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창간특집]건강한 행복 | 삶의 질 향상 위한 '체력강화'… 운동, 성인병 질환 50% 낮춘다

세포 활동성 높여 장기 기능 발달면역력 증가 대장암 등 예방효과이것은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당뇨 및 암등의 주요 성인병 질환을 50%까지 낮출 수 있고 사망률을 3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이것은 무료이며 쉽게 할 수 있고 효과도 빨리 나타난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운동이다.사람의 몸은 수많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어 생명을 유지하고 건강을 어느 수준 이상의 자극이 필요한데 가장 효과적인 자극이 바로 운동이다. 운동은 세포 자체의 활동성을 높여서 심장, 폐, 혈관, 근육 등 여러 종류의 세포로 이루어진 인체 기관의 기능을 발달하게 해주며, 생리적 노쇠현상도 지연시켜 준다.만일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 세포의 활동 수준이 낮아짐에 따라 근육의 힘은 약화되고 섭취한 만큼의 에너지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비만하게 되고 심장, 폐, 혈관 등 여러 기능이 활발하지 못하게 되어 다양한 증상 및 질병 발병의 원인이 된다. 그럼 운동을 통해서 얻어지는 신체의 유익한 효과들은 무얼까? 먼저 뇌와 관련된 유익한 효과로는 우울증과 불안증상을 완화시키고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또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능력도 높아지게 한다. 심장쪽으로는 심장을 크고 튼튼하게 하여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소화기쪽으로는 장의 운동을 원활하게 하여 건강한 배변 활동을 하게 하며 장내 유해균의 성장을 억제한다.또한 유해균의 억제는 장내 독소의 감소를 초래하여 대장암의 발병률을 낮추는데 기여할 수 있다. 복부 지방면에서는 체지방 및 내장지방을 감소시켜 비만을 예방한다. 호흡기로는 호흡근이 튼튼해져 폐활량이 증가하고, 폐의 산소교환능력이 좋아져 산소섭취량이 증가하는 등 전반적인 폐기능이 향상된다. 면역기능 또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몸 안 여러 기관의 대사를 원활하게 해줄 수 있는 양만큼의 에피네프린, 코티졸 등의 호르몬이 분비되어 면역력을 증가시킨다. 장기간의 운동효과는 혈관 내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의 양을 감소시키며, 혈관 내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현상을 방지하는 고밀도 지단백질의 농도를 증가시키는데, 이러한 콜레스테롤의 유익한 변화는 동맥경화와 고혈압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근골격계로는 연령 증가에 따른 자연적인 무기질 감소를 지연시키거나 골밀도를 증가시킴으로써 뼈를 튼튼하게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근육을 튼튼하게 함과 동시에 지구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것으로 알려져 있다.운동은 우리가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규남 아주대 교수

2018-10-04 김규남

[창간특집]행복한 동행┃자원봉사단체, 어딘가 무슨 일이 생기면… 도움의 손길 건네는 파수꾼

내 몸은 힘들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 받을 사람의 미소가 더 기다려지는 사람들이 있다.사회 곳곳에서 희망의 씨앗 역할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은 그저 남의 미소에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재난 구호현장을 누비며 희망을 잃은 이들의 미소를 되찾아주거나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찾아내 정성으로 만든 식사를 전달하는 이들은 바로 주변에서 늘 마주치는 이웃사촌이다. 남의 아픔이 내 기쁨이 아니라 그 아픔까지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살아가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봉사 자체가 즐겁다는 자원봉사자들이 말하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적십자사 경기봉사회 수원지구협의회 내 몸은 힘들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 받을 사람의 미소가 더 기다려지는 사람들이 있다.사회 곳곳에서 희망의 씨앗 역할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은 그저 남의 미소에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재난 구호현장을 누비며 희망을 잃은 이들의 미소를 되찾아주거나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찾아내 정성으로 만든 식사를 전달하는 이들은 바로 주변에서 늘 마주치는 이웃사촌이다. 남의 아픔이 내 기쁨이 아니라 그 아픔까지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살아가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봉사 자체가 즐겁다는 자원봉사자들이 말하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재난현장 신속 도착 궂은 일 '척척'홍순도 회장 "30년 구호활동 보람"집수리·음식 베풂 등 나눔 이어가 2016년 경북 울주군 수해, 2017년 7월 청주 수해현장 등 전국의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봉사회 수원지구협의회 소속 봉사원들은 봉사 자체가 행복이라고 입을 모은다.봉사활동을 시작한 지 4년 밖에 안됐다는 신입(?) 윤상빈(55) 봉사원은 "지인을 통해 평동봉사회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몸도 피곤하고 시간도 뺏긴다고 했지만 정작 봉사를 시작한 지금은 봉사의 매력에 빠져 남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재난 현장 뿐 아니라 지역 독거노인 등을 위한 반찬 봉사활동 등 다양한 적십자의 인도주의적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홍순도(60) 회장은 "친구따라 시작한 봉사활동이지만, 어느새 내가 주도하면서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며 "일회성이 아닌 이어가는 봉사가 30년이 됐고, 봉사는 계속돼야 한다"고 봉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국적인 재난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것과 관련해 "수원은 선택받은 도시여서 재난 현장이 많지 않아 전국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요양시설에 처음 식사 봉사를 나갔다가 비위가 상해 토하기도 하고 맘 고생이 심했었다는 정옥자(53·여) 봉사원은 "지금은 별일 아니지만 힘들었을 때 포기 하지 않고 계속 봉사하길 잘했다"며 "행복이란 상대방의 행복이 내게도 행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수해 현장에서 조명기구공장의 물을 빼주고 기기 닦아줄 때 공장 직원이 "적십자에서 돈 받고 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황당했다는 윤상빈(55) 봉사원은 "적십자는 순수한 봉사단체라는 것을 설명해주고 열심히 도와줬더니 마지막에 고맙다며 웃는 모습에서 도리어 힘이 났다"며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대방이 있다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정의했다.공정분(70·여) 봉사원은 "TV에도 나왔던 쓰레기로 꽉찬 집을 치워주고 도배 및 장판도 교체해줬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다른 봉사회에서 못하는 일들을 해줬지만 남들이 안 알아준다고 해도 봉사를 통해 행복을 느끼는 지금 활동에 만족해하며 살고 있다"고 삶의 원동력은 봉사라고 설명했다.방앗간을 운영 중인 김정숙(65·여) 봉사원은 "매년 떡국떡을 판매해 관내 어르신 150여명에게 떡국잔치를 해주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면서도 오히려 미안해 하지만 그래도 남에게 나눠줄 수 있는 마음이 내 마음을 풍족하게 해준다. 때문에 봉사를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한다.1대1 결연을 맺었던 어르신이 얼마 전 별세해 마음이 먹먹하다는 홍 회장은 "따뜻한 베품은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 행복하게 해준다. 그러기에 봉사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사 자체가 행복이라고 말하는 수원지구협의회 회원들의 행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수원지구협의회 회원들이 행복의 정의를 내린 뒤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제공/아이클릭아트

2018-10-04 최규원

[창간특집]행복한 동행┃자원봉사단체, 홀몸 어르신 웃음 찾아준 따뜻한 집밥 한그릇의 힘

내 몸은 힘들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 받을 사람의 미소가 더 기다려지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 곳곳에서 희망의 씨앗 역할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은 그저 남의 미소에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재난 구호현장을 누비며 희망을 잃은 이들의 미소를 되찾아주거나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찾아내 정성으로 만든 식사를 전달하는 이들은 바로 주변에서 늘 마주치는 이웃사촌이다. 남의 아픔이 내 기쁨이 아니라 그 아픔까지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살아가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봉사 자체가 즐겁다는 자원봉사자들이 말하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수원 팔달구 지동 지리봉사단 지리봉사단은 수원시 팔달구 지동 일원의 생활형편이 어려운 독거노인들에게 매달 한 번씩 직접 만든 반찬을 제공하고 있다. 수원의 달동네로 불리는 이곳에서 열악한 삶을 사는 독거노인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대접하고 싶다고 시작한 봉사가 어느덧 12년이 흘렀다. 7가구로 시작된 반찬 봉사는 어느덧 38가구로 늘었고 무료 점심도 제공하고 있다. 또 밤이면 지동방범순찰대와 함께 동네 치안도 책임지고 있다.박경숙(63·여) 회장은 "3년전 차마 사람이 사는 곳인가 싶었던 동네 어르신의 집을 청소해준것은 물론 이불도 교체해 드렸더니 '고맙다'며 웃어보이시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남들에게는 하찮아 보일 수 있지만 어르신들이 기뻐하는 모습 그 자체가 내게는 '행복'"이라고 말한다. 12년째 마을 무료점심·반찬접대"고맙다" 한마디에 힘든줄 몰라밤에는 순찰대와 치안 지킴이도딸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공혜진(43·여)씨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어떻게 만들었을지가 궁금하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어떻게하면 맛있게 반찬을 해 드릴까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는 공혜진씨 뿐 아니라 반찬 봉사에 참여하는 봉사단 회원들의 공통된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공씨는 "여럿이 힘을 모아 누군가에게 해줄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며 "어느새부터 맛있는 것을 먹으면 뭐가 들어갔을까 고민하고 집에서도 만들어 본다. 그리고 어르신들이 맛있게 먹을 모습만 상상해도 미소가 지어진다"고 봉사활동의 이유를 설명한다.반찬 봉사에 함께 한 공씨의 딸 신소연(10)양도 엄마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일하는게 재밌다. (봉사활동을 한건) 잘한 것 같다"고 시크하게 말했다. 공씨의 딸은 지리봉사단 회원들의 재간둥이를 담당하고 있다. 고사리 손으로 회원들의 잔심부름도 도맡아 하기 때문에 회원들은 소연양의 등장만으로도 시나브로 미소를 짓는다.봉사를 몰랐다면 아마도 우울증에 걸렸을 것이라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지금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하는 김경옥(53·여)씨는 "집 밖에 몰랐고 성격도 소심했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성격도 밝아졌다"며 "집에서는 가족들을 내조하지만 반대로 봉사활동 할 때는 모든 가족이 내조해 준다"고 미소지었다.'고맙다'는 말이 마약 같아 행복을 느끼고 봉사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지리봉사단원들은 십시일반 모은 회비로 매달 한 번 회의를 갖고 다음 달 어르신들에게 만들어 보낼 반찬을 고민한다. 이들이 만든 반찬에는 조미료가 없다. 직접 육수를 내는 것은 물론 행복도 한가득 담겨 있어 세상 그 누가 해준 반찬보다 맛이 있다.박 회장은 점심시간 봉사회 사무실을 지나치는 사람을 보면 모른척 하지 못한다. 무조건 인사하고 식사를 권유하고 손을 잡아 끌고가 한끼를 대접해야 속이 풀린다."고맙다는 말을 너무 많이 받아서 '탈'"이라고 말하는 박 회장은 "회원들은 반찬 회의가 끝나면 자신의 집 반찬보다 어르신들을 위한 반찬에 온 신경을 쓴다"며 "시켜서하면 못하지만 맛있게 먹을 어르신을 생각하면 어느새 힘이 난다. 그것이 봉사를 하는 이유이자 '행복'"이라고 행복을 정의했다. /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지리봉사단 회원들이 관내 독거노인 등에 전달할 반찬을 담고 있다. /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

2018-10-04 최규원

[창간특집]그들은 행복할 수 있나┃평화의모후원의 사람들, 황혼의 삶 천국같은 안식처… 해피엔딩의 시작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다.노인을 위한 공간은 있다. 수원 조원동 평화의모후원이다.입소 자격은 기초생활수급자거나 형편이 어려운 노인이다. 현재 70세에서 100세까지의 노인 60여명이 머물고 있다.이곳에 행복이 있다. 힘겨웠던 삶을 마무리하는 노인들과 그들을 돕는 9명의 수녀들, 22명의 직원들은 서로에게서 피어나오는 행복을 나누고 있다. # 학도의용대로 한국전쟁 참전한 평화전도사"우리 사는 것 자체가 기적 같다. 이곳이 천국 아닐까."김항식 안드레아(87)옹은 3년여 전 아내를 여의고 고향을 떠나 수원 조원동의 평화의모후원에 거처를 마련했다. 40대 중반에 15살 어린 아내를 성당에서 만나 그리 넉넉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았다. 오랜 투병 끝에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반쪽이 무너지는 것 같은 슬픔에 견디기 어려웠다.가슴이 아픈 만큼 몸도 아팠다. 진찰을 받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 의사가 '평화의모후원의 문을 두드려보라'고 안내했다. '학도병 출신' 선교사 김항식 옹특별한 입소일 공동체 생활 즐겨연평도에서 태어난 김옹은 물 건너 황해도 해주에서 해방을 맞았다. 중학생 때 혈혈단신으로 서울의 한 신학교에서 신부(神父)수업을 받다 학도의용대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이후 학교로 잠시 돌아갔지만 결핵이 도져 결국 신부의 길을 포기하고 일평생을 '평신도 선교사'로 살다 마음만 먹으면 기도할 수 있는 평화의모후원에 왔다. 입소 일자는 공교롭게도 한국전쟁이 발발한 날인 2015년 6월 25일이다.김옹은 "평생을 불쌍한 노인들을 위해 희생하는 수도자들이 우리 양로원의 수녀님들"이라며 "언젠가 숨을 거두게 될 때가 오면 평화의모후원에서 후회 없이 보내어지고 싶다"고 말했다.아내의 손 대신 지팡이를 짚고 걸음을 떼야 하는 그이지만,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특유의 미소를 건네며 공동체 생활을 즐기고 있다.김옹이 몸을 뉘는 침대 곁에는 창문이 있다. 아침마다 햇살이 그를 깨우고 그가 사랑하는 평화의모후원이 감싸 안은 정원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의 행복은 '평화의모후원'이다. # 이제는 사라진, 갈 수 없는 그곳, 평양에서 온 100세 청년"순안비행장 자리가 내래 고향이라우."한재일 요셉(100)옹은 평양 순안에서 왔다. 팔순을 앞둔 아들은 여전히 평양에 있다. 아쉬운 이별이다. 4살 아래 아내 소복순(96) 할머니와 함께 월남해 의정부에 자리를 잡고 살았다.1919년 4월 5일 태어난 그의 '백수연'(白壽宴)을 수녀님들이 준비해줬다. 정성스럽게 만든 백수 기념 앨범을 소싯적 사진 옆에 두고 방문객들에게 자랑하며 내보인다. 한옹 곁에는 염태영 수원시장이 수여한 백년해로부부 표창장도 놓여있다.평화의모후원에는 2002년 12월 27일에 아내와 함께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아내의 병세가 나빠지기 전까진 2인실에서 함께 지냈다. 소 할머니는 6차례나 대수술을 받아 기력이 많이 쇠했다. 한재일 옹 '백년해로부부 표창'"아내와 서로 의지" 백수연 가져 한옹은 2층 환자방으로 자리를 옮긴 아내를 하루에도 수차례씩 만나러 간다. 아내를 만나러 가는 길은 걸음이 가볍다.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계단을 날아가듯 걷는다. 간헐적 이산가족이다.소 할머니는 한 세기를 꽉 채워 살아낸 남편을 의지한다. 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힘이 소 할머니의 활력으로 옮겨진다. 소 할머니는 "몸이 많이 아프지만, 남편이 곁에 있어 힘이 난다"며 "있는 그대로를 천천히 받아들이며 살 것"이라고 말했다. 한옹은 "부인이 아파서 속상하고 안타깝다"면서도 "100살까지 살지 꿈에도 몰랐지만, 이렇게 서로 의지하며 삼시세끼 따뜻한 밥에 간식까지 먹으며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이날 간식은 감자떡에 사과였다. # 평화의모후원을 지키는 사람들"어르신들의 행복이 제 행복이지요."잠시 평화의모후원을 지키는 청년이 있다. '미소천사' 사회복무요원 김재훈(21)씨다.수원 송죽동에 사는 김씨는 수원하이텍고등학교 전기전자과를 졸업하고 한국가스공사에 취업했다.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잠시 휴직한 그는 2018년 3월 소집돼 평화의모후원에 배치됐다.김씨는 "무거운 짐을 옮겨드리고 식사시간에 음식을 날라드리고 설거지하는 것이 주업무"라며 "노인분들의 생활에 도움을 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가장 낮은 곳에서 평화의모후원 구성원 모두를 섬기는 수녀님이 있다. 이상옥 헬레나 원장수녀다. 원장, 수녀·직원과 함께 보살펴"행복, 자꾸 나를 내려놓는 연습" 평화의모후원의 어르신들은 헬레나 원장수녀를 '행복 주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헬레나 원장수녀는 노인들을 섬기며 행복에 근접해간다.세상 사람들은 '왜 이런 것인지, 왜 아픈 것인지, 왜 힘든 것인지' 묻는 '왜'의 연속 속에 살아간다.헬레나 원장수녀는 모든 것을 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어르신들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진정한 행복을 찾는다. "행복은 자꾸 나를 내려놓는 연습이예요. 아마, 그래야만 다른 사람도 받아들이고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거에요. 마음 한켠에 행복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생길 때 비로소 행복을 느끼게 될 거예요."원장수녀 곁에서 올해로 98세를 맞은 안경례(98) 할머니는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내내 건강하세유"라는 덕담을 건넸다. 안 할머니의 고향은 충청북도 충주다.# 평화의모후원은가난한 어르신들을 임종 때까지 모시는 평화의모후원은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Little Sisters of the Poor)가 운영한다. 이 수녀회는 1971년 한국에 진출해 현재 평화의모후원(수원), 성요셉 동산(전주), 쟌주강의 집(서울), 예수마음의집(담양) 등 4곳에 양로원을 건립했다.평화의모후원은 청주에 있다가 1989년 10월 수원 조원동의 현 위치로 옮겨졌다. 수녀회 설립자는 쟌 쥬강(1792~1879) 성녀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쟌 쥬강 성녀는 47세가 되던 1839년 앞을 못 보는 할머니를 모셔와 자기 침대를 내어주고 다락방에서 생활했다.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의 시작이었다.쟌 쥬강 성녀의 선행은 170여년이 지난 현재 세계 31개국으로 전파됐고, 200여개 양로원에서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가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환히 웃고 있는 김항식옹과 이상옥 헬레나 평화의모후원 원장수녀.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평화의모후원 정원 모습.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한재일 옹과 소복순 할머니.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세잎클로버 { 꽃말 : 행복 }

2018-10-04 손성배

[창간특집]그들은 행복할 수 있나┃前 경기도의원 박종덕씨, 정치생활 접고 인생의 봄날 찾아간 '박산타'

"대접받던 예전 정치인 시절보다 평범한 봉사활동자인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합니다. 제가 느끼고 있는 행복을 많은 분께 나눠주고 싶습니다."제8대 경기도의회 의원을 지낸 박종덕(60)씨는 자신의 삶을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삶이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그가 평생 놀이처럼 즐기고 있는 봉사활동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1976년 중학교 3학년이었던 박씨는 펜팔을 주고받던 여중생의 초대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보육원을 방문한 이후 봉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학창 시절 라디오를 즐겨 듣던 박씨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 여중생과 편지를 주고 받게 됐고, 그녀가 부모님이 안 계신 고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박씨에게 마음을 연 여학생은 이와 함께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자신이 사는 고아원에 놀러오라고 말했다. 중3때 펜팔 인연 보육원서 첫 봉사소박한 한끼·환한 미소 '삶의 변화'군 제대후 공연·이발 등 바쁜 활동 이 때부터 박씨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과수원에서 허드렛일을 돕고, 그 대가로 사과와 배 17박스를 받아 여중생이 사는 서울시의 한 고아원을 찾아갔다.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여중생과 고아원 아이들은 환한 미소로 박씨를 맞았고, 박씨는 고아원에서 꽁보리밥, 미역무침, 장아찌, 고추장으로 된 한끼의 식사를 대접받았다.비록 초라한 식사였지만 고아원에서 먹은 한끼와 여중생, 아이들의 미소가 그의 인생을 바꾸게 된 계기였다고 한다.박씨는 "어렸을 때는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펜팔을 나누던 그 소녀를 알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며 "비록 목적은 불순했지만 돌아보면 그때 고아원을 찾아간 것이 나의 인생을 바꾼 계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군 제대 이후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한 박씨는 산타 복장에 기타 하나를 메고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길바닥, 공사판, 노인정 등 어디든 가리지 않고 찾아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박산타'라는 별명이 붙었다.1년에 한 번씩은 보육원을 찾아 공연을 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있을 때 길거리에 나가 모금 활동을 한 후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심신의 안정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노래를, 몸이 불편한 어르신에게는 활동 보조를, 군대에서 배운 이발 기술을 활용해 어르신 또는 돈이 없는 이들의 머리를 깎아주는 등 분야도 다양했다.시간이 지나 도의원이 된 박씨는 여전히 어려운 이웃을 만나 봉사를 이어갔지만 쉽지 않은 길이었다. 도정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봉사활동을 했지만 다른 당 정치인들은 선거법을 거론하며 그를 비난했다.결국 박씨의 봉사는 소극적으로 변했고, 점점 정치생활에 회의감을 느꼈다. 박씨는 "정치적 목적이 없는 봉사활동도 논란의 대상이었다"며 "심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선거법 저촉 비난에 단호히 불출마연고없는 전남 비금도에 보금자리"지금은 남 눈치 안볼 수 있어 행복"그는 지난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도의원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왔다. 불출마를 결심한 이유도 본인이 그토록 원했던 봉사활동을 마음껏 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일상으로 복귀한 박씨는 고향인 양평뿐만 아니라 여주, 가평, 이천 등 도움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지역만을 골라 봉사활동을 했다.그리고 현재 그의 활동 무대는 양평이 아니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전남 신안군에 있는 비금도다.지난해 10월 신안군을 방문한 박씨는 아내와 함께 한 달 만에 이곳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렸다.4천여명의 주민 대부분이 어르신인 비금도에서 박씨는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한다. '젊은이'인 박씨는 먼저 나서 칼 갈아주기, 장판 교체, 이발, 도배 등 궂은일을 불평 없이 하고 있다. 산타복을 입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도 빼먹지 않고 있다. 현재 그의 주 활동지는 경기지역이 아닌 신안군 내 복지시설이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신안군 내 노인정, 요양원 등을 찾아 공연을 하고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나눠준다. 비록 고정수입이 없어 도의원 시절과 비교했을 때만큼의 풍족함은 느낄 수 없지만 그의 행복도는 전세계 행복지수 1위인 '부탄'의 국민들보다 높았다.박씨의 주 수입원은 소금, 쌀, 물고기 등 주민들이 주는 답례품이다. 비금도 생활 초기에 한 주민이 준 소금을 자랑처럼 SNS에 올렸는데, 이 소금을 사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했다. 현재는 비금도 주민들이 생산한 소금을 대신 팔아주고, 고향인 양평뿐만 아니라 전국팔도에 비금도 특산물을 알리며 '비금도 홍보맨'를 자처하고 있다. 박씨는 "도의원 시절에는 봉사활동이라도 나가면 경쟁자들이 선거법 위반 아니냐고 하도 따져대서 하고 싶은 봉사를 마음껏 하지 못했다"며 "아무런 제약이 없는 지금은 남들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대로 봉사를 할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 행복은 어려운 이들에게 베푸는 것"이라며 "이 나이에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것도 행복한 것이고, 내 도움을 받고 다른 이가 행복한 것도 나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행복"이라고 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박종덕씨가 산타복장을 한 채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 /박종덕씨 제공은방울꽃 { 꽃말 : 행복 }박종덕씨가 어르신들께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박종덕씨 제공박종덕씨가 비금도에서 이발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 /박종덕씨 제공

2018-10-04 이준석

[창간특집]동화로 읽어보는 행복의 의미┃고정욱 동화작가, "세상엔 공짜가 없으니 원하는 걸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죠"

어릴적 소아마비 시련 극복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장인천 송도초교 아이들에 '배려·성취하는 인생' 강연작품속 주인공 '최선 다하는 삶의 자세' 격려 메시지 "이상은 자기보다 높은 위를 봐야 되고 현실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는 거야.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을 본다면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 수 있지."('아주 특별한 우리 형' 中)동화작가 고정욱(58)을 만났다. 이 시대의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가 응했다. 1년에 300회 이상 전국 강연을 다니는 '스타 강사'인 그가 마침 인천송도초등학교 강연이 예정돼 있었다. 지난달 12일 오전 인천송도초 강당을 찾아갔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하여'를 주제로 5·6학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른 손에 연필 장착, 왼손에 노트 장착!" 학생 150여 명의 시선이 단상 위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작가를 향했다. 한 살 무렵 소아마비가 찾아온 이야기부터 시작했다."어머니가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평생 동안 걷지도 못하고 혼자 힘으로 설 수도 없습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집에 오니 옆집 사는 할머니가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와서 말했습니다. '새댁, 쟤는 고양이만도 못해. 얘는 쥐라도 잡아. 외국으로 보내버려. 얘는 행복하게 못 살아!'"고 작가가 아이들에게 말한 행복의 조건은 학교에 다니고(교육), 가정을 꾸리고(결혼), 돈을 버는 것(직업) 이었다. 어느 조건도 소아마비 장애인이 충족하기 어려운 일이었다.하지만 고양이만도 못 할 것이란 아이는 비장애 친구들과 함께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국문과에 진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 대학 강단에 오르기도 했다.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했고 자녀 셋을 두었다. 수백만 권의 책을 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우리나라 장애인으로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걸었다. 부모와 친구들이 그의 길을 도왔다. 고 작가의 강연을 들은 아이들의 노트에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불가능은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작가의 강연이 끝나고 학교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물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경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있겠냐"고. 그는 대답했다."언제나 사는 건 어려웠어요. 부모가 없어서 어렵고, 이혼해서 어렵고, 망해서 어렵고, 형제 간에 다퉈서 어렵고. 어려운 이유는 너무 많아요. 다 괴로워요. 인간은 이 세상에 나온 이상 다 어려워요. 어려운 것만 이야기하면 누구든지 안 어렵다고 이야기할 사람 없어요. 어려운 건 기본이에요."고정욱 작가 동화에는 장애인 주인공이 많다. "세계에서 제일 우울한 아이"였던 자신의 유년이 작품에 녹아 있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의 영택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의 종식이 모두 작가의 분신이다. "장애를 특별한 것으로 여기는 시대"였지만 어린 고정욱은 '특별 대우'를 바라지 않았다. 의대 진학의 꿈이 물거품이 됐고, 교수가 되는 계획이 무산됐어도 절망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스스로를 아끼고, 존중하고, 사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세상에 공짜가 없기 때문에 행복도 노력해야 해요. 제 주변의 장애인들이 다 부럽다고 해요. 그러면 '전 운이 좋았어요. 원하는 걸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할 수 있음에도 안 하는 것은 욕 먹어도 싼 일이에요'라고 말합니다. 원하는 삶을 위해 대가를 치르면서 노력할 것인지, 남들 하는 만큼 살 것인지 선택해야 해요. 양손에 다 떡을 들 수 없어요."고정욱 작가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자주 다닌다. '백지 상태'인 아이들에게 장애의 편견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다. 강의 때마다 "너희들 학교 가는 것 싫지, 그런데 장애인 주인공은 학교에 너무 가고 싶어 해. 왜냐면 그게 행복이기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단순히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고 행복을 느껴야 한다'는 메시지가 아니다. 그는 말했다."그런 얘기를 해주면 우선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가 갖고 있는 행복과 자기가 너무나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돼요. 행복을 찾게 되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못 가진 사람들을 공감해주고, 결과적으로 자기 삶을 더 귀한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그게 제 신념입니다."고정욱 작가의 소명은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40대 초반이던 어느 날 강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깨달은 것이다.자신이 쓴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이들이 기뻐하고,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된다. "이렇게 보람 있는 삶을 살라고 내가 장애인이 됐구나"라고 생각한다.고정욱 작가는 지금까지 297권의 책을 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말과 생각을 잘 아는 작가'로 평가받는다.고 작가의 목표는 500권의 책을 내는 것이다.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그리고 더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사랑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지난 달 12일 인천송도초등학교를 찾아와 5·6학년 학생들을 만난 고정욱 작가는 아이들에게 꿈을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의 소중함과 행복을 이야기했다. '장애인 친구들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함께 꿈꾸자'는 강연은 즐거웠고 울림이 깊었다. 고 작가의 책은 수백만 권이 팔렸고,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온다. 그는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명사가 됐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8-10-04 김명래

[창간특집]그들은 행복할 수 있나┃취업난 청년들, 함께하는 청춘 '그들만의 작은 파랑새찾기'

시간·비용들여 준비해도 '5명중 1명 실업자꼴' 'N포세대=불확실한 미래=불행' 사회통념깨기 현재 한국사회에는 청년들의 불행을 설명하는 단어들이 쏟아진다. '청년실업률', 통계청의 지난 8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청년(만15~29세 )실업률은 직전 달인 7월과 비교해 0.7%p 증가한 10%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자 113만3천명 중 청년실업자는 약 38%인 43만5천명으로 집계됐다. 체감 실업률은 23%에 달한다고 하니 우리 주위 청년 5명 중 1명은 실업자인 셈. 청년들은 취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스펙을 쌓기 위해 오늘도 한 발 내딛는다. 신한은행의 '2018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의 평균 취업 준비기간은 약 13개월이며, 준비비용은 평균 384만원(생활비·주거비 제외) 이라고 한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그러나 자신들의 노력이 '노오력' 일 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N포세대', 결국 청년들은 포기한다. 연애와 결혼·출산을 포기하고 인간관계도 버겁다. 더 나아가 꿈과 희망조차 내려놓게 된다. 한국의 청년들은 불행과 밀접한 존재가 돼 버렸다. 그러나 사회가 만들어 놓은 통념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행복을 만들어 가는 청년들이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 당장의 확실한 행복을 좇는 청년들이 호흡하는 곳. 수원시 청년지원센터 '청년바람지대'를 찾았다. #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대단한 사람들'지난달 14일 오후 2시께 팔달구 교동에 위치한 청년바람지대 '가지가지홀'은 기분 좋은 청량한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용도를 알 수 없이 미스터리한 각종 소품들을 이곳저곳으로 옮기고, 서로의 옷을 가위로 정성(?)스럽게 잘라내던 청년들은 "뭐하는 사람들이냐"는 물음에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곳의 청년지원공모사업인 '거창한 상상'에 선정된 팀 '대단한 사람들'은 이날 저녁 열릴 추리게임 '크라임씬' 이벤트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들이 준비한 추리게임의 플레이어들은 마찬가지로 청년들이다. 수원에 거주하는 9명의 20대 초반 청년들로 구성된 이들 대부분은 공연기획을 전공하지 않은 '아마추어'다. 이 같은 경험이 진로와도 무관하기 때문에 '스펙'과도 거리가 멀다. 수원시청년지원센터 '바람지대' 삼삼오오 모여진로·스펙과 무관한 나름의 '소소한 재미' 즐겨그렇다면 이들은 '왜' 다른 청년들의 즐거움을 위해 자신들의 열정과 시간을 아낌없이 소비하고 있는 것일까. 이들의 리더인 조현아(23·여) 팀장은 이 같은 질문에 "재밌어서"라는 당연하면서도 요즘은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 답변을 내놨다. 조 팀장은 "주변 친구,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벌써 두 번째 시즌을 진행하고 있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며 "(우리가)준비한 게임에 청년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특별한' 청년들인 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을 미래에 대한 불안을 똑같이 느끼는 '평범한' 청년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도 취업과 진로를 고민하는 평범한 청년"이라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기보다 나름의 즐거움을 찾고, '삶의 질'을 높이고 싶었다"고 전했다.# 수채화 붓을 잡은 행복을 궁리하는 청년같은 시각 2층 '꼼지락 실험실'에서는 '수채화 캘리그래피'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자신들의 작품에 골몰하는 10명의 청년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이가 있었으니, 이 수업의 유일한 '청일점' 김연규(35)씨다.교육 서비스 업체인 주식회사 '행궁'을 운영하는 청년 CEO라고 밝힌 김씨는 "(나도)다른 청년들처럼 바쁘지만, 캘리그래피를 이번 기회에 꼭 도전해 보고 싶었다"며 "처음에는 수업을 어떻게 따라가지 싶었는데, 내가 만든 작업물을 사무실로 가져가면 동료들이 칭찬을 해줘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같이' 캘리그래피 배우고 이벤트 진행하고…서로가 묘한 위로 "지금 이 순간 '만족'이 중요"그는 이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이 모여, 말은 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묘한 위로가 된다. 이런 동질감에서 오는 '행복'도 있다"고 밝혔다.이 수업에는 청일점 김씨를 포함해 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대학생, 캘리그래피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수강생 등 다양한 청년들이 모였다. 수업 강사인 정상미(38)씨는 "이 수업에는 지친 일상을 치유 받길 원하는 다양한 청년들이 모였다"며 "이 곳에서 소통도 하고, 그림을 그리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걸 보면 나도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 청일점인 김씨는 자신이 대표로 재직 중인 주식회사 '행궁'의 의미가 "행복을 궁리하다"에서 따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행복은 결국 무엇이든지 '함께' 하는 것에서 오는 것 같다. 모든 걸 잘 하려고 하기 보다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수원 '청년바람지대' 수채화 캘리그래피 수업에 참여한 청년들이 작품 완성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청년바람지대' 건물.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수원 거주 20대 초반 청년들이 모인 팀 '대단한 사람들'이 추리게임 이벤트를 위해 준비한 소품을 들고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파랑새 { 마테를링크 동화극속 '행복'이란 이름의 새 }

2018-10-04 배재흥

[창간특집]그들은 행복할 수 있나┃퇴직후 '인생 재설계'… 자격증 시대, '핑크빛 2막' 펼친다

"퇴직하면 뭐하고 살아야 하나, 아니 무엇을 하며 먹고 살지?" 요즘 40·50대 직장인들의 고민이다. 60세 정년까지 수년에서 십 수년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불안하다.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하지만 시간도 돈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그러나 인생살이가 그렇듯 준비하는 자들은 반드시 웃는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것이 '삶'이다.창간 73주년을 맞아 노년의 행복을 위한 '제2의 인생설계'를 통해 어떻게 준비해야 행복 할 지 들여다 본다. # 노후 준비 '건설관련 자격증 시대'기대수명 90세인 시대. 노후 준비를 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한 직업소개업체가 남녀 직장인 461명을 대상으로 '노후준비'에 관한 생각을 물은 결과, 55.3%의 직장인이 현재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 40대 이상이 69.2%로 가장 높았다. 이들 중 7.5%대 응답자는 "자격증 마련 및 기술습득을 통해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응답은 현재를 즐기는 '욜로족(YOLO族, 인생은 한번 뿐이란 뜻)' 보다는 자격증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50대 이상 '신중년'들의 건설업계에서의 인생 2막 설계가 눈에 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2018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이상 남성이 가장 많이 취득한 자격증 상위 5개 종목 중 건설 관련 자격증은 3개에 달한다. '기대수명 90세' 직장인 55% "노후준비중"50세 이상 자격증 취득 5년새 56% 급증굴삭기·지게차운전 건설관련분야 '인기'시설물관리·모니터링등 '드론' 새롭게 떠 굴삭기운전기능사는 작년 4천778명이 자격증을 취득해 지게차운전기능사(7천420명) 다음으로 인기가 많았다. 건축도장기능사(2천381명)와 조경기능사(1천959명)도 각각 3위와 5위에 올랐다.50대 이상 여성이 많이 취득한 자격증 4위에 건축도장기능사(805명)가 올랐다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한 점이다. 한식·양식·중식 조리기능사와 세탁기능사 등 기존 중년 여성들이 주로 취득하던 인기 자격증 대열에 건축도장 종목이 합류한 것이다.실제 최근 5년간 연령대별 국가기술자격 취득자 현황을 보면 2013년 50세 이상 4만818명에서 지난해 6만3천929명으로 5년간 새 자격증 취득자가 56%나 늘었다. 이는 전 연령 평균 증가 폭(13%)보다 크게 높다. 구직활동이 가장 활발한 20대(18% 증가)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통계치를 볼 때 50대에 접어들면서 '제2의 인생설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과 전쟁터 같은 취업 전선에서 새로운 기술, 즉 '자격증'을 통해 행복한 노년의 삶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제2의 인생설계' 이제 '예능' 소재 부상"7분이면 200만원 벌 수 있다" 가수 김건모의 말이다. 그가 한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드론으로 노후를 준비 중이라며 "드론을 날려서 농촌에서 비료를 주면 딱 7분 날리고 2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예능 소재에 최근 드론 열풍이 불고 있다.정부도 지난해 말 드론시장을 4조4천억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바 있다.국토교통부는 '드론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보면, 5년 동안 3천700여대, 3천500억원 규모의 드론 시장을 창출한다. 공공건설, 도로, 철도 등 시설물 관리와 해양·산림 등 자연자원 관리에 드론이 활용된다. 실종자 수색, 사고·재난 지역 모니터링 등 치안·안전·재난 분야에도 드론이 투입된다. 국공유지 실태, 농업 면적 등 각종 조사에도 드론을 활용할 예정이다. 정부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2026년까지 드론 관련 일자리만 약 17만개 이상이 새로 생긴다. 김건모가 방송에서 드론으로 노후를 준비하겠다는 말이 실현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지자체 운영 '재취업 교육'에 주목하라김건모가 말하는 것처럼 이제는 자격증 시대다. "현재 삶도 버거운데 제2의 인생설계라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들러보면 제2의 인생설계가 지금 삶에 녹아들 수 있다.시흥시가 운영하는 '시흥아카데미'가 대표적 예다. 이 교육프로그램은 아주 특별하다. 기존 교육 형태가 강의실이었다면 이 교육프로그램은 강의실이 아닌 온라인에서도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인터넷만 접촉되면 특별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무료다. 유튜브 누적 조회수 50만뷰 돌파라는 성과로 이미 입증이 됐다.2012년 10월 첫 문을 연 시흥아카데미는 2016년 기준, 47개 학교(과정)를 개설해 수료생 총 1천234명을 양성했다. 특히 '특색 있는 지역개발',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교를 개설해 운영 중 이다. 시흥아카데미 온라인 기수교육프로 주목조경 등 47개 과정 1200여명 '제2의 삶' # 시가 운영하는 무료 교육으로 '제2인생 찾은 사람들' 시흥아카데미를 통해 새로운 삶을 찾은 사람들도 있다. 지난 2015년 일이다. 시흥시 소재 MTV 수변공원내 시민들이 직접 만든 아주 특별한 공원이 탄생됐다. 시흥 지역민들이 시흥아카데미 조경기술교육을 이수한 후 '봉사'를 통해 공원을 조성했다. 이들은 시흥시가 키워낸 시민정원사들이다. 이들은 현재 사회적기업까지 만들었다. 이후 기업 활동을 통해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 /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50대 이상 '신중년'들이 건설업계등에서 '제2의 인생' 설계를 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경인일보DB분홍장미 { 꽃말:행복 }농촌진흥청에서 무인헬기를 통해 항공방제를 시연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시흥아카데미를 통해 새로운 삶을 찾은 '시흥시민정원사'들. /시흥시 제공시민정원사들이 전지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 /시흥시 제공

2018-10-04 김영래

[창간특집]행복한 동행┃동호회 전성시대, 바람에 몸 맡긴 인간 새… 그들처럼 '구름위 산책'

구름을 뚫고 나오니 청명한 가을이 온몸으로 빨려 들어온다. 능선을 가로지르니 숲 속 성찬이 눈앞에 펼쳐진다. 혼자만의 별천지를 누리며 자연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이 있다. 워라밸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기 훨씬 전부터 패러글라이딩과 산약초 채취라는 취미를 공유하며 수십 년째 동행하는 사람들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자연을 충분히 공부하고, 자연 앞에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이 현대인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습니까?" /편집자주 #하늘을 나는 사람들 초가을 하늘빛이 선명했던 지난달 9일, 패러글라이딩 동호인 기모(41)씨와 함께 양평군 유명산 아래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을 찾았다. 이른 아침부터 미래항공스포츠클럽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었다. 이들은 패러글라이딩이 계절마다, 또 365일 각각의 기상 상황마다 하루하루 다른 묘미가 있다고 말한다.초보자의 경우 전문가와 함께 하는 15~30분의 체험코스가 전부지만, 4주 교육을 받고 나면 혼자 비행할 수 있고 숙련되면 5~6시간도 가능하다고 했다. 바람이 좋은 날엔 용인에서 속초까지도 갈 수 있다는 게 동호인들의 설명이다.낙하산으로 활공하는 패러글라이딩 나홀로 무동력 비행 매력 스릴 만점회원 40여명 "삶의 활력소" 입 모아 지리산 구름 속에서 무릉도원을 경험한 적도 있다는 기씨는 "이처럼 강렬한 행복감을 안기는 취미활동은 패러글라이딩뿐"이라며 지금도 주말만 되면 뛰어내릴(?) 곳을 찾아다닌다.이들이 이토록 패러글라이딩에 열광하는 이유가 궁금해 직접 타보기로 했다.트럭에 장비를 싣고 동호인들과 함께 산 정상으로 출발했다. 심하게 요동치는 비포장 산비탈을 올라가는 게 힘들 법도 했지만 동승자들의 만면에는 시종일관 미소가 가득했다. 이들은 패러글라이딩의 평균 속도가 55㎞/h 정도지만, 바람을 등지면 90㎞/h까지도 나온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국내 여성 동호인 중 자신이 최고령일 것이라고 소개한 김모(63)씨는 "도움닫기 후 '부웅'하고 뜰 때의 짜릿함 때문에 이걸 놓지 못한다"며 "주말에 한 번씩 타는 게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활력소가 된다. 얼마나 좋냐"고 엄지를 치켜세웠다.정상에서 전후좌우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니 머릿속 깊은 곳까지 상쾌해졌다. 마침 새 장비의 내구성과 결함 등을 확인하는 시험비행을 하기위해 유럽에서 온 테스트파일럿들이 모여있었다. 스위스 인터라켄이나 양평 유명산 등이 이들의 단골 시험비행장소다.미래항공스포츠 천대준(47) 팀장과 2인용 패러글라이더에 탑승하자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호흡을 한번 가다듬은 뒤 산 아래를 향해 그대로 달렸다. 몸이 떠오르며 내뱉은 외마디 비명은 금세 탄성으로 변했다. 다행히 바람은 비행을 허락했고 그렇게 하늘을 부유했다. 아무런 동력에 의지하지 않은 채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바람소리만 귓가를 스칠 뿐, 다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미디어의 힘을 빌리지 않고 대자연의 장관을 실감하고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었다.천 팀장은 23년 전 우연한 기회에 패러글라이딩을 접한 뒤 지금까지 업으로 삼고 있다. 그를 중심으로 모이는 회원은 40여 명.해발 800m 상공에서 천 팀장은 "패러글라이딩은 허공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고독하다. 그게 묘한 매력"이라며 "23년째 거의 매일 타는데도 여전히 가슴이 뛴다. 그러면 행복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땅 위에 착지하는 순간, 1%의 안도감과 99%의 진한 여운이 밀려온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8-10-04 황성규

[창간특집]행복한 동행┃동호회 전성시대, 대자연이 품은 보물찾기… 약초와 사랑에 빠지다

구름을 뚫고 나오니 청명한 가을이 온몸으로 빨려 들어온다. 능선을 가로지르니 숲 속 성찬이 눈앞에 펼쳐진다. 혼자만의 별천지를 누리며 자연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이 있다. 워라밸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기 훨씬 전부터 패러글라이딩과 산약초 채취라는 취미를 공유하며 수십 년째 동행하는 사람들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자연을 충분히 공부하고, 자연 앞에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이 현대인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습니까?" /편집자주 #약초를 찾는 사람들 약초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해서 흰 턱수염에 개량한복 정도의 차림을 예상했는데 말끔한 등산객들이 차에서 내렸다.최소 10년 넘게 산간과 도서 오지를 함께 누벼온 약초채취 동호인들은 지난달 8일 동이 트기도 전에 이천시종합운동장에 집결했다. 수원·서울등 사는곳·일터 다르지만자연이 좋아서 전국 방방곡곡 누벼산자락 훑다보면 전신운동 '저절로'이천에서 축산물가공유통업을 경영하는 조승국(45·닉네임 이천마니)씨와 송산(57)·여조복(53)·김장환(49)·김풍기(42)씨가 이날의 멤버였다. 수원, 남양주, 서울 등지에서 모인 이들의 직업은 회사원과 사업가 등 각양각색이었다. 행선지인 대관령에 진입해 구불구불 깊은 산길을 한참 달리니 윈도 배경화면에서나 봤던 해발 1천200고지 초원이 펼쳐졌다. 출발할 때는 서둘렀지만, 도착해서는 다들 여유 있게 절경을 즐겼다. 한 멤버가 먼발치의 대형 풍력발전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어떤 날은 구름이 내 발밑에 있어"라고 속삭였다.무전기와 각반(발목보호대) 등 채비를 갖춘 멤버들이 일제히 산을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사방으로 흩어졌다.리더인 조씨가 "근처에서 잎새와 능이가 나온 적이 있다"고 말한 지 5분이 안돼 1㎏에 20만 원을 호가하는 잎새버섯이 발견됐다.일반인들은 보고도 몰라서 지나칠 지점에 노출돼 있었다. 턱밑까지 숨이 차오른 기자에게 조씨가 "버섯을 봤느냐"고 물었다. 못 봤다고 하자 뒤를 한번 돌아보라고 했다. 천천히 살피니 줄잡아 5~6종의 버섯이 땅과 나무에 붙어있었다. 조씨는 "잡버섯까지 너무 알려고 하면 안 된다"며 "그날 목표로 삼은 버섯만 보려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약초는 도감을 외운다고 해서 눈에 잘 들어오는 게 아니었다. 수분과 통풍과 햇빛이 적당한 곳이어야 하고, 민감한 기후 변화를 읽어야 한다. 단단한 땅과 푹신한 땅 등 자생특성도 알아야 한다. 산에서는 흙과 바위, 나무와 숲 전체를 입체적으로 관찰하며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지그재그로 산을 훑으면서 한번에 10~15㎞를 뛰어다닌다.쓸만한 약초를 얻지 못하는 날도 많다. 약초가 없을 거라 뻔히 예상되는 날에도 산으로 향한다.조씨는 "스트레스받는 순간 그건 취미가 아니다"라며 "우리의 진짜 목적은 전신운동이다. 욕심 채우려는 사람들은 결국 다 떠났고, 지금은 남은 회원 40여 명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긴다"고 소개했다. 하산 후 김풍기씨는 "일본인 아내가 처음에는 날 이상한 사람 보듯 하더니 일본에서는 귀한 자연산 송이를 처가에 선물하고부터 오히려 산행을 부추긴다"고 귀띔해 좌중을 웃겼다.휘파람과 노래를 입에 달고 능선을 타는 이들은 산약초 캐는 과정을 '보물찾기'라고 표현했다. 그 보물이 꼭 수확물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송산·김풍기·조승국·김장환·여조복씨가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대관령 고지를 감상하고 있다(왼쪽부터).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2018-10-04 김우성

경인일보 창간72주년 축하해 주신 분들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정규성 한국기자협회 회장 △여창환 한국지방신문협회 회장 △채홍기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신선철 경기언론인클럽 이사장 △김은경 환경부 장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재율 경기도 행정1부지사 △김회광 경기도 언론협력담당관 △송달용 경기도민회장 △기길운 의왕시의회 의장 △전영남 의왕시의회 부의장 △최순옥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 교육장 △이병덕 경기도가평교육지원청 교육장 △김영진 국회의원 △이경우 이천소방서장 △백혜련 국회의원 △원혜영 국회의원 △김지환 경기도 이천교육지원청 교육장 △장동진 〃 교수학습지원과장 △남궁명 〃 경영지원과장 △박정 국회의원 △이상복 강화군수 △남봉현 인천항만공사 사장 △인천서구청 △백병선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윤후덕 국회의원 △양기대 광명시장 △이춘표 광명부시장 △곽태웅 광명시 홍보실장 △안민석 국회의원 △고창경 이천경찰서 서장 △조정식 국회의원 △정광선 이천시 도시개발사업단장 △곽상욱 오산시장 △김태정 오산부시장 △이석우 남양주시장 △최현덕 남양주부시장 △박광겸 남양주시 행정안전실장 △백경현 구리시장 △이준섭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 △심상정 국회의원 △김종대 국회의원 △추혜선 국회의원 △한기열 경기지역농협본부장 △박광온 국회의원 △최규진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 △유은혜 국회의원 △조도연 경기도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 △서삼기 광주소방서장 △서석권 군포소방서장 △최성 고양시장 △이봉운 고양시 제2부시장 △이재필 고양시 공보담당관 △김권운 부천소방서장 △조병돈 이천시장 △이운영 이천부시장 △원종순 이천시 안전행정국장 △엄기화 〃 예산공보담당관 △김웅제 〃 자치행정과장 △이민근 안산시의회 의장 △정승현 안산시의회 부의장 △김민기 국회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김윤주 군포시장 △김원섭 군포부시장 △강민원 군포시 홍보실장 △오수봉 하남시장 △김양호 하남부시장 △김재의 하남시 공보감사담당관 △신창현 국회의원 △박남춘 국회의원 △정성호 국회의원 △김한정 국회의원 △신계용 과천시장 △박창화 과천부시장 △김채하 과천시 기획감사실장 △이홍천 과천시의회 의장 △제갈임주 과천시의회 부의장 △김진표 국회의원 △권용한 구리소방서장 △원경희 여주시장 △이대직 여주부시장 △박은영 여주시 홍보감사담당관 △임병숙 가평경찰서장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 △원유철 국회의원 △김두관 국회의원 △전진선 여주경찰서장 △김병기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한의녕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 △송봉섭 삼성전자 수원지원센터장 상무 △성상경 한국은행 경기본부 본부장 △이병식 영통발전협의회장 △김권운 부천소방서장 △이용영 수원시 장안구청장 △김성제 의왕시장 △김건 의왕부시장 △조동규 의왕시 서민서비스국장 △이기화 〃 안전행정국장 △오복환 〃 도시개발국장 △오우선 〃 환경사업국장 △임인동 〃 보건소장 △안기정 〃 홍보담당관 △박노황 연합뉴스 대표이사 사장 △염태영 수원시장 △이한규 수원시 제1부시장 △홍사준 〃 기획조정실장 △조진행 〃 언론담당관 △제종길 안산시장 △이진수 안산부시장 △정상래 안산시 공보관 △이성호 양주시장 △오현숙 양주부시장 △박현구 남양주소방서장 △신항철 경기일보 대표이사 사장 △송석준 국회의원 △김만수 부천시장 △김성기 가평군수 △손수익 가평부군수 △이우인 가평군 기획감사실장 △윤관석 국회의원 △송영길 국회의원 △박남춘 국회의원 △인천중구청 △이재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무순>

2017-10-01 경인일보

[경인일보 창간 72주년 특별기획]천사의 다른 이름을 찾아서… 프롤로그

아이들 위한 여행 아직도 진행형나눔으로 보답받는 미소의 '가치'밥이 곧 경전, 삶 그 자체 깨달아배낭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90년대 초, 나 역시 경험자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인도로 갔다. 최악의 그림을 예상했지만 다음 날 새벽, 오물이 널린 올드 델리 골목에서 어른과 아이가 섞여 잠든 모습을 보며 지상에 지옥이 있음을 확인했달까. 겨우 인도에 도착한 지 몇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집을 나서기 전 스스로에게 했던 다짐은 까맣게 잊고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들었다. 나는 길에서 노인이 끓여주는 짜이(밀크 티)를 마시며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얼마 후 이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아이들이 따라다니며 외치는 '아임 헝그리'는 피할 수가 없었다. 사흘을 올드 델리에서 보내고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순례니 기도니 내가 품고 있던 그럴 듯한 화두는 까맣게 잊고 말았다. 그때 언뜻 생각했던 것이 몸이든 영혼이든 자유로워야 하는 게 여행이지만 혹여 목적이 있어야 한다면 '아이들을 위한 여행을 하자'였고, 여행생활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그것은 진행형이다. 한때 내 꿈은 세상 배고픈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나누는 것이었다. 허기를 참지 못해 음식을 훔치고 약탈하고 심지어 시체 주머니를 뒤져가면서 동전을 찾는 아이들에게 도둑이라는 이름을 씌우는 것은 부당하다. 첫 인도 여행에서 내가 거리의 아이들에게 나눈 밥은 200인분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시간들이 얼마나 보람되었는지, 그 일을 계기로 나는 거리의 아이들이 밥접시를 들고 나를 향해 날려주는 미소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깨닫게 되었으니까. 내가 첫 인도 여행에서 배운 건 '밥이 곧 경전이고, 삶 그 자체라는 것, 현실에서 내가 느끼는 우울감이나 욕망은 과한 잉여 때문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그 일을 계기로 나의 밥 나누기는 조용히 세계오지로 뻗어나갔고 히말라야 아이들과 아프리카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여행을 통한 이 시도는 언제까지 인간의 일을 신에게 맡길 수만은 없다는 것이었고, 이번 연재의 초점을 '세계의 아이들'로 맞춘 것도 그런 이유다. 모처럼 경인일보 독자들께 인사를 나눌 수 있어 감사하다. /김인자(경인일보 신춘문예 출신 시인·여행가)내가 아니고 우리일 때 풍요로워지는 지구별-천사들의 얼굴에서 행복을 만나요 아이들이 속삭여요. "어른들이 행복해야 우리도 행복해 질 수 있어요." 우리는 이 아이들과 함께 행복해 질 수 있나요. 왜 우리는 잊었을까요. 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세요. 한 아이가 눈부시게 바스라지는 햇살 같은 웃음을 세상에 뿌리고 있는 것을. 우리 품에서 웃고 있는 아이처럼. 지금 우리 아이의 웃음이 바람처럼 날아가 저 건너 아이들의 얼굴을 간지럽히고 있을지도 몰라요. 이제 귀 기울여 보아요. 이 아이들의 가녀린 숨소리를, 그 희망의 노래를. 그래요. 이 아이들이 바로 우리의 아이들이에요. 무언가를 손에 쥐어주지 않아도 돼요. 따뜻한 당신의 마음이 중요해요. 우리는 그렇게 마음을 나누는 '동행'이에요. 글/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사진/김인자 시인

2017-09-28 경인일보

[경인일보 창간 특집, 다문화]대한민국, 이미 다문화…우리 곁에, 190개국 200만 외국인

'단일민족'이라는 말은 어느새 우리나라 상황과 맞지 않는 옛말이 돼버렸다. 대신 그 빈자리를 '다문화'라는 단어가 채우고 있다. 이민자에 대한 인식 개선 등 바람직한 다문화 사회를 위한 선결 과제도 분명 존재하지만, 다문화를 떠올렸을 때 농촌·동남아 국제결혼·조선족 등 다소 부정적인 어감의 단어들이 함께 떠오르던 것도 이제는 구시대적 사고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190개국 200만명의 외국인과 함께 사는 대한민국의 오늘. 거스를 수 없이 우리는 이미 다문화다.# 국내 체류 외국인 200만명 시대지난 7월 말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206만3천659명에 달한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99만8천982명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인 48.45%를 기록했다. 이어 베트남 16만919명(7.8%), 미국 14만9천88명(7.2%), 타이 10만4천992명(5.1%), 우즈베키스탄 6만159명(2.9%) 순으로 나타났다. 체류 외국인은 다시 '외국인등록자'(114만1천271명)와 '외국국적 동포 국내거소신고자'(39만여명), '단기체류자'(52만여명)로 나뉜다. 경기도에 등록된 외국인은 36만8천632명으로, 전체 외국인등록자의 32%가량이 도내에 터를 잡고 있다. 경기지역에서도 압도적인 수를 자랑하는 시군은 안산시다. 안산시에는 단원구 4만2천254명을 비롯해 총 5만2천357명의 외국인이 등록돼 있다. 수원시와 화성시, 시흥시에도 각각 3만6천309명, 3만4천901명, 3만798명의 외국인이 거주 중이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의 수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2006년 91만여명에 불과했던 체류외국인은 이듬해 1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204만명까지 늘어 10년 사이 2배나 뛰었다. 체류 외국인의 연령은 20~29세가 51만명(25%), 30~39세가 52만명(25%)으로 사회의 일꾼인 20~39세 청장년층이 절반을 이루고 있다. # 늘어나는 결혼이민자·귀화자여성가족부의 의뢰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연구한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전체 다문화가구는 27만8천36가구로 추정된다. 이는 같은 해 주민등록 인구통계상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32%를 차지한다. 외국인등록자와 마찬가지로 다문화가구의 27.8%는 경기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주민등록세대 중 경기도에 거주하는 가구 비율이 23.2%인 것에 비해 다문화가구 비율은 이보다 높아, 상대적으로 경기지역에 다문화가구가 많이 집중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이민자·귀화자는 30만4천516명으로 추정된다. 3년 전과 비교하면 7.52%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24만8천142명으로 81.5%에 달해 압도적으로 남성보다 많았다. 출신국적은 중국(한국계) 30.8%, 중국 22.4%, 베트남 20.8%로 중국과 베트남 출신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필리핀 6%, 일본 4.5%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결혼이민자의 40.9%는 국적을 취득한 상태고 74.8%는 결혼이민 또는 국민의 배우자 자격을 소지, 영주자격 소지자는 15.8%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적 미취득 결혼이민자의 54.8%는 국적을 취득할 계획이 있으며, 21.2%는 영주권만 취득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 우리는 왜 다문화 사회를 부정적으로 볼까? 아산정책연구원의 지난해 다문화 인식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 대해 '거부감이 든다'는 응답은 21.5%였다. 지난 2013년 20.8%에서 2014년 18%, 2015년 15.9% 등 매년 응답 비율이 줄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거부감이 든다는 응답자가 늘었다. 1년 전보다 무려 5.6%p 증가했다. 또 다문화 가정의 증가가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조사에서도 '다양한 인적 구성으로 장기적으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긍정적인 응답은 2015년 74.2%에서 지난해 70.9%로 줄었다. 반면 '사회 불안을 높이고 사회 통합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응답은 같은 기간 25.8%에서 29.1%로 늘었다. IOM이민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외국인 및 이민에 대한 국민의 태도변화 분석'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보고서는 이민자가 한국경제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보다 많지만, 동시에 이민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아갈 수 있으며 이들의 증가로 국가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또 외국인 증가로 범죄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이들의 비율은 지난 2012년 35.4%에서 3년 만에 46.7%로 최근 들어 상당히 증가, 이에 반대하는 이들보다 2~3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문화 가정 및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차별을 경험한 비율도 40.7%에 육박한다. 여성가족부 등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 깊숙히 내제된 단일민족에 대한 우월 의식 및 이질감, 범죄 우려, 일자리 등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일회적인 캠페인성 운동에 그치지 말고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제도적 틀 안에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 단일민족이던 독일 및 스웨덴 등은 복지 중심에서 교육 중심으로 다문화 정책을 변화시켰다. 또 다문화가정에 자국어 사용할 수 있게 의무교육을 실시한 결과 이들에 대한 내국인의 인식을 크게 개선 시켰다는 평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사회 융합을 위해서는 그 나라의 언어와 교육이 상당한 역할을 한다. 가장 기본적인 요소부터 공감대를 형성해야 이질감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준성·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

2017-09-28 경인일보

[경인일보 창간 특집, 다문화]수원이주민센터 대표 킨 메이타씨… 봉사의 삶 수년 '일상이 된 분주함'

한국어 수업 점검하면서 점심도 챙겨 마라톤 회의 끝마치고 영어 강의까지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단 생각들기도 경험 살려 책 집필하는게 최종 목표" 거리와 학교, 식당과 공장 그리고 옆집까지. 생활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이주민들은 이제 친숙한 일상이 됐다. 이처럼 '다문화'가 우리 사회로 자연스레 스며들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이들이 있다. 이제는 고국보다 한국이 익숙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새롭게 한국을 찾는 이주민들에겐 '길잡이'로, 한국인들에겐 다른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스승'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내'로서 사회 곳곳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 땅에서 '다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그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두 이주민 여성을 만나봤다."모두 맥주 좋아하시죠? '맥주 한 병 주세요', '이 맥주는 얼마예요?' 자, 큰 소리로 따라 해보세요."지난 20일 오전, 킨 메이타씨가 대표로 있는 수원시 매산동의 '수원이주민센터'를 찾았다. 센터가 위치한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한국어·중국어·캄보디아어 등이 뒤섞인 활기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갓난아기를 데리고 센터를 찾은 캄보디아 결혼이민자 여성, 중국인 청소년 등 인종과 문화는 서로 다르지만 '한국어'라는 같은 목적을 가진 이들의 열기가 센터 안을 가득 메웠다. 센터는 지난 2000년 문을 열고 현재까지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국어교육을 진행하는 등 외국인들의 성공적인 한국 정착을 돕고 있는 시민단체다. 킨 대표는 지난 2015년 센터 대표에 선출돼 3년째 센터를 운영 중이다. 센터 안의 풍경은 학구열이 뜨거운 학교를 방불케 했다. 총 4곳의 강의실에서 한국어 강의가 한창이었고, 공간이 모자라 복도 한쪽에 커튼을 친 간이 강의실에서도 강의가 진행됐다.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어 선생님의 선창을 서툴지만 큰 목소리로 따라 발음했다. 부엌에서는 자원활동가들이 공부하는 이들에게 제공할 점심 준비로 분주했다. 킨 대표는 한국어 강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점심을 챙기는 등 누구보다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별거 아니라는 듯 기자를 향해 웃어 보였다. 킨 대표는 "센터 회원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이기 때문에 이들이 쉬는 주말에는 센터에 사람이 바글바글하다"며 "센터 활동가들에게 이 정도의 분주함은 일상이다"라고 말했다.킨 대표는 지난 1998년 현재 한국인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면서 한국에 정착했다. 한국생활만 20년 가까이 되는 베테랑(?) 한국인인 셈이다. 그가 처음부터 외국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수원이주민센터 대표를 맡게 된 배경을 묻자 그는 '고마움'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2년 전쯤 내 고향인 미얀마에서 큰 홍수가 났다. 이때 센터가 모금활동 등을 하며 고향을 많이 도와줬다. 이제 내가 도움을 줄 차례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점심을 먹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킨 대표는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오후 1시 30분부터 수원시청에서 진행되는 수원시 다문화 유관기관 단체 연석회의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논의는 곧 있을 '외국인 주민 한국어 말하기 대회' 행사 내용과 계획 등에 관한 것이었다. 버스를 타고 시청으로 이동하는 동안 킨 대표는 다음 달 15일 센터가 주최하는 '바자회'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센터의 운영은 전적으로 300여명의 회원들이 내는 회비와 후원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기관에서 운영하는 단체들보다 재정적으로는 열악할지라도 종교, 국적, 인종을 가리지 않고 가장 독립적인 단체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연석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수원시민 300인과 함께하는 지속가능발전 토크쇼'에 참석해 '다문화 사회 실현'을 설파했다. 연달아 있는 회의가 모두 끝나면 오후 6시다. 물론, 킨 대표가 이날 해야 할 일이 회의 종료와 함께 끝나는 건 아니다.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아이들을 챙겨야 하고, 봉사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해 영어 교습소에서 강의도 해야 한다. 킨 대표는 "회의가 끝나면 영어 교습소로 가서 오후 10시까지 강의를 해야 한다. 집에 가면 밀린 집안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늘이 점차 어두워지면서 모든 회의가 끝났다. 교습소 원장으로서 킨 대표의 하루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킨 대표는 "불교의 가르침과 같이 모든 걸 내려놓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쉬면서 다문화와 관련한 경험을 살려 책을 집필하는 게 최종 꿈"이라며 "하지만, 아직 나와 같은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들을 위해 할 일이 남아있어 지금은 쉴 수 없다"고 말했다.또다시 버스를 타고 세류동에 위치한 영어 교습소에 도착했다. 녹초가 될 법도 한데 킨 대표는 말수가 조금 줄어들었을 뿐, 힘든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슈퍼우먼' 같다는 말에 킨 대표는 웃으며 '철의 나비(Steel Butterfly)'를 외쳤다. 킨 대표는 "미얀마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는 사람을 '철의 나비'라고 표현한다"며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을 위해 내가 하고 있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철의 나비'같이 해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2017-09-28 배재흥

[경인일보 창간 특집, 다문화]이주언어 강사 몽골인 히시게씨…육아·직장 일 '행복찾는 워킹맘'

가족들 잠든 오전 6시부터 일과 시작아침 준비하고 1시간30분 거리 출근어둑해진 후에야 퇴근길 열차에 올라"어디에서 왔든, 편안한 사회 됐으면" 거리와 학교, 식당과 공장 그리고 옆집까지. 생활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이주민들은 이제 친숙한 일상이 됐다. 이처럼 '다문화'가 우리 사회로 자연스레 스며들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이들이 있다. 이제는 고국보다 한국이 익숙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새롭게 한국을 찾는 이주민들에겐 '길잡이'로, 한국인들에겐 다른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스승'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내'로서 사회 곳곳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 땅에서 '다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그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두 이주민 여성을 만나봤다.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는 지난 20일 오전 6시. 몽골인 이주여성인 이슬기(37·몽골명 히시게)씨의 하루가 시작됐다. 이주언어 강사로 일하는 이 씨는 육아와 직업활동을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성남의 한 초등학교로 9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이 씨는 매일 오전 6시 30분이면 집을 나선다.남편과 중학교 1학년인 아들·초등학교 3학년인 딸이 아직 잠든 시간, 이 씨의 아침은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이 날은 오믈릿과 채소와 소시지를 볶은 음식이 식탁에 준비됐다. 아이들이 후식으로 먹을 요거트까지 챙긴 뒤에야 이씨는 출근복장으로 갈아 입었다. "오래 전부터 사회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아이들이나 저나 이런 상황에 익숙해요."아이들의 방문에는 공부, 샤워, 운동, 밥 먹는 시간까지 표시된 시간표가 붙어 있다. 자녀의 일과를 일일이 챙기지 못하는 이씨는 시간표에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표시해뒀다. 이주언어 강사, 주한몽골이주여성회 감사, 다문화상담교육센터 이사까지 이씨의 직함은 다양하다. "엄마 잘 자녀오세요." 졸린 눈을 비비며 배웅하는 딸을 안아주고, 이씨는 집 밖으로 나섰다.이씨는 군포역에서 일산역까지 꼬박 1시간 30분을 이동해 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한국 학생에게 국제문화, 다문화 학생에겐 한국어 초급을 가르치는 게 이씨의 일이다. 수업은 40분씩 하루 다섯 차례다. 이씨가 이주언어 강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경인교육대학에서 900시간 짜리 몽골어 강사 연수를 받은 뒤에 교육청을 통해 일자리를 찾았다.꼬박 8년 째 쉬지 않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기억에 남는 학생도 많다.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한국에 들어오는 중도입국 학생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 학생보다 적응하기가 힘들어요. 제가 가르친 중국 학생 한 명은 처음 만났을 때, 의자에 자기 머리를 부딪치거나 손만 잡으면 이상한 춤을 추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습니다. 한국어는 쓸 줄도 몰랐고요. 그 학생을 붙잡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복도에서 뛰지 말라고 손가락을 걸고 약속하고 하루에 한 번씩 한국어로 그림책을 읽어주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니 아이가 똑바로 앉아서 공부를 시작하는 거예요. 그 때 알았습니다. 다문화 학생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관심'이란 것을." 이 씨의 말이다.특히 다문화 학생들은 선생님이 자신과 같은 사람, 이주민이라는 사실에 보다 친근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씨는 "한국 학생들도 다문화에 대해 전혀 거리낌이 없이 받아들입니다. 아이들 스스로가 다문화에 대해 왜 알아야 하는지 알고 있죠. 제가 한국에 처음 온 2004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한국이 빠르게 글로벌 사회가 되고 있다고 느껴요"라고 말했다.오후 1시. 수업을 모두 마친 이씨는 서울시청에서 열리는 다문화취업박람회로 향했다. 한국에 온 지 3년 된 몽골인 친구에게 직업을 소개 시켜주려 마련한 자리다. 몽골인 친구와 이씨 모두 몽골 현지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던 경력이 있지만, 본국의 경력을 살리는 일이 녹록지 않다. 이씨는 "요즘 이주민들은 의료관광을 겨냥한 의료코디네이터나 관광통번역사로 많이 일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속적인 일자리는 부족하죠. 이주민에게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체류 외국인이 2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한국은 다문화 사회로 접어 들었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은 각종 행사를 개최하거나 직접적인 비용을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언어강사를 하고 있어도 항상 불안합니다. 한국은 워낙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다 보니 정보가 부족한 이주민들이 따라가기가 힘들어요. 이것 때문에 나라 별로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에 집착합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일자리 정보를 공유하고 있죠."취업박람회를 둘러본 이씨의 발걸음은 서울글로벌센터로 향했다. 23일 서울에서 열리는 외국인 축제에 이씨가 속한 몽골여성회가 참여하기 때문이다. 센터 직원과 행사 부스·프로그램 등을 논의한 이씨는 날이 어둑해진 오후 7시가 돼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를 탔다. 이씨는 "몽골은 남녀가 평등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한국은 아직 남성 중심 문화가 있다 보니 처음에는 남편과 조금 갈등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을 돌보는 것부터 집안일까지 도맡아 하는 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죠"라고 말하며 웃었다.이씨는 모든 일과를 마친 후, 가족 모두가 함께 하는 운동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매일 2시간씩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부모들은 걸으며 가족간에 마음을 나눈다. 이날 하루 이씨가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스스로'라는 말이었다. 이씨는 이주민도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주민 자신이)다문화 세계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국 사회에 있다고 생각해야 해요. 다문화라는 말이 나온 지 10여 년 만에 이주민을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는 풍토가 생겼습니다. 한국이 이정도 발전한 만큼, 이주민들도 '스스로' 한국에 기여할 방법을 찾을 때 입니다."그는 "저는 진정한 다문화 사회란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자기 나라의 전통 의상을 입고 거리를 활보해도 어색하지 않는 사회. 자기 나라의 음식을 먹고 살아도 불편함이 없는 사회. 그렇게 생각하면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 멉니다. 언젠가 어느 나라에서 왔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한국사회가 되길 소망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2017-09-28 신지영

[경인일보 창간 특집, 다문화]전문가 제언

'다문화 가정'의 정의, 각 부처 통일해야다수·소수 나누지 않는 교육, 가장 중요김현숙 숙명여대 다문화통합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국가·정부 부처마다 '다문화 가정'을 정의하는 대상이 달라 정책이 현실적으로 적용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현재 교육부에서는 외국인으로 구성된 가정을, 여성가족부에서는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일 경우를 '다문화 가정'으로 규정하는 등 각 부처마다 다른 정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대개 다문화 가정이라고 하면 이주여성 자녀를 생각하는데 한국의 다문화 가정은 이주 여성뿐 아니라 이주 노동자, 외국인, 유학생 등으로 구성된 다문화 가정이 있다"며 "각 부처에서 정의하는 대상이 다르다 보니 적용하는 정책, 혜택을 받는 자도 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이어 김 연구원은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200만 명 중 결혼이주이민자(남·여)는 30만 명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 최근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높아져 가면서 유학생으로 구성된 다문화 가정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의 각 부처에서는 여전히 '결혼이주이민자'에만 국한하는 정책을 펼치기에 문제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대 한국외대 다문화교육원 연구원은 외국인들을 '다문화'로 특정 짓고 그룹화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문화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우리와 다르다'고 선을 긋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건 다수와 소수를 나누지 않는 교육"이라며 "문화는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식시킬 수 있는 '상호문화'교육을 확대해 외국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다문화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의 다문화 지원 정책이 1년 단위로 분절 돼 있다는 것. 박 연구원은 "초기 한국사회는 다문화 가족을 '잠재적 문제아'로 여겼다. 이제는 이러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이중언어', '이중문화권'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의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접근의 전환만큼 중요한 건 하나의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박연신·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7-09-28 배재흥·박연신

[경인일보 창간 특집, 동행]평택 통복시장-청년몰 '함께 잘살기'

"청년들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시장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뭐가 바뀌겠나 했는데, 이제는 옛 시장과 청년몰이 서로 없어서는 안될 가족이 됐네요."전통시장들의 고민 중 하나는 젊은이들이 쉽게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대형 복합쇼핑몰처럼 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서 브랜드 상품 구매를 선호하는 탓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카페나 퓨전 스타일 음식 등도 전통시장에서 만나기 어렵다 보니, 젊은이들은 전통시장을 '구시대의 유물'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중기벤처부 '청년몰 사업' 선정 개성있는 20명의 점포 입점, 젊은 고객들 끌어들여터 잡은 주단거리 예상보다 오래된 건물 탓 사업 진행 더뎌지자 민원 잇따라시장 토박이인 통복시장 상인회서 팔 걷어붙이고 도움… 지난 6월 문 연 '청년숲' 3개월만에 명물 떠올라 평택의 전통시장인 통복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점점 고객들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 6월 통복시장에 큰 변화가 생겼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전통시장에 청년 상점 입점을 지원하는 '청년몰 사업'에 선정돼 20명의 개성있는 청년들이 통복시장 내에 '청년 숲'이라는 청년몰을 연 것이다. '청년 숲'에는 그간 전통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젊은 먹거리 점포들이 입점했고, 각종 문화사업을 펼치며 젊은 층을 시장으로 끌고 왔다. "쉽지는 않았어요. 처음 공사 시작부터 문제가 생겼죠. 청년 숲이 자리 잡은 곳은 옛 주단 거리 상점가였는데, 상점들이 점점 문을 닫으면서 빈 점포들이 줄지어 늘어선 을씨년스런 골목이 됐습니다. 이곳을 새롭게 꾸며 청년 숲이 들어서야 하는데, 예상보다 건물이 낡고 오래된 탓에 사업 진행이 더뎠고 소음과 먼지로 민원까지 잇따랐습니다."이성만 통복시장 청년몰 사업단장은 몇 개월 전의 힘겨웠던 상황을 이야기 하며 "이때 힘이 되어 준 분들이 바로 시장의 토박이 상인들인 통복시장상인회였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당시 상인회는 청년 숲이 어려운 공사과정과 민원을 해결하고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팔을 걷어 붙이고 도왔다. 어려운 문제는 청년몰 젊은이들과 상인회가 간담회 등을 통해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난 6월 문을 연 청년몰 '청년 숲'은 3개월 만에 통복시장의 명물로 떠올랐다. 이 단장은 "청년 숲은 다른 청년몰이 상점가의 건물 안에 위치한 것과 달리 실외에 골목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밝고 생기있는 분위기 연출이 가능해서 젊은 층 확보에 훨씬 도움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결국 어렵게 옛 주단거리를 리모델링 해 청년몰을 조성한 것이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청년숲 몇몇 매장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통복 시장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청년 숲은 물론 통복시장에도 새로운 고객들이 유입되면서 시장 전체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단장은 "7월보다 8월 매출이 늘어 청년 상인들이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상인회에서는 청년 숲이 생기면서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청년몰 상점들이 기존 시장 상점의 고객이 되면서 매출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통복시장 상인회 이동우 이사는 "청년 숲 청년 상인들은 원재료를 시장에서 구입하고 각종 행사에 함께 하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기존 상인들도 청년 숲이 들어오게 된 것에 대해 반기고 있다. 함께 상생해 나간다면 통복시장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우 이사는 4대째 시장에서 건어물 매장을 운영하는 '선일상회'의 대표다. 전통시장과 청년숲의 동행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 그는 청년숲에 '청년국수'라는 점포를 열어 힘을 보탰다. 이 이사는 "어릴 때는 통복시장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모습은 맛있게 먹었던 단골 떡볶이집과 '1천 원 가게'인데 그분들이 아직도 시장에 계신다"며 미소를 지었다.이 이사가 청년몰 사업에 발 벗고 나선 것은 누구보다도 통복시장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통복시장은 경기도 남부지역 최대 시장으로 역사와 규모를 모두 가진 유서깊은 시장"이라며 "통복시장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특성화시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시장으로 키워내는게 소망"이라고 했다.이 이사는 청년숲이 통복시장 활성화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7, 8월 휴가철에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장사가 힘든 것이 보통인데 올해는 청년몰이 생기면서 그런 어려움이 줄어들었다"며 "처음에는 청년 숲이 잘 정착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잘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통복시장을 몰라도 청년 숲과 유명 매장을 알면 시장에 찾아 올 수 있고, 반대로 통복시장을 찾아온 손님들이 청년몰을 보고 반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이사가 청년숲에 문을 연 청춘국수는 선일상회의 건어물을 활용해 자체 개발한 육수를 쓴다. 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배달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손님을 놓칠까봐 한 시도 가게를 비울 수 없고 청년숲의 길을 잘 모르시는 어르신 상인들을 위한 배려다. 청년숲에는 파랑새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비비아트도 입점했다. 파랑새협동조합 송명순 공동대표는 청년숲이 들어서기 전부터 천연비누와 목공예 등 제품 제작 판매와 교육사업을 통해 통복시장과 인연을 맺어왔다. 송 대표는 "젊은 엄마들과 아이들을 전통시장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상인들과 함께 고민하다 청년 숲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입점하게 됐다"며 "시장을 찾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원래 가격보다 3분의 1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등 지역과도 상생하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송 대표는 또 "젊은 엄마들이 시장에서 장을 본 뒤 매장을 들르고 또 매장을 들른 김에 시장을 둘러보기도 하는 것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며 "지역 주민들, 통복시장과 청년숲, 또 협동조합이 함께 상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통복시장 청년몰 사업은 올해를 끝으로 마무리가 된다. 내년부터는 사업단의 지원 없이 청년몰은 통복시장과 함께 진정한 '동행'의 길을 걸어나가야 한다. 이성만 청년몰 사업단장은 "사업단이 철수 한 뒤 단기적인 매출에만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장사 비법을 개발해 나가길 바란다"며 "청년 상인들은 통복시장 전체의 일원임을 인식하고 기존 상인들과 상생하고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파랑새협동조합 송명순(왼쪽) 공동대표, 통복시장 상인회 이동우 이사. /이원근기자 lwg333@kyeongin.com2012년 통복시장 차양막 준공식. /평택시청 제공청년 숲 전경. /청년숲 사업단 제공

2017-09-28 이원근

[경인일보 창간 특집, 다문화]다문화의 명과 암

'저출산·고령화 문제' 타개할 인구 대책 문화 융합형 인재 '대한민국 新성장동력'明 다문화가족이 한국 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타개할 인구 대책이라는 기대와 두 부모의 문화를 모두 흡수한 문화 융합형 인재 성장이라는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28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태어난 다문화가정 자녀는 15만9천894명이다. 2008년 다문화가정 출생아 수는 전체 신생아의 2.9%에 불과했지만 이듬해부터 4.3~4.9%를 유지했다.다문화가족 자녀 증가와 함께 1990년 전체 인구 중 0.1%에 불과하던 외국인 비율이 2020년엔 5%가량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는 약 50만명이고 여성결혼이민자는 30만 명이 넘는다.경기도는 그중에서도 외국인이 가장 많은 곳이다. 2015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을 보면 경기도의 외국인 인구는 5만4천160명으로 가장 많다. 이는 국내 전체 외국인의 31.8%다.외국인이 증가하자 경기도 기초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지원조례를 만들고 있다. 이천시가 2004년 7월 처음으로 외국인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수원·남양주·시흥시 등은 외국인 복지센터를 위한 조례를 따로 만들었다.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족 역량 강화와 다양성이 존중되는 다문화사회 구현을 위해 지난해 1천450억원(중앙 850억원·지자체 600억원)을 들여 다문화가족정책 시행계획을 세웠다..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이중언어 역량 강화와 우수인재 발굴이 골자다. 다문화가족이 정책 수립 및 추진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문화가족 참여회의를 구성·운영 중이기도 하다..초기 다문화 지원 정책은 여성결혼이민자 위주였다. 하지만 지금은 외국인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맞춤형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도내 외국인주민이 가장 많은 안산시는 이미 2005년 전국 최초로 외국인 전담부서를 신설하기도 했다.여가부 관계자는 "새로운 가족형태로 다문화가족이 자리를 잡고 결혼이민자와 중도입국 외국인 자녀 등이 지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들이 한국 사회의 변두리에 머무르지 않도록 정책 마련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다문화 2세, 차별 고통 '학업 중도 포기'외국인 피의자 검거, 최근 3년새 1.5배↑暗 다문화가족이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빛과 함께 그림자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차별과 낙인에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다문화 2세들이 끊이지 않고 외국인 범죄도 증가 추세다.28일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 재학 다문화 학생은 9만9천186명으로 전체 학생 589만명 대비 1.68%이다. 다문화가정 자녀 중 만 6세 이하 미취학 아동이 11만6천명으로 앞으로 학령기 자녀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다문화 자녀가 한국 전체 미성년자 100명 중 2명꼴로 늘어나면서 교육부는 영·유아기부터 유·청소년기까지 연령대에 맞춰 교육기관 적응 및 기초학습을 지원하고 대학생 멘토링단 등도 꾸렸다. 이를 위해 교육부가 올해 책정한 예산은 191억2천만원이다.하지만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차별과 낙인에 시달리다 학업을 포기하는 다문화가정 자녀가 끊이지 않고 있어 학교 밖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실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학업을 중단한 다문화 자녀는 1천960명에 달한다. 이중 질병·해외 출국 등의 사유를 제외하고 가사나 학교 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단한 다문화자녀가 706명 36%로 집계됐다.교육부 관계자는 "다문화 자녀의 학업 중단 비율은 감소하는 추세"라며 "학교를 떠나려는 학생들을 위해 학업중단 숙려제를 시행 중이고 특히 다문화자녀 교육정책에도 더 신경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또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범죄도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외국인 피의자 검거 현황은 지난 2012년 2만2천914건에서 2015년 3만5천443건으로 1.5배 증가한 상태다. 특히 무면허와 음주운전 등 교통 관련 범죄가 2012년 4천673건에서 2015년 9천617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강력 범죄를 제외한 나머지들은 제도적 틀 안에서 교육을 통해 충분히 계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경기도 외국인 인권지원센터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외국인을 진정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이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뤄 나가는 동시에 각자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7-09-28 손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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