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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그늘 쌍용차 그리고 평택·(2)흔들리는 지역사회]평택에서 쌍용차는 생계다

'해고는 살인이다' vs '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없다' 대립…남은 것은 먹고 사는 일에 직면한 성실한 서민들 상처뿐우리가 그간 쌍용차 사태를 바라본 관점은 매우 일정했다. '해고는 살인이다'와 '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없다'는 이분법. 쌍용차 사태에서 증명했듯 해고는 정말 사회적 살인과 같았다. 쌍용차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30명의 사람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고, 수천명의 사람들이 지난 시간 실직의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없다는 것 역시 대단히 상식적이다. 회사가 망하고 조직이 와해되면 근로자가 설 자리 또한 사라진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두 관점 모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때문에 정해진 틀 안에서만 쌍용차 사태를 쉽게 단정짓고 오해하게 만든 원인이 됐다. 그래서 직접 평택을 찾아 평택의 사람들을 만났다. 쌍용차 직원이거나 직원이었던 사람들, 협력업체, 정치인, 공무원, 지역의 보수 및 진보 시민단체, 일반 시민들을 만나며 쌍용차 사태를 물었다.그렇게 당사자들이 전한 현실을 마주하니, 그간 쌍용차 사태를 '노사갈등'으로만 해석한 것이 편협했음을 깨달았다.또 혹자는 '이제 평택에 삼성 같은 굴지의 대기업이 들어섰는데, 쌍용차 문제가 대수겠냐'는 의견도 던진다. 우리가 들은 답을 전하자면 '속도 모르고 떠드는 이야기'라는 핀잔 뿐이다. 평택에서 쌍용차는 '생계'다. 지난 10년 간 각종 매체를 통해 정치적 구호들이 난무했지만 남는 것은 '먹고사는 일'이었고 성실한 서민들만 상처받았다. 그것이 지난 10년의 '팩트(fact)'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김금보기자편집: 김영준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수 많은 직원들이 오전 조업을 마치고 퇴근하고 있다. /기획취재팀

2020-02-12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희망의 그늘 쌍용차 그리고 평택·(2)흔들리는 지역사회]공사장 내몰린 아빠와 아들… 내 이웃의 삶이 무너졌다

1979년 동아車 칠괴동 터잡은뒤 지역경제 근간 역할2009년 2397명 실직 발생… 동네 상권까지 '치명상'"밥봉사 회장, 동료들 괴로움 보다못해 스스로 퇴사"법정관리 신청했을땐 170개 시민단체 '회생 목소리'시청서 '살리기 운동본부' 궐기대회 2만5천명 집결# 그날이 바꿔놓은 '일상의 풍경'평택 토박이면서 소사벌 상업지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조성훈(44)씨는 '쌍용차 사태'를 묻자 10년 전 어느 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2009년 평택의 한 건설회사에서 일했던 조씨는 일용직 건설근로자를 고용하고 관리하는 일을 담당했다. 그 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인력사무소에서 소개받은 여러 명의 근로자를 만났는데, 그 중 회색점퍼를 입은 한 남자가 유독 눈에 띄었다. 점퍼 앞뒤로 '쌍용차' 로고가 박힌 회색 점퍼는 평택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쌍용차 작업복이었다. 그는 고등학생 즈음 돼 보이는 남자와 함께 왔는데,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부자(父子)가 함께 일하러 현장을 찾아오는 건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라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나요. 특히 같이 온 아들이 고3이라 혹여 다칠까봐 자꾸 신경이 쓰였죠."당시는 쌍용차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하면서 노동조합과 팽팽하게 맞서던 때였다. 그때의 기준으로 그는 '산자'였다. 하지만 살았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회사가 공장가동률을 줄이면서 그는 3일에 1번꼴로 근무했다. 턱없이 줄어든 월급보다 급한 건 고3 아들의 대학등록금이었다. 그래서 일이 없는 날, 작업복을 입고 건설현장에 나왔다. 아들의 손을 잡고."20일 정도 우리 현장에서 일했어요. 아버지가 공장에 나가 건설현장에 오지 못할 때도 아들은 나와서 일을 했어요. 현장에서 꼭 안전화를 신어야 하는데, 그냥 일을 하더라구요. 그게 마음이 아파 내가 아이한테 안전화를 사줬어요. 등록금을 모으려면 다른 현장에 가서도 일할 것 같아 걱정이 됐거든요."안전화를 사주고 조씨는 마음이 복잡했다. "사실 현장에서 회색 점퍼를 봤을 땐 좀 의아했어요. 평택에서 쌍용차 직원은 중산층이거든요. 당시만 해도 평택에 쌍용차 말고는 대기업이 없었으니까. 월급도 우리네보다 훨씬 많이 받고. 예전에 쌍용이 잘 나갈 때는 평택 서민들이 은근히 시기도 많이 했죠. 또 돈 좀 잘 번다고 쌍용 직원들이 식당 같은 데 와서 건방지게 굴기도 해서 안 좋은 인상도 있었고. 그런데 하루아침에 멀쩡하던 직장이 저렇게 흔들리고, 오죽하면 건설현장에 아들을 데리고 나왔을까 싶기도 하고, 그 아버지 심정이 어땠을지…" 2009년 쌍용차 사태 때 평택시가 추정한 실직인원은 약 4천427명이다. 실직자 2천397명이 발생한 쌍용차를 포함해 협력업체까지 모두 합한 수다.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충격이었다. 오직 '쌍용차'외에 먹거리가 없는 소도시에서 대규모 실직은 치명타였다. 실직자가족, 동네 상권까지 고려하면 피해 범위는 상당했다. 1979년 동아자동차가 평택 칠괴동에 터를 잡고 1988년에 쌍용자동차로 이름을 바꾼 후 쌍용차는 평택 경제의 근간이었다. 2009년만 해도 쌍용차 직원 7천400여명 중 4천500여명이, 협력업체 직원 중 5천500여명이 모두 평택시민이었다. 쌍용차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근로자의 70~80%가 평택시민이란 점은 지역경제와도 직결된다.실제로 시가 추산한 이들의 소비액은 엄청났다. 하루 평균 2억3천여만원, 한달 기준 70여억원이었고, 연간으로 치면 1천500억원 가량을 평택지역에서 소비했다. 시민의 입장에선 쌍용차의 위기는 곧 서민경제의 위기였고 직원들의 어려움은 내 이웃의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위기 때마다 도움의 손길 건넨 지역주민들 "에휴, 상하이차 오기 전까지 경기가 아주 좋았지. 특히 우리 같은 장사는 먹고 살만 했어."평택 통복시장 상인회장이자, 30년째 식자재 도매업을 하는 임경섭씨는 쌍용차의 위기를 화두로 꺼내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쌍용차는 상하이차가 인수하면서 위기가 온 것이고 경영을 잘못한 걸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뒤집어쓴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내가 납품하는 곳뿐 아니라 평택시내 음식점, 술집마다 쌍용차 직원들로 꽉꽉 채워졌다고. 근데 상하이차가 인수한 뒤 투자도 안 하고 기술만 빼먹고, 엉망으로 운영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사실 이때부터 이미 힘들어졌어. 쌍용차도, 우리도 같이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인구 40만명 조금 넘는 작은 도시에서 5천~6천명의 쌍용차 직원은 정말 많은 수예요. 가족까지 합하면 진짜 많지."임씨가 이렇게 열변을 토하는 건 단지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서만은 아니다. 그는 쌍용차와 인연이 깊다."2009년 파업하기 1~2년 전에 매주 일요일만 되면 쌍용차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우리 매장에 물건을 사러 오더라고. 한두 번도 아니고 매주 오는 것이 신기해서 물어봤지. '연탄길'이라는 사내 봉사동아리 소속 직원들인데, 주말마다 남부 복지관에 밥봉사를 하러 간대요. 그게 기특해서 나도 같이 봉사를 시작했지요."1년이 넘게 지역봉사를 하며 임씨와 직원들은 정을 쌓았다. 그러던 중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함께 봉사하던 직원들 상당수가 정리해고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때 연탄길 동아리 회장은 진짜 봉사심도 깊고 좋은 사람이었어. 본인은 (구조조정) 명단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동료들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다가 스스로 그만둬버렸지."임씨에게 쌍용차 직원들은 이웃사촌이었다. 직원들이 옥쇄파업을 할 때, 굴뚝 위에 올라갔을 때, 구속됐을 때도 마음이 무척 아팠다고 했다."파업이 한창일 땐 현장에 식자재도 대주고, 나중에 구속됐을 때 면회도 다녀왔어요. 봉사를 같이 한 사람들도 있고, 원래 알고 지낸 동네 선후배들도 있으니까. 같이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또 무급휴직했거나 해고된 직원들이 당장 생계가 막막해 하는 걸 보니 안타까워서 우리 시장 상인들한테 소개해 몇 명은 시장 가게에서 일했지. 나도 2명 정도 채용해 매장에서 같이 일하기도 했고.""그 친구들이 참 방황을 많이 했어. 매달 몇백만원씩 받던 사람들이 시장에서 많이 줘봐야 150만원인데, 적응이 참 쉽지 않았겠지. 우울증 걸리는 것도 많이 봤고. 아는 동생도 하나 죽었어요.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려요."임씨 뿐이 아니었다. 쌍용차가 위기에 놓일 때마다 평택 시민들은 '쌍용차 살리기'에 나섰다. 2006년 상하이차가 인수하기 전, 2009년 쌍용차 사태 전후 등 어려울 때마다 돕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서민경제를 지탱하는 주춧돌이기도 했지만, 함께 사는 이웃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적지 않았다.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때 평택시민연대, 학교, 상인연합회,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등 범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파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때에는 지역 내 170개 시민단체가 동참해 '시민 목소리 릴레이'를 진행하며 노사, 정부, 채권단에 쌍용차 회생을 요구하기도 했다.당시 지역의 원로들과 정치인, 시민단체 등이 모여 구성한 '쌍용차살리기운동본부'에서 기획실장으로 활동했던 이동훈 평택발전협의회 회장은 시청 광장에서 열었던 궐기대회를 이야기했다. "일반적으로 궐기대회를 열어도 몇천명 오면 진짜 많이 오는 수준이었는데, 이때 2만5천여명이 왔어요. 쌍용차는 오랫동안 우리 지역에 뿌리내린 토종기업이고 근로자 상당수가 평택사람이니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다들 한목소리로 '정부가 쌍용차를 살려내라'고 외쳤고, 쌍용차 타기 운동도 벌이고, 호소문도 배포하고…"/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김금보기자편집: 김영준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2-12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희망의 그늘 쌍용차 그리고 평택·(2)흔들리는 지역사회]성실했던 선배도 아는 동생도 '세상을 등졌다'

특공대 진입 전까지 파업 참여한 前직원동료 복직소식 들릴때면 '이번엔 잘 되길'당시 中企 570곳 '1사 1인 퇴직자 채용운동'인근상점들 장사 접고 '소등'으로 힘실어시민들은 모두 "약속한대로 일자리 줘야"# '실낱 같은 빛'은 고문으로쌍용차 공장 인근에서 부인과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서승기(가명)씨는 쌍용차 사태 때 경찰 특공대가 진입하기 직전까지 파업에 참여했다 희망퇴직을 선택한 쌍용차 직원이었다. 지금 운영하는 음식점은 쌍용차를 다니던 시절, 자주 찾던 단골집이다. "군대 제대하고 바로 쌍용차에 입사해서 15년을 다녔어요. 회사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을 만큼 난 자신이 있었어요. 진짜 착실하게 일했거든요. 결근 한번 한적 없이요. 그래서 내가 구조조정 명단에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었어요.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어요. 왜 해고돼야 하는지."그래서 그는 공장 안에 스스로 갇혔다고 했다. 무서웠지만, 성실하게 살아온 청춘에 최소한의 해명이 필요했다. "끝까지 버티고 싶었어요. 근데 아내가 엉엉 울면서 계속 전화했어요. 제발 나오라고. 회사 안 다녀도 되니까 그냥 나오라고. 경찰특공대가 진입하기 직전이어서 그랬나봐요. 사실 저도 많이 지쳐서 희망퇴직 신청하고 나왔어요. 지금도 가만히 있으면 그때 공장에 같이 누워있던 선배가 생각나요. 그 형은 스스로 세상을 떠났어요. 진짜 일만 죽도록 했던 착한 사람이었는데…"그렇게 회사를 나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그는 지인의 소개로 통복시장에서 임씨가 운영하는 식자재 가게에서 일을 했다. 부인은 쉬라고 만류했지만, 가만히 있으면 이상해질 것 같았다. 식자재를 배달하는 일을 1년쯤 하다, 중고로 지입차를 구입해 6년을 운전했다. 지금 그가 운영하는 음식점에도 식자재를 배달했다. 늘 손님으로만 오던 곳이었다. 당시의 사장은 그를 안쓰럽게 여겼다. "동료들이랑도 많이 왔지만, 가족들과도 자주 오던 식당이었죠. 어느 날 사장님이 그러대요. 가게 인수하라고. 그럭저럭 장사는 된다고. 고민하다 아내랑 같이 시작하게 됐죠. 처음엔 동료들 마주칠까봐 자꾸 피했는데, 지금은 다 내려놨습니다." 그럼에도 서씨는 동료들의 복직소식이 들릴 때마다 '이번엔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지난 10년 복직이 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 그는 그것을 '고문'이라고 말했다.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삶이 무너지는 일이다. 쌍용차 사태로 삶이 무너졌다. 그 삶들이 지탱하던 도시도 크게 휘청였다. 2009년 1~4월 평택시 긴급생계지원 대상이 250명인데, 전년동기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 시는 "대량 실직자, 빈곤가구가 늘어 지역공동체 해체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그러나 무너진 삶과 휘청이는 도시를 붙잡은 건 사람들이다. 2009년 평택의 중소업체 570개사는 시가 추진한 '1사 1인 쌍용차 퇴직자 채용운동'에 참여해 일자리를 잃은 이웃을 채용하는 데 나섰다. 당시 등록공장이 총 1천576개였는데, 36%의 기업이 참여했다. 쌍용차 인근 상점들은 파업기간 동안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장사를 포기하고 가게의 불을 끄는 '소등운동'을 벌였다. 평택시 소상공인 상인연합회 회장인 임용필씨는 "어릴 때부터 알고지낸 동네 선후배, 친구들"이라며 당시에 파업 중인 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불을 껐다고 말했다.우리가 만난 평택시민들은 출근 투쟁 중인 46명 복직자에 대해서 한목소리를 냈다. 지역에서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이동훈 회장은 "복직시켜준다고 노사정이 손잡고 약속하지 않았나. 생활의 어려움이 클텐데, 고통을 분담해야한다"고 말했다. 통복시장 상인회장 임경섭씨도 "46명은 유급이 문제가 아니라 일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뜻이 있고 생각있는 평택시민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사벌에서 갈빗집을 운영하는 신희철씨는 "아무리 사정이 안좋다고 해도 46명 들어갈 자리가 없겠나. 46명이든, 100명이든 약속대로 일자리를 줘야 한다. 10년간 다같이 고생하지 않았나"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김금보기자편집: 김영준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2-12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희망의 그늘 쌍용차 그리고 평택·(2)흔들리는 지역사회]밖에선 호재 가득하다는 평택… 주민들 생각은

자영업자들 체감 경기, 2009년 상황 비슷산단인부들 외부 출퇴근… 쓰는 돈 없어"쌍용차 존재해야 서민들 생존권 보장돼"평택이 아닌, 외부에서 볼 때 2020년의 평택은 호재가 가득하다. 이미 조성이 완료된 진위LG전자산업단지에, 삼성전자가 단군 이래 최대 투자를 한다는 고덕삼성전자산업단지(산단)가 조성 중에 있고, 평택항은 연일 자동차 수출량 최대치를 갱신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연일 부수고 새로 짓는 개발이 도시 안에서 심심찮게 일어나는데, 도시 안 시민들은 입을 모아 "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한숨만 쉰다.꽃집을 운영하는 김복순씨는 평택 AK플라자에서 일할 때 이야기를 들려줬다. 평택 AK플라자는 2009년 4월에 개점했는데, 그 시기가 묘하게 쌍용차 사태와 맞물렸다. "AK 평택점은 사실 쌍용차를 보고 들어온 거였어요. 입점 매장을 모집할 때도 '쌍용차 직원들 대부분이 평택에 거주한다'는 걸 내세워 홍보했으니까요. 그래서 괜찮을 줄 알았죠. 저는 AK에서 꽃집을 했는데, 문 열고 한 5년은 계속 힘들었어요. 그러다 2015년 후반부터 매출이 조금씩 상승했고 2017년 초반까지 괜찮았는데, 다시 안 좋아졌어요." 김씨의 이야기는 2009년 이후 쌍용차의 상황과 절묘하게 일치한다. 쌍용차 사태가 끝나고 법정관리, 매각, 판매부진 등 여러 차례 고비를 맞았고, 2015년 소형 SUV 티볼리를 출시하며 활로를 찾았다. 하지만 2017년부터 다시 적자가 누적되며 현재 2009년 이후 최대의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다.평택 자영업자들은 지금 체감하는 경제위기가 2009년을 전후로 겪었던 그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소사벌 상업지구는 가장 최근에 완성된 평택 최대 상업지구 중 하나다. 조성된 지는 2년여가 다 돼가는데, 아직 비어있는 가게들이 눈에 많이 띈다. 평균 20~30% 가량 점포가 비어 있다고 했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윤용덕씨는 "쌍용이 존재해야 서민들의 생존권도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여기는 600여개 점포가 있는 큰 상업지구인데, 약 95%가 적자를 보고 있어요. 쌍용차 적자가 계속되고 주 52시간까지 적용되니까 회식도 거의 없고, 일부 조립라인은 가동도 중단된 상황이니… 월급이 줄어드니까 오히려 쌍용차 직원들이 저녁에 대리운전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걸 종종 봤어요."쌍용차를 대신해 삼성· LG 같은 대기업이 평택에 들어서 지역경제가 호황을 맞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실소를 터트렸다. 맥주집을 운영하는 심성보씨는 "지금 삼성산단에 가 보았나. 아침 저녁으로 대형 출퇴근버스가 몇십대씩 드나든다. 심지어 산단을 짓는 인부들도 외부에서 채용하니까 출퇴근버스로 태우고 다녀 여기서 쓰는 돈이 없다. 하물며 정식 직원들이 여기서 살 것 같냐. 출퇴근버스 타고 왔다갔다 할 것이 뻔하다. 쌍용차가 아직 평택 서민경제의 80~90%를 차지한다고 말하는 건 그 직원들이 평택사람이기 때문이다. 평택에서 살기 때문에 지역경제가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자동차 산업은 '일자리 창출'에 있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2018년 경기연구원이 연구한 '경기도 산업구조변화와 입지정책방향'을 살펴보면 반도체·의약·정밀기기 등 고위기술산업이 1인당 생산액과 부가가치 창출은 높지만 고용창출이 낮은 대신, 자동차·전기·기계·부품소재 등 중위기술산업은 고위산업보다 경기도 평균 2배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보였다. 그래서 고용을 늘리려면 자동차 등 중위기술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평택의 경우 자동차와 관련한 완성업체 및 연구소, 중견기업 등이 집적돼 있어 고용창출에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쉽게 말해 평택시민이 평택에 속한 대기업 직원이 되고 평택에서 소비를 해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셈이다. 실제로 평택시 세입 중 쌍용차 종업원이 차지하는 주민세 추이를 살펴보면 2008년 14억3천200만원이었다가 구조조정과 파업이 일어난 2009년 7억5천800만원으로 절반가량 뚝 떨어졌다. 그러다 2014년에는 14억7천만원으로 다시 예전 수준으로 올라오더니, 2015년부터 지금까지는 꾸준히 상승세다. 주민세는 평택시민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쌍용차와 그 직원들의 향방에 시민들의 신경이 곤두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김금보기자편집: 김영준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지난 6일 쌍용자동차 하청업체가 몰려 있는 송탄산업단지에서만 23년째 음식점을 운영해온 서기월(75)씨가 텅 빈 가게에 앉아 TV를 보고 있다. 서씨는 이날 점심시간에 고작 11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획취재팀

2020-02-12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희망의 그늘 쌍용차 그리고 평택·(1)반복되는 위기]쌍용차의 짧았던 아침… 다시, 밤이 깊다

티볼리 흥행에 반짝 회생 기대판매부진 탓 유동성 위기 수렁10여년 만에 공장 돌아온 46명기쁨도 잠시… '유급휴직' 비수10년의 진통 끝에 마지막 해고자 46명이 쌍용자동차 공장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제는 '끝이 났다'며 기뻐했는데, 유급휴직이라는 비수가 날아왔다. 잃어버린 일자리를 온전하게 되찾고자 출근 강행투쟁을 벌이는 그들의 마지막 싸움을 기록하기 위해 우리는 20일간 함께 새벽이슬을 맞았다. 하지만 목도한 것은 '희망의 그늘'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일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그 아래, 유동성 위기의 어둠이 짙게 깔렸다. 쌍용차 그리고 평택에 다시 그림자가 드리웠다. 2009년 '쌍용차 사태'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복직한 2020년, 지나온 10년보다 더 풀기 어려운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쌍용차 사태를 촉발한 2009년의 위기가 세계적 금융위기, 상하이자동차(SAIC)의 '먹튀' 등이 원인이었다면 이번 위기는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쫓지 못한 어리석음과 미미한 투자, 영업 부진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쌍용차는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티볼리'의 흥행에 힘입어 회생하는가 싶더니 2017년부터 다시 영업 부진에 빠졌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부진 속에 신차 개발이 지연됐고, 거기에 전기차와 수소차로 대변되는 차세대 자동차 개발까지 지지부진하자 지난해 서서히 유동성 위기가 표면화됐다.지난 2017년 6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쌍용자동차는 이듬해에도 643억원의 적자를 봤다. 지난해(2019년) 적자는 2천819억원으로, 2009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전년 대비 적자 폭도 3배가 넘는다. 그렇게 지난 3년간 누적된 적자만 모두 4천114억원이다.통상적으로 신차 개발에 3천억원 이상이 투입되는데 신차 개발을 해도 모자랄 시기에 개발 비용만큼의 적자가 발생한 셈이다.쌍용차의 위기는 평택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급감하며 서민경제가 악화됐고, 무엇보다 10년 전의 갈등이 재현될까 두려워한다. 2009년 쌍용차 사태에서 정부와 회사가 감행한 해결법은 '구조조정'이었는데, 데칼코마니처럼 지금의 위기에도 '구조조정'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동이 트는가 싶더니 깊은 어둠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그 어둠 속으로 마지막 복직자 46명이 출근길에 나섰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김금보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지난 2009년 쌍용차 사태를 겪은 마지막 해고 노동자 46명이 무기한 유급휴직이라는, 반쪽짜리 복직통보를 받은 가운데 온전한 복직을 바라며 출근 강행투쟁을 벌이는 그들에게 경영난과 구조조정이라는 그림자가 또다시 엄습하고 있다. 11일 먼동이 틀 무렵 평택 쌍용자동차 본사 공장이 어슴푸레 보이고 있다. /기획취재팀

2020-02-11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희망의 그늘 쌍용차 그리고 평택·(1)반복되는 위기]유급휴직자 출근 투쟁기

생계 꾸리던 기존 직장까지 그만두고 귀환통행증 겸한 사증 못 받아 정문부터 '난관'희망고문에 극단적 선택 않을까 동료 걱정마힌드라 경영자 방문에도 "큰 소득 없어"투쟁 길어져도 '우리 차 좋다' 자부심 여전# '10년7개월 만에 밟는 공장 정문'"일찍 자야 하는데 적응이 안 돼서 잠이 안 오네." "나도 잠이 안 와서 술 한잔 하고 겨우 잤어." 지난달 9일, '출근 강행 투쟁' 3일째. 10년7개월 만에 이른 새벽 출근길에 나선 복직자들의 대화 속엔 설렘이 묻어났다. 그러나 46명은 아직 해야 할 일을 부여받지 못했다. 회사는 2018년 노노사정(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기업노조·쌍용자동차·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마지막 남은 해고자 46명의 복직에 대한 약속을 이행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쌍용차는 노조와 협의를 거쳐 이들 46명의 복직을 '유급휴직'으로 전환했다.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46명은 올해 조업 시작일인 지난달 7일부터 출근을 강행했다. 새벽 동이 트는 즈음부터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실 겸 모임 장소로 활용하는 공장 앞 카페 차차에 모여 함께 출근한다. 이 곳엔 2009년 쌍용차지부장이자,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잘 알려진 한상균씨도 있었다.잠시 커피를 마시고 환담을 나누던 이들은 오전 6시 45분, 공장 정문 앞 경비실에 섰다. 새로운 사번은 받았지만, 출입증을 겸한 사증은 받지 못했다. 사증을 찍어야 열리는 정문 게이트로 들어가지 못하고, 정문 경비실 출입대장에 이름과 사번을 적고서야 공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같은 시간, 정문게이트에는 수천 명 출근자가 우르르 몰려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지나가는 길에 한 복직자가 '사회적 합의 이행하라'는 팻말을 들고 섰다.# 현대·기아차보다 '우리 차'가 좋다투쟁 7일째인 13일. 카페 차차 테이블 위에는 쌍용자동차 사내 구입 프로모션 브로슈어가 널려 있었다. 쌍용차 직원이 쌍용차를 구매하면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출근길 대화의 주제는 '쌍용차'였다.한 복직자는 "20년째 같은 차를 탔어. 2009년에 차를 바꾸려고 했는데, 사태가 터져서 차를 못 바꿨지. 매연을 내뿜는다고 이제 서울에선 운전도 못해. 매연저감장치를 달면 되는데 쌍용차용은 안 나와서 큰일이야"라고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자랑도 섞었다. "그런데 20년이 됐는데도 하체가 하나도 부식되지 않았잖아. '우리 차'는 프레임을 통짜로 써서 엄청 튼튼해."이날은 복직자 5명이 공장 정문 앞에서 완전 복직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펼쳤다. 복직자 김득중씨는 "46명 중 31~33명이 매일 출근한다"면서 "나머지 동지들이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복직이 연기된 충격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2018년까지도 (쌍용자동차 해고자 중)자살자가 나왔다. 출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화해서 안부를 묻는다. 모임이라도 나오라고 하지만 부서 배치받기 전까지는 안 오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SNS 단체 채팅에서 '안 읽음' 표시가 '0'인걸 보고, 그래도 메시지는 읽는구나 싶어 안심한다. 지나온 10년 투쟁도 힘들었지만, 희망고문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복직자 46명은 복직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36명이 설문에 응했는데 이들 중 24명은 복직을 하기 위해 그동안 생계를 꾸리던 기존 직장을 그만뒀다고 답했다.응답자 중 11명은 "회사가 복직을 미룬 이유가 무엇인가"란 질문에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더 받아내려고"라고 생각했다.# 복직과 정부지원의 상관관계14일, 출근강행투쟁 8일째. 쌍용차 기업노조 집행부는 정문 앞에서 유인물을 뿌렸다. '노동조합은 대주주의 2천300억원 직접 투자를 비롯해 정부와 금융권의 기술지원 및 자금지원, 전략적 제휴로 미래 비전을 반드시 현실화시킬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기업노조는 "무급휴직에서 유급휴직 전환으로 인한 46명 동지들의 아픔과 허탈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노동조합은 해고복직자 동지들과의 소통을 통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카페 차차에 모인 복직자들은 기업노조 유인물을 물끄러미 바라봤다.투쟁 9일째인 15일 새벽은 영하 5도로, 기온이 어제보다 더 떨어졌다. 사내 40여개 소모임 중 하나인 '현장실천 동행'은 이날 정문 앞에서 유인물을 배포했다. 이들은 "46명 휴직연장은 쌍용차 정상화의 자충수"라면서 "46명만 휴직을 해야 할 근거와 명분이 없다. 또 다른 논란과 갈등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미 재현됐다"고 주장했다.정문 앞에서 만난 조립 3팀의 진성만씨에게 공장 분위기를 묻자 "다수의 동료들이 46명 복직자를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니 빨리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했다. # 대주주의 방문, 고통이 끝날까 투쟁 10일째인 16일에는 인도 마힌드라의 경영자인 고엔카 의장의 방한 소식이 전해졌다. 고엔카 의장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이어 산업은행까지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오전 평택공장에서 진행된 노사 간담회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오갔다."46명 복직이 무산되며 신뢰를 쌓아야 할 시기에 회사 이미지가 좋지 않을까 걱정된다."(노조)"회사를 인수한 뒤 많은 해고자와 무급 휴직자가 돌아왔다. 이제 46명이 남았는데 그분들은 임금 70%를 받으면서 (업무)배치를 못하고 있다. 회사 여건이 갖춰질 때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고엔카 의장)"마힌드라 투자 외에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만약 정부 지원이 불가능할 경우 대책은 무엇인가."(노조)"정부 지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흑자전환에 필요한 자금이 5천억원인데 마힌드라 단독지원은 무리가 있다. 부족한 부분은 정부와 산업은행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엔카 의장)"인수할 때 쌍용자동차와 마힌드라는 한 번의 만남이 아닌 영원한 결혼식이라고 했는데 변함없는가."(노조)"이혼할 생각 없다."(고엔카 의장)간담회가 끝난 후 복직자 김득중씨는 "별다른 소득은 없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21일 오후 7시, 46명은 부서배치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은 복직자 김상민씨는 공장 정문을 향해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2001년에 입사했다. 평범하게 가정을 이뤄 사는 게 꿈이었다. 2009년 결혼했고 그 해 첫 딸이 아내의 뱃속에 있었다. 왜 해고자가 돼야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심정이 2009년 심정이다. 아니, 사실 조금 더 심하다. 이제 기다릴 수 없다. 쌍용자동차! 더 미루면 가만두지 않겠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김금보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쌍용자동차 해고 복직자 퇴근길 선전전.쌍용자동차 해고 복직자 촛불문화제.쌍용자동차 해고 복직자 촛불문화제.쌍용자동차 해고 복직자 촛불문화제.쌍용자동차 해고 복직자 촛불문화제.

2020-02-11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희망의 그늘 쌍용차 그리고 평택·(1)반복되는 위기]구조조정의 그림자

17만대 팔아야 흑자로… 10년간 달성 못해러시아·우크라이나 무역분쟁 탓 수출 급감전기차 출시 지연으로 400억 영업손실 전망노사 위기 극복 노력… 복지비 500억 절감산업은행에 대출 만기연장·추가자금 요청선 그었지만… 2009년 구조조정 악몽 아른# 쌍용차, 위기의 실체마힌드라 고엔카 의장의 지원 요청에 산업은행은 "마힌드라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의지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고엔카 의장이 산업은행을 찾은 직후, 산업은행장과 만난 자유한국당 원유철(평택시갑) 의원은 "마힌드라가 투자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확인했다"고 면담 내용을 전했다.국내 자동차산업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결국 산업은행이 지원은 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쌍용자동차 정상화는 지원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1987년부터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에서 연구 활동을 펼쳐왔고 지난 1999년, 2009년, 2018년 쌍용차 관련 정부 TF에 모두 참여한 인물이다.2013년 산업연구원이 2곳의 회계법인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쌍용차는 매년 17만대를 팔아야 흑자로 전환(BEP)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차 사태 이후 10년 간 한 번도 달성한 적이 없는 수치다. 쌍용자동차는 2018년 14만3천309대, 지난해 13만5천235대를 판매했다. 특히 쌍용차의 위기는 수출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에도 내수가 10만7천789대, 수출이 2만7천446대였다. 한때 쌍용차도 수출이 호조일 때, 연간 8만대 가량을 해외에서 판매했다. 그 중 3만 대를 러시아·우크라이나에 팔았다. 이 두 국가는 쌍용차의 주요 수출국이었는데, 지난 2013년부터 무역분쟁을 겪으며 수출이 급감했다. 연간 약 8천대를 팔았던 이란은 핵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겪으면서 수출길이 막혔고, 연간 1만5천대를 수출했던 페루·칠레·베네수엘라 등 남미 국가는 멕시코 장벽 건설 이후 경기 부진과 내부 분쟁으로 수출 악재를 겪었다. 결국 5만대 정도의 수출물량이 순감했고, 유럽과 뉴질랜드·호주 등 아태 지역에만 연 3만대 가량을 수출하고 있다. 수출 물량의 급감보다 더 큰 문제는 유럽 시장이다. 오는 2021년부터 유럽은 내연기관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당 130g에서 95g으로 강화한다. 배출 규제를 넘기면 g당 95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 연구위원은 "쉽게 얘기해 100원을 벌더라도 130원을 벌금으로 내야 하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쌍용차는 중형차에 해당하는 C세그먼트 전기차를 내년에 출시한다. 일각에선 올해 전기차를 생산해야 했지만, 만들지 못했다. 그로 인한 영업손실은 약 4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미래 자동차 시장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방증인데, 국내 자동차 산업의 틀에서 보면 더욱 절망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더 심각한 건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중 미래차를 준비하는 업체가 4%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품 업체가 뒷받침이 돼야 완성차 업체도 미래차를 생산할 수 있는데 당장은 그럴 수 있는 부품업체가 거의 없다. 해외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데, 전혀 따라가질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2009년보다 해법이 더 복잡해졌다"면서 "쌍용차 문제는 자동차 산업 전체의 문제와 이를 대비하지 못한 부품 산업의 문제가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게다가 국내시장도 문제다. 쌍용차의 최대 강점인 'SUV'가 시장의 포화를 겪고 있는 것. 쌍용차는 준중형에 해당하는 B세그먼트에 티볼리, 중형차인 C세그먼트에 코란도, D세그먼트에 G4 렉스턴을 주력 차종으로 생산한다. 2015년 출시 이후 티볼리가 연간 10만대 규모인 B세그먼트 SUV 시장을 휩쓸었지만, 현대자동차의 베뉴·코나와 기아자동차의 니로·스토닉·셀토스, 한국GM의 트랙스·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의 QM3 등 다양한 차들이 진입하며 예전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쌍용차와 한국GM, 르노삼성 등 이른바 자동차 '3사'의 역학관계도 난제다. 한국GM은 산업은행이 2대 주주였기 때문에 비교적 지원의 명분이 있었지만, 쌍용차에게 산업은행은 단순 채권자에 불과하다. 여기에 서서히 위기가 표면화되고 있는 르노삼성도 문제다. 만약 산업은행이 쌍용차를 지원할 경우, 르노삼성도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2022년이면 한국GM의 지원 5개년 계획이 끝나는데,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3사가 모두 정부 지원을 바라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많다.이 연구위원은 "쌍용차에 포드 간판을 붙여 팔겠다는 계획도 있는데, 지난해 포드 영업이익이 5%에 불과했다. 평균 영업이익이 7~8%였는데 이를 밑돌았다는 건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1% 정도만 해도 천문학적인 액수라 (포드 매출) 타격은 클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마힌드라가 5천억원에 쌍용차를 인수해 1천300억원만 투자했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다. 그런 면에선 2009년과 지금 유동성 위기를 겪는 형태는 너무나 비슷하다"고 덧붙였다.결국 현재 쌍용차가 겪는 위기는 상하이차 인수 이후 맞았던 2009년과 닮아 있으면서도 해법을 찾는 과정은 더 복잡하고 어렵다.# '데칼코마니', 겨울이 다가온다다시 찾아온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자 쌍용차 노사는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노사가 위기 진화에 나선 건 지난해 9월부터다. 직원 복지 축소와 비업무용 토지·설비 매각에 나섰다. 토지와 설비 매각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고, 복지 축소를 통해서만 500억원 가량의 지출을 줄였다.지난해 12월에는 임금을 삭감하고 상여금을 반납해 500억 원 이상을 줄였다. 이 과정에서 마힌드라는 500억원을 유상증자했고 산업은행은 평택공장을 담보로 1천억원을 대출했다. 노사는 마힌드라가 약속한 직접 투자액 '2천300억원'에 산업은행의 지원을 합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쌍용차 관계자는 "신차 개발이 36개월에서 길게는 48개월까지 걸리고 3천500억 원에서 4천억 원이 투입된다. 이 비용이 한 번에 투입되는 건 아니고 금형을 만드는 작업부터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단계마다 마힌드라 투자액에 매칭으로 산업은행이 자금을 투입한다면 단번에 큰 비용을 들이는 부담 없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차세대자동차 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현대차와 쌍용차 두 곳만이 2.5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가지고 있다. 내년엔 전기차 SUV도 출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2단계는 방향과 가속·감속을 차량이 스스로 제어하는 기술을 뜻하고 3단계는 고속도로 등 특정한 조건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을 말한다.이를 근거로 쌍용차는 산업은행에 당장 상반기에 도래하는 만기 대출금 1천억원의 상환을 연장하고,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보면, 불행했던 과거의 장면들이 반복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2009년 쌍용차 사태가 터지기 전, 정부와 산업은행은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위해선 '선(先) 구조조정 후 가능'"이란 입장을 내세웠다.당시 금속노조가 정부 측에 제공한 '위기극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노조의 제안' 문서에 따르면 노조는 "정부나 산업은행이 자금지원은 하지 않고 인력감축을 강요했다. 실제로는 노조에 대한 공격의 무기로 공적자금투입을 활용하는 형국"이라면서 "공적자금 지원과 구조조정 문제를 연계시키는 것은 '병은 발에 생겼는데 머리를 수술하는 행위'와 다름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쌍용차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 시 GM대우차도 지원해야 하는 형평성 문제 때문에 어렵다고 한다"는 당시 상황도 적혀있다. 지금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이후의 상황은 모두가 아는 바다. 회사는 구조조정을 강행했고, 2천여명의 직원들이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 과정에서 10년 간 3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외부로 나간 해고자들과 회사는 끊임없이 갈등을 반복했다.이번 위기에도 '구조조정'의 그림자는 어른거린다. 평택시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원의 선제조건으로 '최대주주 마힌드라의 증자'와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가 직접 산업은행과 접촉한 건 아니다. 쌍용차의 말과 산업은행과 만난 정치권의 말을 종합하면, 이 2가지가 은행 측의 요구"라고 전했다.다만, 산업은행 측은 "지난해 연말, 만기가 도래한 300억원의 대출을 연장했고, 공장 담보로 추가 1천억원을 대출했다. 그 건 외에 오고 간 대화는 없다. 쌍용차가 2천700억원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는데 공식적으로 요청이 온 적도 없다. '강력한 구조조정'은 완전히 루머"라고 선을 그었다.아직까지 '구조조정'은 지금의 쌍용차 위기에 공식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단어다. 그럼에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선택했던 10년 전 쌍용차 사태를 노동자들은 물론, 모든 이가 기억하고 있다. 근거 있는 불안이 희망을 잠식하고 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김금보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02-11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판교 리얼리티-성공, 그 이후]게임콘텐츠특구·AI클러스터… '지속성장 밑그림' 쏟아진다

성남시, 규제완화로 문화축제 활성道,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화등 전략경기남부권TV 동반발전안은 '미흡'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끄는 중심지로 거듭난 판교테크노밸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청사진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다만 판교의 지속 성장이 경기남부 테크노밸리 전반의 동반 성장을 촉진한다기 보다는 '판교의 더 큰 성공'으로만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판교를 품고 있는 성남시는 지난 6일 이곳을 '게임·콘텐츠 문화특구'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구가 되면 게임업체들에 적용되는 규제가 완화되는 한편 이곳에서 게임 축제·문화 행사 등을 진행할 때 도로 점용도 가능해진다. 옥외광고물에 대한 제약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판교테크노밸리에 다수 입주한 게임업체들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곳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야간·주말 상권 공동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다. 3월부터 기본계획을 마련, 6월에 중소벤처기업부에 특구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경기도에서 판교테크노밸리를 총괄하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선 이곳을 AI클러스터로 거듭나게 한다는 방침이다. AI 관련 산업체·연구기관 등을 집약한 공간으로 조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중심지로서의 정체성을 굳건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김기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판교테크노밸리를 대한민국 최고의 혁신 중심지로, 글로벌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AI 클러스터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그에 앞서 경기도는 올해 미국 테크스타스 등 세계적인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 기관·기업)가 판교에 입주하는 것을 계기로 이곳을 국내 스타트업의 세계 시장 진출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총선과 맞물려 판교의 지속 성장을 위한 안이 꾸준히 제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판교의 성공이 다른 지역 테크노밸리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지게끔 하는 방안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모두 판교·광교·안산 등으로 이어지는 첨단연구개발벨트를 조성, 시너지 효과를 창출케 해 경기남부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각 밸리간 연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진 않고 있다는 얘기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2020-01-16 강기정

[판교 리얼리티·(4·끝)유산]첨단산단 그후… '3기 신도시' 성공의 가늠자

접근성·목적의식·집적효과·재투자 '성공공식''3기' 자족시설용지 판교 8배… 공급과잉 우려"서울 마곡·성남 판교이외 성공사례 거의 없어"올해부터 입주기업 '전매제한' 본격적 해제시세 크게 뛰어 '테크노밸리 생태계' 변수로10년뒤 업종제한도 풀려… '자생' 모색할때# 포스트 판교는 실현될 수 있을까판교의 성공은 신도시의 희망이 됐다. 판교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이후 등장한 신도시들은 하나같이 '자급자족'을 목표로 첨단산업단지를 유치하고자 했고 그 노력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들의 기대만큼 판교 이후 신도시는 '포스트 판교'가 될 수 있을까.제3기 신도시는 남양주, 하남, 인천, 고양, 부천, 과천이다. 판교가 힘겹게 정부와 싸워 '벤처산단용지'를 얻어냈던 과거와 달리, 이제 3기 신도시는 '자족시설용지(벤처기업 집적시설·소프트웨어 연구소·일반업무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업무지역)'가 처음부터 계획됐다. 용지 규모만 보더라도 그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쉽게 알 수 있다.남양주 왕숙(140만㎡)·하남 교산(92만㎡)·인천 계양(90만㎡)·고양 창릉(135만㎡)·부천 대장(68만㎡) 모두 판교 테크노밸리(66만㎡)보다 넓은 면적의 자족시설용지를 가지고 있다. 과천은 신도시 대상 부지에 자족시설용지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과천 지식정보타운(22만㎡)과 가깝다. 3기 신도시의 자족시설용지를 모두 합한 면적은 525만㎡인데 판교의 8배 가량이다. → 그래프 참조여기에 기존의 광명·시흥테크노밸리(202만㎡), 일산테크노밸리(85만㎡), 구리·남양주테크노밸리(22만㎡), 양주테크노밸리(30만㎡)가 조성 중이고 판교에는 제2테크노밸리(43만㎡)와 제3테크노밸리(58만㎡)가 후속으로 조성 중이다. 이들 테크노밸리를 모두 합하면 여의도 3개를 합친 면적에 달한다. 과연 이들 신도시의 계획대로 자족시설용지 모두에 판교처럼 빽빽하게 규모 있는 기업을 유치할 수 있을까. 3기 신도시의 계획이 확정되기 전부터 의문부호가 제기되는 건 이른바 공급과잉이 우려되기 때문이다.이상후 전 LH부사장은 "첨단산업단지라는 이름으로 수도권에 우후죽순 업무지구가 들어서고 있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LG그룹이 이전한 서울 마곡지구와 성남 판교외엔 (첨단산업단지) 성공사례가 없다. 앞으로도 서울과 인접한 과천지식정보타운 정도만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신도시가 성공하려면지금의 판교는 공식이 존재한다. 첫째, '뛰어난 서울 접근성'이라는 장점이 특출났다. 우리가 만난 판교 기업인과 직장인 대다수가 서울 강남과 가깝다는 것을 최고의 성공비결로 꼽았다. 둘째, 판교는 이 장점을 무기로 '자급자족' 도시 건설의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다. 특히 경기도와 성남시가 판교 개발의 주체가 됐고, '서울 위성도시'로 밀어붙이는 정부의 도시개발을 막아냈다. 이는 지자체가 당시 산업 수요를 정확히 분석하고 예측했고, 정부에 주도권을 뺏긴 채 진행된 1기 신도시 정책에 대한 뼈 아픈 반성에서 비롯된 결과다.셋째, 산업단지를 분양할 때 다양한 정책을 구사해 '초기 집적효과'를 탄탄하게 다졌다. '업종제한'과 '전매제한'을 통해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투기세력을 강하게 견제했다. 또 대기업에는 적절한 임대정책을, 중소기업에는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입주가 가능하도록 문호를 열어주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우러진 초기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특히 도시개발의 주체가 돼야 할 지자체가 개발정책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 자칫 '투기'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판교와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인천 테크노파크 1차 산업기술단지의 사례를 보면 반면교사 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분양한 인천테크노파크는 15만5천㎡ 부지에 30여개 기업이 입주했다. 대부분이 인근 남동산업단지 소재 기업이 연구소 목적으로 설립한 것이다.조성원가 70% 수준으로 기업에 땅을 공급하며 입주했지만, 클러스터의 핵심인 집적효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는 분양 당시보다 지가가 20배가량 올라 입주기업들이 '재테크'만 성공했다.허동훈 인천연구원 부원장은 "중소기업이 R&D를 위해 찾는 첨단산업단지의 분양면적은 평균 100㎡ 이하인데 이보다 넓은 땅을 싼 가격에 파니까 지가 상승을 기대한 기업들이 들어왔다"고 분석했다. 저렴한 분양가는 서울 소재 기업을 이전시킬 수 있는 미끼인 동시에 첨단산업단지의 정상적인 성장을 막는 '양날의 검'이었던 셈이다. 판교와 함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서울 마곡지구 역시 저렴한 분양가가 성공의 핵심 요인이지만, 적절한 '당근'정책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우러진 산업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허 부원장은 "판교테크노밸리는 대기업이 단독 건물을 지어 입주하고 여유 공간은 임대했다. 큰 부지를 살 수 없는 작은 규모 기업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부지를 분양받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중소기업이 어우러진 생태계를 갖추게 됐다. 마곡지구도 입주 후 5년 뒤 임대가 허용된다. 여유 공간을 분양하거나 임대할 수 있으니 (기업으로선) 마곡지구에 올 이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곡지구 주변 지역은 면적당 약 1천900만원이었지만 마곡지구는 면적당 1천50만원에 공급해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이 많았다. 기업이 모이니 지가가 뛰어 지금은 면적당 3천만원 정도 한다.결국 적절한 정책을 통해 지가상승이 예상되는 신도시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해야 초기에 많은 기업을 불러모을 수 있고 '집적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허 부원장은 기업이 투자를 펼칠 수 있게 유인책을 펴되 '최종 입주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부원장은 "판교나 마곡처럼 여유공간을 분양하거나 임대할 수 있도록 해주되, 최초에 부지를 분양받은 기업이나 기관이 개발이익을 독식하지 않고 최종적으로 지역에 입주하는 업체에게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 개발초기에 최종 입주자(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면 집적이 집적을 불러 클러스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마지막 공식은 개발로 얻은 수익을 다시 판교에 재투자한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사업 공기업 특별회계'를 제정해 판교를 조성하며 분양으로 거둔 수익을 특별회계로 묶고, 특별회계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판교에 재투자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도시 발전의 지속성을 스스로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세출·세입에 따라 판교 특별회계의 자산총계는 유동적이지만 현재 5천억원 내외의 자산이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판교는 특별회계를 통한 재투자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경기도는 민간기업이 주를 이룬 판교에 특별회계 재원 1천6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R&D센터·공공지원센터(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산학연 R&D센터(스타트업캠퍼스)를 세웠다. 이 건물을 세워 입주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저렴한 임대료의 업무공간을 마련해 스타트업에 제공했다. 이는 한 발 앞서 스타트업 시장을 선점한 셈인데, 그 덕에 판교는 현재 'IT 창업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판교의 것은 판교에게 돌려준다'는 특별회계의 취지는 향후 개발될 신도시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원칙 중 하나다.# 판교는 오늘도 진화한다10년 전매제한이 본격적으로 해제되기 시작하는 2020년은 판교의 현재가 미래에도 지속 발전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해다.과학기술용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마이다스아이티'(MIDAS Information Technology Co., Ltd)는 지난 2010년 4월 3일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SKn 테크노파크에서 판교의 세븐벤처밸리로 사옥을 이전했다. 올해 4월이면 이전 10년을 맞는 마이다스아이티는 성남시 정자동 163으로 둥지를 옮길 예정이다. 정자동 163은 인근에 네이버 사옥이 있고, 길 건너에 두산사옥이 신축 중인 '알짜배기' 땅이다. 2천832㎡ 규모의 이 부지는 시유지였으나 지난 2017년 첨단산업 부지로 마이다스아이티에 매각이 결정됐다.업계는 마이다스아이티의 이전을 판교 테크노밸리 '10년 전매제한' 해제에 따른 '기업 엑소더스'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이다스아이티를 포함해 판교에 가장 먼저 세워진 세븐벤처밸리 입주기업들이 올해부터 전매제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판교의 터줏대감인 엔씨소프트는 2023년, 넥슨은 2024년이 되면 입주 10년을 맞는다. 조성원가인 면적당 1천만원 가량에 분양받은 판교 사무공간이 현재 2배 이상 시세가 뛰어 기업이 매각을 결정할 유인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 판교 테크노밸리 생태계를 뒤흔들 대형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도는 내부적으로 전매제한 해제 후 약 10%의 기업이 판교를 떠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전매제한 해제뿐이 아니다. 앞으로 10년이 더 지나면 IT·BT·CT·NT로 제한한 업종 규제도 추가로 해제된다. 더불어 개발이 추진 중인 제2·3 판교테크노밸리 역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기도시공사, 경기도, 성남시가 일정 비율 사업지분을 나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가 분양부터 관리까지 도맡았던 판교테크노밸리와 달리 제2·3 판교는 시설의 관리·지원 주체가 제각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일부 시설이 준공돼 기업들이 입주한 제2 판교만 봐도 LH와 도시공사가 동일한 성격의 기업성장센터 2곳을 각각 별도 조성해 운영한다. 이 같은 문제들은 첨단산업단지의 정체성마저 흐릴 수 있다. 결국 초기의 판교를 단단하게 다졌던 규제들이 서서히 풀리면서 이제 진짜 '자생'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판교는 경기도와 성남의 작은 도시를 넘어서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으며, 세계 IT 기업들과 실력을 겨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판교 리얼리티'의 막을 내리며 다시 찾은 판교는 밤늦도록 기업과 연구소의 불이 꺼지지 않았다. 판교는 오늘도 진화하고 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판교리얼리티' 바로가기※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신지영·김준석기자 사진: 임열수부장·강승호차장·김금보기자 편집: 안광열차장·장주석·연주훈기자 그래픽: 박성현·성옥희차장대한민국의 경제를 책임지며 세계 IT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고군분투중인 판교신도시 테크노밸리단지에 늦은 밤까지 기업들이 밝힌 희망의 불빛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기획취재팀첨단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판교 테크노밸리 일대. 판교 개발 이후 대한민국 신도시들은 '포스트 판교'를 꿈꾸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2020-01-08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판교 리얼리티·(3)실패]화려한 판교의 초라한 밤… '상권 공동화'

판교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출퇴근 시간이 지나면 어둠 속에 갇힌다. 하루 7만명의 직장인이 오가고 1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지만 밤이 되고 주말이 되면 판교의 상가는 불이 꺼진다.바닥을 치는 매출과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상인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판교 테크노밸리 인근 상가에는 공실이 넘쳐난다. 판교역이라고 상황이 다른 것은 아니다. 역 주변의 대형 복합쇼핑몰에도 '임대 문의' 전단이 붙은 텅 빈 가게들이 곳곳에 보이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마트가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철수를 결정했다.'상권 공동화' 현상은 곧 판교의 위기다. 상권은 기업환경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다. 기업 구성원들의 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프라가 무너지면 판교를 탄탄하게 지켜 온 기업들의 이탈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2018년 판교 테크노밸리 매출 87조원. 반짝이는 성공에 가려진 판교의 어둠을 들여다봤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판교리얼리티' 바로가기 ※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 사진: 임열수부장, 강승호차장, 김금보기자 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평일 저녁과 주말이면 텅 비어버리는 판교 테크노밸리 중심가. /김금보 기자 artomate@kyeongin.com

2020-01-07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판교 리얼리티·(3)실패]어둠속 상권

판교역 광장에는 출퇴근 직장인들만 오간다. 판교는 평일 저녁과 주말이 되면 어둠에 잠긴다. 7만명 직장인이 오가고 1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지만 밤이 되면 상가에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상권 공동화'가 심각하다.주말이던 지난달 21일 저녁 판교테크노밸리 내 U스페이스를 찾아 가보니 10개 가게 중 2곳만 영업 중이었다. 그나마도 식당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건물 1층 카페 2곳만 겨우 문을 열어 놓은 모습이었다. H스퀘어도 상황은 마찬가지. N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식당 주인은 "대부분 너무 장사가 안되고, 평일에도 밤 10시 이후면 아예 손님이 끊긴다. 그래도 장사를 해야 하니까 주말에도 열고 평일에도 새벽 5시까지 영업하지만 매출은 바닥"이라며 "이 곳 식당 상당수가 부동산 중개업소에 가게를 내놨는데 너무 안 빠져서 마지못해 운영하는 곳이 많다. 우리 가게도 중개업소에 내놓은 지 5년이 지났다. 유럽에서는 밤 10시면 문 연 식당이 없다고 하는데 판교가 딱 그런 상황"이라고 씁쓸하게 웃었다.김동욱 와이즐리 대표도 "1년 이상 판교에서 사무실을 운영했는데 회식은 고작 2차례밖에 안 했다. 직원들이 회식하자는 이야기가 없어 싫어하는 줄 알았다"면서 "서울 왕십리로 회사를 옮긴 뒤 회식이 부쩍 많아졌다. 판교에선 직원들이 퇴근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삼삼오오 모여 저녁도 먹고 얘기도 하다 퇴근하는 문화가 생겼다. 회사 주변 상권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평일 저녁과 주말 공동화 현상은 판교를 품고 있는 성남시의 가장 큰 근심거리이기도 하다. 높은 지가와 임대료에 비해 매출이 신통치 않으면서 영세상점부터 대형 상가까지 공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전동억 성남시 아시아실리콘밸리 담당관은 "저녁과 주말의 공동화가 판교의 문제다. 판교가 오직 업무타운이 돼 버려 생긴 현상이다. 시도 상권이 붕괴되는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공통된 현상 한 가지를 증언했다. 그나마 유동인구가 있는 판교역 주변 상권만 활성화됐을 뿐, 판교의 나머지 상권은 '붕괴' 직전이라는 것이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판교리얼리티' 바로가기※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강승호차장, 김금보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주말마다 인적이 끊기는 판교 테크노밸리 중심가는 '상권 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 /김금보 기자 artomate@kyeongin.com

2020-01-07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판교 리얼리티·(3)실패]신분당선 빨대효과

휴일 외지서 찾아오는 손님 적어공동화 심각… 대기업 점포 이탈직장인, 퇴근후 서울로 빠져나가업무지구로만 활용… 강남과 대조판교 상권은 크게 보아 '판교역'과 '판교 테크노밸리'라는 두 가지 범위로 나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판교 상권을 분석해봤다.판교테크노밸리 중심부인 '카카오 판교오피스'를 중심점으로 반경 700m를 상권으로 설정한 결과, 주말 유동인구는 9.9%(3만8천504명)이고, 주중 유동인구는 90.1%(35만2천286명)로 나타났다. 업무타운인 테크노밸리는 주말과 주중의 유동인구 차이가 극심했다. 판교역을 중심으로 한 상권은 어떨까. 테크노밸리보다는 상황이 나았지만, 판교역 반경 700m 상권도 주말유동인구 비율은 22.7%(18만4천603명)이고 주중은 77.3%(62만8천287명)로 차이는 매우 컸다. 판교에 10만명의 정주 인구가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주말에 일부러 외지에서 판교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판교의 상권 공동화는 '대기업 점포의 이탈'에서도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지난달 18일 판교역에 들어선 이마트의 '일렉트로마트'와 '노브랜드' 매장이 철수를 결정했다. 전자기기 전문매장인 일렉트로마트 판교점의 철수는 전국 45개 매장 중 첫 사례다. 게다가 판교역에서 수십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초근접 역세권이다. 인근 P부동산 관계자는 "장사가 안돼 나간 것"이라면서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쓴 일렉트로마트는 1층 매장만 330㎡가 넘었는데 면적당 임대료가 40만원 이상이다. 임대료가 비쌌다"고 설명했다.판교 상권의 붕괴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손쉽게 알 수 있는 이유는 판교를 관통하는 신분당선의 '빨대 효과'다. 서울과 판교의 이동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뚫린 신분당선은 판교 상권 활성화가 아니라 판교 직장인의 강남 상권 이용을 늘리는 효과만 불러왔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신분당선 이용 통계를 보면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다. → 그래프 참조지난해 판교가 속한 신분당선 1단계 구간(강남~정자)의 시간대별 이용승객을 조사해 보면, 전체 평일 평균 이용객 22만7천652명 중 출근시간(오전 7~10시) 이용객이 6만3천385명으로 집계돼 전체 시간대의 27.8%를 기록했다. 퇴근시간대(오후 5~8시)도 26.8%(22만7천652명 중 6만1천161명)였다. 결국 평일 출퇴근 시간대 신분당선 이용객이 비슷한 것은 퇴근하면 바로 신분당선을 이용해 판교를 떠난다는 셈이다.게다가 신분당선 1단계의 주말 이용객은 13만4천265명으로, 주중의 58%에 그쳤다. 신분당선은 서울에서 판교를 오가는 출퇴근 용도일 뿐 판교 상권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이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서울의 대표적인 업무지구인 테헤란로와 중심 상업지 강남역을 통과하는 '2호선'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드러난다. 2호선의 주말 이용객(114만6천679명)은 주중(168만3천885명)의 68% 수준으로 신분당선보다 10%p나 높았다.즉, 판교와 강남은 대규모 업무지구와 상업지구가 결합됐다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판교는 오직 업무지구로만 활용될 뿐 상권은 죽었다는 것이 강남과의 큰 차이점이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판교리얼리티' 바로가기※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강승호차장, 김금보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판교역에서 쏟아져 나와 버스로 향하는 직장인들. 출퇴근 시간 판교역 일대는 인파로 붐빈다. /김금보 기자 artomate@kyeongin.com

2020-01-07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판교 리얼리티·(3)실패]좌절된 '한국의 롯폰기'

투자자 조급함·결정권 쥐지못한 공공기관난관 맞물려 현재 모습 머물러지붕 덮는 초기계획 비용문제로 취소올해부터 '10년 전매제한' 해제인프라 악화로 기업들 외부이동 우려도판교 상권의 위기는 곧 판교의 위기다. IT산업 기반의 기업하기 좋은 곳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상권이 붕괴되면 곧 생활 인프라가 무너지는 것이고 기업환경도 덩달아 악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10년 전매제한이 풀리는데, 인프라 악화로 판교 기업들의 외부 이동이 현실화 될 수 있다. 이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두고 '문화'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개발 당시부터 벤처산단의 업무 효율성에만 매몰된 나머지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을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람이 모여야 상권이 활성화되는데, 문화가 없는 판교는 일하는 시간 외에 사람을 불러모으는 데 실패했다.문화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지점에 '알파돔시티'가 있다. 판교역 알파돔시티는 판교 상권의 중심부에 자리한 5조원 규모의 매머드급 사업이다.알파돔시티는 축구장 16개를 모은 면적(13만7천497㎡)에 4개의 주축 건물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돔)을 덮는 프로젝트였다.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의 4배,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3배가 넘는 거대한 상업복합시설을 조성해 "강남 상권 수요를 끌어들이겠다"는 목표에서 시작했다.이상후 전 LH 부사장은 "주말이면 강남역 뒷골목에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수도권의 젊은 층이 더 이상 강남을 가지 않고 판교로 모이게 하는 게 알파돔시티의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알파돔시티의 변천사는 판교 상권의 성공과 실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영화 스튜디오와 K-POP 타운과 같은 콘텐츠 외에도 알파돔시티에서 '판교 문화'를 만들어 내려는 시도는 여럿 있었다. 알파돔시티에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을 유치해 발레 아카데미를 만드는 것, 실크로드가 경유하는 아시아와 유럽 국가를 묶어 나라별 공연을 연중 펼치는 구상이 그런 시도의 일환이었다.만약 발레 아카데미를 유치할 수 있었다면 최근 유아와 성인을 막론하고 열풍처럼 번진 발레 인기에 힘입어 직장인 외 사람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실크로드 국가를 주제로 펼치는 공연은 애초 목표가 관광 목적의 외부인을 끌어들이자는 취지였다.알파돔시티가 꿈꾼 건 '한국의 롯폰기(六本木)'였다. 8개의 대형 건물이 모인 일본 도쿄 최고의 번화가 롯폰기는 '모리그룹'이 주도권을 가지고 개발해 성공했다. 모리그룹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 채 명확한 상권 콘셉트를 바탕으로 건물마다 '여성용 명품', '이벤트', '미술', '전망' 등의 콘셉트를 부여해 유기적으로 어울려 상권을 형성하고 조율한다.그 결과 80년대 전까지 도쿄 주변부에 불과했던 롯폰기는 한해 1천500만명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됐다. 반면 알파돔시티 프로젝트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건 의사결정 과정에서 민간과 공공, 어느 한쪽도 주도권을 쥐지 못한 탓이 컸다. 알파돔시티 프로젝트는 LH를 포함한 민관합동 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맡았다. 관련 법상 공공기관(LH)의 투자는 20% 이내로 제한됐다. 공공기관의 땅장사를 막겠다는 게 관련 법의 취지다.공공기관은 당장 자금을 회수할 수 없더라도 20~30년을 내다보고 투자할 수 있지만, 민간 투자자들은 빠른 자금 회수가 급선무다. 영화, K-POP, 발레, 연중 공연과 같은 콘텐츠들이 민간 투자자들의 반대 속에 무산되면서 최대한 빨리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됐고, 결과적으로 알파돔시티를 관통하는 정체성도 흐려졌다.판교역 상권이 구심점 없이 목 좋은 상점을 모아놓는 데만 그치자 '롯폰기'가 아닌 신도시에 흔히 볼 수 있는 중심 상가 정도의 수준으로 전락했다. 최근 흐름은 거대 상권에도 일관된 정체성을 부여하는 게 추세다. 사양길에 접어든 코엑스를 신세계가 인수해 '스타필드'로 일관되게 리모델링하자 상권이 되살아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판교역 상권의 상징인 알파돔시티는 단기 투자회수를 목적으로 한 민간 투자자들의 조급함과 지분 제약으로 결정권을 쥐지 못한 공공기관의 한계가 맞물려 현재 모습에 머물렀다.LH와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이 가지고 있던 알파돔시티 건물은 현재 각각 신한알파리츠·미래에셋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다. 모두 4개 건물이 주축인 알파돔시티는 2개 건물이 완성됐고, 2개 건물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4개 건물 위를 지붕(돔)으로 덮는 애초 계획은 취소됐다. 역시 비용 문제였다. 알파돔시티에는 돔이 없다. 돔 없는 알파돔처럼 가장 성공한 신도시 판교에는 주중·낮에만 붐빌 뿐 밤과 주말엔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판교가 반쪽짜리 성공인 이유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판교리얼리티' 바로가기※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강승호차장, 김금보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판교테크노밸리 한 상가건물 공실에 임차인을 구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강남상권 수요를 끌어들이는 거대한 상업복합시설을 목표로 출발한 알파돔시티 사업은 여러 한계에 부딪히면서 여느 중심상가 수준의 상권을 조성하는 데 그쳤다. 사진은 판교역 광장을 중심으로 신축 중인 알파돔시티 2개동 건설현장.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20-01-07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판교 리얼리티·(3)실패]봉준호·이수만 '입성' 무산

판교역 지하 '촬영 스튜디오' 최적지상설공연장서 1년 내내 행사 계획도한계 극복 못하고 '공영주차장' 활용백두산에 이어 한라산이 폭발했다. 한라산 폭발로 패닉에 빠진 대한민국을 묘사한 이 영화는 판교역 아래 꾸려진 지하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빛과 소음이 차단된 지하 스튜디오에는 늘어선 차량 위로 거대한 해일이 덮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재현된 해안도로, 백록담을 묘사하기 위한 거대한 수조가 놓였다.밤샘 촬영을 마친 배우들은 판교역 옆에 위치한 호텔로 향했다. 숙소까지 5분이 채 걸리지 않아 부족한 잠을 자기에 판교역 스튜디오는 최상의 접근성을 가졌다. 배우들이 스튜디오를 떠나자 카메라 스태프는 촬영된 필름 원본을 곧장 영상 스태프에게 넘겼다. 스태프는 판교 알파돔시티에 자리 잡은 컴퓨터 그래픽 업체에 영상을 전달했고, 이 업체는 새벽부터 곧장 작업에 들어갔다. 영화와 관련된 컴퓨터 그래픽 업체만 스무 곳이 넘는다. 이들 업체는 모두 판교에 자리 잡고 있다. CG처리가 된 영상은 화면 톤과 사운드를 입힐 수 있도록 바로 옆 건물의 후작업 업체에 맡겨졌다.영화 촬영-그래픽-후작업-편집까지 한 번에 해결 가능한 장소가 바로 판교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지하 스튜디오 위 광장에선 연중 펼쳐지는 K-POP 공연이 한창이었다. 동시에 화려한 조명이 내리쬐는 K-POP 무대 옆에서 '실크로드'를 주제로 한 퍼레이드가 펼쳐졌다.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계획대로 조성됐다면'이란 가정 아래 설정된 허구다.하지만 허구는 충분히 실현 가능했던 일이다. 봉준호 감독이 판교를 찾아온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설국열차(2013)를 성공시킨 봉 감독은 영화계 원로인 이장호 감독과 함께 판교 알파돔시티를 찾았다. 알파돔시티는 판교역을 둘러싸고 조성된 상업복합시설이다. 알파돔시티자산관리(주) 대표이사를 역임한 이상후 전 LH 부사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봉 감독이 찾아와 판교역 지하에 영화 스튜디오를 지어보자고 했어요. 판교는 서울 강남과 가까워 배우들이 오가기도 좋고, 밤샘 촬영하고 근처 호텔에서 투숙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거죠. 영화 스튜디오가 들어서면 판교에 CG나 영화 후작업을 하는 업체도 들어올테고, 그러면 판교가 '문화산업'에 강점이 생긴다는 설명이었습니다."봉 감독은 설국열차를 체코 프라하의 '바란도프(Barrandov) 스튜디오'에서 올 로케이션(현지 촬영)으로 찍었다. 얼어붙은 지구를 CG로 표현하기 위해 거대한 스튜디오가 필요했지만, 국내에선 마땅한 장소를 구할 수 없었다.판교역 지하공간은 서울과의 접근성이 뛰어나면서도 빛·소음 차단이 유리하기 때문에 영화 스튜디오의 최적지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또 판교의 IT와 영화산업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보자는 것도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계획은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구상에 그쳤다. 현재 판교역 지하는 별다른 시설 없이 공영주차장으로 활용된다.봉 감독에 앞서 판교를 찾은 유명인이 또 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다. 이 대표는 2012년 2월 판교역 알파돔시티 기공식에도 참석해 축사까지 했다. 당시 이 대표는 판교에 K-POP 타운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봉 감독이 탐냈던 판교역 지하에 K-POP 상설 공연장을 만들고 SM 기획사를 판교에 입주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SM타운은 판교가 아닌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들어섰고, 이 구상도 백지가 됐다.당시 판교역 지하에 5천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상설 공연장을 갖추고, 1년 내내 한류 공연을 펼치겠다는 구상에 따라 SM을 비롯해 YG, JYP 엔터테인먼트 등 유명 기획사와도 실제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알파돔시티는 3대 기획사에 상설 공연의 대관료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전 부사장은 "종종 (판교에)영화 스튜디오와 K-POP 상설 공연장이 조성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판교리얼리티' 바로가기 ※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강승호차장, 김금보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판교 테크노밸리 중심부에서 바라본 일출 모습. 판교를 영화와 K-POP의 성지로 개발하려던 계획이 실행되지 못하면서 판교 테크노밸리는 주말과 저녁에 인적이 끊기는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경인일보DB=경기도 제공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참석해 주목받았던 2012년 판교 알파돔시티 기공식 모습. SM엔터테인먼트는 당시 판교에 K-POP 타운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경인일보DB

2020-01-07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판교 리얼리티·(2)기회]대기업 사원도 스타트업 대표도 "판교는 기회의 땅"

판교의 오늘은 곧 미래의 꿈이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판교의 발 디딜 틈 없는 출퇴근 버스에 올라타 몸을 부대끼고 커피를 마시며 틈틈이 대화를 나눈 끝에 얻은 결론이다.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기업의 직장인, 이제 막 방구석을 탈출해 창업에 도전 중인 스타트업 대표 등 우리가 만난 '판교인'은 저마다 이력과 개성이 달랐지만 '판교는 기회의 땅'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자전거를 탄 채 스마트워치를 수시로 확인하며 이동하던 직장인은 "판교엔 구둣방이 없다"고 귀띔했고, 야심차게 판교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한 창업가는 "서울 강남과 가까워 접근성은 좋지만 교통체증이 심해 결국 떠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여전히 창업하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분석하는 한 투자가는 "판교는 기업투자의 선순환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곳"이라며 "대기업 간부가 스타트업에 종잣돈을 투자하다가 발전 가능성을 보고 이직하는 일도 있다"고 희망을 이야기했다.부지런히 발로 뛰며 귀로 듣고 눈으로 본 판교, 판교에는 여전히 희망이 존재했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판교리얼리티' 바로가기※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김금보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6일 아침, 판교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줄줄이 버스에 오르는 판교 직장인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2020-01-06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판교 리얼리티·(2)기회]판교직장인의 기쁨과 슬픔①

순환 출퇴근 마을버스 602-1B·2B 정류장 22인승에 80여명 태우고 출발 '만원 행렬'■출근전쟁… 602-2B 버스 탑승기지난해 12월 23일 오전 8시30분. 판교역에 도착한 신분당선 출입문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뛰기 시작했다. 함께 달리며 "왜 뛰냐"고 묻자 "마을버스를 타야 된다"는 짤막한 답이 돌아왔다. 뛰는 이들을 쫓아가니 '602-1B·2B번 맞춤형 마을버스' 정류장. 판교역과 판교테크노밸리를 순환하는 출퇴근 버스 노선인데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602-1B번은 만원상태로 떠나는 뒷모습만 바라봐야 했고, 막 도착한 602-2B번 버스는 출입문 계단까지 가득 찬 앞문을 피해 뒤쪽 출입문으로 겨우 몸을 구겨 넣을 수 있었다. 이미 전 정거장(판교역 남편)에서 승객을 34명이나 태우고 온 이 22인승 버스는 기자가 탄 판교역 서편 정류장에서 46명을 더 태우고서야 출발했다. 몸과 몸이 밀착한 버스 안에 뒷사람의 숨소리를 피해 나갈 공간은 없었다.다음 정류장인 'H스퀘어'에서 40명 가까이 내린 뒤에야 간신히 숨통이 트였고, 여러 기업이 입주한 '이노밸리' 앞 정류장에서 20명 넘게 더 내리자 비로소 빈자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버스는 마지막 역인 판교테크노밸리 서북쪽에 있는 '세븐벤처밸리'를 돌아 다시 판교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막 신분당선에서 내린 승객들로 금세 다시 만원이 된다. 쉼 없이 달리는 만원 마을버스의 행렬 속에 판교의 아침이 지나갔다. 구독경제 기반 면도날 렌탈·판매 스타트업 '와이즐리''출퇴근 지옥'에 인력유출 막고자 이사… "돌아오고 싶어"■이탈… 나는 왜 판교를 떠났나 구독경제에 기반한 면도날 렌탈·판매 스타트업 '와이즐리'가 1년 반 만에 판교를 떠난 것도 출퇴근이 화근이었다.와이즐리는 2017년 3월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김동욱 대표와 친동생, 김 대표의 친구 이렇게 셋이서 의기투합해 출발했다. 이들이 방구석을 탈출해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 입성한 건 2018년 3월. 모두 설립한 지 불과 3년여 만에 유망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았다. 김 대표에게 판교는 '기회의 땅'이었다.창업초기 발판이 돼 준 판교와 작별을 고한 건 지난해 8월이다. 와이즐리는 서울 왕십리로 사무실을 옮겼다. 사업이 탄력을 받으며 직원 수가 18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서로 뜻만 맞으면 됐던 초창기와 달리 늘어난 직원들의 근무환경과 복지도 고민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 지옥을 겪어야 하는 직원들의 불만이 쌓여갔다. 울며 겨자 먹기로 판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스타트업은 우수한 인재 확보가 생명이다. 인력 유출을 막으려면 직원 복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스타트업이 해줄 수 있는 복지라는 게 출퇴근이라도 여유있게 하는 거다. 테크노밸리 근처엔 직원들이 혼자 살 만한 주거공간도 없어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의 고생이 컸다. 출퇴근 시간이 '1시간30분'이 넘게 걸리는데, 솔직히 직원들 볼 면목이 없었다."판교역 근처로 사무실을 옮길까 고민도 했지만, 이제 막 자리 잡은 스타트업이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도 못 됐다. "굳이 마을버스를 안 타도 되는 판교역 주변으로 사무실을 알아봤지만 이미 대기업들이 꽉 차 있었고, 그나마 임대료가 비싸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판교의 스타트업 지원은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한 초기에만 집중돼 비즈니스 모델이 형성되는 시기의 스타트업이 갈 자리가 없다."실제로 테크노밸리 내에는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창업을 시작한 이들에게 공간과 컨설팅, 투자 등을 지원하는 공간이 있지만 '예비·초기 창업(BI·비즈니스 인큐베이터)'에만 집중됐다. 심사를 통해 선발된 스타트업은 대부분 30㎡ 내외 작은 사무실을 임차하는데, 와이즐리와 같이 '3년 이상 창업(포스트 BI)' 기업은 20명 이상 직원이 늘어나면 그만한 공간을 임차하는 일이 쉽지 않다. 김 대표는 "공공에서 지원하는 사무실은 공간이 작다. 일반 오피스를 임차하면 인테리어, 사무집기 등 부수 비용이 부담된다. 서울에는 우리 정도 스타트업들이 입주할 공간이 꽤 있는데 20·30대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인테리어가 완비된 사무실을 빌려준다. 그게 '공유 오피스'"라고 말했다. 초기 창업에서 어엿한 기업의 형태를 갖춰가는 과정은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가 꿈꾸던 미래 모델인데, 교통과 사무실 임차 등 현실적인 문제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그럼에도 여전히 김 대표는 판교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 "판교는 사무실 근처에 산도 있고 공원도 있어 점심시간, 또는 머리가 복잡할 때 산책도 할 수 있다. 쾌적한 근무환경을 모두가 좋아했고 아이디어도 잘 나왔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뛰어난 것도 너무 좋다. 언젠가 판교로 돌아가고 싶다." 김 대표의 소망처럼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판교는 '창업하기 좋은 곳'이다. 공공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서울의 고급 인력들이 판교를 '마지노선'으로 출퇴근하고 있어 매력은 여전하다. 탄성 파우치 용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이너보틀'의 오세일 대표는 "판교의 장점은 '구룡터널'만 지나면 회사에 올 수 있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그는 "판교는 서울 강남에서 오가기 편하고 안산 등 경기 서부권, 화성 등 경기 남부권으로 이동하기 편하다"며 "스타트업은 인재를 잘 구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판교는 구인이 잘 된다"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판교리얼리티' 바로가기※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김금보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6일 아침, 판교역 앞 버스장류장에 버스들이 줄지어 선 가운데 직장인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6일 아침, 판교역 앞을 출발하는 버스에 직장인들이 빼곡히 탑승해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대형 IT 기업들이 밀집한 판교 테크노밸리 중심가. 대중교통이 불편해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유동인구가 적다. /강승호기자 ksh@kyeongin.com

2020-01-06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판교 리얼리티·(2)기회]판교직장인의 기쁨과 슬픔②

성남시, 지구단위계획으로 제한… 원룸 조성 못해 살 곳 모자란데 업무시설 계속 늘어 '악순환 반복'■오피스 타운… 무서운 집값판교 테크노밸리가 지닌 '옥에 티'는 주거다. '잠만 자는' 베드(Bed) 타운은 겨우 피했다지만 '일만 하는' 오피스(Office)타운 신세는 면치 못한 것이다.5년째 판교에서 근무 중인 박중혁씨는 첫 입사 시기였던 2015년과 지난해 2차례에 걸쳐 원룸 전세를 구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판교테크노밸리 주변에 원룸은 아예 없었고 조금 떨어진 정자역이나 미금역 근처도 오래된 원룸밖에 없었다. 유일한 빌라촌인 백현동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김모식씨의 설명을 들으면 판교테크노밸리의 주거 실태가 쉽게 이해된다. 김씨는 "백현동 카페거리에 있는 상가주택의 투룸 전세가격이 2억5천만~2억7천만원대이고 사실상 투룸만 있지, 원룸은 없다"며 "나머지 테크노밸리 인접지역이나 판교역 주변은 모두 주상복합이나 아파트 단지밖에 없어 최소 79㎡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판교신도시 내 원룸이 있는 상가주택은 전체를 통틀어 백현동의 2개 동이 전부다. 성남시가 지구단위계획으로 점포주택 1개 동당 3가구까지만 평면을 구성하도록 제한하는 바람에 사실상 원룸은 조성되지 못했다. 그나마 20~30대가 선호하는 상가주택의 투룸도 경쟁이 치열해 가격이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가고 그마저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좁은 면적의 아파트를 찾는 젊은 부부도 마땅한 집을 찾기는 쉽지 않다. 봇들마을 아파트단지 주변 공인중개사 이재순씨는 "판교역과 테크노밸리에서 거리가 좀 떨어져 있는 아파트단지 99㎡의 전세가가 6억6천만원이고 매매가는 11억원"이라며 "판교 직장인들이 집을 보러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판교테크노밸리 주거시설은 모자란 데 업무시설만 늘어나고 있다"며 "판교 부동산 시세는 계속 올라가고 직장인들은 다른 지역을 찾아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각 잡힌 정장과 구두 대신 후드티·청바지 차림'~님'·'~프로' 직급 관계없는 수평적 호칭 사용■슬리퍼… 그래도 '기회의 땅'판교테크노밸리 직장인들은 다른 오피스타운 사람들과 옷차림이 다르다. H스퀘어 앞 중앙광장을 지나는 사람들은 각 잡힌 정장과 구두 대신 헐렁한 후드티와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한겨울인데 슬리퍼를 신은 사람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판교테크노밸리에서 구둣방을 하면 망한다'는 속설이 금방 이해되는 풍경이다.여느 오피스타운이라면 한산해야 할 오전 11시, 카카오가 입주해 있는 H스퀘어 N동의 카페에 들어가니 후드티를 입은 이 회사 직원들로 북적였다. 삼삼오오 회의를 하기도 했고, 혼자 앉아 노트북과 씨름하는 사람도 많았다. 후드티 차림으로 혼자 작업 중이던 '판교인'에게 물어보니 "꼭 사무실에서 일해야 하는 건 아니다. 집중이 안되면 카페로 내려와 일하기도 하고, 사내 카페나 곳곳의 오픈형 회의실에서 자유롭게 회의하고 일한다"고 말했다.카카오뿐만 아니라 판교테크노밸리 내 대부분 기업들은 '~님', '~프로' 등 서로의 직급과 관계없이 동일한 호칭을 쓴다. 주임·대리·과장 등 수직적 직급에서 벗어나야 거리낌 없이 의견을 낼 수 있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의 투자심사 팀장으로 근무하는 박재은 씨는 판교 기업들의 주도적이고 수평적인 문화에 매력을 느껴 5년 넘게 몸 담았던 군수회사에서 나왔다. 박 씨는 "전 직장이 정부사업을 수주한 대로 일을 추진하는 방식이었다면, 스타트업은 어떤 사업을 할지, 어떻게 성과를 올릴지 스스로 결정한다는 게 큰 차이"라며 "여기서 얻어지는 만족감이나 동기부여는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반면 아무리 수평적 기업문화가 자리잡은 판교라고 해도 '한국기업은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조영지(가명)씨는 직급과 관계없이 서로 영어 호칭을 쓰는 카카오 계열사에 근무한다. 조씨의 호칭은 '스칼렛(가명)'이다. 조씨는 "호칭이 통일되면서 직급에 상관없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된 건 맞지만, 실질적인 부분에선 여전히 직급이 우선이다. 회의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순 있지만 별로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사실상 중요한 결정은 윗선으로부터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끼리는 구글도 코리아가 붙으면 한국기업이 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미국 구글은 진짜 자유롭지만 구글코리아는 상하관계가 뚜렷한 한국 기업이라는 의미"라며 웃었다.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투자자와 '홈브루 파티'자유로운 분위기속 '연결 다리'… 제2애플 꿈꿔■도전… 오늘도 꿈 좇는다 판교의 저녁은 새로운 도전과 꿈을 실현하는 기회의 장이다.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이면 세계 시가총액 2위 '애플'과 3위 '마이크로소프트'를 꿈꾸는 판교인들이 '홈브루(Homebrew) 파티'에 모인다.홈브루 파티의 주최자는 스타트업 투자자 '액셀러레이터'. 수백억 단위의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탈(VC)과 달리 액셀러레이터는 5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의 시드(seed) 투자를 전문으로 한다. 아이디어만 가진 스타트업이 규모를 키워가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이다.소규모 투자라는 특성상 액셀러레이터가 주최하는 홈브루 파티는 일렬로 자리에 앉아 딱딱한 프레젠테이션을 듣는 대신, 피자와 맥주를 먹으며 자유롭고 흥겨운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액셀러레이터 회사 '컴퍼니B'는 지난해 3월부터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7층에서 홈브루 파티를 개최해왔다.모임의 멤버는 '누구나'다. 관심만 있다면 참여할 수 있고 스타트업 대표 등이 5분간 자신의 아이템과 의견을 발표하면 투자자가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다. 여기서 추천된 아이템은 컴퍼니B의 '오피스아워'에서 최종 투자 여부가 결정된다.오피스아워는 컴퍼니B 구성원이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기구다. 액셀러레이터 컴퍼니B는 자체 자본금 투자와 더불어 조합투자 형태로 운영된다. 출자금을 낸 조합원이 자신의 출자금을 투자할지 말지 스스로 결정하는 식이다.컴퍼니B는 개인투자조합 3건을 결성했고 4호와 5호 결성을 준비 중이다. 32개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했고 현재 10억원의 시드투자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컴퍼니B의 자본금을 투입한 '자체투자'와 더불어 개인 투자자(엔젤투자자)로 구성된 '조합 투자'가 진행된다. 조합 투자자들 중에는 다니던 회사를 나와 자신이 투자한 기업 임원으로 이직한 사례도 있다. SK IT 계열사에 15년간 근무하던 김수경(가명)씨는 자신이 초기 투자했던 로봇소프트웨어 플랫폼 업체로 이직해 이사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IT 대기업의 서비스 기획자로 근무했지만 매너리즘에 빠졌다"며 "스타트업에서 이직한 이후 매너리즘이 해소되고 새로운 인생의 계기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홈브루 파티가 지향하는 이 같은 투자방식은 세계 최고 IT기기 제조업체 '애플'의 탄생 배경이기도 하다. 벤처투자자 마이크 마쿨라가 차고에서 컴퓨터를 만들던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의 애플에 투자해 성장 기반을 마련해줬다. 변리사 출신인 엄정한 컴퍼니B 대표의 역할은 조합원 앞에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것이다. 판교테크노밸리에서도 얼마든지 한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게 엄 대표가 꿈꾸는 홈브루 파티의 결과다. 엄 대표는 "판교는 선데이토즈나 카카오 같은 스타트업들이 국내 최정상 기업으로 성장한 곳이고, 지금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스타트업이 정말 많은 투자처"라며 "하지만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이어줄 다리가 부족하고 기업 간 네트워킹이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앞으로 유기적 네트워킹이 더욱 활성화돼 지원이 이뤄진다면 판교에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탄생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스타트업과 같은 벤처기업의 투자 수익률이 부동산 투자 수익률을 넘어설 정도로 벤처 투자 문화가 우리나라에 정착된다면 한국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탄생하는 건 생각보다 가까울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판교리얼리티' 바로가기※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김금보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사무실과 상가의 조명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판교 테크노밸리의 야경. 밤이면 곳곳에서 투자 관련 모임이 이뤄진다. /경인일보DB6일 아침 판교역을 빠져나오는 젊은 직장인들. 정장을 입은 이들은 흔치 않고 대부분 편안한 복장을 하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2020-01-06 공지영·신지영·김준석

[판교 리얼리티·(1)성장]주거·산학연 정책 공백, 그늘은 있었다

#'한국판 베벌리힐스' 꿈꿨지만…건교부·LH, 중·대형 위주 건설… '소형' 설자리 잃어종사자 71% 차지하는 20~30대, 타지역 거주 76.37%#'우수 인력' 절박한 기업들지자체장 '부지개발권' 없어 지역민 필요로 이용 불가임창열 前 도지사 "국토부등 모든 부처 머리 맞대야"도시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도권의 몇 남지 않은 녹지, 온통 배 밭 뿐이던 판교가 자급자족 신도시로의 개발을 선언하며 갖은 역학관계를 헤쳐나간 과정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그 수고로움 덕일까. 취재진이 만난 대다수 행정가, 기업인들은 판교가 나름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특히 숱한 반대와 불안한 전망 속에서 미련할 만큼 고집스럽게 애초의 계획대로 도시를 설계한 것이 큰 밑거름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하지만 우리는 판교를 한꺼풀 더 깊숙이 들춰 봤고, 그 속살에서 '절반의 성공'이라는 차가운 현실과 마주했다.우선 판교는 주거정책에서 실패했다.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일하지만, 정작 판교에선 살지 못하는 게 이곳을 구성하고 있는 인력들의 현실이다. 2016년 기준, 판교 테크노밸리 종사자 중 20~30대가 71%를 차지한다. 거주지를 조사해보니 전체 종사자 중 76.37%가 성남시를 벗어나 살고 있었다. 경기 남부에서 34.27%가, 서울에서 33.51%, 인천에서 4.40%가 판교에 직장을 두고 있지만 '타지'에 거주했다.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2017년에는 62.98%가, 2018년에는 68.13%가 다른 곳에 살면서 출퇴근을 했다. 판교의 주거정책은 왜 테크노밸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했을까. 판교의 주택공급은 건설교통부와 LH가 전담했다. 애초에 판교의 성공을 내다보지 못했던 두 주체가 판교 테크노밸리의 주류를 이끄는 20~30대 젊은 인력들이 살만한 공간을 종합적으로 설계하지 못한 건 필연에 가깝다. 당시 건설교통부와 LH가 세운 판교 주택정책의 목적은 강남의 고급주택 수요를 끌어들이겠다는 데 있었고, 그렇다 보니 '한국의 베벌리힐스'를 표방하며 주택을 설계했다. 그 결과 25~40평형대의 중·대형 주거형태 위주로 건설을 계획했고 젊은 세대가 일과 주거를 병행할 수 있는 18평 이하의 소형 주택은 설 자리가 없었다.판교의 취약점 또 하나, 산업과 연구소는 있지만 학교가 없다. '산학연'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수 연구개발 인력을 창출하는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구인을 위해 절박하게 뛰어야 한다. 절반의 실패로 평가받는 요인이다.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경기도가 판교를 구상할 땐 서울 및 경기도권 우수 대학의 유치를 통한 산학연이 강조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바탕에 '스탠퍼드 대학'이 있듯 판교도 원활한 인력 수급과 활발한 연구지원을 위해 대학 등 교육기관과의 연계를 중요하게 여겼다. 실제로 초기 경기도의 판교 구상안에는 입주 예상 벤처업체 부지로 62만5천여평, 입주희망 기업연구소 부지로 21만6천여평, 수도권 대학의 벤처관련 학과 이전부지로 14만8천여평 등이 담겨있었다. 수도권 10개 공과 및 전문대학원들이 경기도에 공식적으로 입주를 희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의견은 당시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도 동일해, 벤처기업 신규입주로 30만평, 기존 벤처업체의 이전 또는 확장 수요 17만5천여평, 수도권 대학의 관련학과 및 대학원 이전 부지 15만평 등을 각각 제시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당시의 판교 개발규모가 '20만평'에 머물렀던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토 개발의 전권이 건설교통부(지금의 국토교통부)에만 집중돼 있어 지역민의 필요에 따른 개발이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법은 상당히 딱딱한 규제로 둘러싸여 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계획, 광역도시계획 및 도시·군계획의 관계'를 규정하면서 광역도시계획 및 도시·군 계획은 국가계획에 부합돼야 하며 광역도시계획 또는 도시·군계획의 내용이 국가계획의 내용과 다를 때에는 국가계획의 내용이 우선한다고 정했다. 또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면적 이상의 구역 등을 지정하거나 협의하여야 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국토교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판교 개발을 주도했던 임 전 지사도 이 문제를 가장 강하게 꼬집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공급' '집값 안정'만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 반면 지자체장은 주택공급·집값 안정 외에도 일자리, 상권, 문화공간, 교육시설 등 주민의 삶 전반을 고민해야 하는 종합행정을 한다. 이미 제한적인 성격을 가진 조직이 도시 개발의 전권을 쥐고 흔드니, 종합적인 도시가 탄생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법을 바꿔, 지자체 중심으로 국토부, 산자부, 기재부 등 모든 부처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방식으로 국토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당시 임 전 지사와 함께 판교 개발의 실질적 역할을 담당했던 이재율 전 경기도부지사 (당시 정책기획관)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만약에 원래 계획대로 판교 테크노밸리를 100만평에 지을 수 있었다면, 지금 문제로 돌출되는 주거, 산학연, 주차 등의 다양한 문제가 많은 부분 해소됐을 것"이라며 "(경기도가) 당장의 성과보다 10년을 미리 바라다봤기 때문에 20만평이라도 받아 지금의 판교를 만들 수 있었다. 국토개발은 반드시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판교리얼리티' 바로가기■도움주신 분들임창열 킨텍스 대표이사,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재율 前 경기도행정1부지사, 이상후 前 LH 부사장, 김동욱 와이즐리 대표, 오세일 이너보틀 대표, 오보영 이트너스 이사, 엄정한 컴퍼니B 대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성남시, 성남산업진흥원, 판교박물관■기획취재팀글: 공지영차장, 신지영, 김준석기자사진: 임열수부장 영상 : 강승호기자, 박소연 기자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판교 테크노밸리 일대 전경. /경인일보DB판교 테크노밸리의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은 대부분이 타지역에서 출퇴근 한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20-01-05 공지영·신지영·김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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