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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3·끝)브라보, 마이 라이프]연륜과 감각이 통했다… 그렇게 닮아가는 우리

'30년 터울' 신경철 명장·우진구 대표 협업수제가구 품질·마케팅 조화… 젊은층 어필서로에게 멘토 역할도… 세대간 장벽 넘어용인에서 원목 가구 주문제작 기업 '블라노스'를 함께 이끄는 우진구(33) 대표와 신경철(63) 명장에게 '30년 터울'은 세대 간 장벽이 아닌 서로를 잇는 '연결다리'였다. 신 명장이 쌓은 40년의 기술이 우 대표 사업의 뿌리가 됐고, 정보기술(IT) 시대에 걸맞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우 대표는 신 명장과 젊은 소비자 사이의 간격을 좁혔다. 살아온 시대가 다른 둘은 서로 이해하고 멘토가 되어주면서 그들 사이의 장벽을 무너뜨렸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한참 어린 우 대표가 사업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내민 손을 신 명장이 열 번이나 뿌리쳤다. 어떤 이유였을까?신 명장은 대한민국의 전통가구목공예 명장(제16-명71호)이다. 최고의 숙련 기술을 보유한 사람에게 국가가 부여하는 자격이다. 그는 수제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 1977년부터 40년 넘는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수십 년 간 제조 공장만 운영하다가 직접 판매까지 하는 매장을 차렸는데 경기 불황에 부닥치며 큰 피해를 봤다. 우 대표가 2016년 말 처음 찾아와 사업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했을 때도 이 같은 실패를 물려줄까 봐 거절했다. 하지만 이후 1년간 열 번이 넘도록 끈질기게 요청한 우 대표의 '십고초려'는 결국 신 명장의 마음을 돌렸다. "주문 제작 가구는 가격이 비싸지만 수요가 적어 수익을 올리는 데 기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계속 거절했는데 매일같이 찾아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도우며 매달리니 결국 마음이 움직이더라고요. 과거에 내가 사업에 실패했던 건 마케팅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을 우 대표가 채워주고 있습니다."우 대표는 수년간 호흡을 맞춘 젊은 동료 가구 디자이너가 곁에 있었다. 하지만 그가 신 명장을 고집했던 이유는 자신만의 고유한 디자인과 품질을 갖춘 주문 제작 가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제 가구 40년 인생을 살아온 신 명장과의 협업이 필요했다."젊은 기업 대표로서 마케팅과 고객서비스 등은 물론 기술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아무 매장에서나 볼 수 있는 기성 제품은 싫었어요. 오랜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단 하나뿐인 가구를 만들어 내는 명장님과 어떻게든 협업을 해야겠다고 판단했죠. 30년의 나이 차는 걸림돌이 아니었습니다."베이비붐 세대인 신 명장은 "나도 꼰대"라고 말한다. "우리 땐 '까라면 까!'라는 게 있었는데 요즘 세대는 그런 걸 찾기 힘들어요. 대신 요즘 젊은이들한테 느끼는 열정은 분명 남다르죠."하지만 우 대표는 신 명장을 꼰대로 보지 않는다. "분명 자기 고집도 있으실 텐데 절대 본인 의견만 내세우지 않고 뭘 제안하든 끝까지 들으세요." 그렇게 블라노스에서는 신 명장의 오랜 기술과 경험, 우 대표의 젊은 감각이 합쳐져 단 하나밖에 없는 원목 수제가구가 만들어진다. 열 번의 거절 끝에 우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인 신 명장도 "젊은 대표와 함께 일하는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 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원목 가구 기업 블라노스의 공장에서 '젊은 대표' 우진구(33)씨와 '40년 기술 명장' 신경철(63)씨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수제가구에 평생을 바친 신 명장의 오랜 기술과 경험, 정보기술(IT) 시대에 적합한 우 대표의 젊은 감각이 합쳐져 세상에 단 하나뿐인 원목 가구가 만들어진다. 2020.9.22 /기획취재팀인터뷰 하는 신경철 명장. 2020.9.22 /기획취재팀인터뷰하는 우진구 대표. 2020.9.22 /기획취재팀

2020-09-22 경인일보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시니어 유튜브 전도사 김혜미씨

스마트폰 자유롭게 쓰는 청년 따라 배워채널 성장 더뎌도 일기처럼 꾸준히 제작코로나탓 노래교실 방문 줄자 SNS 활동체통·품위 따지기보다 한번 도전해보길 "나이가 많아서? 그게 뭐 어쨌다고!"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소재 '브라보노래문화공간(노래 교실)'에서 만난 김혜미(63)씨는 이곳의 부원장으로 일하면서 시니어 유튜버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유튜브 '전도사'를 자청하는 그는 동년배들에게 '비공개'로라도 좋으니 영상을 한번 만들어 보라고 조언한다. 체통이나 품위를 따질 시간에 그냥 저질러 보란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소통 방식으로 '자서전' 한 편을 썼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이런 김씨도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스마트폰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몰랐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버스 요금을 스마트폰으로 지불하는 모습에서 부러움을 느꼈을 정도다. 당연히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쓰는 젊은 친구들이 부러워지는 거예요. '내가 되게 무식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대 때는 남들이 하지 않는 영어를 해서 인기도 많았고 도전적인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았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점점 자존감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스마트폰이 도대체 뭔지부터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김씨는 스마트폰 사용법과 영상 편집을 가르쳐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용인 수지에 거주 중인 그는 서울 대학로에 있는 관련 기관에서 스마트폰 사용법을 처음 배웠다. 인천 부평구의 미디어 관련 센터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영상 편집법을 배웠고, 전문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프리미어' 사용법도 서울 성북구의 한 교육기관에서 익혔다. 이런 열정 끝에 2018년 1월10일, 그의 유튜브 채널 '혜미킴TV'에 역사적인 첫 영상이 게시될 수 있었다."저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편집도 해요. 하나의 영상을 만들려면 아이템 발굴에서 촬영, 편집까지 12시간 정도 걸려요. 처음 올린 영상들을 보면 무지 촌스럽기도 해요. 냄비 뚜껑이나 주걱을 들고 노래를 한 적도 있고요. 채널만 봐도 제 발전사가 한눈에 보이는 거죠." (웃음)그가 첫 영상을 올린 뒤 2년, 지금까지 게시한 영상의 숫자는 200개 이상이다. 하지만 채널 구독자 수는 아직 500명 초반에 머물고 있다. 쏟은 힘에 비해 채널의 성장세가 더딘 만큼 창작자로서 자칫 기운이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돈을 벌기 위해 유튜브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극적인 콘텐츠가 인기를 끌다 보니 '일상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 영상이 대부분인 김씨의 채널은 더욱 관심받기 어려운 구조다."돈을 번다고 하면 노인들한테 무리가 갈 수밖에 없죠. 처음부터 끝까지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전문적인 영상을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게 되고,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어요. 저는 유튜브를 '일기장'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하려고 해요.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시니어 대상 유튜브 교육을 하고 싶어요. 작년에 인천 미추홀구 노인복지회관에서 70~80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동영상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수강생 어르신들이 무지하게 좋아하셨던 기억이 있어요."김씨는 끝으로 비슷한 연배의 기성세대들에게 '반드시 유튜브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게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거예요. 2020년의 소통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면 시대의 조류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고, 기성세대들은 소외되고 외로워질 수밖에 없겠죠. 우리 세대에게 정신 바짝 차리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베이비부머', 참 열심히 살았죠. 그런데 '낀 세대'라고 한탄하고 있을 시대는 아니라는 거예요. 베이비부머이기 때문에 그게 어쨌다고요? 계속 배우면 되잖아요."인터뷰를 마친 그는 곧장 스마트폰 앞에 섰다.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노래 문화 공간을 직접 찾는 사람들이 줄자 SNS 계정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노래 재능기부를 하며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시니어 유튜버 혜미킴입니다. 오늘은 아주 신나는 팝으로 가볼까요?" 57년생 김혜미씨는 그만의 방식으로 누구라도 낯선 '언택트 시대'에 누구보다 빨리 적응하고 있었다.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 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스마트폰 너머 관객과 환하게 웃으며 소통하고 있는 김혜미씨의 모습. 그는 이날 기성세대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폴 앵카의 '다이애나'를 열창했다. 2020.9.22 /기획취재팀유튜브 채널을 보여주고 있는 김혜미씨. 2020.9.22 /기획취재팀인터뷰하는 김혜미씨. 2020.9.22 /기획취재팀

2020-09-22 경인일보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원피스 등원' 류호정 국회의원

원피스 복장·의원실 호칭 등 낡은 룰 따르기보다 새방식 시도 화제거침없는 행보에도 '직장동료' 50대 의원들과의 소통 쉽지 않아꼰대 문화 유행은 자유로운 표출 당연해진 세상 '획일적 통제' 거부감'베이지색 점프슈트에 흰색 운동화.'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옷차림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뺏겼다. 류 의원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장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해 큰 화제를 몰고 온 정치 신인이다. '국회'라는 공간, '의원'이라는 신분 등을 걷어낸다면 그는 영락없는 20대 청년의 모습이었다.92년생 최연소 나이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류 의원의 언행 하나하나는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그도 그럴 것이 21대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는 54.9세. 나이로만 치면 류 의원은 국회의 '평균값'에서 가장 먼 존재이기도 하다."제가 튀어 보이는 건 정말 유별나서가 아니라 국회의원 300명 중에 소수인 청년이라서 무얼 해도 두드러져 보여서가 아닐까요. 원피스도 사실 평범한 업무 복장이고, 늘 하던 대로했을 뿐인데 논란이 된 거잖아요. 서로가 익숙해질 때까지 인내하고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그의 말마따나 류 의원은 국회라는 공간, 의원이라는 신분의 이미지를 투영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이다. 그의 옷차림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일부 여론에서 과거 유시민 작가의 이른바 국회 '백바지' 등원 논란이 다시 회자되기도 했다.류 의원이 누군가 정한 것도 아닌 국회의 낡은 '룰'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은 여느 청년 의원들과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그는 국회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의원 소개란의 취미·특기 항목에 '게임'을 적었다. 과거 게임 업계 종사자였고, 평소 게임을 즐겨 하는 그에게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류 의원이 권위 의식을 중요하게 여기거나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을 고려했다면 아마도 다른 선택을 했을 수 있다."게임에 대한 편견과 제가 겪은 (대리 게임) 논란 등을 생각해 다른 걸 쓰자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거짓말하긴 싫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우리 세대는 게임이 굉장히 익숙한 문화이고 놀이잖아요. 손으로 축구(게임)를 하는 게 익숙할 정도로요."류 의원실에서 일하는 보좌관 등의 평균 나이는 만 34세로 젊은 편이다. 의원실에서 서로를 부르는 호칭도 파격에 가깝다. 카카오 등 수평적인 사내문화를 자랑하는 기업들처럼 서로의 별칭을 부른다. 류 의원은 '호정님'이라고 불린다. "의원실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분이 40대 중반 정도고, 저와 동갑인 분도 있어요. 나이 차이가 있으니 서로의 이름만 부르면 좀 어색할 것 같아서 닉네임을 부르기로 했어요. '쏜님', '캐리'처럼요. "거침없어 보이는 류 의원도 청년의 입장에서 기성세대와의 소통이 쉽진 않다. 매일 국회에서 만나는 50대 중반의 의원들은 그의 직장 동료인 셈이다. 류 의원은 기성세대를 풍자하는 말인 '라떼는 말이야'라는 식의 비공감 대화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소위 '꼰대 문화'가 유행하는 현상을 기성세대의 '획일적인 통제'에 대한 청년들의 반감이라고 분석했다."어떤 사람이 지금의 시대를 '독재는 알아도 위력은 모르는 사람과, 위력은 알아도 독재는 모르는 사람이 함께 살아야 하는 세상'이라고 정의한 것처럼 기성세대는 거대 권력과 독재를 타파하기 위해 사회구조를 바꿔냈잖아요. 지금 청년들은 그 이후 일상 속 위력에 저항하면서 살고 있어요.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게 당연한 세상에서 내 말이 무조건 맞으니 따르라고 하는 식의 태도에 거부감을 느끼죠."류 의원은 청년, 젠더, 생태, 노동 등 기존 정치권에서 우선순위에 오르지 못했던 의제들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가 현재 준비하고 있는 포괄임금제폐지법과 채용비리처벌특례법·임금체불방지법·부당권고사직방지법 등 '청년 노동권 보호 3법'이 그 시작이다.임기가 종료되는 4년 뒤, 시민이 필요할 때 곁에 있던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류 의원의 마지막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청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인터뷰 대상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해요. 기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중년 남성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식으로 묻지 않잖아요. 청년이 국회의원이 되는 게 지금은 당연한 일이 아니지만, 앞으로는 당연한 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영준,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지난달에 이어 지난 15일에도 빨간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류호정 의원. 2020.9.21 /연합뉴스

2020-09-21 경인일보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1)그들이 걸어온 길]'82년생 지영이 아빠' 당신의 이름은

'한강의 기적' 산업화 주인공 5060 부모세대찬란했던 과거 지나고 '냉혹한 노후' 맞기도급변하는 세상속 '영수' '영숙'의 삶은 계속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한국전쟁 이후인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나 '한강의 기적'을 이끈 산업화 주역이자, 80년대 민주화 운동과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50·60 세대를 일컫는다. 산아 제한 정책 도입기를 기준으로 이 시기의 출생자와 1968~1974년 출생자를 전·후기 또는 1·2차 베이비부머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올해는 베이비부머의 맏이인 1955년생이 만 65세, 법정 노인이 되는 해이다.대한민국 현대사와 생사고락을 함께 한 베이비붐 세대는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끈 산업 현장의 역군이면서 군부독재에 맞서 싸워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피운 주인공이다. 오로지 가족과 국가를 먹여 살리기 위해 기꺼이 청춘을 바쳤다.그렇게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온 이들은 지나간 세월의 무게만큼 이제는 몸도 마음도 잔뜩 움츠러들었다. 찬란했던 과거의 자부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초라하고 냉혹한 노후의 삶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공기업에서 정년퇴직한 60대 경비원의 이야기 등을 다룬 어느 책 제목에 쓰인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이란 단어는 은퇴 이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시급 노동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들의 팍팍한 삶을 대변한다.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 내는 일상의 빠른 변화는 기성세대들의 고립감을 더하고 있다. 키오스크 주문을 하지 못해 햄버거 하나도 마음 편히 사 먹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자화상이다.경인일보는 베이비붐 세대를 상징하는 '58년 개띠' 출생자 중 가장 흔한 남성 이름인 '영수'(여성 이름은 영숙)를 이번 기획의 제목으로 달았다. 가부장적인 당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남성 이름인 영수로 정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부모 세대인 '58년생 김영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58년생 김영수-베이비부머 이야기]'58년생 김영수'중에 한 명 김원일경제발전·민주화 관통한 '세가지 삶'… 쉽지 않았던 가장의 선택 퇴직금 더 까먹기 전에 '카페 운영' 결심 자리잡나 했더니 결국 매출 줄면서 접어어렵게 택한 경비원 '갑질' 피해 당하기도옮긴 직장에선 저축도 하면서 보람 느껴직업 고민하는 또래에게 "힘내라" 응원1·4후퇴때 수원에 온 부모 밑에서 자라어릴적 꿈 '음대' 접고 은행원으로 첫발국가 힘들때 대출심사 등 역할 자부심 커6월 항쟁땐 '넥타이 부대'로 활약하기도IMF위기 10년 버티다 '퇴직' 눈앞이 캄캄저는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의 대명사로 불리는 '58년생 개띠' 김원일입니다. 앞서 보셨을 3장의 사진은 이름만 같을 뿐 각기 다른 삶의 모습이 담긴 저의 '인생 앨범'일 수도 있겠네요.빛바랜 사진은 남부럽지 않았던 젊은 시절의 '은행원', 가운데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사진은 은퇴 이후자영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커피숍 사장',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가게를 접고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지금의 저 김원일입니다.# 월남한 부모님 밑에서 58년 개띠로 태어나다1958년 2월 수원에서 태어났습니다. 그해에 제 동갑내기가 100만명 가까이 출생했다죠? '1·4 후퇴' 당시 고향인 황해도에서 수원으로 월남하고 수원교도소 교도관으로 근무하셨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어릴 적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 음대에 가고 싶었는데 은행원이 됐어요. 돌아가신 둘째 형님의 장래 희망을 대신 이룬 건데 중학교 때 매까지 맞아가며 주산 1단 자격증을 땄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서울로 유학을 다녔어요. 그때만 해도 수원에서 통학하는 데 3시간이나 걸렸던 서울 동대문상고(현 청원여고)를 나왔습니다. 그렇게 1981년 9월 반듯한 정장을 입고 국내 4대 은행으로 꼽히던 한 곳의 신입 행원이 됐습니다. 사실 운이 좋았죠. 지금과 다르게 경제가 좋을 때여서 대졸 말고 고졸만 140명 정도를 뽑았으니까요.# 가족·나라 모두 살린 은행원의 자부심어릴 적 꿈인 음대에 진학하진 못했지만, 은행원이 된 덕분에 가족을 살렸어요. 둘째 형님 사업이 1979년 석유 파동으로 휘청였는데 직원 혜택으로 은행에서 저금리 대출을 받아 집안의 큰 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했죠. 갖고 있던 주택 2채를 팔고 인천 부평으로 이사했는데 대출을 받아서 원래 살던 수원에서 집을 다시 장만할 수 있었어요. 복지 수준은 물론 사회적 지위도 꽤 높았습니다. 정부는 제가 다닌 은행의 적지 않은 지분을 갖고 있었고 국내 4대 은행이다 보니 규모도 컸어요. 당시 유명했던 한보철강 같은 대기업 말고도 기술력은 있는데 자금이 없었던 중소기업도 대출을 받으려 줄을 섰었으니까요. 마침 제가 대출 심사와 신용 평가 업무를 맡았을 때라서 우리가 빌려 준 자금으로 기업이 성장하고 국가 경제가 발전했다는 생각에 자부심이 정말 컸습니다. 그때 아마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0%가 넘었었죠?# 6월 민주화 항쟁의 현장에서저는 1986년 서울 무교동 청계천 근처 영업지점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그때 대학생들이 매일같이 서울시청, 광화문, 청와대에서 민주화 시위를 했었죠. 이듬해인 1987년 4월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씨가 호헌조치를 발표하면서 시위가 더욱 격해졌습니다. 하루는 최루탄을 맞은 학생 한 명이 우리 은행 건물로 들어와 몸을 숨긴 적도 있어요. 그해 6월 초, 전국으로 시위가 번졌고 우리 은행 직원들도 틈만 나면 거리로 나갔습니다. '넥타이 부대'라고 들어보셨죠? 영업시간에는 사무실을 지키다가 점심때나 쉬는 시간이면 밖에 나가서 청계천부터 청와대까지 학생들과 같이 목이 찢어져라 외쳤죠. 결국,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을 약속한 6·29 선언이 나오게 됐어요. 그래서 오늘날까지 전 국민이 직접 대통령 뽑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내게도 1997년 외환위기 구조조정의 칼날이그 시절 시위 현장에서 최루탄을 맞았을 때보다 더 힘든 시기가 있었죠. 외환 위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1997년이었습니다. 그해 은행에서 퇴사 압박이 있었는데 형님한테 "퇴직금을 준다는데 어쩌죠"하고 물었다가 된통 혼났습니다. "한참 키워야 할 자식이 둘이나 되는데 지금 일을 관두면 뭘 할 거냐"고 몇 시간 동안 야단을 맞았어요.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1999년 대전 영업본부에서 근무할 때도 "그만두라"는 언질을 받았어요. 그 뒤로 수원에서 2시간 넘게 걸리는 서울시 성북구에 발령이 났을 때도. 그다음엔 멀지 않은 화성시 쪽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기피부서로 인사를 내더라고요. 나가라는 거였죠. 그렇게 10여년을 버티다가 2009년 2월 일을 관뒀습니다. 어느새 부쩍 자란 두 아들의 대학 등록금만 해결할 수 있으면 되겠다 싶었어요. 은행에서 퇴직금에 자녀 학비까지 얹어서 준다더라고요.# 오갈 데 없이 막막했던 퇴직 이후 삶퇴직금 수억원을 손에 쥐었는데도 청춘을 바친 직장을 잃고 우두커니 집에 앉아 있으니 눈앞이 캄캄하더군요. 노후 대비 같은 건 퇴직 전까지 생각도 못 했죠. 그렇게 1년 반을 집에만 있었습니다. 왜 아무것도 안 했느냐고요? "함부로 치킨집 같은 거 차렸다가 망하는 거 순식간"이란 말을 주변에서 귀가 따갑도록 들었거든요. 겁도 많이 났었죠. 시청 일자리센터나 고용복지센터도 물론 가봤습니다. 은행원 경력을 살릴 만한 일자리는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거나 월급이 100만원도 채 안 되는 거였어요. 네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인데 월급 100만원 짜리 일자리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죠. 그런데 야속하게도 매달 생활비는 500만~600만원씩 빠져나가더라고요. 1년 반이 지나고 나니 퇴직금 중 1억원이 사라졌습니다. 이젠 정말 '뭐라도 해야겠구나!' 싶더라고요.# '자영업', 만만한 게 아니었다다행히 지인의 소개로 대학교나 병원 안에서만 영업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차릴 수 있었어요. 길거리의 개인 카페는 매출이 안 나올까 봐 불안했고 유명 프랜차이즈는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꿈도 못 꿨는데 운이 좋았죠. 안산의 한 대학에서 2011년 가게를 열고 2년 정도까진 괜찮았어요. 인건비가 높아서 직원 없이 아내와 둘이서만 카페를 운영했죠. 학생들이 가족처럼 우리를 맞아줬고 카페 말고 매점도 같이 운영해 매출도 높았어요. 고생한 끝에 자리를 잡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임대 계약상 갑인 학교 측이 인테리어 등에 투자하라는 거예요. 1억원이 넘는 공사비를 감당하기 어려웠어요. 말을 듣지 않으면 다른 카페 운영 업체를 들이겠다는 거 아닙니까. 다행히 저희 카페 본사의 중개로 수원의 한 대학에서 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 이곳은 학생 수가 워낙 적다 보니까 매출이 나오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이 카페 운영도 2018년을 끝으로 접었습니다.# 생계 위한 나이 든 가장의 선택 '경비원'그땐 정말 은행 퇴직 직후보다 훨씬 막막했어요. 퇴직금이 전부 소진된 건 옛말이고, 큰 용기를 내서 시작했던 자영업도 실패하다 보니까 정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편의점을 운영하는 옛 은행 동료에게 연락해 봤더니, "나름 괜찮다"고 했어요. 투자 금액이랑 리스크(위험도)가 어느 정도이고 수익은 얼마나 나오는지 계산기를 두드려봤죠. 그런데 가족들이 극구 반대를 했어요. 1년 365일 매일 24시간 동안 문을 열어야 하고 생각보다 수입이 적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더군요. 결국, 생각해낸 게 경비원이에요. 정말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습니다. 가끔 뉴스에서 경비원들이 입주민들한테서 폭행을 당하거나 갑질에 시달린다는 보도가 나오니까 겁이 많이 났죠.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됐습니다. 그런데 어떡해요. 가족들 먹여 살리고 노후도 대비해야 하는데….# 우려가 현실로… '갑질' 피해자가 될 줄이야처음 경비원으로 일하게 된 아파트 단지에서 소위 갑질을 당했습니다. 2018년 말이었죠. 우리를 관리하는 보안업체 실장이 경비대원들한테 점심시간 자신과 마주칠 때마다 "단결!"하고 거수경례를 하게 했죠. 그땐 그냥 따라서 했습니다. 동료들이 군말 없이 그렇게 하길래 '경비업계 군기가 원래 세구나'하고 생각했거든요. 3개월 정도 일을 해보니 그 외에도 무분별한 욕설은 물론 화장실 문 앞에 쭈그려 앉아 밥을 먹게 하는 등 갑질이 너무 심하더라고요. 그 실장은 60대인 우리 경비원들의 막내 동생뻘 되는 사람이었어요. 참다못해 몇몇 동료들과 뜻을 모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어요. 그 실장은 책임을 지고 다른 곳으로 떠났지만, 우리도 나중에 재계약을 못 하는 피해를 봤습니다. # 우리가 누굽니까! 멋진 인생 2막 위해 기운 냅시다! 은퇴 후 경비원이란 직업을 고민 중인 우리 또래의 사람들이 많을 텐데 일단 "용기를 내라"고 말하고 싶어요. 첫 직장에선 심한 갑질도 당했지만 지금 근무하는 아파트 단지의 보안업체는 경비원들을 충분히 배려해주거든요. 우리를 가족처럼 대해주는 입주민도 많아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나만을 위한 저축도 하고 있습니다. 나름의 노후 대비를 이제야 시작한 셈이죠. 월급이 많았던 은행원 시절엔 정작 가족들을 먹여 살리느라 저축을 한 푼도 못 했어요. 경비원이란 직업의 이미지나 급여 수준과 관계없이 큰 행복과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가 누굽니까? 대한민국 경제발전은 물론 민주화까지 이끈 베이비부머 아닙니까! 어깨 쭉 펴고 힘냅시다!./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김준,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지난 4일 베이비부머 세대 대표 격인 58년생 김원일 씨가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한국 경제발전과 민주화 운동을 비롯한 은행원 퇴직 이후 커피숍 사장, 경비원 등 겪어 온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0.9.20 /기획취재팀한국 경제성장이 활발했던 1987년 당시 5월 18일자 경인일보 지면 캡쳐. 해당 기사는 1987년 1분기에 15.6% 실질 경제성장을 이뤄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인일보DB1987년 고 박종철 군 명동성당 추도대회 관련 사진. /경인일보DB지난 4일 베이비부머 세대 대표 격인 58년생 김원일 씨가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한국 경제발전과 민주화 운동을 비롯한 은행원 퇴직 이후 커피숍 사장, 경비원 등 겪어 온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0.9.20 /기획취재팀지난 2015년 용인에서 진행된 베이비부머 세대 일자리 박람회 /경인일보DB

2020-09-20 경인일보

[新서해견문록]'김 양식 3년차' 이청수씨의 삶, "고생한 만큼 성과… 재미 쏠쏠한 곳"

인천 정착지원 사업 도움… 매년 소득 ↑11~4월 가장 바쁘고 휴업기땐 가족 여행"지난 5월부터 두 달간은 김 양식에 쓰던 그물을 걷어 해초 등 들러붙은 잡조류를 썩히는 '휴업기'입니다. 이땐 주로 가족들과 여행을 가서 시간을 보냅니다." 인천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에서 김 양식업 3년 차에 접어든 이청수(40·사진)씨는 "도시에서 직장을 다닐 땐 연차 한 번 쓰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결 여유가 생겼다"며 젊은 귀어인으로서 어촌의 삶을 설명했다. 이씨는 이날도 한 해 김 양식 준비에 한창이었다. 선재 선착장에서 어선을 타고 목섬을 지나 20분가량 걸리는 메추리섬 인근 바다가 그의 작업장이다. 작업장에 도착하자, 부표를 끄집어 올린 뒤 싣고 온 새 부표로 갈아 끼웠다. 이씨는 "이번 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김 포자를 붙인 그물을 부표에 매달아야 하는데 그 전에 청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농사로 치면 씨 뿌리기 전 밭을 일구는 작업이다. 그는 "김 포자가 자라면 찬바람이 부는 11월~4월 채묘를 하는데 그 때가 가장 바쁘다"고 했다. 이씨의 발치에는 밧줄에 달려 올라온 홍합과 꽃게가 쌓였다. 이씨는 이것을 두고 "점심 때가 지나도 뭍으로 가지 못할 때 어선에서 끓이는 라면에 넣는 지상 최고의 '천연 조미료'"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그는 인천의 한 대학에서 기계과를 졸업한 뒤 경기도 안산과 화성의 기계 가공업체에서 일했다. 지난 2018년, 영흥도에서 낚싯배와 맨손 어업을 하던 아버지에게서 "함께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해 부인과 세 살배기와 무작정 고향으로 왔다. 눈앞에는 바다뿐이었다. 막막했지만 옹진군에서 지원하는 어업인 교육을 이수하고, 청년어촌정착지원 사업을 신청해 올해 인천에서 선정된 6명 중 한 명이 됐다. 부단히 노력한 덕분에 매년 소득은 늘었고 지난해엔 꽤 '짭짤한 성과'를 거뒀다. 양식장 35㏊에 김발 630개를 걸었으나 올해부턴 20㏊ 넓혀 김발 360개를 더 걸기로 했다. 이씨는 "매일 정해진 시간 회사에 출근하는 것과 달리 어업은 어기에 따라 쉴 땐 쉬고 일할 때 바짝 집중해서 직접 그 성과를 볼 수 있다"며 "쉴 땐 갯벌에서 바지락을 캤는데 최근 농어가 좋아하는 가재 '쏙'이 많아졌다. 낚싯대를 잡고 농어 입질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 바로 여기"라고 답하면서 웃음을 보였다./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 기획취재팀글 : 김대현, 김성주차장, 박현주기자사진 : 임열수, 김용국부장,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인천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에서 김 양식업 3년 차에 접어든 이청수(40·사진)씨.인천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에서 김 양식업 3년 차에 접어든 이청수(40·사진)씨.인천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에서 김 양식업 3년 차에 접어든 이청수(40·사진)씨.

2020-08-24 경인일보

[新서해견문록-화성 백미리의 성공비결은]'새로운 어촌마을' 향해… 'N차 산업'으로 항해

가난한 마을, 2004년 체험사업 시작'U턴형 귀어인' 여유찾아 도시 떠나관광-전통어업 결합해 '신성장동력'소비 트렌드 맞춰 고부가가치 창출산업구조 변화 '재편성' 보여준 사례지난 8월 10일 오후 차 한 대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은 논길을 뚫고 도착한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 마을은 활기가 돌았다. 연일 계속되는 장마에 태풍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조용한 어촌마을의 풍경을 상상했지만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또 마을 어촌계 사무장은 구성원들에게 공동작업 공지를 올리고 질문을 받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백미리 어촌마을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어촌 중에서도 가난한 마을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마을 어장조차 확보하지 못해 마을 앞에 갯벌을 두고도 변변한 작업을 못하기도 했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시화호와 화옹방조제가 들어서면서 물길이 바뀌어 마을의 주 수입원이었던 바지락과 모시조개, 낙지, 굴 등 주요 수산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마을을 떠나는 주민이 많았다.하지만 2004년부터 어촌체험마을을 운영하면서 백미리는 어촌 성공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해산물 채취 체험부터 배낚시와 전통어법 체험을 할 수 있고, 카누·카약, 바다 래프팅 등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마을을 꾸미면서 관광객은 물론, 떠났던 주민들도 다시 백미리로 돌아오고 있다. # 힐링의 공간, 바다휴식의 공간으로 바다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삼시세끼-어촌편'이나 '도시어부'와 같은 TV프로그램이 어촌이 주는 매력을 조명하면서 큰 인기를 모았던 것처럼 도시인들이 지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바다를 찾는 것이다. 최중순(55)씨는 30여년만에 백미리로 돌아온 'U턴형 귀어인'이다. 수원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최씨는 바다가 주는 선물에 매료돼 전문어업인이 된 경우다. 최씨는 "도시에서 마음에 여유가 없다 보니 많이 벌어도 쓰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지치기 일쑤였다"며 "바지락과 꼬막을 캐는 생활은 마음에 평화와 여유를 안겨줬다. 또 부족하지 않은 소득까지 생겼다"고 말했다.김동문(61)씨는 인천 서구의 통신장비 업체에 입사해 평사원에서 사장까지 오른 샐러리맨의 전설이었지만, 지금은 어업인으로 변신했다. 이슬을 맞으며 출근하고 다시 별을 보며 퇴근하는 삶을 살던 김씨는 어느 날 떠오른 딱 한 번 낚시를 했던 그 기억이 백미리로 이끌었다고 한다. 김씨는 "봄에는 속이 꽉 찬 바지락을 볼 수 있고 여름엔 갯골 새우를, 가을엔 소라를 잡으면서 계절을 느끼는 지금, 몸도 마음도 풍요롭다"고 했다.꼭 귀어가 아니어도 어촌을 즐기는 도시인들이 늘고 있다. 어촌의 풍경을 그대로 살린 카페와 식당 등이 이같은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도시와 다른 독특한 풍경과 분위기가 주는 휴식을 찾아 몇 시간이 넘는 길을 재촉해 어촌 명소를 찾고 있는 것이다. 강화도에는 명소로 알려진 크고 작은 카페가 몇 년 사이 120여개 들어서 도시인들에게 쉼표가 돼주고 있다.휴식을 쫓는 도시인들의 수요를 보여주듯 어촌지역 해양 관광객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를 기준으로 지난 2014년 1천559명에 불과했던 해양관광객 수는 2018년 4천792명으로 연평균 32.4%나 증가했다. # 새로운 부촌으로 떠오르는 어촌기술의 발전으로, 또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어촌이 새로운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인천 바다의 주요 생산품으로 떠오른 김 양식은 과거 '김 고장으로 딸 시집보낸 심정'이라는 속담이 생겼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지금은 채취에서 가공까지 모두 기계화됐고 가공은 공장에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간다고 한다. 지난해 경기도에서만 2만1천648t이 생산돼 농가당 수익이 약 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매년 김 생산량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농가당 수익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백미리 마을은 지난 2016년 어가 공동체 소득을 증대하기 위해 수산물의 출하·유통·가공·수출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협업적 경영조직을 설립하고, 수산물 가공공장도 준공했다.수산물 가공공장은 바지락, 낙지 등 백미리에서 공동으로 생산하는 수산물뿐만 아니라 전국의 어촌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을 수매해 가공·포장을 거쳐 연어장, 낙지장, 전복장, 꼬막장 등으로 상품화한다.이곳에서 생산되는 각종 수산가공식품은 '백가지 맛 백가지 바른먹거리 바다 백미'라는 브랜드로 체험마을에서 직접 판매하거나 백화점 등에 공급한다. 대만과 홍콩 등 해외 수출도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푸드 온라인 쇼핑몰에도 입점해 전국 어디서나 백미리 마을이 내놓은 백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 관광산업이 전통어업과 결합하면서 어촌에 신바람을 더하고 있다. 백미리 어촌계 이창미(57) 사무장은 "백미리를 찾아온 관광객들은 돌아갈 때 마을에서 생산한 수산물을 사가고, 또 백미리 수산물이라면 믿고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단골 손님을 얻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관광과 수산업, 수산물가공업이 하나의 사이클로 부가가치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아울러 백미리마을이 새로 시도하는 어촌스테이, '체재형주말농장'도 주목할만하다. 귀어를 꿈꾸는 도시인들에게 1년간 어촌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어촌에 적응하도록 하고 도시인들의 시각에서 어촌의 변화를 이끌어내면서 강한 어촌이 되고 있다.4차 산업혁명을 논의할 때 제조업 등 흔히 2, 3차 산업의 위기를 말하고 이미 1차 산업은 설 곳을 잃어버린 사업처럼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갯벌이 자원의 전부라고 했던 서해안의 작고 가난한 어촌마을이 어업부터 수산물가공, 유통, 관광, 숙박 등 1~4차 산업을 한 데 담아 국내 수산업 6차산업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는 기존 사업의 쇠퇴와 동의어가 아닌 새로운 산업의 기회, 산업의 재편성을 뜻한다는 것을 사례로 보여주는 셈이다./기획취재팀 ▶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 기획취재팀글 : 김대현, 김성주차장, 박현주기자사진 : 임열수, 김용국부장,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지난 16일 오후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 어촌체험마을을 찾은 어린이가 조개 캐기 체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지난 16일 오후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 어촌체험마을을 찾은 어린이가 조개 캐기 체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지난 16일 오후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 어촌체험마을을 찾은 어린이가 조개 캐기 체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0-08-24 경인일보

이춘재 8차 사건 수사 경찰관, 재심서 '진술조서 조작' 인정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의 강간치사 재심 재판에 당시 수사 경찰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미완의 사과'를 했다.11일 오후 2시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박정제) 심리로 열린 윤씨에 대한 5차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당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화성경찰서 형사계 소속 경찰관 A씨가 출석했다.A씨는 윤씨를 연행한 1989년 7월25일 오후부터 윤씨를 상대로 작성된 진술조서 2개와 피신조서 3개 중 대부분인 4개를 맡아 썼다. 윤씨를 검거한 공로로 A씨는 당시 경장에서 경사로 특별 승진했다.증인은 이 과정에 실제 진술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수사보고와 진술서를 보고 조서를 꾸몄다고 시인했다. A씨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렇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며 진술을 조작해 작성한 게 맞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맞다"고 답변했다.앞서 검찰 측 주신문과 피고인 측 반대신문에서 A씨는 윤씨를 검거한 이유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들었다.한편 오는 24일 오후 2시 열리는 윤씨 재심 재판에는 당시 수사 경찰관 2명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2020-08-11 손성배

확 달라진 전시품·동선으로 '관객 맞이'… 11개월 리모델링 마친 경기도박물관

상설전시실, 고려·조선등 시대별로 개편3년간 설문 바탕 선호하는 유물 선별 전시경기도박물관이 11개월에 걸친 리모델링을 마치고 베일에 가려졌던 모습을 드러냈다. 도박물관은 최근 재개관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역사실·문헌자료실·민속생활실 등 분류사적으로 구획됐던 상설전시실을 선사시대·고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등 시대별로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도박물관 리모델링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지난달 말에 끝났는데 리모델링 후 모습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인에게는 4일부터 공개된다.전시실이 개편되면서 종이 유물 상당수가 토기 등으로 대체되는 등 전시품목도 바뀌었다.심대 호성공신교서(보물 제1175호), 유수 초상(보물 제1176호), 김유 초상(보물 제1481호), 증급유방(보물 제1577호) 등 문헌자료·초상화 상당수가 지하 1층 수장고로 옮겨졌다.대신 삼국시대 토기 300여점 등 선사시대·고대 유물이 추가돼 1층 선사·고대실에 전시되고, 고려·조선시대 유물수도 늘어 2층 고려·조선실에 대대적으로 편성됐다. 추가된 유물은 모두 도민 기증으로 채워졌다. 박물관 측은 유물 총 3만5천 점 중 60% 가량이 도민 기증으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 중 정묘호란 시기 재상으로 활동했던 조선 중기 대학자 백헌 이경석이 1668년 현종에게 하사받은 궤장(의자와 지팡이)은 대표 유물로 선정돼 고려·조선실 중심에 배치됐다.아울러 기존 기획전시실은 도민 기증품을 전시하는 참여 기증실로, 기증유물실과 서화실은 기획전시실로 바뀌었는데, 현재 기획전시실에서는 재개관 기념 특별전 '경기별곡: 민화, 경기를 노래하다'가 관람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곳에는 도내 거주 중인 민화 작가 30명과 미디어아트·설치 작가 4명이 경기도의 문화유산·역사적 인물·역사적 사건과 조선 후기 화가 장한종의 '책가도' 및 정조를 소재로 작업한 작품 40점이 전시된다. 김성환 관장은 "경기도의 역사를 관람객이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동선을 중점에 두고 리모델링을 추진했다"면서 "또한 최근 3년간 관람객이 선호하는 유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해당 분야 전공 학예사가 전시 유물을 최종 선별했다"고 밝혔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리모델링 후 경기도박물관 1층 선사·고대실에 새롭게 전시된 삼국시대 토기 300여점.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2020-08-03 이여진

[토론합시다-보호종료아동을 아시나요]막막하게 홀로 선 '18세 어른' 주저앉게 만드는 '사회 편견'

보육원·위탁가정 등서 자란 아동수당 500만원 끝으로 자립 내몰려관련교육 못받아 범죄표적 되기도열심히 살려는 노력도 '폄하' 일쑤만 18세, 우리 나이로 20살이 됐을 때 여러분은 부모님 곁을 떠나 모든 일을 혼자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월세 등 집값을 스스로 해결하고 대학 등록금도 생활비도 모두 여러분이 일해 번 돈으로 '알아서' 잘 살아가야 한다면, 아무래도 막막한 기분이 들 겁니다.법적으로 만 18세 이전까지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살았던 아동들이 만 18세가 되면 그 보호가 끝나고 '홀로서기'를 해야 합니다. 그런 아동을 아동복지법 용어로 '보호종료아동'이라고 부릅니다.아이들이 정부의 보호를 받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부모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보호아동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셨거나, 이혼했거나 등의 이유로 아이를 키울 부모가 없어 보육원 등 시설에 보내지거나, 조부모와 친인척 등이 돌보는 위탁가정에서 자랍니다. 이런 경우 정부가 보육원, 위탁가정 등의 '신청'에 의해 보호아동을 위한 아동수당 등을 지원하며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하지만 정부의 보호가 종료되면, 아이들은 혹독한 자립을 해야 합니다. 자립수당 형식으로 500만원의 지원금을 주긴 하지만 오히려 자립수당이 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사전에 자립교육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자립수당을 신청하는 방법도, 월세를 계약하는 방법도, 금융권에서 신용카드를 만드는 것도 아이들에겐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보호종료아동들 역시 보육원에서 혹은 위탁가정에서 학교를 다니며 평범하게 자라 온 학생들입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자립교육을 위한 자립지원전담기관 등에 이들 아동에 대한 사례관리 및 교육 등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개별 아동마다 처한 환경의 차이가 너무 달라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 이들을 지켜 줄 주변의 어른이 없다는 점을 노려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경기도를 비롯해 국회 등에서도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에 필요한 제도를 재정비하고 필요한 부분은 법을 개정하는 등의 노력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집행하는 기초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이 보호종료아동에 대해 잘 모르고 있거나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도 아동이 직접 신청을 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의 시선'입니다. 보호종료아동들이 보호아동때부터 부정적인 시선과 말을 오롯이 견뎌왔습니다. 경인일보가 직접 만난 보호종료아동들의 인터뷰(7월 20·21·24일자 7면 보도)를 살펴보면 아이들은 '나라 좋아졌다' '기생충' '은혜 갚아라' 등 가시돋친 말을 들으며 자존감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습니다.하지만 경인일보가 만난 보호종료아동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삶을 개척하고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주위에도 이 같은 친구들이 있나요?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상처로 남진 않았는지 생각해 봅시다./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경인일보에서 보호종료아동을 다룬 기획기사 지면. /경인일보DB

2020-07-26 공지영

[코로나19-로컬의 재발견]건축가 유현준이 말하는 '도시의 재구성'

위치만 달라졌을 뿐 공간체계 같아1·2기와 차이 미미… 베드타운 양산경인 구도심 대부분 '서울 복제품''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교육도 변화전교생 개념 시대 맞춰 달라질 수도필수 기능만 하는 '위성 학교' 고민테라스등 집의 실내공간 요구 증가지역 '빈 시설' 사회 요구따라 이용도시와 건축에 대한 참신한 해석으로 주목받은 건축가 유현준(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변화의 기회'라고 강조한다. 프랑스 파리가 장티푸스와 콜레라 등 물을 매개로 전파하는 전염병 예방을 위해 하수도를 설치해 전염병에 강한 매력적인 도시로 탈바꿈한 것처럼, 한국의 도시도 매력을 갖출 기회이자 우리 생활을 둘러싼 공간과 시설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그를 직접 만나 코로나19 이후의 도시와 건축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아니다. 위험한 시기가 지나면 예전과 똑같이 돌아갈 것이다'라는 의견이 모두 나옵니다."12시로 향하던 방향이 3시나 6시 방향으로 급격히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분명히 2시 정도로는 갈 거예요. 왜냐하면 한국이 근대화된 게 50~60년 됐다고 하면 그동안 한 번도 의구심을 지니지 않았던 데에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됐어요. '회사나 학교를 가지 않아도 일하고 공부할 수 있구나'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죠. 왜 3시나 6시가 아니라 2시 방향으로 가냐 하면, 본래 12시로 밀어왔던 힘, 본능적으로 푸시(push)하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바뀌지는 않고 방향이 수정될 것 같습니다." - 변화의 중심에 학교가 있습니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으로 회사도 집도 변했는데, 학교는 어떻게 바뀔까요?"학교수업이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대체되고 있지만,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학교는 낮 시간 동안 아이를 맡아주는 탁아소 기능, 공동체를 체험하게 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런 부분은 온라인으로 대체가 안 됩니다. 그런데 지금 학교의 모습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의 간격이요. 초등학교는 몇㎞ 간격으로 떨어져 있고, 그게 반경 2~3㎞ 내에 있는 마을을 '커버'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이 좋을지 하나의 초등학교를 10개로 쪼개는 게 좋을지 생각해 보면 돼요. 많은 사람이 모일 때 전염병이 한 번에 퍼질 수 있는데 우리 사회에 학교 같은 대규모 집합시설은 별로 없습니다. 어찌보면 회사보다 커요. 100명 넘는 회사는 많지 않지만, 학교는 동네마다 몇백 명씩 모여 있잖아요.'전교생'이란 개념을 굳이 사용해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우리 시대의 개념과 다른 세대의 '전교생' 개념이 다를 수 있어요. 아이를 봐주고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300명이 다니는 학교를 얼마든지 쪼갤 수 있습니다. 세틀라이트(satellite·위성) 스쿨 같은 거죠. 작은 학교를 여러 군데 만들어서 필수적인 기능만 할 수 있게 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교육이란 게 누군가 '학교는 9시까지 와야 하고, 하교는 4시에 하는 거야', '한 선생님이 한 교실을 담당하자'는 걸 정하고 그런 것에 의해 100년 정도의 교육이 결정된 것이거든요. 어떤 '라이프스타일'로 사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 이런 걸 고민하고 구상하는 사람이 있다면 향후 100년에 영향을 미치게 돼요."- 도시 디자인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도시들을 만들어도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앞으로 도시계획을 할 때는 코로나19로 발생한 변화를 감안해야 합니다. 3기 신도시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3기 신도시는 위치만 달라졌을 뿐 공간 체계가 같습니다.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진 게 없어요. 전면 재검토해야 하고, 더 이상 그런 식의 신도시 계획을 세우는 건 그만둬야 한다는 게 제 입장입니다. 베드타운을 만드는 방식인데, 사실 1· 2기 신도시와의 차이도 모르겠어요. 시기의 차이일 뿐인 것 같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신차를 내놨는데 보닛과 그릴만 바꾼 수준인 거죠. 지금 도시 계획은 몇백만 명이 아침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동시에 이동하는 걸 고려해서 짜여졌는데 이런 부분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경인 지역에 있는 구도심이라 할 만한 곳들은 대부분 서울의 카피(copy·복제품)된 모습이에요. '오리지널(원본)'이 있고, '카피'가 있다면 오리지널에 가지 카피에 머물지 않을 겁니다. 로컬 만의 매력적인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하고, 3기 신도시에는 '매력포인트'가 없으니 다른 방식의 도시 계획이 필요해요." - 집의 변화도 나타날까요?"벌써부터 건축 의뢰하시는 분 중에 실내 공간을 키워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예전엔 테라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 잘 안 듣더니 지금은 테라스가 꼭 필요할 것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코로나19로 집 안에만 머물러 본 경험 때문이에요. 침실을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침대가 침실의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요. 예전에 요와 이불로 생활할 때는 개어 놓으면 그 자리가 밥 먹는 공간이 됐잖아요. 지금은 침대라는 가구가 들어간 자리는 하루 8시간만 사용하는 죽은 공간이 됩니다. 예전에 낮에 밖에서 생활할 때는 그 공간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집에만 있으니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접을 수 있는 침대, 가변형 침대 같은 걸 생각하게 됩니다. 실내에서도 야외를 볼 수 있는 테라스에 대한 요구가 많아질 거에요." -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대규모 인구가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시설들, 예를 들어 크루즈터미널이나 컨벤션센터, 공연장은 어떻게 될까요. 사람이 모이지 않을 수 있는데 이 시설들은 사용을 못하게 되는 걸까요?"도시의 빈 공간이나 비게 된 시설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했지만 만들지 못했던 도서관 같은 걸로 이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크루즈 여객선을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면, 그 시설은 물 위에 떠 있어서 완벽히 격리됐다는 게 특징입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병원으로 쓰기 적합한 거죠. 건강검진센터로 쓸 수도 있구요. 나머지 시설은 차차 이용 방법을 고려해봐야겠지만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은 역을 개조한 거고 루브르 박물관도 궁전이었던 곳이잖아요. 보물을 쌓아놓고 있다가 그냥 박물관으로 바꿔 쓰기로 한 거에요. 목적에 맞지 않아서 못 쓰는 게 아니라 시설이나 공간은 얼마든지 필요에 따라 용도를 바꿔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기획취재팀■ 유현준은…▲ 1996.01 ~ 1996.12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아크 랩▲ 2003.01 ~ 2005.02 리차드 마이어 아키텍츠▲ 2005.03 ~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2007.10 현준유아키텍츠 대표 건축가▲ 2009.12 ~ 2010.12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교환교수▲ 2010.10 한국현대건축 아시아전 초대작가▲ 2013.04 ~ 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 2019.04 스페이스컨설팅그룹 설립▲ 2019.04 ~ 스페이스컨설팅그룹 대표 건축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기획취재팀글 : 김성호·민정주차장, 신지영기자사진 : 김용국부장, 김금보·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성옥희차장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가 코로나 19 이후의 도시와 건축의 변화에 관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가 코로나 19 이후의 도시와 건축의 변화에 관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스머프 마을 같은 '위성 학교' 상상도.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가 코로나 19 이후의 도시와 건축의 변화에 관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

2020-06-23 경인일보

[코로나19-로컬의 재발견]어느 가족의 '변화된 일상'

아들 둘 키우는 성남 전기정·양신덕씨 부부코로나 사태후 탄천 라이딩·주말농장 분양사람 많은 곳 피하니 "지역사는 재미 알아가"자연스레 '마을쇼핑' 지역화폐 사용도 늘어"가끔 비싸도 시간벌고 필요한 만큼 사게돼" 짧은 시간동안 우리 삶을 뒤흔든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은 지역의 평범한 한 가정의 일상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IT업계에서 일하는 아내와 두 아들(초등학교 3·5학년)과 함께 성남시에 사는 전기정(43)씨 가정도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의 한 가운데 있다."집 가까운 곳에 탄천이 있다는 것을 지금처럼 다행스럽게 느껴본 적이 없네요."전씨는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하고 나서야 탄천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요즘 전씨 가정에서는 인라인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타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라이딩이 중요한 주말 일정이 됐다. 전씨는 "갈 곳이 마땅치 않은데, 만약 탄천마저 집 주변에 없었다면 매 주말이 너무 지루하고 막막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전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와 탄천은 지하보도로 연결돼 있다. 아파트 통로에서 탄천까지의 거리는 100여m에 불과하다. 한창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시기의 아들들이 차량 통행이 빈번한 도로를 건너지 않고도 빠르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고 탄천에 도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들은 새로 산 자전거를 매일 같이 타고 나가 땀범벅이 돼서야 돌아왔다. 전씨 부부도 10여년 동안 한 번도 신은 적 없는 인라인스케이트를 신발장에서 꺼내어 깨끗이 닦았다. 두 아이들과 함께 바퀴를 구르며 탄천변의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면 감염병에 대한 걱정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전씨는 "집 문밖을 나서자마자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점이 엄청난 행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내가 사는 지역, 마을 주변에 뭐가 있는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살펴보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이보다 더 두드러진 변화는 채소를 기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내 양신덕(43)씨는 지난 2월 말께 집에서 2㎞ 떨어진, 차로 5분 거리의 낙생저수지 인근 주말농장을 찾았다. 15㎡의 비옥한 땅을 1년 동안 분양하는 비용은 12만원이다. 이들 가족은 텃밭에 치커리, 상추, 적상추 등 쌈채소와 감자, 고추, 대파, 수박 등을 심고 주말 이른 아침이나 초저녁마다 찾아가 작물을 돌본다. 쌈채소를 수확하는 날에는 온 식구가 삼겹살 파티를 벌인다. 이 가족에게는 수년 전 의욕만 앞서서 집과 1시간여 거리에 있는 주말농장을 분양받은 후 제대로 작물을 돌보지 못해 낭패를 본 경험이 있었다. 양씨는 "5분 거리에 주말농장이 있어 행복하다"며 "지역에 사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이전 전씨 가정의 주말 풍경은 어땠을까. 이들 가정의 주말은 이동으로 시작해 이동으로 끝나곤 했다.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테마파크에 가거나 일상에서 벗어나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집에서 가능한 먼 곳으로 떠났다. 그게 아니면 한달에 1번 정도는 축구를 좋아하는 둘째 아들의 클럽리그 참가를 위해 가깝게는 화성이나 용인, 멀게는 천안 등지를 다니거나 1시간여 거리인 인천과 부천에 있는 양가 부모님 댁을 찾아가 주말을 보냈다.그러나 설 연휴 이후로 부모님 댁에 방문하는 대신 안부전화로 대신했다. 당연하게 누릴 수 있었던 일들이 중단됐다. 전씨는 "둘째 아들 녀석이 좋아하던 축구클럽 경기도 언제 다시 열릴지 알 수 없고, 여행을 가거나 테마파크에 놀러 간 것도 언제였는지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며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미덕이 아닌 세상이 낯설다"고 했다.전씨 가정은 지난 5월부터 매달 1일에 성남시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 50만원 어치를 지류 상품권으로 사서 온 가족이 동네 쇼핑에 쓰고 있다. 50만원은 개인 월 최대 구매 한도다. 성남시는 코로나19로 침체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지난 5월부터 지역 화폐 할인율을 10%까지 높였다. 양씨는 "카드를 들고 있어야만 쓸 수 있는 전자화폐와 달리 지류 화폐는 온 가족이 나눠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45만원으로 50만원어치 상품권을 살 수 있는 혜택도 매력적이다"고 했다.자연스레 대형마트를 찾는 횟수는 줄었고 동네 상점에서 돈을 쓰는 경우가 늘었다. 이들 가정은 소·돼지·닭고기는 아파트 상가에 있는 '아빠가 준비한 고기'라는 상점에서, 야채와 과일은 역시 아파트 상가에 있는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산다. 양씨는 "동네 상점에서 판매하는 물건이 마트보다 더 비싼 경우도 종종 있기는 하지만, '시간 낭비', '기름 낭비'하지 않고 집 앞에서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만 사서 쓰는 장점이 더 크다"고 했다. 전씨 가족은 코로나19에 적응해 집안 방 배치도 바꾸었다. 그동안 두 아들은 한 방에서 함께 공부했지만 최근 공부방을 나누었다. 학교 수업의 상당 부분이 원격수업 형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서재로 쓰던 방은 양씨의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책상을 추가로 배치했다. 양씨는 확진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던 지난 3월 한 달 동안은 집에서 근무했고, 지금은 매주 1차례 수요일마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양씨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방이 해야 하는 역할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주변에는 최근 들어 '집 꾸미기'를 하는 집들이 많다"고 말했다./기획취재팀▶디지털 스페셜 바로가기 (사진을 클릭하세요!) ※ 기획취재팀글 : 김성호·민정주차장, 신지영기자사진 : 조재현·김도우기자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성옥희차장전기정(43)씨 일가족이 집 근처 탄천에서 인라인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타며 즐거운 주말을 보내고 있다.전기정씨 일가족이 집에서 2㎞ 떨어진 주말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쌈 채소를 수확하고 있다.전기정씨 둘째 아들 전한준(10)군이 가정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2020-06-21 경인일보

지나는 車에 '각'세운 수원 행리단길 과속방지턱

수도관 파손이유 제대로 매설못해운전자들 "충격 과해" 민원 줄이어수원시, 석공 고용·시설개선 나서수원시가 수억원을 들여 수원의 '핫플레이스'로 도약한 행궁동 테마거리, 일명 '행리단길'의 보행환경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개선해 만든 과속방지턱이 되레 시민들의 볼멘소리를 자아냈다.도로와 맞닿은 과속방지턱 부분이 직각으로 구성돼 아무리 속도를 줄여 운행해도, 차체에 충격을 주는 까닭이다.수원시는 관련 민원을 접수하자마자 과속방지턱 개선작업에 들어갔다.3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1월부터 7억원을 들여 행궁동 테마거리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근처에 위치해 주말이나 공휴일 데이트 명소로 자리 잡았지만, 바닥재가 패이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과속방지턱 일부가 깨지는 등 기존 도로가 낡으면서 정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과속방지턱이 지하 수도관 등 이유로 제대로 매설되지 못하면서 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직각으로 구성돼 문제가 됐다. 더 깊게 땅을 파내 매설하면 차량이 지나며 과속방지턱에 가하는 충격이 수도관으로 전해져 파열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과속방지턱 일부 부분이 노면 위로 드러났다.국토교통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과속방지턱의 표준 규격은 폭 3.6m·높이10㎝(소로:폭 2m·높이 7.5cm)의 원호형이다. 또 도로 포장 재료와 동일한 재료로 도로와 일체가 되도록 설치하는 게 원칙이다.실제 행궁동 테마거리에 만들어진 7개 과속방지턱 모두 도로 포장 재료와 비슷한 석재로 조성됐다. 이에 인근 상인들 또한 우려를 표했다. 한 상인은 "관광지 특성상 과속방지턱은 당연한데, 이렇게 각이 심한 방지턱은 처음"이라며 "아무리 저속으로 넘어가도 쿵쾅 소리가 상가까지 나는데, 자칫 좋지 않은 이미지가 생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해당 과속방지턱을 지난 차량운전자 또한 "시속 30㎞ 이하로 달렸는데도 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이 심하더라"며 "너무 각이 지고, 높아서 조만간 휠이나 타이어에 문제가 생기는 차량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문제가 제기되자 시는 즉각 과속방지턱 개선에 착수했다. 전문석공 2명을 고용해 과속방지턱을 완만하게 깎기로 한 것. 시 관계자는 "기존 플라스틱 과속방지턱이 깨지고,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아 교체했는데, 생각보다 각진 방지턱으로 조성된 것 같다"며 "4일까지 전문 석공을 동원해 경사를 완만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수원 행궁동 테마거리 보행환경 정비사업으로 만든 각진 과속방지턱이 시민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3일 오전 수원시가 전문석공을 동원해 방지턱 경사를 완만하게 깎는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20-06-03 김동필

폭우에 물바다… '장마 걱정에 잠긴' 수원 SK V1 중고차단지

개업 3개월밖에 안된 새 중고차 단지큰비 내린 18일, 옥상서 누수 소동입주업체 직원 부실공사 의심 확산관계자 "유리마감 문제·보수 예정"문을 연 지 3개월밖에 안 된 '수원 SK V1 MOTORS' 중고자동차 매매단지가 최근 쏟아진 폭우에 못 견뎌 건물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했다.건물 내 천장 여기저기 비가 내리는 듯한 정도로 물이 새자 입주업체 직원들 사이에서는 옥상층 방수와 관련해 부실시공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오후 4~5시 사이 수원지역에만 약 29㎜(기상청 관측자료 기준)의 폭우가 내린 지난 18일(일 강수량 36㎜) 매매단지 건물 지상 6층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낼 통을 가져다 놓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지상 6층의 매매단지 건물 옥상 일부에서 누수가 발생, 천장의 최소 5개 지점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복도 바닥에 물이 차고 있었기 때문이다.지난 2월 입주를 시작해 현재 80여개 업체가 들어서 있는 매매단지는 경기지역 최대 중고차 시장이 조성된 수원지역의 최초 자동차 복합매매단지라는 점에서 착공 때부터 관심을 끌었다.지역 중고차 업계도 그동안 중고차 매매만 해왔던 기존 단지와 달리 상업시설까지 복합된 대규모 단지가 만들어져 시장이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하지만 영업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건물 곳곳에 심한 누수가 발생하면서 혹시라도 건물 내 부실공사가 있었던 것 아닌지 직원들은 의심하고 있다.한 입주업체 직원 A씨는 "누수가 너무 심해 건물 옥상에 올라가 보니 바닥 여기저기 심한 균열이 생겨 이미 일부 보수가 이뤄진 흔적이 있었다"며 "다음 달 말이면 장마철이 다가올 텐데 원인을 빨리 찾지 못하면 코로나19에 가뜩이나 손님이 적은데 그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호소했다.매매단지 관계자는 "어제(19일) SK건설에서 점검을 나왔고 다시 보수작업이 있을 예정이다. 옥상 방수 문제는 아니고 건물 최상층 유리로 마감된 부분 실리콘 어딘가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옥상 일부 균열 때문에 보수 작업한 건 맞지만 균열이 생겼다고 마감 하부 방수층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수원지역에만 시간당 29mm 강수량의 폭우가 쏟아진 다음날인 지난 19일 대규모 복합단지로 문을 연지 3개월밖에 안 된 '수원 SK V1 MOTORS' 중고자동차 매매단지 건물 최상층인 6층 복도에 천장에서 새는 물을 받기 위해 직원들이 가져다 둔 통이 여기저기 놓여져 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2020-05-20 김준석

이춘재 8차사건 재심 檢·변호인 "위법 수사·증거 오류"

'이춘재 경기남부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54)씨.출소 이후에도 10년간 자격정지 명령 탓에 지난 4·15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난생 처음 투표권을 행사했다.윤씨는 "화성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리기 전에는 선거권이 있었지만 행사하지 못했다"며 "범인으로 몰려 20년 넘게 징역을 살면서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게 됐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고생했다"고 말했다.윤씨의 살인, 강간치사 혐의 사건을 맡았던 수원지법 형사합의2부는 1989년 10월20일 윤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윤씨의 나이는 22세였다.상급심에서 윤씨의 상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씨는 무기징역 확정 판결을 받고 20년을 복역한 뒤 지난 2009년 청주교도소에서 가석방됐다.이춘재가 지난해 이 사건 범행을 자백했다. 윤씨는 박준영 변호사,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이주희 변호사와 함께 지난해 11월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19일 오전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박정제)는 윤씨의 재심 사건 첫 공판을 심리했다. 이날 검찰과 윤씨 측 변호인은 나란히 "위법한 수사가 명백하고, 유죄의 증거로 사용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음모 감정결과에 조작 또는 오류가 있다"고 했다.박 변호사는 현장검증의 위법성에 대해 주장하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추억'의 한 장면을 재생하기도 했다.재판부는 이날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박양 사건 당시 현장에서 채취한 음모 2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2차 공판은 오는 6월15일 오후 2시 수원법원종합청사 법정동 501호에서 열린다. 윤씨가 일하던 농기계수리센터의 사장 홍모씨 등 3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2020-05-19 손성배

[경기도 가구산업 발전방안 토론회]"협동조합 중심 '혁신 생태계' 만들어 수출 경쟁력 갖춰야"

'1차 5개년 계획' 산업규모 성장 불구수출 8.1% 불과… 대기업 진출도 문제품질 유럽수준… 가격경쟁 中에 밀려선진국 능가 환경규제 대응 여력 부족흩어진 업체들 집적땐 고급인력 늘것각 주체 유기성 향상 '플랫폼' 구축을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는 제32회 중소기업 주간을 맞아 경기도 가구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기도 가구산업 발전 방안' 토론회를 경인일보와 공동 주최했다.11일 경인일보사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현재 경기지역 가구산업과 관련 경기도 가구 제조업 고용 증가율이 전국 수치를 뛰어넘을 정도로 높은데 기술과 가격 등에서 대기업에 밀려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경기지역 기존 가구 협동조합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혁신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참석자들이 모두 입을 모았다.# 커지는 대기업에 시름 앓는 중소 가구기업경기도는 지난 2014~2018년 추진한 1차 가구산업 5개년 발전계획으로 도내 가구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음에도 대부분 매출이 내수에 그쳐 해외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황영성 경기도 특화기업지원과장은 "경기도 가구시장 규모는 2013년 3조9천억원에서 2017년 5조8천억원으로 늘어날 만큼 지속 성장하지만 전체 생산액 대비 수출은 평균 8.1%밖에 안 될 만큼 수출 경쟁력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케아나 한샘·현대리바트·에넥스 등 대규모 가구기업의 도내 진출과 매장 확대 영향에 중소 가구기업은 자체 브랜드 개발과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재 경기도 가구산업에 대해 평가했다.이날 참석한 가구업계 토론자들도 경기도의 5개년 발전계획이 지역 가구산업 인프라 조성에 큰 역할을 했지만 국제 산업 관점에서는 품질에 비해 가격이 높아 도내에서 사업을 늘려가는 대기업과 견주기 힘들 정도로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했다.이에 김현석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전무이사는 "국내 가구산업은 국제적 입지에서 품질이 유럽과 대등할 정도로 우수하다"며 "그런데 가격 경쟁력은 중국보다 낮고 디자인 기술도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다"고 지적했다.정오균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이사도 "대규모 가구 제조업체 외에 인테리어 기업도 시장에 대거 진입해 영세 가구업체가 도산하는 경우가 파다하고 선진 해외국을 능가하는 환경규제에 대응할 여력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경기도 가구산업 지역 '여기저기' 산재 "산업단지 집적 필요"경기도 가구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먼저 도내 곳곳에 흩어진 가구 제조시설과 관련 업체 등이 집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김현석 전무이사는 "도내 가구단지와 관련 시설은 포천·광주 등을 비롯해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퍼져 있는데 집적 효과를 낼 시설이 마련되면 고령자나 외국인 노동자만 몰리기 보다 전문 디자이너 등 고급 인력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 간 협업은 물론 원·부자재 구매와 물류비·임대료·부대시설 등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하지만 가구산업 집적 효과를 위한 산업단지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들도 제시됐다. 정용주 경기도가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산업단지가 조성되더라도 입주 조건 중 일부 가구업종은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판교테크노밸리와 같은 IT 산업단지와 달리 인프라가 열악해 우수 인력 수급도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정오균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이사는 "업체가 모여 있으면 여러 비용 절약 효과는 생기지만 대상 업체별로 이전이 가능한지와 이전에 따른 인력 유지 어려움 등에 대해서도 검토를 꼭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 협동조합 중심 '혁신 생태계 조성'으로 경쟁력 키워야 이날 모든 토론자들은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하고 곳곳에 산재 돼 있는 경기도 가구산업을 위한 해결 방안으로 지역 가구 협동조합이 중심이 된 새로운 '혁신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개별적인 중소 가구기업 지원보다는 전반적인 업계의 경쟁력을 높일 플랫폼 등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김 이사는 이에 대해 "2012년 가구산업이 경기도 특화산업이 된 이후 지난해까지 사실상 유명무실했고 가구 업계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위기에 직면했다"며 "상황을 타개하고 도내 가구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공동 목표를 세워 유기적 협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형식적 플랫폼 조성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 성과를 나타내기 위한 내실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진동 경기중소벤처기업청 조정협력과장은 "플랫폼이 이제 단순히 중간 역할만 해주는 게 아니다"라며 "중간에 모인 정보와 각 주체의 유기성을 향상시켜 단순한 플랫폼이 아닌 진정한 가구산업 혁신 클러스터가 되도록 모두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 이사장은 "경기도 가구산업 생태계 조성과 이외의 공동·협력사업을 나중에 진행할 경우 기존에 네트워크가 형성된 중소기업협동조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해야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도 경기도 가구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단순한 플랫폼 조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황영성 과장은 "가구산업 위기는 물론이고 포스트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경기도 가구산업의 혁신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시기"라며 "경기도가 1차 발전계획은 2018년 마쳤고 지난해부터 2차 계획에 들어갔는데, 조만간 경기도 차원의 가구산업 토론회를 다시 열어 필요한 사항이 꼭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이번 토론회를 마련한 이기중 중기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은 "이번 토론회는 정부·지자체와 지역 업계가 경기도 가구산업 발전을 위해 논의하는 뜻깊은 시간이었고 앞으로 토론이 지속돼 성과로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참석 패널: 이기중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홍진동 경기중소벤처기업청 조정협력과장, 황영성 경기도 특화기업지원과장, 조광주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위원장, 추연옥 중소기업중앙호 경기중소기업회장, 정용주 경기도가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김현석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전무이사, 정오균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이사, 조영상 경인일보 경제부장.11일 오전 경인일보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기도 가구산업 발전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20-05-11 김준석

[미래사회포럼]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교수 강의, "인공지능 시대 산업 경쟁력 확보… 디지털 이행 앞장선 선례 배워야"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7일 경인일보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8기 미래사회포럼 강연에서 '인공지능 현황과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이 교수는 "현재 어떤 인공지능 기법들이 실제로 기업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한 스타트업들을 소개하려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떤 AI 방법론이 나온다고 해도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과 자원의 제약조건을 충족시키는 인공지능 시스템의 최대 또는 최소 함수 값을 구할 수 없다"며 "도메인을 잘 정해야 하고, 도메인에 따라 Human-AI Mixed System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인공지능 관련 투자 및 경제참여 전략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완전 자율 블록체인보다는 사용자 중심의 책임 있는 서비스를 지향하는 회사나 특정 분야에 인공지능을 잘 적용해 고객 가치를 확실히 제공하는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향후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목표와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이 산업화에서 정보화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이행을 앞장섰던 것에서 배워야 한다"며 "가장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개발해 나가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만들어가는 전략 외에는 없다"며 강의를 끝맺었다. /고정삼기자 kjs5145@kyeongin.com7일 오후 경인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8기 '미래사회포럼'의 강사로 나선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인공지능 현황과 비즈니스 모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2020-05-07 고정삼

[코로나19 OUT!]마음의 거리 가까이… 스타셰프들 '도시락 사랑'

나눔문화예술협회·경인일보'무료급식 중단' 취약계층 지원'셰프뮤지엄718' 재능기부 동참7일 100여개 지역사회 전달행사코로나19 사태로 무료급식 서비스가 중단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지역 노인가정과 취약계층을 위해 '스타'셰프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유명 셰프들로 구성된 '셰프뮤지엄718'이 재능기부를 통해 오는 7일 100여개 도시락을 수원지역 취약계층에 배달한다.2일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사)나눔문화예술협회와 경인일보사는 지역사회로 따뜻한 마음이 '릴레이'화 될 수 있도록 상호 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경인일보와 나눔문화예술협회는 도시락 나눔 행사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양 기관이 보유한 전문인력, 인프라, 노하우 등을 적극 공유하기로 협의했다.유현숙 (사)나눔문화예술협회 이사장은 "갑작스러운 바이러스 전파로 인해 생계에 타격을 입은 우리 이웃들을 돌아보고 함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자 유명 셰프들과 뜻을 함께해 이번 도시락 나눔 행사를 마련했다"며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통해 지속적으로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제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탠다면 힘든 시기지만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배상록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도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힘든 시기에 사회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를 통해 취약계층에 희망을 선물하는 것만으로도 사회를 따뜻하게 할 수 있다"며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협력하고 지원해 조금이나마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경인일보도 일조하겠다"고 말했다.이번 도시락 나눔 행사는 수원시가 장소를 제공해 '수원유스호스텔'에서 진행되며, 식재료 등은 (사)나눔문화예술협회의 회원 등 후원사가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행사에는 tvN '수미네 반찬' 등에 출연하는 여경래 셰프와 MBC '놀면 뭐하니' 프로에 출연하는 박은영 셰프 등 유명 셰프들과 염태영 수원시장, 배상록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2일 오후 경인일보 본사에서 유현숙 (사)나눔문화예술협회 이사장(왼쪽)과 배상록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이 코로나19 여파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 도시락 제공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2020-04-02 김영래

[길병원 '출입 통제소' 현장체험]생명 지키기 위한 '불편'… 협조 절실한 방역 최전선

방호복·마스크 착용 급격한 피로일부 시민 짜증섞인 반응에 '녹초''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을 믿어야 한다!'23일 오전 9시 인천 가천대 길병원 본관 1층 '출입 통제소'. 코로나19와의 전쟁이 벌어지는 최전선인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기자가 직접 체험을 해봤다. 간단한 교육을 받고, 방호복을 입고 위생 장갑과 고글을 착용했다. 방문자들에게 신분증을 받아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감염증 오염지역 방문 이력을 확인하고, 대구·경북·해외 등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 기침이나 발열 등의 증상은 없는지를 일일이 파악했다.방호복 등을 입은 상태로 업무를 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마스크 때문에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3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얼굴이 답답하고 눈은 급격히 피로해졌다. 이럴 경우 잠깐 동안 고글을 벗어 바람을 쐴 수 있었다. 눈의 피로를 푸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1시간 정도 지나자 외래환자가 몰리면서 그럴 틈도 없었다. 한창 나이인데도 몸은 지쳐갔다. 더 힘들게 한 것은 방문객들의 짜증 섞인 반응이었다. 한 60대 남성은 신분증을 요구하자 "빨리 가봐야 한다"고 하더니, 다른 물음이 이어지자 짜증을 냈다. 출입 통제소를 통과해도 된다는 의미의 파란색 스티커를 옷깃에 붙여줄 때에는 "자꾸 (옷을) 문지르지 말라"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들도 있었다. 통제소에서 빚어지는 흔한 풍경이었다. 가천대 길병원는 본관, 인공지능암센터 등 8곳에 출입 통제소를 설치하고, 하루평균 3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병원측은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시민들이 정해진 절차에 잘 따라주는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민들이 많이 불편한 것은 잘 알고 있지만 확진자가 발생하게 되면 병동, 응급실 등 병원 어디든지 문 닫을 수 있는 상황이 오게 된다"며 "의료진 등 관계자 모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시민들도 조금 더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23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본관 1층 로비에서 운영 중인 '출입 통제소'에서 경인일보 김태양 기자가 병원을 방문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국내외 감염병 오염지역 방문 이력·증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20-03-23 김태양

큰 절 사과하던 이만희… "잘잘못 따질 때 아냐"

이만희 신천지교회 총회장이 2일 코로나 19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총회장은 이날 가평군 청평면의 신천지 시설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국민과 정부에 두 차례 큰절을 하며 사과 의사를 밝혔다.그는 코로나 19 사태를 "크나큰 재앙"이라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누가 잘했고, 잘못했고 따질 때가 아니다. 국민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하늘도 돌봐줄 것"이라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총회장은 코로나 19로 신천지 교단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회장은 "현재 우리는 어떤 장소에서도 교회 모임을 하지 못한다. (폐쇄명령이 부착된 가평 신천지 건물을 가리키며)여기를 봐도 알 수 있다. 다 중지했고 폐쇄했다. 일할 사람이 없어 너무 어려워졌다. 사람이 있어야 활동도 하는데 손발이 너무나 귀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이 총회장은 지난달 17일부터 가평에 머물러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가평에 쭉 거주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원래 한 곳에 오래 있지 못한다"면서 이동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김민수·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가평군 청평면 신천지연수원 평화의 궁전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큰절을 하며 사과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큰절을 하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2020-03-02 김민수·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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