백두대간이라 하듯이 산수의 정기를 발출하는 근원에 해당하는 산이다. 백두산에는 천지라는 못이 있는데 그것을 염두하여 상징화하면 산위에 못이 있는 山上有澤의 형상이다. 주역에서는 산위에 못이 있는 형상을 한 괘가 있는데 택산함(澤山咸)이라는 괘이다. 함(咸)은 느낀다는 뜻과 '전부'나 '다'라는 뜻을 지닌 글자이다. 산과 못의 정기가 통하면서 서로 느껴 한 몸이 되니 전체를 다 느낀다는 의미이다. 사람으로 치면 한참 감성이 발달한 소녀와 소남이 서로의 정을 통하면서 느끼며 일체를 이루는 상황에 해당한다. 예전에 우리나라의 백두산을 불함산(不咸山)이라 했다는데 이는 상하 남북이 서로 통해 느껴 하나가 되지 못한다는 역사의 의미로도 보지만 느낌표를 찍어 不咸!이라 하면 '어찌 느끼지 못하겠느냐'의 반어적 표현이다. 통일에 관한 염원을 담은 풀이이다.함괘에 남녀가 서로 느껴 한 몸이 되면서 일체를 이루기 위해 자주자주 왕래를 한다는 구절이 있다. 동동왕래(憧憧往來)란 일차적으로 남녀가 애정을 나누며 교합하는 절정을 묘사한 구절이기도 하지만 역의 이치는 그런 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개인으로서의 남녀뿐 아니라 남남북녀란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의 남북도 마찬가지이다. 서로가 마음을 소통하여 일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주자주 오가야 한다. 주역에서는 자주자주 오가야 상대가 너의 뜻을 따른다고 하였다. 세상사 모든 禮를 행하는 모습은 한번 가면 한 번 온다는 왕래로 나타난다. 반세기 넘는 분단의 상황을 하나로 통하기 위해서는 자주자주 오가며 진실하게 서로를 느껴야 할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5-30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할미꽃

이른 봄 양지 밭에 나물캐던 울 어머니곱다시 다듬어도 검은 머리 희시더니이제는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 서러움도 잠드시고이 봄 다 가도록 기다림에 지친 삶을삼삼히 눈 감으면 떠오르는 임의 모습그 모정 잊었던 날의 아 허리 굽은 꽃이여하늘 아래 손을 모아 씨앗처럼 받은 가난긴긴 날 배고픈들 그게 무슨 죄입니까적막산 돌아온 봄을 고개 숙는 할미꽃조오현(1932~2018)인간에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죽는 것과 변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다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나이가 들고 있다는 것으로, 늙어가고 있다는 현상을 통해 노년으로 죽음에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만 감지될 뿐. 산과 들판의 양지쪽에서 자라는 할미꽃은 흰 털로 덮인 열매의 덩어리가 꼬부라진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 같아서 그와 같은 이름이 생겼다. "이른 봄 양지 밭에 나물캐던 울 어머니"의 젊음도 "곱다시 다듬어도 검은 머리 희시더니" 결국 사랑의 배신, 슬픈 추억이라는 꽃말을 가진 할미꽃같이 삶은 죽음을 배신하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 서러움도 잠드시고"야 만다. 불가와 세속을 넘나드는 '그 모정'으로 '가난'한 자를 보살피며 허리가 굽어 가며 운명하신 조오현 스님도 "이 봄 다 가도록 기다림에 지친 삶"에 "삼삼히 눈 감으면 떠오르는 임의 모습"이 되지 않았던가. 한동안 그가 보여준 적막산 속에서 우리는 또 얼마나 헤매야 할까.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5-28 권성훈

[조성면의 '고서산책']고서 수집의 도(道)

물유각주(物有各主)라고모든 물건에는 다 주인이 있는 법실력·운 따르는 수집가 되기위해선열심히 공부도 해야 하지만인성과 끈기도 갖춰야 한다책은 정신문화의 보고이다. 인류문명과 사상의 발전도 책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오래된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중요하고 귀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 속에는 인류의 역사와 사유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의 원재료가 되는 종이 곧 페이퍼는 나일강변에 자생하던 종이 대용품 파피루스(papyrus)에서 나온 말이다. 그 파피루스를 이어 붙여 두루마리로 만든 책을 '비블로스'라고 하는데, 성경을 가리키는 '바이블'이 여기서 나왔다. '청사(靑史)에 길이 남는다'는 말도 대나무책과 깊은 관련을 갖는다. 죽간은 대나무를 세로로 자른 다음 불에 쬐어 말리고 여기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끈이나 가죽으로 이어 만든 귀중한 물품이었다. 그 귀한 죽간에 기록된다는 것은 미증유의 업적이나 위인을 의미하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종이와 인쇄술이 등장하기 이전 중세 유럽에서 책을 만드는 주재료는 양피지였다. 당시 성경책 한 권을 만드는데 무려 200마리 이상의 양가죽을 필요로 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책에 기록되는 것은 동시대와 동시대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들일 수밖에 없다. 신성로마제국시대 수도원을 배경으로 삼은 움베르토 에코의 세계적인 걸작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을 보면 수많은 수도사들이 미로처럼 복잡한 도서관에서 필사하고 책을 만드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유명한 대형 수도원일수록 책을 필사하고 제작하는 공간인 '스크립토리움' 곧 필사실을 갖추고 있었다. 이처럼 책은 특별한 권위와 위상을 가진 보물이었던 것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책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 유역의 원시림의 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귀한 책들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가를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지구의 귀한 자원을 투입해서 만든 책들이 냉혹한 시장의 논리와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 폐기물로 처리되거나 중고시장과 헌책방으로 쏟아져 나온다. 우리처럼 고서점과 헌책방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수집가나 독서와 책에 미친 간서치(看書癡)들이야말로 정신자원 재활용업자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신자원 재활용업자들이 책을 고르고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첫째는 유명한 작품이나 저작물, 둘째는 절판본이나 희귀본, 셋째는 지명도가 높은 저자의 책, 넷째는 귀한 자료로 재조명될만한 책, 다섯째는 책의 상태이다. 책 상태는 상품 가치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중요하다. 표지·책등·판권(간기)·내용 등이 온전히 남아 있는 책과 초판본인 경우에 더 귀한 대우를 받는다. 물론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아주 희귀한 경우라면 초판, 재판이나 책 상태를 따질 것이 없다. 그밖에 저자의 친필 서명이 들어가 있으면 몸값이 더 높아진다. 또 외국서적보다는 국내서적이, 한적본의 경우에는 대개 필사본보다는 목판본이, 목판본보다는 활자본이 더 비싸다. 헌책방에서 고서는 "까만 거"라는 은어로 통칭된다. "까만 거"를 살 때 투자가치가 있거나 필요하다면 일단 따지지 말고 사 두는 편이 좋다. 좋은 책과 자료가 항상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구하는 책이 있다면 에둘러 말하지 말고 솔직하고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 좋다. 지금은 인터넷이 보편화하고 고서에도 대략적인 가격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옛날처럼 저렴한 가격에 눈먼 책을 사는 시대는 지나갔다. 물유각주(物有各主)라고 모든 물건에는 다 주인이 있는 법이며, 실력 있고 운이 따르는 수집가(주인)가 되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도 해야 하지만 인성과 끈기도 갖추어야 한다. 교산 허균(1569~1618), 육당 최남선(1890~1957) 등 같은 대시인이자 학자들도 역대급 수집가들이었으며, 국어학자였던 방종현(1905~1952) 교수는 고서 수집을 위해 아예 헌책방을 차릴 정도였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고서 수집에도 지극한 정성이 필요하며, 도(道)가 있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

2018-05-27 조성면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포인수유: 물거품은 물로 인해 있는 것이다

불가의 경전인 금강경에 보면 어떤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한강의 모래알 숫자만큼 세세토록 보시를 하는 복덕보다 금강경의 게송을 깨달아 들려주는 것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하였다. 사람마다 가장 소중한 것이 자신의 목숨인데 어째서 한 게송을 제대로 설하여주는 것이 사람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목숨을 한량없이 보시하는 것보다 더 크다고 했을까? 이는 불가의 세계관 때문이다. 금강경에서는 세계의 참모습은 가거나 오는 것이 없이 如如하게 움직이지 않으니 이 세계의 모든 현상을 꿈과 같고 환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고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은 것으로 관찰하라고 하였다.바다의 물거품을 관찰해보면 순간 일어났다 사라지고 다시 또 일어났다 사라짐이 끝이 없다. 그 수많은 물거품이 중생이 겪어온 생멸에 해당한다. 잘 보면 그 물거품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다. 그저 大海가 만들어내는 현상일 뿐 大海 그 자체는 어디서 오거나 간 적이 없다. 거품은 끊임없이 생멸을 하지만 대해는 생멸이 없다. 그러므로 거품이 중생이라면 대해는 如來이다. 거품을 아무리 많이 보시한들 大海를 통째로 깨닫게 해주는 보시의 공덕과 비교할 수 있을까? 금강경에서 말하는 보시(布施)는 한 물거품에 머물지 않고 大海를 통째로 선물하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인데 그런 보시를 하는 분들이 부처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5-23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찬란한 슬픔의 봄을김영랑 (1903~1950)5월에 개화하는 크고 화려한 모란꽃은 부귀와 명예를 상징하며, '꽃 중의 왕'이라고 하여 '화중지왕(花中之王)'으로도 불린다. 누구에게나 모란꽃처럼 불꽃으로 타올랐던 화려한 날들이 있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그 환희의 순간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과 허탈감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가. 이 시는 봄날 뒤에 찾아오는 안타까움을 모란꽃에 비유하면서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에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겨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을 맞이하는 정경을 그리고 있다. '여윈 봄'을 있게 한, '오월 어느 날'의 지금쯤 '떨어져 누운 꽃잎'들이 시들어가는 현장에서 우리는 기쁨이 클수록 슬픔도 비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모란이 피기까지"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마음에 떨어진 꽃잎은 '찬란한 슬픔의 봄'이 되고, 슬픔도 찬란할 수 있다는 '언어적 모순'을 통해 '실제적 진실'에 가닿게 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5-21 권성훈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이제 나도 당신의 자리에 있어요

'처의 감각'을 보고 우리 사회가극장은 누구를 위해 있는가라는물음에 다시 답해야 할 때다둔감함 아닌 민감성 촉수를 지닌주인공인 여자의 감각으로극장은 누구를 위해 있는가. 이 물음에 매력적인 답을 제출한 건축가가 있다. 한스 샤로운(Hans Scharoun). 그는 당시까지 일반적이던 프로시니엄 극장이 아닌 원형 극장으로 음악당을 설계한다. 1963년의 일이다. 독일 시민의 세금으로 짓는다면 그 극장은 마땅히 시민의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 이 감각의 차이가 지금의 베를린 필하모닉 음악당을 만들었다. 카라얀이 지휘를 했던 바로 그곳이다.극장 건축에서 프로시니엄은 무대를 지탱하는 기둥을 뜻한다. 프로시니엄 무대는 프로시니엄을 기준으로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다. 무대를 이상적으로 관극할 수 있는 자리는 객석 중앙에 위치하게 된다. 최고 권력자의 자리이다. 원근법의 원리에 따라 설계된 프로시니엄 극장은 객석의 위치에 따라 무대를 보는 시선에 차이가 발생한다. 반면 원형 극장은 무대와 오케스트라를 중앙에 둔다. 중앙에 위치한 무대를 객석이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는 구조여서 사각이 발생하지 않는다. 한스 샤로운은 음악당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시민 모두에게 골고루 전해지기를 바랐던 것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한 극장이 개관한다. 남산 중턱에 위치한 드라마센터. 1962년의 일이다. 원형 극장을 응용한 돌출무대로 설계된 드라마센터는 정부로부터 불하받은 땅에 록펠러재단의 기금을 주로 해서 세워지게 된다. 그러나 1년여 만에 재정난으로 운영이 중단된 후 학생들의 실습전용무대로 사용하게 된다. 2009년부터는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매년 10억원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운영하고 있다. 지금의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이다.지난 4월 12일 '처의 감각'(고연옥 작·김정 연출)을 남산예술센터에서 관람했다. 굳이 신화적 상상력을 작동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이야기로 충분히 치환할 수 있는 무대였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여자는 "이제 나도 당신의 자리에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 자리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다가 남김없이 빼앗기고 쫓겨나야 했던,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사람"이 선 곳이다. "세상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 된 여자는 그곳에서 다시 길을 찾는다. 이번 '처의 감각' 공연은 두 가지 단상을 남겼다. 하나는 도시의 삶이 주는 둔감함에 관한 것이다. 한때 곰의 아내였던 여자는 동굴을 떠나 도시에 와서 살게 되지만 그녀에게 도시의 문법은 버겁기만 하다. 여자는 도시에서 밀려난 자이다. 도시의 리듬이 요구하는 둔감함을 유지하지 못하는 여자의 감각은 말해지지 않는 말에 예민하고 전해지지 않는 냄새에 민감하다. 짐멜의 말처럼, 둔감함의 본질이 "사물의 차이에 대한 마비증세"라면 여자는 길들여지지 않은 날것의 감각을 지닌 것이다. '처의 감각'이 말하고 있는 것은 현대 사회가 상실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이의 민감성과 그 회복이 아닐까. 다른 하나는 극장의 공공성에 관한 것이다. 공연을 관람한 날 남산예술센터에서는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마침 열렸다. 5월 14일에는 2차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계약 만료 기간이 다가오는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를 공공극장으로 정상화하기 위한 토론의 자리였다. 드라마센터의 공공성은 그 설립 과정뿐만 아니라 극장의 구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드라마센터를 통해 한국 연극의 "후진성을 극복하여" "연극을 세계적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싶어"했던 유치진의 바람도 그와 다르지 않았으리라. 우리 사회가 극장은 누구를 위해 있는가라는 물음에 다시 답해야 할 때이다. 둔감함이 아닌 민감성의 촉수를 지닌 '처의 감각'의 주인공인 여자의 감각으로./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

2018-05-20 권순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성유호우: 비를 좋아하는 별도 있다

우리가 천체라고 부르는 저 하늘의 별들은 어느 것 하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이 없다. 이론상 몇 억 광년이 지나야 가 볼 수 있는 별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런 것과 비교해보면 태양이나 달은 지구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태양과 달은 자기 나름의 규율을 따라 운동할 뿐이다. 그러나 아득히 멀리 있는 별들은 자기 자리가 거의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예전에 천문을 관찰할 때는 해나 달이 어떤 별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모양에 대해 해나 달이 '어느 별자리에 있다'는 표현을 썼다. 천문에 대한 관찰을 통해 지구에서 일어나는 氣候현상이 저 하늘의 별들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런 생각과 증험이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서경>에서는 달이 어느 별에 있느냐에 따라 비나 바람 등의 기후현상에 영향을 준다고 보아서 그것을 의인화하여 별의 기호(嗜好)로 표현했다. 별이 저마다 바람이나 비 등을 좋아하는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달이 어느 별에 있는지를 알면 비나 바람의 영향을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한국에서는 묘(昴)나 필(畢)이라는 별을 비를 좋아하는 대표적인 별로 여겨왔다. 수많은 별은 저마다의 기호와 욕구를 지닌 대중을 뜻하고 달은 정치인과 국가 관료를 뜻한다. 중요한 것은 달이 해당 별의 욕구를 파악해 따라 와줘야만 비가 내린다는 점이다. 6월 선거를 앞두고 선거전이 한창인데 별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달이 출현하길 바란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단비를 뿌려주길 바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5-16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민들레꽃

요란하지 않아서 좋다화려하지 않아서 마음이 놓인다평범해서 정이 간다평범하고 요란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서평안하다//민들레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씨가 머무는 곳에서강하게 강인하게 피어난다//피어나서요란하지 않아서 좋다화려하지 않아서 좋다수줍어하며 수줍어하며나를 안아 주어 편안하다//민들레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씨가 머무는 곳에서강하게 강인하게 피어난다조병화(1921~2003)아무도 가꾸지 않아도 어느 곳에서나 자리 잡고 사철 꽃을 피우는 민들레 꽃. 솜뭉치 같은 열매 뭉치에 200여개의 씨앗을 품고 있다가, 바람 불면 허공을 날아 어디든지 간다. 산과 들판이 아니더라도 틈을 보인 땅과 햇빛 있는 곳에 정착하여 불평 없이 저 홀로 서식한다. 작고 초라해 보이는 가난한 사람같이 '민들레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 주변에 '씨가 머무는 곳에서' 자리를 내어주지 않아도 '강하게 강인하게 피어난다' 아무것도 없기에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이 식물의 꽃말은 행복이다. 이 행복은 "요란하지 않아서 좋다 화려하지 않아서 마음이 놓인다 평범해서 정이 간다 평범하고 요란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서 평안하다" 그렇지 아니한가. '수줍어하며 수줍어하며' 한 없이 '나를 안아 주어 편안'한 '민들레 사람'이 당신 곁에 있거나, 저 멀리서 '민들레 홀씨'되어 당도하고 있으니, 외로워 말라.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5-14 권성훈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지치근용: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기에 가깝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둘로 나누면 나와 남이다. 고전에서는 나를 己나 身이라 부르고 남을 人이라 부른다. 修身이나 修己라는 말들을 자주 하고 治人이란 말도 종종 사용한다. 나와 남이 별 허물없이 모두 다 잘 되면 그게 곧 천하가 잘 되는 것이니 이것이 平天下이다. 언제나 출발점은 나에서부터이니 修己나 克己나 修身등은 모두 그런 뜻을 지니고 있다. '중용'에서는 나에서부터 시작해나가는데 필요한 세 가지 마음의 덕이 있다고 보았다. 바로 지혜와 사랑과 용기이다. 배움을 좋아함은 지혜에 가깝고(好學近乎知) 힘써 실천함은 사랑에 가깝고(力行近乎仁) 부끄러움을 앎은 용기에 가깝다(知 近乎勇). 이 지혜와 사랑과 용기를 진리에 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세 가지 덕이라 한다. 이 중에 나의 나태함을 일깨우고 분발하게 만드는 덕은 부끄러움을 아는 용기이다. 똑 같이 사람의 모양을 하고 사는데 왜 사람답게 살지 못할까하는 부끄러움이 바로 진정한 용기의 추동력이다. 참회라고 하건 회개라고 하건 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진정으로 부끄러움을 안다면 곧 실천할 날이 멀지 않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5-09 철산 최정준

[시인의 꽃]해당화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 합니다.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 그려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한용운(1879~1944)장미과에 속하는 해당화는 무려 높이가 1.5m되고, 꽃은 지름 6∼9㎝로 5월에 홍자색으로 개화한다. 봄의 끝에서 피어난 해당화는 그 크기와 빛깔만큼 양귀비꽃처럼 매혹적인 향기가 난다. 그리움, 원망, 미인의 잠결이라는 꽃말을 가진 이 꽃은 오지 않는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다 붉게 피어나는 것이다.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라는 기다림과 그 뒤에 "야속한 봄바람"에 떨어질 때 까지 오지 않는 사랑에 대한 원망이 뒤섞여 있다. 시들어가는 사랑을 생각하며 시든 여인의 입술과 같은 꽃잎에 '너는 언제 피었니'라는 물음은 뒤돌아 갈 수 없는 연정을 아프게 물들게 한다.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되지만 셋도, 둘도 될 수 없는 혼자만의 '독백의 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5-07 권성훈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위법자폐: 자기가 만든 법에 자기가 폐해를 보다

상앙의 변법으로도 유명한 중국 전국시대 상앙은 원래 위(衛)나라 사람이었다. 진(秦)나라 효공(孝公)에게 신임을 얻어 기존의 여러 가지 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강력한 법을 만들었다. 상앙의 변법에 힘입어 진나라는 부국강병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법이 지키기 어렵고 무서운지라 날이 갈수록 백성들의 원망을 얻게 되었다. 더욱 옥죄기 위해 일벌백계의 본보기로 태자의 죄를 대신해 태자를 보좌하고 가르친 죄로 공자건(公子虔)과 공손가(公孫賈)에게 묵형(墨刑)을 가하기도 하였다. 결국 백성과 기득권세력의 원망이 쌓여 모함을 받게 된 상앙은 도망을 치다 어느 여관에 머무르러 들어갔다. 그러나 주인은 신분이 불확실한 사람을 숙박시키면 연좌죄를 범하게 되어 자기가 형벌을 받는다며 거절하였다. 연좌제는 상앙이 만든 법이었다. 이에 상앙은 "법을 만든 폐해(爲法自弊)가 나에게 미치는구나" 한탄하였다. 결국 상앙은 사지를 찢겨 죽이는 거열형에 처해져 죽었다. 남을 잡으려고 자기가 만든 법이고 규칙인데 거기에 자기가 걸려들 줄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5-02 철산 최정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진망공처: 참과 거짓이 함께 있는 곳

어느덧 벚꽃이 다 지려한다. 꽃이 나고 지는 현상을 영상으로 찍어서 시간을 천배 정도 느리게 필름을 돌리면 그것이 우리 인생이 나고 지는 시간과 엇비슷할 것이다. 짧은 시간도 길게 보면 길고, 길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순간인 것이 무상한 세월인가 보다. 바다의 포말(泡沫)을 느린 속도로 보아도 그럴 것이다. 꽃은 왜 피며 왜 질까? 이런 질문은 생물학적인 질문이 아니라 철학의 근본문제인 생사의 질문이다. 생멸에 관한 물음이다. 불교 선종의 육조 혜능은 '내'가 태어나는 문제에 대해 두 가지로 답하였다. 먼저 내적 원인으로 생념(生念)을 들었는데 생념(生念)이란 나오고자 하는 생각이다. 태어남은 나오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하나는 외적 인연인 생연(生緣)을 들고 있다. 이렇게 생념(生念)과 생연(生緣)이 갖추어지면 '나'라는 존재로 여기는 의식(意識)이 갖추어져 생명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래 생멸이 없는 진아(眞我)와 그것을 잊고 생멸에 끌려 다니는 가아(假我)가 함께 있는 곳을 마음(心)이라 하였다. 인간이 끊임없이 생사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며 고민하는 추동력도 이 때문일 것이다. 참과 거짓이 함께 있는 곳, 우리네 마음에 관한 성찰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4-25 철산 최정준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지독정심(지犢情深)

지독정심(지犢情深)은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는 정이 깊다는 뜻이다. 이처럼 자녀에 대한 어버이의 사랑은 지극히 맹목적이고 헌신적이다. 더 나아가 어버이의 애정은 바다처럼 깊고 넓고 위대하다. 바비킴이 부른 'MaMa'(작사/작곡:하광훈) 노랫말에는 곡목이 시사하듯이 어머니의 사랑이 깊이 배어 나온다. 'MaMa'에 등장하는 화자는 성인이 된 인물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어느새 훌쩍 자라서 어른이 되었지만' 항상 어머니의 포근한 '무릎'을 필요로 하는 '작은 아이'에 불과하다. 그가 가끔 삶의 방향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길을 잃고 방황할 때가 있다. 그러한 위기 때마다 '문득 뒤를' 돌아보곤 한다. 그러면 어머니는 항상 미소를 머금고 화자의 '그림자'를 품에 안은 채 화자의 인생 길라잡이가 될 뿐만 아니라 영원한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 곳엔 언제나 당신이 웃고 있었죠/내 그림자를 안고서'.만약 자녀가 정상 궤도를 탈선해 뜻하지 않은 불행한 사건에 연루되면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 싶다. 숨이 끊어질 듯 몹시 애통해하고 깊은 상심에 잠길 듯싶다. 마찬가지로 'MaMa' 속 화자는 '힘들고 지쳐 쓰러져 울고' 싶은 심정이었을 어머니의 눈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진심어린 속마음을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한다: '미안해요 고마워요/이제는 내가 기다릴게요/'. 어머니의 지독정심 사랑의 위대함에 그는 가슴이 울컥하며 새롭게 마음의 다짐을 한다. 만약에 비가 내리면 어머니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우산'을 들고 자신이 서 있겠다고 굳게 맹세한다. 그 동안 어머니가 자신을 안아주며 무한대 사랑을 베풀었던 것처럼 그도 어머니를 포옹해주겠다고 서약한다: '내가 안아 줄게요/하늘에 뜨거운 저 태양도/밤하늘에 수많은 저 별도/당신 앞에선 그저 작은 이야기뿐일걸'.포천 출신의 인순이가 부른 '아버지'(작사/작곡:이현승) 가사는 아버지에 대한 잔잔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곡목 '아버지'에서 아버지는 '그대'라고 묘사된다. 화자에게 '그대'는 '한 걸음도' 바싹 다가가기엔 부담스런 존재이다: '한 걸음도 다가설 수 없었던/내 마음을 알아주기를/얼마나 바라고 바래왔는지'. 화자에게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즉 화자와 아버지의 관계는 사랑과 증오의 관계이다. 노랫말 도입부에서 화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드러낸다. 아버지가 화자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아버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화자의 가슴에서 멀어져간다. 그리고 쓸쓸히 '뒷모습'을 보인 채 자신 곁을 떠나는 아버지를 지켜보며 그렁그렁 차있는 화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륵 주륵 흘러 내린다.화자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이중 감정 병존의 감정이 교차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애증의 감정이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세차게 북받쳐 오른다: '서로 사랑을 하고/서로 미워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때로는 화자를 그 어떤 사람보다도 따뜻한 애정으로 '아껴주던' 사랑의 전도사이자 지독정심의 실천가이기도 하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문득 밀려오면서 아버지를 보고 싶다는 간절함에 뼈저리게 사무친다: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 싶다/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두기만 했던'.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모른 채 아버지를 미워했었던 자신의 과거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긴 시간이 지나도 말하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재확인하며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부모와 자녀의 친밀도가 예전만 못한 요즘이다. 세월이 가도 부모의 한결같은 사랑과 은혜는 가로 세로 깊이 넓이 모두 다 무한대 사랑이다.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있다. 어버이날을 맞이해 지독정심의 깊은 뜻을 다시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4-22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복연선경: 복은 선한 인연을 통한 경사이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고민하게 만드는 화두 가운데 하나는 정말 '착하게 살면 복을 받을까'라는 문제이다. 복이란 화의 상대어로 화복(禍福)은 인간이 겪는 모든 일을 두 종류로 잘라 말한 것이다. 누구든 복을 바라지 화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선이란 악의 상대어로 선악(善惡)은 인간이 행하는 모든 행동을 두 종류로 윤리적 관점에서 나누어 말한 것이다. 교육적 차원에서 누구든 선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배운다. 복(福)을 바라는 인간의 마음엔 거의 예외가 없다. 반면 선을 행해야 한다는 당위적 가르침에는 그렇지 않다. 善이 무엇인지에 관한 고민은 차치하더라도 '윤리적 행위가 과연 현실적 화복을 좌우하는 것일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여기에서의 善이란 윤리적 행위의 원천과 기준은 인간의 보편적 양심이다. 자신이 어떤 행위를 하게 되면 그 행위에 대한 양심의 평가가 내부에 축적된다. 그 양심의 평가가 善하다고 내려지면 그 인연을 따라 복을 불러드린다. 반대로 惡하다고 내려지면 그 인연을 따라 禍를 불러들인다. 因果란 틀림없는 법칙이다. 다만 씨앗이 因이라면 열매가 果인데 씨앗을 심는다고 다 곧바로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듯, 사람의 善한 인연과 福의 열매도 마찬가지이다. 어째든 중요한 것은 봄에 선한 씨앗을 뿌려야 가을에 복의 열매를 거둔다는 점이다. 개인이든 사회든 선한 인연을 만나고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4-18 철산 최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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