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기)

[인터뷰… 공감]'대공분실 보안관리소장' 맡은 고문피해자 유동우씨

국가폭력의 상징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배우는 학습장으로 바뀌고 있는 남영동 대공분실.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운영할 예정인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 정문 경비초소에는 특별한 사람이 일하고 있다.군사정권 때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던 고문 피해자 유동우(70) 씨. 그가 38년 만에 남영동 대공분실(민주인권기념관)의 보안관리소장으로 돌아왔다.1970년대 인천 부평수출산업단지에서 노동운동을 이끌었고, 80년대 민주화 투쟁에 헌신한 그는 노동 수기 '어느 돌멩이의 외침'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비참한 공장 노동자의 삶을 고발하고, 그들의 고통을 세상에 알린 이 책은 동시대를 살았던 민주화운동 활동가의 필독서이기도 했다.유동우씨는 전두환 정권의 대표 공안조작사건인 '학림사건'에 휘말려 1981년 8월 2일부터 37일 동안 이곳에 감금돼 고문을 받았다. 1987년 민주화를 이끌어내는 데 선봉에 섰지만, 정작 본인은 고문 트라우마와 환청에 시달리며 민주화의 봄을 한껏 누리지 못했다.그런 그가 30여 년 만에 남영동 대공분실에 돌아온 것은 대단한 결심이었다. 고문 피해자가 남영동 대공분실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기념관 측의 제안을 수락, 지난해 12월부터 보안관리소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시민을 가장 먼저 맞이하고 있다.남영동을 잊기 위해 민주화 운동 경력마저 지우려 했던 그의 삶을 되찾아 준 게 남영동이라니 대공분실은 그에게 아이러니한 존재다.유동우씨는 "극한의 인권유린을 당했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민주화의 소중함을 알리는 인권의 문지기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2019-04-16 김민재

[인터뷰… 공감]'민주인권기념관' 탈바꿈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 피해자서 보안관리소장 된 유동우씨

#민노련 결성 주도등 민주화 운동에 매진했는데'우리는 가난해서 지옥에 가야하는 사람' 말에 충격노조 결성 후 해고당해… 전국 누비며 재야노동운동#남영동 대공분실은 어떤 곳이었나예비군 훈련 중 연행, 신체검사 후 속옷 한 장 걸쳐5층 조사실서 무차별 폭행·협박… 기절땐 물끼얹어38년 전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경찰에 무자비한 고문을 당할 때만 해도 오늘 같은 날이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1970~80년대 인천에서 민주화 운동에 매진한 유동우(70)씨는 매일 아침 남영동 대공분실로 출근할 때마다 만감이 교차한다.국가폭력의 상징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이 경찰의 손을 떠나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재탄생을 앞둔 가운데 유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이곳을 지키는 보안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1981년 전두환 정권의 공안조작사건에 휘말려 남영동 대공분실에 불법 구금돼 모진 고문을 당했던 그가 이제 민주주의와 인권을 되새기는 기념관의 '문지기'이자 역사의 산증인으로 시민들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유동우 씨는 "우리 역사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보람되게 일하고 있다"며 "백범 김구 선생도 일제에 짓밟혔던 우리나라가 독립이 되면 정부의 문지기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지난 12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만난 유씨는 1981년 8월 2일 오전 이곳에 끌려온 날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33살의 그는 예비군훈련에 소집돼 안양의 한 부대 연병장에서 제식훈련을 받고 있었다. 사복을 입은 건장한 사내 둘이 찾아와 군복 명찰을 확인하더니 양옆으로 팔짱을 끼고 '나가서 얘기 좀 하자'며 데려갔다. 그들은 부대 울타리를 벗어나자마자 경찰이 권총을 옆구리에 들이대며 대기 중인 승용차에 그를 태우고는 눈에 검은 천을 씌웠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유씨가 눈을 떴을 때 처음 본 장면은 벽과 바닥이 모두 짙은 붉은색으로 돼 있는 4평 남짓의 조사실, 그리고 4명의 수사관이었다."그때는 남영동에 대공분실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옷을 모두 벗고 굴욕적인 신체검사를 마친 뒤 속옷 한 장을 겨우 다시 걸쳤을 때 첫 질문과 함께 주먹이 날라왔죠. '너, 공산주의자지?'"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그는 1973년 인천 부평 수출공단의 일본인 투자기업 삼원섬유에 입사해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는 "우리는 가난하기 때문에 일을 하느라 교회도 못 가고, 가난하기 때문에 지옥에 가야 하는 사람"이라는 어느 여공의 말에 충격을 받아 노동 관련법을 독학하고 노조 결성을 이끌어냈다. 1975년 사측의 노조 파괴 공작으로 부당 해고를 당한 뒤로는 전국을 다니며 재야 노동운동을 벌였다. 이때 유씨가 월간지 '대화'에 연재했다가 단행본으로 발간한 노동수기 '어느 돌멩이의 외침'은 1970년대 공장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한 문학작품으로 문단과 노동계의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유신체제 붕괴 이후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민주화를 향한 열망이 더욱 불타오르던 1980년 5월, 유씨는 전국민주노동자연맹(민노련) 결성을 주도해 노동자를 민주화 운동의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작업을 준비했다. 한 편에서는 대학생 중심의 전국민주학생연맹(민학련)이 결성돼 '노-학' 연대가 만들어졌다. 전두환 정권은 1981년 여름 두 조직의 연대를 "공산주의·사회주의로 의식화된 좌경 분자들이 폭력혁명으로 정권을 전복시키고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려 한 사건"으로 조작하고 관련자를 영장도 없이 체포해 남영동으로 끌고 갔다. 이른바 '학림(學林)사건'이다."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답했더니 '그럼 너 사회주의자구나?'라고 묻는 거에요. 뜸을 들이다 다시 어떤 '주의자'도 아니라고 하니까 그때부터 무차별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는데 숨이 콱 막혀와 순간 정신을 잃었습니다."유씨가 눈을 떴을 때는 온몸이 물에 젖어 있었다. 기절한 그를 깨우려고 물을 뿌린 거였다. 온갖 매질과 고문, 협박이 이어졌다. 경찰병원에 3번이나 실려갔다.유씨는 자신이 고문을 받았던 5층 조사실로 안내했다. 우리나라 대표 건축가 김수근이 1976년 만든 이 건물은 원래 5층 건물이었는데 전두환 정부가 7층으로 증축했다. 뒷문으로 들어가면 5층으로만 연결된 나선형의 철제 계단이 있다. 눈을 가린 불법 구금자들이 몇 층으로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방향감각을 잃게 하기 위해서다. 복도 양 옆에 있는 15개의 조사실은 끌려온 사람들이 서로를 확인할 수 없도록 사선으로 배치했다. 책상과 의자는 바닥에 고정돼 있다. 매를 맞다가 뒤로 넘어가거나 자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건물은 철저한 목적을 갖고 만들어졌다."그때 경찰이 이곳을 '남자를 여자로 만들고 여자를 남자로 만드는 것 빼고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죠. 죽여서 휴전선 근처에 갖다버리고 월북자를 총으로 쐈다고 하면 끝이라고 협박하기도 했어요. 두려웠지만 거짓 진술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4번의 진술서 작성 끝에 그에게 정식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계엄법 위반 혐의(이적 표현물 소지, 집회·시위 금지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함께 재판받은 이가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민병두·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 등이다. 유씨는 구속 수감자 24명 중 유일하게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석방됐다. 불법 구금 당시부터 결핵을 앓았고, 고문 후유증으로 재판을 받는 법정에서 소변을 볼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학림사건은 2009년 6월 15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장기간 불법 구금과 고문으로 얻어낸 허위진술로 조작한 사건으로 규정했고, 이후 재심에서 유씨를 비롯한 24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유 씨가 37일 동안 불법 구금됐다고 판단했다. 아쉽게도 그의 수사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유동우씨는 출소 후 생계를 위해 수도권 일대 공장을 전전했지만 늘 정보과 형사들이 따라다녔고, 노조 활동 이력으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취직 자체도 어려웠다. 그러다 1984년 노동 운동을 하다 회사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복지를 위해 설립된 한국노동자복지협회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해 '블랙리스트 철폐 운동'에 앞장섰다.그는 이후 한국기독교노동자총연맹을 조직해 대중운동을 표방하며 1980년대 중반 민주화 운동의 한 축을 이끌었다. 1987년 직선제 개헌을 목표로 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에 참여했고, 6·29 민주화 선언 이후에는 김영삼·김대중 당시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했다.꿈에 그리던 민주화 시대가 찾아왔지만, 그는 종적을 감췄다. 대중 노동운동을 강조했던 그는 소위 언더그라운드의 전위조직 혁명가를 자처하는 급진 세력과 부딪혔고 단일화 실패 이후 절망감을 느껴 운동권을 떠났다."양김 단일화에 실패하고 노태우 정권이 다시 들어서는 순간 군사 정권이 연장됐다는 생각에 고문 후유증과 트라우마가 갑자기 심해졌어요. 민주화라는 목적의식을 갖고 버텨왔는데 후보 단일화를 둘러싸고 민주화 세력이 분열되는 모습에 싫증이 났죠."#석방 후 민주화 시대 찾아왔지만 힘들어했는데고문 후유증 악화… 민주화 세력 분열 보고 염증느껴20여년 악몽같은 세월 보내 던 중 '관리자' 제안 받아#다시 찾은 건물,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고문 받은 방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 먹먹해지지만역사의 산 증인으로서 방문객들 맞이 "자랑스럽다"이때부터 2010년까지 20여 년은 그에게 악몽과도 같은 세월이었다. 방안에 홀로 있으면 감옥에 갇힌 듯한 착각이 들어 툭하면 집을 나가 노숙을 했다. 부인과 딸에 이끌려 집으로 와도 가출을 반복했다. 1990년대 인천 연수구 아파트 단지 공사 현장을 다니며 '노가다'도 했고, 송도유원지 러브호텔 청소부로도 일했다. 구청 노상 주차관리도 했다."과거에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않으면 스스로 견디지 못할 정도였어요. 민주화 과정에서 형성된 인맥을 철저히 차단하고 끊어버렸죠. 혹시 나타나도 독한 마음으로 모른 채 했어요."2010년 들어 학림사건이 무죄로 확정됐고, 그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심정으로 국가폭력 피해자를 치유하는 상담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 정신과 치료도 받으며 그동안 잃어버렸던 세월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 중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설 민주인권기념관의 문지기 역할을 제안받았다. 앞서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남영동 대공분실을 경찰의 관리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하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운영하는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매일 아침 기념관의 문을 열고 보안상태를 확인하고, 때로는 방문객을 위한 해설사 역할을 하고 있다.유씨는 38년 전 한 달 이상 갇혀 있던 남영동 대공분실 5층 조사실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김근태 전 의원이 민청련 사건으로 남영동에서 모진 고문을 당했고(1985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희대의 망언을 남긴 박종철 고문치사 조작 사건(1987년)이 바로 이곳에서 있었다. 그는 뒤늦게라도 인권유린 상징에서 민주·인권의 상징으로 탈바꿈하게 될 남영동 대공분실의 문지기가 된 것을 오히려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백범일지에 나온 '나의 소원'을 보면 선생은 우리나라가 독립국만 된다면 가장 미천한 자가 되어도 좋다며 독립 정부의 문지기가 되고 싶다고 하셨어요. 보안관리소장 제안을 받고 잠시 고민했는데 백범의 글이 내 마음을 움직였죠. 정의롭게 살고자 했던 사람들이 인권유린을 당했던 이곳에서 내가 문지기를 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의미 아니겠습니까."글/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인천에서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에 매진한 유동우씨가 지난 12일 서울시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옛 대공분실)에서 "백범일지에 나온 '나의 소원'을 보면 선생은 우리나라가 독립국만 된다면 가장 미천한 자가 되어도 좋다며 독립 정부의 문지기가 되고 싶다고 하셨어요. 보안관리소장 제안을 받고 잠시 고민했는데 백범의 글이 내 마음을 움직였죠. 정의롭게 살고자 했던 사람들이 인권유린을 당했던 이곳에서 내가 문지기를 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의미 아니겠습니까"라고 밝히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19-04-16 김민재

[우리시대의 품앗이人(K-Pumassian)]'꺼벙이명품예술봉사단' 김기철 단장

경로당·장애인 복지시설 찾아공연 어르신들 "또 올거지?" 하실땐 보람 큰행사 경비 많아 지자체 지원 절실자신의 끼를 감추지 못하고 '웃음봉사'에 나서고 있는 여주시 홍보대사 김기철(60) 꺼벙이명품예술봉사단 단장.그가 지난해 12월 28일 전국노래자랑 연말 결선에서 인기상을 받은 '서울구경' 유튜브 영상은 언제봐도 신이 난다. "시골영감 처음타는 기차놀이라, 으하하핫, 웃어요! 웃어야 복이 와요!"1970년대를 풍미한 영원한 광대 살살이 서영춘의 서울구경을 패러디 한 것으로, 김 단장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지 오래다. 전국노래자랑 인기상은 평소 김 단장이 봉사활동으로 요양원·경로당·장애인 복지시설 등에서 외롭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온 코미디 만담이 제대로 실력발휘한 결과다. 김 단장은 40대 후반이던 2007년, 서울에서 코미디언 생활을 접었다. 여주로 내려와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인력사무소와 식당을 운영했다. 하지만 코미디언의 끼를 억제할 수 없었다. "여주에서 일상적인 생활이 쉽지 않았어요. 일도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활력소가 될 것을 찾았고, 그래서 2010년 한국연예예술인협회 여주지회 창작분과 위원장과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어요."참을 수 없었던 끼는 '꺼벙이와 어벙이' 콤비로 재탄생했다. 코미디 만담 형식으로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재치있는 말솜씨와 행동으로 세상을 풍자하거나 관객을 웃기고 즐겁게 했다. "여주 관내 복지시설을 돌며 정기 공연을 하다 보면 석 달만에 레퍼토리가 중복됩니다. 대번 관객은 재미없어해요. 연구하고 새로운 대본을 만들 때가 즐거워요."입소문이 나면서 정기 공연 외에도 시시때때로 공연 요청이 오기도 한다. 특히 오는 6월 12일 여주 시민회관에서 하는 '제4회 코미디 쇼쇼쇼-어르신을 위한 효도잔치 대공연'과 9월 추석에 전통시장에서 열리는 '다문화 가족을 위한 시민노래자랑'도 정기공연 외의 행사다. "어르신들은 밖으로 갈 곳이 없어요. 오는 6월 효도잔치 대공연에 송해 선생님과 삼태기를 초청할 예정입니다. 볼거리와 자장면을 무료제공하고 경품도 선물로 드립니다." 틈새 홍보를 잊지 않는 김 단장은, 봉사를 하면서 어르신이나 장애인들이 "또 올거지?"라고 말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단다. 그러면서도 김 단장은 지자체의 지원과 후원이 아쉽다고 전했다. 웃음을 위해 함께하는 봉사단원 20명도 그렇지만 큰 행사에는 필요한 것들이 많다. 행복한 지역사회를 위해 '재능기부'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를 위한 지자체의 지원과 후원이 절실하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꺼벙이명품예술봉사단' 김기철 단장(가운데)은 봉사를 하면서 어르신이나 장애인들이 "또 다시 올거지?"라고 말할 때가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은 단장과 단원들. /봉사단 제공

2019-04-15 양동민

[FOCUS 경기]인터뷰|이홍기 골드라인그룹 회장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현대사회에서 문화와 기업은 파트너 관계라고 말했다. 골드라인그룹 이홍기(사진) 회장의 생각도 이와 일치한다. 이 회장은 (주)골드라인을 비롯해 7개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전문경영인이지만, 예술 분야에 관한 남다른 안목과 식견을 바탕으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왔다. 일각에서는 문화·예술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도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이 회장은 "기업과 예술의 교류를 통해 문예진흥이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가 발전하고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믿는다"며 "오래전부터 기업의 메세나 활동에 주목했고 이를 실행코자 노력해 왔다. 그 마음은 지금도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회장은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릴 정도로 특히 미술 분야에 관심이 높다. 그는 "원래는 컬렉터로 시작했는데 그림을 보는 눈을 키우려면 직접 그려봐야 한다고 해서 몇 년 전부턴 아예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래 봬도 개인전도 열었다"며 활짝 웃었다.이 같은 그의 예술에 관한 뜨거운 관심과 열정은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일개 스튜디오 하나의 출발은 미약할 수 있지만, 이곳을 거쳐 가는 작가들의 꿈을 실현시킨다는 원대한 목표를 잡고 후원을 시작했다"며 "이들의 예술혼이 발휘돼 훌륭한 예술가가 탄생되고, 한류의 주역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이곳 골드창작스튜디오가 예술교류의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2019-04-14 황성규

[FOCUS 경기]군포 미술계 활기 불어넣는 '골드창작스튜디오&갤러리GL'

3년 전부터 12명 내외 작가 상주·작업골드라인그룹 후원으로 창작에만 전념매달 1차례씩 개인전 열면서 역량 키워18~21일 '플라잉 투게더' 시민들과 소통백범 김구 선생은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만하고,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족 문화가 말살되던 일제강점기에 간송 전형필 선생은 자신의 재력을 쏟아부어 화가들의 작품을 구입하고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며 우리 문화 수호에 앞장선 바 있다.과거나 지금이나 대중은 문화의 시대를 살며, 문화는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척도다. 하지만 문화를 선도해 나가야 할 예술가들의 환경은 여전히 척박하다. 경제적 이유로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채 예술의 길을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하지만 이곳만큼은 예외다. 군포 당정동에 위치한 '골드창작스튜디오' 소속 12명의 입주작가들은 소위 말해 '돈 걱정' 없이 창작 활동에만 집중하며 각자가 지닌 예술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무엇이 이를 가능케 했을까.# IT밸리에 미술관이 있다?군포 당정동 일대에는 수백여 개의 기업체와 공장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으며, 그 중심에는 흡사 랜드마크를 방불케 하는 고층의 군포IT밸리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이 건물은 일반 기업체 사무실로만 채워져 있을 것 같지만, 맨 꼭대기 층(34층)에는 아름다운 미술 작품들이 전시돼있는 갤러리가 있다. 갤러리뿐 아니라 작가들의 개별 작업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곳의 명칭은 골드창작스튜디오&갤러리GL. 3년 전 이 공간에 예술의 싹을 틔운 윤옥순 관장은 매년 공모를 거쳐 12명 내외의 입주작가를 모집해 상주시키며 이들에게 예술의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칫 삭막한 분위기가 느껴질 수 있는 공업지대에 예술의 기운을 투입하면서 지역 미술계 전반에도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주작가들은 평소 작업 활동에 매진하면서 동시에 한 달에 한 번씩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역량을 높이고 있다. 윤 관장은 "이곳에 입주하기 위한 작가들의 경쟁률이 매년 높아지고 있고, 그런 만큼 수준급의 작가들이 모여들고 있다"며 "뛰어난 작가들이 지역 예술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군포시가 예술의 도시로 변모할 수 있는 하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예술의 만남윤 관장의 작가 지원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건 사실상 한 기업인의 든든한 후원 덕분이다. 평소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높은 골드라인그룹 이홍기 회장은 윤 관장과의 인연으로 이번 프로젝트의 후원을 자청했다. 이 회장은 자사가 위치한 군포IT밸리 34층 공간의 절반을 할애해 작가들을 위한 갤러리와 작업 공간으로 조성했다. 그렇게 해서 '골드창작스튜디오&갤러리GL'이 만들어졌다. 공간 제공만으로 그치지 않고 관리비와 주차비 등 소소한 부대비용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경제적 부담을 말끔히 해결했다. 덕분에 이곳 입주작가들은 그간 돈 걱정에 허비해야 했던 에너지마저 작업하는 데 오롯이 쏟아부으며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다.윤 관장은 "예술가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되면 순수성이나 창의성과는 점차 거리가 멀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상업적 측면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절대 좋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다"며 "배고픈 예술가들에게 이처럼 날개를 달아주는 일은 개인적으로도 감사한 일일뿐더러,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시대정신과도 부합하는 너무나 훌륭하고 보람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18일 오픈스튜디오… 작업공간 대중에 공개지난해 5월 공모를 통해 박미진, 박중현, 배정하, 오윤석, 이대선화, 이상엽, 이소, 임개화, 차은아, 최세경, 황혜성 등 내로라하는 11명의 작가들이 골드창작스튜디오 3기 입주작가로 선발됐다. 윤 관장을 필두로 한 총 12명의 작가들은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플라잉 투게더(Flying Together) 2019'라는 타이틀을 내건 오픈스튜디오 행사를 연다. 이번 행사를 통해 지난 1년간의 활동 결과물을 일반 대중에 공개하고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현장에서의 토론과 질의·응답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전망이다. 특히 행사기간 동안 작가들의 작업실을 개방해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뜻깊은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며, 오픈식이 열리는 18일 오후 6시에는 추첨을 통해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작가들의 작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윤 관장은 "작업 공간에서 작가들을 만난다는 건 미술관에서 완성된 그림을 감상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오픈스튜디오 행사를 통해 일반 시민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미술이 쉽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군포 IT밸리에 위치한 골드창작스튜디오(관장·윤옥순) 3기 12명의 입주작가들이 오는 18일 오픈스튜디오 행사를 열고 대중들과 만난다. 이 자리에서 지난 1년간의 활동 내용을 공유하고 작가들의 작업 공간을 개방하는 등 대중과의 소통에 나선다. 군포/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골드창작스튜디오&갤러리GL' 내부 곳곳에 전시돼 있는 입주작가 작품들.이 공간의 탄생을 합작한 이홍기(왼쪽) 골드라인그룹 회장과 윤옥순 관장.

2019-04-14 황성규

[이슈&스토리]첨단기술 접목하는 프로구단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했다. 한국 4대 프로스포츠 중 프로야구는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스포츠다. 10개 구단이 팀당 144경기를 치르지만 경기장마다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짧으면 2시간, 길면 5시간이라는 긴 경기시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팬들은 경기장을 찾아 자기가 응원하는 팀을 열정적으로 응원한다.보통 스포츠팬들은 재미 있는 경기와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지만 프로야구는 다르다. 각 프로야구단은 긴 경기시간 또 공격과 수비가 바뀌는 시간에 출출한 배를 채울 수 있도록 다양한 먹거리가 팬들의 발길을 끈다. 한국 야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치킨과 피자, 또 일부 프로야구단들이 특석 형태로 제공하는 바비큐존 등이 대표적이다. 수원 KT 팬들이 kt위즈파크를 찾으면 꼭 먹는다는 지역 명물 통닭도 대표적인 야구장 명물 중 하나다.2019시즌 프로야구는 팬들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 즉 5G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5G에 대해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0Gbps, 최저 다운로드 속도는 100Mbps인 이동통신 기술이라고 소개한다. 또 5G는 1㎢ 반경 안 100만개 기기에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시속 500㎞ 고속열차에서도 자유로운 통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런 최첨단 통신 기술이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에 도입돼 미래시대를 체험할 수 있게 해 준다.응원버튼 누르면 전광판 '비룡' 포효AR 영상 TV·스마트폰 실시간 방송인천 SK와 SK텔레콤은 지난달 2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AR을 활용한 깜짝 이벤트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SK텔레콤은 개막전 시구에 앞서 AR(증강현실)로 형상화한 대형 비룡을 세계 최대 규모 전광판인 SK행복드림구장 '빅보드'에 띄우는 이벤트를 열었다. → 사진SK텔레콤은 SK야구단의 상징이자 상상 속 동물인 비룡이 판타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경기장 지붕과 관중석 위를 날아다니는가 하면 그라운드 위에서 포효하는 등 마치 살아있는 비룡이 구장 내를 누비는 것과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SK텔레콤은 관중들이 '5GX AR' 앱을 통해 응원 버튼을 누르면 비룡이 다시 힘을 내어 날아오르는 인터랙티브 AR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실제 현장에서의 참여자 반응에 따라 비룡이 실시간으로 움직임을 달리하도록 해 큰 호응을 얻었다. AR 비룡 영상은 야구 중계 채널을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방영돼 TV나 스마트폰으로 중계를 보는 야구팬들에게도 생생하게 전달했다. 7개의 UHD캠 구장 다양한 시점 제공270도 '매트릭스 뷰' 슬라이드 영상도한국에서 처음으로 야구장에 사물인터넷(IoT)을 도입했던 수원 KT는 홈경기장인 kt위즈파크를 최첨단 기술을 시연하는 스마트스타디움으로 운영하고 있다. KT는 홈 경기장에 7개의 초고화질(UHD)급 카메라를 장착했다. 이 카메라를 활용해 다양한 시점의 영상을 제공하는 '포지션 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40개의 고화질(HD)급 카메라를 활용해 최대 270도 타임 슬라이스 영상을 제공하는 '매트릭스 뷰' 서비스도 선보였다. 3대의 투구 추적용 카메라로 구현한 피칭 분석 서비스를 통해 투구의 궤적과 구속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최첨단 서비스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올레tv 모바일' 내 '프로야구 라이브'에서 이용할 수 있다.이와함께 KT는 지난해부터 야구장에 설치된 8개의 미세먼지 측정기를 통해 분석된 결과를 토대로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인공 강우로 경기장 미세먼지 수치를 떨어뜨리고 있다.5G 체험존, 경기장 줌인·홈밀착 영상불펜상황·주루 플레이 자유롭게 감상LG야구단도 모기업 계열사인 LG유플러스와 함께 잠실야구장 중앙매표소 인근과 1루측 출입구에 각 U+프로야구 5G 체험존을 마련하고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5G로 업그레이드된 U+프로야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체험존에서는 생중계 중 '경기장 줌인'과 '홈밀착 영상' 등 새 기능이 시연돼 방문객들이 TV 중계로는 볼 수 없는 불펜 상황과 주루 플레이 등 원하는 부분을 자유롭게 확대해 초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경기장 내 홈 플레이트 중심으로 설치된 카메라 60대가 홈에서 일어나는 모든 순간을 생동감 있게 포착한 장면이 체험존의 대형 스크린에 생중계된다. 체험 부스에서도 경기장과 유사한 환경의 홈밀착 영상 체험존을 마련해 고객들이 야구 배트를 스윙하는 장면을 20여대의 초고화질 카메라가 촬영해 다양한 각도로 타석 영상을 돌려볼 수 있도록 했다. 다시점중계·실시간 경기기록 서비스좌석안내·사진찍기 지능형 안내로봇NC도 신축 야구장인 창원NC파크에서 첨단 IC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경기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NC의 스마트 경기장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관중에게 다시점 중계와 실시간 경기 기록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 NC는 야구장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 최초로 메인·보조·리본전광판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보조전광판에서는 관람객이 중계방송을 보는 것처럼 투수의 구종과 회전수, 타자의 체감속도, 비거리 등 데이터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와함께 NC는 세계 최초로 지능형 안내로봇 '애디 2019'을 도입해 시설 및 좌석 안내, 경기 선발 라인업, 사진찍기 등을 제공한다. /김종화·임승재기자 jhkim@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수원 KT는 올 시즌부터 홈구장인 kt위즈파크를 최첨단 기술을 시연하는 스마트스타디움으로 운영하고 있다. /KT위즈 제공

2019-04-11 김종화·임승재

[인터뷰… 공감]道·전국 지역신용보증재단 '첫 직원 출신' 이민우 경기신보 이사장

직업군인 꿈꾸던 체육학도, 대학 졸업 전 경안상호신용금고 입사10년차 사표내고 개인 사업… 녹록지 않자 지금의 경기신보 '인연'무슨 기관인지 설명했었던 시절, 전단지 붙이고 상인회 찾아다녀직원 출신 수장 매너리즘 빠질 수 있는 우려 '새로움' 좇으며 불식보증료 면제 '다드림론' 등 준비… 中企·소상공인들 곁에 있을 것'샐러리맨의 신화'. 지난해 11월 이민우 당시 경기신용보증재단(이하 경기신보) 영업부문 상근이사가 이사장 후보로 낙점됐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됐던 말이다. 다만 신화는 저절로 쓰이지 않았다. 늘 새로운 길을 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할 때도, 미래를 알 수 없는 신생 기관에 입사했을 때도, 갖은 풍파 속 임·직원이 18명에 불과했던 작은 조합을 경기도 최대 산하기관으로 성장시키며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도 그랬다. 경기도·전국 지역신용보증재단 첫 직원 출신 이사장이 그인 이유일 터다.9일, 그가 이사장에 취임한 지 꼭 100일이 됐다. 100일간의 걸음도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가보지 않은 길을 열었고, 맨 앞에는 이 이사장이 서 있었다. 지난 4일 이 이사장의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걸어온 길을 되짚을 때보다 닦지 않은 길을 이야기하는 목소리에 더 힘이 실려있었다.# 문견이정직업군인을 꿈꾸던 체육학도였다. 금융기관에 발을 들인 것은 차라리 우연에 가까웠다. 대학교를 졸업하기도 전 첫 직장인 경안상호신용금고에 입사했다. 낮에는 상호신용금고 대리로, 밤에는 대학생으로 20대 후반을 보냈다. 30대 중반, 가장 왕성하게 직장 생활을 할 10년차에 문득 사표를 냈다. 정치든, 사업이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작은 개인 사업을 시작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회사에서 꼬박꼬박 월급 받으며 살면 안 되냐"는 가족들의 애원이 들릴 무렵, 지인이 이력서를 함께 내보자고 했다. 당시엔 '조합'이었던 지금의 경기신보였다. 전국에서 제일 먼저 생긴 지역신보인 만큼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왜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는 기업인·상공인은 손에 꼽았다. 이사장, 감사, 팀장, 대리를 합해도 18명밖에 되지 않았던 작은 기관의 불이 365일 꺼지지 못했던 까닭이기도 했다."맨 처음 생겼을 때는 뭐하는 기관인지 다들 잘 모르니까, 전단지도 붙이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상인회를 찾아다니면서 일일이 '이런 기관이 생겼고,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야 했다. 법조차 제대로 정비되지 않는 등 아무 것도 없으니 발로 뛸 수밖에 없었던 때"라고 경기신보 창립 당시의 모습을 언급한 그는 "경기북부 전체를 담당했었는데 '지점'이 없을 때라 차 한 대로 그 넓은 북부를 다녀야 했다. 펜 하나조차 사기 힘들었던 시기라 출장비도 1만원 정도였는데 톨게이트 비용으로만 6천원을 냈었다. 한 번은 무더운 여름이었는데 파주까지 갔다가 업체에서 보증서류를 반송시켜서 뙤약볕 아래 걷고 또 걸은 기억도 있다. 초창기 멤버들이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이후 경기신보의 첫 지점 격인 의정부사무소를 입사 1년 만에 도맡았고, 5년 만에 서부지점(현 부천지점)을 총괄하게 됐다. 아무 것도 없는 땅에 처음 길을 낼 때의 막막함은 그 후로도 숱하게 되풀이됐지만, 번번이 현장에서 답을 찾아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다. "대리부터 이사장이 된 지금까지, 난중일기에 등장하는 '문견이정(聞見而定·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들은 이후 싸울 방책을 정한다)'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고 회고했다.# 다시, 새 길직원 출신 수장의 최대 강점이자 약점은 조직을 잘 안다는 점이다. 빠르게 조직을 장악하며 수장 교체에 따른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반면, 익숙한 방식만을 답습하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을 터. 적어도 100일간의 행보에서 이 이사장은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을 좇기 위해 애썼다.현재 준비 중인 '다드림(多-dream)론'이 대표적이다. 사회적 약자, 저신용등급 소상공인 등에 보증료를 100% 면제해주는 상품으로, 취임 직후부터 출시를 적극 검토해 왔던 것이다. 보증기관이 보증료를 받지 않는, 전국 보증기관 최초의 시도다. 많은 돈을 필요로 하지 않음에도 일반 금융기관의 문은 두드릴 수 없는 금융 소외계층들이 불법 대부업에 손을 대 더욱 수렁에 빠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이재명 도지사의 생각과도 맞닿아있는 행보이기도 하다. 이 이사장은 "많은 돈은 아니더라도 당장 자금이 필요한데 보증지원을 받기가 어렵고, 보증을 받더라도 보증료와 대출 금리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저신용자, 사회적 약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더 큰 어려움에 빠지거나 경제 활동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재도전 희망특례 보증'을 통해 사업에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자금 50억 원 규모를 지원하고, 금융 취약계층들을 위한 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를 기존 7개에서 12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또 중소기업·소상공인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안성·하남에 영업점을 신설하는 한편, 중부지역본부를 개설할 예정이다. 특례시가 될 수원·고양·용인 등 100만 명 이상 도시에는 지점을 1개씩 추가 조성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그야말로 광폭 행보다. 이 이사장은 "이사장이자 선배로서, 후배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결국 경기신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재단을 찾아주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라며 "경기신보가 짧은 기간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전국 최대 광역단체인 경기도에 많은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있고, 이들이 우리를 필요로 해서다. 그런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가장 가깝게 느끼는 기관을 만드는 게 제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인터뷰 말미 명패에 적힌 이름의 한자가 눈에 띄어 물었다. 백성 민(民), 비 우(雨). 어떤 의미인지 질문하자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에게 이로운 일을 하라는 뜻에서 지어주셨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가뭄 끝 단 비처럼, 어려움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경기신보 본연의 역할과 절묘하게 맞닿아있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금융인으로서 33년, 경기신보에서 23년. 메마른 땅을 적셔 처음 길을 내왔던 그가 앞으로의 100일, 그리고 또 다른 100일 뒤 서 있을 곳 역시 함께 궁금해졌다.글/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사진/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이민우 이사장은?▲ 1960년 경기도 안양 출생▲ 1979년 유신고등학교 졸업, 2001년 숭실대학교 경영학 석사 취득▲ 1985~1995년 경안상호신용금고 근무▲ 1996년 경기신용보증재단 입사▲ 2001~2005년 경기신용보증재단 부천지점장 / 총무팀 부장▲ 2006~2010년 경기신용보증재단 안양지점장 / 기획부 실장▲ 2010~2014년 경기신용보증재단 기획관리본부장 / 성남지점장▲ 2014~2015년 경기신용보증재단 남부지역본부장▲ 2015~2018년 경기신용보증재단 영업부문 상근이사▲ 2018년 12월 ~ 경기신용보증재단 제14대 이사장이민우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이 지난 4일 경기신보 집무실에서 가진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가장 가깝게 느끼는 기관을 만드는 게 제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일 것"이라고 설명하며 경기신보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이민우 경기신보 이사장은 창립부터 23주년을 맞은 현재까지 경기신보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2001년 5월 20일 지역 중소기업 육성 공로로 표창을 받은 이민우 당시 경기신보 총무팀장을 보도한 경인일보 지면. /경인일보 DB

2019-04-09 강기정

[2019 희망나눔 1m1원 자선걷기]봄바람보다 따스하게… 사회 곳곳 퍼지는 '나눔 발걸음'

시민 2만1천명 광교호수공원 5㎞ 동행참가비·기업 후원금 등 3억여원 모여다양한 체험 부스·아이돌 공연 웃음꽃경인일보와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삼성전자·티브로드(T-broad)가 공동 주최한 '2019 희망나눔 1m1원 자선걷기' 행사가 지난 6일 광교호수공원 재미난밭에서 성황리에 치러졌다.올해 17회를 맞은 '자선걷기'는 우리 사회에 건전한 기부문화를 만들고 인도주의 정신을 높이기 위해 2003년부터 이어져 온 캠페인이다.올해 모금된 참가자들의 참가비와 기업 및 기관 후원금 3억여원은 전액 도내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된다.이날 행사에는 도내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2만1천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희망을 전했다. 또한 김화양 경인일보 대표이사,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하헌재 삼성전자 사회봉사단 부단장, 장현석 티브로드 대표, 김희겸 경기도 행정1부지사, 조청식 수원시 제1부시장, 남창현 농협경기본부장 등이 참석해 행사를 빛냈다.참가자들은 광교호수공원 재미난밭을 시작으로 원천호수 둘레길 5㎞를 걸으며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웃돕기를 실천했다.행사는 자선걷기 외에도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 등 다양한 홍보부스와 체험전 등으로 참가자들에게 풍부한 즐길거리를 제공했다.또 인기 걸그룹 '여자아이들'을 비롯해 다양한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행사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한편 이날 기부된 금액은 참가기부금 2억2천여만원, 기업 및 기관 후원금 1억2천여만원 등 총 3억4천만여만원이 모금됐고 모금된 금액은 위기가정 긴급지원과 취약계층 김장김치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취재반■ 취재반 : 이재규 사회부장, 김종택 사진부장, 임열수 사진부 차장, 공지영·권민지·김동필·박보근 사회부 기자함께할 수 있는 기쁨-6일 오전 수원 광교호수공원 재미난밭에서 열린 '2019희망나눔 1m1원 자선걷기대회' 참가자들이 원천호수 수변도로를 따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사랑의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취재반

2019-04-07 경인일보

[2019 희망나눔 1m1원 자선걷기]이모저모

■열정적 무대 ■평범한 얼굴도 '셀럽'으로 페이스페인팅○…소외된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한 1m1원 걷기대회의 다양한 참여부스 중 '페이스 페인팅'(얼굴 또는 손에 그림을 그려 표현하는 예술)이 큰 인기몰이.벌써 2년 째 1m1원 행사에 참가했다는 박소미(8)·박시후(4) 남매는 "주말에 엄마·아빠랑 나와서 좋다"며 "자원봉사자 언니가 그려준 토끼랑 팽귄이 너무 귀엽다"고 함박웃음.■뜻깊은 행사, 의미 돋우는 자원봉사활동○…남양주·평택·오산·화성 등 경기도 각지의 학생들, 자선행사 참여를 위해 달려와 눈길.평택에서 온 장재혁(19·동일공업고)군은 "매주 토요일마다 경기도 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평소 봉사정신을 배양해 왔다"며 "보통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데, 오늘은 경인일보에서 뜻깊은 자선행사를 주최한다고 해 평택에서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너스레.남양주 오남중학교에서 온 박세림(15·여)양은 "자선의 의미가 담겨 있어 뜻깊은 것 같다"며 "평소에도 다른 친구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어 내년엔 친구들과 함께 오겠다"고 의지 다져.■인싸 아이들의 필수 아이템 '풍선 아트'○…자선행사에 참석한 아이들 사이에서 풍선 아트가 큰 인기. 풍선 칼로 시합을 하는가 하면, 풍선 여러 개를 합쳐 활을 만들기도. 완성된 풍선 아트를 해체해 창의적인 다른 작품을 만드는 아이들까지.광교신도시에서 살고 있다는 주민 김은경(41·여)씨는 "가족이 처음 참여했는데 행사의 취지와 방법이 뜻깊다"며 "풍선 아트와 같은 아이들이 좋아할 요소도 너무 많아서 아이들도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고. 풍선 아트를 운영하고 있는 강진우 RCY(Red Cross Youth) 경기도 임원은 "대회에 참여하는 시민분들을 대상으로 풍선 아트를 만들어 드리고 있다"며 "칼이나 강아지를 만들어 드렸을 때 기뻐하는 시민들의 표정에 힘든 줄 모르고 매년 참가해 봉사하고 있다"고 말해.■아빠 조금만 더가면 돼요 ■'강원도 산불 성금' 화재경보기 체험 인기○…"삐~삐~삐~" 광교호수공원에 때 아닌 화재 경보가. 강원도 산불 구호 성금을 모금하기 위해 대한적십자사에서 준비한 '화재경보기' 체험 행사가 인기.아버지, 어머니와 찾은 김도훈(14)·김준범(11) 형제는 "걷는 것도 좋지만, 강원도 산불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작게 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이렇게 화재경보기를 직접 만들어 보면서 작은 기계가 수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취재반자선걷기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인기 아이돌 가수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멋스럽게-어린이들이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있다.안전이 최고-행사장에 마련된 안전체험부스.한 어린이가 아빠의 목말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2019-04-07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