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척구폐요: 도척의 개는 요임금을 보고도 짖어댄다

어느덧 닭이 꼬리가 보이며 물러나고 개가 머리를 치켜들며 짖으려한다. 다가오는 2018년이 무술년이라 개와 관련된 이야기를 떠올려보았다. 척구폐요는 도척(盜척)의 개는 요임금을 보고도 짖는다는 뜻이다. 이 말은 한신(韓信)에게 모반을 권한 책사(策士) 괴통(괴通)이 유방에게 한 말로 기록되어있다. 도척(盜척) 같은 천하의 도둑의 개가 요임금을 보면 짖는 것은 요임금이 어질지 않아서가 아니라, 개는 원래 그 주인이 아니면 짖기 때문이라는 논리로 모반을 꾀한 일에 대해 변명을 하는 대목이다. 이렇듯 예전부터 개는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동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인에게 충성을 하는데 기준은 주인의 선악(善惡)은 관계가 없다. 주인이 아니면 그게 누구든 짖어대는 습성이 있다. 최근에 개가 이웃에게 해를 입힌 사건들도 이런 속성을 주인이 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나운 성질의 개는 주인에게는 충실한 반려일지 모르지만 주인이 아닌 이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내년의 국제정세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각 나라마다 자신들의 이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기나라가 아니면 열심히들 짖어대는 국가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줄 지도 모르겠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7-12-05 철산 최정준

[고영직의 여시아독(如是我讀)]'치매'라는 말부터 바꾸자

치매(dementia)라는 말은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서 '정신이 없어진 것'을 의미한다. 최근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표방하며 치매친화사회를 위한 사회적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중증 치매환자의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건강보험에서 90%를 국가가 책임지는 산정 특례 적용 계획을 밝혔다. 환영할 만한 처사이다. '인간은 인간에 대해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명제는 의료와 돌봄 부문에서 특히 실감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문제로 보려는 시선에서 벗어나 존재로 전환하려는 사회문화의 형성과 정착이 요청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세상에는 아무도 버릴 사람이 없다'는 인간 존중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문화 형성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사람은 여전히 '쓸모' 유무로 판단되는 경향이 완고하다. 교육부 명칭이 '교육인적자원부'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목적이 '인적자원'을 양산하는 것에 있는가. 치매라는 말도 그렇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사람을 폄하하고 모욕하는 언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반인권적이고 모욕적이고 차별적인 용어로는 자연스러운 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와 노인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불가능하다. 그런 반인권적인 용어로는 노인 혹은 치매환자에 대한 상상력의 개입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치매라는 말을 지금 당장 폐기처분하자. '나쁜' 언어로는 오염된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치매라는 용어를 대체하는 용어로 인지장애가 꼽히지만 아직 정착되지는 않았다.치매친화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이 책 『치매와 싸우지 마세요』는 제목 그대로 "치매와 싸우지 말라"는 주장을 한다. 『치매와 싸우지 마세요』는 인지장애(치매) 환자를 돌보는 마을의사인 나가오 가즈히로와 돌봄 공무원인 곤도 마코토가 문답 형식으로 쓴 책이다. 저자들은 치매친화사회를 위해 인간중심돌봄 혹은 위마니튀드(humanitude) 같은 좋은 돌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간중심돌봄이란 환자 개개인을 존중하고 그 사람의 시점과 입장에서 이해하고 돌봄을 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human)과 태도(attitude)의 합성어인 위마니튀드 또한 환자의 인격을 중요시하는 돌봄을 뜻한다. 나는 두 저자가 당사자인 환자 또한 '1인칭 연구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장면이 퍽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각오가 선 시민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빠른 고령화 속도로 그 규모가 2024년에는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지장애(치매) 환자는 아리셉트 처방을 비롯해 약물치료 위주의 처방을 받고, 요양원 같은 '시설'에 수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보다 가족을 더 우선하는 우리의 돌봄문화와 관련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할수록 환자들은 말할 상대가 더 없어지고,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치매 서포터 100만명 캐러밴' 캠페인을 벌여 수백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일부 지자체에서 '배회해도 괜찮은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본 사례를 면밀히 참조할 필요가 있다.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인지장애 환자의 개별성을 중시하고 생활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관점으로의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치매와 싸우지 마세요』는 사람을 하찮게 여기고, 치매 노인을 쓸모없는 삶이라고 간주하는 우리의 돌봄문화를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그런 사회에서는 우리의 미래 또한 결코 밝지 않다. '우리를 빼고 우리 일을 결정하지 말아요'라는 표현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고영직 문학평론가고영직 문학평론가

2017-12-03 고영직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무주내란: 주인이 없으면 어지러워진다

치란(治亂)은 다스려지고 어지러워진다는 뜻으로 주로 국가적 사안에 대해서 사용되는 말이다. 치세(治世)는 잘 다스려져서 태평한 시절이고 난세(亂世)는 무질서한 어지러운 세상을 뜻한다. 자연에 밤과 낮이 반복되듯 인간의 역사에도 지역마다 나라마다 치란이 반복되었다. 어떤 때는 매우 혼란해져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이 되면 혁명을 통해 군주를 바꾸기도 하였다. 그런 때 사용되던 명분이 바로 '주인이 없으면 어지러워진다'는 선언이었다. '서경'의 기록에 탕 임금을 보필한 재상 중훼(仲훼)가 한 말로 나와 있다. 고대 임금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모든 결정권이 쥐어져있는 상황에서 군주의 현불초(賢不肖)는 국운과 직결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간쟁하며 보필하는 현신이 필요했다. 사람의 몸도 하나의 나라라는 차원에서 보면 사람의 몸을 다스리는 군주가 있어야 하는데 그 주인을 한 개인으로 보면 지향(志向)이 있는 마음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마음을 잘 다스리면 현명한 주인이 나라를 다스리는 셈이고 그렇지 못하면 난세를 만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잘 다스리고 다스리지 못하고는 욕심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달려있다. 하늘은 사람을 내면서 동시에 욕심을 주었기 때문에 주인이 없으면 그저 욕심에 휩쓸려가기 쉽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7-11-28 철산 최정준

[손경년의 늘찬문화]계속해서 물어봐야 하는 기본과 원칙

2017년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비전을 제시하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지형변화를 예고하였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전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인해 예술인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으로부터 환골탈태(換骨奪胎) 수준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는 현실에서, 문화예술계의 혁신적 문화정책에 대한 갈망은 클 수밖에 없다. 혁신에 대해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제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던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여 기존의 관습, 조직, 방식 등을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이런 사전적 의미의 혁신은 상당히 퇴색한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새롭게 들어서는 정부마다 습관적으로 여타 분야의 정책뿐만 아니라 문화정책의 혁신을 약속해 왔고 사실상 혁신의 결과는 미미한 수준의 실천으로만 남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 탓에 우리는 혁신에 대해 갖는 기대감의 크기만큼이나 냉소적이기도 하다. 알다시피 문광부는 본부와 18개의 직속기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5개의 공공기관과 지원을 받는 법인 단체 9개 등 산하기관이 44개에 달한다. 특히 내년 발표예정인 새 정부의 문화예술정책 비전수립과 관련, 문광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인복지재단, 생활문화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예술 활동 및 예술가(단체) 지원과 밀접한 기관들의 설립목적, 역할, 기능에 대한 혁신적 재정립을 위해 분과위원회(TFT)를 구성, 토론회, 간담회,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 활동을 수행하는 중이다. 또 지난 11월 9일, 제354회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문화기본법'개정안이 통과되었는데,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과 관계없이'라는 기존의 내용에 '정치적 견해에 관계없이'라는 문구를 추가로 명시함으로써 내용이 바뀌게 되었다. 다시 말해 정치적 견해와 관계없이 문화 표현 및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를 갖게 되었으며, 특히 정부에 비판적 견해를 가진 문화 예술인들의 예술 활동 또한 정치적 이유로 배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어서 그간 논란이 되었던 블랙리스트 문제를 방지하는 법으로서의 기능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그러나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공론의 장의 확산과 법과 제도의 정비 등을 통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문화정책 비전을 요구하고 또 제대로 제시해야 할 시점에 우리가 서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블랙리스트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둔감하게 지나쳐버렸을지도 모르는 근본적인 질문을 지금부터 다시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문화정책 비전이 무엇이며, 우리의 삶과 사회와 연관된 가치에 대해 계속해서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문화정책에 있어서의 기본원칙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동의와 합의를 가져왔는지, 혹은 시대정신이 반영된 기본원칙이 있었는지에 대해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왜냐하면 기본을 충실히 정립해야 예술지원체계의 혁신적 방향이나 문화예술 기관 간의 협치체계, 예술인복지, 그리고 지역분권의 주체로서의 지역의 책임과 역할, 문화주권자로서의 국민의 자율성과 주체성 정립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7-11-26 손경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예지시의: 예측에서 시간의 의미

미국의 한 연구자가 올해는 큰 지진이 6회 이상, 내년엔 20회 이상 일어날 거라는 전망을 내왔다. 그런 전망의 근거로 1990년 이후 발생한 대지진의 데이터 분석을 제시하였다. 지구의 자전 속도와 지진의 상관관계에 착안해보니 지구의 자전속도가 줄면 5~6년 뒤 대지진이 빈발한다는 데이터 분석이다. 2017년은 자전 속도가 줄어든 지 6년째 해당하고 내년 이후 몇 년 간은 더욱 강력한 지진이 지금보다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현대는 고도로 과학기술이 발달하긴 하였지만 예측은 또 다른 영역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자전속도가 줄어드는 것(그것이 1000분의 1초라도)과 대지진의 상관성은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한 가지 드는 생각은 데이터의 누적량이다. 1990년대면 지금까지 누적된 데이터의 시간이 30년이 채 안 된다. 채 30년이 안 되는 데이터에 의존해서 우주적 차원의 일을 예측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또 하나는 주기의 문제이다. 대지진의 주기와 자전속도가 짧아지는 주기는 상관성은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저마다의 다른 성질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현대사회에서의 자연 기후에 관한 예측은 거의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와 주기의 패턴에 의해 행해진다. 아쉬운 점은 축적된 데이터가 그리 오래된 기간의 것이 아니라는 점과 주기라는 것은 분석대상의 속성에 따라 또 한정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측에 있어 시간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중요하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7-11-21 철산 최정준

[주종익의 스타트업]스타트업, 돈은?

스타트업을 하려면 돈이 반드시 필요하다.큰 돈도 필요하고 준비기간 동안 사용해야 하는 생활 경비도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남의 돈으로 하는 것이지만 이때 말하는 돈은 큰 돈을 의미한다. 크다는 뜻은 하는 업종과 내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최소한의 종잣돈(Seed Money) 즉 마중물과 같은 돈이나 죽음의 골짜기를 버티는 돈도 (Death valley 단계)있고 성장과 확장에 필요한 시리즈 A, B, C (Scale단계)나 아주 큰 돈을 투자하는 메자닌(Mezzanine)에 이르기까지 여러 경우의 돈을 생각할 수 있다.돈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내 돈과 남의 돈이다. 내가 돈이 많아서 내 돈으로 할 수 있는 경우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남의 돈에는 빌리는 돈(Loan)과 투자(Investment) 받는 돈이 있다.빌리는 돈은 갚아야 하는 돈이고 투자는 갚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경영 성과로 투자에 대한 보상을 해야 되니까 웬만큼 성공 가능성이 없으면 투자를 받을 수 없다.나는 젊은이들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돈을 꾸어서 스타트업을 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그러면 도대체 정부는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일까? 큰 일을 하고 있다.정부는 절대로 직접 투자를 하지 않는다. 아니 해도 안 된다. 정책적으로 꼭 지원을 해야 할 필요가 있어도 간접적인 방법으로 밖에 할 수 없다. 좋은 투자처를 찾아내고 관리하는 것도 어렵고 전문지식도 부족하다. 만일 이 일을 직접 하려면 전담 공무원을 몇십만 명 뽑아야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다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정부가 지원하는 돈은 4가지가 있다. 첫째 보조금 둘째 출연금, 셋째 대출, 넷째 간접 투자 방식이다.보조금은 주로 각종 경진 대회 상금 형태로 적은 돈을 지원한다. 이 돈은 사업 자금으로 쓰라는 뜻보다는 사기를 진작하고 필요경비를 적으나마 이 돈으로 충당하면서 빨리 제품을 만들어 투자를 받고 성공하라는 뜻의 돈이다. 출연금과 대출은 중요도도 낮고 지면도 제한적이니 생략하기로 한다.간접투자 방법이 핵심이다. 스타트업의 투자자금 대부분은 사실 정부 돈이다. 벤처 캐피털 자금의 대부분이 정부의 모태펀드(Fund of Fund)이다. 정부자금을 총괄하는 기관이 한국 벤처투자 주식회사이다. 정부의 돈을 총괄하면서 벤처캐피털과 액셀러레이터 등을 통해 이 돈을 스타트업에게 지원하고 이 돈을 운영하는 캐피털 사에게는 운영비와 성공 성과 금 등을 공유한다. 좋은 스타트업을 발견하고 VC가 투자를 하면 정부는 VC를 믿고 또 동일한 금액을 투자한다(Bridge). 그러니 VC투자금도 정부 돈이고 Bridge 투자도 정부 돈인 셈이다. 이점이 관 주도형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지만 민간인이 투자에 긍정적인 호응을 얻을 때까지는 어쩔 수 없다.이 글의 방점은 여기에 있다. 투자를 받아서 스타트업을 하려는 Founder(창업자)는 전략이 시작부터 전혀 달라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나의 1차적 고객은 내 물건을 사줄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투자할 투자자이다. 투자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사업 자체가 실현될 수가 없다. 따라서 근본적이고 1차적 질문은 어떻게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이다. 내가 아무리 자신이 있고 고객이 100% 구매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더라도 투자를 못 받으면 끝이다. 그러면 대출을 받아서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고객이 100% 구매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내 생각이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

2017-11-19 주종익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상하무상: 오르고 내려 일정함이 없다

무상함은 허무함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삶을 깊숙이 통찰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주역에서는 용(龍)이 위아래를 오르내리는 것이 일정함이 없다고 하였다. 저 아래 못 속에 잠겨있기도 하고 하늘에 올라 날아다니기도 하니 그런 말이 어울린다. 그리고 이렇게 위아래를 일정하게 지키지 않고 오르내리는 것은 나쁜 짓을 하려는 게 아니라고도 하였다. 그럼 무엇 하려고 오르내릴까? 용의 옛말은 미르이고 미르는 물을 뜻하니 수기(水氣)이다. 물이 하늘과 지하를 유행(流行)하는 이치를 설명한 것이 용의 상하무상이다. 아래에 있던 바다의 수증기가 저 위 하늘로 올라가야 구름도 되고 비가 된다. 저 위 하늘에 있는 구름이 물방울이 되어 이 아래로 내려야 이슬도 되고 서리도 되고 눈도 되고 비도 된다. 이런 것이 천지의 자연한 기상이다. 사람은 어떠한가? 사람도 아래에 있을 때는 실력을 기르고 준비를 착실하게 해서 그 실력을 써먹기 위해 위에 올라가야 한다. 위에 올라갔으면 자신이 지닌 실력으로 아래에 혜택을 주기 위해 자신의 것을 내려야 한다. 이것이 龍德을 체득한 군자와 대인의 기상이다. 그러니 군자도 상하무상(上下無常)이다. 이렇게 좋은 뜻을 지닌 상하무상인데 내려올 때 허무함을 느끼는 것은 위에 있으면서 아래로 자신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력의 뒤안길이 즐거워야만 진정한 군자의 풍모라 할 수 있는데 이 시대 그런 이가 몇이나 될까? 무상함을 허무함이 아닌 글자 그대로의 무상함으로 느낄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7-11-14 철산 최정준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이가난진(以假亂眞)

이가난진(以假亂眞)은 가짜가 판을 쳐 진짜를 힘 못쓰게 만든다는 뜻이다. 즉 거짓이 진실을 뒤흔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가난진은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는 그레샴의 법칙을 연상시킨다. 가짜가 진실을 영원히 호도할 수 없다. 언젠가 대부분 가짜의 정체가 탄로 나고 진실이 승리한다.신신애가 부른 '세상은 요지경'(작사:조명암, 신신애 작곡:박시춘) 노랫말에서 이가난진의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돌아가는 세태에 대한 화자의 첫마디는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요지경 속 세상은 천태만상의 세태를 비유적으로 지칭할 때 주로 사용한다. 인용한 곡목 가사에서 요지경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을까. 화자는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은 각자 '잘난 대로' 그리고 '못난 대로' 산다고 갈파한다. 더 나아가 '내 말 좀 들어라' 다그치며 '짜가'가 판치는 세상을 향해 질책 한다. '짜가'란 가짜를 일컫는 속어로서 거짓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어떤 의미에서 화자는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가 횡행하는 우리사회의 뒤틀린 흉측성을 정면으로 공박하고 있다. 갈수로 가짜와 진실을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게 우리의 현실이다. 화자는 인간의 삶은 '칠팝십년'이고 인생은 '화살같이 속히 간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사람은 주어진 시간 안에서 가짜 일색인 요지경의 심각한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함을 역설한다. 이는 삶의 진실을 왜곡시키고 가짜가 만연하는 이가난진의 폐해를 유의해야 하는 당위성과도 맞닿아 있다.힙합 가수 빌 스택스가 부른 '가짜'(작사/작곡:빌 스택스) 노랫말은 가짜가 판치는 이가난진의 세상을 모멸적 시각에서 묘사한다. 화자는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기 힘든 세상을 '가짜 인간형'으로 꽉 들어찬 세상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가짜 인간형' 세상의 유혹은 달콤하기 마련이다. 팔랑귀 가진 사람은 귀가 솔깃하여 가짜에 속기 용이하다. 따라서 화자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질끈 '두 눈을 감자'라고 하소연 한다.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등 사이버를 이용해 모조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는 마네킹처럼 성형미인으로 넘실거린다. 대한민국은 '성형공화국'이라고 비아냥 받기까지 한다. 화자가 오죽하면 '이태원 가면 깔린 이미테이션'이 넘치고 '강남가면 인간 마네킹'이 범람하고 있다고 조롱하겠는가.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일부이긴 하지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갖 가짜 '명품' 브랜드로 치장한 인간 군상들을 힐난한다. 욕망이란 이름의 '가짜'와 '유혹' 덩어리들! 가식과 위선 그리고 '있는 척 예쁜 척 호들갑' 떠는 허세! 심지어 '말끔한 얼굴과 정장차림'의 대한민국 건장한 오빠가 '호빠'(여성 상대 유흥업소 호스트바 줄임말)로 출근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화자는 '내면 속의 아름다움'인 진실을 호도한 이러한 거짓 사회를 신랄히 책망한다. 진솔하지 못한 하루의 삶을 과대포장하고 그 일이 습성화 되면 거품이 인다. 속 빈 강정처럼 알맹이 진실이 사라지고 껍데기 거짓만이 부풀어 오른다. 가짜와 진짜의 전쟁터에서 참이 거짓에 의해 가려지고 있지 않은지 냉철히 살펴볼 때이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7-11-12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시이불견: 보아도 보이지 않음

사서 가운데 하나인 대학에 이런 말이 있다. "마음에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중용이란 책에도 "사람들이 마시고 먹지 않는 이가 없지만 그 맛을 아는 이가 드물다." 또 주역이란 책에도 사람들은 "도(道)에 대해 어진 사람은 그것을 보고 어질다 하고, 지혜로운 자는 그것을 보고 지혜롭다 한다. 그마저도 모르는 이들은 날마다 그것을 쓰면서도 알지 못하고 있다." 이상은 사람의 지각(知覺)에 관한 것이다. 사람의 지각은 마음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고 그 마음을 써야만 대상을 인지할 수 있으며, 마음을 쓴다 해서 모두 도(道)를 온전히 알아차리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요약된다.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이런 뜻을 함축하고 있는데 그 대상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바로 귀신(鬼神)이다. 공자는 빠짐없이 모든 사물의 근간이 됨에도 불구하고 보아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귀신이라고 하였다. 결국 인간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마음에 근거한 시력인 심안(心眼)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의 눈에는 보이고 누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이도 일정한 한계가 정해져있는 셈이다. 그래서 금강경에 육안(肉眼)이 있고 천안(天眼)이 있고 혜안(慧眼)이 있고 법안(法眼)이 있고 불안(佛眼)이 있다고 하여 오안(五眼)을 말하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7-11-07 철산 최정준

[조성미의 나무이야기]살아 천년 죽어 천년, 영원을 상징하는 주목

화사하고 눈부신 절정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던 봄여름의 초록 잎과 오색찬란한 꽃들의 향연이 지나가고 가을 들어 붉디붉은 단풍과 황금빛 은행잎으로 수놓았던 화려한 축제도 이제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스산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내년 달력도 시중에 선을 보였다. 우리나라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촬영한 사진들을 수록한 달력에 자주 나오는 곳이 태백산과 소백산, 덕유산 정상부근에 살고 있는 주목이다.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삼아 흰 눈이 쌓인 산위에 굳건히 서서 웅장하고 담대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어 유난히 돋보인다. 주목은 주목과에 속하는 늘 푸른 큰키나무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동북부와 시베리아, 일본 등의 고산지대에 분포하지만 수형이 아름다워 워낙 조경수로 많이 심어왔기에 요즘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이다. 추위에 강하고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란다. 높이 17~20m, 직경 1m까지 자라며, 나무모양은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있어 보기 좋고 안정감이 있는 원뿔형이다. 어렸을 때는 자라는 속도가 매우 느리지만 약 10년 이상 되면 자라는 속도가 좀 빨라지는 편이다. 주목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존재한다고 할 만큼 나무 중에서 수명이 길고 우리나라 최고령 나무도 정선 두위봉에 있는 1,400살 주목이다. 줄기와 큰 가지는 붉은 색이며, 줄기는 세로로 얇은 띠 모양으로 벗겨진다. 잎은 다른 나무 아래에서도 부족한 햇빛을 놓치지 않고 흡수하기 위해 엽록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잎의 길이는 2㎝ 정도로 나선형태로 달리는데 옆으로 뻗은 가지에서는 깃털모양을 보인다. 잎 끝이 뾰족하고 뒷면에는 연한 황색의 줄이 있다. 4월에 피는 연황색 꽃은 화려한 꽃잎이 없어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암꽃과 수꽃이 서로 다른 나무에서 핀다. 주목의 열매는 10월에 빨갛게 달리는데 소나무 등 다른 침엽수는 솔방울 형태로 열리는데 비해 앵두처럼 동그랗게 달려 눈길을 끈다. 특히 진한 녹색의 잎을 배경으로 달린 붉은 열매는 주목이 조경수로서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목의 씨는 붉은 가종피에 둘러싸여 있는데, 가운데가 비어 있어 안에 씨가 보인다. 붉은 과육은 물이 많고 단맛이 나기 때문에 먹기도 하지만 독성이 있어 배탈이 나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주목과 비슷한 나무로는 중부 이북과 울릉도에서 자라는 회솔나무와 원줄기가 옆으로 누워 기며 자라며 가지에서 뿌리가 발달하는 설악눈주목, 구주주목 등이 있다. 구주주목은 유럽과 북미가 원산지인데 서구에서는 정원에 심어 다듬어가면서 기른다. 대표적인 곳이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삼각형, 원뿔 등 다양한 모양으로 전정해 가꿈으로써 정원을 더욱 특색 있고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주목은 나무껍질도 붉은 색을 띠고 나무 목질부도 유달리 붉어서 붉을 '朱'자를 써서 '朱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주목의 목재는 최고급 가구재로 아주 귀하게 이용했다. 오래된 주목으로 만든 바둑판은 최고로 쳤으며, 주목지팡이는 가볍고 잘 휘어지지 않으며 지팡이의 붉은 빛이 무병장수하게 해준다고 믿어 우리 선조들은 노인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가장 큰 효도의 하나로 여겼다. 특히 주목은 향기가 있고 재질이 좋아 목관으로 많이 사용했는데 경주 금관총 등 고분에서 주목으로 만든 관이 출토되었고 서양에서도 관으로 쓴 예가 여럿 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7-11-05 조성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애오상공: 사랑과 미움을 지니고 서로에게 파고든다

사람끼리 서로 느끼고 다가가고 파고드는 일련의 과정은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주역에서는 그 결과를 길함과 흉함, 곤란함과 후회, 이로움과 해로움으로 요약한다. 이 중에 가장 적극적이며 종국적인, 서로에게 파고드는 과정의 결과가 길함과 흉함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파고드는 것과 미워하는 마음으로 파고드는 두 가지의 양상에 따라 길흉을 초래한다. 사랑으로 파고들면 길하고 미움으로 파고들면 흉하다. 이런 양상을 한마디로 정리한 예가 주역 가인괘(家人卦)에 있는데 서로 사랑하는 것이 가정과 나라를 잘 유지하고 다스리는 비법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인간세상에서 절대적인 사랑이나 미움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서로 사랑으로 파고들면 길하고 서로 미움으로 파고들면 흉할 뿐이다. 그런데 사랑과 미움은 이런 일차원적인 공식에 그치지 않는다. 사랑과 미움도 변천(變遷)을 하기 때문에 사랑이 미움으로 바뀌면 흉해지고 미움이 사랑으로 바뀌면 길해진다. 또 사랑으로 파고들어서 흉한 경우도 있고 미움으로 파고들어서 길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공자는 오직 어진 자라야만이 제대로 사람을 사랑할 수도 있고 미워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거꾸로 내가 사랑해서는 안 될 것을 탐내고 당연히 미워할 이유가 없는 대상을 증오하게 되면 흉하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7-10-31 철산 최정준

[시인의 연인]별

나의 별은 내가 볼 수 없구나/ 항시 나의 뒤편에서/ 나의 길을 비춰 주는 그대여,//고개 돌려 그를 보려 하여도/ 끝내 이를 수 없는 깊이/ 일생 동안 깨어 등을 밝혀도/ 하늘 구석구석 헤쳐 보아도/ 나는 바라볼 수가 없구나/ 우리가 삼천 번 더 눈떠 보아도/ 잠시, 희미한 그림자에 싸여/ 그을린 등피 아래 고개를 묻는 사이/ 이 세상 가장 먼 거리를 질러가는 빛이여/ 어느새 아침은 닿고,//진실로 나의 별은 나의 눈으로/ 볼 수가 없구나김완하(1958~)당신은 도구와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두 눈으로 민낯을 한 번이라도 마주한 적이 있는가. 이 가운데 보는 것만이 아는 것이라는 명제는,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것을 절대적 가치로 인식 되어왔다. 시선에 들어오는 것만이 참이라는 사실로 믿는, 우리는 욕망 앞에서 나머지 진실은 스스로 폐기해야 했다. 수많은 별들 중에서 '나의 별'이라는 실제를 찾을 수 없기에 '나의 뒤편에서 나의 길을 비춰 주는' 그대라는 별도 바라볼 수 없다. 거짓이라는 '희미한 그림자에 싸여' 그것이 참인 줄만 알고 '일생 동안 깨어 어두운 등을 밝혀주는' 실상을 망각한 채. '진실로 나의 별을 나의 눈으로' 조우할 수 없는 것은 '그을린 등피'를 수많은 '욕망 아래'묻으며 왔기에.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7-10-29 권성훈

[고영직의 여시아독(如是我讀)]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는 무엇인가.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의 빈곤문화를 당사자의 눈으로 냉정히 성찰하는 J.D.밴스의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를 덮으며 드는 생각이다. '힐빌리의 노래'는 가난이 가난을 낳고, 가난이 대물림되는 미국 애팔래치아 산맥 인근 쇠락한 공업지대인 오하이오 미들타운에서 성장한 저자가 사회적 고립과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빈곤문화를 형성해온 비관적 무리에서 벗어나 어떻게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밟으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는지를 회고하는 책이다. 오해는 마시라. 이 책은 결코 상투적인 아메리칸 드림 신화를 회고하는 책과는 거리가 멀다. 저조한 사회적 신분 상승에서부터 빈곤과 이혼, 마약 중독과 십대 임신에 이르기까지 오만 가지 불행의 중심지인 미국의 '힐빌리 문화'를 내부자의 눈으로 신랄히 성찰하며 더 나은 삶을 향한 희망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역작이다. 힐빌리 문화는 레드넥, 화이트 트레이시라는 모욕적인 이름으로도 유명한데, 이들의 문화는 지독히 의리를 중시하고 외부인을 난폭하게 다루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다시 말해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깝고, 복지 여왕을 비난하며, 가난이 가풍(家風)이 되어버린 가난한 백인들의 빈곤문화를 의미한다. 지난 미 대선에서 가난한 백인 남성들이 민주당의 포퓰리즘 정책을 혐오하며, 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도 유명하다. J.D.밴스는 1984년생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 출신의 후손이다. 그는 힐빌리 문화권에서는 '세상에 믿을 놈 없다'는 것을 신봉하는 마음의 습관을 형성하게 된다고 말한다. 기회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은 집과 학교 주위에 널려 있고, 노력 부족을 능력 부족으로 착각하는 문화 또한 완고하다. 그런 환경에 둘러싸인 저자가 자신의 학창 시절을 회상하며 '덫에 걸린 기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쉽게 말해 이들은 자존심이 센 척하지만, 자존감이 그리 높지는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십대 시절을 회상하며, 자신은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옮겨간 '문화적 이주자'라고 비유한다. 자신이 문화적 이주자가 된 데에는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고, 타인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낙관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해병대에 입대하고, 오하이오주립대를 다니고, 예일대 로스쿨에서 법을 공부하며, 저자는 그런 환경에 노출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난이 가난을 낳으며, 가난이 대물림되며 형성되는 빈곤문화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정치학자 로버트 D. 퍼트넘이 '나홀로 볼링'에서 역설한 사회적 자본이란 개인들 사이의 연계와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 그리고 호혜성과 신뢰의 규범을 의미한다.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 고유의 자신을 비하하는 '골창 문화'를 바꾸려는 교육의 힘을 역설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힐빌리의 문화'는 힐빌리의 한국적 버전인 '태극기 부대' 시위에 참여하는 우리나라 가난한 노인들의 빈곤문화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퍽 유의미하다. 또 가난한 사람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하는가에 대한 사회문화 보고서로서도 의미가 없지 않다. 책을 보며 십대 시절의 암담했던 고립의 나날들이 연상되어서인지 책을 꼼꼼히 탐독했다.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어떻게 놓아야 하고, 사회통합을 위한 좋은 정책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힐빌리의 노래'를 보며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퍽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나 자신의 노래를 부를 수 있고, 또 기꺼이 부를 줄 아는 건강한 마음생태학이 중요하다. 교육과 문화의 힘을 바탕으로 한 좋은 정책이 좋은 정치라는 점을 인식하고 실천해야 할 때이다./고영직 문학평론가고영직 문학평론가

2017-10-29 고영직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원근상취: 멀고 가까운 곳에서 서로 취한다

유교전통에서는 지금처럼 나뭇가지가 옷을 벗어버리는 시기가 되면 초목이 자기의 뿌리로 돌아가는 시절이라 하여 조상에게 시제(時祭)를 지냈다. 같은 조상에서 나온 친족 간의 멀고 가까움을 숫자로 나타낸 것을 촌수라고 하는데, 부자간은 1촌이고 형제간은 2촌이고 부부간은 무촌이라고 하는 등의 숫자체계이다. 촌수는 혈연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의 멀고 가까움을 표시한다. 예전과 달리 혈연관계를 토대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닌 현대에서는 전통적인 촌수가 낯설게 느껴진다. 그 대신 혈연 상으로는 아무 관계도 없는 사이가 더 친절하게 느껴진다.먼 친척이 이웃사촌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멀고 가까움이라는 원근(遠近)의 잣대가 상호간 호응과 도움의 성공여부로 직결되지 않는다. 멀리 있어도 호응과 도움이 잘 이루어질 수도 있고 가까이 있어도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주역에서는 바로 가까운 지점에 있는 관계를 비(比)라 하고 멀리서 호응하는 관계를 응(應)이라 한다. 이 둘은 도움과 호응이다. 가장 비극적인 관계는 가까운 사이인데도 도움과 호응이 없는 경우인데, 지금이 그런 일들이 자주 벌어지는 시대이다. 그래서 부모형제 간에도 살벌한 기운이 오고 간다.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중요한 것은 상호간의 호응과 도움이다. 멀리 있어도 그것이 이루어지면 좋은 것이고 가까이 있어도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近而不相得) 좋지 않은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2017-10-24 철산 최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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