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경인일보·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 여론조사]반기문 23%-문재인 22.5%… 오차범위내 '양강체제' 뚜렷

새누리 분당 후 정당 선호도 변화더민주 30.1% 새누리 14.3% 큰 차반기문 전 UN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선 지지율에서 확실한 양강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지방신문협회(경인일보·강원일보·경남신문·광주일보·대전일보·매일신문·부산일보·전북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2일부터 4일간 전국의 만19세 이상 유권자 6천7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신년기획 정국현안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지지하는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23%,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22.5%로 오차범위내에서 치열한 경합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뒤를 이어 이재명 성남시장(10.4%),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5.9%), 안희정 충남도지사(4.4%), 오세훈 전 서울시장(3.8%) 순으로 나타났으며 남경필 경기도지사(1.0%)는 11위로 집계됐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관련, '헌법재판소가 어떻게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74.2%가 인용(認容·인정해 용납함)해야 한다고 했다.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은 18.2%, 모름·무응답은 7.6%로 나타났다.'정치권에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41.7%가 대선 이전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대선 이후는 33.4%, 개헌반대는 9.6%, 모름·무응답은 15.3%로 조사됐다. 개헌 시 권력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4년 중임대통령제가 28.4%로 가장 많았고, 이원집정부제 18.7%, 분권형 대통령제 14.2%, 의원내각제 13.5%, 기타방안에 대한 의견은 7.7%였다. 한편 새누리당 분당으로 인한 정당구조 개편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30.1%,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14.3%, 개혁보수신당은 11.7%, 국민의당 9.1%, 정의당 4.4%, 없음·잘 모름은 26.0%로 조사됐다. /김선회기자 ksh@kyeongin.com※이번 조사는 한국지방신문협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2016년 12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전국 6천777명 만19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전화면접·스마트폰앱·자동응답 혼용 무선(85%)·유선(15%) 임의 전화걸기 및 스마트폰알림을 통해 실시했고 응답률은 19.7%를 기록했다. 통계보정은 2016년 11월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1.2%p이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2017-01-01 김선회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난세의 영웅은 평범한 시민이었다

아동학대·청년실업·국정농단…변화 원하는 국민은 촛불 밝혔고청년주거문제·사법정의 실현 등사회 곳곳서 '새 희망'을 꿈꾼다숱한 사건 사고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했던 2016 병신년(丙申年)이 어느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2017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습니다.병신년은 시작부터 아동학대 등 각종 패륜 범죄로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데 이어 최악의 경기 침체와 청년 실업, 그리고 최순실 국정 농단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까지 어느 해보다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준 해였습니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촛불은 뜨겁게 타올랐고 희망의 씨앗은 움텄습니다.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또다시 더 큰 희망을 노래합니다. 촛불과 '이게 나라냐'는 손팻말을 든 1천만명의 국민들은 서울 광화문 등 전국 곳곳에서 자괴감과 분노를 표출하고 잘못된 것을 바꿔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교복을 입고 거리로 나선 중·고등학생들도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미래의 유권자들인 전국 청소년들은 당당히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외쳤습니다. 연애와 결혼, 출산(3포),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5포), 꿈과 희망하는 직업(7포)까지 포기하는 것이 늘어만 갔던 청년들도 마냥 좌절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이 최소한 청년들의 주거 문제만큼은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외치는 등 '금수저'뿐 아니라 '흙수저' 청년들도 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목소리는 점점 커졌습니다.법조 비리와 국정 농단 사태가 나라를 뒤흔들었지만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삼례 나라 슈퍼 강도 치사·살인 사건과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등의 재심 무죄 판결은 사법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습니다. 국정 농단 사태에 국민들은 평화집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임을 분명히 각인시켰습니다. 새롭게 떠오른 태양처럼 새 희망을 가득 담아 정유년의 문을 열어나가겠습니다. /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새날 새빛맞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다름 아닌 평범한 우리 이웃, 시민들이었다. 촛불민심은 절망 속에서 함께 확인한 희망이었다. 국민 스스로가 민주주의 주체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과 수준 높은 시민의식은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더 큰 희망을 노래할 수 있게 했다. 2017년도 정유년(丁酉年)의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수원 화성행궁 서장대를 찾은 시민들이 떠오르는 새해 첫 해를 바라보며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지난해 12월 3일 청와대 인근 효자동3거리에서 스스로 촛불 모양이 되어 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시민들. /강승호기자

2017-01-01 문성호

[경인일보·한신협 공동 여론조사]수도권서 반기문 따라잡은 문재인… 이재명 3위 '존재감'

■대선주자 지지도반 vs 문, 0.5%p~1%p차 '엎치락뒤치락'오세훈·손학규·남경필 등 수도권서 약진수도권 부동층 20.3% '표심 향배' 가를듯■朴대통령 탄핵심판 여론"인용해야" 전국 74.2%… "기각" 18.2%수도권은 77.3% 기록, 호남 다음으로 높아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경인일보 등 한국지방신문협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지지하는 인물 한 사람만 선택해 달라"는 질문에 반기문 전 총장(23.0%)과 문재인 전 대표(22.5%)를 지지한다는 의견이 선두권에서 각축전을 펼쳤다. 뒤를 이어 이재명 성남시장(10.4%),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5.9%), 안희정 충남도지사(4.4%), 오세훈 전 서울시장(3.8%), 박원순 서울시장(2.8%),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2.6%),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2.2%), 김부겸 민주당 의원(1.1%), 남경필 경기도지사(1%), 홍준표 경남도지사(1%), 정운찬 전 총리(0.4%), 원희룡 제주도지사(0.4%),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0.3%) 순으로 나타났다.반 전 총장 선호도는 지역별로 대구/경북지역(31.9%)과 대전/충청/세종지역(28%)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연령별로는 60세 이상(45.4%)과 50~59세(27.6%)에서 강세를 보였다. 문 전 대표는 지역별로 호남권/제주지역(25.6%)과 부산/울산/경남지역(23.5%)에서, 연령별로는 30~39세(32.2%)와 19~29세(27.9%)에서 평균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시장은 호남권/제주지역(13.7%)과 수도권/강원지역(10.8%), 30~39세(14.6%)와 19~29세(13.2%)에서 지지도가 비교적 높았다.수도권 조사에서도 반 전 총장과 문 전 대표가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었다. 문 전 대표가 지지율 22.7%를, 반 전 총장이 21.7%를 각각 기록했다. 수도권 인사인 이재명 시장과 오세훈 전 시장, 손학규 전 대표, 남경필 도지사 등은 전국 조사에서보다 수도권에서 근소하게나마 더 높은 지지도를 기록했다. 수도권에서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은 반 전 총장과 문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이재명 시장(10.8%),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5.9%), 오세훈 전 시장(4.4%), 안희정 지사(4.3%), 손학규 전 대표(2.8%), 박원순 시장(2.4%), 유승민 전 원내대표(1.8%), 남경필 지사(1.2%), 김부겸 의원(0.7%), 홍준표 지사(0.5%), 정운찬 전 총리(0.3%), 천정배 의원(0.1%), 원희룡 지사(0.1%) 순으로 나타났다. 지지하는 주자 없음·모름·무응답은 20.3%로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치열하게 경쟁 중인 대선 주자들의 승패는 수도권 내 부동층 표심이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전국 조사와 수도권 조사에서 모두 반 전 총장과 문 전 대표가 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전국 조사에서는 반 전 총장이, 수도권 조사에서는 문 전 대표가 각각 오차범위내에서 조금 앞섰다. 수도권의 탄핵 정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높게 나타난 결과 등과 맞닿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헌법재판소가 어떻게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전국 조사에선 인용해야 한다는 답이 74.2%, 기각해야 한다는 답이 18.2%, 모름·무응답이 7.6%였다. 수도권에선 인용해야 한다는 답이 77.3%로 전국 조사보다 더 많았다. 기각해야 한다는 답은 16.2%, 모름·무응답은 6.5%였다. 이는 광주·전라지역(86.1%) 다음으로 인용해야 한다는 답변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새누리당 분당이후 "정당 구도가 바뀐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거나 약간이라도 더 호감을 가질 것인가"라는 정당 선호도 설문에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을 지지하겠다는 답변이 30.1%로 가장 많았고 새누리당(14.3%), 비박 보수신당(11.7%), 국민의당(9.1%), 정의당(4.4%), 기타 정당(4.4%), 없음/잘 모름(26%) 순으로 나타났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이번 조사는 경인일보와 한국지방신문협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2016년 12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전국 6천777명 만 19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전화면접·스마트폰앱·자동응답 혼용 무선(85%)·유선(15%) 임의 전화걸기 및 스마트폰알림을 통해 실시했고 응답률은 19.7%를 기록했다. 통계보정은 2016년 11월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1.2%p이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사진/경인일보 DB·연합뉴스·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2017-01-01 강기정

[경인일보·한신협 공동 여론조사]개헌 추진 시기와 권력구조· 지방분권 인식

찬성 75.1%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불구대선 이전 41.7% vs 대선 이후 33.4%4년 중임제 28.4%… 이원집정부제 18.7%지방정부 권한·자율성 확대 응답 64.9%중앙집중 유지 21.4%보다 3배 이상 많아최근 정치권에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절대 다수의 국민들도 개헌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권력구조는 4년 중임 대통령제를 가장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경인일보 등 한국지방신문협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개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41.7%가 대선 이전에 개헌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뒤를 이어 대선 이후에 추진해야 한다는 비율은 33.4%로 나타나 75.1%가 개헌에 찬성하고 있었다. 개헌반대를 주장하는 응답자는 9.6%에 불과했다. 모름/무응답은 15.3%였다. '대선이전' 개헌을 주장하는 의견은 지역별로는 대구/경북(48.0%)과 호남권/제주(45.0%) 지역에서, 연령별로는 만 60세 이상(49.9%)과 50~59세(45.9%), 지지정당별로는 비박보수신당(56.7%)과 새누리당(55.6%) 지지층 등에서 높은 빈도를 보였다.'대선이후'라는 응답은 호남권/제주(35.5%), 30~39세(41.2%), 더불어민주당(53.2%)과 정의당(61.0%)에서 각각 높게 나왔다."만약 헌법을 개정해 권력구조를 바꾼다면, 어느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냐"는 질문에는 28.4%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꼽았다. 이원집정부제(18.7%), 분권형 대통령제(14.2%), 의원내각제(13.5%)가 뒤를 이었다. 모름/무응답은 17.5%였다.'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택한 의견은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30.6%)과 수도권/강원(29.6%) 지역에서, 연령별로는 50~59세(32.7%)와 60세 이상(32.2%). 지지정당별로는 새누리당(37.7%)과 더불어민주당(34.1%) 등에서 주로 나타났다.'이원집정부제'는 대전/충청/세종(22.4%), 60세이상(24.9%), 비박보수신당(30.0%)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는 호남권/제주(20.1%), 30~39세(15.4%), 정의당(20.6%)에서 각각 높은 편이었다.'모름/무응답'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수도권/강원 및 대구/경북(17.9%), 19~29세(34.8%), 지지정당 없음/잘모름(39.5%)에서 많았다."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가 국가가 해야 할 일(국가기능)이나 재정·예산 등을 서로 어떻게 조정하는 것이 좋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64.9%가 지방정부의 권한 및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상 유지/중앙정부 권한집중은 21.4%, 모름/무응답은 13.7%로 조사됐다.'지방정부 권한/자율성 확대'는 지역별로는 호남권/제주(72.8%)와 부산/울산/경남(68.1%), 연령별로는 30~39세(71.2%)와 40~49세(67.0%), 지지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81.4%), 정의당(78.6%)의 주된 응답이었다. '현상 유지/중앙정부 권한집중'은 수도권/강원(24.0%), 60세이상(36.7%), 새누리당(49.2%)에서 비교적 많이 집계됐다.'모름/무응답'은 대구/경북(15.1%), 19~29세(26.2%), 지지정당 없음/잘모름(32.5%)에서 많았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이번 조사는 경인일보와 한국지방신문협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2016년 12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전국 6천777명 만 19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전화면접·스마트폰앱·자동응답 혼용 무선(85%)·유선(15%) 임의 전화걸기 및 스마트폰알림을 통해 실시했고 응답률은 19.7%를 기록했다. 통계보정은 2016년 11월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1.2%p이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2017-01-01 전시언

탄핵 이후 대선 시계…벚꽃엔딩이냐, 섬머혈투냐

헌재 1·2월 탄핵 결정땐 60일 이내 '3·4월' 대선 치러야문재인·이재명등 유리… 반기문, 조직확장에 시간 촉박심리기간 180일 모두 채우고 6월 탄핵 결정땐 '8월 선거'보수세력 재정비 효과보다 '제 3지대 후보' 부각될 수도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올 12월 실시 예정인 대통령 선거가 앞당겨져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탄핵소추안을 국회로부터 넘겨받은 헌법재판소가 올 1·2월에 탄핵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그로부터 60일 이내인 3·4월께 대선을 치르게 된다. 헌재가 최장 180일의 심리기간을 모두 채워 6월초께 탄핵을 결정할 경우에는 8월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벚꽃 대선' 또는 '섬머(찜통) 대선'이 진행될 것이라는 대체적인 관측에 따라 대권주자들의 행보 역시 광폭 행보를 보이며 전국을 누비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연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기 대선과 관련 "내년 상반기 대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는 등 정치권에서는 상반기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헌재, 탄핵인용 초읽기(?) = 헌재 고위 관계자는 "헌재는 간통 등 국민의 생활과 관련된 판단부터 대통령 탄핵등 정치적인 사건까지 담당하는 곳"이라며 "헌재는 단 한 번도 국민 절대다수의 뜻을 뒤엎는 판단을 내린 적이 없다. 법원·검찰과 달리 헌재는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국가기관"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 역시 "국민으로 부터 4%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과는 나오기 어려울 수 있으며, 심리 결과도 빨라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헌재가 국회에서 청구한 박 대통령의 13가지 법률 위반 조항을 샅샅이 살핀다는 방침에 따라 대선이 가을에 치러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지난해 12월12일 "당사자가 중요하다고 하는 부분을 심리를 안 할 수 없다"며 "헌재는 위반 사항 등 쟁점을 다 심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변론과정에서 당사자가 다투는 헌법과 법률 위반 사항 등을 모두 심사하겠다는 뜻이다.여기에 국회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반박의 답변서를 제출한 박 대통령은 42페이지에 달하는 소추안의 사유들에 대해 조목조목 짚고 넘어가면서 증거제시를 요구하는 등 시간끌기에 돌입, '진흙탕 싸움'을 유도하고 있다.이대로라면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은 오는 31일 박한철 헌재소장 퇴임 전은 물론 3월13일로 예정된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까지도 마무리 되지 않을 수 있다.헌재는 '탄핵은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짚은 박 대통령의 위법 사항이 많은 데다, 박 대통령이 심리 결과가 일찍 나올 수 있도록 증거자료를 흔쾌히 제출하거나 본인이 직접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없어서 빠른 헌재의 결론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단 조기대선 = 여의도 정치권은 '벚꽃 대선'에 무게를 두고 움직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의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분당의 길을 걷게 됐다. 야권은 보수정권 10년을 뒤로하고 진보정권 창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등을 중심으로 개헌론이 힘을 얻고 있다.분권형 개헌을 필두로 의원내각제, 4년 중임제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선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등 개헌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도 화두에 오르며 정국이 요동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으로 나눠진 새누리당과 유력 대권주자들을 보유한 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개헌 이야기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일부 유력인사들은 개헌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 이합집산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은 개헌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그러면서 최순실 파문을 통해 차기 대통령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국민의 눈높이도 매서워져 대통령후보자에 대한 철학은 물론 가족력, 개인신상까지 철저한 검증을 요구받게 됐다. 정치 불신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래도 정치가 살아야 경제도, 사회안정도 가능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여전하다.그러나 아직 각 정당에선 박 대통령에 대한 헌재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준비를 공개·공론화시키기에는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 대권욕심에 사로잡혀있다는 국민들의 반감을 사게 돼 결국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탄핵이 헌재를 통과하면 그 직후부터 60일 안에 당내 경선과 대선을 모두 치러야 하는데, 공직선거법상 각 정당 후보자는 대선 24일 전에 후보등록을 마쳐야 한다. 즉 '당내 경선 한 달, 선거 운동 한 달'이라는 시간표가 나온다.60일 내에 경선과 대선을 치러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이르게 되면 지지율이 가장 앞서있고 조직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경선과 본선을 묶어서 정면으로 대통령 선거 레이스를 돌파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경쟁 정당의 후보들은 대선을 제대로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일단 지지율 선두권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에게 유리한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지만 반 총장의 조직이 얼마나 탄탄하고 확장성이 있는지는 시간적으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헌재의 탄핵 결정시기가 조금씩 늦춰질 경우 반 총장의 입지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벚꽃대선'이 치러질 경우 여당 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이는 그의 인지도와 반 총장이 참여한 여권 내 경선, 그리고 보수지지층의 결집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특히 박 대통령의 탄핵 뒤 특검을 받게 되고 퇴임 이후 구속 가능성이 커지게 되면 보수 지지층과 여권 지지층은 반 총장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공산이 크다는 게 정치권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관측이다.하지만 '섬머대선'이 치러질 경우 재정비(?) 시간을 갖게 된 보수세력에게 대선이 유리하게 흐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휴가철의 시작인 6월말이나 7월초에 대선이 실시될 경우에는 기존 정치권과 선을 긋는 제 3지대의 후보가 부각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도 예측했다.최근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성남시장의 인기가 어느 정도 누그러지고 반 총장이 문 전 대표를 앞선 것으로 나왔다. 그러면서도 문 전 대표는 수년간 1·2위의 지지율을 받아온 인물이기도 하다. 당장의 지지율 변화가 중요하다는 게 아니다. 차기 대통령은 국민들의 신뢰 회복과 대한민국의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숙제가 이미 제출돼 있다. 이러한 숙제를 풀 대통령이 어떤 인물이고, 이에 앞서 대선 시기는 언제쯤 결정될 지 헌재와 여의도에 이목이 집중된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7-01-01 송수은

[보수 잠룡들의 도전]'한 방' 부족한 열세 딛고, 반전드라마 꿈꾼다

새누리, 국정 농단 방조 제1당 책임대대적 쇄신 예고 국민 지지가 관건보수신당, 남경필·유승민등 출사표'반기문 영입 경쟁' 더 뜨거워질 듯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둔 보수 진영의 잠룡들은 새해 어떤 꿈을 꾸었을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이 임박해질수록 마음은 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연말 비박(비박근혜)계가 새누리당을 무더기 탈당하면서 보수정당의 조직이 와해 되는 등 대선을 치를 준비조차 돼 있지 않다는 게 외부의 평가이다. 새누리당은 그렇다 할 대선주자도 없는 상황이다. 이러다 정권 연장은 고사하고 후보도 못 내는 '불임 정당'으로 쇠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간 (가칭) 개혁보수신당(이하 보수신당) 역시 야권보다 후보군이 적은 데다 경쟁력 있는 '다크호스'가 없는 상황이다. 물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기대 효과를 노리며 두 당이 '반전'을 꾀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민심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제 팔도에서 가장 민심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설날'을 앞두고 있다. 분열된 이들이 서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고 세를 형성하기 위해 새누리당은 뼈를 깎는 '대혁신'을, 보수신당은 '창당'을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런 틀 속에서 대권을 꿈꾸는 '잠룡'들의 행보가 빨라지기 시작했다.비박계의 이탈로 새누리당은 아직 뚜렷한 후보가 없다. 당내에선 이인제 전 의원과 정우택 원내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태호 전 최고위원 정도가 대선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한 제1당의 책임을 면하기는 부족해 보인다. 물론 지난 연말 인명진 목사를 영입해 새 비대위를 꾸리고, 과거 천막당사 시절처럼 대대적인 쇄신과 인적 청산을 예고하고 있지만 얼마나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른 시점이다.새누리당을 이탈한 보수신당에서는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 시장 등이 있다. 과거 노쇠정당으로 수구 보수 이미지를 탈색시킨 개혁의 아이콘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에는 당을 깨고 나가 개혁보다 보수정당을 분열시킨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평가가 엇갈린다.두 진영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영입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런 현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 귀국예정인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어느 정파에 몸을 실을지, 귀국 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귀국하면 당장 기존 정당에 들어가기보다는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민심 투어'에 나설 것이라는 전언이다.반 총장이 주로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했지만 지난 10년간 유엔에 재임해 국내 사정에 어둡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더 구체화된 대권행보를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반 전 총장의 입지가 확고해질수록 보수 정당의 영입 경쟁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유승민 의원이 반 전 총장에 대해 "반 총장이 귀국하면 꼭 모시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등과 함께 공정한 경선 과정을 거쳐 좋은 후보를 내서 (신당이)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유 의원 자신도 대권 도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강연 정치'와 '쓴소리'를 통해 대권 주자로서 발판을 마련한 그는 탈당하기 전에는 사실 박근혜 대통령과 소원한 관계 때문에 입지가 크지 않았다. 다만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할 말은 하는 유연한 정치 행보를 보이면서 수도권 중도층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어 '야권의 표심도 흡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런 점을 의식하듯 일단 유 의원은 젊은 층과의 눈높이를 맞추는데 주력하고 있고, '정의', '보수 혁명', '개혁' 등을 키워드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유 의원과 보수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이는 남경필 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대권행보를 가속화 하고 있다. 특히 남 지사는 지난해 '모병제'를 대선 공약화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데 이어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한 연정(연합정치)을 토대로 '협치 정치'를 실험한 장본인으로서 보수신당에 합류하면 대안주자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 비슷한 컬러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새누리당 탈당을 계기로 대권 행보를 보다 가속화 할 것으로 보여, 소위 말하는 '문재인 대망론'을 견제하기 위한 제3 지대 결성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반면 새누리당은 일차적으로 당 쇄신에 주력하면서 대오를 정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둑의 격언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말 처럼 '자신의 말이 산 다음에 상대의 돌을 잡으러 가야 한다'는 의미로 약점을 살피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지난 연말 '인명진 체제'를 만들어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지지층의 자존심을 살리고, 인적 청산과 쇄신을 통해 대선을 치를 준비에 나선 것이다. 비박계의 탈당으로 몰락하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지만 이러한 비장한 각오와 실천으로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이 대목에서 반 전 총장의 귀국을 의식,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도 마지막 남은 한장의 카드를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은 대권 주자가 변변치 않지만, 당을 잘 정비해 놓고 반 전 총장과 당내에서 거론되는 대권 주자들의 경쟁 구도를 만들면 충분히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우택 원내대표가 반 전 총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야당은 안 가실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도 반 전 총장에 대해 내심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우리가 개혁을 시작해 환골탈태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지난 총선에서 낙마하고 의기소침하고 있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새누리당에 남기로 했다. 국회의원 3번, 경기도지사 2번 등 5번의 선거에서 승리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20대 총선에선 낙마했지만 확실한 대권 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친박계 핵심모임이었던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이인제 전 최고위원도 대권 도전을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일침을 가한 그는 광화문에 대권 도전을 위한 싱크탱크인 (사)한반도통일연구원을 운영하고 있고, "새누리당이 건강한 보수우파의 중심으로 다시 태어나는 데 일조하겠다"며 위기에 빠진 새누리 호를 자신이 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실현 여부를 떠나 올해 대권 가도에 적잖이 이름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 자신은 대선 출마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새누리당 주류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꼽히고 있다. 국민적 반대 여론이 높은 국정교과서 추진과 박 대통령 정책과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국정을 이어가면서 '포스트 박근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는게 정가의 의견이다. 황 권한대행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2위 주자로 발돋움하고, '반기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포스트 박근혜'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누가 보수 진영의 아이콘을 거머쥘 수 있을지는 '쟁취'와 '반전'의 드라마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보수진영 거론 대선 후보 (가나다 順) /연합뉴스·경인일보 DB

2017-01-01 정의종

[진보 잠룡들의 도전]유리한 판세 발판 삼고, 정권 재탈환 노린다

보수진영 분열로 '반사이익' 기대문재인 '부동선두' 확장성은 한계이재명 '崔게이트'속 가파른 상승안철수·박원순, 반등카드 모색중지난해 말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절망에 빠뜨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사실상 올해 대선판에서 한 발 물러설 수 밖에 없게 됐다. 국민들의 분노는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새누리당을 정조준하고 있으며,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쉽사리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말미암은 국가적 비극과 국민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국민 모두의 불행이지만, 정치공학적 측면으로 보면 야권은 정권 탈환을 위한 뜻밖의 호재를 만난 것이나 다름없다.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야권의 대선 승리는 '다 잡은 물고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최근 헌정사상 처음으로 보수 진영이 둘로 쪼개지는 사태까지 벌어져 보수층의 부활은 최소한 대선 이전까지는 무리라는 관측이 높다.야권에서는 결국 후보 교통정리 문제만 남은 셈.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뿐 아니라 '제3지대'를 노리는 새로운 집단까지 '청와대행'을 호시탐탐 노리는 잠룡들이 산재해 있어 야권 대선 후보가 되는 길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내가 제일 잘 나가'(문재인) = 현재 야권 내 대선 주자 중 가장 잘 나가는(?) 후보는 단연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다. 지금까지 실시 된 각종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줄곧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국내 복귀가 임박하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야권 후보 중에서는 부동의 선두다. 더욱이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시기상 문 전 대표의 대항마가 나타날 여건이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 높다.하지만 '확장성'의 문제는 '대세'인 그에게도 약점으로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거듭되는 새누리당의 고전 속에서도 지지율이 눈에 띄게 치고 올라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의 한계를 지적하는 여론이 높다. 민주당의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당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당내 주류로서 기반을 잡고는 있지만, 그에 속하지 못하는 나머지 세력들이 '반문(反文)'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당 등과 힘을 모으면서 그의 '안티(anti)' 역할을 자처할 수 있다는 점도 앞으로 문 전 대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거침없이 하이킥'(이재명) = 최순실의 후광(?)을 가장 크게 본 인물은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최순실 게이트 초반에 대부분의 야권 인사들이 탄핵 역풍을 우려해 신중한 스탠스를 취했지만, 이 시장은 특유의 거침 없는 화법으로 국민들의 가려움을 긁어주며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대선 후보로서 1~2%대에 그쳤던 이 시장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위기 정국을 거치면서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의 각종 '사이다' 발언과 활발한 SNS 정치를 통해 점차 대중의 많은 인기를 등에 업은 그는 급기야 자신의 지지율을 16%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며 문 전 대표를 견제하는 위치에 오를 정도로 명실상부 민주당 내 대선 후보 투톱 반열에 올랐다.하지만 그의 거침 없는 발언이 때로는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의 말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이 국민들의 분노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목마름은 해소할 수 있다 하더라도, 대중의 신뢰와 꾸준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도 존재한다.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던 그의 지지율은 실제 몇 차례 말실수를 거치며 주춤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시장을 향한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가 일시적인 거품으로 그칠지, 또 하나의 '샌더스 현상'으로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나를 잊지 말아요'(안철수)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한때 야권 내에서 문 전 대표와 함께 대선 후보로서 부동의 양대산맥을 이뤄왔지만, 대선 고지가 눈앞에 보이는 시점에 와서 엉뚱하게도 혜성처럼 등장한 신참(?)에게 추월을 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지지율이 낮아진 만큼 국민들의 관심에서도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그는 이번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강공법을 택하며 나름의 승부수를 띄웠다. 일찌감치 즉각 퇴진을 외친 데 이어, 장외로 나가 전국을 돌며 박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이탈층을 흡수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면서 존재감마저 갈수록 미미해지고 있어 분위기 반전을 위한 전환점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일각에서는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온 개혁보수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제기하는가 하면 반 총장이나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 등과 힘을 합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는 아직 아무것도 언급된 바가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국민들이 낡은 정치에 염증이 나 있는 지금이야말로 그가 기치로 내걸고 있는 '새 정치'를 구체화할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그래도 대선 후보'(손학규) = 지난해 10월 전남 강진에서의 칩거생활을 마치고 정계 복귀를 선언한 손 전 고문으로 인해 정치권에는 큰 판도 변화가 예상됐다. 민주당을 탈당한 그는 대선 출마 여지를 남긴 채 개헌을 통한 '새판 짜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듯했다. 하지만 곧바로 터진 최순실 게이트는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집어 삼켜버렸고, 그의 정계복귀도 예외가 아니었다.하지만 보수와 개혁적 색채를 동시에 지닌 손 전 고문은 중도 성향의 대선후보로서 여전히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은 물론 최근 개혁보수신당에서도 그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은 지금으로선 향후 손 전 고문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정당 형태의 모임이 결성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여기에 그가 어느 세력과 손을 잡느냐에 따라 대선 전체 판도 역시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박원순·안희정·김부겸·천정배) = 이 밖에도 야권 내 대선 주자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민주당 김부겸 의원,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 등이 꼽힌다. 박 시장은 한때 당내 문 전 대표의 대항마로 꼽히기도 했지만, 지지율은 오랜 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당내 손꼽히는 대선 주자 중 하나로 계속해서 큰 그림을 그려 나가는 중이다.안 지사 역시 대선 도전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그는 최근 광주시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 전 대표가 진보와 김대중·노무현의 정신을 가장 폭넓게 포용한다면 제가 이길 길이 없다. 하지만 현재 그렇지 못하다"며 이례적으로 문 전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안 지사는 또 "현재 지지율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에베레스트 최정상에 도전할 마지막 주자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정해지는 법"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김 의원은 최근 개헌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개헌을 매개로 한 야권 내 폭넓은 연대를 구축해가고 있다. 여기에는 당내 비주류 진영을 비롯해 국민의당 의원들도 상당수 뜻을 함께하고 있다.천 전 대표는 국민의당 대주주 격인 안 전 대표의 아성에 최근 도전장을 내밀며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당내 기반인 호남을 중심으로 승부수를 띄울 예정이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진보진영 거론 대선 후보 (가나다 順) /연합뉴스

2017-01-01 황성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주거문제 다루는 '민달팽이 유니온' 정남진 사무처장

행복주택 입주자격 등 제도 개선 노력'사회적 주택사업' 활발히 진행소득만으론 집 살수 없다는 모순 극복"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청년이 집을 사려면 예수님보다 오래 살아야 합니다." 지난 9월 국토교통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민달팽이 유니온은 한국 사회의 부동산 문제를 이렇게 꼬집었다. 주거 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이하 민유)은 지난 2013년 평당 임차료를 따지면 타워팰리스보다 고시원(서울시 평균)의 임차료가 더 비싸다는 자료를 내놓아 유명세를 탔다. 3년이 지난 지금, 민유는 LH가 공급하는 사회적 주택 운영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활동 분야를 넓혔고 청년 주거 공동체인 민달팽이 주택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정남진(32) 민유 사무처장은 "민유는 청년 주거 실태를 파악하고 제도를 개선하면서, 동시에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을 운영하며 조합 출자금으로 건물을 장기 임대해 다시 조합원에게 낮은 가격에 임대하는 일을 하는 단체"라고 소개했다.이들의 제도 개선 노력도 실제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민유는 지난해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을 위해 정부가 공급하는 '행복주택'이 입주자격을 '재직 중인 청년'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정부는 예술인, 프리랜서, 창업자 등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던 계층도 행복주택에 입주할 수 있게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도 했다. 정 사무처장은 "주거 정책에서 '청년'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게다가 청년만을 강조하다보니 새로운 제도와 법들이 일부 소수의 젊은 사람들을 위한 '시혜'로 비쳐지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민유가 바라는 것은 '청년'이라는 매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주거 정책이 변화하는 것이다. "소득만으론 살아 생전 집을 구입할 수 없다는 모순을 극복하는 게 민유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최근 민유는 사회적 주택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LH가 매입한 주택을 임대받아 대학생·취업준비생·사회초년생에게 재임대하는 사업이다. 사회적 주택인 부천시 송내동의 한 도시형생활주택 44세대는 입주자 선정을 마치고, 입주를 앞두고 있다. 정 사무처장은 "뉴스테이 같이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임대 주택 사업은 '이윤'이 우선될 수밖에 없지만 민유는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고 임대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업이 확대될 수 있도록 잘 해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2017-01-01 신지영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국민 변호사' 애칭 얻은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

삼례 슈퍼 강도·약촌오거리 살인사건피고인 무죄 선고로 재판결과 뒤집어1만8천명 기부 '파산 인생' 전환점지난해는 가히 '법조 비리의 해'라고 할 만 했다. 전관예우를 이용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비호한 최유정·홍만표 변호사와 검찰 창설 이래 처음으로 현직 검사장 구속 사태를 일으킨 진경준 전 검사장, 성매매 부장판사, '최순실 게이트' 과정에서 불거진 검찰의 각종 비위까지 온갖 사법 비리가 일년 내내 신문지면을 수놓았다.한편에선 법원이 스스로 선고한 재판 결과를 연이어 뒤집는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0월 28일 광주고법은 일명 '삼례 나라슈퍼 강도 치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받은 3인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어 다음달 17일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의 피고인에게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이미 죗값을 치른 피고인들이 끝내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던 데는 이들의 무죄를 믿었던 한 명의 변호사가 있었다. 박준영(43)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올해 '재심 전문 변호사'라 불렸던 그에게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바로 '국민 변호사'라는 애칭이다. 지난 8월 파산을 선고하며 그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은 8월부터 11월까지 1만8천명의 자발적인 기부를 이끌어 냈다."지난 여름에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재심 사건만 맡다보니 일반 사건 수임을 할 수 없었고 결국 빚만 쌓이게 됐죠. 1억원을 모아 당장 위기를 좀 모면하자고 시작했는데, 11월까지 5억6천만원이 모였습니다. 제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인터뷰 요청은 쇄도했고 방송까지 출연할 수 있었죠. 제 삶의 큰 전환점이 됐던 한 해였습니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나도 억울하다'는 재소자·전과자의 제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금 집중해야 할 사건이 이미 경상도에 2건, 충주에 1건, 포천에 1건 있습니다. 혼자 해왔던 작업이었지만 이제는 함께 할 동료가 필요한 시점이 됐죠." 내년부터 박 변호사는 뜻이 맞는 2~3명의 변호사와 함께 재심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단체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원의 개인 사무실을 떠나 서울에 공동 사무실을 꾸리기로 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박 변호사의 어깨도 무거워졌다."잘 해야죠. 재심이라는 문제가 사회적 공감이 됐다는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하고,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박 변호사는 겨우내 부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저는 원래 사무실이나 법원에만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경상도에서 경기도까지 장소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억울한 사람을 찾아 갈 겁니다"라고 말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사진/하태황기자 hath@kyeongin.com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2017-01-01 신지영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교복집회 이끈 '전국청소년혁명' 정진우 공동대표

평화 외치며 경찰과 충돌막는 가교역할단체명의 '혁명' 4·19 숭고한 의미 담아교육 개혁·학생인권 보장 등 활동 계속할것촛불집회에서 주체적 시민으로 부상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외친 청소년은 우리나라 역사의 한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정치적 무관심층으로 치부됐던 청소년들은 평화를 외치며 경찰과의 마찰을 빚는 일부 어른들을 차단하고 늦게까지 남아 집회로 발생한 쓰레기를 치우는 등 촛불집회가 평화집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가교적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청소년들이 세상을 바꾸는 주체로 결집할 수 있도록 도운 '전국청소년혁명' 정진우(18) 공동대표는 "학생들이 공부나 할 것이지 정치를 알지도 못하면서 참여하려고 하냐는 말도 수없이 들었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한 주체로 집에 앉아 가만히 공부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며 "우리부터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현 시국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촛불을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선출된 지도층이 개인의 안위와 친분을 위해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불공정한 사회를 바로 잡고 싶다"고 덧붙였다. 초창기 참여인원이 10명도 채 안됐던 이들은 2차 집회에 500여명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직후 열린 7차 집회에는 1만명이 운집하는 등 점차 늘었다. 같은 목소리를 확인한 청소년들은 수도권의 중고생혁명과 지역의 중고생연대를 통합해 '전국청소년혁명'을 만들어 자신들이 처한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기로 했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지난 17일 '박근혜 퇴진 중고등학생 집회'를 마지막으로 열고 집회 참여를 마무리 했지만, 앞으로 교육체제의 개혁과 학생인권 보장 및 청소년 선거권 부여 등에 관한 학생 운동 활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정 공동대표는 "3·1운동을 이끌었던 16세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4·19혁명을 일으킨 대구 고등학생, 계엄군의 총칼 앞에서 당당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중고생들은 나라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맞섰다"며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이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회운동단체로 성장하려 한다"고 말했다.끝으로 그는 "단체명에 '혁명'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다른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수많은 중고생이 희생됐던 4·19혁명 등의 의미를 담아 명명했기 때문에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2017-01-01 황준성

[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소설부문 당선작/최은 '켄의 세계'

켄이 보따리장수처럼 초라한 진심을 늘어놓은 것을 후회하기도 전에여자들은 옷을 재빨리 꿰어 입고 그 방을 떠났다바비에겐 다른 공기가 있었다, 승려처럼 성냥탑 쌓기에 열중하는…켄은 바비의 몸에 자신의 진심이 담겨버린게 두려웠다연희가 진정 바라는 건 충실한 신하인지 증명해보라는 성의일 것이다하지만 성형이라니… 카페 유리창 건너 놈의 얼굴이 떠올랐다나보다 갸름했고, 피부가 희었고, 생각해보니 코도 더 얄쌍했다귀족적 아이덴티티까지 코히시브젤처럼 이식할 병원을 알아봐야겠다진한 커피는 꼭 사약 같다. 켄은 사극에서 머리를 산발한 죄인들이 들이키는 흰 사발을 떠올리며, 진갈색 액체를 머금었다. 윽, 재떨이 헹군 물 같군. 감각은 솔직하고 정직하다. 아직은 본능적으로 단 음료가 더 끌린다는 자각에서 켄은 거꾸로 자신의 나이를 상기한다. 달콤한 카페모카. 부드러운 카푸치노. 달달한 캐러멜 마끼아또. 상큼한 생과일주스. 커피 전문점에 파는 음료는 많고 많지만, 그게 그거다. 커피들의 이름은 외우긴커녕 틀리지 않고 발음하기도 힘들게 길지만, 어차피 모두 에스프레소 원액에 시럽을 넣거나, 휘핑을 얹거나, 캐러멜 드리즐을 뿌린 것들이다. 여자처럼. 켄은 여자의 머리가 길건 짧건, 치마건 바지건, 붉은 입술이건 맨 입술이건 기억하지 못하고 신경 쓰지도 않는다. 그리고 켄은 한 달 30일 중 29일은 아메리카노만 마신다. 때론 에스프레소 도피오 따위를 말할 때도 있다. 그건 그냥 그날의 날씨가 꿀꿀하기 때문인데, 같이 밤을 보낸 여자는 말한다. 켄, 넌 뭘 좀 아는구나. 켄이 대꾸 없이 입에 옅은 미소만 건 채 침묵하면, 여자들은 초조해하며 "출장 가서 특산물을 좀 샀어. 택배로 보내줄게." "쇼핑하던 차에 하나 고른 거야. 부담 갖지 마." 따위의 말들을 보따리장수처럼 너절하게 늘어놓는다. 켄에게 그들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잡동사니들을 파는 지하철의 할머니들이다.그에게 진정한 오르가즘이란 한 달에 딱 하루, 설탕이나 시럽이 들어간 커피를 마실 때다. 물론 문자 그대로의 그걸 자주 느끼기는 한다. 하지만 단 커피 음료를 마실 때 그는 진짜 사정射精 할 때보다 전율한다. 달콤한 액체를 최대한 음미하려 천천히 들이킬 때, 그의 입천장과 목구멍과 위 내벽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역시 여자보다 낫다!남창은 회사원만큼 힘들다. 반복 업무와 서비스 정신을 두루 요한다.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만 환멸을 느낀다, 여느 노동자처럼. 한 달에 한 번, 단 커피를 마시는 날은 보너스 지급일이라 생각한다. 또, 드물게 이런 여자들이 있다. 성기 뿌리에서부터 척추와 정수리 끝까지를 단숨에 타고 올라, 전체를 빨아들여 버리는 듯한. 그런 여자들은 대개 미인은 아니다. 오히려 외양만으론 작은 직장에 다니며 맞벌이를 할 법한, 평범한 주부 같은 여자들이다. 그런 여자와 잘 때만 켄은 여자란 존재에 대해 새삼 호기심이 되살아났다. 또 그녀들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그녀들의 빨판 같은 질이 판단력까지 빨아들여버리는지, 같이 잘 때면 켄은 입가에 흘러내리는 술을 그냥 놔두듯 나오는 대로 지껄이게 됐다. 이를테면 중학교 시절 땀내 나는 야구 유니폼을 입고 집으로 걸어올 때 금속 배트 끝이 아스팔트 표면에 퉁퉁 튕기는 진동에 대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첫 장에 아빠는 널 정말 사랑한다. 란 손글씨를, 어두워진 방에서 언제까지나 들여다보던 기억에 대해. 하지만 켄이 보따리장수처럼 초라한 진심을 늘어놓은 걸 후회하기도 전, 여자들은 옷을 재빨리 꿰어 입고 그 방을 떠났다. 진심이란 그런 것이었다. 진심은 그가 쓰는 초박형 콘돔 끝에 고인 정액이었다. 그런 날들 중 하루, 바비를 만났다. 바비는 서로 허리를 감고 비틀대며 괴성을 지르는 무리들과 떨어져, 혼자 앉아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켄이 이쑤시개에 말라 비틀어진 오렌지를 꽂아 바비의 입가에 드밀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근래 보기 드문 칙칙함이다."빗어 넘긴 머리가 보랏빛으로 물든 동료가 저만치 앉은 바비를 턱짓하곤 낄낄거렸다. 동료는 술인지 물인지에 가슴팍이 젖어 한쪽 젖꼭지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다른 동료가 단발머리 여자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고, 한쪽 젖꼭지가 훤히 드러난 동료의 가슴팍에 들이밀었다.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분위기는 질주하듯 달아올라 작은 룸은 우주로 쏘아질 것 같았다. 그 난리통에도 바비는 혼자 고즈넉한 정원에 앉아 있었다. 켄은 느슨해진 눈꺼풀로 바비를 뜯어보았다. 추녀. 튀어나온 광대뼈, 빗자루 털 같은 생머리, 거친 피부, 모지게 찢어진 눈, 엄청나게 큰 코를 갖고 있었다. 신체의 곳곳에서 건어물 냄새가 날 것 같은 여자. 켄에게 그런 종류의 여자는 무생물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수행하는 승려처럼 성냥 탑 쌓기에만 열중하는 바비에겐 다른 공기가 있었다. 진동하는 공기 속에 성냥개비 탑은 위태롭지만 재주 있게 쌓여, 어느덧 양주잔 높이까지 올라와 있었다. 가라오케가 흐느적대는 발라드로 바뀌자 사람들은 해산물처럼 미끈거렸다. 켄은 문득 끈적한 물속에 잠긴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바비의 성냥 탑이 무너질까봐 켄은 가슴이 조여들었다. "계속 그러고 있을 거예요?" 수면 아래서 고개를 들듯 바비는 천천히 켄을 올려다봤다. "같이 나가죠."알코올에 들뜬 혀가 바람에 휘날렸다. 켄은 그날은 좀 쉬고 싶었다. 살갗이 양피지처럼 늘어진 여자의 팔에 자신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 안겨 있고 싶었다. "바비씨.""왜 날 바비라 부르지?""음.""네가 아는 여자 중에 바비가 있니?""아니오, 있을 수도 있겠지만. 왜 바비냐면, 아름다워서." 나오는 대로 뱉고 픽 웃었지만 여자는 무표정했다. 바비는 켄 쪽으론 일별도 않고 탑 쌓기에만 열중했다."나가기보단, 들어가자.""어디로요?" "여기로." 바비의 검지는 우물 정 자로 쌓인 성냥 탑 속을 가리켰다. 개미들에게나 안락할 보금자리였으나, 떨리는 테이블 위에서도 의외로 굳건히 서 있었다. 성냥 탑 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달뜬 열기와 교성들이 켄의 몸을 그대로 통과해갔다. 휘핑크림을 두텁게 쌓아올린 음료를 받아드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날씬했다. 그녀들의 종아리와 허벅지, 엉덩이와 허리는 군더더기 없이 미끈했다. 하지만 켄은 그들을 사물처럼 그냥, 쳐다봤다.그 밤은 특이했다. 바비는 켄이 같이 잔 여자들 중 못생긴 걸로 세 손가락에 들었다. 켄은 그날 이상하게 허둥댔다. 그녀가 못생겨서는 아니었다. 그냥, 기분이 이상했다. 바비가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 "애쓰지 마." 거칠고 메마른 손처럼 그 말엔 무게감이 있어, 켄은 움직임을 멈췄다. 바비 속에서 그는 말했다."중학교 때요." "응." "벤치 끝에 앉아, 혹시 감독이 내 이름을 크게 외쳐주지 않을까 기다리고 또 기다렸거든요? 해가 무섭도록 시뻘건 늦은 오후였어요. 난 엉덩이를 들썩대면서 2루 쪽을 보고 또 봤는데,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어요." "안타를 쳤니?" "아뇨, 결국 벤치만 지켰어요. 내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어요.""대부분이 그런 날이지.""견뎌야만 해요, 그럼?""난 그렇게 생각해." 순간 아, 짧게 소리 낸 켄이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미안해요. 이런 실수 안 하는데. 아씨, 어쩌지." 콘돔을 착용하는 걸 잊었다. 켄은 바비의 몸에 자신의 진심이 담겨버린 게 두려웠다. "괜찮아, 난 불임이거든." 바비가 말했다. "그 말을 믿니?"도착한 바비가 말했다. 자연광 속에서 그녀의 외적 추함은 더 빛을 발했다. 그들이 만난 강남역 근처 카페는 영어 학원 근방이라 젊고 날씬한 여대생들이 바글거렸다. 이 넓은 카페 어디에도 바비 같은 여자는 바비뿐인 게 켄은 좀 마음에 들었다. 어쨌든, 신선하니까."상관없어요. 낳고 싶음 낳아요. 근데 책임은 못 져요. 내 처지 알잖아." "너같이 예쁜 아들 낳아 혼자 기르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허튼 소리. 근데 오늘 왜 보자 했어요?""성냥 탑이 궁금하댔지." "내가요?"바비와 밤을 보낸 후에도 켄은 여자들에게 여러 번 몸을 묻었다. 그 밤들은 그 밤대로의 즐거움이 있었다. 성냥 탑 따위도 거의 잊었다. 하지만 켄은 바비의 손을 잡고 카페를 걸어 나갔다. 사람들이 그들을 흘끔거릴 때, 켄은 그들을 쳐다보지 않고도 시선들을 흡수했다. 그는 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볼 땐 뿌듯하고도 불안했다. 내 날렵한 얼굴선과 큰 눈, 올라붙은 엉덩이와 날씬한 다리가 시선들을 언제까지 붙잡아 둘 수 있을까, 궁금하지만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답을 찾기 위해 켄은 가끔 제 방 전신거울 앞에서 고장 난 오르골처럼 돌고 또 돌았다. 바비에게서 느껴지는 선선한 공기, 그건 한 번도 그런 일을 해 본 적 없는 것 같은 사람의 초연함이었다. 켄은 그런 신선함을 맛본 적 없었다.그들은 외딴 절처럼 교교한 한낮의 모텔을 찾았다. 켄은 낡은 가죽 같은 바비의 피부를 만졌다. 하지만 바비의 속은 켄에게 달고 진득한 커피 같았다. "성냥 줄 수 있는지 인터폰으로 물어봐." 바비가 말했다. 켄은 팬티 바람으로 앉아 위태롭게 쌓인 탑의 좁게 얽힌 안을 골똘히 들여다봤다. 바비의 것과 달리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초조함에, 켄은 손날을 공중에 휘둘렀다. 벤치를 지키는 동안 해는 지고, 누구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 떨어진 성냥들을 바비는 가만 보았다. 켄은 머리를 창턱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이거 계속 만들 작정이야?" 그는 눈을 감고 모텔 바닥을 아무렇게나 손가락질했다."응, 나는." 바비의 말이 먼 곳에서 울려오는 메아리 같았다.인터폰 속 남자가 대실 시간이 끝났다고 했다. 어지러운 머리로 눈을 뜨니, 침대 옆 원탁에는 한 치의 기울어짐도 없이 완벽한 성냥개비 탑이 쌓여있었다. 나갈 때 카운터 직원은 켄이 혼자 들어왔다고 했다.***눈뜨고 홀을 한 번 둘러봤을 때, 여자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자신에게 꽂히는 여자들의 시선을 외면하고 무표정하게 머리를 매만졌다. 어디에도 연희보다 예쁜 여자는 없다. 연희는 최고의 작품이다. 정확한 비례와 조화로 이루어진 새로운 생명체. 날렵한 버선코, 각이라곤 없는 얼굴, 랩을 씌운 듯 매끈한 상앗빛 피부. 안구 빼곤 전부 빚어진, 자연미 따위는 완벽으로써 가볍게 물리치는 신인류. 원시 부족처럼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저 여자들에겐 구시대의 유산이 역력하다. 좋게 말해 동양적이라 칭하는, 모로 찢어진 눈과 둥글게 퍼진 콧잔등, 억세 보이는 사각턱과 누르께한 피부. 아름답지 않은데 노력까지 않는 건 시대정신에 어긋난다. 노력은 문명이고, 우수다.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이뤄낸 자산으로 검은 표범 같은 외제차나 삼천만원짜리 시계를 갖기 원하듯 연희도 그렇게 원했다. "그린티 프라푸치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이태리제 물소가죽 로퍼가 카운터로 매끄럽게 걸어갔다. 칠천오백 원씩 삼십 번, 오케이. 수익은 투자를 훨씬 넘어설 거다. 돌아보니 연희는 몸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나는 원피스 아래 길고 흰 종아리를 까닥거리고 있었다. 저 다리에 로우 킥을 날려 부러뜨리고 싶다. 그 상상이 머리를 덮침과 동시에, 그는 음료를 내민 여자 바리스타에게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영화 대사를 생각하며 미소를 보냈다. 그녀의 볼이 발개졌다. 돌아와 컵을 내밀자, 연희는 인상을 쓰며 손이 젖으니 종이 냅킨을 감아오라고 말했다. 그는 군말 없이 연희의 명령을 따랐다."집 옮기려고." "어디로? 설마 우리 집으로?" 그가 순간 갈라지는 목소리를 내자, 연희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뭔 소리야, 뉴욕에 있는 내 아파트." "아…. 그냥 갖고 있지, 왜." 그는 연희가 물비린내 풍기는 천장이 경사진 욕실, 라면 면발이 말라붙은 냄비가 담긴 싱크대를 보고 경악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됐다."중동 쪽 이민자들이 바퀴벌레처럼 기어들어오잖아." 연희가 빨대를 쪽쪽 빨았다."근데 오빠, 허리 사이즈 몇이랬지?" "늘 이십팔이지, 왜." "뱃살 좀 붙은 것 같은데." "이틀에 한 번 헬스 나가. 이런 몸매 흔치 않은 거 알잖아." "내가 뭐라 했었지?" 둘은 동시에 말했다. "비만은 미개다.""뉴욕 가기 전에 오빠 허리 1인치 늘면 바로 차버릴 거야.""그래그래, 오늘도 운동 갈게."그는 핸드폰을 치켜들고 홈 버튼을 셔컥, 셔컥 눌렀다. 연희는 시선은 짐짓 먼 데 두고, 음료를 천천히 마셨다. 사진 속 연희는 내추럴하지만 자기 관리엔 충실하면서, 생활의 여유도 즐길 줄 아는 부티 나는 여자였다. 이것은 인스타그램에서 그녀의 추종자들이 보는 연희의 모습이었다. 그는 실제 연희는 그것과는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뭔 상관, 그는 헤어라인 시술을 받은 연희의 완벽하게 동그란 이마를 물끄러미 보다, 그녀의 지시대로 사진들을 어플로 편집한 후 전송했다. 연희는 한국 유학생들이 많은 패션 학교에서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었다. 그녀의 재능은 패션 디자인보단 외모와 집안이었다. 돈 있는 집안에서만 보낸다는 그 학교에도 연희처럼 둘을 겸비한 경우는 잘 없었다. 한편 그에게 여자의 호감을 사는 건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입사하는 것보다는 쉬운 일이었다. 어차피 확률은 50%, 되거나 안 되거나. 자연계에서는 절대로 낮지 않은 확률을 놓칠 이유는 없었다.그는 그녀의 교만과 결핍을 읽었다. 머릿결과 피부엔 한 달에 각각 백만 원 넘게 투자하면서 사람 없는 데선 담배를 갈급하게 빨아대는 것, 사람들의 가십을 심심풀이 땅콩으로 즐기는 것. 그는 비뚤어진 속내를 드러내 보이는 부잣집 딸이라 그녀를 노렸다. 흠결 하나 없는 비단 같은 여자는 그가 닿을 수 있는 계급이 아니었다. 연희가 계급적 자부심을 깔고 마음껏 욕설을 뱉을 때, 창남인 그는 일부러 더 품위 있게 굴었다. 마침내 연희는 불운 때문에 밑바닥 환경으로 추락했으나 인성만은 고결한 그에 대한 경계를 거두었다.갑자기 연희가 민첩한 동물처럼 척추를 세웠다. 시선을 따라가니, 유리창 밖 건널목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작은 두상과 해사한 얼굴, 긴 다리. 이 동네에 저런 애들 널렸지, 그는 심상히 고개를 돌렸지만 연희는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싶어.""뭐?" "갖고 싶다고, 저런 애." "야, 쟤랑 나랑 다를 게 뭐야. 그리고 저런 말라비틀어진 어린 애는 힘도 못 쓴다.""너." 연희가 만난이래 처음으로 그에게 달콤한 미소를 보였다. "나랑 결혼하고 싶지?" 그는 연희의 완벽한 치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집에 돌아온 그는 혜진이 냉장고에 차곡차곡 담아둔 유리 반찬통들을 꺼냈다. 호스트바를 찾는 유치원 선생을 사람들은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세상에는 재미있고 고통스러운 일이 꽤 많다. 지방 국립대를 졸업한 그가 여자들에게 몸을 팔며 사는 사실처럼. 혜진은 그가 말하지 않아도 앞치마를 자주 둘렀다. 혜진은 사랑스럽고, 요리도 잘 한다. 하지만 남자가 사랑이란 낱말을 다섯 번만 발음하면 통장 비밀번호도 알려주는 혜진 같은 여자의 약함이 그는 싫었다. 이 세상의 지형도에서 약한 존재에 속하는 그는 연희의 강함을 원했다. 혜진이 만든 반찬을 집어먹으며, 그는 그녀가 식탁에 펼쳐놓고 간 잡지 기사에 시선을 던졌다.외모 가꾸기가 여성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지났다. 남성들도 바야흐로 무한 외모 경쟁시대에 돌입했다. 은행원 A(30)씨는 지난해 '중대 결심'을 내렸다. "상사분이 소위 호감형인 동기와 제 실적을 비교한 게 계기였어요. 그 친구의 비주얼이 계약 성사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하더군요. 이젠 남자에게도 외모는 '스펙'임을 절감했죠." A씨는 휴가 동안 '대변신'을 감행했다. 코 시술과 눈매 교정술, 턱 보톡스, 수염 레이저 제모, 눈썹 왁싱을 받았다. "처음엔 독한 놈이라 수군대던 동료들이 지금은 사내 메신저로 수술 정보를 슬쩍 물어 와요. 제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지만 요즘 고객님들에게 지점 최고 미남으로 통용되기도 하고, 실적도 올랐어요. 대만족입니다."그는 생각에 잠겼다. 연희가 바라는 건 자신의 재력으로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닌 것 같았다. 연희가 진정 원하는 건 성의일 것이다. 네가 충실한 내 신하인지 증명해 봐. 하지만 성형이라니. 그는 피부과에서 레이저를 한 번 받은 것 외에 시술도, 수술도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카페 유리창 건너 놈의 얼굴이 떠올랐다. 얼굴이 자신보다 갸름했고, 피부가 희었고, 생각해보니 코도 더 얄쌍했다. 음.그는 핸드폰으로 기사 하단에 나온 병원 이름을 검색했다. 유명한 곳인 모양인지, 남자들의 아우성들 틈에 그 병원명이 간간이 끼어 있었다. "이마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주름 때문에 고민이에요. 필러, 레스틸렌, 보톡스 중 뭐가 나아요?" "휴가 동안 쌍꺼풀 예약해 놨는데, 간단한 수술이라지만 여름이라 혹시 덧나지는 않을지…." " '도시락'입니다, 25년 동안 불려온 별명. 저도 이제 여친 사귀고 싶어요." 콤플렉스에 찬 놈들이 이렇게나 많은지는 몰랐네, 그는 코웃음쳤다."임동민님. 임동민님, 어디 계세요?" 푹신한 소파의 여자들 틈에 끼어 앉아 유리 테이블 위에 성냥개비로 탑을 쌓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곧 서른인 탓인지 이차를 나간 다음날엔 부쩍 피곤했다. 급하게 일어나다 무릎이 테이블 모서리를 쳐, 성냥들이 바닥에 산산이 흩어졌다. 스튜어디스의 것을 모방한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이 허둥대는 그를 빤히 보았다. 여직원이 인도하는 방에 들어선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옷은 다르지만 방금 그 여직원과 거의 비슷하게 생긴 여자가 웃으며 앉아 있었다. "상담실장 박신영입니다. 차트가 잘못 들어온 줄 알았네요." 수완도 좋고,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는 유니폼 아래에서도 양감이 느껴지는 여자의 가슴을 안 보는 척 흘끗 보았다. "하긴 본바탕이 좋을수록 완벽해지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죠. 원하시는 부위가 어디신지 짐작도 안 가지만요, 호호.""그럭저럭 만족은 하는데요. 좀 동안으로 이미지 변신을 해볼까 해서요.""그래요, 아주 갈아엎지 않으셔도 살짝만 터치해 주는 것만으로 확 달라지실 거예요. 워낙에 본판도 좋으시고, 저희 원장님이 또 동안 성형 쪽으로 전문이시잖아요.""이마에 보형물을 넣으면 어떨까 해요.""필러로 채우지 않으시구요? 보형물은 드물긴 하지만 물이 차고 두통이 오는 부작용으로 종종 빼시는 분들도 있어요." 이 병원은 양심이 있는 편이네, 그는 생각했다."필러는 계속 리터치 해야 된대서요. 휴가를 내기 힘든 직장이라." 사실 오늘 비번이라 성형외과에 상담을 올 수 있던 거였다. 낮에 잠을 충분히 자 두지 않으면 밤에 술을 마셔가며 춤추고 노래 부르기 힘들다. "여의도 증권가 같은 데서 일하시는 거예요? 이미지가 스마트하셔서." 박신영이 콧등을 찡그리며 웃을 때 노란 덧니가 드러났다. 그 작은 불완전성이 그의 마음을 끌었다. 그는 박신영이 자신과 같은 계급이라고 생각했다. 연희의 치아는 라미네이트로 덧씌운 대리석이었다."남자 분들은 아무래도 계속 병원을 방문하는 것보단 한번 크게 고생하시는 걸 택하는 편이죠. 근데 동민님, 혹시 가슴 확대엔 관심 없으세요?""네? 전 남잔데요." 박신영이 웃음을 터뜨렸다. "혹시 대기실 벽에 걸려 있던 코히시브 겔(cohesive gel)을 보셨나요?""여자들 가슴 수술에 쓰는 거잖아요." 그는 피부 밑에 든 그것을 만져본 적도 있었다. 촉감이 탱탱볼이나 젤 마우스 패드 같았다."맞아요. 하지만 남자분들의 대흉근 확대술에 사용되기도 하죠.""대흉근 확대술이요?""네, 코히시브 겔은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널리 입증됐고, 실리콘보다 안전하면서 식염수보다 촉감이 훨씬 자연스럽죠. 팩 모양만 좀 달리 해서 남자분들 가슴 근육 보강용으로 작년 말 새로 출시됐어요. 미국과 브라질에서는 이미 대중화되는 단계구요, 저희 원장님이 한국엔 최초로 도입하셔서 요즘 강남을 중심으로 알음알음들 많이 찾아주시고 계세요.""별 게 다 있군." 무심히 말했지만 내심 강남에서 많이 온다는 말에 혹한 그의 앞에, 박신영이 책상에 놓여있던 클리어파일을 활짝 펼쳤다. 비포 사진들은 다 말라비틀어진 멸치인데 애프터 사진들의 가슴 근육들은 자신보다 우월해, 그는 이틀에 한 번씩 이를 악물며 바벨을 들어 올리는 자신의 노력이 허탈해졌다. "음, 이쪽도 안전이 보장된 건가요? 남자 가슴 확대술은 금시초문이라.""원리는 유방 확대술과 같은데 오히려 출산과 수유를 겪는 여성의 경우보다 훨씬 안정적이죠. 남성의 경우 보형물 생착도가 더욱 높고, 구축이 생길 위험은 낮고요.""여자분 눈으로 볼 때 제 가슴이 좀 빈약해 보이나요? 솔직히." 그는 박신영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건배, 를 속으로 읊으며. 상담실장은 여느 여자들처럼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솔직히 키에 비해 흉곽이 살짝 빈약하신 게 옥에 티라면 티겠죠. 지금도 너무 완벽하시지만요." 박신영은 문자로 말했다. 곧 학생과 직장인이 몰리는 방학 및 휴가 시즌은 성수기라 수술비가 10% 오르는데, 이번 주 내로 예약하면 오르기 전 비용으로 가능하다고. 그는 친절한 상담에 감사했으며, 이 번호가 실장님의 개인 핸드폰 번호냐고 답문을 보냈다. "연예계 진출하기엔 늦은 나이 아닌가?" 병아리 같은 신입 셋이 새된 오마담의 목소리를 듣고 흥미로운 시선들을 던졌다. "목소리 낮춰." 그는 오마담을 툭 쳤다."연희년 때문에? 열녀, 아 열부 났다." "투자지.""그런 여자들, 남자가 허수아비 같이 구는 건 또 별로일 듯해 할 걸. 나도 예전에 다 맞춰줬다가 돈만 쓰고 차였잖아.""딴 년 낚음 돼." 그는 거울 앞에서 간단한 메이크업을 마쳤다. 오마담이 애먼 보이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비주얼이 겸손하면 몸놀림이라도 훈훈해라. 선수 형님들이 누님들한테 혀 쓰는 모양으로 꼼꼼히 닦아." 보이들은 호스트가 되고 싶어 찾아왔지만 외모가 한끝 부족해 잡일을 하는 애들이다. 가게 복도를 걸으면, 두꺼운 카펫 때문에 늘 까마득한 지하로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다. 그는 방에서 가장 부유한 아줌마에게 열과 성을 다한 결과 2차를 성사시켰다. 아, 기 빨려. 모텔 입구에서 침을 탁 뱉은 그는 젖은 걸레가 된 기분이었다. 수술비와 일을 나가지 못하는 회복 기간에 들 생활비를 생각하면 허리가 부서지게 일해야 했다.사흘 뒤, 그는 명동의 한 호텔에서 박신영과 시간을 보낸 결과 추가 디스카운트를 얻어냈다."알겠어. 병원엔 내가 잘 말할게.""넌 이제껏 내가 본 여자 중 제일 예뻐. 진심이야." 박신영의 가슴이 감격해하는 척하는 그의 입술을 탄력 있게 튕겨냈다.호텔 문을 나서던 그는, 순간 이마 한가운데를 망치로 맞은 듯한 어찔함을 느끼며 발을 헛디뎠다."괜찮아? 수술 전엔 컨디션 조절 잘 해야 해.""아, 요 며칠 과로해서 그래. 증권 쪽이 워낙 야근이 많잖아." 박신영의 걱정스런 눈길을 뒤로 하고, 그는 택시 뒷좌석에 쓰러져 눈을 감았다. 수술 전까지 열심히 출근 찍어야 하는데 걱정이었다.그는 무남독녀인 연희의 부친이 조만간 국내 유수의 의류 업체를 인수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의류 쪽은 문외한이고 사업체를 물려 줄 아들이 없어, 연희를 외국 의상 학교에 유학을 보냈다고 했다. 그들은 경영 쪽으로 믿을 만한 남자 실무자가 필요했다. 그는 학교 때 나름 열심히 했던 경영학 전공 책들을 떠올리며, 연희에겐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러 세부에 간다고 말해둔 회복기 동안 부지런히 읽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의사, 간호사, 박신영이 관 속에 들어간 그를 내려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태연한 척했지만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수술포 아래로 박신영이 그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었다. "일전에 말씀드렸다시피 가능한 부작용은 근육 박리로 인한 과다출혈,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인 경련, 국소 감각 상실, 동의서에 사인하셨듯이 전신마취 과정에서의 심장마비입니다. 하지만 혈액검사와 심전도 테스트 결과 아무 문제없으신 걸로 나왔으니, 그냥 푹 주무셨다 일어나세요." 대답하기도 전 입에 마취 마스크가 씌워졌다. 코뚜레 걸린 소가 된 듯한 불쾌감을 느끼며 그는 의식을 잃었다.불덩이가 등 뒤에서 날아왔다. 진땀을 흘리며 돌아본 그의 입에 불덩이가 단숨에 흘러들어와, 목구멍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용암 같은 뜨거움에 숨을 쉴 수 없었다. 그의 위장이 불탔다. 꺽꺽거리는 그의 뺨을 누군가 후려쳐, 눈물 맺힌 눈을 겨우 뜨니 앳된 간호사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압박 붕대 때문인지 턱뼈가 부서질 것 같고, 졸아든 목구멍에선 피맛이 느껴졌다. 온몸이 절로 덜덜 떨리면서 심한 구역질이 일었다."마취 깨시면서 좀 춥고 역하실 거예요. 그래도 토하심 안 돼요. 힘들어도 참으세요.""무, 물…." "앞으로 다섯 시간은 물 드시면 안 돼요. 자고 일어나면 한결 나아질 거예요." 간호사는 물수건으로 그의 입술을 적셔주고, 높이 매달린 플라스틱 원통 같은 것을 체크한 뒤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침대 옆의 벨을 누르라고 하곤 나갔다. 무통주사약이 얼른 다 들어오길 바라면서, 그는 온몸을 떨며 개처럼 끙끙 앓았다. 방광에 압박이 느껴져 손을 침대 밖으로 뻗던 그는 비명을 질렀다. 턱에서 따닥, 불꽃이 이는 듯했다. 절개한 입 속에 고인 피를 빼 내는 피통의 고무호스가 눌린 거였다. 그는 흉근 확대술, 사각턱 절제, 이마 보형물 삽입, 코 높임술을 한꺼번에 받았다. 어차피 고생할 것, 한 큐에 끝내기로 했다. 코히시브 겔과 U자형 고어텍스 보형물, 귓바퀴 뼈와 녹는 실이란 이물질들이 그의 몸속에서 원래 조직에 미끈하게 달라붙기 위해 끊임없이 주인을 고통스럽게 했다. 진통제를 계속 투여해도, 가슴과 앞턱이 반으로 쪼개지는 느낌이 주기적으로 덮쳐왔다. 살짝 열린 화장실 문 밖에 링겔대를 잡고 선 간호사를 세워둔 채, 5분에 걸쳐 소변을 보던 그의 머리에 가족이 떠올랐다. 벽돌을 쌓아올린 지게를 지고 달팽이관 같은 좁은 가건물을 오르던 아버지와, 늘 허리가 아프다면서 구부정히 숙인 자세로 마트 바닥을 대걸레로 미는 어머니가. 오랜 시간 소변을 참은 요도가 아파 그는 좀 울었다. 인간의 회복력은 대단해, 입원 첫날 밤새 신음하던 그는 마지막 날엔 집에 가고파 몸이 근질거렸다. 방탄조끼 같은 가슴 보호대 탓에 입원할 때 걸치고 온 점퍼가 붕 떴다. 버스에 얼굴을 정통으로 들이받힌 환자 같은 몰골이었지만, 헥사메딘으로 양치를 하고 터진 입꼬리에 글리세린을 바르니 개운했다. 전날 밤 조용히 그의 병실을 찾았던 박신영을 쳐다볼 겨를도 없이, 그는 피와 침과 소독약이 섞여 악취가 나는 붕대를 풀고, 여기저기 붙은 반창고를 재빠르게 떼어주는 간호사들의 손길에 정신없었다. "얼마쯤 지나야 사람 같을까요?""한 달은 느긋이 기다리세요." 병원의 서비스인 리무진 택시에 올라탄 그는, 백미러 속 자신을 보곤 야구모자를 깊이 눌러썼다. 차량 안 충전기에 핸드폰을 연결시킨 그는 쌓인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오마담이 카톡으로 사진 한 장을 보내왔었다.어제부터 출근한 애. 와꾸 상타침그는 입을 쩍 벌리다 통증에 억, 하며 입을 닫았다. 분명 연희와 카페에 있을 때 유리창 밖으로 본, 연희가 '갖고 싶다'고 한 그 남자애였다. 출국한 연희에게선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는 역삼동의 좁은 오피스텔에 들어서자마자 가방을 던지고 침대에 누웠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출혈에 시달린 그의 의식에 아롱졌다. 그는 완벽한 신랑이었다. 결혼식은 좀 특이해, 연희는 거대한 성냥 탑 안에서 베일을 쓰고 기어 나왔다.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다른 손으로 베일을 벗기자, 실리콘이 코끝을 뚫고 나온 박신영이 웃고 있었다. 그녀는 애교스런 누런 덧니를 보이며 웃으면서 그의 몸 곳곳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지금도 너무 완벽하신데, 옥에 티예요. 이마가, 코가, 턱이, 가슴이, 피부가, 모두가." 손사래를 치며 깨어난 그는 진통제를 털어 넣었다. 나란히 입국장에 선 몇몇 여자들이 그를 곁눈질했다. 그래, 마음껏들 봐. 아까 거울로 확인한 그의 모습은 자신이 봐도 아그리파 같았다. 그는 여자들을 외면하고, 코트 주머니 속을 더듬어 까르띠에 상자를 확인했다. 그건 단순한 반지가 아니었다. 그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체이자, 새 삶을 열어줄 마법 열쇠였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머리를 한번 흔들고, 꽃다발을 고쳐 쥐었다. 손에 밴 땀에 꽃을 싼 셀로판지가 바삭거렸다. 그때 카트를 밀고 나오는 연희를 보았다. 그는 손부터 번쩍 들었다. 아직 뻐근한 가슴 통증을 참으며 열심히 손을 흔드니, 연희도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다. 황급히 걸어 나가는데, 환히 웃던 연희가 카트를 옆으로 꺾었다.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온 후리후리한 남자가 연희의 어깨를 다정히 감쌌다. 남자의 실루엣이 왠지 낯익은 것 같았다. 허겁지겁 그들을 쫓아간 그는 간신히 연희의 허리춤을 붙잡았다."어머, 뭐야?" 짝! 뺨에 얼얼한 통증이 일고, 눈앞이 순간 까맣게 닫혔다가 다시 열렸다. 그의 뇌리엔 황망함보다 턱뼈에서 박리된 근육이 아직 완전히 안 붙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똑같은 선글라스 너머로, 연희와 키 큰 남자는 뺨을 감싸 쥔 그를 구제 불능의 치한처럼 쳐다봤다."동민씨?" 연희가 경악했다. "아는 사람?" 연희 옆의 남자가 무심히 물었다."너는?" 그는 입을 크게 벌렸다. 연희 옆에 선 남자는 분명 그때 그 카페 유리 밖에 있던 놈, 오마담이 반색하던 그의 직장 동료이기도 한 녀석이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피부 밑 실리콘 보형물들이 열기를 내며 주인을 피날레로 몰고 갔다. 고통 없인 성취도 없다. 마지막에 와 모든 걸 망쳐버릴 수는 없었다. 그는 연희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까르띠에 상자를 내밀었다. "설마 지금 프러포즈하는 거? 대박이다.""넌 빠져." 그가 남자에게 일갈했다."근데 우리 주제를 알아야죠, 선배님." "동민씨, 결혼하면 일 나가기 힘들지 않겠어?"연희와 남자의 비아냥을 듣고, 그는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야, 니가 옆에 낀 이 자식도 똑같이 몸 파는 놈이야. 아직 붓기가 다 안 빠져 그렇지, 두 달만 지나면 이 새끼보다 내가 훨씬 나을 거라니까? 어차피 싸구려들이랑 놀 바엔 너한테 더 정성들이는 싸구려를 택해. 성의는 돈으로 살 수 없으니."얘는 못 오를 나무는 안 쳐다봐 좋아.""못 오를 나무?" 그는 무릎을 꿇은 채 연희를 올려다보았다. 표정 없는 연희의 얼굴은 정말 드높은 탑처럼 멀고 고고했다. "가게에서랑 연희씨한테 형 얘긴 대충 들었는데, 이렇게 실제로 보니 정말 인상적이다. 참고할게요, 그 자세는." "됐고, 가자, 내 마르티즈. 아, 동민씨. 호박즙 많이 먹어. 안 먹는 것보단 나을 거야." 연희와 남자가 거짓말처럼 멀어졌다.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그를 몇몇 사람들이 흘끗 보았다.그는 공항 출구로 걸어 나가며 셔츠 단추를 풀었다. 정말로, 심리적인 이유가 아니라 실제로 산소가 몸에 안 들어오는 듯했기 때문이다. 붓기가 가라앉으면 재수술 받을 병원을 알아봐야겠다, 생각했다. '바비'의 남자친구 '켄'처럼, 외모뿐 아니라 늘 구김 없는 미소를 짓는 귀족적인 아이덴티티까지 실리콘과 코히시브 젤처럼 이식해 주는 병원을. 휘청거리는 그의 앞을 추월한 사람들이 택시를 가로채 빠르게 달아났다. 붓기와 흉살을 낱낱이 드러내는 밝은 햇빛 속, 온몸이 붕 뜨듯 어지러웠다. 큰 수술 시 과다 출혈로 인한 후유증 중 하나, 일시적 빈혈일 거라 생각하며 그는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2017-01-01 경인일보

[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시부문 당선소감/성영희

당선통보를 받는 순간 일생을 통틀어 가장 즐거운 귀를 경험했습니다. 수화기 반대쪽 귀를 다른 한 손으로 감싸며 이 순간이 제발 꿈으로 빠져 나가지 않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깜깜하게 닫혀 있던 귀를 열고 그 안쪽에 싱싱한 해조류 한포기 착생하는 듯 짭조름한 눈물이 고였습니다. 돌에서도 꽃이 필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미역귀, 바짝 마른 미역귀를 물에 담그면 양푼 가득 푸른 바다는 수돗물에서도 탱탱하게 부풀곤 했습니다. 그건 마지막 숨결들을 풀어 놓는 일, 마르기 전의 물살을 기억해내는 일이었습니다. 제 몸을 원래대로 부풀리는 일, 잊지 않겠습니다. 시란 세찬 물길 속에서 소용돌이로 붙어사는 미역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흔들릴수록 어지럽고 어지러울수록 세찬 파도가 더욱 그리운 돌미역 같은 것. 귀를 잃고 난청을 앓는 돌과 바짝 마르면서 웅크린 미역귀처럼 다시 파도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몇 차례의 최종심에서 탈락하면서 깜깜하게 닫혀가던 내 귀에 천 번은 더 흔들려야 비로소 한 줄기 물살로 피어나는 미역귀처럼, 귀를 열고 다시 겸허해지라는 파도의 전언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주일은 뒤늦은 세례를 받은 날이었습니다. 길고 험한 파도를 지나 기도하는 삶을 선택한 저에게 찾아온 응답이 순은으로 아름답군요. 부족한 시를 끝까지 놓지 않고 격려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경인일보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시 쓰는 딸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기시며 마지막손을 꼭 쥐어주셨던 아버지와 홀로 남으신 어머니께 가장 먼저 이 영광을 드립니다. 시 쓴다고 아내로 엄마로 부족하기만 했던 저에게 묵묵히 응원의 힘을 실어준 남편과 딸 다영이와 아들 연욱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 전하며 늘 든든한 방파제가 되어주신 문우님들과 이 기쁨을 함께 합니다.

2017-01-01 경인일보

[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시 심사평/신달자 시인·유성호 평론가

바위·미역이 엮은 바다풍경 '우리모습'2017년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는 참으로 많은 분들이 응모해주셨다. 그 매체적 위상이 하루하루 높아져가는 경인일보에 수준 높은 작품들이 이렇게 많이 투고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소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사위원들은 본심에 부쳐진 작품들을 여러 차례 읽어가면서, 많은 작품이 만만찮은 안목과 역량을 보여주었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시단에서 주류를 형성한 시풍을 답습하거나 판박이에 가까운 관습적 언어를 보여주는 대신, 스스로의 경험적 구체성에 심의를 쏟은 것도 썩 긍정적으로 생각되었다. 이 모든 것이 한국 시의 좌표를 새롭게 개척해가려는 생성적 면모일 것이다. 심사위원들이 주목해서 읽은 분들을 가나다순으로 밝히면 강성애, 고은진주, 김기란, 김문숙, 나혜진, 성영희, 오세정, 이동우, 임상갑, 하예주 씨 등이었다. 오랜 토론과 숙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성영희 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당선작으로 결정된 성영희 씨의 '미역귀'는, 바위에 달라붙은 미역줄기의 외관과 생태와 속성을 활용하여 인생론적 깊이를 드러낸 수작이다. '귀'로 살아가는 미역은 비록 깜깜한 청력을 가졌을지라도 언제나 파도처럼 일어서는 '돌의 꽃'이다. 그런데 미역을 따고나면 바위는 난청을 앓게 되고, 그렇게 바위와 미역이 구성하는 바다 풍경이 잠에서 깬 귀를 열어 다시 햇살을 읽어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쫑긋쫑긋' 삶의 이치를 듣게 되는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은유해준다. 다른 출품작들도 균질적인 성취를 보여 크게 믿음이 갔다. 더욱 성숙한 시편들로 경인일보의 위상을 높여주기 바란다.당선작에 들지는 못했지만, 구체성과 심미성을 갖춘 언어를 통해 자신만의 미학적 성채를 구축한 사례를 많이 발견하였다는 점을 덧붙인다. 대상을 좀 더 일상 쪽으로 구체화하여 우리 주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타자들을 애정 깊게 응시한 결실들도 많았다. 다음 기회에 더 풍성하고 빛나는 성과가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 이번 응모자 여러분의 힘찬 정진을 마음 깊이 당부 드린다.■심사위원신달자(시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심사위원 신달자(왼쪽) 시인과 유성호 평론가가 출품작을 살펴보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17-01-01 경인일보

[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소설부문 심사평/김별아 소설가·방민호 평론가

신인의 패기 '호스트바' 정면으로 다뤄"욕망과 교환의 세계를 묘파한 수작."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 심지어 일말의 개연성도 없이 지독히 작위적인 하급이다. 이런 마당에 기어이 쓰는, 쓸 수밖에 없는 소설이라니! 161편의 응모작 중 심사자들이 마지막에 논의한 작품은 4편이다. '시취의 기록'은 문장이나 표현은 안정적이나 소재들이 분산되어 명료한 주제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불분명한 복선 등 혼란스러운 디테일을 정돈할 필요가 있다. '초대'는 안정된 문장에 소설적인 구조를 갖췄으나 결말 처리가 미흡하고 주제가 이야기를 앞서 끌고 나가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포근하고 복슬복슬한'은 있고도 없는 '토끼'를 잡는 헛짓을 통해 대기업이라는 조직의 허상을 드러낸 우화다. 일단 잘 읽히고 세부적인 장면 묘사가 생생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영논리의 야만성을 드러내기에는 비유와 상징이 허술하고 철지난 것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켄의 세계'는 이를테면 황석영의 1974년 작 '장사의 꿈'의 2016년 판으로, 근래에 뜻하지 않게 온 나라의 평범한 사람들까지 엿보게 된 '호스트바'와 '선수'의 세계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전망과 출구를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욕망과 교환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파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인다운 패기와 신인답지 않은 성실성이 당선작으로 결정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세상은 중하고 급한 문제들로 가득 차 있고 많은 소설들이 세상보다 뒤처진 채 허덕거린다. 시대와 세태의 변화를 예리하게 감지하는 촉수를 곤두세우고 다만 반걸음이라도 세상을 앞서 나가려 애써야 마땅할 터이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당선자를 포함한 모든 쓰는 이들의 용맹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김별아(소설가)방민호(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교수)심사중인 김별아(왼쪽) 소설가와 방민호 평론가.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17-01-01 경인일보

[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총평

일상속 소재 끈질긴 관찰과 상상 즐겨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은 최은의 단편소설 '켄의 세계'와 성영희의 시 '미역귀'다.소설 심사위원들은 예·본심 모두 고심을 거듭했다. 160여편의 원고를 거듭 살펴본 후에 '켄의 세계'를 선택했다. 방민호 심사위원은 "자신의 세계를 잘 세워 올린 소설"이라며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평했다. 당선자 최은 씨는 소설쓰기를 시작한 지 2년 남짓 된 신예로, 직장에 다니면서 쓰고있다. 최씨는 "출판사에 다닌 경험이 있어 책과 가까웠고, 소설강좌를 들으면서 쓰기 시작했다" 며 "일상에서 보고 듣는 것들 중 마음에 담기는 것에 상상력을 더해 소설로 만드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시부문 당선자 성영희 씨는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시쓰기를 좋아했다고 밝혔다. 그는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라며 "현재는 국문학 공부를 하며 시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일상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들을 소재로 한 생활시를 즐겨 쓰던 그는 식탁 위에 오른 미역귀를 끈질기게 관찰하고 상상했다. 성 씨는 "고향이 바다라 바다를 소재로 한 시가 많았다. 바다에서 나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시에 담겼다"고 말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2017-01-01 민정주

[2017 경인일보 신춘문예]소설부문 당선소감/최은

정신없이 바쁘던 오후, 진동하는 핸드폰을 보고도 못 받았다. 일하는 데가 창구라 개인 전화는 편히 못 받는 편이다. 곧이어 울리는 회사 전화는 재깍 받아, 매번 하는 똑같은 멘트를 읊었다. 말하며 그간 신문사 기자 고객은 못 접해봤다고 생각하는데, 당선 소식이었다. 그날 오후는 업무 실수를 하지 않았나 두 번, 세 번 살펴봐야 했다. 대학 졸업 후 어떤 식으로든 거의 쭉 돈을 벌어왔다. 모든 사회인이 그렇듯 때론 똥밭을 구른다고 생각될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직장인이라는 정체성이 좋았다. 자신의 어떤 것을 세계에 내다 팔며 자기를 먹여 살리는 일은 그 자체 지고의 예술이다. 운 좋게 진짜 예술의 영역에 첫 발을 내딛게 됐지만, 평범한 직장인일 수 있는 사람이 예술도 잘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예술은, 좋은 글은 눈먼 채 천상을 더듬는 태도가 아닌 눈이 빠질 정도로 세상을 노려보고, 때론 흙바닥에 혀를 대는 용기이기 때문이다.설탕과자 같은 글, 반대로 단순한 천박과 잔인을 쿨함이라 착각하는 글, 남들 다 살기 힘든데 자기연민이 뚝뚝 흘러넘치는 글, 자족이 소통보다 앞서는 글, 쓰나마나한 글은 안 쓸 거다. 이 화려한 영상 시대에 글이라는 지난 세기의 표현 방식을 붙들고 있다는,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는 좌표 파악에서 늘 출발할 것이다. 기계처럼 바지런히 써 석(石) 중에 옥(玉)을 독자 분들께 최대한 빨리 내밀고 싶다.졸고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 강영숙 선생님, 격려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2017-01-01 경인일보

2017년 부동산 시장 전망, 경기도내 관심지역은?

주택금융 심사강화 연장선 보합세 전망올 38만가구 입주 2000년이후 최대물량청약경쟁률 저조·수익형 오피스텔 눈독 GTX·SRT개통 인접지 '후광효과' 기대희소가치 높아진 공공택지지구 큰 관심2017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면 대한민국 경제는 극심한 내수 부진과 소비 위축으로 그야말로 힘겨운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달랐다. 물론 정부의 규제 강화 조치가 잇따르면서 다소 출렁임도 있었지만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은 그래도 호황을 누린 것은 틀림없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정부의 주택 금융 규제가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수요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은 클 수밖에 없고 결국 부동산 시장, 엄밀히 말하면 주택 분양시장은 일정 부분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2017년 경기·인천지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과 함께 관심 지역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정부의 규제 조치 연장선 늘 그렇듯이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규제 강도에 따라 심하게 출렁였다. 우선 지난해 2월 수도권을 시작으로 담보대출 규제인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초반부터 심리적인 부분은 타격을 입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풍부한 유동자금은 분양권과 신규 아파트 시장으로 진입했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와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수요가 청약시장으로 몰리면서 그야말로 부동산 광풍이 불었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정부에서는 '8·25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줄이고 주택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해 가계부채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수요자 규제 보다는 공급량 조절에 초점을 맞추면서 투자자들은 희소성에 더욱 주목했고 재건축과 신규 분양시장에는 더욱 돈이 몰렸다. 좀처럼 꺼지지 않는 가계부채 문제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는 또 다시 '1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과 경기도 내 일부 대도시에 대해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연장 조치를 내놓으면서 점차 투자 수요는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대책 발표 후 해당 지역에서는 일부 거래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렇다면 2017년은 어떻게 될까?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특별한 완화책이 없는 한 전체적으로는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특히 상반기 분양시장은 지난해와 달리 청약경쟁률이 저조할 가능성이 높고 일부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높은 오피스텔을 비롯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관심을 돌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7년 부동산 시장 변수에 주목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8만여 가구에 달해 2000년대 이후 역대 최대 물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8만 가구보다 34% 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전체 물량의 45%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따라서 과잉공급 문제에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내외적인 여건이 바로 2017년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이중 당장 1월부터 시작되는 주택금융 규제는 시장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 분양하는 아파트의 잔금대출에 현 주택담보대출의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만큼 당장 대출 통로가 막히면서 청약시장은 물론이고 매매시장까지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이를 증명하듯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2017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에서 전국 평균 주택 매매가가 0.8%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값 상승률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제시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8년만이다.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입주 물량이 쏟아지고 금리 상승 압박을 받으면서 하락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도 내 부동산 관심 지역최근 갤럽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주택을 살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 '교통환경(52.4%)'이 꼽혔고, '경관 쾌적성'(16.3%), '지역발전 가능성·투자 가치'(11.9%), '주변 편의시설'(10.0%), '학교·학군 등 교육시설'(5.1%), '가격'(3.1%) 등이 뒤를 이었다.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짐작해보면 경기도 내 부동산 관심 지역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와 SRT(수서발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인접 지역의 후광 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수도권 남부지역 최대 호재로 꼽히는 SRT가 지난 12월 9일 개통하면서 들어선 화성 동탄역(동탄2신도시)과 평택 지제역 인근은 올들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유독 높다. 이와 함께 정부의 공급축소 정책으로 인해 희소성이 높아진 도내 공공택지지구에 대한 관심도 크다. 성남시 고등동과 시흥동 일대 고등보금자리지구는 2018년까지 4천200가구 규모의 공공택지지구로 개발한다. 입지적으로 강남과의 접근성이 좋고 판교창조경제밸리, 판교테크노밸리와 가까워 입지여건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또 하남 감일지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하는 공공택지지구로 2020년 준공을 목표로 한창 개발중이다. 입지적으로 서울 송파구와 인접해 있고 위례신도시와 가깝다. 오산택지개발지구 역시 동탄2신도시와 1km거리 내에 위치해 있어 오산시와 동탄신도시의 생활인프라를 양쪽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관심이 높다.반면 전통적인 인기지역으로 꼽히던 과천과 성남, 용인, 동탄2신도시, 남양주 등지는 정부의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일부 규제가 적용되면서 당분간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의 경우 분양권 전매 제한규제와 상관없이 공급물량이 상대적으로 많고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동탄2신도시와 다산신도시 등에 들어설 분양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 수요가 주춤한 경향은 짙어지겠지만 지방과 달리 경기지역 청약시장은 일시적으로 호황을 누릴 가능성도 크다"며 "하지만 예년과 달리 올해 유망지역이라고 찍어 언급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le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용인 지역 아파트 대단지 전경. /경인일보 DB평택시 지제역을 출발하고 있는 수서고속철도(SRT). /연합뉴스

2017-01-01 이성철

2017년 인천 주목할 부동산지구

부동산 시장 리드 '경제구역' 공급 러시10년만에 택지 개발 시동 검단새빛도시사통팔달 수도권 마지막 大신도시 '눈길'인구유입 증가 하늘도시 신흥강자 부상송도·청라 식지않는 열기 구도심도 가세새해 인천에서 눈여겨볼 부동산 지구로는 택지개발 예정지구 지정 10년 만에 토지 공급을 본격화하는 검단새빛도시가 꼽힌다. 인천지역 부동산 시장을 이끌어 온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도 토지나 주택 공급이 계속될 전망이다.검단새빛도시 사업은 인천 서구 원당·당하·마전·불로동 일원에 11.2㎢ 규모의 택지를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총 사업비 10조9천674억원을 투입해 18만3천670명(7만4천736세대) 규모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이다.지난해 택지 공급을 본격화할 계획이었지만, 사업 지구 내 '스마트시티 코리아' 사업과 관련한 협상이 이어지면서 공급 일정이 늦춰졌다. 최근에 기반시설 공사와 공동주택 용지 1개 필지 개발을 담당할 건설사로 우미건설(주)가 선정되면서 사업이 재개됐고, 올해 단계별로 택지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다.검단새빛도시는 수도권에 마지막 남은 대규모 신도시라는 점에서 건설사의 택지 확보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단새빛도시는 인천 도심 17㎞, 서울도심 20㎞ 거리에 위치한 수도권 서북부 중심지로 우수한 교통여건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는다. 도시 내외에 있는 우수한 자연 환경을 연계한 개발도 예정돼 있다. 도시 남측에는 산업단지를 조성해 자족기능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위치도 참조그러나 정부가 '8·25대책'에서 택지 공급을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계획대로 검단새빛도시 내 택지 공급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단새빛도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인천도시공사가 각각 50% 지분을 가지고 사업을 시행하는데, LH의 경우 8·25대책에 따라 신규 택지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검단 스마트시티 코리아 사업 무산이 검단새빛도시 사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검단 일대를 4차산업 중심지로 육성하는 스마트시티 코리아 사업 관련 인천시와 두바이 측 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이 일대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줬다.인천 서구 마전동에 골든키공인 이영찬 대표는 "스마트시티 대상지와 인접한 원당동의 경우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아파트 매매가가 5천만~7천만원 가량 올랐다가 다시 가격이 빠진 상태다. 부동산 등에서도 조심하는 경향이 커졌고 현재 거래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검단새빛도시의 경우 인근에서 깨끗한 새집에 대한 수요가 있고, 서울이나 경기도 지역 접근성도 좋아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검단 지역 분양이 시작되면서 광고가 이뤄지면 검단의 잠재력을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인천 부동산 시장을 대표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영종하늘도시가 신흥강자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종하늘도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공동주택용지 대량 해약사태가 발생하면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올해 영종도에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준공(하반기), 국내 최초 카지노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개장(상반기) 등이 예고되면서 영종에 대한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지난해 영종하늘도시에서는 7년 만에 신규 분양 아파트인 '스카이시티자이'가 공급된 뒤 아파트 분양이 잇따랐다. 도시 내에 단독주택용지 등 1천억원 규모 토지가 평균 3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되는 등 공급된 토지 매각 성적도 좋았다.한국감정원 인천지사 조사통계부 길동선 부장은 "새해 인천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지역이 영종도라고 생각한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파라다이스시티 개장에 따라 신규 투입 인력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구 유입이 많아지면서 아파트 등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핵심 지역인 송도국제업무지구(IBD)에서 마지막 아파트 분양 물량이 나올 전망이라 투자자와 실수요자의 관심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로 조성 중인 송도 6·8공구뿐만 아니라 11공구에서도 아파트 분양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송도 6·8공구 내에서는 연초까지 대규모 개발을 추진할 사업자를 찾는 공모가 진행돼 그 결과에 부동산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청라국제도시에서는 새해에 막바지 아파트 분양이 이뤄질 전망이다. 청라에서는 최근 청라시티타워, 국제금융단지 등 장기간 지지부진하던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지역 활성화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앞서 보성산업은 청라국제도시 일대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보성타운'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인천 구도심에서는 2만여세대 규모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 공급이 있을 예정이라 이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영향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지 10년 만에 본격화하는 인천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에 따라 인천 서북부 지역 부동산 시장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검단신도시 전경.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영종하늘도시 전경. /경인일보 DB

2017-01-01 홍현기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