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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그후, 또 4월이 간다·(1)치유의 부재-트라우마]또다른 유가족의 '비극

동생 몫 '사명감' 할머니까지 돌봐야추억의 물건으로 '옛 기억'만 떠올려"6년이 지나… 또다른 피해를 막아야"지난 20일 안산 중앙역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모(25)씨는 메고 온 가방에서 뽀얀 먼지가 앉은 게임기와 CD 2장을 꺼냈다. 하나는 아버지, 다른 하나는 동생과 어린 시절 즐겨 한 게임이라고 했다. 철 지난 게임이지만 그에게는 아버지와 동생에 대한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애틋한 물건이다."세월호 참사 이후 당신 삶의 변화는 어떠한 것이었습니까?" 그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안산 단원고 학생이었던 한 살 터울 동생은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났고, 지난해 12월에는 아버지마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김씨는 이제 한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 됐다. 그와 동생은 집안 사정 때문에 학창 시절 아버지와 꽤 오랜 기간 떨어져 지냈다고 한다. 동생이 떠난 뒤 아버지가 더 깊은 슬픔에 빠졌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작은 아들이 수능시험을 보지 못한 채 떠난 걸 안타깝게 여겨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을 치르기로 마음먹은 아버지였다. 자격증을 딴 이후에는 영상 편집 기술을 배워 유튜브를 하고, 블로그도 운영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아버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일주일 전쯤 온 가족이 만난 자리가 마지막이었다.아버지의 빈 자리는 컸다. 김씨에게는 동생의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다짐에 더해 이제는 할머니를 돌봐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큰 파도처럼 다가왔을 것이다."돌이켜보면 동생은 내가 살아가면서 어려울 때 서로 도울 수 있는 '인생의 전우'였어요. 아버지는 '인생의 선배'라고 해야 할까요. 인생 선배로서 물어볼 것도 많은데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떠나 슬프면서도 화가 나요."그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길 바란다고 했다. "6년이란 시간이 지났어요. 지금 중요한 건 세월호 참사로 인한 또 다른 피해를 막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 입으로 하게 될 말일 줄은 몰랐어요. 세월호를 잊지 말았으면 해요.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이 모여 여론이 되고, 그 힘이 다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거라고 믿어요."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임승재차장, 배재흥, 김동필기자사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승객 304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며 국가 재난 안전 시스템의 경종을 울린 사건이다. 지난 12일 선상추모식에 참석한 한 유가족이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 사고 지점을 향하던 중 목포 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를 바라보고 있다. /기획취재팀

2020-04-26 경인일보

[세월호 그후, 또 4월이 간다·(1)치유의 부재-트라우마]인터뷰·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나긴 투쟁, 나이 드는 유가족… 트라우마 본격적 발현 안돼'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 위해 참사 새롭게 정의해야할 시점두 유가족의 이야기는 '트라우마'라는 공통 분모로 귀결된다.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비롯된 정신적인 고통이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졌다. 누군가는 유가족들에게 "그 정도면 됐다"며 일상으로 복귀할 것을 주문한다. 이들의 말처럼 유가족들의 트라우마는 충분히 치유된 것일까."세월호 참사 이후 당신 삶의 변화는 어떠한 것이었습니까?"동생에 이어 아버지까지 잃은 김씨에게 던진 이 질문을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등에게 한 연구자가 있다. 그날의 시간에 갇힌 피해자들의 삶을 관통하는 물음이다. 이들은 건강 상태, 경제 여건, 사회적 관계 등 자신이 오랜 기간 쌓아온 것들이 모래성처럼 부서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5개월간 참사 피해자를 대상으로 인터뷰 기반의 연구를 진행했다. '공감 격차'는 이 연구의 중요한 키워드였다. 캐나다의 인간공학자 캐런 메싱은 그의 저서 '보이지 않는 고통'에서 이 말을 썼다. 가령 일하기 위해 어깨를 반복적으로 써야 하는 노동자가 통증을 느껴 병원에 갔을 때 "어깨를 쓰지 말라"고 의사가 처방하는 상황을 일컬어 공감 격차라고 부른다. 의사는 증상만 보았고, 증상이 나오기 전까지 환자의 삶을 보지 못한 것이다.박 교수도 외부인의 시각이나 전문가의 진단 차원의 관여에서 벗어나, 먼저 세월호 유가족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연구를 시작했다."우린 모두 증상만 봤어요. (트라우마가) 어디에서 왔고, 왜 왔는지 관심이 없었어요.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 운이 없어 죽은 걸로 만든 국가에 대한 좌절감이 생각보다 컸어요.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을 해줘야 유가족들도 희망이 생겨요. 희망을 주지 않고 치유만 하려고 하는 것도 공감 격차라고 할 수 있죠."박 교수는 유가족들이 느끼는 이른바 '사회적 통증'에 주목한다. 가족과 동네 이웃, 직장 동료, 친구 등 가까운 이들(1차 지지 체계)과의 관계가 끊기는 사회적 고립을 체감했다. 자아 정체감도 흔들렸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유가족 신분,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린 채 먼저 세상을 떠난 '희생자 엄마·아빠'로 살아가는 경험, 진상규명을 위해 싸웠던 시간 등 그들은 '아픈 투사'가 되어 갔다."참사 초기 유가족들이 느낀 건 상실로 인한 분노와 억울함이었어요. 그 대상이 국가잖아요. 손에 잡히는 대상이 아니란 말이에요. 시간이 지나는 데도 진상규명이 안 되니까 그땐 자기 자신을 비난해요. 이 시점부터 주변 사람들과 고립되기 시작하죠. 한 유가족의 친척은 본인 아이가 고3인데, 사촌이 죽은 걸 알면 입시에 문제가 있을까봐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어요. 많은 부모님이 본인 형제나 가족과도 관계가 멀어지는 경험을 해요."그들도 언제까지나 '투사'로만 남아 있을 수는 없다. 유가족, 특히 부모들의 '나이 듦'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박 교수는 이를 '생존 기반의 흔들림'이라고 봤다. 참사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부모들은 어느새 50대가 됐다. 지독한 슬픔 혹은 처절한 싸움에 전념하느라 돌보지 못했던 주변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곧 다가올 것이라는 분석이다."6년간 기나긴 투쟁을 하면서 부모님들도 나이를 먹었어요. 이젠 재취업도 어렵고, 긴 싸움을 하면서 건강도 잃었죠. 몸도 아프고, 정신적으로 우울함이 찾아오기 시작하는 단계예요. 모든 상황이 종결되면 혼자 청소년기를 보내고 성인기를 맞은 남은 자식들에게도 눈이 가면서 또 다른 미안함과 슬픈 감정을 느낄 거예요."박 교수는 최근 유가족 두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아주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몇몇 연구에서 유가족들의 사회 활동을 '외상 후 성장'이라는 개념으로 해석하기도 해요. 저는 그걸 말할 시점이 아니라고 봐요. 외상 후 성장이 되려면 아이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충분한 애도를 통해 사회가 아닌 자신에게 눈을 돌려야 해요. 본인의 상처가 나아야 성장이 되기 때문이죠. 저는 더는 규명할 게 없어지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부모님들이 그동안 놓쳐버린 많은 것들에 대한 상실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유가족 부모님들의 남은 삶을 살피는 종단 연구를 계속 하겠다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박 교수는 유가족들이 겪는 트라우마가 본격적으로 발현되지 않았음을 거듭 지적했다. 그러면서 6년이 지난 지금 세월호 참사를 새롭게 정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2020년의 시각에서 6년 전 세월호의 사회적 의미를 다시 정의하면, 우리 사회가 유가족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돼요. 유가족들은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죠. 그들도 곧 60대를 바라봐요. 참사 이후 자살을 하거나 알코올 중독, 이혼 등 어려움을 겪은 분들이 있었고, 동료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견뎌 온 유가족들이 많아요. 이들의 진상규명과 안전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헛되지 않고 명예로운 일이었다고 인정해야 해요. 국가와 사회가 이런 희망을 줘야 남은 가족들도 끝까지 살아갈 힘을 얻을 거예요."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임승재차장, 배재흥, 김동필기자사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4-26 경인일보

[세월호 그후, 또 4월이 간다·(1)치유의 부재-트라우마]데이터로 살펴본 '트라우마'

305명중 75%가 '가족원간 스트레스'생존자들 '극단적 선택 생각' 5% 달해"외상후 울분 영향… 지지감 개선해야"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무력감과 우울증 등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알코올 의존 증세가 심해지거나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가정불화를 겪는가 하면, 심지어 삶의 끈을 놓으려 했던 이들도 있다.안산온마음센터가 내놓은 '4·16 피해자 건강 및 생활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세월호 유가족들은 무기력(14.3%)·우울(14.2%)·짜증(13.9%)·분노(13.2%)·죄책감(12.8%)·불안(12.5%) 등 부정적인 심리 상태를 보였다.정신 건강상 문제는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9.9%가 수면 시간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56.1%는 식사량이 줄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전후의 음주 상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알코올 사용 장애(음주로 일상·심리·생리에 문제가 생긴 음주자)는 7.3%에서 10.9%로 증가했다. 알코올 의존도(사회·심리·신체적 장애를 겪고 음주를 하지 않으면 생활하기 어려운 상태) 역시 1.7%에서 14.8%로 늘었다.사회적 활동이 위축되기도 했다. 현재 직업이 있다는 응답은 절반 이하(46.4%)에 그쳤다. 월수입이 줄었다고 답한 이들도 61.9%에 달했다. 가정불화도 심각했다. 가족 간 스트레스가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전체의 77.4%나 됐다. 이중 '극심하다'(7%)거나 '상당했다'(24.3%)는 응답도 31.3%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7.5%에 이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단원고 학생 등 생존자들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우울(17.6%)·무기력(16.7%)·불안(15.8%)·짜증(14%) 등 부정적 심리 상태를 보였고, 알코올 사용 장애(9.4%→17.2%로)와 알코올 의존도(1.6%→12.5%)가 높아졌다.응답자의 66.7%가 가족 간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했다. 대인관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생존자(31.8%)도 적지 않았다.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는 응답도 5%에 이르렀다.이 조사는 2017년 10월부터 12월까지 유가족과 생존자 등 30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유가족은 239명으로, 이 중 72.8%는 희생자 부모, 20.9%는 형제·자매였다. 생존자 응답자(66명) 중 단원고 학생은 41명, 일반인은 25명이었다. 여성은 167명으로 전체의 54.7%, 남성은 138명으로 45.3%였다. 센터는 조사 결과를 가지고 1년간 분석·연구 과정을 거쳐 이듬해인 2018년 12월 보고서를 공개했다. → 그래픽 참조단원고 생존 학생들을 깊이 있게 관찰한 연구 자료도 주목할 만하다.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이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재난피해자 정신건강 추적연구결과'에서 생존 학생들 14.6%가 불안·PTSD·복합성 애도·불면증을 보였고, 25%는 우울 증세가, 31.3%는 신체화(심리적 조건이 신체적 증상으로 이어지는 현상) 단계가 나타났다. 이 같은 증세는 1주기가 되던 날 가장 악화했다가 대입 이후 다시 나빠져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이 과장은 당시 연구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생존 학생의 '외상 후 울분' 증상 정도가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주관적, 사회적 지지감을 개선해 삶의 의미에 긍정적 영향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임승재차장, 배재흥, 김동필기자사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4-26 경인일보

[세월호 그후, 또 4월이 간다·(1)치유의 부재-트라우마]그들은 왜…연락마저 끊은 유가족들

안산온마음센터, 900여명 '5단계 관리'경인일보 취재 결과 '미파악자' 42명"재발방지·진상규명이 먼저" 거부도세월호 참사 때 희생된 단원고 고(故) 고우재 군의 아버지 고영환(54)씨는 6년째 전남 진도군 팽목항(진도항)을 지키고 있다. 먼저 떠난 자식이 눈에 밟혀 팽목항을 떠날 수 없었다. 애지중지 키웠던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는 심리 상담이라도 받아보라는 주변의 권유를 한사코 뿌리쳤다.지난 12일 진도항에서 만난 고씨는 "남은 자식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며 "부모가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 자식 취업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고들 하는데, 당최 믿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고씨처럼 최소한의 심리 치료조차 거부하거나 연락을 끊은 채 고립된 삶을 사는 세월호 유가족 등이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산온마음센터는 세월호 유가족 중 42명을 이른바 '미파악자'로 분류하고 있다. 심리 치료 지원을 받지 않으려 하거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이들이다.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란 이름으로 2014년 5월 문을 연 센터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903명(2019년 12월 기준)의 심리 상담과 지원을 전담하고 있는 곳이다. 정신건강전문 심리상담사 22명과 정신건강전문의 4명(상근2·비상근2)이 치료를 돕고 있다.센터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를 위험도에 따라 '집중'·'유지'·'일시'·'파악'·'미파악' 등 5가지 단계로 관리 중이다. 집중 관리 대상자는 주 1회 이상 꼭 대면 상담이 이뤄진다. 이에 해당하는 유가족이 23명에 달한다. 유지 관리 대상(232명)은 월 1회 이상, 일시 관리(282명)는 3개월에 1회 이상 상담하게 돼 있다. 파악(200명)은 명단 관리 중인 이들이다.지난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가족 손모(단원고 희생 학생 아버지)씨도 센터에서 줄곧 심리 상담을 받다 2018년 돌연 연락을 끊었다. 센터는 가족과 지인 등을 통해 손씨를 수소문했지만, 연결이 닿지 않아 다른 방법을 찾던 차에 비보를 접했다. 센터 관계자는 "(사망 후)가족을 통해 근황을 점검해 봤더니 심한 우울증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안타까워했다.앞서 지난해 12월 숨진 채 발견된 유가족 김모(단원고 희생 학생 아버지)씨도 마찬가지였다. 센터는 심리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던 김씨를 가장 상위 단계인 '집중' 관리 대상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였다.센터는 두 아버지처럼 또 다른 비극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미파악 상태의 유가족과 생존자를 찾거나 설득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정해선 안산온마음센터 부센터장은 "무엇보다 소중한 자식을 잃어 자신이 치료를 받을 단계라고 생각하지 않는 유가족이 대부분"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진상규명이 해소되지 않아 치료받기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임승재차장, 배재흥, 김동필기자사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지난 12일 한 유가족이 목포 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기획취재팀

2020-04-26 경인일보

[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3·끝)더 나은 미래는]'흉물'로 바라보는 님비 vs '명물'로 받아들인 핌피

서울 소각장 후보 응모지 '0'경인지역도 주민 반대 '답보'하남 유니온파크 '상생' 답안쓰레기 대란을 막는 해법은 간단하다. 첫째는 줄이고, 둘째는 다시 쓰는 것이다.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하는 것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실생활에서는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인다.고급스럽게 포장해야 물건이 잘 팔린다는 이유로 기업들은 과도한 포장에 열을 올린다. 이들은 제품을 생산한다고 생각하지, 썩지 않는 쓰레기를 만든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포장재를 뜯는 순간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데도 말이다.내 집 앞에 다른 사람이 쓰레기를 매일 버린다면, 자신들은 쾌적한 곳에서 살면서 쓰레기는 당신이 사는 동네에 버릴 테니 알아서 처리하라고 해도 "괜찮다"고 하겠는가. 환경분야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발생지에서 쓰레기를 처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님비주의(내 뒷마당은 안돼, Not In My Back Yard)는 선출직 단체장들에겐 '협박'이고, 담당 공무원들에게는 귀찮은 업무를 피하기 위한 '구실'이다. 의지가 없는 자치단체는 '민원' 핑계를 자주 들이대는데 제대로 몰라서 하는 얘기다. 명분과 논리를 갖춘 민원과 나만 아니면 된다고 떼쓰는 님비는 개념부터 다르다.서울시는 최근 쓰레기 소각장(자원회수시설)을 추가로 건립하기 위해 지난해 두 차례 후보지를 공모했으나 이에 응한 자치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은평구 진관동 76의 40 일원에 들어설 예정인 폐기물처리장 '광역자원순환센터(연면적 1만5천492㎡, 사업비 999억원)'와 관련해 최근 구청으로 접수되는 반대 민원이 월평균 1만7천건에 달한다. 인천시가 청라소각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자 주민들은 환경피해를 주장하며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의정부시도 장암동 소각장을 자일동 환경자원센터로 이전하면서 처리용량을 하루 200t에서 220t으로 늘리는 방안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 중이지만 자일동과 인근 민락동, 인접 도시인 포천·양주시 시민들까지 반대하고 나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방법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해결하지 못할 것 같은 님비주의를 깨고 지역과 상생하는 핌피주의(내 앞마당으로, Please In My Frontyard)'의 선례를 하남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하남시 신장동에 위치한 유니온파크는 소각시설, 음식물자원화시설, 재활용 선별시설, 하수처리시설 등이 집약된 종합폐기물처리시설이다. 하남시는 모든 처리시설을 지하화했다. 지상은 주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다목적체육관, 어린이 물놀이장, 생태연못, 잔디광장, 농구장, 풋살구장 등이 어우러진 공원으로 조성했다. 쓰레기를 소각할 때 발생하는 연기를 배출하는 105m 높이의 유니온타워 전망대는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된다.하남을 대표하는 '하남이성문화축제', '단오축제', '어린이날 행사'를 비롯한 다채로운 행사도 유니온파크에서 열린다. 소각장과 관련한 민원도 '0'건에 이를 정도로 기피시설이라고 반대하던 시민들도 만족해하고 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이원근, 이준석, 공승배기자사진: 강승호차장, 조재현, 김금보기자편집: 김영준,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폐기물시설 위에 마련된 주민편의시설 하남시 신장동에 위치한 종합폐기물처리시설인 유니온파크. 통념과는 다르게 외관상 기피시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모든 폐기물처리시설을 지하화해 주민불편을 최소화하고 지상에는 공원, 체육시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조성해 주민들의 만족을 이끌어내고 있다. /기획취재팀청라소각장 /경인일보 DB

2020-03-15 이원근·이준석·공승배

[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3·끝)더 나은 미래는]해외 우수사례로 본 해결책

독일 프라이부르크, 재활용률 높이기 '안간힘'일본, 차수벽 둘러싼 해수면에 묻어 '50년 사용'사회적 비용 감안 경제적… 국내 법적근거 없어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에 따른 쓰레기 대란을 피하기 위한 해결책은 단순하다.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 및 소각을 통해 매립량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정부의 자원순환정책과 공공기관의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정부 정책이 빛을 발휘해 쓰레기 대란을 모면한 해외 사례도 적지 않다.독일의 소도시 프라이부르크는 모범적인 폐기물 관리로 환경 관련 이슈를 다룰 때 항상 우수 사례로 등장한다.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폐기물을 세분화해 분리·배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민들은 폐기물 품목별로 각각의 수거용기에 분리·배출하고, 분리·배출된 품목은 품목별로 예정된 날짜에 수거하도록 설계돼 있다. → 표 참조단순히 종이, 플라스틱, 유리병, 금속, 비닐 등으로 구분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리병도 색깔별로 구분해 배출하고 종이도 일반과 퇴비화가 가능한 것을 구분한다. 이런 노력 끝에 1992년 5만2천t이었던 폐기처리용 쓰레기 배출량이 2009년에는 2만7천500t으로 50%가량 감소했고, 재활용 쓰레기양은 같은 기간 1만7천t에서 2009년 6만500t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즉 시민 개개인이 쓰레기를 올바르게 분리·배출하려는 적극적 노력과 현대기술의 도입으로 생성된 폐기물의 약 69%가 재활용되는 성과를 거뒀다.일본은 미나미혼모쿠 인근 해양에 처분장을 조성했다. 전체 넓이 16만4천㎡의 처분장에는 429만㎥ 폐기물을 매립할 수 있다. 면적은 수도권매립지의 1% 수준이지만 매립이 아닌 소각재 위주로 매립해 최장 50년간 사용 가능하다. 차수벽으로 둘러싸인 해수면에 소각재만 매립하고, 퇴적된 소각재만큼 수위가 상승한 바닷물을 정화해 차수벽 밖으로 배출하는 구조다. 이런 방식으로 수십 년간 매립이 진행된 후 처분장 내 소각재가 가득 차면 표면에 흙을 덮어 안정화한 뒤 항만 부지로 활용한다. 폐기물을 단순히 매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토를 넓히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현재 국내에는 바다에 쓰레기를 매립할 법적 근거가 없어 현실적으로 해상 매립이 어렵다. 신규 매립지 건설에 따른 부지 매입비와 보상비, 사회적 갈등 비용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해상에 매립장을 조성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자체 처리장을 마련해야 하는데 국내 특성상 님비(NIMBY) 현상으로 신규 매립지 조성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일본과 같은 해양처분장 조성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이원근, 이준석, 공승배기자사진: 강승호차장, 조재현, 김금보기자편집: 김영준,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3-15 이원근·이준석·공승배

[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3·끝)더 나은 미래는]속 빈 강정 '재활용 강국 코리아'

선별업체 넘긴 폐기물 포함 실제 50~60% 불과정부, 포장재 '4개등급 분류' 법개정분담금 늘수 있어 '업계 반발' 당분간 버티기 전망# 재활용 수치만 높은 대한민국, 통계의 오류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폐기물 처리 비율은 재활용이 86.4%, 소각이 5.8%, 매립이 7.8%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는 해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재활용 비율이 뒤떨어지지 않지만, 실상과는 거리가 멀다.생활폐기물의 경우 재활용은 '수거-선별-처리' 세 단계 과정을 거친다. 시민들이 분리한 쓰레기는 수거 업체를 거쳐 선별업체로 넘어간다. 정부는 선별업체에 넘긴 폐기물 양까지 합쳐 재활용 통계에 활용한다. 선별업체에서 수거했더라도 또 한차례의 분리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선별업체가 반입한 폐기물 전체를 재활용으로 볼 수 없다. 선별업체가 수거한 쓰레기 중 실제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만 솎아내고 나머지는 소각장 또는 매립지로 보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86.4%라고 주장하는 재활용 비율은 분리수거 비율로 봐야 한다.# 재활용품이라고 해서 다 재활용품이 아니다편의점에서 쉽게 사는 커피 용기는 알루미늄 덮개로 입구가 밀봉돼 있다면 재활용이 어렵다. 형광으로 제작된 생수·음료수 플라스틱 용기도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형광이 아니더라도 유색 플라스틱 용기는 재활용이 불가능하거나 재활용해도 품질이 좋지 않다.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의 생산을 금지한 일본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종이도 마찬가지다. 비닐을 씌운 잡지 표지나 내부를 폴리에틸렌(PE)으로 코팅한 일회용 커피컵, 우유팩 등은 재활용이 어렵다. 재활용하려면 별도로 화학 처리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두루마리 휴지나 종이타월 등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만 재활용되고 있다. 건설·산업 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혼합폐기물 문제는 더 심각하다. 폐기물관리법상 5t 이하의 혼합폐기물은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별도의 구분 없이 배출할 수 있다. 폐기물 전문 처리 업체들은 이렇게 모인 폐기물을 인력을 동원해 분류해야 하는데 인건비 부담으로 폐기물을 몰래 버리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선별 업체들은 수거해 온 쓰레기 중 30~40%가량은 재활용할 수 없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니라 실제 재활용률은 50~60%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재활용률 높이기 위한 정부·유통업계, 더욱 속도 내야환경부는 지난 2018년 4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CJ제일제당·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애경산업·오비맥주·하이트진로·농심·대상·광동제약·동아제약·코카콜라음료·남양유업·매일유업·빙그레·서울우유·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해태에이치티비 등 제약·음료업체 생산업체 19곳과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 사용을 위한 자발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이들 업체는 무색 페트병만 사용하도록 포장재의 재질·구조 등을 자율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이들 업체가 생산하는 페트병이 국내 전체 페트병 출고량 26만t(2016년 기준)의 55%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협약이 이행되면 음료와 생수병의 무색 페트병 사용 비율은 2016년 63.5%에서 2019년 85.1%까지 증가할 것으로 환경부는 예상했다. 이와 함께 국내 대표 막걸리 브랜드 '장수 생막걸리'가 올해 1월부터 용기를 친환경 무색 페트병으로 교체하고 롯데칠성음료는 1984년부터 사용한 '칠성사이다'의 초록색 페트병을 35년 만에 무색 페트병으로 교체했다.이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른 것이다.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포장재를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등 4개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차등두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 색깔이 있어 재활용이 어려운 페트병과 몸체에서 라벨이 떨어지지 않는 일반접착제는 사용이 금지된다. 정부는 앞으로 재활용 등급에 따라 생산자가 납부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차등해 부과하기로 했다. 가장 낮은 '어려움' 등급을 받은 업체의 분담금이 늘어나는 구조다.문제는 일부 업계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선 와인은 산화와 변질을 막기 위해 직사광선이 투과하지 않도록 짙은 색상의 병을 사용하고, 위스키는 위조 방지를 위해 이중 캡과 홀로그램 라벨 등을 적용한다. 업계는 이 같은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재활용 업체의 용이성에 초점을 맞춰 동일한 개정안을 적용한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또 화장품 업계는 거울이 붙어있는 팩트, 유색 용기에 담긴 화장품, 캔 소재의 헤어스프레이 등 현재 사용 중인 대부분의 화장품 포장재가 개정안에서는 '어려움' 등급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는 일단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실제 대부분의 화장품 업체들이 개정안 시행일에 맞춰 용기를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이원근, 이준석, 공승배기자사진: 강승호차장, 조재현, 김금보기자편집: 김영준,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3-15 이원근·이준석·공승배

[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3·끝)더 나은 미래는]'4자협의체' 어디로 가고 있나

설계부터 인·허가까지… 가동에 7년 필요4·15 총선전까지 운영등 협의 마무리 방침최종 후보지 3곳 주민반발 우려 발표 안해'소각후 불연성 폐기물 매립' 대체지 조건3개 지자체, 계획만 발표 수년째 달성 못해전문가 "이동 없이 발생지서 처리가 최적"# 대체 매립지 조성, 시기와 방법수도권매립지 운영이 오는 2025년 정지됨에 따라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 환경부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수도권 매립지를 대체할 새로운 매립지를 찾고 있지만, 여전히 청사진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4자 협의체는 대체 매립지 후보 지역 등을 담은 대체 매립지 용역 결과가 지난해 나왔음에도 후보지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한 나머지 선정 결과를 발표하지 못했다. 또 대체 매립지를 선정 방식이 아닌 공모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하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다. → 표 참조4자 협의체가 대체 매립지 조성 선정과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로 갈팡질팡하는 동안 대체 매립지 조성 시한은 어느새 코앞으로 닥쳤다.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는 대체 매립지 부지 선정 이후에도 매립지가 정상 가동될 때까지 7년가량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기 매립장 설계(2년), 공사(4년), 발주 및 업체 선정 및 인·허가(1년)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SL공사는 매립장을 부분 준공할 경우 조성 연도를 앞당길 수는 있지만 매립지 선정은 늦어도 올해 안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3개 시·도 "총선전 실무 협의 완료"서울, 인천, 경기 등 3개 시·도는 4·15 총선 전까지 대체 매립지 운영 방식과 매립지 운영 지자체 선정 등을 위한 시·도 간 행정적 협의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3개 시·도는 현재 지자체별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를 위한 방안, 사업장·건설폐기물 감축 방안, 대체 매립지 공모안 작성 등 대체 매립지에 관한 실무를 논의 중이다. 실무 논의를 모두 마치면 환경부를 포함한 4개 단체 기관장의 회동도 준비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 3개 지자체가 대체 매립지를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행정으로 풀어낼 방법들은 총선 전까지 마무리하고 이후에는 환경부가 대체 매립지 조성을 주도할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대체 매립지에 대한 실무 논의가 마무리되면 매립지 시설 인근 주민들을 위한 인센티브, 예산 확보 등이 숙제로 남게 된다. 공모에 많은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체 매립지에 예상되는 사업비 1조2천500억원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간 분담 비율을 협의해야 한다. 4자 협의체는 지난 2014년 12월 처음으로 가동됐다. 당시 4자 협의체에서는 2016년 종료되는 수도권 매립지 사용 기간을 10년 연장하는 대신 대체 매립지 조성을 위한 '대체 매립지 확보추진단'을 운영하면서 안정적인 폐기물 처리 방안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4자 협의체는 지난 2017년 9월 수도권 대체매립지 조성 연구용역을 시작해 지난해 3월 완료했다. 인천·경기 서해안 지역 3곳이 최종 후보지로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지역 주민 반발 우려 등의 이유로 후보지를 발표하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4월 지자체 공모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3개 시·도가 합의한 뒤 세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 대체 매립지 전제 조건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대체 매립지는 기존의 수도권 매립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4자 협의체는 대체매립지 조성 전제 조건으로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를 꼽고 있다. 지난 2015년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개 시·도는 수도권 매립지를 오는 2025년까지 10년 연장 운영하는 데 합의하면서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 추진 계획을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번 실패로 돌아갔던 수도권 지자체들의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 계획이 시민 사회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지난해 9월 박남춘 인천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대체 매립지 조성을 촉구하면서 "새로 조성하는 매립지는 소각재와 불연재 폐기물만을 최소한으로 매립하는 친환경 매립지로 운영돼야 한다"며 "폐기물 직매립을 제로화하고 악취, 먼지, 수질오염 없는 대체 매립지 조성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직매립 제로화는 생활폐기물을 종량제 봉투째 매립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소각 잔재물과 소각할 수 없는 불연성 폐기물만 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분리 배출과 소각 등을 거쳐 매립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직매립 시 발생할 수 있는 악취, 환경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매립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 폐기물 대책을 발표하면서 3년 뒤인 2017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양을 제로화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17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생활 폐기물 매립량은 하루 평균 799t으로 2016년 766t보다 오히려 33t 늘어났다. 2018년 서울시의 생활 폐기물 매립량은 869t을 기록했다.경기도 역시 지난 2016년 경기도 자원순환비전을 선언하면서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 달성 시점을 올해로 잡았지만,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도권 매립지로 반입된 생활폐기물은 연간 31만3천86t이었다. 인천시도 지난 2018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를 실시한다고 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12만6천604t의 폐기물이 직매립 방식으로 수도권 매립지에 반입됐다. # 폐기물 처리 시설 '님비' 아닌 '핌피'로전문가들은 폐기물은 발생자 처리가 원칙이며 폐기물 처리 시설은 더 이상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가 아닌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yard)'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폐기물 처리시설을 혐오 시설이 아닌 '반드시 필요한 환경기초시설'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소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생활환경연구실장은 "앞으로는 매립·소각 시설이 들어설 경우 환경 피해가 특정 대상에 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발생지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도시 간, 지역 간 이동하지 않고 발생지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염자가 오염 부담을 지도록 하는 것이 맞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직접적, 간접적,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환경 피해 비용을 적절하게 오염자가 지급하기 어렵다"며 "폐기물 매립이나 소각시설 등 환경기초시설을 주민들이 혐오 시설이 아닌 유치 시설로 바꿔 나가기 위한 것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윤하연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을 제로화 하는 것은 필요하다. 쉬운 일은 분명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말 매립할 수밖에 없는 폐기물만 묻어 매립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가야 한다"며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폐기물처리시설이 우리의 일상에서 공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환경부도 최근 친환경 매립지 조성을 위한 연구 용역 준비에 돌입했다. 친환경 매립지 사례조사,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 사례 조사 등으로 친환경 매립방식과 관리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골자다. 환경부 관계자는 "앞으로 만들어져야 할 매립지의 형태를 구상하기 위한 연구"라며 "친환경 방식의 매립지 조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글: 이원근, 이준석, 공승배기자사진: 강승호차장, 조재현, 김금보기자편집: 김영준,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3-15 이원근·이준석·공승배

[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2)무엇이 문제였나]우리가 버린 쓰레기… 마을을 집어삼켰다

인천 안동포 매립지 들어선 후악취·소음 탓 주민들 고향떠나사월마을도 '주거부적합' 악몽인천 서구 안동포마을과 사월마을을 아십니까. 마을 이름이 정겹습니다.안동포마을은 300여 세대가 옹기종기 모여 남자들은 배를 부리고, 여자들은 해산물을 캐며 사는 자연부락이었습니다.안동포마을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건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서울시, 인천시, 경기도의 쓰레기를 매립하는 수도권매립지가 들어선 이후 정겨웠던 두 마을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맙니다.1992년 2월 안동포마을과 직선거리로 500m 떨어진 곳에 수도권매립지 제1 매립장이 들어섰습니다.수도권매립지 제1 매립장은 초기부터 실패작이었습니다. 부실한 설계와 시공으로 쓰레기에서 발생한 침출수가 서해로 흘러들었습니다. 악취는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날씨가 흐린 날이면 멀리 동구와 중구까지 악취를 풍겼습니다. 침출수는 인천 연안과 강화도 남단 바다까지 오염시킬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폐기물 반입은 밤낮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야간 반입은 1992년 2월부터 2001년 2월까지 꼬박 9년이나 계속됐습니다.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12시간 동안 쉴새 없이 쓰레기차들이 오고 갔습니다. 1시간 잠시 쉬는가 하면 다시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반입이 이뤄졌습니다. 하루 중 2시간만 빼고 22시간 동안 주민들은 소음과 먼지로 인한 고통을 겪고 살아왔습니다. 소음과 분진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하나둘 고향을 떠났습니다.20살에 시집와 66년째 안동포마을에 살고 계신 김도분(86) 할머니는 "밤에는 차들이 어찌나 빨리 달렸는지, 덤프트럭 소리가 집에서는 '비행기 소리' 같이 들렸다"고 합니다. "매립지가 들어오고 나서는 낮에는 악취, 밤에는 소음 때문에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 표정은 어두웠습니다.사월마을도 매립지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개울에서 숭어를 잡아 철사에 줄줄이 꿸 만큼 깨끗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사월마을 주민은 122명.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업체는 165개. 공장이 마을 주민 수보다 많은 곳입니다. 마을 주민 이모(59)씨는 "마을을 둘러싼 공장들은 매립지가 들어서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사월마을은 얼마 전 정부 조사에서 '주거 부적합' 지역으로 확인됐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소변과 혈액에서 검출된 카드뮴, 수은, 납 등의 농도가 국민 평균보다 1.1∼1.7배 높다고 합니다. 안동포와 사월마을의 악몽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이원근, 이준석, 공승배기자사진: 강승호차장, 조재현기자편집: 김영준,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드림파크CC로 운영되고 있는 수도권매립지 제1매립장 바로 밑에 안동포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어촌 이었던 안동포마을은 1980년대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바다를 잃고, 1992년 수도권매립지가 인근에 들어서면서 쓰레기와 악취, 침출수, 분진과 대형차량 소음 등으로 주민들은 하나둘 떠나고 이름만 남은 마을이 되었다. /기획취재팀

2020-03-12 이원근·이준석·공승배

[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2)무엇이 문제였나]인천시, 매립지 지분 빠진 배경은

당시 공무원 증언 "산골짜기 등 닥치는대로"주민들 반발 거세… 1982년 20일간 '대란'도"세 지자체, 이제는 각자방식으로 처리해야""시청 청소과 공무원들의 하루는 '오늘은 어디에 쓰레기를 버려야 하나'라는 고민으로 시작됐습니다."동아건설의 김포간척지 매립이 시작된 1980년대 초, 인천에서는 쓰레기 처리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이때 인천시 청소과에서 근무했던 김진택(69)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서울의 경우 1978년부터 난지도매립장을 운영하며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었지만, 인천은 증가하는 폐기물에 '무방비 상태'였다. 당시 인천시는 인근 갯벌과 계곡 등을 활용해 쓰레기를 처리했다. 당시 폐기물이 대부분 연탄재이긴 했지만, 하루 발생하는 폐기물은 약 3천300t이었다고 한다. 김진택씨는 "1981년 인천시가 직할시로 승격되자마자 모든 게 가장 불안정했던 시기에 쓰레기 문제가 닥쳤다"며 "지금은 산업단지가 된 남동공단 갯골, 산골짜기 등 갖다 버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갖다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1982년께에는 정말 더 이상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어 20일 정도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던 적이 있다"며 "하는 수 없이 서구 원창동 인근 갯골에 갖다 묻었는데, 주민 반발이 어마어마했다"고 했다.당시 갯골 등에 묻었던 폐기물은 이후 개발 사업에서도 문제가 됐다. 2004년 진행된 청라국제도시 개발 환경영향평가에서는 3곳, 약 94만㎡의 땅에 폐기물이 묻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양은 약 306만㎥로 추정됐다.인천시는 인천에 광역 쓰레기 매립장인 수도권매립지가 조성되면서 쓰레기를 매립할 수 있게 됐지만, 매립지 조성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탓에 소유권을 얻지 못했다. 김씨는 "지금은 인천시가 당시에 조성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하고 있지만, 그때는 소유권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당장 '폭탄'을 처리하는 게 급선무였다"며 "돈을 얼마를 주고도 해결 못 하는 게 쓰레기와 묘지 문제다. 이제는 서울·인천·경기가 각자의 방식으로 폐기물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이원근, 이준석, 공승배기자사진: 강승호차장, 조재현기자편집: 김영준,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3-12 이원근·이준석·공승배

[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2)무엇이 문제였나]동의 없이 만든 '세계 최대 매립지'

1980년대 중반 '난지도' 포화… 대체지 물색'천연기념물' 인천 연희·경서동 갯벌 후보에농경지 확보 조건 간척사업 동의한 지역민정부, 매립면허 넘겨받아 용도변경 '날벼락'서울시·환경청 7대 3 지분… 인천·경기 제외2015년 '4자 협의체' 구성후 목소리 반영돼친환경 매립·관리권한 이관 여전히 숙제로수도권매립지는 부지면적만 약 16㎢로,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5배가 넘는다. 우리나라 매립지 전체 면적의 약 57%를 차지한다. 비슷한 크기의 매립지는 찾기도 어렵다. # 수도권매립지의 시작, 동아매립지수도권매립지 조성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의 수도권매립지, 청라국제도시 일대는 원래 농경지 목적으로 매립됐다. 1980년 1월, 동아건설산업(주)(이하 동아건설)가 당시 농수산부(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농경지 확보를 목적으로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받고, 1983년부터 인천 서구 원창동, 경서동, 연희동과 김포 일대 공유수면 간척사업을 벌였다. 수도권매립지가 과거 '동아매립지'로 불렸던 이유다. 매립 면적은 약 3천700만여㎡(37㎢), 1천150만평에 달했다. 웬만한 기초자치단체 면적과 맞먹는 크기다. 서울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다는 송파구(33㎢), 인천 부평구(32㎢)보다 넓다. 간척 이전, 이 일대 갯벌은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곳이며 주민들의 생계 터전이기도 했다. 서구 연희동, 경서동 인근 갯벌은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의 국내 주요 도래지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77년 천연기념물 제257호로 지정됐다.인근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서 갯지렁이, 조개 등을 캐며 생계를 이어갔다. 수도권매립지 인근 서구 왕길동 안동포마을에서 53년째 살고 있는 백순동(75)씨는 "갯벌이 땅으로 변하기 전까지만 해도 안동포 마을은 정말 공기 좋고, 물 좋고, 살기 좋은 곳이었다"며 "특히 갯지렁이 같은 해산물이 많았는데, 이를 캐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아 일본에 팔기도 했다"고 말했다. 1983년, 갯벌 매립이 시작되면서 이듬해 천연기념물 지정은 해제됐고, 주민들의 생계 터전은 사라졌다. → 일지 참조# 난지도매립지 포화에 동아매립지로 향한 시선1980년대 중반. 서울의 폐기물을 처리하던 난지도매립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당시 환경청(현 환경부)과 서울시의 눈은 동아건설이 간척한 땅으로 향했다. 1985년 전두환 前 대통령은 난지도매립지 포화에 따른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공동으로 경기 지역 12곳의 후보지를 물색해 타당성을 조사했지만,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했다. 내륙에 매립 적지가 없고, 후보지 대부분이 소규모여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이유였다. 이후 서울시는 환경청에 대단위 광역매립지 확보를 재요청했고, 인천시, 경기도가 함께 참여한 가운데 정부 차원의 검토가 이뤄졌다.검토 결과, 최종 광역매립지 후보에는 현 매립지 부지를 포함해 모두 7곳이 올랐다. 내륙 매립이 아닌 해안 매립이 적합하다는 판단 아래 인천 영종지구, 소래지구, 남동공단지구, 경기 시흥공단지구, 화성공단지구 등이 후보에 포함됐다. 당시 7곳의 후보 중에는 인천이 5곳이나 포함돼 있었다. 해안 매립이라는 기준은 바다가 없는 서울은 제외되고 해안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기도에 비해 인천시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1987년 현재의 매립지 부지가 운반 거리가 짧고, 방조제 공사가 이미 완료돼 있어 경제성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최종 대상지로 정해졌고, 같은 해 수도권매립지 사업계획이 확정됐다.# 농경지가 쓰레기매립장으로정부는 동아건설과 수차례의 협의 끝에 1988년 간척부지 1천150만평 중 약 630만평에 대한 매립 면허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매립 면허는 동아건설에서 당시의 환경관리공단으로 넘어갔다. 농경지가 쓰레기매립장으로 변한 순간이다. 농경지 확보를 조건으로 간척 사업에 동의했던 주민들에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당시 동아건설에 지급한 보상비는 이자까지 포함해 모두 523억원 규모였는데, 이중 쓰레기 처리에 가장 애를 먹던 서울시가 373억원을, 환경관리공단이 150억원을 각각 부담했다.이듬해인 1989년, 환경청과 서울·인천·경기는 '수도권매립지 건설 및 운영 사업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주요 내용은 매립 준공 후 조성된 토지의 소유권을 보상비 부담 비율에 따라 분할한다는 내용 등이었다. 이 협정에 따라 서울시는 매립지 땅의 71.3%를, 환경청은 28.7%를 소유하게 됐다. 보상비를 부담하지 않았던 인천시, 경기도는 매립지가 자신들의 행정구역 내에 자리 잡게 됐음에도 소유권을 전혀 주장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같은 해 매립지 기반시설공사에 착공했고, 3년간의 공사를 거쳐 1992년 2월 10일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이 시작됐다. 경기도가 가장 먼저 폐기물을 반입했으며, 같은해 11월, 서울과 인천의 폐기물도 매립을 시작했다. 수도권매립지는 2000년까지 제1매립장 매립이 이뤄졌고, 2000년부터 2018년까지는 제2매립장의 매립이 이뤄졌다. 지금은 3-1 매립장의 매립이 진행 중이다. 제1매립장이 종료될 즈음 현재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설립됐다.# 인천, 주민 피해 더 이상 안 된다시간이 갈수록 소유권에 대한 문제는 인천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1995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매립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경기도 김포군 검단면이 인천시로 편입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매립지가 인천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현재의 매립지 부지 역시 김포 학운리를 제외하면 모두 인천 서구에 자리 잡고 있다. 매립지로 인한 인천 주민들의 피해는 20년 넘게 이어졌지만, 인천시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2014년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서울·인천·경기·환경부 4자 협의체가 구성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매립지 종료'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주민 피해가 이어져선 안 된다는 게 인천시의 입장이다. 인천시가 인천 땅 위에 있는 수도권매립지 소유권을 가져오기까지는 20년이 넘게 걸렸다. 인천시는 2015년 4자 협의체 회의에서 인천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를 연장하는 대가로 서울시와 환경부로부터 매립 면허권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토지 소유권 전체를 넘겨받는 데 합의했다. 수도권매립지 사용 최소화 등이 전제였다. 현재 인천시는 매립지 전체 면적의 약 41%에 해당하는 토지의 소유권을 이양받은 상태다. 하지만 합의 사항에 포함됐던 ▲생활 폐기물 직매립 금지 ▲친환경 매립방식 도입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천시 이관 등은 여전히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이원근, 이준석, 공승배기자사진: 강승호차장, 조재현기자편집: 김영준,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3-12 이원근·이준석·공승배

[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2)무엇이 문제였나]매립지 부실운영이 빚은 '재난'

위생 약속했지만 침출수 누출 등 문제 발생어민 '해양오염 소송' 2건 승소·1건 진행중제1매립장, 추가관리 비용만 1300억원 달해2011년 황화수소 최소 체감농도 1700배 측정제2매립장 가스누출, 청라 등 민원 해결안돼관토 반입 전표 환치기 관행… 국감서 지적주민지원사업 제대로 고지안돼… 신뢰 바닥# 시작부터 엉망이었던 수도권매립지수도권매립지는 1992년 2월 10일 경기도가 가장 먼저 반입을 시작했고, 서울시와 인천시는 같은 해 11월부터 반입했다. 위생 매립을 약속했던 제1매립장은 사실상 '비위생 매립장'이었다. 업체들의 부실 설계·시공, 침출수 누출 등 숱한 문제가 발생했다.1995년 감사원의 '수도권 매립지 건설 및 운영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제1 매립장의 설계를 맡은 (주)선진엔지니어링은 매립장 흙의 압력을 고려하지 않고 파손되기 쉬운 플라스틱류의 빗물 제거관으로 설계하면서 매립장 내부로 빗물이 수년간 스며들게 했다. 그 결과, 매립지 내부 압력이 높아져 제방 일부가 붕괴되고, 침출수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전 환경영향평가에선 침출수의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기준을 기준치(100PPM)보다 강화한 30PPM 이내로 처리해 서해안 오염을 예방토록 협의했지만, 실제로는 기준치를 12배(1천280PPM)나 초과한 상태로 서해안에 방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에서는 매립장 운영뿐 아니라 주민감시단의 과잉 단속 등 모두 48건이 지적됐다. 부실시공·설계를 한 (주)동아건설산업, (주)선진엔지니어링에는 각각 3개월의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졌다. 관리를 소홀히 한 환경부 직원들도 모두 징계 대상이 됐다. 당시 감사원은 "침출수가 지하에 스며들고, 제방이 무너져 해양을 오염시킨다면 국토와 해양의 보전은 불가능"이라며 "수도권매립지는 그 상징적 의미와 중요성에 걸맞은 안전장치나 효율성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 피해는 눈덩이제1매립장의 부실한 운영은 고스란히 인천 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어민들의 피해가 대표적이다. 오염된 침출수가 해양 환경까지 파괴한 것이다. 강화남단지역 어민 275명은 2003년 수도권매립지의 오염된 침출수 방출로 어업권을 침해받았다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상대로 48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3심까지 진행된 이 소송에서 대법원은 어민들에게 총 13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09년에도 인천 연안 어민 469명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상대로 38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강화 지역 어민들과 같은 이유였다. 이 소송은 2심까지 진행됐는데, 재판부는 이때도 어민들에게 총 10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두 번의 소송에서 재판부는 매립장 운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현재는 인천 남항 인근 어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 표 참조각종 부실 운영이 이뤄진 제1매립장은 사후관리가 19년간 더 필요한 처지에 놓였다. 법적 사후 관리 기간은 올해 9월로 종료되지만, 추가 관리가 불가피하다. COD(화학적 산소요구량)가 여전히 기준치보다 2배 이상 초과 검출되는 등 매립 폐기물이 아직 안정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가 관리에 필요한 비용만 약 1천300억원에 달한다.2000년부터 매립이 시작된 제2매립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매립 가스 누출로 인한 악취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청라국제도시를 중심으로 발생한 집단 피해는 최근 2년간 반복됐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2011년 제2매립장에서 악취 유발 물질 중 하나인 황화수소 농도를 매 분기 측정한 결과, 그 농도는 사람이 느끼는 최소 감지농도(0.5ppb)의 1천700배를 넘긴 최대 881.5ppb로 측정되기도 했다. 주민들이 공사의 매립지 운영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악취는 주로 매립가스를 모아 인근 발전소로 보내는 '포집정'의 균열로 인해 발생했는데, 제2매립장에는 모두 699개의 포집정이 있다. 1965년부터 인천 서구 사월마을에 살고 있다는 김모(74·여)씨는 "조용한 마을에 쓰레기장이 들어서더니, 이후 뭘 하는지도 알 수 없는 공장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매립지 악취, 소음, 분진에 더해 공장들로 인한 피해까지 겪어야 했다"며 "우리와 같은 피해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운영 부실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000년 7월 설립됐다. 그 이전까지 수도권매립지와 관련된 행정 업무는 수도권매립지운영관리조합이, 매립장 운영·관리는 환경관리공단이 각각 맡았다. 이후 업무 이원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고 매립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설립됐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부실한 운영은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전표 거래 등 부정한 방법으로 반입되는 관급 토사를 걸러내지 못하고 있고, 주민지원사업은 '깜깜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전표환치기= '전표 환치기'를 통해 사급 토사가 관급 토사로 둔갑해 반입되는 '토사 부정 유통'도 자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태가 오랜 관행이라며, 전표를 발급하는 발주처와 토사 반입 승인 여부를 확인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토사의 유통경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당 이득을 챙기는 업체들에 대한 관리와 재발 방지를 위해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서울 지역 관급공사 발주처로부터 관토 반입 전표(확인증)를 발급받은 업체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로부터 토사가 매립지로 운반됐다는 확인을 받은 뒤 발주처에서 운송비를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물류비용 등을 이유로 관급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토사를 농지 등에 불법 반출하고 인천 지역의 일반 공사장에서 나온 토사(사토)를 관급 토사인 것처럼 전표를 꾸며 수도권매립지로 반입, 부당 이득을 챙기고 있다.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됐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발주처가 전표 양식을 개선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토사 검수원 재교육, 반입전표 기재 내용 정밀확인, 사용인감 사전 등록과 신규 전표양식 배포, 발주처에 관급토사 관련 관리강화 요청 등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전표 바꿔치기가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발주처가 관리 감독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매립장 밖에서 여전히 전표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운송업계 관계자는 "전표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어 인천지역 몇몇 운송업체에 의해 유통되고 있다"며 "전표 한 장으로 매립지에 관토 반입을 인정받아 일반 건설현장과 수도권매립지에서 이중으로 운임을 챙겨 업체들은 부당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또 이들은 "건설폐기물 처리 방식처럼 출발 및 도착, 차량 등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토사가 어디로 반출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면 전표 바꿔치기 관행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뢰도 낮은 주민지원사업=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진행하는 주민지원사업도 투명성과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현행법에 따라 수도권매립지 반입수수료의 10%를 주민지원사업에 사용해야 한다. 2017년 190억원, 2018년 142억원 등 그 규모는 매년 100억원을 넘는다. 주민지원협의체의 동의 없이는 이 예산을 집행할 수 없어 무엇보다 투명성이 확보돼야 하지만 현실은 '깜깜이'다.대표적인 예가 2018년 실시한 현물지원사업이다. 물건을 사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주민지원기금으로 대신 돈을 내주는 방식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제2매립장 종료에 따라 미집행된 주민지원기금을 활용하기 위해 처음으로 현물지원사업을 진행했는데, 전체 대상 지역 53개 통·리 중 24개 통·리만 신청했다.사업을 신청한 24개 통·리 중에서도 전체 주민 중 약 53%만 신청했다. 이후 사업을 몰랐다는 주민들의 반발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급하게 추가 신청을 받았지만, 이미 기존 신청자들에게는 평균 660만원, 최대 5천만원의 지원 금액이 산정된 후였다. 추가 신청에는 현물지원사업을 희망하지 않았던 29개 통·리 중 18개 통이 신청했으며, 신청 지역 전체 대상 5천여 세대 중 약 4천 세대가 신청한 상태다. 현물지원사업을 몰라 신청조차 하지 못했던 주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물지원사업이 소수에 의해 깜깜이로 진행됐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수도권매립지 영향 지역인 인천 서구 경서동의 한 주민은 "과거 주민지원협의체 위원들은 주민지원기금을 가로채 구속되기도 했다. 공사와 주민지원협의체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도는 거의 '제로'라고 봐야 한다"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주민지원협의체'를 위한 공사가 아니라 주민 전체를 위한 공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이원근, 이준석, 공승배기자사진: 강승호차장, 조재현기자편집: 김영준,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현재 매립이 종료된 수도권 매립지 제2매립장에 굴뚝모양의 '매립가스 포집정'들이 설치되어 땅속에 묻힌 쓰레기에서 발생되는 황화수소, 메탄, 이산화탄소 등의 가스들을 모아 매립가스 발전소로 보내고 있다. 하지만 관리 소홀로 인해 최근 매립 가스 누출로 인한 악취 피해가 청라국제도시를 중심으로 끊이지 않아 세심한 관리가 절실하다. /기획취재팀

2020-03-12 이원근·이준석·공승배

[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1)가까워지는 대란]쓰레기 역습, 더 이상 '묻고' 갈 수는 없다

플라스틱등 폐기물은 쌓여가고대체부지 준비만 10년 필요한데인천 반입종료 5년 밖에 안남아우리는 24시간 쉬지 않고 쓰레기를 만든다. 물건의 생산과 소비는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24시간 배달되는 택배, 용기와 포장재는 뜯는 순간 쓰레기가 된다. 필요한 물건이었다가도 쓰레기가 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는 것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우리는 매일 밤사이 치워지는 쓰레기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 휴지통에 들어가는 순간, 마치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쓸모없는 쓰레기라고 여기니 어떻게 처리되는지 관심도 없다.쓰레기 처리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흙으로 묻어버리거나, 태우거나, 다시 쓰거나.요즘 쓰레기는 자연상태에서 썩는 것보다 썩지 않는 비닐이나 플라스틱 재질이 더 많다. 물병, 문구, 옷, 볼펜, 도구 등 생활에 밀접한 제품들이다.이 중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는 우리 눈앞에서만 사라졌을 뿐 지구 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흙 속에 묻혀 있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거나, 바다 어딘가에서 떠돌아다니거나 여전히 지구 상에 남아 있다. 그중 일부만이 불에 태워져 에너지로 쓰이거나 다른 제품으로 재활용된다.아파트와 주택가에서 쓰레기가 치워지지 않는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하루, 이틀은 어찌 견딜 수 있겠지만, 사흘이 넘어가고 일주일이 지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음식물이나 화학물질로 오염된 쓰레기가 상하기 시작하면 고약한 냄새부터 나기 시작한다. 부패가 심해질수록 쓰레기에서 증식하는 유해성 세균(박테리아)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인류는 자신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쓰레기를 마구 쏟아내고 있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 등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쓰레기를 생산하고 뒤처리를 하지 못해서다.1992년부터 2018년까지 총 1억4천900만t의 쓰레기 매립이 완료된 수도권매립지 1, 2 매립장은 축구장 717개 면적에 달한다. 지금의 속도대로 쓰레기를 배출한다면 20~30년 후쯤이면 세계 최대 규모인 인천 서구 수도권쓰레기매립지 같은 대규모 매립지가 얼마나 더 필요할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인천시는 지난해 7월 자체 매립지 조성 계획을 내놓으면서 2025년부터 수도권매립지 반입 종료를 선언했다. 2천500여만 수도권 시민의 쓰레기통 역할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대체 매립지를 조성하려면 준비 기간만 10년 정도 걸린다. 반입 종료는 이제 5년 남았다. 쓰레기 대란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이원근, 이준석, 공승배기자사진: 강승호차장, 조재현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인류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유일하게 환경을 위협하는 쓰레기라는 존재도 만들어 내고 있다. 쓰레기 처리의 대표적인 방법은 흙으로 덮는 매립이지만 눈앞에서 치우는 임시방편일 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11일 오후 수도권매립지 3-1공구를 소행성모양으로 촬영해 지구 상에 숨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쓰레기들을 표현했다. /기획취재팀수도권매립지 3-1 공구 생활폐기물 매립구역에서 잘못된 분리배출로 인해 음식물 찌꺼기가 섞인 쓰레기가 매립되고 있고 이를 먹기 위해 주변을 배회하는 갈매기들이 뒤엉켜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20-03-11 이원근·이준석·공승배

[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1)가까워지는 대란]2025년 종료 앞둔 수도권 매립지

인천시, 폐기물법 따라 매립지 종료 '확고'한해에 50만여t 쓰레기 처리할 곳 없어져64개 기초단체 공문… 각자해결 대책 요청# 인천시 종료 의지 확고, 발생지 처리 원칙 지켜야지난달 19일 인천시는 수도권 매립지로 폐기물을 반입하는 64개 기초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2025년 수도권 매립지 3-1 매립장 반입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의 의지는 확고하다. 2025년 이후 수도권 매립지 운영은 불가하며 폐기물은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지자체가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인천시는 공문에서 "환경부와 3개 시·도는 수도권 매립지의 사용 최소화 노력을 전제로 지난 2015년 3-1 매립장을 추가 사용하기로 했다"며 "그럼에도 4자 합의 이후 4년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대체 매립지 조성은 지연되고 있고, 친환경 매립 방식 도입에 대한 합의 이행과 대체 매립지를 친환경 매립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에 대한 이행 담보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인천시는 3-1 매립장 사용을 끝으로 매립지 운영을 종료하고 폐기물관리법 제4조의 규정에 따라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른 수도권 매립지 종료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각 지자체에 요청했다. 아울러 친환경 매립 방식 도입을 위해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고, 건설·사업장 폐기물 매립량도 감축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했다.# 수도권 매립지 운영 중단, 쓰레기 대란 불 보듯2025년 매립지 운영이 당장 종료될 경우 서울과 경기 지역 지자체들의 쓰레기 대란은 불 보듯 뻔하다. 수도권 지역에 매립(2019년 기준)하는 53만9천800t 규모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당장 25개 지자체 모두가 생활폐기물을 수도권 매립지로 반입하는 서울시는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내 폐기물 처리시설은 인천, 경기 지역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하다.현재 서울시는 총 5곳의 소각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동 용량은 2018년 기준 일 평균 2천898t이다.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같은 해 기준 일 평균 8천586t임을 감안했을 때 재활용을 제외하고 일 평균 839.9t을 매립 해야 한다. 특히 서울시 금천구는 별도 폐기물을 소각하지 않고 전량 수도권매립지로 생활폐기물을 보내고 있다.인구당 소각시설 현황을 보면 인천시(9개 소각시설)는 32만명 당 1곳, 경기도는 50만명 당 1곳, 서울시는 194만명 당 1곳이다. 1일 평균 소각용량도 서울시가 1인당 297g으로 인천시 297g과 같지만, 경기도 383g에 비하면 100g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경기도도 총 26개 소각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매립지를 이용하는 지자체가 계속 늘어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경기지역 지자체들의 수도권 매립지 이용이 늘어나게 된 것은 택지개발에 따른 인구 증가, 소각 시설 노후화에 따른 소각장 성능 감소, 소각시설 보수공사 등 다양하다.소각장 용량은 하루 50t이지만 시설 노후화로 소각 규모가 하루 40t 정도인 안성시는 소각 후 남는 생활폐기물 처리를 위해 지난 2017년부터 매립지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천시와 광주시, 하남시, 양주시, 양평군 등은 공동으로 하루 300t 규모의 광역소각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보수 공사 등으로 폐기물 처리가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지난 2018년부터 수도권 매립지에 생활폐기물을 일정 부분 반입 중이다.1인당 매일 발생량 0.85㎏ 달하는 서울시소각시설 5곳 불과… 매립량은 인천 '3배'운영 시작이후 전체 반입물량 55.9% 차지# 1인당 생활폐기물, 서울시 최다수도권에서 종량제 봉투에 넣어 처리하는 생활폐기물은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9년 수도권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평균 2만73.7t에서 2018년 2만433.3t으로 359.6t 늘었다. 시·도 별로 보면 2018년 기준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경기도가 9천861.3t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시 8천586.9t, 인천시 1천985.1t 순이었다.생활폐기물 총량에서는 경기도가 총인구에 비례한 1일 평균 생활폐기물 양이 3개 광역 지자체 중 가장 많다. 총인구에서 쓰레기 발생량을 나눈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오히려 서울시가 경기도보다 더 많다. 2018년 기준 경기도 인구는 1천349만3천700명, 서울시는 1천4만9천600명으로 경기도 인구가 344만4천명이 더 많다. 2018년 1인당 생활 폐기물 발생량은 서울의 경우 하루 평균 0.85㎏인 반면 경기도는 0.73㎏을 나타냈다. 인천시는 0.65㎏으로 가장 적었다.수도권 기초 지자체별로도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많은 지역은 서울시다. 서울시 중구는 1인당 2.71㎏의 생활폐기물이 발생해 1인당 생활폐기물이 가장 많았고 종로구 2.07㎏, 마포구는 1.13㎏이 발생해 뒤를 이었다. 경기도는 연천군이 1.12㎏을 기록해 1인당 생활폐기물이 가장 많이 발생했고, 다음으로 과천시(0.94㎏), 의정부시(0.92㎏) 순으로 집계됐다. 인천시는 서울시와 경기도보다 1인당 발생량이 가장 적다. 2018년 인천시의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0.65㎏였으며 기초 지자체별로는 중구 1.06㎏, 옹진군 0.87㎏ 순으로 조사됐다.경기지역도 인구수 늘고 소각시설 노후화반입등록 시군 16 → 24곳… 대책마련 시급# 수도권매립지 반입량도 서울시 최다수도권 매립지 운영이 시작된 1992년부터 2018년까지 매립지에 매립된 전체 폐기물은 약 1억4천943만450t이었다. 이중 서울시가 절반이 넘는 8천359만8천270t(55.9%)의 쓰레기를 매립지에 묻었다. 경기도가 4천160만1천49t(27.9%)으로 뒤를 이었고 인천시는 2천419만9천567t(16.2%)으로 가장 적었다. 서울시가 인천시의 3배, 경기도의 2배 많은 양의 폐기물을 지금까지 수도권매립지에 버린 것이다.수도권매립지에 매립된 생활폐기물 역시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더라도 서울시가 가장 많았다. 서울시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립한 총 생활폐기물은 143만6천577t. 경기도와 인천시는 같은 기간 각각 116만9천243t과 44만7천551t을 기록했다. 서울이 인천보다 3배가 넘는 생활폐기물을 매립지에 버렸다. 연간 매립량은 서울시가 2019년 기준 34만6천429t으로 2015년 24만5천482t보다 10만947t(42.1%) 증가했다. 경기도는 2015년 16만1천708t에서 2019년 31만3천86t으로 15만1천378t(93.6%)이나 늘었다. 인천시의 생활폐기물 수도권 매립지 반입량은 2015년 5만7천871t에서 2019년 12만6천604t으로 2배 이상 증가해 증가 폭이 가장 컸다.경기 지역에 인구가 늘고 소각 시설이 부족해지면서 도내 지자체들의 수도권매립지 반입량이 늘었다. 2015년 수도권 매립지에 생활폐기물을 반입 등록한 경기 지역 지자체는 16곳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24곳으로 확대됐다. 2017년 들어서는 안산시(3만3천257t), 시흥시(3만3천239t), 평택시(3만2천753t)가 생활폐기물 수도권 매립지 반입량 1∼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평택시가 4만1천306t으로 매립지에 반입하는 기초지자체 중 가장 많은 반입량을 나타냈고, 고양시(3만7천287t), 부천시(3만6천774t)가 뒤를 이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 글: 이원근, 이준석, 공승배기자사진: 강승호차장, 조재현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3-11 이원근·이준석·공승배

[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1)가까워지는 대란]'잘못된 분리배출' 반입량 늘려

종이상자·스티로폼 담아 배출… 폐기물 둔갑 1인당 하루배출량 255g중 53% '재활용 가능'정부, 친환경 소비 확대·선별체계 개선 노력# 종량제 봉투속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재활용 쓰레기지난 2일 오후 10시. 인천 계양구 한 폐기물 수거업체 근로자들의 하루는 늦은 밤부터 시작됐다. 3인 1조로, 7t의 폐기물 압축차량을 타고 동네를 돌기 시작했다. 2명은 차량 뒤에 매달려 폐기물 수거를, 나머지 한 명은 운전을 담당했다. 차량은 약 5m 간격으로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거의 모든 가로수 아래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었다. 폐기물 수거업체 근로자들이 수거하는 폐기물은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이지만, 투명 봉투에 버려진 재활용 폐기물도 차량에 함께 실었다. 이물질이 묻은 라면 용기, 물기가 남아 있는 페트병 등이 담긴 봉투였다. 이물질이 있는 폐기물은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버려져 불필요한 매립이 이뤄지고 있다.12년째 폐기물 수거 일을 하고 있다는 정모(53)씨는 "원칙대로 종량제 봉투만 수거하면 다음날 쓰레기가 치워지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친다. 재활용품이라도 현장 판단에 따라 재활용할 수 없어 보이면 가져갈 수밖에 없다"며 "주민들이 나름대로 재활용이라고 분리해 내놓지만, 실상은 음식물 찌꺼기, 물기가 있어 재활용할 수 없는 게 태반"이라고 했다.아파트 단지는 쓰레기 분리 배출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주택가로 들어서자 상황은 심각했다. 재활용할 수 있는 스티로폼이나 종이상자에 각종 쓰레기를 담아 놓는 등 생활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분리 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주택가 곳곳에 설치된 '무단투기 금지'를 알리는 스티커와 현수막 앞에도 분리 배출하지 않은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다. 쓰레기봉투 하나를 찢어보니 캔, 비닐, 피자 상자 등이 섞여 있었다.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하는 것도 작업자들의 몫이다. 작업자들은 깨끗한 상태의 재활용 폐기물, 종이상자는 남겨 놓고 분리 배출하지 않은 쓰레기는 가져간다. 정씨는 "종량제 봉투 안에도 재활용 쓰레기가 20~30%는 포함돼 있다. 축축한 종량제 봉투는 모두 그 안에 음식물까지 포함된 것"이라며 "눈에 띄는 재활용 쓰레기는 수거하며 분리하지만, 불투명한 종량제 속에 있는 것까지 골라내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날 쓰레기 수거는 적환장에서 쓰레기차를 비우고 다시 수거하기를 2차례 반복했고, 작업은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이어졌다.# 매립·소각 종량제 생활폐기물 53% 재활용 가능5년마다 진행되는 제5차 환경부 전국폐기물 통계조사(2016년 기준)에 따르면, 종량제 봉투에 버려지는 생활폐기물 중 절반 이상은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다. 전국에서 하루 1인당 배출하는 종량제 폐기물은 255g으로, 이 중 53%(136g)가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이다. 인천 등 광역시 단위에서 시민 1명이 하루 배출하는 종량제 폐기물 양(318g) 중에서도 약 43%(138g)가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수도권매립지에 매립되는 생활폐기물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분리 배출이 중요하다.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된 생활폐기물은 2015년 약 46만5천t에서 2018년 약 70만6t으로, 3년 사이 약 50% 증가했다.특히 올해는 각 시·도가 2018년 생활폐기물 반입량 대비 10%를 감축해야 하는 '반입 총량제'까지 실시되고 있지만, 생활폐기물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반입총량제가 실시된 올해 1월,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된 생활폐기물 양은 4만8천500여t으로, 지난해 1월보다 1천700여t 증가했다. 2018년 1월과 비교해도 약 24%(9천600여t) 증가한 수치다.종량제 봉투에 버려지는 생활폐기물 중 절반가량이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분리 배출만 제대로 해도 생활 폐기물 매립량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8년부터 폐기물의 발생 억제, 순환이용 촉진을 위한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며 "친환경 소비를 확대하고 배출·수거·선별 체계를 개선해 버려지는 자원을 줄여 재활용률을 점차 높여 나가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이원근, 이준석, 공승배기자사진: 강승호차장, 조재현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수도권매립지 3-1 공구 생활폐기물 매립구역에서 잘못된 분리배출로 인해 음식물 찌꺼기가 섞인 쓰레기가 매립되고 있고 이를 먹기 위해 주변을 배회하는 갈매기들이 뒤엉켜 있다. /기획취재팀

2020-03-11 이원근·이준석·공승배

[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1)가까워지는 대란]매립지는 어떻게 운영될까

통합계량대 검사… 성분분석 후 반입결정차량서 쏟고 펼침·다짐 거친후 중간 복토1·2매립장 면적 축구장 717개 맞먹을 정도# 쓰레기, 어떻게 처리되나환경부의 전국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서 하루 평균 약 4만6천700여t(2018년 기준)의 생활폐기물이 쏟아진다. 매일 25t 덤프트럭 1천800여대로 옮겨야 하는 수준이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약 43%(약 2만t)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한다.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될까. 종량제 봉투에 생활폐기물을 담아 배출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보자. 지역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규격별 흰색 종량제 봉투를 사용한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한 곳에 쓰레기를 모아 버리지만, 주택가는 대부분 자기 집 앞에 쓰레기를 배출한다.배출된 쓰레기는 각 자치단체와 위탁 계약을 맺은 폐기물 처리 업체에 의해 수거된다. 작업자들이 하루 약 10시간 동안 일명 '쓰레기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한다. 이렇게 각 동네와 공동주택, 건물 등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적환장으로 모인다. 적환장에서는 폐기물 압축 등의 과정이 이뤄진다. 압축된 폐기물은 대형 폐기물 차량으로 옮겨진다. 소각장과 매립장에는 '쓰레기차'가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이후 쓰레기는 각 지역의 소각장이나 수도권매립지로 향한다. 쓰레기차에 한번 담긴 폐기물은 소각이나 매립, 둘 중 한 가지 방식으로 처리된다.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이 섞여 있더라도 이를 걸러내는 건 불가능하다. 폐기물 수거 업체는 통상적으로 이틀은 소각장에, 하루는 매립지에 폐기물을 버린다. 현재 수도권매립지에는 서울·경기·인천 지역 66개 기초자치단체 중 인천 옹진군과 연천군 2곳을 제외한 64곳의 폐기물이 반입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반입과정수도권매립지의 반입 첫 과정은 통합 계량대에서 시작된다. 모든 폐기물 차량은 반입 전 이 계량대에서 검사받아야 한다. 검사는 크게 ▲지정 검사대상 폐기물 검사 ▲정밀검사 ▲일반검사 세 가지로 분류된다. 소각재 등 지정 폐기물 17종과 오니 등은 시료 채취 후 성분 분석 결과에 따라 반입 여부가 결정된다. 정밀검사는 반입 규정 위반으로 반출이 잦았던 차량 등에서 무작위로 선정돼 이뤄진다. 매립장 내 정밀검사 구역에서 모든 폐기물을 하역한 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감독관, 주민감시요원이 폐기물의 상태를 검사하게 된다. 반입 규정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벌점이 부과되거나 매립 자체가 불가능하다.통합 계량대를 통과한 차량은 매립장 내부로 진입해 폐기물을 쏟는다. '쓰레기 직매립' 방식이다. 현재 매립이 진행 중인 3-1 매립장은 240m×220m 크기를 1블록으로 해 모두 16개의 블록으로 이뤄져 있는데, 정해진 구역부터 폐기물을 매립한다. 차량에서 내려진 폐기물은 펼침, 다짐 작업을 거쳐 매일 흙으로 덮는다.수도권매립지의 매립은 5m 높이를 1단으로 해 모두 8단으로 이뤄진다. 1단이 쌓일 때마다 50㎝씩 중간 복토가 이뤄지며, 매립이 완료되면 매립장은 40m 높이의 폐기물이 쌓이게 된다. 폐기물은 땅속에서 부패하면서 침하가 이뤄지는데, 매립이 완료된 제2매립장은 현재 약 10m 높이의 언덕이 됐다.매립된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침출수는 수집정을 통해 처리장으로 옮겨지며, 매립 가스는 포집정을 통해 발전소로 가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제1매립장에는 8년간 약 6천400만t, 제2매립장에는 18년간 약 8천만t의 폐기물이 매립됐다. 두 매립장의 매립 면적만 해도 축구장 717개 규모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 글: 이원근, 이준석, 공승배기자사진: 강승호차장, 조재현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3-11 이원근·이준석·공승배

[희망의 그늘 쌍용차 그리고 평택·(3·끝)결국 문제는 '일자리']일자리 엔진 다시 뛰는… '쌍용차는 달리고 싶다'

10년 지나도록 찾지못한 처방전그래도 풀어야하는 공존 해결책결국 문제는 '일자리'다. 쌍용차를 직접 겪은 평택사람들은 일자리가 생계이고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평택에서 만난 모든 이들이 정부라도 나서 민간기업에 불과한 '쌍용차'를 살려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이유다.동료였던 이들이 산자와 죽은자로 나뉘어 극렬하게 대립한 것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까지 죽은 이들이 그리워했던 것도, 기나긴 고통 속에서 10년을 하루같이 돌아갈 날만 기다리며 투쟁을 벌여온 것도 모두 일터로 돌아가 평범했던 지난 일상을 되찾고 싶어서였다.서둘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야 했다. 평택과 가장 유사한 산업구조를 가졌던 군산을 찾아갔다. GM공장이 문을 닫은지 2년, 도시는 을씨년스럽게 변했다. 그곳에서 만난 이들도 '일자리'의 중요성을 깊이 체득하고 있었다. 또 희망을 잃지 않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더불어 정부가 추진 중인 상생형 일자리의 롤모델, 독일 폭스바겐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Auto 5000'의 사례는 양보와 상생이 주는 긍정적 성과를 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가정일 뿐이다. 평택과 쌍용차가 처한 상황에 딱 맞는 해결책은 찾기 어려웠다.그래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쌍용차 사태의 아픔을 오랜 시간 겪어왔음에도 우리 사회가 얻은 교훈이 없다. 여전히 노사갈등은 창과 방패처럼 팽팽히 맞서고, 해고가 곧 살인이 될 만큼 사회 안전망은 헐겁기 짝이 없다. 오히려 최선이라 믿었던 그 선택의 결과를 잘 알고 있기에 지금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한다.그럼에도 다시 위기는 도래했고, 우리는 살기 위해 답을 찾아야 한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김금보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쌍용자동차가 직면한 위기는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그래야 쌍차도 살고 평택도 살고 사람도 산다. 13일 코로나19 여파로 생산을 중단했던 쌍용자동차가 조업을 재개했다. 사진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생산라인. /기획취재팀

2020-02-13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희망의 그늘 쌍용차 그리고 평택·(3·끝)결국 문제는 '일자리']'공존'은 가능한가

마힌드라 수천억 투자 약속 '회생 불씨'전문가 '평택형' 대안 현실화 노력 강조임금차등·생산라인 공유 등 숙제 산적# 평택형 일자리 가능성은물론 군산의 GM공장처럼 쌍용차 평택공장이 문을 닫을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쌍용차가 절박한 위기상황이긴 하지만 유일한 생산기지인 평택공장을 닫는 것은 스스로 생명줄을 끊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여러 지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GM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여기에 쌍용차 노사가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 중이고,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수천억원의 투자를 약속함과 동시에 정부도 쌍용차 회생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기에 아직 솟아날 구멍은 있다. 특히 쌍용차 지원을 고민하는 정부는 '명분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무턱대고 민간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의 정부 지원은 부담이 크다. 적절한 명분을 찾아야 하는데, '일자리 창출'이 그 명분으로 거론되고 있고 평택형 일자리가 관심을 받고 있다.아직 뚜렷한 구상이 드러난 건 아니다. 다만 2018년 쌍용차 노노사정의 전원복직 합의과정에 참여했던 문성현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마힌드라 측과 평택형 일자리를 논의하려 했다는 것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다. 여러 방면에서 거론되고 있는 평택형 일자리의 추진 방식을 분석해 실효성을 살펴봤다. 먼저 중국 자본을 통한 전기차 업체가 현재 쌍용차 평택공장 내 유휴 상태인 1개 조립라인을 임차해 별도 법인형태로 근로자를 채용해 전기차를 생산하는 형태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물리적 여건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게 쌍용차의 반론이다.공장 안에 여러 단계의 생산공정이 함께 설비돼 있는데, 일부 라인만 빌려서 다른 차를 만들겠다는 것은 기술유출 등의 위험이 있어 어렵다는 것이다.또 같은 공장에서 똑같이 자동차를 만드는데, 임금과 노동형태가 다른 근로자가 동시에 근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쌍용차 관계자는 "자동차 생산은 도장기술이 핵심인데 지금 쉬고 있는 조립라인 바로 옆이 도장 라인인 데다 일부 생산라인 설비를 바꾸면 다른 공정 설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또 한 공장 내에서 기존 쌍용 직원과 별도 법인 직원이 같이 일하면 다른 임금 수준 때문에 노조가 반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광주형 일자리처럼 평택 내 새 부지에 공장을 조성해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도 있지만, 이 역시 막대한 비용문제가 발목을 잡아 추진하기 쉽지 않다. 여러 논란 속에서 평택형 일자리가 뜨겁게 관심을 받고 있는 건 그렇게 해서라도 쌍용차가 경영을 개선해 지역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그래서 전문가들은 쌍용차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택형 일자리와 같은 대안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광주형 일자리 등 오랜 기간 정부 일자리 정책 연구에 참여한 이문호 워크인연구소장은 "(쌍용차가) 극한의 위기에 내몰린 만큼 오히려 (노사) 협상과정에서 상생의 대안이 나올 수도 있다"며 "광주형 일자리의 모티브인 독일 폭스바겐의 'Auto 5000'도 같은 공장 내 서로 다른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근무하며 갈등도 있었지만 서로 양보하고 견뎌낸 끝에 5천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고 생산성 향상까지 이뤄내 큰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김금보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현재 쌍용차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쌍용차 노사가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투자와 동시에 정부도 쌍용차 회생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사진은 쌍용차 평택공장. /기획취재팀

2020-02-13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희망의 그늘 쌍용차 그리고 평택·(3·끝)결국 문제는 '일자리']일자리 잃은 도시, 군산의 풍경

2012년 전북수출 29.3% GM공장… 4년만에 6.4%로 추락노동자 떠나자 상권 침체 전국 지가상승률 꼴찌 전기차 생산거점 조성 활로 모색2년 전, 전라북도 군산에 있던 한국GM 자동차공장이 문을 닫았다. 그로 인해 군산은 많은 것을 잃었다. 전북지역의 수출효자 노릇을 해왔던 군산은 이제 옛말이 됐다. 2012년 35억달러를 달성하며 전북지역 수출의 29.3%를 차지했던 군산의 GM공장 수출액은 2016년 4억달러까지 떨어져 6.4%에 그쳤다. 지역 내 총생산 규모도 2012년 4조8천억원에서 2016년 1조원 규모로 줄어들었고, 공장이 문을 닫은 지금은 이마저도 사라졌다. → 표 참조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건 지역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고용인원이 1만명 넘게 줄면서 1만2천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군산을 떠났다. 2011년만 해도 3천600명 이상이었던 GM공장 고용인원이 2017년 약 2천명으로 줄고, 이듬해엔 공장이 폐쇄되며 대부분 지역을 등졌다. 이 때문에 지역 내 170여개 자동차·부품 협력업체들도 휴폐업을 피하지 못해 100여개로 감소했다. 이에 따른 고용인원도 1만명에서 4분의 1수준까지 감소했다. 지역의 서민경제를 책임지던 수많은 공장 노동자가 떠나자 그 고통은 군산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왔다.지난 달 28일, 군산을 직접 찾았다. 지역경제가 침체된 모습은 도시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자동차 부품 등 GM 협력업체가 입주한 군산2국가산업단지는 문을 닫아 텅 빈 공장과 건물이 즐비했다. 근로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오식도동 식당가에는 점포마다 '임대문의'를 걸어두었고 아예 영업을 그만 둔 곳들도 눈에 띄었다.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A씨는 "점심에도 얼마 안 되지만 저녁은 손님이 거의 없고 회식예약도 지난해부터 전혀 없다"며 "현대 조선소에 이어 GM군산공장까지 문을 닫으면서 지역상권에 타격이 너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다세대주택이 몰려있는 원룸촌도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건물 벽마다 펄럭거리고 있었다. 넓은 면적의 아파트 단지가 많아 GM공장 직원들이 주로 거주했다는 군산 나운동의 아파트 단지들도 공장 폐쇄 이후 빈집이 늘어난 상태다. 나운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산업단지와 인접한 소룡동과 달리 면적이 큰 아파트가 많은 나운동에 GM공장 직원들이 많이 살았다"며 "그런데 공장이 문을 닫고 지역을 떠나면서 부동산에 매물로 나온 집이 많은데 땅값이 뚝 떨어져 잘 나가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군산은 전국에서 지가상승률 꼴찌를 기록했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GM공장이 문을 닫은 지 2년, 일자리를 잃은 도시의 절망이 가득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군산형 일자리'가 계획됐다. 기존 GM공장을 전기차 생산거점으로 새롭게 조성해 일자리를 다시 만들겠다는 것이다. 군산형 일자리는 '광주형 일자리'로 이미 주목받은 정부의 상생형 일자리 정책이다. 군산시와 전라북도가 한국노총·민주노총 등과 함께 협력해 새 일자리를 만들면 정부가 복지·금융 등의 지원을 한다. 이에 따라 현재 중견 자동차기업 (주)명신을 소유한 MS그룹이 GM공장을 매입해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설비를 전기차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MS그룹 외에도 총 5개 자동차·부품업체가 2022년까지 4천122억원을 투자해 전기 승용차·버스·트럭·카트 등 총 17만여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들은 향후 2년간 중국 전기차 바이톤의 위탁생산과 자체생산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로 자생력을 키운 다음, 2023년부터는 자체 전기차 모델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같은 정책을 통해 군산은 당장 내년에 9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된다. 또 2022년까지 최종 1천900명이 채용될 예정이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김금보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2-13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희망의 그늘 쌍용차 그리고 평택·(3·끝)결국 문제는 '일자리']구조조정보다 나은 길… 함께 그릴 '큰 그림'

적자누적 폭스바겐, 노조에 'Auto 5000' 제안별도 생산법인 만들어 실직위기 근로자 채용극한 대립서도 공동의 목표 공유 전략 '성공'장시간 이어진 싸움… 사회 시선까지 '냉랭'2009년보다 '강도 높은 자구책' 필요한 시점모두가 바라는 건 오직 '일자리' 잊지 말아야# Auto 5000독일 폭스바겐의 생산공장 중 하나인 볼프스부르크 공장의 'Auto 5000'은 국내 첫 상생형 일자리로 추진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의 모델이다. Auto 5000은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 일자리를 창출한 상생 모델로 주목받았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위기와 폭스바겐의 경영악화, 구조조정 등 쌍용차가 처한 위기상황과 닮은 점이 적지 않아 참고해 볼 만하다.1993년 독일의 자동차산업 침체로 볼프스부르크 공장은 생산량이 감소했다. 당시 5만4천명의 근로자가 근무 중이었는데 이 중 3만여명이 유휴인력에 달할 정도였다.계속해서 적자가 반복되자 결국 1999년 폭스바겐은 구조조정과 같은 중대한 결단을 해야 했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결정은 파격적이었다. 손쉽게 해고를 통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오히려 노조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공장 내 별도의 자동차 생산법인인 'Auto 5000'을 만들자는 것.기존 폭스바겐 직원 임금의 80%만 받는 대신 임금을 줄인 비용으로 Auto 5000에 5천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 실직 위기의 근로자를 다시 채용하는 방식이다. 물론 주당 노동시간, 임금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기도 했다. 특히 한 지붕 아래 2개의 회사와 각각의 노조가 설립돼 대립도 심했다.하지만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독일 정부와 전문가들은 노사에만 맡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노사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대안까지 제시하며 신뢰를 지켜 나갔다.그 결과 2005년엔 Auto 5000의 신모델 '투우란'이 독일 미니밴 시장의 27%를 점유하는 커다란 성과를 내며 경영도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또 폭스바겐이 Auto 5000의 채용·생산평가 등의 제도를 본사에 이전시키고, Auto 5000 법인까지 흡수 합병했다. 결과적으로 Auto 5000 근로자는 다시 '폭스바겐'에 돌아왔다.광주형 일자리 정책 연구를 맡은 한국노동연구원도 Auto 5000의 성공 요인에 대해 "극한의 대립 속에서도 노사 모두가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의제'라는 목표를 공유하면서 전략적 협상을 해 나갔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 상생의 대안, 가능할까정부의 상생형 일자리 정책이 현재 쌍용차 위기를 해결하는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2009년보다 더 강도 높은 자구책이 필요한 지금, 다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다함께 살아남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이문호 소장은 "'해고는 살인이다'란 말이 우리나라 상황에선 진실에 가깝다"며 "2009년에도 노사가 극단적인 대립상황까지 치달았던 건, 해고가 됐을때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너무 헐겁기 때문이다.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고 재기할 수 있는 여건조차 녹록지 않다는 것이 쌍용차 사태뿐 아니라 다른 노동현장에서 증명되지 않았나. 2009년과 비교해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2천646명이 한순간에 직장을 잃고 도미노처럼 지역 경제가 무너졌던 평택의 지난 10년은 우리 사회 안전망의 부재를 보여주는 증거다. 2011년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가 평택시·평택대학교와 진행한 쌍용자동차 해고자 실태조사 자료는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주장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줬다. 쌍용차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했거나 무급휴직 또는 정리해고된 노동자 547명(전체 조사대상자 1천994명 중 547명 응답)을 대상으로 생활여건·심리상태 등을 조사했는데,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의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52.5%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중 9%는 '매우 자주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을 잃은 뒤 가족관계가 어떻게 변화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5.8%가 '안좋아졌다'거나 '매우 안좋아졌다'고 말했다. 또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복수응답 가능)엔 407명이 '경제적 부분'을 가장 힘든 이유로 꼽았고, '언제 취업될 지 희망이 없어서'가 216명, '가족들 보기가 힘들다'란 답변이 212명으로 뒤를 이었다.해고노동자의 상당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한 것은 해고와 함께 찾아온 경제적 위기, 그로 인해 발생한 가정의 붕괴가 원인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해고 이후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힌 '생계문제'와 관련해서는 실제 생활비 지출 규모보다 수입액이 적은 가정이 많았다. '한 달 간 가족 생활비 지출'을 묻는 질문이 있었는데 '200만~300만원'이라고 한 답변이 36.7%였던 반면 '한 달 간 총수입'은 '200만원이 안 된다'는 답변이 47.9%로 훨씬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렇다 보니 당시의 해고자들은 정부나 지자체에 생계비 지원과 구직과 관련된 도움을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었다.'평택시가 도움을 주기 바라는 부분'에 대해서 응답자의 30.9%가 '생계 지원비'라고 했고, 26.4%는 '직업 알선', 19%는 '자녀학비 지원'을 원한다고 했다. 이 설문조사가 쌍용차 사태를 겪은 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실시한 조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 지역내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됐는지를 알 수 있다.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시민연대는 보고서를 통해 "정리해고와 무급휴직이 조치된 노동자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구체적 대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번 조사를 통해 향후 재발될 수 있는 대량해고로 인한 사회불안을 억제하고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지금도 개선되지 않은 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긴 시간을 이어 온 싸움에 쌍용차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냉랭해졌다는 것이다. 이은우 평택시민재단 이사장은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상하이차나 마힌드라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게 사실이다. 투자와 같은 실질적 행동을 하지 않은 것 아니냐. 외국 투자에 대한 신뢰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덩달아 쌍용차를 바라보는 시선들도 회의적으로 변해가는 게 가장 안타까운 점"이라며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쌍용차 직원과 평택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건 '일자리'다. 모두가 바라는 건 오직 일자리이고 불안도 일자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을 해서 자동차를 만들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아 가족과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것 뿐"이라고 말했다.돌고 돌아 다시 답을 찾아야 할 때다. 시간을 되돌려, 2009년의 쌍용차가 근로자의 절반을 거리로 내모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쌍용차는 어땠을까. 2020년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김금보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쌍용자동차 평택 출고센터. /기획취재팀

2020-02-13 공지영·신지영·김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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