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창간 74주년 기획]한일 경제전쟁 '기해왜란' ②

일부 정치인 '일본 옹호' 여론 뭇매'반일 프레임 눈치' 공연·출판 취소 스포츠용품 '실력 직결' 교체 고민친선시합 거르거나 전훈 백지화도■ 때 아닌 신(新) 친일파 논란여야는 지난 7월 22일 일본이 수출규제 방침을 발표한 이후 대응 방안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 배제 등 경제보복 조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가 불발된 책임을 물으며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맹비난했고, 한국당은 민주당이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국민 편가르기로 내부 분열에만 힘을 쏟는다고 성토하며 '친일·반일 프레임'을 들고 나온 여권에 도리어 '신 친일파'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이후 '신 친일파'란 신조어가 생겼는데 일본 아베 정부를 두둔하고 나선 일부 엄마부대 등이 대표적인 '신 친일파' 또는 국내 친일 매국세력을 표현하는 '토착왜구'로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들은 일본 자본이 투입된 국내 기업들에 대한 정당 활동에 나섰다가 대표적 친일파인 이완용 등과 합성한 영상이 각종 SNS와 '유튜브'에 올라오는 등 곤욕을 치렀다.■ 연예계는 단속(團束)국내 여론이 격화되면서 기해왜란 움직임은 각계각층으로 번지고 있다. 심지어 일본 관련 콘텐츠를 소재로 방송하는 '유튜버'나 일본의 대표 견종인 시바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친 일본 성향으로 낙인이 찍히고 있다. 그리고 이 불씨는 연예계 등 대중문화계로까지 옮겨 붙고 있다. 연예계에선 이미 SNS 경계령이 내려진 상태다. SNS에 일본 관련 글을 올릴 경우 누리꾼의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인데 이 파장은 일본 관련 제품의 광고모델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요계도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권 안에 들어갔다. 중국의 한류 금지령으로 활동 반경을 일본으로 옮긴 한국 가수들은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공연계는 비상(非常)공연계도 몸 사리기에 나섰다. 추가 공연 논의가 무산되거나 일부 공연을 자체 취소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데 일본 내 반한(反韓) 기류로 인한 피해보다는 국내 반일 감정이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한국 인형극단 '예술무대산'과 일본 그림자극단 '가카시좌'가 5년간 워크숍을 거쳐 만든 어린이 대상의 그림자 인형극인 '루루섬의 비밀'은 최근 연말 공연계획이 모두 무산됐다. 또 일제강점기 연극 통제 정책에 따라 시행된 '국민연극제' 참가작으로 친일적 요소가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던 연극 '빙화'도 전격 취소됐다. 국립극단은 9월부터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다.국립극단 관계자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친일 연극의 실체를 드러내 부끄러운 역사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면서 "하지만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국민들의 심려에 공감해 작품을 무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려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출판계는 이상(異常)출판계에선 일본 서적 출간을 미루거나 작가 방한 행사를 취소하는 반면 일본 관련 역사서적의 매출은 급증하고 있다. 일본 소설 스테디셀러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현대문학)의 7월 판매량은 6월 대비 22% 감소했고, 6월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케이도 준의 '한자와 나오키'(인플루엔셜)의 판매량은 39% 줄었다.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삭제한 이후 일본 소설 및 행사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본과 관련된 역사·사회서는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쓴 '반일 종족주의'(미래사)는 지난 8월 둘째 주 인터넷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데 이어 9월 둘째 주(9위)까지 매주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스포츠계는 눈치일본 불매운동으로 시작된 기해왜란에 스포츠계는 눈치를 살피고 있다. 프로축구 일부 구단에선 일본 맥주회사와 맺은 스폰서 계약을 국산 맥주로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프로종목은 계약기간 문제 등으로 인해 일본산 제품을 단칼에 잘라내지 못한 채 추이를 살피고 있다.국내프로야구의 경우 국내 동아제약과 일본 오츠카 제약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동아오츠카가 서브 스폰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동아오츠카와 20년째 수년 단위로 계약갱신 중이라 계약을 파기하기 어렵다. 일본 스포츠브랜드 데상트의 유니폼을 착용 중인 LG 구단도 비슷한 상황이다. LG구단은 데상트와 계약기간이 2년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구단 역시 신발뿐 아니라 글러브, 미트, 방망이, 각종 보호장구 등을 일본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력과 직결되는 만큼 쉽게 바꿀 수 없다. 프로농구도 일본 몰텐이 제작한 공인구를 사용하고 있다. 신발도 아식스와 미즈노 제품을 많이 신는다. 이 역시 경기력 유지를 위해 시즌 중 교체를 하지 못하고 있다.반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로 인해 경기도체육계는 수년간 이어온 교류 활동을 비롯해 프로배구단과 종목단체들의 전지훈련 일정을 모두 취소되거나 무기한 보류했다. 도내 한 지자체는 일본 시마네현에서 진행하려던 '39회 한·일 우호도시 친선교환경기'를 취소했다. 도내 A육상팀도 오는 11월 일본 오키나와 현에서 진행하려던 전지훈련을 전면 백지화하는 등 기해왜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심지어 일부 시민들은 1년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주장도 제기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보이콧을 할 경우 우리 선수단 피해와 함께 2032년 남북 공동 올림픽 유치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실효성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2019-10-06 김종찬

[창간 74주년 기획]한일 경제전쟁 '기해왜란' ①

불화수소 등 소재산업 높은 日의존수출규제에 대기업 비상경영 돌입"제2의 독립운동을" 국산화 불붙여정부도 기술확보 등 지원사격 나서한·일 간 전면적인 '경제전쟁'이 현실화되면서 전국적으로 '보이콧 재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은 일본의 경제보복을 '제2의 주권침략'인 '기해왜란(己亥倭亂)'으로 규정하고 일본에 맞서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시민은 '신 독립군'을 자처하며 '제2의 독립운동'을 선언하는 등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시민들의 분노는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초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며 격화됐다. 일본 여행 자제와 일본 상품 불매운동처럼 경제·사회분야에 한정되던 반일운동은 이제 스포츠·대중문화 등 사회 전 분야로 확장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민들은 서울 광화문광장과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잇따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규탄하는 촛불 문화제를 열거나 일본 국적 연예인들의 퇴출운동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항일운동', '죽창' 등의 한 세기 이전에 거론된 역사 속 단어들이 SNS에 난무하고 '토착왜구', '신친일파' 등의 신조어들도 시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기해왜란 발발(勃發)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7월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를 비롯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액정표시장치(LCD) 등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불화폴리이미드를 한국 수출과 제조 기술 이전에 대한 포괄적 수출 허가제도 대상에서 제외했다. 허가 신청 면제 등의 우대 조치를 해제한다는 것으로 일본 정부의 신청 및 승인 시 최대 90일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의 수출 타격이 불가피한 것인데 불화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90%, 불화수소는 약 70%를 일본이 점하고 있다.경제산업성은 또 지난 8월부터 한국을 외국무역법상의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했다. 대상에서 제외되면 일본 정부 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자 우리 정부는 곧바로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대응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기 시작했고,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보이콧 재팬'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각종 인터넷 및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에선 일본의 경제전쟁을 임진년(壬辰年)에 침입한 일본과의 싸움인 임진왜란에 빚대어 표현한 기해년(己亥年)에 벌어졌다 하여 기해왜란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제2의 독립운동 선언기해왜란이 발발한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각 업체는 소재 재고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일본의 의존도가 높은 제품에 대한 국산화에 나섰고, 당·정·청은 대응책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청와대와 정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화이트국가 제외 이후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고 뜻을 모았다. 특히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것과 연계해 "제2의 독립운동 정신으로 한·일 경제대전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일본의 도발을 놓고 '비겁한 무역보복'이라며 '제2의 독립운동'을 한다는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시민들의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기해왜란에 반발해 출시된 일본 제품 목록과 대체 국산품을 알려주는 '노노재팬' 앱을 다운 받아 일본제품 불매 운동에 나섰다. 아울러 도내 시민단체는 일본 경제보복을 겨냥한 강연을 잇따라 열거나 도내 곳곳에서 일본 군국주의를 규탄하는 촛불 집회를 개최하는 등 일본의 경제 식민지화 계략에 반발하고 있다.■ 탈(脫) 일본화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우리나라는 소재 국산화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지만 핵심 소재는 해외, 특히 일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핵심 소재 국산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더욱 크게 냈다.정부 역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우리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적극 지원한다. 이를 위한 정책금융기관 중심 'M&A 인수금융 협의체'가 지난 8월 말 공식 출범·가동됐다. 금융위원회를 비롯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이 포함된 협의체는 전략물자 등 국내 밸류체인 핵심품목 중 기술 확보가 어려운 분야는 M&A를 활용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정부는 이들 국책 은행을 중심으로 2조5천억원 이상 인수자금 지원, 자문·컨설팅, 사후통합관리(PMI) 등을 종합 지원한다. 국회도 현재 2천732억원 규모의 일본 수출규제 지원 관련 추경예산을 통과시켰고 1조8천억원 상당의 목적 예비비를 편성해 놓은 상태다. 국산화도 연이어 성공하면서 일본의 경제보복을 무력화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조만간 기존에 사용하던 일본산 불화수소를 100% 국산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달 초부터 대만산 불화수소를 수입해 가공한 제품을 일부 양산 라인에 시험 적용하고 있다./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2019-10-06 김종찬

[창간 74주년 기획-공정한사회]20대들의 '억울함' 풀어낼 방도는

접근어려운 학종정보… 평범하게 내신관리·수시에 목매비슷한 시기 인턴·논문 활동 등 유명인 자녀에 뒤떨어져■ '평범해서 안돼'취재진이 만난 청년들은 비교적 평범한 이들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서울 4년제 대학을 다니고, 토익·오픽·한국사 등 이른바 취업을 위해 갖춰야 할 각종 스펙을 성실히 쌓아온 청년들이다.하지만 이들이 인터뷰 중 가장 많이 쏟아낸 이야기는 "죽어라 노력해도 안된다"는 것이다. 노력해도 안되는 이유에 대해 그들은 '평범해서'라고 했다.올해 나이 서른을 기준으로 현재 20대 청년들이 대입을 치른 시기는 '입학사정관제'로 출발해 '학생부종합전형(이하·학종)'에 이르는, 정시보다 수시가 대세가 된 대입제도 변화가 컸다 .그러나 인터뷰에 응한 이들 모두가 '학종'은 다른 세계 이야기였다고 말한다. 김포의 인문계고를 졸업한 박모(22)씨는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서울의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박씨는 "솔직히 일반고에선 학종 정보가 거의 없어 쉽게 접근이 안된다. 애초에 학종은 생각도 안했고 내신을 잘 받아 수시로 가는 계획만 짰다"고 말했다.입학사정관제 도입시기인 2009년에 고3이었던 유모(30)씨도 "그때 입학사정관제가 막 활성화됐다고 하지만 정보가 없었다. 논술이나 내신, 수능을 잘 챙기는 것 밖에 방법을 몰랐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대입 준비를 위해 조국 장관의 자녀가 대학연구소 인턴과 논문 활동 등에 참여했던 것과 비교된다.현재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해 서울 유수의 대학들이 학종으로 선발한 학생 중 30~40%가 특목고, 자사고이거나 서울 강남 등 특정 학교·지역에 몰려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에 비해 강원도, 전라남도교육청 등이 발표한 학종 합격사례집을 살펴보면 이들 지역서 '인서울 대학'을 학종으로 합격한 학생 중 대다수가 '지역균형' '농어촌전형'이다. 부모 경제력·사회적 지위에 따라 시작부터 달라지는 환경사회적 이슈 밑바탕에 깔린 빈익빈 부익부 인식 해소 시급■ '부모' '사는 곳' 환경이 만든 차별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대 청년 심리·정서 문제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통계정보와 '정신질환실태조사'에서 최근 5년간 우울증과 불안증을 겪는 20대 환자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 현상에 대해 보고서는 "20대를 둘러싼 환경, 즉 취업난, 극심한 경쟁, 부의 양극화와 다중 격차, 과도한 스트레스 환경 등 우리 사회의 구조와 맞닿아 있다"고 진단했다.그러면서 "청년들은 '능력주의 신화'가 손에 닿을 수 없는 신기루와 같고, 현실에서는 부모의 부나 계층,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모든 기회가 차별적으로 주어지며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보다는 부모의 부 또는 지위가 자녀 세대의 미래를 결정짓는데 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그래서일까. 인터뷰에 응한 청년들 모두가 '억울함' '패배의식'을 토로했다. 용인에 사는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나도 영어 과외 정도의 사교육을 받으며, 그런대로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열심히 살았다"며 "숙명여고 시험지 사건이나 조국 딸 사건을 보면 부모의 직업과 지위에 따라 자녀의 성적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업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회사는 인턴이나 타 회사 등의 경력을 요구하는데, 작은 곳이라도 인턴 경쟁이 워낙 높아 아무나 못 들어간다. 말은 신입사원인데 진짜 신입은 설 자리가 없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이들은 조국 자녀 논란의 기저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깔려 있다고 판단했다. "자기가 조국과 같은 위치에 있으면, 자녀 교육을 위해 같은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주변 어른들도 꽤 있다. 돈만 있으면 어릴 때부터 자녀들 영어유치원 보내, 그것도 모자라 외국으로 유학까지 보낸다. 그렇다 해도 입시·취업 등 분야에서 평범한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공정성'은 담보해야 하지 않을까."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2019-10-06 공지영

[창간 74주년 기획-공정한사회]전문가 제언

합격선 알수없는 학생 '불안감'사교육·자사고 쏠림현상 유발■학교 교사"정보의 양극화가 대학은 물론, 고교 서열화를 더 극심하게 만든다."경기도 학교에서 진로와 진학 상담을 하는 교사들은 대학 입시에서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각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합격 수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20학년도 각 대학의 학종 선발비중은 서울대 78.5%, 고려대 61.5%, 서강대 55.1% 등이다. 주요 15개 대학들의 학종 비중은 43.8%에 달하는 만큼 학종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결코 적지 않다.교사들은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인 역량을 점검하는 학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정보 부재로 인해 '깜깜이 전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만큼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노동기 인덕원고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분야나 무엇을 공부할지 찾을 수 있는 것은 학생부 종합전형의 장점"이라며 "하지만 깜깜이 전형이라 비판받는 것은 어느 정도 수준이 합격선인지 알 수 없어서다. 학종 관련 사교육 컨설팅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또 "각 대학이 학종 평가기준을 가늠할 수 있는 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많이 공개해야 한다"며 "합격선에 대한 예시 자료들이 나온다면 학생의 불안감도 같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특목고나 자사고가 성황인 이유도 깜깜이 정보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황우원 성문고 교사는 "학종 정보가 많지 않아 대입에서 일반고가 특목고에 비해 불리하다는 오해도 나온다"고 말했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니 학생들끼리 끝도 없는 '스펙 쌓기' 경쟁에 몰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부 정보를 공개하면 합격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정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엘리트 철옹성, 사회논의 필요정당법 개혁 등 참여확대 주장■청년단체"현재 청년들이 느끼는 분노는 3년 전 화두였던 '흙수저론'때보다 더 큰 박탈감이다."조국 사태로 촉발된 청년들의 분노에 대해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물고 태어난 수저 색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월한 가정과 배경이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품앗이를 통해 그들만의 엘리트 기득권을 더욱 견고하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분노가 더욱 커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년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 사건을 비롯해 나경원·김성태 의원 등의 자녀 특혜의혹 등으로 발생한 사회 갈등을 소수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부모의 권력과 재력을 이용해 엘리트 계층의 자녀들이 수월하게 사다리를 오르는 비뚤어진 사회구조를 인정하고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청년들의 분노를 해묵은 정치논리로만 해석하고 풀어가는 데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직접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욱 수원경실련 사무국장은 "청년세대가 직접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결사체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 '정치세력화'해야 사회적 논의의 중심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대 정당이 중심이 된 한국 정치에서 정당 활동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아 기존 정당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유 국장은 "청년들이 정당 등 자율적 결사체를 만들고 활동할 수 있게 제약을 대폭 완화하고, 정당법이나 선거법 개혁을 통해 청년들이 정당정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고 말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2019-10-06 이원근·손성배

[창간 74주년 기획-공정한사회]분노하는 20대, 박탈감의 정체는

실제로 드러난 영화·드라마속 권력층의 뒷모습들사회생활 시작하기 전부터 좌절 맛본 청년들 한탄정치·진영논리 해석보다 심각성 제대로 마주해야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법일까. 촛불을 들어 정권 탄생에 기여한 20대 청년들이 조국 장관의 자녀 논란을 계기로 다시 촛불을 켜고 현 정권을 비판하고 있다. 지난 정권 뿐 아니라 현 정부 들어서도 대통령과 여권의 20대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추세였다.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조국 사건을 두고 여권 인사들이 20대에게 쏟아낸 말들은 '불 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다. '야당의 정치공세'나 '가짜 뉴스' 등으로 20대의 분노를 조소하며 진영 논리로만 대응하고 있고, 야당 역시 잘못된 구조를 개혁할 대안이나 의지도 없이 죽어라 대통령과 여당만 공격하는 모양새다.정말 그들의 해석대로 '철 모르는 20대'들이 어른들의 정치 싸움에 놀아나는 걸까. 이른바 한국사회에서 성공의 공식처럼 여겨지는 서울 명문대학의 학생들이 일제히 촛불을 든 것이 비단 정치 혹은 진영의 논리로 해석될 수 있을까.창간을 맞아 20대 독자들의 분노를 공감해보기로 했다. 그들이 느끼는 박탈감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평범한 20대 독자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20대 청년들의 삶을 종합해 가상의 인물 A씨를 만들고, 논란이 된 유력인사의 자녀들의 삶을 종합한 가상의 B씨를 탄생해 그들이 걸어 온 삶을 비교했다. 또 20대 청년들이 바라는 '공정'과 '희망'을 담았다. → 편집자 주"영화 기생충에서 숨겨진 실체를 보고 났을 때 느꼈던 비참함을 현실에서 느끼고 있는거지." 올해 나이 서른. 서울 4년제 대학을 나온 취업준비생인 그는 수도권의 평범한 인문계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학여행을 외국으로 가지는 못하는 학교', '매년 문·이과에서 서울대학교를 각 1명씩 보내는 학교'쯤 된다."맹모삼천지교 알지? 맹자 엄마가 아들 교육을 위해 이사만 3번 했다잖아. 사실, 우리 부모님도 내가 조금 더 나은 고등학교를 다녔으면 하는 마음에 집을 옮기셨어. 강남 8학군은 아니더라도, 소위 '꼴통' 학교는 가지 않을 수 있었지. 그 당시 엄마는 '큰 꿈은 못 꾸더라도, 이사를 해서 조금 더 나은 학군으로 가자'고 하셨지."그는 고등학교 3년 간 전교 10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공부를 곧잘 했지만 수능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재수를 결심했다. "나는 유명하지 않은 재수학원을 다녔는데, 학원을 알아볼 때 엄마가 무척 미안해하던 게 생각나. 그때는 몰랐어. 엄마가 왜 미안해했는지. 지금은 왜 그랬는지 조금 알 것 같아. 아들이 좋은 분위기에서 공부하길 바랐겠지. 없는 자식들은 거기서부터 소외된다고도 생각했을 거야."그래도 대학에 들어가면 수월할 줄 알았다. 하지만 취업의 벽은 대입보다 더한 철옹성이었다. 대학 졸업 후에도 3년 째 취업을 준비 중인 그는 매일 보이지 않는 벽을 마주한다. "국내 경기 안좋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무서워. 현대, SK 같은 대기업들은 계속 공채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하고, 그러면 경력을 쌓을 수 있어야 하는데 채용형 인턴은 줄면서 쓰다 버리는 체험형 인턴만 늘더라고. 취업 정보도 격차가 크지. 학교에서 자소서 컨설팅을 받았는데, 이것 저것 쓰지 말라는 이야기만 하는데 도대체 뭘 쓰라는 건지 모르겠어. 별 도움이 안돼." 최근 '조국 사태'를 보며 그는 비참한 감정이 엄습했다. "돈이나 권력을 가진 기득권들은 그들끼리 정보를 공유하잖아. 조국 장관 가족만의 일은 아니라고 봐. 누구 아들, 누구 딸의 취업, 입시비리 우린 숱하게 봐왔잖아. '그들이 사는 세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하나의 파편이 드러나니까 자연스럽게 나와 비교도 되고,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더라고."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저도 열심히 공부했어요. 대입이든, 취업이든 솔직히 노력만 하면 될수 있는 거 아닌가요?" 올해 나이 스물여덟의 B씨는 서울의 유명 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학에 진학했다. 지금은 국내 모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에 재학 중인 B씨가 열심히 공부했던 10대와 20대 시절을 되돌아봤다. 그는 운좋게(?) 교수인 부모를 따라 중학교 2년을 미국에서 보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덕에 영어논술과 면접만 거치면 되는 특례입학 제도를 통해 서울의 한 외고에도 수월하게 입학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B씨는 학교와 부모의 추천을 받아 국내 여러 대학 연구소의 인턴십 과정에 참여했다. 그는 열심히 연구에 참여했고 능숙한 영어실력을 발휘해 연구논문에도 도움을 줬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 청소년을 연결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든 바로 그해, 복지부장관상도 받았다. 그건 생활기록부에 적을 수상실적에 도움이 됐다.미국의 한 과학경시대회에 참여하고자 어머니의 도움으로 국내 유명 대학의 교수에게 실험실을 빌려 실험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노력이다. 더불어 해당 교수의 인턴으로도 일하며 국제학회논문 포스터에 저자로 등재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이렇게 고교시절 차곡차곡 스펙을 쌓은 B씨는 국내 명문대학교에 어학성적(40%)과 학생생활기록부(60%)의 수시 전형으로 입학했다. 손에 꼽을만큼 몇 명 뽑지 않는 수시전형이라 정보를 알아야만 가능했는데, 그는 일찌감치 선택과 집중을 통해 탄탄히 준비, 가능했다. 대학 입학 후에도 그는 쉬지 않고 노력했다. 대입도 그러했듯 취업도 누가 더 좋은 스펙을 쌓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는 운이 좋게 아버지 지인의 친구가 소개한 공공기관 스포츠사업부 계약직 직원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공기업들이 인턴 개념 대신 계약직으로 대학생 인턴을 선발할 때다. 주변의 친구들이 대학생 계약직이란 개념을 모를 때 였는데 아버지를 통해 얻은 정보로 6개월 공기업 인턴 경력을 쌓은 셈이다.그는 이 모든 것을 부모와 함께 열심히 발품 팔아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이야기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2019-10-06 배재흥·김동필

[창간 74주년 기획]2020 제21대 총선 전망 ①

#경인권정치, 지나온 20년이 미래 20년 가른다강산이 2번 바뀐다는 20년. 성년에 이른다는 약관(弱冠)의 세월, 경기·인천의 정치 지형도 수도권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많은 변화와 기록을 남겼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부터 내년 4월 치러지는 21대 총선까지 6차례 총선을 치르면서 인구도 많이 증가하고, 국회의원 수도 전국 최다 의석을 보유하게 됐다. 인구 수에 비례하는 만큼 교통과 문화, 복지 등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고, 경기·인천 로컬 정치는 주민의 요구와 정치권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팔도에서 모여 사는 유권자들의 특성상 영·호남처럼 응집력은 약했지만, 전국 민심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균형추로서 한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온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그래서 여야의 총선 승패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됐다. 역대 총선 결과를 보더라도 '여소야대', '여대야소'의 구도를 결정지었다. 여야 모두가 경인지역의 의석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선거 때만 되면 당직자 수를 늘려 주거나 정책과 예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런 경쟁의 틀에서 2000년 이후 우파와 좌파의 싸움은 계속됐다. 경인지역 의석수만으론 16~20대 총선에서 우파가 한 번, 좌파가 네 번 승리해 '야도'라는 이미지가 있다. 물론 대선판에서는 특정 정파에 힘을 몰아주지 않고 단호한 심판자 역할을 해오면서 정권 교체의 척도가 됐다. 이런 분위기는 21대 총선 승패에도 어김없이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각 당은 수도권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벌써 전략 수립에 한창이다. 아직 구체적인 전략은 나오지 않았지만, 수도권 중도 표심을 얻기 위해 어느 때보다 총력을 다하려는 분위기다. 때론 정책으로, 때론 인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지만 20대 대선을 앞둔 전초전 같은 진영의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이면서 지역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나온 20년 동안 지역 정치권의 변화가 여야의 명운을 갈랐듯, 다가올 20년도 지역 유권자의 손에 의해 대한민국 정당의 흥망성쇠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영·호남 중심 패권에 밀리는 현실 불구73개 최다 의석수로 '정치 위상' 개선돼5번중 4번 진보승… 대선땐 심판자 역할여소야대·여대야소 결정 짓는 '승부처'서청원·이석현 등 국회의장 나올지 주목■ 전국 최대 의석수, "선거 승패 가른다"경기·인천지역 국회의원 의석수는 현재 전국에서 가장 많은 73석(경기 60석, 인천 13석)이다.국회에 계류 중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 추진되더라도 경인지역은 많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의석수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으므로 경인지역 총선 결과가 여야 정당의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의석수가 많다 해서 지역 정치권의 존재감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의석수보다 정치적 입지나 목소리는 작았지만, 나름대로 생활밀착 정치에선 늘 앞서 나간 것이 경인정가의 특징이다.우리 정치사에서 늘 그랬듯이, 영·호남 중심의 패권 정치에 밀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제외한 주택·교통·문화· 복지 등 예산문제와 제도 개선, 삶의 질에 관해서는 나름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고 할 수 있다. 지방보다 의석수가 워낙 많다 보니 최근에는 정치위상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집권여당에선 경인지역 정치인을 각료로 추천하기도 하고, 실제 복수의 인사들이 현재 장관으로 활약하고 있는 점은 지역 정치의 부상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여야 지도부가 이번 21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 정치인을 많이 중용하는 것도 환경 변화 중 하나로 꼽힌다. 그래서 지역 정가에서는 예전부터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이제 산적한 현안에 여야가 따로 없다고 인정하는 만큼, 21대 국회에선 진영의 논리보다 지역 현안과 숙원 과제에 집중하는 로컬정치의 부활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여소야대냐, 여대야소냐 '최대 승부처'현행 국회의원 의석수 기준으로 전체 300석의 20%(60석)를 차지하는 전국 최대 선거구인 경기도는 총선 승리로 가기 위한 민심의 풍향계로 여겨지면서 여야 모두가 '최대 승부처'로 꼽는 지역이다.앞서 치러진 선거를 보면 경기도 표심은 전체 선거구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지난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의 경우 민주당 40석,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19석, 정의당 1석으로 민주당이 도내 의석의 과반을 차지했다. 민주당이 더블스코어의 압승을 거뒀다.민주당은 이에 힘입어 전국에서 123석을 차지하면서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을 뛰어넘어 원내 1당으로 올라섰다. 19대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21석, 민주통합당 29석으로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통합진보당도 2석을 얻었다. 다만, 전체 의석수에서는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을 합친 것보다 많아 승리를 이끌었다. 18대 선거 역시 한나라당은 32석으로 통합민주당 17석을 넘어섰다. 그 결과 전체 의석수에서 한나라당 131석, 통합민주당 66석으로 경기도 선거판도와 비례한 결과를 보이면서 여소야대 국면을 맞이했다. 17대 선거에선 열린우리당이 44석, 한나라당이 17석을 확보했고, 16대 선거에선 새천년민주당이 28석, 한나라당이 23석을 얻었다.여야는 내년 총선에서도 경기도 민심을 얻어야 국정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한 치도 물러섬이 없는 격돌을 벌일 것을 예상된다.■ 국회의장 또 나올까 20대 국회에선 60여년만에 의정부 출신인 문희상 의원이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경기도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국회의장 배출은 경인지역 정치권의 위상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이 기세가 21대 국회에서 다시 재현될지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일단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군은 충분하다. 통상적으로 원내 1당 후보가 의장직에 선출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민주당과 한국당의 총선 결과가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이 가운데 민주당에선 차기 의장 후보로 6선의 이석현(안양동안갑) 의원과 5선의 원혜영(부천오정)·이종걸(안양만안) 의원이 거론된다.야권에선 한국당에서 탈당한 8선의 서청원(화성갑) 의원의 한국당 복귀와 무소속으로 나올 경우 9선에 성공하면 보수 우파의 최다선으로 의장 대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한국당에선 5선의 원유철(평택갑) 의원과 국회부의장을 지낸 심재철(안양 동안을) 의원도 같은 선수로서 당락에 따라 국회의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또 바른미래당 정병국(여주 양평) 의원도 보수통합 후보로 6선에 성공할 경우 문화체육부장관을 거친 유명세를 타고 의장 자원으로 충분한 상황이다. /정의종·이성철·김연태기자jej@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9-10-06 정의종·이성철·김연태

[창간특집]경인일보 창간 73주년 축하해주신 분들

△경수사랑 △김정자 성정문화재단 이사장 △정택동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 △김영우 국회의원 △이경호 수원소방서장 △강은희 의정부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고창경 이천경찰서장 △송기욱 가평군의회 의장 △이현재 국회의원 △조용성 일산서부경찰서장 △김동희 부천시의회 의장 △정재현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 △황준구 농협은행 안산시 지부장 △송석준 국회의원 △최종환 파주시장 △이대직 파주시 부시장 △박상현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 △신동헌 광주시장 △이석범 광주시 부시장 △김영환 광주시 공보담당관 △김영식 광주시 자치행정국장 △박상석 광주시 희망복지국장 △이재두 광주시 경제환경국장 △나종윤 광주시 안전건설국장 △최형선 광주시 문화교육관광국장 △김희묵 광주시 도시주택국장 △박현철 광주시의회 의장 △김지환 이천교육지원청 교육장 △전승진 이천교육지원청 경영지원과장 △고효순 이천교육지원청 교수학습지원과장 △박용주 경기동부보훈지청장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 △한창원 인천언론인클럽회장 △정명환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이영훈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박준하 인천시 행정부시장 △허종식 인천시 정무경제부시장 △김은경 인천시 대변인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추가명단·무순)

2018-10-08 경인일보

[창간특집]경인일보 창간 73주년 축하해주신 분들

△조성부 연합뉴스 대표이사 △원혜영 국회의원 △정성호 국회의원 △박광온 국회의원 △박정 국회의원 △백혜련 국회의원 △김영진 국회의원 △권칠승 국회의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서청원 국회의원 △정병국 국회의원 △이학재 국회의원 △홍문종 국회의원 △김학용 국회의원 △고대혁 경인교대 총장 △김준기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남창현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권준학 NH농협은행 경기본부장 △임창열 킨텍스 대표이사 △이홍균 경기도시공사 사장직무대행 △황성민 경기도시공사 감사 △박기영 경기도시공사 주거복지본부장 △조병현 경기도시공사 도시재생본부장 △정상준 경기도시공사 경제진흥본부장 △김기봉 경기도시공사 북부본부장 △김구영 한국자산관리공사 경기지역본부장 △박인태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직무대리 △염태영 수원시장 △이한규 수원시 제1부시장 △백운석 수원시 제2부시장 △홍사준 수원시 기획조정실장 △이상수 수원시 언론담당관 △박래현 수원시 영통구청장 △조인상 수원시 권선구청장 △전애리 수원예총 회장 △이병식 영통발전협의회장 △이성호 양주시장 △김대순 양주부시장 △이윤승 고양시의회 의장 △이규열 고양시의회 부의장 △고영일 고양시의회 사무국장 △강복순 김포경찰서장 △김정덕 김포교육지원청 교육장 △윤화섭 안산시장 △김동규 안산시의회 의장 △이진수 안산부시장 △김정택 안산시의회 부의장 △김오천 안산시 공보관 △이정래 안산소방서장 △이원영 이천부시장 △김남완 이천시 예산공보담당관 △한근수 평택교육지원청 경영지원과장 △이병호 송탄소방서장 △오상택 의정부경찰서장 △윤미현 과천시의회 의장 △김기세 과천부시장 △박종락 과천시의회 부의장 △박승원 과천시 행정복지국장 △유관선 과천시 안전도시경제국장 △김남일 과천시 기획감사담당관 △우석제 안성시장 △신원주 안성시의회 의장 △손수익 안성부시장 △백군기 용인시장 △장덕천 부천시장 △석상균 부천시청 홍보실장 △안지찬 의정부시의회 의장 △정동균 양평군수 △곽상욱 오산시장 △김문환 오산부시장 △임병택 시흥시장 △김태정 시흥부시장 △정현모 시흥소방서장 △이항진 여주시장 △김현수 여주부시장 △박은영 여주시 홍보감사담당관 △권현석 남양주소방서장 △김도상 가평경찰서장 △강신광 부천소방서장 △현재섭 부천원미경찰서장 △김동민 군포의왕교육지원청 교육장 △어경진 광주소방서장 △김선미 성남교육지원청 교육장 △한종욱 성남수정경찰서장 △유규영 성남시 분당구청장 (추가명단·무순)

2018-10-07 경인일보

[창간특집]행복한 걸음 '평화 & 통일'… 철길, 뱃길로 다시 잇는 '남북' 하나의 행복을 꿈꾼다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을 잇는 철길이 깔렸다.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의 비극을 딛고 분단의 세월을 달려온 우리에게 공존과 번영의 길이 열린 셈이다. 평화와 통일의 길은 멀지만 우리에게 행복한 걸음이 될 것이다.'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은 평화와 통일의 기폭제가 됐다. 이를 통해 당면한 최대 과제였던 비핵화 실천방안이 논의됐고, 한반도에서 전쟁시대를 끝내는 군사 합의서까지 채택됐다. 경제 등을 비롯한 다양한 방면의 교류·협력 강화를 위한 토대가 구축됐다. 이제는 단순히 말로 주고 받는 평화와 통일이 아닌, 남북 간 신뢰 속에 이뤄지는 평화와 통일의 로드맵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이런 평화의 분위기를 아직도 풍전등화(風前燈火) 처럼 불안해 하는 사람도 많다.그간의 남북 관계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1960년대까지는 남북교류의 개념조차 없었다. 민족의 비극을 겪은 우리는 화해하기 보다 벽을 쌓고 총을 겨눴다.1970년대 들어서야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교류 협의가 이뤄졌고, 1984년에는 남북경제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1980년대 들어 동구 사회주의권 국가의 붕괴와 개혁 개방 정책 등으로 북한과 한반도에도 변화의 기대가 커졌다.실제 1988년 7월 7일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 을 발표한 후 '대북경제개방조치'가 취해졌다. 이후 1990년에는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교류협력법)' 등 우리법의 테두리 안에서 남북교류협력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분위기는 경색됐고 북한은 우리의 적을 넘어 세계의 적이 되기도 했다. 또다시 냉탕온탕을 반복하던 남북관계는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2014년 개성공단 중단 같은 사태로 최대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나 이어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그간의 냉탕온탕을 넘나들던 정황과는 사뭇 달랐다.비핵화와 종전이라는 명확한 의제 속에, 북미 간의 비핵화·평화협상 담판에도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중재자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북한 지도자의 사상 첫 서울 방문도 머지 않은 시간에 실현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북관계는 또 한번 도약하고 진화하게 된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두 차례 답방 요청에도 해내지 못한 역사적 사건의 주인공이 되는 셈이다.이제 지난 65년간의 적대와 대결의 시대는 마무리 지어졌다. 서해상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에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군사분계선 일대 각종 군사연습중지, 군사분계선 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은 단순한 조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제는 한반도를 시작으로 통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할 때다. 평화가 일상화되고 통일을 위한 제도적 기틀도 마련해야 된다. 지금까지의 합의대로라면 올해 내 동해·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게 된다.개성공단도 정상화되고 금강산도 다시 찾을 수 있다. 더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이산가족의 상시 상봉 문제는 남북이 더욱 적극적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말보다는 실천이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한민족과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높여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 중심에는 접경지역인 경기도와 인천시가 있다. 경기도는 통일로 가는 첫 번째 길목이 되고, 인천시는 평화통일의 전진기지로 자리잡을 것이다. 평화와 통일시대, 경의선과 경원선을 타고 북한으로 여행을 떠날 날이 기다려 진다.독일의 통일이 교류라는 초석을 통해 시작된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서로를 알아야 통일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느끼게 된다. 북한 사회의 변화 역시 교류만이 이끌어 낼 수 있다. 우리 민족은 통일의 그날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있다. 통일은 분명 한반도와 한민족에게 새로운 행복을 안겨줄 것이다. 이제 준비와 실천만이 남았다. /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한반도의 불안이 서서히 걷히고 있는 DMZ-아직은 금단의 땅. 전 세계에 유일하게 남은 분단의 현장. 뿌연 새벽 안개가 걷히고 있는 철책선 주변에는 여전히 적막함과 긴장감이 감돈다.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난 지 어느덧 65년의 세월이 지났다. 이 땅에는 그렇게 긴 세월 차곡차곡 한(恨)이 쌓였다.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증오를 키워온 통한의 세월이었다. 하지만 기나긴 어둠도 결국은 새벽을 맞게 되는 법. 제3차 남북 정상회담과 그 후속 조치로 얼어붙은 이 땅에도 서서히 온기가 찾아오고 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손을 맞잡은 남북은 화해와 평화를 향한 대장정을 시작했고, 선제적 조치로 DMZ 일원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나섰다. 이제 DMZ는 분단에서 통일의 상징으로 탈바꿈 할 것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전쟁 무기가 모두 사라지고 평화의 땅으로 다시 태어날 DMZ를 기대해 본다. 파주 도라산 전망대/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18-10-07 김태성

[창간특집]행복정책┃봉사로 노년활기 찾는 '초고령도시' 인천 동구

# 초고령도시 인천 동구인천의 대표적 구도심인 동구는 10개 군·구 중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는 곳 중 하나다. 지난달 기준 동구 인구 6만7천112명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만3천242명(19.7%)으로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동구의 고령 인구 비율은 인천시 평균 노인 인구 비율 12.1%를 상회한다. 이미 초고령사회가 진행 중인 강화군(30.5%), 옹진군(23.2%) 등 도서 지역을 제외하면 인천시 8개 구 중 동구의 고령 인구 비율은 가장 높다. 동구의 뒤를 잇는 지자체는 미추홀구(14.8%), 중구(14.3%) 순이다. → 표 참조직장 등에서 은퇴한 노인들은 '삶의 행복'을 찾기 위해 제2의 인생을 고민한다. 운동, 독서, 여행 등 각자의 경제사정, 환경에 맞춰 고민하는 것도 다양하다. 동구에 사는 많은 노인은 제2의 인생 중심에 지역사회의 여러 사람과 만나고 교감할 수 있는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 인천시 '봉사왕' 동구 노인동구는 인천지역에서 자원봉사가 가장 활성화된 곳 중 하나다. 지난달 기준 6만 7천112명의 동구 주민 중 2만656명(30.7%)이 동구자원봉사센터에 자원봉사자로 등록돼있다. 동구 주민 10명 중 3명이 자원봉사자로 등록한 셈이다. 이 중 자원봉사를 이끄는 것은 노인들이다. 이들은 매년 꾸준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환경정비활동, 방범순찰, 문화행사, 정서지원 등 활동도 다양하다.인천시는 매년 누적 봉사시간 5천 시간을 달성한 주민들에게 '봉사왕' 인증패를 증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인천시 '봉사왕'은 467명인데 동구(76명)는 미추홀구(79명) 다음으로 많다. 미추홀구 자원봉사자 등록 수가 동구의 3배가 넘는다는 점(7만552명)을 고려하면 동구 주민 다수가 인천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동구 봉사왕 중 60여 명이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 자원봉사로 노년 행복 찾는 '화수2동 사랑방 사람들'지난 14일 오전 10시 30분께 화수2동 행정복지센터. 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화수2동 사랑방 사람들 이건세(74) 회장과 회원 서모(71)씨는 인근에 있는 빌라로 향했다. 빌라 2층에 도착하자 서씨는 잠금장치가 있는 집 문을 자연스럽게 열고 들어갔다. 이들이 들어간 집 안방에는 김모(74)씨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건세 회장과 서씨를 본 김씨는 얼굴이 밝아지며 몸을 조금씩 일으키기 시작했다. 김씨는 오래전 산업재해를 당한 이후 거동이 불편해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밖에 나가지 못하는 김씨를 위해 이들이 하는 것은 자신들의 일상이야기, 마을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서씨가 "이번에 비행기를 타고 사이판 여행을 다녀왔는데 비행기 탈 때 귀가 먹먹해서 한참 고생했어요"라고 말하자 김씨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가지고 온 빵과 음료를 먹으며 한참 이야기 나누던 서씨는 "다음 주에 또 올게요"라는 말과 함께 김씨의 어깨를 다독인 후 집을 나섰다. 김씨는 "집 밖을 나가지 못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서씨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행복하다"며 "매주 이렇게 한 번씩 찾아와 주니 고맙다"고 말했다.화수2동 사랑방 사람들은 지난 2013년 '어르신들의 친구가 되자'는 취지에서 마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자원봉사단체다.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회원 16명이 2인 1조로 나뉘어 일주일에 한 번씩 홀로 사는 노인세대를 방문해 말벗이 되는 등 정서지원을 하는 노(老)노(老)케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사랑방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는 독거노인 세대는 총 24곳이다. 화수2동의 고령 인구는 1천838명으로 동구에서 가장 많다. 그러다 보니 사랑방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주축이 돼 운영되고 있다. 사랑방 사람들 회원의 평균연령은 만 62.3세로 만 65세 이상 회원들은 6명(37.5%)이다. '어르신들의 친구가 되자'라는 아이템을 제안한 이건세 회장은 "나이 70세가 되면서부터 내 인생에 끝이 보이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남은 삶을 보람있게 살고 싶다고 생각해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구상하게 됐다"고 했다. 봉사활동은 일방적으로 베푸는 것이 아닌 인생의 즐거움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고 사랑방 사람들 회원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한방원을 운영하던 서씨는 젊었을 때보다 지금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감이 더 크다고 했다. 서씨는 "봉사활동이라는 이름 아래 한동네에 살면서 모르고 지낼 수 있었던 이웃들과 함께 만나 즐겁게 지내니 항상 엔돌핀이 돈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화수2동 사랑방 사람들 이건세 회장은 "앞으로도 우리 동네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세대를 방문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인천시 동구 '화수2동 사랑방 사람들' 모습. 이건세(안경착용)씨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화수2동 사랑방 사람들'이 산업재해를 당해 거동이 불편한 서씨의 말벗이 되어주고 있다.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2018-10-07 김태양

[창간특집]행복정책┃'뮤직 라이프' 음악도시 인천 부평구… 밴드 태어났던 '50년전 홍대' 대중음악의 살아있는 역사

인천 부평 곳곳을 음악 열정으로 가득 채운 '부평 뮤직위크'가 지난 8월 23~25일 열렸다. 부평공원 및 신촌지역 일대, 부평역 지하상가(모두몰)와 부평 문화의 거리, 도시재생사업대상지인 굴포천먹거리타운 등 3곳을 중심으로 전문공연팀에서 음악동아리를 아우르는 70여 개 팀이 3일 동안 100여 차례에 걸쳐 길거리 버스킹, 북콘서트, 뮤직살롱을 꾸몄다. 뮤직위크 행사는 장소를 기반으로 시민들과 함께 부평을 음악도시로 가꿔가겠다는 취지가 담겼다.인천 부평구는 2016년부터 '음악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문화도시 조성'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부평 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비와 시비, 구비가 투입된 사업은 ▲문화를 중심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성 회복 ▲지역의 문화자원 발굴 및 창의적 재생산을 통한 문화도시 정체성 구축 ▲생산·연구·지원·소비기능이 융합된 첨단 문화산업 구축 및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잡았다. 2020년 마무리될 조성사업에 대한 최종 평가 후 문화도시사업 본 사업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지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개항 이후 인천은 서양음악의 국내 유입로였다. 한국전쟁 이후 부평미군기지 주변으로 형성된 클럽에서는 미국 대중음악을 쉽게 즐길 수 있었다. 부평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미 해병대 주둔지에서 주한미군 전체의 보급 물자를 담당하던 주한미군해병대지원사령부(ASCOM) 주둔지로 변모했다. 미군기지가 있었기 때문에 부평은 로큰롤과 스윙재즈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즐길 수 있었던 곳이었다. 에스컴 영내에 8075클럽, 121클럽, 44클럽, 76클럽, 728클럽 등이 있는 등 연주할 클럽이 많았던 부평으로 많은 국내 뮤지션들이 모여들었다. '부평 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은 이러한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 2020년 이후 미군기지 반환과 연계될 수 있다면 더욱 실체화될 것으로 관계 전문가들은 제언한다.올해 사업은 시민문화(주민주도), 아카이빙(가치 재발견), 음악동네(거점 발굴·일상에서 향유), 콘텐츠개발(다양한 계층이 즐기고 소통), 음악교육(대중음악 창의 교육 계발), 음악산업(음악생태계 구축) 분야로 나눠 진행 중이다. # 부평음악도시축제 뮤직게더링 2018부평구와 구문화재단은 콘텐츠개발의 일환으로 오는 26~27일 부평아트센터 야외광장과 달누리극장, 지역의 주요 장소에서 '부평음악도시축제 뮤직게더링 2018'을 개최한다.부평구문화재단과 홍대 앞 라이브클럽협동조합이 공동 주관하는 이 행사는 지난해까지 5년 간 열린 부평 밴드페스티벌을 업그레이드 한 대중음악과 지역, 장소 기반의 문화재생 축제로 기획됐다. 부평이 가지고 있는 대중음악의 역사성과 현재 라이브 음악의 중심지로 각광 받고 있는 홍대 라이브클럽 네트워킹을 연결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하면서 준비 중이다.축제는 26일 에스컴시티 프로젝트와 라이브클럽 스테이지(인천 3곳, 홍대 3곳)로 나눠 진행되고, 27일에는 부평아트센터 야외 공연과 뮤직 포럼도 열릴 예정이다.축제 내용을 미리 들여다보자. 26일 오후 6시부터 부평3동 일대(미군부대 GATE1 맞은편, 옛 클럽 밀집지역)에서 진행될 에스컴시티 프로젝트는 클럽 맵핑과 재현으로 구성된다. 클럽 위치를 발굴하고 지도로 제작해 클럽의 역사를 알릴 계획이다. 또한, 지역 음악(클럽) 전문가와 협력해 과거 클럽 공간을 재현해 연출하고 토크콘서트 및 라이브 공연 등 당시의 클럽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라이브클럽 스테이지는 같은 날 오후 8시부터 제43회 홍대 라이브클럽데이와 연계해 열린다. 인천에선 락캠프, 버텀라인, 쥐똥나무에서 펼쳐진다.이튿날 부평아트센터 구름광장과 달누리극장, 구름광장잔디밭을 각각 스테이지 1~3으로 구성해 공연을 진행한다. 스테이지 1에선 인디밴드, 스테이지 2에선 아시아 음악, 스테이지 3에선 다양한 악기로 만나는 다채로운 음악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또한, 음악 포럼에는 부평과 홍대의 음악 관계자들이 출연해 발제 및 토론을 진행한다. # 뮤지컬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부평구문화재단이 만든 창작 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은 1950~60년대 애스컴 주변 클럽에서 활약하던 이름 모를 뮤지션과 주변 사람들의 생활상을 담은 창작 음악극이다.2014~2015년 잇달아 무대에 소개되며 큰 호응을 이끌어낸 이 작품은 초연 이후 이야기와 출연진 등을 업그레이드하며 내실을 다져 왔다. 초연 당시 소극장 용이었던 공연은 탄탄한 구성과 연출을 바탕으로 대극장 용으로 규모를 키웠고, 2016년 국립극장에서도 공연됐다. 지난해에는 전남 목포에서 초청 공연을 했다. 올해에는 11월 충남 예산과 강원 삼척, 전남 무안에서 순회 공연하며, 12월 13~15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무대에도 오른다. 뮤지컬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을 끝으로 올해 '부평 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은 마무리될 예정이다. 부평구문화재단 관계자는 "올해 사업들을 토대로 내년부터 사업성과를 인천시 전체 차원에서 공유하고 지역 자산화하여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계획 수립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지난 5월 부평공원에서 열린 '2018 부평뮤직데이' 모습. /부평구문화재단 제공오는 12월 13~15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무대를 열 예정인 창작 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 공연 모습.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2018-10-07 김영준

[창간특집]행복정책┃행복실감도시 '부평구'… 구민들과 핵심비전 공유, 행복문턱 낮추는 우리 동네

"정부가 국민을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면, 그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1729년에 만들어진 부탄왕국 법전에 적힌 구절이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부탄은 200여 년 전 법전의 내용처럼 '행복'을 국가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아 운영되고 있다.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은 부탄의 국정운영 철학이자 국정 지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가 소득을 중심으로 한 국민총생산(GDP)을 주요 지표로 삼는 것과 대조된다. 인천 부평구는 부탄의 이러한 '행복 우선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행복'을 도시 운영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부평구는 부탄을 비롯해 국내외 행복 관련 정책 등을 참조해 지난해 '행복실감 부평 구현을 위한 행복지표'를 개발했다. 지표는 구정의 궁극적 목표인 부평구민의 총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됐다. 특히 부평구민의 행복결정 요인, '아직 행복하지 않은 구민'의 속성과 원인 분석 등을 위해 활용할 예정이다. 부평구 행복실감지표는 ▲건강·복지 ▲문화·여가 ▲가족·공동체 ▲생활수준 ▲환경 ▲보육·교육 ▲거버넌스(주민자치) ▲안전·안심 ▲심리적 웰빙 등 모두 9개 영역에 30개 지표로 구성됐다.구는 지표 개발과 함께 지난해 9월 2천32명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구는 지표에서 부탄의 행복지수를 벤치마킹해 충분문턱과 행복문턱 개념을 도입했다. 0점부터 10점까지 돼 있는 각 지표에서 7점 이상을 얻으면 그 영역 또는 지표의 행복문턱을 넘은 것으로 파악했다. 영역별 행복도를 측정한 것이 충분문턱이라면 행복문턱은 구민이 체감하는 전반적인 행복도를 측정한 값이다. 소득이 높아 생활수준 영역에서 충분문턱을 넘을 수 있지만, 건강이 나쁘거나 이웃과의 사이가 나빠 다른 영역에서 충분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 행복문턱은 9개 전체 영역을 고려해 행복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개념이다. 부평구는 9개 영역 중 6개 이상의 영역에서 충분문턱을 넘은 구민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정의했고, 조사 대상 중 55.6%가 행복한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의 비중은 44.4%였다. 행복지수는 응답자의 상황에 따라서 차이를 보였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배우자가 있는 경우가 이혼한 경우보다 더 행복하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가장 행복하고 70대 이상 고령층이 가장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가구 유형별로는 1인가구의 행복도가 낮았다. 영역별로는 생활수준(일자리와 소득 등의 경제적 여건), 안전·안심 영역의 점수가 높지 않았다. 부평구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행복실감도시 부평'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특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비중을 줄이고, 구민 전체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한 '정책 과제'를 연구하고 있다. 부평구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행복지표를 토대로 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구민의 행복도를 연구할 것"이라며 "'부평미래비전 2020 위원회'등 민관이 함께하는 거버넌스 기구 등을 통해 구민을 행복하게 하는 정책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지난 7월 부평구청에서 직장어린이집 아동과 학부모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부평구 제공부평구청 일대 전경. /부평구 제공지난 7월 '책 읽는 부평'의 일환으로 진행된 북콘서트. /부평구 제공지난 9월 진행된 '2018부평사회적경제마을한마당'. /부평구 제공

2018-10-07 정운

[창간특집-인터뷰]차준택 부평구청장 "주민 아이디어 구정 반영땐 행복 체감도 함께 높아질것"

"행복은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사회'가 되어야 비로소 실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차준택(50·사진) 부평구청장은 "행복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공유 없이 개인적으로나 사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지방정부 차원의 행복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준택 구청장은 "지역 내 공동체에서 빈곤과 실업, 주거, 문화, 환경 등에 대해 직접 피부로 느끼는 구민이 '행정의 주체'가 돼 구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책의 입안부터 실행, 평가까지 행정의 전 과정에 '주민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또 구민 스스로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사업의 이행 여부를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구민들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실현된다면 부평지역 전체 구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구민들의 행복 체감도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부평구는 지난해 행복지표를 개발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구민의 행복지수를 산출한 결과 68.6점으로 조사됐다. 앞으로도 행복 지표를 활용해 구민들의 행복지수를 측정하고, 행복도를 높이는 정책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차 구청장은 "일자리 양적 확대와 더불어 장애인 등 취업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행복하지 못한 구민이 행복해지는 '행복실감도시 부평'을 위한 정책들을 적극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2018-10-07 정운

[창간특집]고용 한파 이겨낸 '젊음의 승부수'… 행복한 삶 도전하는 청년들

청년 실업자 43만5천명, 청년 실업률이 10%(표 참조)를 웃도는 가운데, 지난 1999년 외환위기 이래 한국 청년들 사이에 최악의 고용 한파가 불고 있다. 정부의 최저임금인상 정책과 더불어 소득주도성장 기조에 영향을 받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채용을 줄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청년들의 용돈 벌이인 아르바이트 수까지 감소하는 실정이다. → 그래픽 참조 청년들이 취업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한 상황에 마냥 구직만을 기다릴 수 없는 청년들은 각자의 삶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기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에 취직을 하는 삶이 아닌 새로운 도전으로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청년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 창업부터 기술 자격 취득과 후계농업 경영인까지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행복을 찾아 나선 청년들을 만나봤다. ■13년간 하루 4시간 자며 '끝없는 자기계발' # 인간 명장에 도전하는 최연소 최다 기능장 신은배(28)씨기술직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며 행복을 찾고 있는 부천우편집중국 기술직 공무원 신은배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최연소 최다 기능장'으로 선발됐다. 지난 2012년부터 기술직 공무원으로 일을 시작한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보일러·공조·절곡·패널·용접 등 많은 작업을 벌이며 다양한 기술을 몸으로 익혔다. 그 결과 고등학교 재학 중 경기도 기능경기대회에서 판금분야 은상을 수상했다.신씨의 인생 터닝포인트는 다름 아닌 '군대 생활'이었다. 군 생활에서 행복을 찾아 나섰던 그는 '재능을 살려 군대생활을 보내려 했다'는 생각을 했다.이에 신씨는 각고의 노력 끝에 군 복무 시절 동안 판금제관 산업기사와 보일러 산업기사 등 2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가스산업기사 및 용접기사 부문 1차 시험에 합격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軍 복무 하면서 자격증 취득 열정기술직 공무원 근무 중에도 '열공''최연소 최다 기능장' 노력의 결실기술직 공무원으로 합격한 이후에도 신씨는 행복을 찾기 위한 자기계발을 멈추지 않았다. 에너지 관련 설비업체를 찾아다니며 기술적 자문을 얻었고 그 외 필요한 정보들은 고양 킨텍스 박람회와 EBS 교육방송을 통해 공부에 매진했다.신씨는 "도전을 통한 진정한 행복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의 노하우를 얻으려 13년간 하루 4시간씩 잠을 잤고, 이후 시간에는 현장경험과 에너지설비분야 공부에 열중했다. 또한 30분, 10분, 5분 등의 여과 시간을 단순히 넘기지 않고 책과 강의 등 학술적인 분야에 접근하려 했다.그는 "그동안 자기계발로 얻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줄 수 있는 기술자가 되고자 한다"며 "앞으로 나 자신과의 도전을 통해 에너지 분야에 정진해 후진양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한편,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며 베풀 수 있는 '인간 명장'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미대생 타이틀 벗고 '농업을 예술로 여기다'# 후계농업경영인으로 행복한 삶을 꿈꾸는 장은비(32·여)씨대학과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장은비씨는 최근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됐다. 장씨는 석사과정을 마친 뒤 내려온 고향에서 표고버섯 농사를 28년간 하고 있는 부모를 도와주다 고향에 정착하기로 했다. 농업 속에서 행복을 찾았기 때문이다.'미대생'의 타이틀을 벗고 농업에 뛰어들게 된 장씨는 농사일 또한 하나의 예술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느낀다. 장씨는 "지난 3년간의 농사일이 농부에 대한 가치와 문화를 알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그 속에서 자신의 예술적 가치와 확고한 철학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부모님 표고버섯 농사 도와주다'재배부터 판매까지' 영역 확대로컬마켓 운영·후속 사업 준비 그는 본격적인 농업 경영인의 삶을 시작하면서 단순히 농산물을 재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산물 판매자로서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며,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얼굴 있는 농부시장'에 자신이 재배한 표고버섯을 판매하고 있다. 도농문화콘텐츠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최근에는 버섯재배 지역인 용인에서 청년 농업인 대표로 발탁돼 판매자 모집과 '청년얼장in용인한숲시티'라는 이름의 플리마켓(Flea Market·벼룩시장)을 열기도 했다.장씨는 현재 부모에게서 독립한 뒤 농지를 구입해 다른 청년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농업'을 추진해 나가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촉망받던 모범생, 안정된 직장 대신 '창업'# 경영인으로서의 꿈을 키워가는 청년 창업가 한정규(25)씨스타트업 기업인 '로고몬도'의 대표 한정규씨는 서울 한남동에서 주얼리 사업을 하는 청년 창업가다. 그는 단순 판매가 아닌 주얼리와 관련된 이들(다이아몬드 딜러, 세공 장인, 디자이너, 웨딩플래너)을 모아 '누구나 자기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판매하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인 '코너스톤(www.connerstone.me)'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지난해 7월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와 로스쿨 사이를 고민할 만큼 그는 공부 잘하고 촉망받는 모범생이었다. 안정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었지만 그는 항상 '도전하는 삶'으로부터 행복을 얻어온 과거를 떠올리고 창업하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일본 대학 진학에 도전했고, 대학 졸업 이후에는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행정고시·로스쿨 두고 고민하다주얼리 관련 플랫폼 만들어 사업IT 융합등 개척… 사업 확장 포부 그러면서 그는 "내 아이디어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 생각해 왔다"면서 "고민 끝에 창업의 세계에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다. 한씨는 "남성으로 주얼리 사업에 도전하게 된 것도 단순한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한 뒤 "소비자가 냉장고를 살 때 소비전력부터 에너지등급, 용량 등 모든 것을 확인하면서 결혼반지를 살 때는 왜 그만큼의 발품을 팔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돼 웨딩시장에서의 합리적 소비를 추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고 했다. 일생에 한 번뿐인 '나만의 반지'를 만들 수 있도록 소비자에게 최고의 상품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해당 사업을 시작한 그는 현재 IT 융합 플랫폼을 개척하며 사업 확장 및 추진에 힘쓰고 있다.한씨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플랫폼 혁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숙련기술인들과 함께 더 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국을 대표하는 주얼리 플랫폼을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부천우편집중국에서 기술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신은배(28)씨가 올해 배관기능장을 취득하면서 총 4개의 기능장을 획득해 올해 최연소 최다 기능장으로 선정됐다. /신은배씨 제공로컬 마켓을 운영하며 청년들과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해 연구, 추진하고 있는 장은비씨(가운데). /장은비씨 제공지난해 11월 미국 실리콘 밸리를 방문해 투자피칭을 마친 뒤 실리콘밸리 파운더 스페이스 스티브 헤드코치를 만난 한정규씨. /한정규씨 제공

2018-10-07 이원근

[창간특집]행복정책┃인천 첫 행복배움학교 '명현초'… 아이·부모·교사, 모두의 교실로 "불어라~ 행복바람"

아이들도, 학부모도, 교사도 모두 행복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인천의 행복배움학교인 인천명현초등학교를 지난 달 21일 찾아갔다. 이날 4학년 1반 교실에서는 4학년 아이들의 '시우터'가 열리고 있었다. 시우터는 명현초등학교 전체 학생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치기구를 부르는 명현초에서만 쓰는 이름이다. 대장간에서 담금질을 하는 곳이라는 뜻의 우리말이라고 했다. 대장장이가 만든 연장을 수백 수천 번을 두드리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해 단단하게 만드는 시우터처럼 명현초 아이들이 단단한 아이들로 자랐으면 하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명현초등학교는 인천시교육청의 첫 행복배움학교로 지난 2015년 지정됐다. 행복배움학교란 인천형 혁신학교를 부르는 이름으로 "민주적 자치공동체를 바탕으로 윤리적 생활공동체와 전문적 학습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창의적인 교육을 실현하는 공교육 정상화 모델학교"라고 인천시교육청은 설명한다. 현재 인천에 40곳의 행복배움학교가 있고, 내년부터 그 수를 확대해 갈 예정이다.이날 학년 시우터는 아이들이 올 한해 배운 것들을 아이들 스스로 평가해보고, 또 앞으로 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기 위해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찾기 위해 열린 자리였다. 한 학생이 "인천시의회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을 때 좋았다"고 발표하자, 선생님은 "다음에 선생님이 더 재미있는 곳을 찾아서 여러분과 함께 갈 수 있도록 할게요"라고 답했다. 또 다른 아이가 "식물 키우기 수업에 더 많은 식물을 키워보고 싶다"고 말하자, 선생님은 "여러분들이 키워 볼 수 있는 식물이 또 뭐가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행복배움학교 지정 첫해 입학해 4년 가까이 공부한 명현초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학교에서 배우며 좋았던 것과 부족하다고 느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선생님에게 당당히 요구할 줄 알았다. 입학 첫해부터 시우터를 경험한 결과였다고 한다. 시우터에서 나온 아이들의 의견은 100%는 아니지만 실제 교육과정에 반영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아이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명현초 황혜진(39) 4학년 부장교사는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려니 아이들이 공부를 힘들어하게 되는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자율권을 주고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다른 것들도 실제로 시도하다 보면, 교사도 아이들도 만족감이 훨씬 높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하지만 명현초의 시우터가 처음부터 잘 돌아간 건 아니었다. 아이들 특유의 산만함과 장난 때문에 회의가 산만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교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내 이야기가 모두에게 이로운지 생각해보고 누군가에게 수치심이나 불쾌함을 주지 않는지, 실천 가능한 방법인지 학생들에게 꾸준히 지도하면서 시우터가 명현초의 문화로 자리잡게 됐다고 한다. 입학 첫해부터 행복배움학교에서 배움을 시작한 아이와 달리 다른 학교에서 공부하다 전학 온 학생들은 일반 학교와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었다. 2학년에 전학을 왔다는 박민선(10·가명)양은 "모두 모인 시우터에서 내가 원하는 것 등 생각을 말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재밌다"면서 "이전 학교에 다닐 때는 힘들고 어려워도 말 못하고 참아야 했지만, 지금 학교에서는 힘들다고 말하면 선생님이 기다려 주고 고쳐준다"고 말했다.명현초에서는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도 '교원 시우터'에서 학교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눈다. 누구의 지시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 교원 스스로 학교의 주인이라는 주체적인 입장에 서서 관리자(학교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교원 시우터다. 교육과정, 학사 일정 등 다양한 주제를 시우터에서 다룬다. 예를 들어 학교 예산을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써야 한다"가 아니라 "이렇게 쓰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곳이 교원 시우터라는 것이다. 교원 시우터에서 결정된 사항은 절대 번복되는 일이 없다고 한다. 명현초의 교사들은 주체적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칠 교육과정을 스스로 재구성하는 것이 훈련이 되다 보니, 대부분의 교사들이 이제는 다른 학교에 강의를 나갈 정도로 전문가가 됐다. 황 교사는 "행복배움학교라는 '멍석'이 교사들의 자발성과 주체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다 보니 이러한 것들이 가능했던 것 같다"며 "행복배움학교에서 길러낸 제자들과는 이야깃거리도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행복해 진 데는 자발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고 이 학교 교사들은 말한다. '지시'와 '명령'에 의한, 가르치는 교육은 즐거울 수도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명현초에서 4년간 교장으로 일한 최형목 인천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교사와 관리자 사이의 신뢰가 쌓이고 민주적인 학교 분위기가 바탕이 되면 자발성이 저절로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의무감을 벗어난 교사들이 아이들을 위해 수업계획을 짜고, 교사들이 모여 수업 자료를 만드는 등 행복한 교육 활동이 행복배움학교인 명현초에서는 즐겁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인천 첫 행복배움학교인 명현초 4학년 아이들의 '학년 시우터'가 최근 열렸다. 시우터를 마치고 도성훈 인천시교육감과 기념 촬영한 명현초 학생들. /인천시교육청 제공

2018-10-07 김성호

[창간특집]최저임금, 행복의 액수는… 고용주와 근로자, 너무 다른 '1만원'의 무게

한국 사회의 행복을 위해 마련된 최저임금이 최근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주와 근로자들 사이에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지난 1989년 제정된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의 임금을 최저수준으로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해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저임금 해소로 임금격차가 완화되고 소득분배 개선에 기여할 수 있으며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경쟁 방식을 지양하고 적정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자는 것이다.지난해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각 정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너도나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소득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득 수준을 올려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하지만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7천530원으로 결정됐고 내년에도 올해 대비 10.9% 인상된 8천350원에 방점을 찍으면서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사업장과 근로자 모두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 생각이다. 급격한 임금 상승으로 인건비 지불 능력이 위축된 사업장과 그에 따른 물가상승, 일자리 감소 등을 우려하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모두 불편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 표 참조 ■인상폭 너무 크다는 사장님# 고용주 측 "최저임금 인상 탓에 비용 직격탄…가게 문 닫을 판"사용자 측에서는 최저임금이 빠른 속도로 인상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인건비마저 오르면서 생계가 막막해졌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영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처럼 작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앞서 제기된 불만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이들 사업장에서는 "인건비 상승과 그에 따른 각종 물가 상승으로 비용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하소연 중이다.광명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37)씨는 "올해와 내년에 인건비가 20%가량 올랐고 원자재 등 음식재료 가격도 동반 상승해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그렇다고 비용 상승에 맞춰서 음식 가격도 억지로 올렸는데 손님이 더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손님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마저 올리면 매출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영세 중소사업장에서도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고 있다. 용인에서 식자재 가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정모(53)씨는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당초 계획했던 인력도 충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얼마 전 수출 계약을 했지만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설명했다.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들도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5인 미만의 일부 자영업자들은 근로자들보다도 적은 임금을 받고 있어 업종별,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주장하고 있다.인건비 인상 문제는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업주 뿐만의 문제는 아니다.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전반적인 인건비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업계는 "최저임금 이상으로 임금을 받아왔던 숙련 노동자들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안산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일반공과 숙련공의 임금 차이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며 "인건비가 함께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큰 차이 못느낀다는 알바생# 아르바이트 측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줄이는 것 아니냐…물가 상승으로 체감도 못 해"아르바이트생들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은 늘어났지만 생활 물가도 올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음식 서비스 물가 지수는 지난 8월 108.13으로 1월(106.57)에 비해 1.56p 상승했다. 경기 지역도 8월 108.49를 기록해 1월(106.10)보다 2.39p 늘어났다.식품·제과업체들은 최근 가공식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 6월초 라면 품목을 제외하고 16개 품목의 가격을 최대 27.5% 올렸다. 롯데제과는 지난달 빼빼로 4종 가격을 1천200원에서 1천500원으로 올렸고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도 일부 품목을 300∼500원 인상했다. 유통업계는 원재료와 인건비(판매관리비) 등을 이유로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편의점에서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23) 씨는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임금은 조금 올랐지만 다른 물가가 너무 올라서 지난해와 비교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며 "주휴 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점주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일부에서는 사장님들이 본인들이 직접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무인화 기계를 도입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지난 8월 아르바이트 근로자 3천11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85.8%가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걱정되는 점이 있다'고 답했다. 걱정되는 이유 중 '일자리 축소로 인한 구직난'이 67.1%로 가장 많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이 55.0%로 뒤를 이었다.대학생 권모(20)씨는 "요새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카페 전문점 등 인기 업종의 경우 경력직을 선호하는 등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일자리를 기계로 대체하는 자동화로 인해 저숙련 노동자의 실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는 자동화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자동화와는 경제적 의미가 달라 비효율성이 증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1만원-정부 공약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고 있다. /경인일보DB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임금과 함께 생활 물가도 올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경인일보DB

2018-10-07 이원근

[창간특집]AI 로봇시대 직업들… 자율주행버스로 간 카페, 로봇 바리스타가 환영

'임 1077' 번호판을 단 자율주행버스 '제로셔틀'이 얼마전 성남 판교 일대의 일반도로를 달렸다.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일반도로를 주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운전기사가 필요 없는 만큼 운전대와 액셀, 브레이크 페달도 없다. 대신 교통신호 정보·GPS 위치 보정 정보신호·주행안전정보 등을 무선으로 주고받는 차량사물통신기술(V2X)이 탑재, 도로 상황을 자체 감지한 뒤 정보를 통합관제센터로 송신해 운행상황을 알린다.물론 시속이 아직 25㎞에 불과한 데다가 돌발 상황 등을 대처할 수 있는 판단 능력도 부족하다. 상용화되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4차산업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만큼 자율주행버스로 출퇴근 하는 것도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최첨단 장비가 도입된 공장이 아닌 길거리나 편의점, 카페에서다.인천국제공항 제 1·2여객터미널에는 음성인식 및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ICT 기술이 접목된 로봇 '에어스타(AIRSTAR)'가 공항 안내를 돕고 있다. 넓은 공항에서 찾기 어려운 게이트 등의 위치를 물어보면 이 로봇은 "저를 따라오세요"라고 말한 뒤 앞장선다. 무조건 먼저 가는 것이 아니라 물어본 사람과의 거리가 멀어지면 잠시 멈춰서 기다리고, 또 이동방향에 장애물 등이 있으면 피하기도 한다. 사람이 안내하는 것 못지 않다.화성 동탄의 한 카페에서는 스마트폰 앱이나 키오스크(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를 통해 음료나 커피를 주문하면 '로봇 커피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내린다. 주문을 받는, 커피를 만드는 사람도 필요 없다. 또 AI를 통해 원두·파우더·시럽·우유의 원산지와 유통기한, 개봉일, 위생상태도 점검하고 고객에게 공개한다. 이밖에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가에서도 AI·로봇을 점원으로 사용하는 등 시범 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 사람 대신 일하는 AI·로봇, 위협받는 일자리AI와 로봇이 우리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걱정되는 것은 당연 일자리다. 전문가들도 AI·로봇 기반의 4차산업이 제1차 산업혁명을 일으켰던 증기기관과 비슷한 정도의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표 참조당시 증기기관의 발전으로 생산량이 증가하고 산업 발전 속도도 높아졌지만, 공장에서 일하던 유럽의 수십만 노동자는 거리로 내몰렸다. 기계를 다루는 소수 노동자들만 공장에 남았고, 임금을 줄인 공장을 소유한 자본가는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 4차 산업 시대에는 유통·물류·운수·제조업에서 현존하는 직업의 90%가량이 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인 입장에서 초기 자본 투입으로 연중무휴로 일하고, 임금 인상 등도 없는 AI와 로봇을 도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가 버스나 트럭 운전기사를, 드론이 택배를, 로봇이 매장 점원 등을 대신할 것이다. 자동화와 무인화가 가능한 부분이라면 대부분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제46차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일자리 변화 전망'을 보고하며, 2020년까지 세계적으로 약 507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라지는 일자리 수는 업종별로 사무·행정이 479만개로 가장 많고 제조·생산 160만개, 건설·채굴 49만개, 예술·디자인·환경·스포츠·미디어 15만개, 법률 10만개, 시설·정비 4만개 순이다. LG경제연구원도 지난 5월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를 내며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43%가 AI와 로봇으로 대체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이라고 지적했다. 사무직·판매직·기계조작직이 3대 고위험 직업군으로 꼽혔다.# 산업 혁명, 또 다른 일자리 창출공장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던 증기기관 등 기계는 결국 산업 발전을 가속화 시키면서 대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사람들과 공존했다. 단순하고 위험한 업무를 기계에 넘겨 준 사람들이 기계를 다루거나 창의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업무를 담당한 것. 1차·2차·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78%는 제조, 서비스, 플랫폼 업무를 맡고 있다.AI와 로봇이 동시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를 도입해 매장 내 점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지만, 오히려 자동화를 처리해야 할 일이 늘면서 실제 고용인원은 점포별 2010년 16.5명에서 지난해 18.4명으로 증가했다. 영국도 지난 15년간 자동화로 콜센터 등 저숙련 서비스 일자리 80만개가 파괴된 반면 동일한 업종에서 고숙련 일자리 350만개가 새로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삼성·LG·SK 등 국내 대기업들도 올해 AI와 로봇, 빅데이터, 5G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 대규모로 인력 충원에 집중해 채용 시장도 모처럼 활기를 보이고 있다.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4차산업에는 사물인터넷·인공지능·빅데이터·가상현실 전문가 로봇·생명 공학자,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자, 정보보호 관리자가 유망 직종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또 AI와 로봇이 사회적 관계를 맺거나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설득·협상하는 세일즈맨과 타인의 공감을 사는 간호 직종도 수요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높다. 화가나 조각가, 가수처럼 예술분야와 스포츠도 대체가 어렵다.과거의 산업혁명과 같이 기계가 고위험, 단순, 자료 수집 및 분석 등의 업무를 도울 수 있지만 책임질 순 없다. 최종 결정은 결국 인간의 손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고용정보원의 한 연구위원은 "저숙련 단순노동의 일자리는 줄겠지만 AI와 로봇을 만들고 다루는 사람들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면서 "다만 변화에 준비할 동안 인간을 대신해 어디까지 이들의 직무 영역이 확대될 것인지 등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인천국제공항 제 1·2여객터미널에서 승객들에게 안내를 돕고 있는 '에어스타(AIRSTAR)'. 에어스타는 음성인식 및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ICT 기술이 접목된 로봇으로 넓은 공항에서 찾기 어려운 게이트 등의 위치를 직접 안내하며 승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경인일보DB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아이클릭아트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가에서도 AI·로봇을 점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DB

2018-10-07 황준성

[창가특집]퇴근 후 '내 삶'을 찾다… 변화하는 직장인의 행복

과거 일과 행복은 성공의 반비례 조건이었다. 일로 성공하면 가족과 함께하거나 자신만의 '라이프(Life)'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지고, 반대로 행복을 좇다 보면 바삐 돌아가는 세상의 흐름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해져 성공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일이 과거에는 행복과 성공을 나누는 척도의 기준점이 되어 왔다.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물질만능주의에 지친 2030세대의 '라이프' 혁신이 시작되면서 이제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일과 행복이 삶의 균형을 이루는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지난 1970년대 말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워라밸'은 1986년 미국에서부터 보편적으로 사용돼왔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제 막 '워라밸'이란 단어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워라밸' 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38개국 중 35위를 기록했다. 정부에서도 이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 7월 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이에 따라 나이가 어린 근로자들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기존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축소됐고, 하루 7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없다.또 합의에 따른 연장 근로시간 역시 1주에 6시간에서 5시간으로 축소됐다. 일반 성인 근로자는 주당 8시간씩 5일 근무, 연장 12시간 초과 16시간까지를 합해 최장 허용 근로시간이 총 68시간이었는데 관련 제도 시행으로 앞으로는 주당 8시간씩 5일 근무에 시간 연장은 12시간으로 줄어 최대 허용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축소됐다.이 때문에 퇴근 이후 헬스와 요가 등 운동을 하는 사람, 학원을 다니며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 영화·공연 등을 관람하며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 등 퇴근 후 삶을 즐기기 위한 작지만 큰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여기에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발맞춰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산업 전반에 배치되고 있는 점도 '워라밸' 확산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일반도로를 달리거나 편의점, 카페 등에 AI를 결합한 무인서비스가 도입되면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인천국제공항 제 1·2여객터미널에는 음성인식 및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ICT 기술이 접목된 로봇 '에어스타(AIRSTAR)'가 안내를 돕고 있으며, 화성 동탄의 한 카페에서는 스마트폰 앱이나 키오스크(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를 통해 음료나 커피를 주문하면 '로봇 커피 바리스타'가 음료를 준비한다. 일과 행복을 찾기 위한 직업 선택 기준도 변하고 있다.급여를 많이 주는 대기업 위주에서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된 공무원 등 공직사회로 바뀌더니 이제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자기만족도 중시 직업으로 선택의 폭이 확대되고 있다.또한 자신이 평소 관심 있던 분야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거나 노동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등의 행복을 향한 도전이 시작되고, AI와 로봇 등 첨단기술 발달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되고 있다.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삼성·LG·SK 등 국내 대기업들도 올해 AI와 로봇, 빅데이터, 5G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 대규모로 인력 충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아직 주어진 시간에 낯설고 막연하게 느끼고 있다. 일과 행복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워라밸'에 대한 인식과 시행 모두 초기 단계이다 보니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특히 대기업이나 공공근로자보다 급여가 적은 영세 중소기업 근로자나 소상공인들에게는 '워라밸' 확산이 더 멀게만 느껴지고 있다.'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그만큼 급여도 줄고 있기 때문인데 이들은 퇴근 후에도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뛰어들고 있다. 게다가 이들에게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인건비마저 오르면서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 생계를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고용주는 각종 물가 상승에다 인건비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사업장 운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시간이 곧 '돈'인 이들에게는 '워라밸'이 현실과 맞지 않은 이상에 불과하다.우리 일상에 자리 잡은 AI와 로봇도 일과 행복의 방해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로봇 기반의 4차산업이 제1차 산업혁명 당시 일자리 감소의 최대 원인 중 하나인 증기기관과 비슷한 정도의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당시 증기기관의 발전으로 생산량이 증가하고 산업 발전 속도도 높아졌지만, 공장에서 일하던 유럽의 수십만 노동자는 거리로 내몰렸다. 4차 산업 시대에는 자동화와 무인화 도입으로 유통·물류·운수·제조업에서 현존하는 직업의 90%가량이 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렇듯 일과 행복을 찾기 위한 직장인들의 도전이 안정된 궤도에 정착할 때까지는 수많은 고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불편함으로 행복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근로자가 생기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워라밸'은 작금의 트렌드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직장인들의 생활방식이 달라지고 있으며 20~30대 청년들은 취업 대신 미래를 향한 도전과 함께 행복 찾기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상생활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사라지고 각광받는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아이클릭아트

2018-10-07 김종찬

[창간특집]작지만 확실한 '힐링여행'… 그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떠난 까닭은

노발대발하는 부장님 면전에 조용히 사표를 건네고, 그동안 책상에 쌓인 짐을 챙겨 회사를 떠난다. 집에 돌아와 배낭에 옷가지와 생필품 몇 가지를 대충 챙겨넣고 집을 나선다. 젊은 직장인들이 한번쯤 꿈꾸는 '퇴사 판타지'다. 월요병, 월급충 같이 온라인 세상에서 당장이라도 회사를 그만둘 것처럼 자신의 일상에 분노하지만, 정작 현실은 직장을 '때려치우는' 일에 용기가 필요하다. 밥벌이의 괴로움도 크지만, 저성장시대에 굶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만만치 않아서다. 그럼에도 우리는 안다. 용기를 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삶의 진리를. 그래서 우리는 남다른 용기로 회사를 때려치운 후, 용감하게 떠난 이들을 만났다.# '백수라도 괜찮아' 일은 원한다면 언제라도 다시 할 수 있지만 배낭여행은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개미처럼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해 본 후에야 알았다.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대기업에 근무했던 이고은 씨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떠난 것은 그 평범한 사실을 깨달아서다. "예전에 두바이에서 일할 때 주변국 여행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결국 하지 못했어요. 특히 시리아를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결국 내전이 나서 가지 못했죠. 나중에 갈 수 있을줄 알았는데 그 '나중'이란 것이 오지 않을 수도 있더라구요."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두 달간 동남아 국가를 여행했다. "여행을 워낙 좋아해서 네팔, 조지아, 쿠웨이트처럼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도 많이 다녀왔는데, 동남아를 한번도 가지 않았더라구요. 그저 가깝다는 이유로, 언젠가 가보겠지라고 생각했거든요. 앙코르와트를 꼭 보고 싶었고, 그래서 바로 떠났어요. 앙코르와트 보러."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얻은 정보로 먹고 자고 이동하는 모든 일정을 짰다. 물 흐르듯 여행을 하며 그는 인생을 공부했다. 앙코르와트에서 바라본 석양은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됐고, 캄보디아 '킬링필드'를 방문한 후 몰랐던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베트남 사파에서 일면식도 없는 이들과 1박 2일 동안 험난한 트레킹을 하면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사람과 책은 표지보고 판단하면 안된다'는 진리를 배웠죠. 또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됐죠." 그는 퇴사한 후 훌쩍 떠날 때 알아두면 쓸데 있는 노하우도 이야기했다. "떠날 때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정말 하기 힘들게 퇴사를 결정했잖아요. 이제 내 손을 떠난 일이니 마음 한 편에 불안이나 후회를 두지 말았으면 해요. 잘 쉬어야 건강하게 인생의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어요."# "여행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학창시절에는 입시 준비에 바빴고, 대학을 졸업하고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스펙을 쌓았다. 직장에 들어간 후에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일했다. 평범한 삶이었지만,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예고없이 무기력해졌다. 반복되는 일상에 점점 지쳤다. 황가람 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다. "퇴사를 하고 시간이 좀 지나니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득 막연한 꿈이었던 세계 일주가 생각났는데, 숨어있던 열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어요." 열정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남편의 배려로 세계 일주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고, 나 홀로 여행길에 올랐다. 호기롭게 시작한 여행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국이라면 쉽게 해결했을 일이, 타국에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즐겁고 설렜다. 힘들었지만 낯선 곳에서 혼자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여행을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됐을 때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풍경을 감상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익숙해졌다."스페인 그라나다를 여행하던 중 고급 레스토랑에 방문한 적이 있어요. 음식이 비싸서 와인 한 잔만 시키고 앉아 그 곳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데 그 순간이 참 행복했어요. 일행이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 쓸 일이 생기잖아요. 하지만 혼자서는 방해받지 않고 그 순간의 풍경과 분위기를 모두 누릴 수 있어 좋았어요." 여행을 오기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만 있으면 괜한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러나 여행을 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주위의 시선과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을 벗어던졌고,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6개월 동안 4대륙 18개국을 여행했어요.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가고 싶은 곳에 가서 행복을 느낄 때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순간순간 떠오르는 때가 있어요. 그 순간들이 앞으로의 삶을 버티는 힘을 주는 것 같아요."#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한 여행'축구를 좋아해서 구단에서 일을 했지만, 반복되는 빠듯한 일상에 지쳐 결국 퇴사로 이어졌다. 조유진 씨는 퇴사를 한 후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무작정 가방을 싸고 여행을 떠났다.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 너무 힘들었어요.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거든요. 일을 그만두고 '일을 하지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갖고 일본으로 여행을 갔어요. 복잡한 심정으로 떠나왔는데, 여행을 하다 보니 필요없는 생각들은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다른 생각은 안 하고 오롯이 나만 생각했어요."홀로 떠난 여행은 마냥 행복했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주변의 화려한 풍경을 보거나,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는 일이 안 풀리면 누군가를 탓하기 바빴는데, 여행을 하며 나에게만 집중하다보니 남탓을 하기보다 나에게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됐어요. 여행하면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였죠." 또 다른 마음의 변화도 일었다. 그토록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일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여행하는 중간에도 떨칠 수가 없었다. "일이 싫다고 생각해 떠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그 일을 하고 있어요. 이 일을 하는 게 지금은 너무 즐거워요. 요즘은 여행을 가면 쉬기도 하지만, 그 나라의 축구 문화도 꼭 돌아봐요. 여유도 즐기고, 자기계발 방법도 알게 된 거죠. 힘든 시기에 여행을 떠난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공지영·강효선기자 jyg@kyeongin.com·사진/이고은·황가람·조유진씨 제공/아이클릭아트황가람 씨는 일상에 무기력함이 찾아오자, 퇴직 후 홀로 세계일주를 떠났다. 6개월 동안 4대륙 18개국을 여행하면서, 일상에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보냈다. 사진은 볼리비아에 위치한 우유니 소금사막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황씨의 모습.이고은황가람조유진

2018-10-07 공지영·강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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