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김나인의 '생활관상']얼굴은 삶의 가치를 담고있는 정보의 보고

관상(觀相)이란 상(相)을 본다는 말이다. '상을 본다'는 말은 어느 부위를 기준해 보느냐에 따라 족상, 수상, 관상 등으로 구분 짓는다. 여기서는 사람의 얼굴을 통해 보는 관상을 말하고자 한다.현대인에게 상을 보는 일은 더 이상 관상가나 성형외과의사 등 특수관계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관심을 갖고 살피는 일이기에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상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거울 앞으로 다가가 밤새 탈은 없었는지, 얼굴에 무슨 변화라도 없는지 안부를 묻고 보살펴야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관상을 보는 일이 왜 중요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얼굴은 시선이 집중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얼굴은 가릴 수 없는 부위이고, 늘 노출돼 있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받게 된다. 단지 남의 시선을 받는 것으로 끝나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평가를 받는 일이기에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그렇다면 관상을 볼 때 어느 부위를 주로 봐야 할까. 그것은 평소 거울을 통해 자주 접하며 관심 갖는 부분이 중요한 부위가 된다.사람의 얼굴은 8가지 형체로 구성되어 있다. 이마, 눈썹, 눈, 코, 관골, 귀, 입, 턱 부위 등이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또는 가족, 친구나 동료, 지인의 얼굴을 보면서 나름의 평가를 하게 되고 누군가로부터 평가를 받게 된다. 이마가 시원시원하게 생겼다든지, 눈이 초롱초롱 맑다든지, 얼굴에 비해 코가 너무 크거나 작다든지, 입은 큰데 입술이 너무 얇다든지, 귀가 잘생겼다든지, 뒤로 벌렁 뒤집어져 있다든지 하는 말들을 자주 하게 되는바, 이 8가지 부위를 보고 그 사람의 명운 흐름을 판단하고 건강상태를 알아보게 된다. 얼굴은 자신의 인생에 가치를 부여하는 중요한 의미가 들어있는 '정보의 보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관상을 볼 때는 각 부위의 생김새와 더불어 그 부위에 나타나는 색깔의 변화, 즉 기색을 잘 살펴야 한다. 상이 아무리 좋아도 기색이 어둡거나 탁하면 운이 왔다가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며, 건강한 사람도 오장 육부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신체리듬에 변화가 생겨 질병이 생기게 되는 것인 바 세심히 살펴야 올바른 진단을 내릴 수가 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년이라는 기간도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환경이 변하듯이, 사람의 상도 이와 마찬가지로 바뀌고 변화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가짐과 처해있는 환경에 따라 상은 반드시 변화하게 된다. 사람은 아름답고 예쁘고 멋진 얼굴을 갖고 싶어 하며 이를 위해 많은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성형을 통한 시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형을 해서 관상이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명운까지 바뀐다 보긴 어려울 것이다. 단순히 코가 낮아 콧대를 높인다거나 코뼈를 깎아낸다거나 하는 식의 성형만으로는 보긴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명운의 흐름까지 바꿀 수는 없다. 관상을 볼 때는 어느 한 부위의 단면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된다. 그 사람의 직분이나 현실적 환경과 마음속 품은 뜻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청격인지 탁격인지를 정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청격(淸格)'이란 얼굴을 마주 대할 때 얼굴의 기색이 윤택하고 맑고 밝으며 선명하고 눈에 광채가 은은히 새어나오면 청격을 지녔다 할 것이다. 얼굴 빛이 어두우며 눈빛이 어둡고 눈동자는 불분명하고 얼굴 기색이 어두우면 '탁격(濁格)'이라 할 수 있다. 말소리가 우렁차고 앉은 자세가 바위처럼 단단하고 걸음걸이가 활기차면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갈 충분한 자질이 있는 사람이다. 반면 말소리가 기어들어가고 걸음걸이가 흔들거리며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성공은 고사하고 재난을 피하기 어렵다.좋은 관상은 '이런 것이다'라는 확실한 근거 규정은 없다. 그 사람의 환경과 가치기준에 따라 달리 지기 때문이다. 어떤 상이 좋은 것이며 또는 어떤 상이 좋지 않은 상인지 보편타당한 기준에 맞춰 얼굴 속에 감춰진 인간의 명운과 건강 등의 문제를 관상을 통해 짚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보다 발전적이고 밝은 미래를 설계하는데 관상이 귀중한 도구로 활용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

2018-04-15 김나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목퇴토승: 목기가 물러나고 토기가 때를 타고 있다

인체도 우주의 자율적 법칙에 영향을 받고 그 자율적 법칙에는 오행의 이론도 속해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계절의 기후는 중요하다. 오행으로 계절의 기운을 볼 때 꽃잎이 허공에 날리는 늦봄이 되면 목퇴토승(木退土乘)으로 木氣가 지나가고 土氣가 발동해 木土의 기운을 겸하게 된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土와 水에 해당하는 인체의 부분이 특히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 주의해서 관리를 해주면 좋다. 우리 몸의 장부중 육부로만 말하면 위(胃)와 방광(膀胱)에 특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인체의 장부는 표면의 일정부위와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 일정부위를 자주 만져주는 것도 간단한 건강관리 방법이다. 오행상 土에 해당하는 위(胃)의 경혈(經穴)은 얼굴의 눈 바로 아래 승읍(承泣)이란 혈자리에서부터 시작해서 둘째 발가락 바깥쪽 끝인 여태(려兌)란 혈자리에서 마친다. 오행상 水에 해당하는 방광(膀胱)의 경혈(經穴)은 눈곱이 끼는 자리인 정명(睛明)이란 혈자리에서 시작해서 새끼 발가락 바깥쪽인 지음(至陰)에서 마친다. 습관적으로 자주 만져주면 좋은 자리들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4-11 철산 최정준

[조성면의 '고서산책']고서 수집의 '즐고움'

학자 진계유(陳繼儒) 말대로 독서와 고서 수집은 "아무리 오랫동안 계속해도 싫증나지 않는 일"로서 헤어 나오기 싫은 즐거운 일이다.옛날 학자들의 꿈은 자기 책을 내는 것과 장서를 갖추는 일이었다. 책(冊)은 죽간이나 나무 등을 실이나 가죽으로 꿰맨 것을 형상화한 글자이고, 책을 뜻하는 불어 리브르(livre)는 권위 있는 고전을 지칭하거나 금화의 단위로 쓰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던 단어였다. 그런 만큼 유럽에서 중세와 근대 초까지만 해도 책은 귀족들의 품위와 교양의 상징이었다. 한국은 책을 아끼고 숭상하던 책의 나라였다. 1970년대 들어 한국은 전집류 같은 월부 책들이 호황을 누렸다. 보릿고개를 넘기고 고도성장을 거듭하자 너 나 할 것 없이 거실의 벽면을 책으로 채우는 것이 대유행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서점과 인터넷과 공공 도서관이 책으로 차고 넘치건만, 독서의 열기는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 책이 흔해지고 독서량은 늘었으나 독서가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독서 인구는 줄어들었다. SNS나 웹 검색을 통해서 고전과 베스트셀러에 대해 얻은 인스턴스 지식이 진중한 진짜 독서를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위성이 높이 뜰수록 문화의 수준은 떨어진다는 말대로 출판부수가 늘어나면 날수록 읽는 사람만 읽고 독서 인구는 적어지는 독서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 같다. 독자가 떠난 빈터를 '엄지족'과 '스몸비'들이 차지하고 있다. 시대환경이나 시장 여건에 따라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외곽으로 흘러나오는 책들이 바로 중고도서와 고서 시장을 형성한다. 주머니가 가벼웠던 문학청년기와 대학원생 시절 우리 동기들의 일과는 도서관을 드나들며 시간 날 때마다 헌책방들을 순례하는 일이었다. 시장 밖으로 밀려난 헌책방의 책더미들 속에서 우리는 전공서적이나 논문과 강의를 통해서 얻을 수 없는 살아있는 지식과 귀중한 절판본을 염가에 만나는 기쁨을 누렸으며, 옛 책을 통해서 그 시대의 지적 흐름과 문화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면 옛 책과 재고도서와 고서의 차이는 무엇인가. 고서연구회의 정의에 따르면, 고서는 1959년 이전에 출판된 책들을 말한다. 반면 재고는 팔리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있던 책을, 옛 책은 과거에 나온 오래된 책을 지칭하는 편의상의 용어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인류역사에서 책이 등장하자 숱한 독서가와 장서가들 그리고 일화들이 생겨났다. 가령 명대 주대소(朱大韶)라는 애서가는 책사랑이 지나쳐 고서와 자신의 애첩(愛妾)을 주저 없이 바꾸는 엽기적이고 황당한 선택을 했을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독서가 사고의 힘과 언어능력을 길러주고 글쓰기의 자양분이 되며 지식과 정보를 얻고 큰 기쁨을 준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나만의 고서 컬렉션을 갖는 것도 독서 못지않은 보람과 기쁨이 있다. 그러면 고서 수집을 위해서는 어떤 요령, 어떤 비법이 있는가. 수집에도 오계명이 있다. 첫째는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 둘째는 분명한 목표의식과 방향, 셋째는 자문을 받을 만할 멘토 혹은 신뢰할만한 단골 고서점의 확보, 넷째는 필요한 경우의 망설임 없는 투자, 다섯째는 지극한 정성이다. 여기에 더해 적절한 행운과 재수도 따라줘야 한다. 물론 수집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시간과 경제적 소모가 분명하고, 퀴퀴한 냄새를 맡고 책 먼지를 먹는 일을 피할 수 없으며 집안의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수집가들치고 부부관계가 원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그래도 명대의 학자 진계유(陳繼儒) 말대로 독서와 고서 수집은 "아무리 오랫동안 계속해도 싫증나지 않는 일"로서 헤어 나오기 싫은 즐거운 일이다. 폐일언하면, 독서와 고서 수집은 즐겁지만 고통도 뒤따르는 괴로운 즐거움―곧 '즐고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삶의 풍요를 위해 한번 가져볼만한 취미다./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

2018-04-08 조성면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군자삼계: 군자가 경계할 세 가지

요즈음 눈 만 뜨면 들리는 '미투'는 이성으로 표현되는 '색(色)'에 관한 문제이다. 한편으로는 이전에 경계하지 않았던 것들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경계는 조심하고 챙기는 마음이다. 계(戒)란 글자에서도 그런 뜻을 볼 수 있다. 계(戒)는 두 손을 상징한 공( 卄)과 무기의 일종인 창을 뜻하는 과(戈)로 합성된 글자이다. 글자를 보면 무기를 들고 보초를 서면서 외적에 대비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나를 포함한 소중한 이들의 목숨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마음과 행위가 경계이다. 그런데 적은 밖에서 쳐들어오는 것보다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적이 더 무서운 법이다. 왜냐하면 가까운 것은 보이지 않고 예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에서는 이런 것들에 대한 경계가 많다. 공자는 연령대별로 경계할 것을 세 가지로 압축하였다. '논어'에 보면 청소년기(少)와 장년기(壯)와 노년기(老)에 해당하는 경계할 것이 제시되어있다. 청소년기(少)에는 이성교제(色)를 경계하고 장년기(壯)에는 다툼(鬪)을 경계하고 노년기(老)에는 획득하려는 마음(得)을 경계하라고 하였다. 청소년기(少)에는 아직 혈기(血氣)가 안정되지 않은 시기라서 남녀관계를 조심해야 하고, 장년기(壯)에는 혈기(血氣)가 강해지기 때문에 다툼(鬪)을 경계하고, 노년기(老)에는 혈기가 쇠약해지기 때문에 지나친 탐득을 경계해야만 한다고 하였다. 결국 누구든 세월이 흐르면서 혈기(血氣)라는 기질의 상태변화를 겪는데 이에 따라 사회활동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함을 말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4-04 철산|최정준

[권순대의 '대사 한 줄로 읽는 연극']"오늘 주택 할부금을 다 갚았어요."

냉장고·자동차 그리고 집"내 인생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내 것이었으면 좋겠네"라던 윌리는'자동차 할부 끝나니 폐차 직전'인삶의 사이클에서 못 벗어났다.올해 독일 하이델베르크 페스티벌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되었다. 오는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무대에 올리게 된 연극 3편에는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세일즈맨의 죽음'이 포함되었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1949년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공연되는 작품이다. 성북동비둘기의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 윌리 로먼은 런닝타임 내내 트레드밀 위에서 달린다고 한다. 트레드밀 위에서 쉼 없이 달려야 하는 윌리 로먼은 우리 사회의 보통사람과 닮아 있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대공황 이후 20년이 지난 미국 사회의 이야기이고, 성북동비둘기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IMF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여기의 이야기이다.윌리가 트레드밀 위에서 달려야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여기의 보통사람이 집을 사기 위해서 얼마나 달려야 하는지를 신한은행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가 잘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 거주자는 전국 평균 7.3년이 걸려야 집을 구입할 수 있다. 현재 거주 중인 전세 보증금에 생활비를 제외한 자금을 모두 모았을 때 이야기다. 서울에서는 20.7년이 걸리고 서울 강남에서는 26.5년이 걸린다. 웰세 거주자는 전국 평균 18.4년이 걸린다. 서울에서는 40.1년이 걸리고 서울 강남에서는 49.3년이 걸린다. 그런데 향후 집을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54.1%에 이른다. 프랑스의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아파트 공화국'에서 "주택이 유행 상품처럼 취급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한국의 아파트 열풍에 대해 말한 지 10년이 지났으나 그 사이 정책과 제도, 그리고 주택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소식은 잘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달려야 하는 시간이 더 늘어났을 뿐이다.'클라이맥스를 산다'라는 카피가 있었다. '아파트 공화국' 출간보다 조금 앞 선 시기의 한 아파트 광고였다. 메시지는 그럴 듯해 보인다. '이 아파트를 사세요. 인생의 클라이맥스를 살게 될 거예요'. 정도로 들린다. 인생 최고의 순간을 살게 된다는 메시지가 그럴듯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 광고가 어느 날 느닷없이 자취를 감춘다. 사달이 난 사연이 조금은 짐작된다. 클라이맥스는 연극에서 절정을 가리키는데 이게 문제였을 것이다. 한 편의 연극이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순서로 이루어진다고 할 때, 클라이맥스는 긴장도가 가장 높은 정점의 순간이다. 하지만 동시에 클라이맥스는 결말 바로 앞에 위치하여 '마지막 바로 직전'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아무리 인생의 클라이맥스를 산다고 한들 그곳이 마지막 바로 직전이라면 누가 구입을 원하겠는가.윌리는 25년이 걸렸다. 대공황이 있기 전 30대 중반에 구입해서 이제 예순을 넘긴 나이에 이르렀다. 25년을 내리 달려 도착한 그곳에서 아내 린다가 말한다. "오늘 주택 할부금을 다 갚았어요"라고. 그러나 그는 아내의 말을 들을 수 없다. 린다가 말하는 오늘은 윌리의 장례식이 있는 날이다. 눈물조차 흐르지 않는다는 린다가 반복해서 말한 마지막 네 번의 단어는 '해방'(free)이다. 빚진 것이 없는 해방의 날을 그는 그렇게 맞이하였다. 이제 윌리는 더 달리지 않아도 된다. 윌리에게 꿈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고 싶어도 했으나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늘 할부금이었다. 냉장고, 자동차, 그리고 집. "내 인생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고장 나기 전에 내 것으로 가져 봤으면 좋겠네!"라던 윌리는 "자동차 할부가 끝나니 폐차 직전"인 삶의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가장 오래 달린 주택 할부금을 갚아야 하는 트레드밀 위에서 그는 마지막까지 내려오지 못했다. 그 위에 한 번 올라서게 되면 좀처럼 내려설 수 없게 된다. 트레드밀의 속도와 다른 삶의 속도를 상상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우리 시대의 윌리는 지금도 트레드밀을 달리고 있다. 클라이맥스를 달리고 있다./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권순대 경희대 객원교수

2018-04-01 권순대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한음등천: 나는 소리가 하늘에 오른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가족 간이든 친구 간이든 사제 간이든 신뢰가 깨지면 사람사이의 관계는 단절된다. 단절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좋지 않은 문제를 야기한다. 신뢰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 괘가 中孚이다. 전체적인 괘의 모양으로는 가운데가 텅 비어있고, 상하로 괘의 모양으로 구분해보면 상하의 가운데는 충실하게 차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비어있음은 욕심 없음을 요구한다. 구분해볼 때 상하의 가운데가 차있음은 진실함을 요구한다. 욕심 없음과 진실함이 인간 신뢰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신앙을 포함한 신뢰의 문제와 관련하여 욕심이 없으면서 진실하면 최상이고 욕심으로 꽉 차있는데 진실함이 없으면 최악이다. 인간은 이 둘 사이에 존재한다. 그 최악의 경우를 표현한 말이 한음등천(翰音登天)이다. 닭을 예로 들어 비유한다. 닭은 본질적으로 하늘 높이 날지 못한다. 이것은 진실이다. 그런데 그런 닭이 날고 싶어 하고 날수 있다고 소리를 낸다. 이것은 욕심만 가득 차있고 진실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몸이 하늘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날려는 욕심의 소리만 하늘로 오르게 된다. 사람 사이의 신뢰가 깨지는 것도 이런 이치이다. 진실을 멀리하고 지나친 욕심만 내세우면 신뢰는 깨진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3-27 철산 최정준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우아하고 청초한 꽃으로 봄을 대표하는 목련

유난히도 춥고 끝이 보이지 않던 겨울도 지나가고 여기저기서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 꽃들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나무들이 저마다 봄을 맞이하는 채비를 할 때 하얗고 커다란 꽃봉오리를 구름처럼 터트리는 목련을 만날 수 있다. 우아하고 청초한 모습으로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목련꽃은 봄을 대표하는 꽃이다.우리가 흔히 목련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백목련이다. 백목련은 자목련과 함께 100여 년 전에 중국에서 들어왔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목련은 제주도와 추자도에 분포한다. 가장 먼저 듬성듬성 꽃이 피는데 꽃잎이 여섯 내지 아홉 장으로 백목련의 여섯 장과 차이가 있으며, 꽃의 밑부분에 연한 홍색 줄이 있는 게 다르다. 함박꽃나무도 우리나라 자생종인데 산에 자라는 목련이라는 뜻에서 '산목련'이라고도 하며 우리나라 전역의 산에서 볼 수 있다. 함박꽃나무는 목련과 달리 잎이 나온 뒤 5월에 꽃이 피는데 향기가 매우 좋다. 북한의 국화로 목란(木蘭)이라고 부른다. 목련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 분포하는 넓은잎 큰키나무로 보통 높이 10미터까지 자라며, 20미터, 가슴높이 직경이 1미터까지도 큰다고 한다. 수피는 회백색으로 매끄러운 편이며, 가지에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넓은 달걀형으로 잎 끝이 거북이 꼬리마냥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3, 4월에 피는 하얀 꽃은 잎보다 먼저 피고, 9, 10월에 익는 열매는 붉은색으로 닭벼슬 모양이다. 가지 끝에 달리는 손가락 마디만한 꽃눈은 많은 잔털에 덮여 있지만 겨울눈에는 털이 없다. 목련은 토심이 깊고 배수가 잘되는 습기 있는 땅에서 잘 자라며 해가 잘 들지 않는 음지에서도 생육에 문제는 없으나 꽃이 잘 피지 않는다. 목련(木蓮)은 '나무에 피는 연(蓮)'이라는 뜻이다. 이는 꽃 모양이 연꽃을 닮아서 붙인 이름인데, 이외에도 겨울눈이 붓을 닮아서 나무 붓이라는 뜻의 목필(木筆), 봄을 맞이한다는 뜻에서 영춘(迎春)으로도 불렸다. 대부분의 봄꽃들이 남쪽으로 해를 보고 피어나지만 목련의 꽃눈은 특이하게도 끝이 북쪽을 향하기 때문에 북향화(北向花)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햇볕이 잘 드는 남쪽 면이 먼저 벌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장이 늦은 북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북쪽을 향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목련의 꽃봉오리는 신이(辛夷)라고 해서 약 2천년 전부터 한약재로 사용해 왔는데, 꽃봉오리가 터지기 직전에 따서 그늘에 말렸다가 고혈압, 두통이나 축농증, 비염 등의 치료에 썼으며 특히 콧병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련꽃은 차로 마시기도 한다. 목련꽃차는 맑은 노란색으로 마셨을 때 입안 가득히 그윽한 향기가 퍼지고 따뜻한 물에 꽃의 결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눈으로 즐기기에 좋은 차다. 목련꽃차는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맛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여름철 찬 음식으로 불편해진 속을 다스리는데 좋다. 목련은 꽃이 피는 기간이 사나흘 정도로 매우 짧은 편이다. 우리 조상들은 목련의 꽃 피는 모양을 보고 그해 날씨와 풍흉을 예측하기도 했는데, 꽃피는 기간이 길었던 해는 풍년이 들고 피어 있는 꽃이 아래로 처져 있으면 비가 올 징조로 보았다. 여름 장마철 집안에 습기가 많고 나쁜 냄새가 날 때 목련장작으로 불을 때면 냄새가 없어지고 습기를 잡을 수 있었다. 목재로서도 조직이 치밀하고 재질은 연해서 상이나 칠기를 만드는 등 목공예 재료로 많이 쓰인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8-03-25 조성미

[시인의 연인]딱따구리 소리

딱따구리 소리가 딱따그르르 숲의 고요를 맑게 깨우는 것은 고요가 소리에게 환하게 길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고요가 제 몸을 짜릿짜릿하게 빌려주기 때문이다. 딱따구리 소리가 또 한 번 딱따그르르 숲 전체를 두루 울릴 수 있는 것은 숲의 나무와 이파리와 공기와 햇살 숲을 지나는 계곡의 물소리까지가 서로 딱,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김선태(1960~)'딱따구리 소리'를 봄의 언어라고 하자. '딱따그르르' 숲의 고요를 맑게 깨우고 있지 않은가. 이럴 때 '고요가 소리에게 환하게 길을 내어주고' 그 언어는 우리에게 봄을 감각하게 만든다. 고요가 이 땅의 모든 만물들 가운데 '짜릿짜릿하게 몸을 빌려주듯' 우리의 소리도 몸의 고요한 침묵을 깨고 그 안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와' '아' '야' '오' '우'하는 감탄사란 딱따구리의 '딱따그르르'와 유의한 기의를 가진 소리라고 할 수 있다. 봄이 오는 숲속에서 "딱따구리 소리가 또 한 번 딱따그르르/숲 전체를 두루 울릴 수 있는 것"과 같이, 봄의 자장에 놓인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와' '아' '야' '오' '우'가 저절로 나온다. 그것은 나무와 이파리, 공기와 햇살, 계곡 물소리 할 것 없이 '딱, 하나' 되어 터져 나오는 3월의 끝자락에 있기 때문이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8-03-25 권성훈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궁대실거: 풍대함이 다하면 거처 할 곳을 잃는다

최근 별세한 세계적인 물리학자였던 호킹 박사가 인류가 멸망을 원치 않는다면 20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말이 보도되었다. 그는 기후변화와 인공지능(AI), 핵전쟁 등의 위협으로 인류가 멸종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그리고는 인류가 지구가 아닌 외계에 삶의 거처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멸종할 위험이 더 크다고 경고했다. 대부분의 인간은 그런 요인들에 대해 불안을 느끼면서도 당장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과 '설마' 하는 위로 속에서 살고 있다.그러나 달도 차면 기울기 마련이다. 다만 인류는 한정된 생애주기 때문에 거대한 지구문명의 주기를 한 번도 체험해본 적이 없으며, 체험했더라도 그런 체험은 아틀란티스전설과 같은 상상 속 이야기로 묻혀버릴 뿐이다. 인류는 이제까지 달이 떠올라 가득 차서 다시 기우는 문명의 흐름을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에 바쁜 일상은 저런 경고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러나 주역에서는 문명의 풍대함이 다하면 반드시 그 거처할 곳을 잃게 되어 나그네 신세가 된다고 하였다. 다만 그렇게 되지 않을 단 하나의 가능성으로 '중용'을 제안하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3-20 철산 최정준

[손경년의 늘찬문화]시민은 '삶의 주도권'을 가질 자격이 있다

1월29일,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을 폭로함으로써 한국에서의 미투(MeToo) 및 위드유(WithYou) 운동을 촉발하였고, 3월14일 뇌물수수혐의로 피의자 신분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다른 한편 49개국 567명의 선수가 참가한 평창 동계패럴림픽은 세계인들의 많은 관심과 호응을 끝으로 3월 1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렇듯 작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상상이상의 사회적 지각변동을 겪으면서 우리는 그간 인식했던 혹은 인식하지 못했던 삶의 구석구석 문제를 도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를 갖기 시작했다.2005년에 국가차원에서의 문화정책인 '창의한국'이 발표된 이래, 지역에서는 변화하는 문화지형에 적합한 중장기 문화정책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작년 10월부터 '새 문화정책 준비단'을 꾸려 현장토론회, 간담회, 자문회의 등을 수행하면서 개인의 문화적 권리보호와 증진, 문화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보장, 공정하고 다양한 문화생태계 조성,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확산, 지역문화분권실현, 문화자원의 융합역량 강화, 미래와 평화를 위한 문화협력, 문화를 통한 창의적 사회혁신 등의 핵심의제를 중심으로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왔다.그 과정 중의 하나로 '내가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드는 문화정책'이라는 제목으로 '소중하고 소박한 대화'를 위한 '50인 모둠토론회'가 3월 14일에 개최되었으며, 페이스북을 통해 토론결과에 대한 내용이 실시간 생중계되었다. 사실 그동안 문화정책의제를 도출하거나 이에 대한 세부목표를 설정할 때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경로가 부재했거나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희박했었던 과거와 비교해 보면 이 또한 격세지감을 갖게 하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참여한 분야별 현장전문가로 구성된 모둠토론자들은 청년문화예술기획,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 대안적인 관광콘텐츠기획, 마을 만들기(미디어, 동호회, 도시재생), 문화·스포츠클럽 공동체, 가족·이웃·공동체로서의 스포츠클럽, 독립문화콘텐츠, 문화예술 기층종사자의 노동권과 인권, 다양한 문화예술 국제교류, 젠더 문화· 여성 문화권, 기반예술강화 등의 10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세부과제 제안과 실효성 및 지속성 여부에 대한 토론을 실시했고, '새 문화정책 준비단'은 이렇게 도출된 내용을 '새 문화정책' 최종 보고서에 반영할 것이라는 약속을 했다.알다시피 정책은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서 출발, 이에 대한 해석 그리고 해결을 위한 방향을 잡아나가는 것이 핵심이며, 따라서 장기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성이 어떠하냐에 따라 정책의 효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그동안 정책 연구자 및 전문가들이 정책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시스템화 되어왔는데, 이와 달리 현 정부는 시민중심의 사회, 아래로부터의 정책을 지향한다고 했던 만큼 시민이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새 문화정책'에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시민은, 신진욱에 의하면, '자유롭고 권력 앞에 당당하며, 만인이 동등하게 존엄함을 믿고 다른 시민들과 기꺼이 연대하며, 평등하고 평화로운 대화와 협동으로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이며, '촛불혁명'과 '미투'를 통해 그 자격을 획득하였기 때문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8-03-18 손경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부옥빈인: 부유한 집의 가난한 사람

공자는 부귀함을 원하지만 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획득한 부귀라면 뜬구름과 같다고 하였다. 또 부귀는 일정 정도 천명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억지로 성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정리해보면 부귀는 인간이 욕구할 만한 대상이지만 일정 정도 천명에 의한 부분도 있고 방법상 불의를 통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람마다 주어진 운명이 있다면 운명을 궁금해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부귀여부 때문인데, 부귀 중에서도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부의 문제에 집중된다.명리학에서는 개인의 빈부를 판가름하는 기준과 관련된 주요인을 재(財)라 부른다. 표면적으로 팔자에 재가 많으면 좋지만 개인이 그 많은 재를 감당할 수 없을 때는 오히려 화가 되어서 돌아온다. 부옥빈인(富屋貧人)은 이런 경우를 나타낼 때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대 자본주의사회에 소외되고 무기력한 인간을 표현하는 말로도 읽혀진다. 거대한 재화는 날로 늘어나는데 그것을 조절하고 통제하기는커녕 그 속에 파묻혀서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개인의 모습일 수도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3-13 철산 최정준

[주종익의 스타트업]캡 테이블

캡 테이블 전략에 대하여 어떠한 복안을 가지고 있으세요? 투자에 관심이 있는 벤처캐피털이나 엔젤 투자자들이 종종 물어 보는 질문이다. 물론 물어봐도 공개하기 어려운 비밀에 속하는 내용이다.그런데 의외로 캡 테이블이 무엇이며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많은 듯하다.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한 용어도 아닐뿐더러 그렇게까지 멀리 내다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회사든 스타트업이든 회사의 경영에는 챙겨야 할 많은 경영 요소들이 있다.기획, 인사, R&D, 생산, 마케팅, 재무, 구매, 품질 등등 더 많은 요소 분야들이 있다.캡 테이블은 주식 지분에 관한 것이다. 회사의 주식을 얼마나 보유할 것인가는 창업자에게는 제일 중요한 요소중의 요소이다. 캡 테이블을 잘못 구성하면 회사가 아무리 크게 성장한다 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주식 지분이 적게 되어 높은 사명감과 좋은 뜻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여도 허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스타트업은 투자를 받아서 운영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의 지분을 투자자들과 공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창업자는 이점을 초기부터 염두에 두고 치밀한 계산과 전략에 의하여 관리하지 않으면 고생만 죽도록 하고 남 좋은 일만 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비록 공개는 하지 않더라도 캡 테이블을 만들어서 치밀하게 관리해야 한다.캡 테이블은 영어로 'Capitalization Table'로서 투자에 따른 자본금 변화와 지분관계 변화를 표로 (통상 Excel sheet)만든 것이다.초기에는 창업자들이 100%의 주식을 소유하지만 엔젤이나 클라우드 펀딩을 통한 초기투자(Seed), VC에 의한 시리즈 A/B/C투자, 메자닌(Mezzanine, 통상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에 의한)의 대형 투자 등을 거치면서 창업자의 지분은 급격히 줄어든다. 이것을 희석(Equity dilution)이라고 한다.투자를 받을 때는 언제나 'Valuation(회사가치 평가)'을 하게 된다. 가령 자본금이 1억원인데 현재 회사의 가치가 10억원으로 평가되었다면 주식가치가 10배가 된 것이다. 따라서 1억원을 투자받는 경우 실제 주식은 1천만원어치만 할당하여 10%의 주식을 주고 나머지 9천만원은 회사에 투자되지만 자본잉여로 분류되어 회사운영에 사용된다. 초기에는 회사 가치가 낮아 더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valuation'을 높게 평가 받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향후 계속적인 투자를 받아야 하는 경우 앞에서 10배 20배의 높은 평가를 받게 되면 후속 투자자들에게는 그보다 더 높은 배율의 프리미엄을 주고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큰돈을 투자하는 후속 투자자들이 투자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어서 적절한 시기별 'valuation'이 얼마인지 치밀한 전략과 분석이 필요하다. 이것을 잘못하면 후속투자를 받지 못해 실패할 수도 있다.캡 테이블 계획할 때 스톡옵션 부문도 빼먹으면 안 된다. 스톡옵션은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 데는 좋은 수단이지만 회사에 많은 재정적인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창업자의 캡 테이블상의 지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

2018-03-11 주종익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백견폐성: 모든 개들이 따라 짖는다

2018년 개띠해의 봄이 성큼 다가왔다. 역학적 관점에서 개라는 동물의 성정에 착안해서 한 해의 특징을 이야기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크든 작든 우리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주는 존재가 도적이라면 개는 도둑을 지키는 영리한 동물이다. 시골에서 어릴 때 키우던 개가 있었는데 그 당시는 모두들 풀어놓고 키웠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마을 어귀에 다다르면 어떻게 알았는지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맞아주며 집까지 동행하던 개였다. 늦은 밤 수상한 기척을 느끼거나 낌새를 채면 짖어대는데 종종 이웃집 개들이 따라 짖고 동네 개들도 모두 따라 짖는다. '잠부론'에서는 속담을 인용해 한 마리 개가 도둑을 보고 짖으면(一犬吠形) 모든 개들이 그 소리에 촉발되어 따라 짖는다(百犬吠聲)고 하였다. '미투'!소강절(邵康節)의 황극경세(皇極經世) 유년표로 보면 2018년은 수괘(隨卦 )에 해당한다. 수괘는 해저의 지각이 요동치면 바닷물이 따라서 움직이는 형상으로 '따른다'는 뜻을 지닌 괘이다. 사람은 사람을 따르고 일을 따라 사는데 그렇게 따르다 보면 나중에는 따르지 말아야할 것을 따르기도 한다. 저마다의 실상은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대체로 좋은 것을 따라서 지내온 세월이라면 善을 칭찬하는 좋은 소리들이 따르고, 나쁜 것을 따라서 지내온 세월이라면 惡을 지탄하는 소리들이 따르는데 올 해의 소리는 후자의 양상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3-06 철산 최정준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천장지구(天長地久)

천장지구(天長地久)는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장수를 기원할 때 쓰이지만 남녀 간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말할 때 더 자주 사용한다. 인천 출신 허각이 부른 곡명 '언제나(작사·작곡 조영수)'의 노랫말에 등장하는 화자에게 한 연인을 향한 애정의 높이와 깊이는 하늘보다 높고 안개보다 깊다. 그는 '시간이 흘러도' 연인에 대한 애정이 변함없다. '세상이 변해도' 연인을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서약한다. 또한 항상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연인이 있기에 너무나 '다행'이라며 고마워한다. 아마 그의 일상은 번잡하고 때론 슬프기도 때론 울고 싶을 때도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연인 생각에 '환한 미소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친 하루 끝에서'도 연인 생각을 하면 '누구보다' 더 없이 행복해한다.화자에게 연인은 이 세상 유일한 존재일 만큼 소중하다. 연인의 '눈물'을 멈추게 할 수는 없어도 연인의 '곁에서' 같이 울어 줄 만큼 사랑의 넓이는 바다보다 더 넓다. 그래서 그는 연인에게 이렇게 맹세한다: '내 모든 걸 다 바쳐서/널 사랑해 시간이 흘러도/널 사랑해 세상이 변해도'. 영원한 사랑을 갈망하고 헌신하려는 천장지구적 애정은 화자의 다음 언급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천 번을 넘어져도 또다시 쓰러져도/다시 일어날 거야/비바람 몰아쳐도 어둠이 내려도 널 지켜줄게'. 화자는 연인의 존재 이유 때문에 '하루를' 살아간다. 또한 같은 이유 때문에 '심장'이 요동친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크게 소리쳐 말한다: '사랑할 한 사람 세상에 너뿐이라고/사랑해'.코요태가 부른 '끝없는 사랑(작사 이재경, 작곡 JK Lee)' 노랫말에서도 천장지구적 사랑의 예가 여실히 드러난다.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 어디론가 저 멀리 '떠나야 한다면' 화자는 이렇게 답변한다: '내가 떠날 수 있어/너를 사랑하니까/함께 있어줘 나만의 꿈이 되어줘/내가 하늘 아래 기댈 사람은 너뿐야'. 연인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어쩌면 이리도 태산처럼 높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이와 같이 연인에 대한 화자의 사랑은 종교적 신념에 가깝다. 연인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죽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희생적이다. 또한 화자는 '하늘 아래 기댈 사람'은 연인 밖에 없을 정도로 절대적 무한신뢰를 전폭적으로 나타낸다.화자는 연인에게 '끝없는 사랑'을 약속할 정도로 지속적 애정을 뚜렷이 드러낸다. 아울러 그에게 연인은 '희망'인 동시에 '꿈'으로 다가온다. 세상이 '아무리 위험하고 어둡다 해도', '비록 힘들고 지쳐가도', 그리고 이별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마지막 그 날까지'도 연인은 나락에서 화자를 구원해 줄 천장지구적 구세주로 다가온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준다 해도' 맞바꿀 수 없을 만큼 그 연인은 그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다. 그래서 'until that last day' 자신의 옆에 머물러 주기를 간청한다.남녀 연인의 사랑이 과연 영속적일 수 있을까 싶다. 부부의 사랑도 긴 세월 앞에서는 속절없다. 그러나 일생 단 한 번만이라도 천장지구적 변함없는 사랑을 오랫동안 불태우다 죽어도 여한은 없을 것 같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8-03-04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계돈유질: 매여있는데 물러나려니 스트레스가 있다

주역에는 소인을 피해 군자가 물러나는 형국이라고 풀이되는 돈괘(遯卦)가 있다. 돈(遯)은 돼지가 달아나는 형상을 지니고 있는 글자인데 돼지가 날렵하게 달아나는 모습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가 간다. 기본적으로는 소인이 득세하는 시절 군자가 소인을 피해 물러난다는 뜻인데 확장해보면 물러날 때 물러나는 모든 일과 관련되어있다. 그러나 때가 그렇다고 해서 다 물러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자신의 욕구나 주위여건도 잘 성찰해보아야 한다. 본인이 고려해본 결과 자신의 욕구와 여건이 상충되는 수가 있다. 욕구는 강한데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여건은 허락되는데 욕구가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현실적으로 힘든 일상을 보내는 우리들이 가끔 현실을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어도 현실에 매여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를 계돈(係遯)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매여있는데 물러나려하고 물러나고 싶은데 매여있으니 이런 상태에서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래서 유질(有疾)이라 한다. 주역에서 이럴 때는 자신의 욕구를 누르고 힘들더라도 그 자리를 지켜야지 함부로 뛰쳐나가봤자 자신이 욕구하는 그림을 성취하기 힘들다고 충고한다. 현대 직장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잘 표현해주는 말인 듯하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8-02-27 철산 최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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