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회로에 숨은 '인간의 본질'을 찾다… 윤한종 작가 'Untreated Beings' 개인전

김종찬 기자

발행일 2020-09-22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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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시대 맞는 입장 작품으로 대변
성남 '아트스페이스 J' 내달 29일까지 전시


'본질'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물이 그 사물 자체가 되게 하는 원래의 특성'이다. 일반적으로 '본질'이라는 것은 그것의 진실, 진리, 대표성으로 인식되고 규정되는 듯하지만, 실상 본질은 그것의 목적, 물리적인 구성, 존재 이유, 행위의 동기 등 관점과 맥락에 따라서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다.

다음 달 29일까지 성남 '아트스페이스 J'에서 개인전 'Untreated Beings'를 여는 윤한종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테크놀로지' 시대 인간이 기계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 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현시대의 '테크놀로지'는 인간의 세포 조직 속으로 깊숙이 침투해 있다 보니 인간과 기계 간의 경계가 모호하다. 20세기까지의 기계들이 정밀화, 고성능화를 지향했다면 21세기의 기계들은 지능화와 집적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는 '테크놀로지' 시대 인간이 취해야 할 입장을 기계란 매개체로 대변한다.

작품 '본질(Nature)'의 경우 초정밀접사로 찍은 소자들을 무한의 우주공간을 연상시키는 검은색 공간에 배치하면서 초현실적으로 표현한다. 다만 사물 스스로 자신을 대변하도록 유도했다. 또 인간이 얼마나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지를 작품을 통해 실험한다.

작가는 "사람이 만든 사물에서는 사물의 색상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색상은 사람이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적합한 것으로 정한다. 이런 맥락에서 전자부품은 기능과 성능이 색상보다 중요한 특징이며 본질"이라며 "하지만 본질의 의미가 '물질이 존재한 원래의 그것'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역설적으로 전자부품의 색상은 그 어떤 것의 의미에도 구속받지 않는 물성의 본질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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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클릭아트

'본질(Nature)'이 아주 작은 전자 부품의 모습과 색상이 '원래의 그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작업을 시작했다면 '변태(Metamorphosis)'시리즈는 '원래의 그것이 아닌, 대상이 전혀 다르게 변질된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궁금증 속에서 고유색상을 지닌 대상을 삼원색(三原色) 빛의 다양한 밝기에서 촬영해 불규칙과 우연성을 고려해 재현했다.

변증법에서 말하는 양질전환의 법칙에 따라서 양적인 변화가 축적되면 질적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표현한 작품 '변태' 시리즈는 본질 시리즈에 나오는 개별 소자들을 모아 질적 변화를 추구함으로써 마치 아지랑이가 움직이듯 잘게 떨리는 듯한 광학적 착시효과를 불러온다.

소자는 세포가 되기도 하고 분자가 되기도 하며 원자가 되기도 하는 등 자유롭게 떨리며 이미지의 스펙트럼을 스스로 꾸며낸다.

작가는 "스펙트럼이 보는 이의 망막에 닿으면 수만 가지 착시효과를 내며 다른 존재로 탈바꿈한다"면서 "'본질'과 '변태' 시리즈는 실타래처럼 정리되지 않은 나의 본질에 대한 질문(質問)과 반문(反問)에 대한 유희적 탐구, 탐구적 유희로 진행해 온 과정이며 결과"라고 전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