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시인의 연인]강물을 보면서

내 가슴에 상처를 남기고 떠난 사람들용서하자, 용서하자 하면서도 저 강바닥의 수심 같은 옹이 하나,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등을 밟아야 오를 수 있는저 물살의 무게,그들도 내 등을 밟고 가느라 꽤도 힘들었을 게다내 등에 박힌 상처, 상처에서 불꽃 수시로 피어오르는데오늘 이 강에 이르러서야 물결처럼 놓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생각의 깊이로 돌아가 누워야 할 물의 심지그 심지에 이르러 나를 버리는 일,상선약수上善若水이리라이영춘(1941~)상처를 덮기 위해 우리는 누군가에게 더 큰 상처를 만들었다. 자신의 빈틈만큼 남의 흉터에 집을 짓는 것을 스스로 허용하면서 흘러왔다. 물과 같이 가벼워지기 위해 "강바닥의 수심 같은 옹이 하나" 모르는 척, 깊도록 잠재우면서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등을 밟아야 오를 수 있는/저 물살의 무게"를 넘어 '위선의 부력'을 행사하면서 '삶의 자장'을 넓혀온 지난날. 내가 그들의 등을 밟고 갔듯이 돌이켜보면 "그들도 내 등을 밟고 가느라 꽤도 힘들었을 게다" 당신이라는 강물은 옹이를 드러내며 "오늘 이 강에 이르러서야 물결처럼 놓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된 '물의 심지'를 보는 순간, '생각의 깊이'는 그동안 길고도 깊게 늘어트려 온 욕망이라는, 그 생각마저도 돌아가 버리고 싶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7-08-06 권성훈

[손경년의 늘찬문화]지방분권과 문화분권… '지역의 냄새'를 잃지 말자

잠시 소나기가 내린다 한들 연일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면 아무리 더위를 타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내리쬐는 햇볕이 마뜩치 않을 것이다. 인내심이 한계에 달할 즈음, 비록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는 지구적 상황을 알고 있을지라도 '입추가 지나면 서늘한 바람이 분다'는 절기의 성실함을 내심 믿고 싶다. 어쨌거나 이런 더위 속에서도 이달 3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는 '모두가 함께 하는 문화청책포럼'이 개최되었고, 전국에서 온 100여명의 참석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분야 전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거침없이 제시했다. 알다시피 '문화청책(聽策)'이란 '정책수립을 위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다'는 의미이며, 그런 점에서 격식 없는 자리를 만들어 현장의 소리에 다가서고자 하는 도종환 장관과 문광부의 태도는 이전 정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문광부는 조만간 두 차례 더 '청책'의 자리를 만들고, '지방분권, 문화분권'이라는 기본방향에 따라 지역문화진흥, 문화자치, 생활문화의 일상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조직의 변화, 즉 '지역문화국'을 만들 것이라 한다. 그동안 문광부 내에서 지역관련 정책은 '지역전통문화과'에서 다루어져왔는데, 앞으로 '과(課)'단위에서 '국(局)' 단위로 상향조정한다고 하니 아마도 정책실현의 정도가 이전과는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지역이 열쇠'라고 보는 현 정부 문화정책의 방향은 지극히 타당하다. 알다시피 지역을 '중앙과 지방'의 개념으로 여기거나 높낮이를 두고 하찮게 바라보면 자치권과 재량권을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지방분권의 실현은 지역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니체는 모든 존재에 대한 인정(認定), 다시 말해 자신과 더불어 상대에 대한 인정을 "있는 것은 아무 것도 버릴 것이 없으며, 없어도 좋을 것이란 없다"라고 표현했다. 니체의 눈에 기대어 지역과 지역문화를 바라본다면, 지역에서 일궈지는 모든 것이 다 유의미하지 않을까 싶다. '지역의 이해'는 문화기획의 계획단계를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생긴다. 우선, 도시를 잘게 쪼개어 마을과 동네 단위로 밀착시켜 사람, 공간, 콘텐츠 등을 찾아내는 선행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칭하자면 '지역학' 혹은 '마을학'의 정립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의 기본적인 방법으로, 지역 내 혹은 인접지역에 있는 대학(교)들과 협력하여 세미나 등을 통한 지역 의제 발굴과 교과과정을 활용한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양태, 관심사, 문화적 활동 방식 등 기초자원을 조사하고자 할 때, 지역소재 대학의 커리큘럼에 지역조사 및 연구를 포함시켜 학생들이 참여하게 하거나, 학교와 문화원, 지역문화재단 등의 기관들이 협력하여 지역문화자원 발굴, 지역소재의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콘텐츠 생산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지역에 대한 이해는 '아프리카 냄새를 잃은 코끼리는 이미 코끼리 따위가 아니지'라는 말처럼 '지역의 냄새'를 잃지 않는 것이 기본전제이며, 지역자원 활용의 고도화와 지역문화의 이해가 있어야 비로소 '지방분권과 문화분권'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출발선이 보일 것이다./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2017-08-06 손경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지신수우: 섶을 가리켜 몸을 닦아 복을 받는다

지금은 거의 모든 문명이 전력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밤을 낮처럼 밝힐 수도 있는 편리한 시대이다. 하지만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시골에서는 전기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이 때의 에너지원은 땔나무였다. 음식을 해먹을 때나 겨울철 추위를 나기 위해 부엌의 아궁이나 방안의 화로에 불을 붙여 사용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성냥조차 없던 시절에는 불씨를 섶 속에 보관하여 다음날 또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깊은 산골에서 그 불씨가 꺼지는 순간 불씨를 다시 얻어야 하는 일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불씨가 이어지지 않으면 집안 살림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 멈춘다. 현 시대에서도 갑자기 전기가 나가면 집안의 기기가 아무것도 작동되지 않는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사람이 복을 받는 것도 하루만 선행을 해서 되거나, 나의 세대만 좋은 일을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 좋은 일을 하고 내일 멈추거나, 내 세대에서만 좋은 일을 하고 다음 세대에서는 멈춘다거나 하면 그 복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옛사람들은 불씨를 끊어지지 않게 전하는 일로 비유하였으니 그것을 지신(指薪)이라 한다. 그 불씨가 담긴 섶을 가리키며 인생의 복도 그와 같이 계속 닦아야 이어진다는 수우(修祐)를 이야기한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8-01 철산 최정준

[주종익의 스타트업]절벽에서 뛰어내려라

기업가 정신은 스타트업의 기본 정신이다. 인간에게 정신이 없다면 식물인간이듯이 기업가 정신이 없다면 식물 스타트업이다.스타트업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기술이나 제품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강한 정신력과 끊임없이 도전하는 용기가 없이는 스타트업은 불가능하다. 보통 기업가정신을 언급할 때면 늘 어느 교수가 이러이러하다고 정의를 내렸고 어느 성공한 기업가가 이러이러하다고 했으며 기업가 정신은 이러이러한 것이라는 이론투성이이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럴 때 처음으로 등장하는 학자가 우리가 잘 아는 '창조적 파괴'를 주장한 슘페터다.그러나 스타트업은 배운 내용을 달달 외워서 시험에 A학점 맞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수영과 마찬가지이다.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이 학술적으로 외워서 되는 것이 아니다. 물 밖에서 백날 이론적으로 배워 봐야 몸이 수영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않는 한 물속에 들어가면 빠져 죽는다. 직접 물을 먹어가면서 몸으로 익힌 것을 습관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기업가 정신은 외우거나 이론이기 보다는 그냥 이야기하듯 늘 접하고 익힌 것을 실천하는 실천 정신이다. 4개의 짧은 스토리로 요약했다.기업가 정신의 첫 번째는 '절벽에서 뛰어내려라'이다.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이다. 죽을지도 모르는 무서움과 두려움을 각오하고 뛰어내리는 정신이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하는 용기는 이것 이상은 없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유별나게 공무원이나 교사 등을 선호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헤쳐나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은 절대로 죽지 않는다. 오히려 어려움을 극복하는 능력이 향상될 뿐이다. 기업가정신의 두 번째는 '결단으로 시작하라'다. 사생결단이라는 말은 있어도 사생결심이라는 말은 없다. 취업 대신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 번도 더하는 단순한 결심만으로 하기에는 너무나 큰 일이다. 결단이란 자주 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중요하고 영향력이 큰 일을 결정 할 때는 결심이 하니라 결단을 내려야 한다. 스타트업을 한다는 결정은 결단이다.세 번째는 '해커가 되라'이다. 남의 컴퓨터에 들어가 몰래 정보를 빼내오는 것을 해킹이라고 한다. 나쁜 의미의 해커를 뜻한다. 좋은 의미의 해커를 화이트 해커라고 한다. 해커가 되라 라는 말은 화이트 해커 정신을 가지라는 뜻이다. 해커정신은 보통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이다. 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반드시 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것은 무조건 고치려고 하고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잠을 자지 않으면서 해낸다. 규정이나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다. 또 이런 일들을 돈 때문에 하지 않는다. 넷째는 '남이 가는 길은 가지 마라'이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The road not taken(가지 않은 길)'이라는 유명한 시가 있다. 두려웠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갔더니 나의 인생이 달라졌다는 시다. 아무 생각 없이 너도나도 자기소개서 쓰고 입사 원서 내고 면접하고 하는 길은 이제 그만 가야 한다. 산업화 시대까지는 괜찮았다. 이제는 젊은이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기업가 정신은 초등학교 때부터 길러 주어야 한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

2017-07-30 주종익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촌보난이: 한 발걸음을 옮기기 어렵다

평소 사람들은 소심하다는 남에게 말을 하기도 하고 자기가 듣기도 한다. 대담하는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소심(小心)이나 대담(大膽)은 둘 다 오장육부를 들어 표현한 것이다. 소심(小心)은 심장(心臟)이 작다는 것이고 대담(大膽)은 담(膽)이 크다는 뜻이다. 한의에서 심장은 오행 가운데 화(火)에 속하고 담(膽)은 오행 가운데 목(木)에 속한다. 원래 목화(木火)는 발산하는 기운이고 금수(金水)는 수렴하는 기운이다. 발산은 확장하는 특징이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발휘하면 대담(大膽)이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소심(小心)이다.그런데 명심보감에서는 소심함이란 천하를 버릴 수 있는 것이며(小心天下去得), 대담함이란 한발자국 옮기는 것(大膽寸步難移)을 어렵게 여기는 것이라고 하였다. 작은 것을 버릴 줄 알고 큰 것은 버리기 어려운 것이 보통인데, 소심함이란 작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이므로 진정한 소심함은 남들이 버리기 어려운 천하를 작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가까운 곳은 작게 여겨 쉽사리 가고 멀리 있는 곳은 어렵게 여겨 발걸음을 옮기기 어려운 법인데, 대담함이란 가까운 곳을 크게 여겨 쉽사리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천하를 버릴 줄 아는 소심함과 한 걸음 옮기는 것을 어렵게 여기는 대담함은 보통의 사람들이 갖추기 어려운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7-25 철산 최정준

[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사면초가(四面楚歌)

사면초가(四面楚歌)는 사방에서 들리는 초(楚)나라의 노래라는 뜻이다. 유방의 한나라는 항복한 초나라 병사들로 하여금 고향 노래를 부르게 해서 패색이 짙은 초나라 항우로 하여금 자결하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사면초가는 적에게 둘러싸인 상황 또는 그 누구의 지원 없이 고립무원에 빠진 상황을 일컫는다.JK 김동욱이 부른 '미련한 사랑'(작사:박창학, 작곡:이병훈) 노랫말은 떠나가려는 여자를 붙잡고 싶은 남자의 사면초가 위기 상황을 담고 있다. 화자인 남자는 다가올 내일 일은 알 수 없다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매몰차게 말하는 여자가 야속하다. 그 여자가 '마치 언제라도 나를 떠나 버릴 수 있을 것처럼' 남자의 애정 전선에 냉기류를 형성한다. 헤어지려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두 사람 사랑에 빨간 적신호가 켜져 있다. 남자는 여자를 도저히 떠나보낼 자신이 없다. 그저 '힘없이 웃고 있는' 자신이 두려울 뿐이다. 그러기에 남자는 자신의 사랑을 답답하고 어리석은 '미련한 사랑'으로 인식한다. 더 나아가 임박한 이별에 애타며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갈수록 남자는 '헤어날 수 없는' 사랑의 사면초가에 빠져든다. '그 어떤 우연이' 그가 '모르는 아주 먼 곳으로' 자신의 여자를 데려갈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이때 남자는 자신과 여자가 애정의 출발선이었던 처음 '만난 곳으로' 그리고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곳'으로 원점 회귀의 심정을 토로한다. 이같이 가슴 시린 애틋함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속절없는 미련과 아쉬움을 뒤로한다. 결국, 그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에스크로가 부른 인디음악 '하루만이라도'(작사:정연태, 아루앤 폴, 작곡:정연태) 노랫말에도 초나라 병사 노래처럼 사방에서 벼랑 끝에 선 인생 노래가 들려온다. 하루살이 삶으로 살아가는 세일즈맨 화자의 인생에 희망의 무지개는 실종됐다. 그는 오늘도 '열기 오르는 보도블록 바닥을' 뛰고 또 뛴다. 오전에 외친 '대박'이 '현실'이 되길 꿈꾼다. 그러나 돈도 없고 '백'도 없는 '벼랑 끝' 인생만이 철저히 그를 지배한다. 그에게 어릴 때부터 소망해온 '무지갠' 사라진 지 오래다. '구렁이 상사'의 매서운 눈치를 살펴야 하고 매일 '폭탄주'를 마셔야 하는 운명의 남자 세일즈맨의 비애가 노랫말 전반을 관통한다. 화자는 '하루만이라도' 실컷 잠을 자보고 싶다는 꿈을 말한다. 그러나 죽음을 상징하는 회색 빌딩 숲을 지날 때 그에게 남은 것은 생존 본능인 '오기'뿐이다. 영업 실적을 올려야 하는 부담 백배의 사면초가에 빠진 화자이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목청껏 소리 지를 한순간의 여유도 없다. 그것은 단지 희망 사항일 뿐이다. 화자는 위기의 덫에서 빠져나올 기회가 원천 차단되어 있다. 그의 인생은 '지각 인생'인 동시에 배수진을 친 진퇴양난 인생인 셈이다.삶의 성패와 흥망은 순간이다. 누구나 인생에 초나라 노래가 들려와서 궁지에 빠질 때가 올 수 있다. 인생 자체가 세일즈맨처럼 무거운 심리적 압박에 시달릴 때도 다반사이다. 위기에 처할수록 '하루만이라도' 하늘의 아름다운 무지개를 꿈꿔보자. 꽉 막힌 숨통을 잠시나마 틔우지 않을까 싶다./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2017-07-23 고재경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성유호우: 비를 좋아하는 별이 있다

나의 감정과 기분이 내 안의 닫힌 세계 속에서만 일어나고 유지되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전 과정동안 외부세계와의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루어진다. 그러니 나의 감정이나 기분 등도 열린 세계 속에서의 일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우리는 덩치가 커지면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지구 도는 소리가 그렇게 큰 데도 나의 귀는 아랑곳없이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다. 지구도 그렇단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 폭우로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그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가뭄으로 논밭이 말라 농사를 짓지 못했다. 이래저래 기상재해를 당한 꼴이다. 툭하면 지구온난화 탓으로 돌리는데 이골이 나다보니 별 수가 없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구의 기분이나 전반적인 상태도 열린 세계 속에서 작용하고 있다. 천체속의 지구이다. 우리가 어쩌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거기에는 해와 달과 별이 운행하고 있다. 바로 그들의 영향으로 지구의 기분에 변화가 오는 것이다. '서경'에는 천체의 영향으로 지구의 기후가 달라진다고 보았는데 현대 우리들보다 더 열린 생각이다. 그 중에 별을 좋아하는 별이 지구에 영향을 주면 비가 많이 오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별을 보길 좋아했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가 열려있음을 직관했기 때문이다. 그 세계에서 신호를 주면 무시하지 않아야 재난에 대처할 준비를 할 수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7-18 철산 최정준

[시인의 연인]고백성사 -못에 관한 명상

못을 뽑습니다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여간 어렵지 않습니다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여간 흉하지 않습니다오늘도 성당에서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못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아내는 못 본 체하였습니다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아직도 뽑아내지 않은 못 하나가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 둔 못대가리 하나가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김종철(1947~2014)못이 상징적으로 작동할 때, 못은 일상적인 것을 넘어서 수많은 의미의 못으로 박힌다. 이때 못은 못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상상 사이에서 전도되면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를테면 못이 가지고 있는 날카로운 성질은 누군가의 표면을 뚫고 가슴에 뿌리박는 것으로 형상화된다. 타자에게 못을 박는 주체가 나일수도 있고, 타자가 주체가 되어 나에게 못을 박을 수도 있다. 특히 가슴에 '휘어진 못'이 있다는 것은, 그 만큼 고통을 감수해야 그것을 뽑아낼 수 있으며, 그것을 제거하더라도 그 자리는 흉터로 남기 마련이다. 이러한 흉이 많다는 것은 못자국이 가슴에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뽑아도 뽑히지 않는 못대가리가 있다는 것은 고백한다고 해서, 용서할 수 없는 죄의 뿌리가 깊다는 말이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2017-07-16 권성훈

[조성미의 나무이야기]불꽃같은 자태로 화려한 축제를 연출하는 자귀나무

후텁지근해서 짜증나기 쉬운 장마철이다. 한껏 녹음이 무르익어가는 요즘 숲이나 공원 등에서 곱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자귀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자귀나무는 여름에 가장 독특하면서도 화려한 꽃을 피운다. 짧은 진분홍색 비단실을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 놓은 것 같은 꽃은 마치 공작새 수컷이 화려한 날개를 펼친 듯해 단번에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특이한 모양의 꽃은 사실 꽃잎이 아니라 수꽃의 수술이다. 우산모양으로 모여서 피는 꽃은 나무 제일 높은 곳에서 한 가지에 스무 개 정도 피는데 수꽃의 꽃잎이 퇴화되어 3㎝쯤 되는 수술이 술잔 모양의 꽃받침에 싸여 있다. 수꽃 사이에 달리는 암꽃은 피지 않은 꽃봉오리처럼 봉곳한 망울들을 맺고 있는데 수꽃과 달리 아주 수수한 생김새다. 자귀나무는 꽃만큼이나 잎의 모양도 매우 독특하다. 줄기에 잎이 하나씩 달리지 않고 초승달 모양의 작은 잎들이 모여 하나의 잎을 만들고 이들이 다시 줄기에 달리는 깃꼴 겹잎이다. 아까시나무처럼 대부분의 겹잎은 개개의 작은 잎들은 서로 마주보고 달리고 가지 끝에 홀로 달린 잎이 있는데 자귀나무는 홀로 남는 잎이 없이 완벽하게 짝이 맞는다. 낮에 활짝 퍼져 있던 잎은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거나 비가 오면 서로 마주 보며 접히는데, 이 모양을 보고 부부의 금슬을 뜻하는 합환목, 합혼수, 야합수 등의 이름으로 불렀다. 집안에 심으면 부부간의 애정이 두터워진다고 하여 결혼 초 울타리 안에 심기도 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아이가 나무 밑에 누우면 학질에 걸린다고 하여 집안에 심는 것을 금기시하기도 했다. 자귀나무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는데 '짝나무'에서 '짜기나무'를 거쳐 생겼다는 것과 목재를 찍어서 깎고 가공하는 연장인 자귀의 손잡이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나무였기 때문에 자귀나무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경상도에서는 소가 좋아해 아주 잘 먹는다고 해서 '소쌀나무' 또는 '소쌀밥나무'라고도 부른다. 서양에서는 실크트리 즉 비단나무라고 부르고, 남태평양의 휴가지로 유명한 사이판에서는 자치령의 국화로 정하기도 했다. 자귀나무는 낙엽활엽수교목으로 장미목 콩과에 속한다. 우리나라 황해도 이남에 분포하며 아시아와 중동이 원산지이다. 햇빛을 좋아하는 양수이며, 보통 3~5m 정도로 자란다. 회갈색의 줄기는 껍질이 갈라지지 않으며, 가지가 많이 나와 길게 옆으로 퍼져 역삼각형 모양이다. 10월에 열리는 열매는 콩과식물답게 15㎝ 정도의 납작한 긴 콩꼬투리 모양의 열매가 다닥다닥 달려 겨울을 난다. 스산한 겨울바람에 자귀나무 열매가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워 여자의 혀에 비유해 '여설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우리 조상들은 자귀나무가 자라는 모양을 보고 농사에 활용하기도 했다. 자귀나무는 5월경에 잎이 늦게 나오는데 움이 트게 되면 늦서리가 없으니 마음 놓고 곡식을 파종할 수 있고, 첫 번째 꽃이 필 무렵에 팥을 밭에 뿌렸다. 한방에서는 자귀나무 껍질이나 꽃이 진통이나 강장, 진정효과가 있다하여 신경쇠약이나 불면증에 약재로 사용했다. '동의보감'에는 껍질이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근심을 없애고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고 나와 있다./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2017-07-16 조성미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지이장왕: 지식은 지난 일을 저장한다

易에서는 모든 변화의 가장 큰 상징이 천지이기 때문에 천지로 사물과 변화를 이야기한다. 인식과 시간의 문제도 천지로 이야기한다. 시간과 인식을 기준으로, 이 세계를 나에게 열려있는 세계와 닫혀있는 세계로 구분해볼 수 있다. 닫혀있던 세계가 열리기도 하고 열렸던 세계가 다시 닫히기도 한다. 시간을 기준으로 삼아보면 하늘은 무한히 다닐 수 있는 열려있는 미래의 세계를, 땅은 더 이상 다닐 수 없는 닫혀있는 과거의 세계를 상징한다. 주역에서는 사람의 인식작용가운데 미래의 일을 추측하는 것을 신(神)이라 하고, 과거의 일을 저장하는 것을 지(知)라 한다. 신(神)은 하늘에 해당하는 양(陽)의 인식이고 지(知)는 땅에 해당하는 음(陰)의 인식이다. 땅에 해당하는 음(陰)의 인식인 지(知)가 지난 시절의 인식의 총체를 잘 간직하여 그것을 활용하는 이른바 빅데이터(Big Data)를 표방하는 현대사회에서 화두로 등장한 인간의 기억(記憶)이란 것도 알고 보면 장왕(藏往)하는 지(知)의 기능에 해당한다. 그러나 하늘이 없는 땅은 상상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지(知)란 인식이란 것도 미래의 일을 추측하는 신(神)과 함께해야 온전할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7-11 철산 최정준

[고영직의 여시아독(如是我讀)]한국 우익의 '적통'

"오늘의 대한민국을 설계하고 만든 사람들은 누구인가." 국문학자 김건우의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은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오늘의 대한민국을 설계해온 한국 우익의 사상사적 기원을 인물 중심으로 탐사하고 있는 책이다. 친일 논란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고 공산주의 이념과도 친연성이 없었던 '양심적' 우익의 실체를 추적하며, 산업화/민주화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우익 사상사의 흐름을 서술하고자 한 기획이다. 최근 국문학 연구에서의 신(新)역사주의적 문학연구의 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의 당면 과제는 근대적 민족국가 건설과 근대화 프로젝트였다. 문제는 나라 만들기와 전후 복구를 주도하는 이승만, 장면 같은 기성세대의 경우 '친일'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점이다. 1950년대 중반 이후 대한민국의 설계자들로서 이른바 '학병(學兵) 세대'가 두각을 드러내는 데에는 이러한 시대상황이 놓여 있었다. 1920년을 전후해 1917년생부터 1923년생까지를 아우르는 일제 말 학병 세대는 선배 세대의 친일 논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고, 일본 유학파라는 엘리트 의식이 강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세대의식을 형성한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1944년 당시 고등교육을 받는 조선인 학생 숫자가 약 7천200명 정도라고 저자는 추산한다. 그렇다면 김건우가 생각하는 한국 우익의 기원은 무엇인가. 저자는 세 그룹을 주목한다. 월남 지식인, 서북(평안도) 출신의 기독교인들, 1960년대 이후 등장한 민족주의자 그룹이다. 저자는 세 그룹 가운데 광복군의 '적통(嫡統)'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장준하·김준엽이 창간한 잡지 '사상'-'사상계' 그룹이 그 기원이라고 파악한다. 이들은 우익 반공 국가주의의 선봉에 서서 근대화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을 '사상계' 지면을 통해 펼쳐낸다. 이들이 말하는 근대화는 실상 미국화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1960년대 중반 양호민·유경환·선우휘 등 '사상계' 편집위원들이 '조선일보'로 흡수되는 과정은 '서북 출신'이라는 지역주의를 빼놓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예컨대 '사상계'가 주관한 동인문학상 수상자인 선우휘가 '조선일보'에 입사하고, 훗날 동인문학상을 '조선일보'가 주관하게 되는 과정도 '서북'이라는 지역주의와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월남한 서북 출신의 기독교 보수파가 오늘의 대한민국 우익을 형성했다는 저자의 진단은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되는 주장이다. 저자가 말하는 보수우익이라는 기표와 우리가 익히 아는 보수우익이라는 기의와는 판이한 점이 이 책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의 논리에 따르면, 한국 우익의 기원은 지금의 자유한국당과 태극기집회 세력보다는 더불어민주당 측이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이 책은 극우-반공이라는 일방으로 환원되지 않는 한국 우익의 사상사적 기원과 형성을 탐색한 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물론 책에서 말하는 '설계자'들이라는 이념틀이 지금·여기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현실화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무엇이 진짜 보수(保守)이고, 무엇이 진짜 우익(右翼)인지 말한다는 점에서 논의할 지점들이 적지 않다. 보수라는 말은 '보전하여 지킨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와 우익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데에만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보수의 몰락은 진보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 자신의 문화적 이념을 보존하려는 제대로 된 양심적 보수의 부활이 필요하다./고영직 문학평론가고영직 문학평론가

2017-07-09 고영직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직기진덕: 자기의 덕성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사람마다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지향점을 뜻(志)이라고 한다. 사람은 저마다의 뜻을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표현하며 살아간다. '서경'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시와 노래의 의미를 밝혀놓았다. "시는 뜻을 말한 것이고 노래는 그 말을 길게 입으로 내는 것이다"라는 뜻의 '詩言志歌永言'이란 구절이 있다. 입으로 말을 길게 내다보면 높낮이와 길고 짧은 고저장단이 있게 되는데 이것이 성음이다(聲依永). 그리고 이 성음은 자기가 품은 뜻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이것이 가락이다(律和聲). 결국은 자기가 품고 있는 뜻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잘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사기'에서는 시에 능하다는 공자제자 자공과 악관 사을(師乙)의 대화를 통해 시가(詩歌)의 의미를 말해준다. '시경'의 풍아송(風雅頌)에 대해서도 자기에게 어울리는 것을 노래할 뿐 품격을 따져가며 부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자기가 지닌 생각이나 감정을 솔직하고 조화롭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하다는 것은 자기에게 충실한 것이고 조화롭다는 것은 사회나 자연과 잘 어우러진다는 뜻이다. 자기에게 충실하고 사회나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방법이 시나 노래에 있다는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7-04 철산 최정준

[손경년의 늘찬문화]문화분야의 여성노동과 고용안정 가능성

새 정부는 출범 한 달 반 동안 '적폐청산'을 일차적 목표로 삼으면서 각 부처와 함께 현재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 그리고 다가오는 세대를 위한 미션과 비전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새 정부의 문화 분야 공약은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목록)청산, 예술인 복지 사각지대 해소, 예술인 창작권 보장, 생활문화시대 확대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현 정부와 이전 정부와의 차이점을 굳이 찾자면 '블랙리스트 청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외의 공약은 그동안 문화예술계가 요구해왔고 또 사업 단위에서 수행해 왔던 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 큰 변화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 중의 하나로 문화정책이 담아야 하는 내용의 층위는 대개 여타 정책과 비교해 볼 때 그리 균질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예술(가)에 대한 정책과 시민일반의 문화 향유권에 대한 정책, 창작의 수월성에 대한 지원과 창작 기회에 대한 지원은 다른 개념과 기준으로 적용해야 실효성이 나타난다. 다른 한편, 문화전문인력 고용문제는 문화예술지원과 향유 정책을 수행함에 있어서 양질의 사업수행과 연관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문화정책의 영역이라기보다는 노동정책에 속한다는 인식이 크다. 사실 양질의 전문 인력 양성, 일자리 창출, 직업 안정성의 문제는 문화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분야임에 틀림없으며, 눈여겨 볼 점은 다른 분야의 성별 고용비율과 달리 문화 분야에서는 여성의 수가 많은 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급직은 타 분야와 유사하게 주로 남성으로 채워져 있으며, 상당수의 여성들은 기간제나 시간제 아르바이트, 파견노동 등의 형태로 근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리오카 고지는 그의 책 '고용신분사회'에서 '옛날과 달리 오늘날은 법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확고한 원칙이 있고, 원칙적으로 기본적인 인권과 개인의 존엄성을 인정한다. 게다가 자본주의 사회는 직업선택과 주거 이동의 자유를 승인하는 만큼 사람들은 시민으로서 자유롭고 대등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헌법에 양성 평등이 명시되어 있고 노동기준법에 남녀 임금이 동일해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해 놓았음에도 남녀 불평등은 다양한 성별 격차의 형태를 띠면서 남아있다. 성차별이야말로 전 후 몇 십 년이 흐른 오늘날 새로운 고용신분사회가 출현하는 온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고용안정과 임금격차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그래서 하는 말인데, '일자리'를 가장 우선적이고 시급한 과제로 설정한 새 정부는 이번 기회에 다수의 여성들이 문화영역으로 진입하기를 원하고 또 진입한 여성의 고용비율이 높은 문화분야 고용 창출 및 안정화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을 수행할 때 수적팽창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노동의 질과 양성평등이 가능한 시스템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으면 문화정책의 공정성, 독립성, 자율성, 투명성 등의 개념은 실행이 아닌, 그저 허울 좋은 수사(修辭)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손경년 前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손경년 前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

2017-07-02 손경년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부운조로: 뜬 구름과 아침이슬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꿈같고 허깨비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 같고 번개 같은 줄로 생각하고 보아야한다.(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금강경 사구게에 나오는 구절이다. 꿈을 꿀 때는 꿈속이 현실이다. 느낌이나 생각이 현실처럼 생생한데 깨고 나면 덧없는 꿈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도 실상은 꿈 인줄 모르고 집착하며 살고 있으니 꿈을 깨라는 뜻이다. 바다에서 이는 물거품을 보면 잠시 모양을 일으켰다가는 이내 사라져버린다. 실상은 대해(大海)처럼 한량이 없는 데 그것은 보지 못하고 물거품 같은 순간의 세월에 집착한다는 뜻이다. 그림자는 실체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실체가 없는 그림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는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그 당체가 있다는 뜻이다. 이슬은 잠깐 맺혔다가 사라진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잠깐 맺혔다 사라지는 이슬과 같은 인생이라는 뜻이다. 번개는 번쩍하고 나타났다가는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는 다시 어디서 번개가 칠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듯이 우리도 다시 어느 세상에서 나타날지 모른 채로 간다. 인생의 덧없음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뜬 구름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덧없음이 싫다고 긴 밧줄로 지는 해를 매달아 놓으려 한들 불가능한 일이다. 100년 세월이라도 잠깐이라 느끼는 덧없음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2017-06-27 철산 최정준

[주종익의 스타트업]스타트업의 속성-2

→ 1편서 계속끈질김은 극한상황을 이겨내는 극기의 정신으로 한번 물면 끝까지 놓지 않는 진돗개의 정신이다. 성공률이 10%도 안되는 스타트업을 하기 위해서는 7전8기가 아니라 9전 10기 아니 11전 12기의 끈질김이 없으면 할 수가 없다. 셋째 인간의 정신에 해당하는 '기업가정신'이 있다. 다음번 기업가 정신 편에서 구체적으로 논하기로 한다. 넷째 인간의 육체에 해당하는 '린 스타트업'을 통해 실패율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린(Lean) 이란 '낭비 없이' 란 뜻이다.린 스타트업은 스타트업을 낭비 없이 경영 한다는 뜻이다. 린 스타트업 방법을 배운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만능은 아니라는 뜻이다. 린 이란 말은 일본 도요타의 린 생산방식(Lean Manufacturing)에서 가져왔다. 린 생산방식의 기본은 낭비 없이 생산하는 것이고 그 중에 제일 핵심은 미리 만들어 쌓아 놓고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때 필요한 양만큼 만든다"는 정신이다.다섯째 '낭비 없이'의 핵심 사상은 검증과 Speed이다. 낭비를 없애려면 실수를 줄여야 하고 남보다 빨리 일을 추진하여야 한다. 실수를 줄이려면 미리 불확실한 요인들을 파악하여 이를 제거한 후에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 산이 아닌가 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실컷 헉헉거리고 산을 올라왔더니 산을 잘못 올라 왔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 미리 잘 검증을 해서 한 번에 산을 정확히 올라가야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불확실한 요소를 제거하는 방법은 MVP(Minimum Viable Product)와 인터뷰를 통하여 자기가 생각했던 가정과 생각이 고객의 생각과 일치하는 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MVP란 상품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능을 최소화한 일종의 프로토타입 제품을 말한다. MVP를 만들어 고객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우리제품이 과연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제품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맞지 않는 요소가 있다면 바로 수정한다.Speed를 올리기 위하여 3가지 도구가 있다.Agile 개발/협업/빡세게 일하기이다. Agile Development는 Waterfall Development와 대립되는 개념이다. 전통적인 개발방식이 Waterfall방식이다. 한번 결정되면 부서간의 흐름이 물 흐르듯 처음부터 끝까지 일사천리로 그냥 진행되는 방식이다. Agile은 시작단계부터 모든 부서가 상호 협조해가면서 끝까지 완벽한 제품이 되기 전이라도 동작이 되는 제품을 선보이면서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가는 방법이다. 예로 소프트웨어의 경우 버전 1, 버전 1.1, 버전 1.2 식으로 업그레이드하여 나가는 방식과 유사한 개념이다. 지금은 협업 시대이다. 처음부터 모든 걸 같이하는 것이다. 400m 경주를 혼자 400m를 뛰는 팀과 4명이 100m씩 나누어 뛰는 팀과의 경쟁은 보나마나 4명 팀이 이기는 원리와 같다. 빡세게 일한다는 뜻은 스타트업은 고3수험생과 같은 생활을 다시 할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24시간 중 18시간 아니 20시간 정도 일할 각오가 되어있지 않으면 스타트업 대신 취업을 택하는 편이 낫다. 그렇다고 영구히 고3으로 지내라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초기 5년은 그렇다는 말이다./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외대 외래교수

2017-06-25 주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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