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우리동네 문화아지트·(4)동두천 동네서점 '코너스툴']문화생활 꽃 피는 이웃들 위한 '코너'

김성은 대표 독립출판물 알리자 마음 먹고 퇴사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만들기 중점"필사·독서로 시작해 심야영화·글쓰기 등 '모임' 늘어… 입소문 퍼져 타 지역서도 찾아일단 저질러 보기로 했다.지금이 아니면 도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패기 하나로 작은 동네 서점을 열기로 결심했다.건물을 임대하고 서점을 열기까지 시간은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시작해보니 초라했다.책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공간 활용도 잘 못해 휑한 느낌만 가득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차근차근 공간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 반이 흐르니, 주민들이 저절로 찾아왔다. 나름대로 동두천의 '문학쉼터'로 조금씩 자리잡았다. 김성은 대표가 운영하는 동두천시 동두천로에 위치한 '코너스툴'은 동네서점이다. 이곳은 책을 파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용 목적에 따라 도서관처럼 책을 읽는 공간도 되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공부방도 된다. "평소에 독립서적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가장 먼저 독립출판물 관련 워크숍에 참여했어요. 그리고 1년 가까이 푹 쉬었는데, 앞으로가 걱정되더라고요. 뭘 할까 생각했는데, 독립출판물을 알리는 책방을 차려보자는 마음을 갖게 됐죠."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김 대표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마다 동네서점을 방문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퇴사를 하고 부모님을 따라 동두천에 이사를 왔다. 그런데 이 곳에는 문화생활을 즐길만한 공간이 없었고, 이내 답답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요즘은 문화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많이 해소하잖아요. 동두천에는 그런 공간이 많이 없더라고요. 이곳 주민들 중에서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서점을 열 때 큰 틀을 잡거나 하지 않았지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꼭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현재 코너스툴에서는 책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필사, 독서 단 두 개로 시작했던 모임은 어느새 심야영화, 독립출판 제작, 청소년 독서, 글쓰기 등으로 늘어났다. 모든 프로그램은 김 대표가 직접 준비하고 모두 참여한다. 서점을 열면 좋아하는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질 줄 알았는데, 챙길 것이 많아 정작 책을 펴는 시간은 퇴근길 잠깐이라고. 그래도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견뎌낼 수 있다고 했다. "책방을 열고 처음 진행한 게 필사였어요. 당시에는 방문하는 손님들도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손님 한 분을 붙잡고 필사를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첫 모임을 진행했어요. 서점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모임도 자연스럽게 늘었어요. 대부분의 모임은 제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의 결과로 만들어진 모임입니다."코너스툴은 아직도 시작 단계다. 처음보다 제법 이름이 알려져 인근 지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었지만, 김 대표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다."코너스툴은 링 위에서 치열하게 경기를 펼치는 권투 선수들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인 코너에 있는 의자를 뜻해요. 이 공간도 지역주민에게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동두천시 동두천로에 위치한 책방 '코너스툴'은 책 판매 뿐만 아니라 필사, 독서, 영화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주민에게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코너스툴' 김성은 대표.'코너스툴' 이름처럼 구석 한편 책 읽는 공간이 눈에 띈다.

2018-09-13 강효선

균형깨진 생태계 목격한 '지성인의 고백'

아토피 아들 치료법 찾다 문명의 횡포 깨달아 비판적 시각 속 자연의 순리 담담하게 담아"詩, 상생의 정신도 이야기 할 수 있어야"■ 나무 앞에서의 기도┃이승하 지음. 케이엠 펴냄. 148쪽. 9천원어린 시절 프레온 가스를 계속 방출하면 오존층이 사라지고 환경도 파괴될 것이란 경고를 교과서에서 본 적 있다. 그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올해 살을 뚫을 듯 쏟아지는 햇빛을 경험하고 나니, 새삼 그 경고가 섬뜩하게 다가온다. 기상이변현상의 대표주자인 '엘리뇨'로 인해 올해 겨울은 벌써부터 혹한을 예고하고 있는 것만 봐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체감하겠다.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이승하 시인이 최근 연거푸 낸 2권의 시집도 아마 시인이 몸으로 체감한 무서운 변화들에서 비롯됐다. 그의 12번째 시집 '나무 앞에서의 기도'와 2005년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의 증보판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가 그것이다.'벌겋게 된 피부가 햇살 아래서 일어난다/ 살비듬이 떨어져 나간다/ 미친 듯이 긁고 싶기만 한 세상/ 맺힌 피 줄줄 흘러내릴 때까지/ 가려워서 긁고 긁고 또 긁는 내 아들/ 문명의 튼튼한 몸이 덮친 아들의 피부(아들은 가렵다 中)'아토피성 피부염은 원인조차 제대로 알수 없는, 문명의 이기가 만들어 낸 고통스런 질병 중 하나다. 그런데 시인의 아들이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고통을 겪었다. 아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 방법을 찾아 헤매는 동안 시인은 편리하자고 발전시킨 기계문명이 생태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시인으로, 이시대의 지성인으로 펜을 들 수 밖에 없었다고 시인은 고백한다.■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이승하 지음. 문학사상사 펴냄. 192쪽. 1만2천800원비판적 시각이 두드러지지만, 시인은 생명에 대한 예찬을 통해 독자에게 자연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신 수습해주는 이 없어서/ 그 자리에서 육탈하는 나무/ 세상의 모든 나무들은/ 저렇게 꿋꿋한 자세로 풍장하는가 (聖나무 앞에서의 목례 中)', '산것들을 살아 있게 하는 자연/ 여기서는 모든 것이 스스로 그러하였다/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하는 겨울 눈보라도/ 살아있는 것들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았다 (툰드라의 아침 中)' 등의 시에서 그는 자연의 위대한 순리와 포용력을 목격한 그대로 담담하게 서술하며 우리에게 성찰의 기회를 전하고 있다.한국문예창작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인 시인은 학회 창립때부터 세계 각국의 문인들과 국제문학심포지엄을 다니며 그 나라 환경관리에 관심을 쏟았다. 페루, 그리스, 인도, 러시아, 멕시코, 쿠바, 이집트 등 우리보다 빈곤한 삶을 사는 국가들도 다녀왔지만,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그 삶의 방식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시의 역할이 정서의 순화, 공감과 감동과 같은 것도 있지만 생명에 대한 사랑과 연민, 공동체 의식, 상생의 정신 같은 것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2018-09-13 공지영

깊은숲이 주는 위안… 자연을 닮은 일상들

변경섭 작가 에세이산속 정착·이웃 교유내면의 행복 녹여내■ 서리꽃 피고 꽃 지고┃변경섭 지음. 해드림출판사 펴냄. 321쪽 1만3천원2권의 시집과 장편 소설, 소설집을 펴낸 변경섭 작가가 에세이집을 내놨다. 강원도 평창군 해발 800m 고지대의 자작나무 숲에서 불편한 몸으로 홀로 살아가며 쓴 숲 속 에세이들이 담겼다. 사방이 산인데다 밤이면 칠흑 같은 적막함과 짐승들의 울음이 소름으로 밀려와 처음에는 두려움과 외로움이 몹시 컸단다. 하지만 차츰 꽃과 나무를 심거나 텃밭을 일구며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체득하면서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저자는 자연이 주는 위안과 깨달음을 얻으며 자작나무 식구가 되었다. 해가 갈수록 몸은 점차 건강해졌으며, 자연과 호흡하며 지내다 보니 자신의 마음도 자연을 닮아갔다.다행인 것은 이 깊은 숲속에도 이웃이 살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걱정거리를 쌓는 것인 동시에 기쁨을 나누는 것이기도 하다. 때로는 서로 조그만 반목에 눈을 붉히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사귀며 사는 것은 행복해지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이웃의 도움을 주고받고 또는 막걸리라도 주고받으며 사는 생활이 행복했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라 그 정이 더 끈끈하다.작가는 '서리꽃 피고 꽃 지고'에 자연과 사람들, 작은 노동을 하며 느꼈던 것들도 틈틈이 적었다. 자연 속에서 지내며 마음 수양을 하고, 자연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고, 산속 생활의 기쁨을 느끼고, 이웃 사람들과의 교유와 생활상을 그렸는데 이 글들은 바로 자연의 경이 그리고 내면에의 관찰과 교유의 행복을 보여준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8-09-13 김영준

H.O.T. 콘서트 오늘 2차 티켓 예매… 온라인 암표상 불법티켓 취소

1세대 아이돌 그룹 H.O.T. 콘서트의 2차 예매가 13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된다.공연주최사 솔트이노베이션에 따르면 H.O.T.는 지난 7일 1차 티켓 8만장이 예매 개시와 동시에 매진되자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먼저 온라인 암표상들이 불법 프로그램으로 싹쓸이한 티켓을 강제 취소시켰다. 많은 양의 티켓이 동일한 주소지로 발송 요청된 경우 현장 수령만 가능하게 했다. 또 시야가 제한되지 않는 수준에서 관람 구역을 최대한 확보했다.앞서 1차 예매 당시 주최측에는 표를 구하지 못한 해외 팬들의 문의가 줄을 이었다. 팬들은 미입금 시 자동 취소되는 표를 구하려고 매일 자정 무렵 티케팅을 시도하기도 했다.솔트이노베이션은 "암표상을 원천봉쇄할 것"이라며 "표를 현장 수령할 때도 예매내역서와 본인 신분증이 없으면 못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H.O.T. 콘서트는 10월 13∼14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다. 올림픽주경기장은 멤버들이 2001년 2월 27일 해체 전 마지막 콘서트를 연 곳이다.2차 티켓은 옥션티켓(1566-1369)과 예스24(1544-6399)에서 예매할 수 있다. 관람료 7만7천~14만3천원. /손원태 기자 wt2564@kyeongin.comH.O.T. 콘서트 오늘 2차 티켓 예매 /H.O.T. '2018 Forever [High-five of Teenagers] Concert' 포스터, 옥션 캡처

2018-09-13 손원태

수원시, '보이지 않는 화가, 들리지 않는 음악' 주제 제99회 수원포럼 개최

수원시는 20일 오후 4시 30분 수원시청 별관 대강당에서 '보이지 않는 화가, 들리지 않는 음악가'를 주제로 99번째 수럼 포럼을 진행한다.이번 포럼의 강연은 바이올리니스트 노엘라씨가 맡았다.노엘라 씨는 5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해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The New England Conservatory)에서 바이올린학 학·석사 학위를, 플로리다 주립대학교(Florida State University)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2009년부터 한 주간지에서 동시대를 산 화가와 음악가의 작품과 삶을 비교한 칼럼 '음악과 미술의 하모니'를 연재하며 대중의 이목을 받았으며 꾸준히 미술과 음악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소설가가 된 바이올리니스트'를 부제로 하는 이번 포럼은 강연과 공연을 결합한 '렉처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돼 명화(名畵)를 감상하며 들을 수 있는 풍부한 바이올린 선율이 관람객의 예술적 상상을 자극할 예정이다.노엘라씨는 국내 최초 뉴에이지 바이올린 음반 '샤이닝 클라우드(Shining Cloud, 2008)'와 그림·문학을 바이올린 연주와 융합한 음반 '뷰티풀 소로우(Beautiful Sorrow, 2010)' 등이 발매했으며, 저서로는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2010)'이 있다.한편, 시는 '고품격 교육문화도시' 조성을 목표로 2010년 7월부터 매월 사회 각 분야 명사를 초청해 수준 높은 포럼을 개최하고 있으며, 시의 대표적인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수원시 제공

2018-09-13 최규원

국립수목원, '제주 자생 왕벚나무' 유전체 완전 해독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세계 최초로 야생 목본식물인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Prunus yedoensis var. nudiflora)의 전체 유전체를 완전 해독했다.보전가치가 높은 토종식물의 유전체를 해독해 세계적 성과를 거둔 이번 연구는 명지대학교(문정환 교수), 가천대학교(김주환 교수) 연구진과 공동으로 진행됐다.이번 왕벚나무 유전체 해독 연구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인 '게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 9월호에 실렸다.야생에서 자라는 수목 유전체를 해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우리나라 식물 유전체 해독능력이 세계 최상위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이번 연구를 이끈 문정환 교수는 "왕벚나무를 둘러싼 원산지와 기원에 관한 논란을 마무리할 수 있는 해답을 얻은 셈"이라며 "연구결과는 우리나라 특산 자생식물인 왕벚나무의 우수한 유전자원을 선발하고 보존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유미 국립수목원 원장은 "국립수목원은 앞으로도 유전체 연구를 통해 특산식물의 종분화 및 기원시기를 규명하고, 유전학적 특성 분석 결과를 활용해 특산식물의 지속 가능한 보존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포천/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산림청 국립수목원이 세계 최초로 야생 목본식물인 제주도 자생 왕벚나무의 전체 유전체를 완전 해독했다. /국립수목원 제공게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 홈페이지에 소개된 제주 자생 왕벚나무 유전체 해독연구./국립수목원 제공

2018-09-13 최재훈

[新팔도유람]성지로 떠나는 경기도 힐링여행

제암리교회 - 일제만행 맞선 3·1운동 순국유적, 사진·증언 등 역사자료 숙연남양성모성지 - 입구부터 들어선 나무 편안함, 곳곳서 천주교 성인 동상 만나미리내성지 - 최초의 신부 김대건 순교후 안장… 깊은 오지 도로 잘 닦여 호젓손골성지 - 박해 피신 신자 교유촌, 광교산 자락 위치 수원·성남서 접근 쉬워은이성지 - 김대건 세례지, 기념관 조성… 인근 캠핑장·삼덕고개 따라서 사목지나갈 것 같지 않았던 여름이 끝나고 청명한 가을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독 더웠던 탓인지 가을 일교차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선선한 날씨로 인해 여행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곧 있을 추석으로 인해 발걸음을 옮기기 쉽지 않다. 하루 정도 짧은 여행, 또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번쯤 방문을 권하고 싶은 곳이 있다. 나를 돌아보고 역사를 되새기는 힐링 여행, 바로 성지순례다.# 3·1운동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화성 제암리교회화성시 향남읍 제암리에 위치한 제암리교회는 3·1독립만세운동 당시 일본 헌병이 기독교 주민 23명을 집단으로 학살한 만행이 일어난 곳이다. 아픈 사연을 간직한 제암리교회는 현재 '화성 제암리 3·1운동 순국 유적(이하 순국 유적)'으로 지정돼 순교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교회 내부에는 제암리를 중심으로 경기지역에서 만세운동이 어떻게 진행됐고 이를 빌미로 일본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만행을 저질렀는지를 알려주는 전시물들이 있다. 제암리 사건에 대한 증언과 사진 자료들을 하나하나 보다 보면 종교를 떠나 일제시대 민초들 가슴에 서린 독립 의지가 얼마나 강렬했는지 느껴져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성지순례'를 기획하며 자연스레 순국유적을 떠올리게 되는 건 아마 우리의 아픈 역사에서 순교자들을 떼어놓으려야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 왼편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23인의 순교자 묘지 앞에 서게 된다. 공활한 하늘아래 머리가 저절로 숙여진다.선선한 바람 부는 가을날 가족과 함께 방문해 잠시 잊고 지냈던 우리의 아픈 역사와 독립을 위해 처절하게 대항했던 순국선열의 얼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추천한다. 꼭 제암리 사건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어도 청명한 가을 하늘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화성 남양성모성지와 안성 미리내성지한반도에 천주교가 소개된 건 임진왜란 전후라는 학설이 대세다. 임진왜란을 전후해 명나라에 사신으로 왕래한 이수광이 M.리치의 '천주실의', 중우론 등을 그의 저서인 '지봉유설'에 소개한 데서 비롯됐다.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자로 알려 있는 허균도 베이징에서 천주교의 12가지 기도문인 '십이단'을 가져왔다. 천주교의 도입은 실학에도 영향을 줬다. 실학자 이익과 그의 문인인 안정복 등은 천주교를 학문으로 깊이 연구했고 실학자로 알려진 정약용 형제도 천주교와 인연이 깊다. 건국 초기부터 숭유억불책을 써온 조선에서는 학문적인 접근이 이뤄진 천주학은 금기시됐고 많은 탄압을 받았다. 남양성모성지는 병인박해 당시 이름 없이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한 곳이다. 또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성모마리아 순례성지다. 종교적인 의미가 강한 남양성모성지는 입구부터 나무들이 가득해 안정감을 준다. 5분여 걸어 남양성모성지 안으로 들어서면 아이를 안고 있는 다정함과 편안함, 그리고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을 한 성모상이 반겨준다. 남양성모성지를 걷다 보면 마더 테레사 수녀상, 비오 신부상 등 천주교를 대표하는 성인들의 동상을 만날 수 있다. 미리내성지는 신유박해와 기해박해를 피해 충청지역의 신도들이 몰려들면서 형성된 곳이다. 미리내라는 이름은 천주교 신자들이 피운 불빛이 마치 깊은 밤하늘 은하수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리내 성지에는 1846년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로 25살의 어린나이에 순교한 김대건 신부가 묻힌 곳이기도 하다. 시궁산과 쌍령산 사이에 위치한 미리내성지는 지금이야 도로가 잘 닦여져 있어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지만, 이 도로가 없었다면 오지라는 말로 표현해야 할 정도로 깊은 곳에 위치해 있다.두 성지 모두 책 한권 들고 방문할 것을 추천해 보고 싶다. 성지내를 산책하다 햇살이 따사로운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호젓한 시간을 갖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 조용한 성지를 산책하며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올 한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을 권한다. # 용인 손골성지와 은이성지수도권에는 꼭 멀리 가지 않더라도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성지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손골성지다. 행정구역상 용인에 위치한 손골성지는 광교산 자락에 있기에 수원과 성남 사람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손골성지도 미리내성지처럼 조선시대에 천주교 박해를 피해 신자들이 모여 살던 교유촌이 있던 곳이다. 이곳에 머물던 프랑스 선교사 도리 헨리꼬 신부와 오매트로 벤드로 신부가 1866년 3월에 순교를 하게 된다. 손골성지는 두 분을 기리고 있는 곳이다.은이성지는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가 처음 세례를 받고 사목 활동을 하던 곳이다. 은이성지에 있는 김대건 신부 기념관에 들어서면 김대건 신부의 활동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은이성지에서 마을을 지나 산쪽으로 올라가면 캠핑장이 나오고 이곳을 지나쳐 조금 더 걸으면 삼덕고개가 나온다. 이 길은 김대건 신부가 생전에 사목 활동을 다니던 길로 순교 후에는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수습해 미리내 성지로 옮겨갈 때 이용했던 길로 알려져있다. 성지를 방문하며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서늘한 가을을 즐기기 위한 여행, 나를 돌아보고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행으로 남기를 바란다. /김종화·강효선기자 jhkim@kyeongin.com용인 손골성지 성당. 청명한 파란하늘과 성당의 모습은 평온함을 준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화성 제암리 3.1운동 순국 유적에 설치된 3.1운동 순국기념비.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화성 제암리 3.1운동 순국 유적에 설치된 제암리 23인 상징조형물.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용인 미리내 성지.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남양성모성지는 꼭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힐링을 위해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2018-09-12 김종화·강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