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 다리아·호텔리어 왕호경 부부]‘국경없는 예술’ 백년가약 연주하다

김우성 기자

발행일 2017-11-13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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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데이트를 위해 종종 찾는 김포시 한강중앙공원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왕호경·다리아 부부.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10살 나이·7천㎞ 국경차 '영화처럼' 극복
클래식·매직쇼 공연 장르 넘는 무대 선봬
제주서 백년가약… 보육원등 봉사도 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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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 거리, 2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과 열 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천생연분을 맺은 우크라이나 출신 피아니스트 다리아(29·Golochenko Daria)와 호텔리어 왕호경(39)씨는 문화의 힘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커플이다.

두 사람은 3년 전 제주신라의 전속 피아니스트와 엑티비티파트(공연·이벤트 기획) 직원으로 만나 지난해 봄 제주 중문해변 잔디밭에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결혼식을 올렸다.

아버지는 우크라이나 경찰대에서 강의를, 여동생은 경찰 현장감식반에서 근무하고 자신은 하르기프(Kharkiv)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다리아씨는 오로지 문화라는 매개체로 왕씨를 만나 한국의 며느리가 됐다.

작년부터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호텔 레저파트 지배인인 왕씨는 경주 한화리조트에서 호텔업계에 입문, 제주신라에서만 9년을 보내는 등 벌써 12년차 호텔리어다.

일본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마술, 재즈댄스 등 재주가 많은 그는 제주신라에서 '피터아저씨'라는 별칭으로 객실 맞춤형 마술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제주올레길이 본격적으로 매스컴을 타기 전, 일본인 고객을 겨냥해 올레길과 휴양림 둘레길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도 그다.

어느 날 호텔 로비의 상설공연을 구상하던 왕씨는 우크라이나 여성으로 구성된 클래식앙상블을 섭외했고, 이 가운데 실력이 워낙 출중해 혼자 남게 된 사람이 다리아씨다.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친 다리아씨 또한 주짓수와 유도에 능하고 회화와 십자수 실력이 보통 이상인 재주꾼이다.

클래식애호가들 사이에 연주가 어렵다고 통하는 거장 프란츠 리스트의 곡을 즐겨 연주하는 그는 고객이 쪽지로 요청해오는 고차원의 연주를 무리 없이 소화해 내는 유일한 피아니스트였다.

당시 왕씨는 객석에서 기상천외한 매직쇼를 펼치고 다리아씨는 무대에서 이지클래식과 뉴에이지, 탱고와 팝 등 상황에 맞춰 장르를 타고넘으며 고객들의 찬사를 이끌었다.

왕씨는 "나와 성격이 너무 비슷한 사람이었다. 여태껏 한국에서도 만나보지 못한 캐릭터를 우리와 환경이 전혀 다른 동유럽에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결혼을 결심한 순간을 떠올렸다.

영종도로 오기 전까지 보육원과 장애인학교 등에서 꾸준히 재능기부를 했던 왕씨는 조만간 봉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신혼살림을 차리면서 제주도를 떠나 부득이하게 일을 중단한 다리아씨는 "피아니스트로 다시 취직이 되면 남편을 따라다니며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이미지/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