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복원터 임대 내줬다 사업 지연… 수년도 못내다본 문화재 행정

수원시, 화성내 '하남지' 복원부지2015년 부동산 매입후 레지던시로문화예술인 '눈치' 발굴조사 못해市 "대체공간 난항, 퇴거 늦어져"수원시가 지난 2015년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華城)내 일부 시설인 '남지(南池)·북지(北池)' 복원을 위해 개인 소유인 건물과 주차장 등을 매입한 뒤 일부 공간을 문화예술인들에게 내줬다(임대)가 현재까지 복원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일각에선 애초부터 시가 복원을 위해 내주지 말았어야 할 공간을 별다른 대안도 없이 내줬다 사업을 지연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10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수원 화성의 과거 연못인 남지와 북지를 복원하기로 결정하고, 하남지(下南池·3천456㎡)와 북지(1천296㎡)를 우선 문화재 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중 하남지의 경우 89억원을 들여 지난 2016년 모든 건물 및 토지보상 절차를 완료했고, 북지 또한 현재까지 상당 부분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시는 하남지의 발굴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상남지(上南池·2천304㎡) 터를 문화재 구역으로 추가 지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복원작업을 추진 중이다.그러나 시는 하남지 지역의 매입을 완료한 지 3년 가까이 복원작업의 가장 기초 단계인 발굴 조사조차 나서지 못하고 있다.발굴조사를 위해선 과거 매입해 놓은 건물부터 철거해야 하지만, 해당 건물이 현재 수원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행궁마을커뮤니티아트센터(이하 행궁동 레지던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신풍동에 위치한 행궁동 레지던시가 역사공원 조성 등을 이유로 철거되면서 마침 시가 매입해 유휴공간이던 이곳이 대체 공간으로 낙점됐다. 문제는 이들의 입주 후 복원공사까지 덩달아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불만도 많다. 하남지 터 인근 한 주민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대상지 서민들은 법적 절차가 완료되기도 전에 쫓아내는 시가 문화예술인들 눈치만 보며 복원 사업을 추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한 번 입주하고 나면 퇴거할 때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복원공사를 위해선 이들이 빨리 퇴거해야 하는 게 맞지만, 대체 공간이 마땅치 않아 현재까지 퇴거절차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행궁동 레지던시 관계자는 "매년 수원문화재단과 사용계약을 맺고, 건물을 사용해온 것"이라며 "현재 대체 공간을 물색 중이고, 내년 2월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퇴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2018-09-10 배재흥

[안산]해학 넘치는 '단원 풍속화' 현실로 재현

안산시가 10월 12~14일 3일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2018 안산 김홍도축제'를 개최한다.김홍도는 18세기 영·정조시대 안산에서 20세까지 표암 강세황 선생으로부터 그림과 글 수업을 받았으며 표암의 천거로 도화서 화원이 된 후 어진(왕의 초상화)을 그릴 정도로 대성했다. 특히 풍속화, 산수화, 신선도 등에서 탁월한 기량으로 세계적 반열에 오른 안산을 대표하는 인문 자산이다.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19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안산시는 국비 지원을 받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올해의 관광도시 육성사업' 컨설팅을 추진했으며, 화선(仙)으로 불리는 김홍도를 관광 축제 소재로 발굴해 단원의 예술혼을 계승하면서 안산을 대표하는 정통성 있는 가을 축제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이번 축제는 김홍도 그림에 나타난 풍속과 해학을 주제로 다양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개발하며, 핵심 프로그램으로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에 소장 중인 김홍도의 '행려풍속도'를 재현하고, 김홍도 마당극도 선보일 예정이다.축제는 장터마당, 놀이마당, 농업마당, 교육마당 등 30여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김홍도 골든벨, 풍경 그리기 사생대회, 씨름 마임, 동상 마임, 시립국악단·동춘서커스·줄타기·대북&삼고무 공연, 당나귀 체험, 열기구 체험, 프리마켓 등 다채로운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한다.윤화섭 시장은 "김홍도축제가 열리는 화랑유원지는 도심 내 호수를 중심으로 오토캠핑장, 인공암벽 등반장, 경기도미술관 등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는 곳으로 축제를 통해 도시 관광이 활성화되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주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해학이 넘치는 김홍도의 풍속화를 현실에서 재현함으로써 단원의 예술혼을 전파하고 교육적 가치도 높이고자 하며 이후 화랑유원지를 다양한 축제 장소로 활용한다는 목표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김대현기자 kimdh@kyeongin.com

2018-09-10 김대현

[의왕]오감만족 '가을 나들이'

의왕백운예술제, 15·16일 열려공연·체험부스 등 놀거리 다양'제16회 의왕백운예술제'가 오는 15~16일 백운호수 공영주차장에서 열린다.백운예술제는 시민과 관내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즐기는 다양한 공연과 경연을 비롯해 체험행사, 시민 참여마당, 놀이·전시캠프, 열린무대, 초청가수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행사로 풍성하게 꾸며진다. 특히, 올해는 제1회 의왕학생축제가 함께 열려 학생들이 준비한 체험부스와 동아리 공연도 즐길 수 있다.행사 첫날에는 관내 중·고생 동아리들이 마련한 학생축제 공연으로 예술제의 장을 연다. 야간에는 취타대의 개막공연과 클래식 및 무용 공연, 뮤지컬 갈라쇼, 초청가수 공연이 펼쳐진다. 오후 9시에는 심야 야외극장에서 '신과 함께1-죄와 벌'영화를 상영한다.16일 낮에는 시민들이 끼와 열정을 선보이는 열린무대가 마련된다. 오후 7시부터는 관내 예술단체의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거미, 안치환, 변진섭, 서인아 등 인기 가수들의 폐막공연이 이어진다. 공연 후에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다.무대공연 외에도 올해 백운예술제에는 흥미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시정 구호를 이용한 팝아트전, 실루엣 포토존 등 40여 개의 다양한 체험부스를 비롯해 수공예마켓, 관내 특산품 등 볼거리와 체험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전시프로그램에서는 트릭아트, 가족사진 찰칵 등이 진행되고, 천막극장에서는 샌드아트 체험, 꽃꽂이, 판토마임 배우기, 공예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행사장 주변에는 의왕의 대표 맛집들이 참여하는 먹거리 장터가 열린다.전용복 의왕시축제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백운예술제는 그동안 미비했던 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하고 다채로운 축제가 될 것"이라며"시민과 예술인들이 함께하는 의왕시의 대표 축제에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가을밤 멋진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왕/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오는 15~16일 의왕 백운호수 공영주차장에서는 제16회 의왕백운예술제가 펼쳐진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예술제 공연 모습. /의왕시 제공

2018-09-10 민정주

[양평]한자리 모인 세계 각지의 수련

폭염으로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비로소 선선해진 가을날, 매혹적인 수련과 꿈같은 가을날을 즐겨보면 어떨까?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이 가을을 맞아 '수련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지난 1일 개막한 세미원 수련문화제는 올해 4회째를 맞이하며 주요 가을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폭염으로 아름다운 연꽃 구경을 놓쳐 아쉬웠다면 또 다른 매력의 수련을 만나보러 세미원으로 가을 나들이를 떠나볼 만하다.수련은 꽃을 오므렸다 펴는 모습이 마치 잠을 자는 것 같다고 하여 '수련(睡蓮)'이란 이름이 붙었으며 이런 특성이 신비로운 느낌을 줘 '물 위의 요정'이란 별명을 가졌다. 이뿐만 아니라 화려한 색과 향기로운 향으로 더욱 보는 사람을 매료한다. 특히나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빅토리아 수련은 수련 중에서 가장 큰 잎과 꽃을 자랑한다. 세미원에서는 9월 한 달 매주 수요일, 사전 예약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수련 잎 위에 올라앉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빅토리아 수련 외에도 열대수련 연못과 세계 수련관에서 세계 각지의 다양한 수련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수련문화제에서는 ▲빅토리아 수련 잎 위에 앉기 체험 ▲'물의 요정 수련' 전시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만날 수 있다.세미원 수련문화제는 10월 31일까지 휴관일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진행된다. 양평/오경택기자 0719oh@kyeongin.com세미원에 피어난 '꽃의 여왕' 빅토리아 수련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세미원 제공

2018-09-10 오경택

[최진석의 노장적(老莊的) 생각·20]좌우 날개의 성숙과 새의 비상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협력·균형에 의한 '비행' 의미'좌'건 '우'건 자신의 입장 갇혀한쪽만 주장땐 제대로 못 날아시선이 낮아 실력이 없으면'좌-우' 하위 기능에만 집중'날아오르기' 상위 어젠다 도외시정권마다 '협치' 거론하지만 '난망'자기 각성 통해 양보함으로써큰 이익 실현하는 '유연성' 없어최저임금제·4대강 '찬반 논란''정도' 살피는 성숙없어 극단화 노자·공자도 '자기만 옳다' 경계진영 넘어 시선 높일때 '비상'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이 있다. '우'가 일방적으로 힘을 행사할 때, 밀려 있던 '좌'들이 살아남으려고 하면서 '우'를 향해 필사적으로 내뱉는 말이다. 또 '좌'가 일방적으로 패권을 휘두르면 밀려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우'들이 '좌'를 향해 내뱉기도 한다. 이 경우에 '좌'가 하는 말이나 '우'가 하는 말이 절실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진실하지는 않다.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은 새의 비행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져 있는 두 날개의 상호협력과 균형에 의해서만 완수된다는 뜻인데, 말을 하면서 좌우의 균형이나 협력은 의식하지 않고, 반대쪽과의 투쟁에서 자기 입지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한 말이기 때문이다. 살아남으려니까 절실하기는 하지만, 비행의 완수보다 자기 자리의 확보만 목적으로 두고 하는 말이니 균형이나 협력은 애초에 관심도 없다. 수준도 높지 않다. 이런 어법이 횡행하는 곳에서는 '우'와 '좌' 사이에 주도권만 왕래하지 '비행'은 효과적으로 완수되지 않는다. '비행'이 완수되지 않은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다. 이륙도 못하는 새만 불쌍하다.'좌'에서건 '우'에서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을 하더라도, 막상 비행의 주도권을 가지게 되면 자기 날개 하나로만 날려고 한다. 마치 새에게 날개란 원래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살아온 듯하다. 좌우의 날개가 상호 협력을 통해 균형을 잡아야만 날 수 있다는 말은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알아듣는다. 또 어느 쪽에서나 맞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협력과 균형을 갖춘 비행은 이뤄지지 않는다. 왜 이럴까? 실력 때문이다. 시선의 높이 때문이다. 새가 두 날개의 협력과 균형으로 난다는 말을 이해는 하지만, 사실은 알지 못한다. 지적으로는 이해하더라도 자신의 행동으로 구현될 정도로 철저하게 인식하지는 못한 까닭이다. 자기가 처한 한쪽 날개의 입장을 주장하고 관철시키기 위해서 좌우 날개의 협력을 말한 것뿐이다. 협력과 균형이라는 상위의 어젠다가 하위의 '좌'나 '우'를 지배해야 하는데, 하위의 '좌'나 '우'가 상위의 어젠다를 치받는 형국이다. 시선이 높아 실력이 있으면 상위의 어젠다로 하위의 기능을 지배하고, 시선이 낮아 실력이 없으면 하위의 기능에만 집중하다가 상위의 어젠다를 도외시한다. 새의 균형 잡힌 비행을 목적으로 하면 좌우의 치열한 대립이 상호 협력으로 바뀔 수도 있지만, 좌나 우가 처한 진영의 입장만을 목표로 하면 새의 비행은 이뤄지지 못한다. 시선이 좌나 우의 입장에 닿아 있는 한, 새의 비행은 그리 급하거나 중요한 일로 다뤄질 수 없다. 강한 왼쪽 날개와 또 그만큼 강한 오른 쪽 날개를 가졌지만 새는 날지 못한다.부부도 가끔 싸운다. 어떤 부부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가에서도 싸운다. 길가에서 싸우다가 지나가는 사람이 보는 것 같으면 바로 싸움을 멈추기도 하지만, 싸움을 멈추지 않고 누가 보든 말든 계속 하는 부부도 있다. 누가 볼 때 싸움을 멈추는 부부가 시선이 높을까, 아니면 계속 하는 부부가 시선이 높을까. 싸움에 대한 몰입도나 충성도 혹은 치열함은 싸움을 멈추지 않고 계속 하는 부부가 훨씬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삶을 운용하는 격이나 높이에서 본다면, 싸움을 멈추는 부부가 높다. 시선이 높으면 삶을 운용하는 실력도 좋다. 둘이 싸우는 풍경에 지나가는 사람이 하나 더해지는 일은 생소한 한 사람이 더해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실은 전혀 다른 풍경화로 바뀌는 일이다. 이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면, 하고 있는 싸움이 세계 전체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싸움을 멈출 이유가 없다. 싸움을 멈추는 일은 오히려 진실하지 않은 태도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높은 시선으로 무장한 실력을 갖춘 부부에게는 싸움을 멈추는 것이 진실이고, 시선이 높지 않은 부부에게는 싸움을 계속 하는 것이 진실이다. 어느 집에서 고양이를 샀다고 치자. 그러면 거실 풍경에 고양이 하나만 더 그려지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고양이를 중심으로 가족 관계가 새롭게 정비되어 전혀 다른 가족이 된다. 거실에서 TV를 치우면, 거실 풍경에서 단지 TV 한 대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TV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권력관계나 시간을 쓰는 내용도 함께 사라져서 새로운 가정, 새로운 가족으로 바뀐다. 전혀 다른 새 풍경화가 되는 것이다. 변화를 이런 식으로 인식하는 것을 인문적 통찰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인문적 통찰의 높이까지 사유 능력이 고양되어 있으면 다른 사람이 자신들의 싸움을 구경하는 일이 전혀 다른 풍경화를 펼치는 사건이므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반면에, 그런 통찰의 높이에 도달해 있지 않으면 싸움 풍경에 그저 모르는 한 사람이 더해져 있는 것 이상이 아니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계속 싸움을 해나간다. 결국은 부부싸움 이상의 높이를 가지고 있느냐 있지 않느냐의 문제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가정의 명예나 평판 등과 같이 한 단계 더 높은 지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싸움을 멈출 수 있다. 지향점이 새의 비행에 닿아 있다면 좌우의 두 날개 짓은 협력과 균형으로 진화할 것이지만, 수준이나 실력이 좌우의 각 진영에 갇혀 있다면 비행의 완수보다 좌우의 싸움에 더 몰입할 것이다. 부부싸움의 이치와 다르지 않다. 더 높은 시선에서 아래 단계의 기능을 통제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의 일이다.한국은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협치를 말하지만, 협치는 아직까지 난망이다. 굳이 어느 편의 책임이라고 할 필요 없다. 우리의 실력이다. 새가 좌우 날개의 균형을 맞춰 비상하는 것도 사실은 엄청난 실력이다. 이 실력이 없는 상태라면 각각의 날개가 각자의 방향성과 작용력으로 분리되어 날지 못하는데, 실력을 발휘하려면 각각의 날개가 자기 정당성과 고집을 줄이고 상대의 입장을 받아들이면서만 가능해진다. 이것을 우리는 각성이라고 한다. 이 각성을 가진 대립면의 충돌은 성숙과 진화를 보장하고, 미 성숙된 대립은 분열과 비효율만 쌓는다. 사실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다. 결국은 성숙과 실력이다.실력의 내용은 무엇인가. 유연성이다. 유연성은 자기 각성과 반성을 통해서 상대에게 양보함으로써 내 이익을 더 크게 실현시킬 수 있는 실력이다. 실력이 없으면 견강해지고 극단화된다. 오른쪽 날개가 높은 시선의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 자기 날개 짓의 강도와 방향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왼쪽 날개와 함께 펼치는 판의 형편을 잘 살펴서 새가 날 수 있도록 조정하여 '정도'를 맞춘다. '정도'를 살펴 자신의 날개 짓을 새의 비상이라는 과업에 공헌시키고 자신의 성취를 이룬다. 왼쪽 날개도 실력이 있다면, 이와 다르지 않다. 서로 날개가 붙어있는 방향만 다르지 '정도'를 살피는 실력으로 협력하여 새의 비상이라는 과업을 완수한다. 극단화되면, 이론과 이념과 개념에 집착하고, 유연해지면 현실을 살펴서 정도를 잘 가늠할 수 있다. 최저임금제만 봐도 그렇다. 나라의 규모를 보거나 발전 방향을 보더라도 최저임금제를 실시하는 것은 시대에 맞는 일이다. 실력이 없으면 개념에 집착하여 극단화된다. 그래서 최저임금제라는 이슈가 등장하자마자 바로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뉜다. 최저임금의 정도를 살피는 숙고는 사라지고, 반대 방향으로 누가 더 극단화하는가의 게임으로 변질된다. 최저임금을 하되 정도를 살펴 너무 과격하게 하지 말자고 하면 반대파로 매도하고, 최저임금을 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누가 더 세게 할 수 있는가를 가지고만 논쟁한다. 그 결과로 최저임금제를 주장했던 장하성 실장 스스로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과해서 놀랐다는 말을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실력은 이론이나 이념의 주장에 있지 않고, 개념의 순수한 적용에도 있지 않다. 잡다하고 변화무쌍한 현실과 대화하여 '정도'를 잘 살필 수 있는 데에 있다. 누가 더 강하고 질 좋은 교과서를 가지고 있는가는 의미 없다. 교과서를 가진 사람의 '정도' 가늠 능력만이 의미 있다. 각성과 반성은 '정도'를 살펴 유연한 탄성을 가지게 하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모든 학문의 목적은 '정도'를 살피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에 있지, 이론 그대로 적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에 있지 않다. '4대강'도 사실 '정도'를 살피는 데에 실패한 정책이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이나 홍수는 작지 않은 문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임에도 빗물을 가두는 저수 능력은 매우 낮다. 이 문제는 심각하게 다루어 선재적인 - 이미 많이 늦었지만 - 대응을 해야 할 근본 문제다. 한꺼번에 다 처리하려는 과격함보다 '정도'를 살펴 하나하나 조금씩 해나가는 유연성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이렇게 된 연유도 '4대강'이라는 이슈가 나오자마자 '정도'를 살피는 숙고 대신에 찬성과 반대로만 극단화된 것과 관련이 깊다. 누가 정권을 잡든지 아직까지는 '정도'를 살피는 성숙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별 차이 없다. 그래서 노자가 이념이나 개념에 매몰된 지식인들이 과감하게 자신의 뜻대로만 하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使夫智者不敢爲也" 『도덕경』3장)고 일갈한 것이다. 공자라고 다르지 않다. 공자도 각성 없이 자신의 뜻만 옳다고 여기며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고 고집부리는 일을 끊자("子絶四, 毋意, 毋必, 毋固, 毋我." 『論語·子罕』)고 한다. 그런데 끊자고 해서 끊어지는 것이 아니다. 각성하자고 해서 각성이 되는 것이 아니다. 높은 시선으로 인도되는 실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좌우의 날개가 아무리 협력하려고 해도 안 된다. 오직 한 길. 자신의 진영을 넘어선 상위의 시선을 갖추고, 그 시선에 의해 인도되어 새의 비상이라는 위대한 과업을 자신의 일로 삼을 때만 가능하다. 매우 높은 단계의 인격이다. 상위의 어젠다가 하위의 기능들에 의해 흔들리면 안 된다. 하위의 기능들이 상위의 어젠다에 의해 이끌리고 통제되어야 한다. 새의 비상이나 나라의 비상이 다 같은 일이다. 부부싸움도 다르지 않다. 인생이 원래 다 그렇다./최진석 건명원 원장·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송필용作 '비상' /광주일보 제공

2018-09-10 최진석

이병욱 인천시립교향악단 제8대 예술감독 선임

어머니 고향서 첫 상임지휘 영광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것하반기 정기연주회서 정식 인사국내 차세대 대표 지휘자로 평가받는 이병욱(44·사진) 인제대 교수가 인천시립교향악단 제8대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에 선임됐다. 역대 두번째로 젊은 예술감독이다.이병욱 신임 예술감독은 음악의 동 시대적 해석을 위한 노력과 소통을 추구하는 음악인이다. 어린 시절 오스트리아 유학길에 오른 그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악원 지휘과 석사과정 졸업 후, 전문 연주자 과정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이후 독일 뉘른베르크 교향악단, 체코 보후슬라프 마르티누 필하모닉 등에서 객원 지휘했으며, 현대음악 전문 앙상블인 오스트리아 뉴 뮤직 앙상블(OENM)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는 등 현대음악의 발전과 저변확대에도 꾸준한 열정을 쏟아왔다. 국내에선 서울시립교향악단, KBS 교향악단, 부천 필하모닉 등을 객원 지휘했다. 지난 4월 인천시향 제372회 정기연주회에서 탁월한 곡 해석과 리더십으로 단원들과 청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4월 17일자 16면 공연리뷰) 이 예술감독은 올해 하반기 인천시향 정기연주회를 통해 인천 관객들과 정식으로 인사할 예정이다.그는 "어머니의 고향인 인천에서 저의 첫 상임지휘자 자리가 시작돼 무한한 영광으로 여긴다"면서 "앞으로 300만 인천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교향악단, 그리고 시민들을 문화적으로 충만히 해주는 교향악단으로 발전하는 데 이바지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천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300만 시민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인천의 문화적 발전과 인천시향의 국제적인 활약을 위해 높은 음악성과 실력을 갖춘 뛰어난 지휘자가 필요했다"며 "새로 선임된 이병욱 예술감독이 인천 문화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잘 해주실 것이라 기대한다"고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인천시향은 전임 정치용 예술감독의 올 초 사임 이후 7개월 넘게 예술감독 없이 객원 지휘자 체제로 운영됐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사진/인천문화예술회관 제공

2018-09-10 김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