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기)

[이슈&스토리]코로나19 주식 폭락 떠받쳤던 '동학개미운동'의 몰락

외국인 판 삼성전자주 등 매입회복 이끌며 상당한 수익 챙겨이후 추가 급락장 전망한 시장하락장 재미 'ETF인버스' 환승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지만 우리나라는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일명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으로 자금이 증시로 흘러가 방어선을 구축했기 때문이라는 게 증권가의 지배적인 해석이다.실제로 코로나19 발 증시 폭락 과정에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대장주로 꼽히는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를 연일 팔아치울 때 개인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주워담았다.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 폭락장이 상승장으로 전환된 점을 염두에 두고 우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로 인해 지난 17일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에 힘입어 상승세로 출발해 1주당 5만원을 한 달 만에 재돌파했다. 장중 최고가는 5만2천원까지 올랐다. 삼성전자의 올해 최저가가 지난달 19일 4만2천3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 당시 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은 상당한 평가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하지만 동학개미운동의 열기가 투자 위험이 큰 인버스 금융상품 등까지 대거 옮겨붙고 있다. 인버스 금융상품은 지수가 하락했을 때 수익을 내는 것으로 동전의 앞뒤를 맞추는 것과 같아 리스크가 크다. 동학개미운동이 코로나19로 급락하는 우리 증시를 떠받친 점은 사실이지만 무분별한 투자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는 주의가 필요하다.# 우량주에서 상장지수펀드(ETF) 통해 인버스로 갈아타는 개미들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는 특정 지수의 성과를 추종하는 펀드로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게 만들어 놓은 상품이다. 쉽게 말해 여러 종목의 주식을 하나로 묶어 놓은 금융 상품이다. 가장 대표적인 코스피200은 한국을 대표하는 주식 200개 종목의 시가 총액을 지수화 한 것으로 선물지수200이라고도 불린다.펀드 형태여서 개별 주식을 선별하지 않아도 되고 언제든지 원하는 가격에 거래할 수 있는 주식투자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 특히 ETF는 지수 상승과 하락에 모두 투자가 가능해 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시장지수 관련 ETF 및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면 되고 지수 하락이 예상될 경우에는 인버스 ETF에 투자할 수 있다. 이에 최근 코로나19로 하락장이 예상되면서 우량주로 재미를 본 개인 투자자들이 인버스 ETF로 옮기는 분위기다. 실제로 ETF 시장 거래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난 14일 기준으로 ETF시장 순자산 총액은 47조323억원 규모까지 증가했다. 지난달 말 45조3천500억원 대비 2조원, 2월16일 기준 41조9천억원보다는 5조원 넘게 급증했다.여기에 개인 투자자들이 이달 코스피 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KODEX200선물인버스2X'였다. 누적 순매수 금액이 약 9천368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기관 투자자는 해당 종목을 9천444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는데 기관이 뱉어낸 것을 고스란히 개인이 주워담은 셈이다. → 그래프 참조심지어 저점이었던 지난달 19일(1천457.54) 지수가 30% 이상 뛰어오르는 데도 인버스 ETF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급락장이 한 번 더 올 것으로 예상했던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복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9∼10월 코스피는 1차 저점을 기록한 뒤 같은 해 11∼12월 기업 신용 위험에 따른 우려로 2차 저점을 형성했다. 돌아온 해외 자본, 순매수 행렬증시 상승 여파 개인 손실 커져2월부터 피해 구제 신청 증가세전문가들 "무분별 투자 피해야"# 암운 드리운 인버스 투자하지만 인버스 ETF 금융상품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장밋빛 미래는 회색빛으로 바뀌고 있다. 단기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버스 ETF를 사들였으나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으로 증시 상승폭이 커졌기 때문이다.지난 17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한 달 만에 1천910선을 회복하며 3% 이상 상승 마감했다. 1천910선 회복은 지난달 10일(1천962.93)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5일부터 30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던 외국인이 귀환한 것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팔자'였던 외국인이 전기전자 업종 위주로 순매수세를 보이며 '코리아 포비아'를 끝냈다.이로 인해 수익률은 처참한 상태다. 지난 1일 8천830원에 거래를 마쳤던 'KODEX200선물인버스2X'는 지난 17일 23.33% 급락한 6천77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ODEX인버스'와 'KODEX코스닥150선물인버스'도 수익률은 각각 -13.29%, -13.24%를 냈다. → 그래프 참조# 잘못된 주식투자 정보에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도 증가, 전문가들 무분별한 투자 주의코로나19로 주식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주식투자정보서비스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피해구제 신청도 늘고 있다. 주식투자정보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2월부터 증가하고 있다는 게 한국소비자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190건이 접수돼 전년 동기보다 28.8% 감소했지만 2월에는 204건으로 17.9% 늘었고, 3월에는 247건으로 12.8% 증가한 실정이다.한국소비자원은 이런 현상을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투자 손실이 발생한 소비자들의 계약 해지 요청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주의를 당부했다.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3천237건을 분석한 결과, 업체가 제공한 정보로 투자했지만 손실이 발생해 계약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피해가 96.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하지만 증권사들의 투자 의견은 여전히 '매수' 일색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3월 기업분석보고서를 발행한 국내 증권사 32곳 중 30곳은 보고서의 투자의견에서 '매도'로 제시한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폭락장이 지속할 동안에도 주식을 계속 사라고 권유할 뿐 팔라고 이야기한 경우는 없었다는 이야기다.선택은 투자자들의 몫이지만 실패에 따른 책임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투자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상승하지 않고 정체 구간에 들어선 것만으로도 인버스2X ETP(상장지수상품)는 수익률 측면에서 기초지수보다 불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특정 시점에 투자를 올인하는 방식보다 매수시점을 적당히 분산해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좋다"며 "인버스 ETF는 위험성이 높은 상품이라 투자를 피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코스피가 이틀째 1% 가까이 상승하며 1,910선을 회복한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58포인트(0.98%) 오른 1,914.73으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2020-04-23 황준성

[미래사회포럼 8기 입학식·첫 강의 개최]박찬종 변호사가 들려준 50년 정치인생

박찬종 법무법인 산우 고문변호사(전 국회의원)는 23일 오후 경인일보 6층 대연회장에서 열린 '미래사회포럼' 첫 강의에서 정치인으로 살아온 지난 50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경인일보는 이날 박 변호사의 첫 강의와 함께 포럼 제8기 입학식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입학식에는 임채호 경기도 정무수석과 안혜영 경기도의회 부의장, 조명자 수원시의회 의장, 고진수 미래사회포럼 총동문회 회장(에이치알원 대표) 등 내빈들이 참석했다.지난 2015년 1기를 시작으로 올해 8기를 맞은 포럼은 경기·인천지역 대표언론사인 경인일보와 부설 (사)미래사회발전연구원(원장·이재율 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이 준비했다.지난 7차례의 과정을 성공리에 마친 포럼은 오피니언 리더들을 위한 대한민국 최고의 글로벌 리더십 아카데미 과정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포럼은 입학식을 시작으로 모두 16주간 운영되며, 외래교수진은 국내 최고의 지성과 석학 등으로 구성됐다. 김재영·서민·김경일·김학린·이경전 교수와 초격스님,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이만수 전 SK감독 등 사회 각 분야 지도자급 인사들이 강사로 나선다.배상록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은 "이 자리에 참석한 오피니언 리더들이 미래사회포럼의 구성원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경인일보와 함께 지역사회 발전을 주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23일 오후 경인일보 6층 대연회장에서 열린 '미래사회포럼' 제8기 입학식 및 강의에서 박찬종 법무법인 산우 고문변호사가 강연하고 있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2020-04-23 김성주

[인터뷰… 공감]안산 단원을 '맨땅에 헤딩'… '이슈 메이커' 김남국 당선자

당이 전략공천 선택… 3선 중진 상대 이겨야 한다는 목표 뚜렷'성인 팟캐' 논란 검찰수사 줄악재… 유세중 '붕어빵' 응원 큰 힘검찰개혁·민생문제 해결 장기 과제… 공부 급선무 독서실행 계획코로나19 사태 속 치러진 4·15총선의 막이 내렸다. 소방관, 운동선수 등 다양한 이력을 앞세운 후보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너나 할 것 없이 힘겨운 당내 경쟁, 상대 후보와의 진흙탕 싸움 등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다툼을 치열하게 벌였다. 최대 표밭인 경기도에서도 241명이 도전했고 이 중 평균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59명만이 금배지의 주인공이 됐다.이들 중 한 명인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국회의원 당선자는 선거 첫 도전 만에 안산 단원을에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82년생의 젊은 변호사는 선거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조국 내전', '팟캐스트 논란' 등 숱한 이슈로 전 국민의 눈길을 끌었다. 이슈 메이커였던 그는 선거 기간 오히려 말을 아꼈고, "솔직히 지역을 잘 모르지만 깨어있는 모든 시간을 바치겠다"는 약속처럼 묵묵히 단원구 곳곳을 다녔다. 인터뷰도 어렵사리 성사됐다. "많은 분들이 당선되면 기쁘지 않겠냐고 묻는데 기쁜 건 잠깐이었던 것 같다"는 그는 "민생을 챙기는 정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선생님 꿈꾸던 청년 변호사, 여의도로 가기까지김 당선자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학교다. 그의 모교라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 찍은 사진을 10년 동안 해놨을 정도로 학교라는 곳을 좋아했다"는 그는 "원래 꿈은 선생님이었다. 정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잠깐 정치에 관심을 가졌기도 했지만, 내가 있을 곳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는 그는 2012년 변호사가 되면서부터 줄곧 각종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참여연대에서 일했고 박근혜 정부 당시 민주당의 국정농단 진상조사단 등에도 참여했었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 방안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런 그가 전 국민의 이목을 끌었던 것은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해온 그는 조국 사태의 면면을 기록하기 위한 '조국 백서' 필진으로도 이름을 올렸다.김 당선자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민생 문제, 검찰 개혁 등 여러 현안과 관련해 많은 부분을 시민사회단체, 국회의원들과 일하며 바꾸려고 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제도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바꾸는 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개별적 사안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사회를 더 나은 쪽으로 바꾸는 데 도전하자는 생각에 발을 들이게 됐다"고 밝혔다.출사표를 던지는 과정부터 녹록지 않았다. 당초 염두에 뒀던 곳은 민주당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강서갑이었다. 금 의원이 조 전 장관의 임명을 반대했었던 터라 당내 '조국 대전'이라는 논란마저 일었다. 잡음이 커지자 당은 결국 그를 안산 단원을에 공천했다. '낙하산 후보' 논란이 뒤따랐다. 왜 안산 단원을이었는지 묻자 김 당선자는 "당초 청년 후보 전략 공천 지구로 묶여있었다. 당이 여러 전략적 선택을 한 결과"라면서 "우선 3선의 중진 의원을 이겨야 한다는 목표가 뚜렷했다. 또 과거 반월·시화공단을 배경으로 성장하는 도시였던 안산이 지금은 성남, 용인, 화성 등에 비해 주춤한 부분이 있다. 다시 한 번 활력 넘치는 곳으로 만들자는 측면에서 청년을 전략공천한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낯선 곳에서 시작하는 첫 선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 선거 막판 성인 팟캐스트 출연 논란에 총선 당일에는 그에 따른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점마저 종일 보도됐다. '악재'가 이어진 와중에 극적으로 승리를 거머쥔 그는 "도움을 요청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김 당선자는 "체력적으로 힘든 건 없었다. 그런데 선거라고 하는 건 후보 혼자서 절대 할 수가 없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치러야 하는데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 선거를 치르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는 게 엄청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유세 도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김 당선자는 "어떤 분께서 막 뛰어오셔서 바통을 넘기듯이 뭔가 주려고 하시는데 보니까 붕어빵이더라. 차가 빨리 가서 받진 못했지만 그런 응원들이 정말 큰 힘이 됐다"고 회고했다.■ 복권을 사지 않아도 되는 사회당선을 확신한 순간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뭐였는지 물으니 "국민들의 선택이 무겁고, 무섭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 당선자는 "저를 선택한 이유가 제가 잘났거나 상대 후보보다 뛰어나서 그랬겠나. 제가 청년이고 정치신인이니까 그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처하고 있는데 더 잘하라는 의미가 컸을 것"이라며 "기대한 바를 충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대를 넘어서서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우여곡절을 거쳐 안산단원을 후보가 되자마자 그는 단원구 주민이 됐다. 지난 20일 안산 사무실에서 만난 김 당선자에게 "지금은 서울에서 안산으로 왔다갔다하는 거냐"고 묻자 "저, 저기 뒤 아파트에 살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 와보니 안산은 정말 좋은 곳"이라는 김 당선자에게 이유를 물으니 "일단 맛집이 많다. 이 사무실이 있는 건물만 해도 맛집이 여러 곳 있다"며 웃었다. "선거기간 공원을 다녀보니 여의도 벚꽃 길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그런데 정주여건만 좋아서는 안 되고 좋은 일자리가 있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아침부터 날이 흐리다 결국 비가 내렸던 일요일, 그는 지역 산악회 모임에 있었다. "주말 내내 당선 인사 다니느라 바빴다"는 김 당선자는 "만나는 분들 마다 '당선되니 기쁘냐' '소감 한번 말해봐라'고 하시는데 사실 당선되고 둘째 날부터는 숨이 턱턱 막혔다"고 털어놨다. 일단 공부를 해야겠다고 했다. "근처에 보니 24시 독서실이 있던데 1일권이 1만원이더라. 현안과 관련된 책을 좀 많이 읽고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을 공부하는 게 급선무인 것 같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검찰 개혁에 대해 (제 역할을) 기대해주시는데 21대 국회가 반드시 풀어가야 할 과제인 것은 맞다. 그런데 장기적 목표는 검찰 개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게 원래 목표"라고 말했다. "저는 솔직히 변호사가 되면 제 인생의 모든 문제가 풀릴 줄 알았다. 그런데 직업을 갖는 것만으로는 해결되는 게 아무 것도 없더라. 변호사 되고도 2년 동안은 원룸에서 살았다"는 그는 "학생 때는 복권을 사는 걸 이해 못 했는데 직업을 가져보니 왜 로또를 맞고 싶어하는지 알겠더라. 주거비나 의료비, 양육비 등 숨만 쉬어도 들어가는 돈들이 조금만 덜 들어가는 구조라고 한다면, 성실하게 일하면 미래가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제대로 하는, 일 잘하는 국회의원이 돼서 '복권을 사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게 이제 막 '직업 정치인'이 된 37세 청년의 꿈이다.글/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사진/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김남국 당선자는?▲1982년 광주광역시 출생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수료 ▲(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전)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자문위원·부위원장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공수처 수사권 조정 TF팀 위원지난 20일 안산 단원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남국 안산단원을 국회의원 당선자가 "정치에 갓 입문한 청년 정치인으로서 국회, 정치 개혁을 통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2020-04-21 강기정

[사람사는 이야기]과천시재향군인회 이명숙 여성회장

쓰레기 줍기·꽃심기·어르신 돕기 등20여년째 궂은일 마다않고 사랑 손길사명아닌 기쁨… '좋은 이웃' 남을 것"봉사는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는가가 더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이명숙(60) 과천시재향군인회 여성회장은 봉사하는 데 있어 항상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다.이 회장은 동네 쓰레기 줍기, 배식봉사, 화단에 꽃 심기, 고추장·된장 담그기, 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과 간식 만들기, 김장행사 등의 봉사를 20여년째 이어오고 있다.허드렛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도움 요청에 언제나 화답한다. 그래서 기관에서 일만 생기면 그를 찾나 보다. 과천시재향군인회뿐만 아니라 여성예비군, 농협 고향주부모임, 주민자치회, 과천시자원봉사센터 등 지역의 여러 봉사단체에 속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이 회장이 가장 반가워하는 봉사는 어르신 대상이다. 부모님이 마흔 넘어 늦둥이로 낳고 시부모님과 함께 산 터라 자신보다 연배가 높은 어른들을 대하는 것이 더 쉽다고 한다. "어르신들 봉사가서 '하지마세요, 제가 할게요'라고 하면 정말 크게 웃으시면서 귀여워해 주세요. 제 나이가 환갑이지만 봉사 가면 제일 어리다고. 그러니 귀여움도 얻고 젊음도 얻고 얼마나 좋아요."그에게 봉사는 '사명'이라기보다는 '삶의 일상이자 기쁨'이다. 가장 기쁨을 줬던 경험으로 지난해 태풍피해 복구를 꼽았다. 추수를 앞두고 몰아친 태풍 때문에 일년 농사를 망친 논을 정리했다. "과천시 봉사단체들이 버스 한 대를 빌려 함께 강원도로 갔어요. 유기농 벼농사를 지었는데 추수도 못하고 다 망가졌어요. 미생물이 썩는 냄새도 진동했죠. 그 농부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해보세요. 너무 안타까워 눈물이 났어요. 그래도 농부는 우리가 논을 정리해주자 희망을 찾았다며 웃어줬어요. 울다가 웃었죠."이야기는 코로나19로 이어졌다. "판로가 막힌 과천 화훼농가의 장미꽃밭을 갈아엎던 때도 많이 울었어요. 너무 마음 아파요. 그래도 힘든 때 누군가가 힘을 보탰다는 위안을 드려야죠."타인의 마음에 공감하는 이 회장의 봉사활동은 기한이 있다. 아들 둘을 통해 손주들이 생기기 전까지다."대부분 사람들에게 봉사가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어요. 봉사에 열정을 쏟던 것도 인생의 한 페이지겠죠. 아이들이 엄마가 필요없는 나이가 되자 이웃을 도왔다면 다시 내 가족들이 날 필요로 할 때 그 자리로 돌아갈 겁니다."이 회장의 솔직한 선언. '끝까지 봉사하겠다'란 말보다 더 진실한 그 한계선 때문에, 그가 끝까지 '좋은 이웃'으로 남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과천/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이명숙 과천시재향군인회 여성회장은 "과천은 봉사활동이 매우 활발한 지역"이라며 "자신은 특별하지 않다"고 인터뷰에 손사래를 쳤다. 과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2020-04-20 이석철·권순정

[이슈&스토리]인천 국회의원 당선자 경제분야 대표 공약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인천 지역 당선자들의 지역 경제 공약은 무엇일까?경인일보는 인천 지역 선거구 당선자 13명에게 지역 경제 분야 대표 공약을 1~2개씩 꼽아달라고 했다. 당선자들의 지역 경제 공약은 일자리 창출, 구도심 재생 및 상권 회복, 교통 인프라 개선 등에 집중됐다. 지역 경제 현안이 공약에 반영된 셈이다. 특히 산업단지 구조 고도화 또는 신설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개발사업을 추진해 지역 상권의 활력을 되찾겠다는 당선자가 많았다. 이들 사업 대부분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추진해야 하는 일로, 당선자들은 '중앙부처 설득' '국비 확보' '법령 개정' 등의 방식으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중구중구 영종 지역은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곳이다. 인천공항은 2000년 개항 이후 성장을 거듭하면서 세계적인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했지만, 항공MRO(수리·정비·분해조립) 사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강화·옹진 미래통합당 배준영 당선자는 영종 지역을 미국 시애틀과 같은 국제공항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항공MRO 단지를 조성하고, 국토교통부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항공교육원을 유치해 영종을 국내 항공교육의 요람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동인천 북광장 2030역전 프로젝트' 추진 - 허종식 (동·미추홀갑)'학익 ICT 클러스터' 첨단 물류 융합 단지로 조성 - 윤상현 (동·미추홀을)■동구동구는 인천의 대표적인 구도심 지역으로, 인천 지역 8개 구 중 인구가 가장 적다. 2016년 총선에서는 중·강화·옹진과 한 선거구를 이뤘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미추홀구와 한 선거구로 묶였다. 동·미추홀갑 선거구에선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후보가 당선됐다. 허종식 당선자는 동구 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인전철 동인천역 주변을 개발하는 '동인천 북광장 2030역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첨단 산업을 유치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허종식 당선자는 부평에서 동구 인천재능대학교, 송림오거리, 배다리를 거쳐 중구 연안부두까지 이어지는 트램(노면전차)이 동구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미추홀구미추홀구는 인천 구도심 중 한 곳이다. 미추홀구와 서구에 걸쳐 있는 주안국가산업단지는 조성된 지 50년이 넘었다. 동·미추홀갑 허종식 당선자는 주안산단 구조 고도화 사업을 진행해 청년 일자리 3만개를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동·미추홀을 무소속 윤상현 당선자는 '미래 성장 동력'을 육성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윤상현 당선자는 학익유수지를 매립한 자리에 '정보통신기술(ICT)-항만물류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윤상현 당선자는 "좋은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이 미추홀에서 태동할 것"이라며 "학익 ICT 클러스터를 첨단 물류 융합 단지로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종식 당선자는 '청년창업드림촌 건설 추진', 윤상현 당선자는 '청년창업드림촌 용현동 이전 추진'을 공약하는 등 청년 창업 활성화도 약속했다.소래포구 '국가 어항 사업' 완수 - 맹성규 (남동갑)제조 인프라 바탕 산학 연계 강화해 지역경제 활성화 - 윤관석 (남동을)■남동구남동구 당선자들은 한목소리로 인천 최대 국가산업단지인 남동산단 활성화를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 남동갑 맹성규 당선자와 남동을 윤관석 당선자 모두 '남동산단 스마트산단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앞세우고 있다. 남동산단은 7천여 개 기업이 모여 있는 인천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다. 지난해 스마트산단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구조 고도화 사업 등이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맹성규 당선자는 수도권 대표 관광지인 소래포구의 '국가 어항 사업 완수'를 약속했다. 윤관석 당선자는 남동구의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산학 연계를 강화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송도~옥련동~청학동~주안동 '옥련동 트램'건설 추진 - 박찬대 (연수갑) 마이스(MICE)·바이오(Bio)등 신성장 산업 육성 - 정일영 (연수을)■연수구연수구는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를 포함하고 있다.송도가 지역구인 연수을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당선자는 마이스(MICE), 바이오(Bio) 등 신성장 산업 육성을 공약했다. 송도에는 인천 최대 컨벤션 시설인 송도컨벤시아가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 같은 인프라와 기업을 활용해 지역 경제를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정일영 당선자는 '스타트업 파크를 중심으로 한 송도 창업 밸리 구성'도 약속했다. 송도가 '규제 프리존'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연수갑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선자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송도에서 옥련동과 청학동을 거쳐 미추홀구 주안동까지 이어지는 '옥련동 트램'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했다.경인전철 송내역~백운역 4.5㎞ 지하화·상부에 핵심상업지역 유치 - 이성만 (부평갑)한국지엠 신차 개발, 고용 안정 위해 정책 지원 아끼지 않을 것 - 홍영표 (부평을)■부평구부평구 최대 사업장은 한국지엠 부평공장이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이 있는 부평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당선자는 한국지엠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홍영표 당선자는 한국지엠의 신차 개발과 고용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부평갑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당선자는 경인전철 송내역~백운역(4.5㎞) 구간을 지하화하겠다고 했다. 그는 경인전철 지하화 구간 상부에 핵심 상업 지역과 지식센터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는 방식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제2서운일반산업단지 조성해 서운산단과 시너지 효과 - 유동수 (계양갑)첨단 산업단지 예정된 '계양테크노밸리' 차질 없이 개발 - 송영길 (계양을)■계양구계양구는 '베드타운' 성격이 강한 지역으로, 일자리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계양갑 유동수 당선자와 계양을 송영길 당선자는 계양구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해 '자족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유동수 당선자는 제2서운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약속했다. 제2서운산단을 지정해 현재 운영 중인 서운산단과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게 유동수 당선자의 설명이다. 송영길 당선자는 첨단 산업단지 조성이 예정된 계양테크노밸리를 차질 없이 개발하겠다고 공약했다. 165만여㎡ 규모의 계양테크노밸리가 조성되면 11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송영길 당선자는 예상했다.'경인고속도로 일반화 사업' 바탕으로 지역 경제 활력 되찾을 것 - 김교흥 (서갑)검암역세권 주변·경인아라뱃길 관광자원 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 - 신동근 (서을)■서구서구 구도심 지역은 제1경인고속도로로 오랜 기간 단절돼 지역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서갑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당선자는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사업을 바탕으로 지역 경제의 활력을 되찾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경인고속도로 주변 지역 전통시장을 '먹거리 타운'으로 만들고, 창업보육센터와 창업지원주택 등을 건립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경인고속도로 가좌나들목 주변을 서구테크노밸리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서을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당선자는 검암역세권 주변과 경인아라뱃길 관광자원을 개발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강화 남단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연안여객선 완전 공영제 도입 - 배준영 (중강화옹진) ■강화군강화군은 여러 규제로 묶여 있어 대규모 개발사업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강화 북부는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고, 강화 대부분은 문화재보호구역 지정에 따라 규제를 받고 있다. 인천에 속해 있는 탓에 수도권정비계획법 적용도 받는다.중·강화·옹진 배준영 당선자는 강화 남단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이 일대를 개발하겠다고 공약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투자자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어 민간 투자 유치가 원활해진다.■옹진군옹진군은 섬으로만 이뤄진 곳이다. 영흥도 등 일부 지역은 연륙교가 건설돼 있지만, 섬 대부분은 여객선을 타야 방문할 수 있다. 백령도 콩돌해안과 사곶해변, 덕적도 서포리해변 등 훌륭한 관광자원이 있지만, 여객선 탑승 비용이 비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배준영 당선자는 연안여객선 완전 공영제를 도입해 여객선 이용 요금을 낮추고, 연평도 신항을 건설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정운·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미추홀구와 서구에 걸쳐 있는 주안국가산업단지. /경인일보DB송도투모로우시티. /경인일보DB서구 경인고속도로 일반화구간 일대. /경인일보DB

2020-04-16 정운·김주엽

[인터뷰… 공감]'뚜벅뚜벅 국내 길 개척하는' 조용주 변호사

강화~고성 420㎞ '통일길' 25㎞씩 나눠 … 지인들과 동행2학년 남해안 '희망길' 계획·3학년엔 산티아고 등 해외로인천고법은 주민에 당연한 권리… 유치 운동 적극 나서'순례(巡禮)'의 사전적 의미는 신앙행위의 일환으로 종교상의 성지(聖地)나 영장(靈場)을 찾아다니면서 참배하는 여행을 뜻한다. 근래엔 종교적 의미를 떠나서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방문함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 '맛집 순례' 등 여행 대신의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다. 순례의 의미를 인생에 비유해볼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순례의 길이고 우리는 그 길을 걷는 순례자인 것으로 말이다. 이처럼 순례는 현대인들에게 밀접한 개념이 되었다.조용주(49) 변호사(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는 인천 법조계에서 '판사 출신 변호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판사생활 10년 만에 갑갑한 생활의 연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복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인생을 택했다. 이후 변호사로 14년째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 관심사를 더했다. 순례길 학교의 교장을 꿈꾸는 조 변호사는 국내 순례길을 개척하고 있다. 구체적 행동으로도 옮긴 것이다. 그 첫 번째가 통일 순례길이다. 인천 강화도 평화전망대부터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420㎞ 구간이다.조 변호사는 지난해 여름 통일 순례길 답사를 시작했다. 순례길 학교의 진척도와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13일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에 있는 '법무법인 안다' 사무실을 찾았다. 근황부터 물었다. 조 변호사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재판이 열리지 않으니, 변호사 일도 없는 상황"이라며 "좀 쉬면서 유튜브와 블로그에 최신 자료들을 올리고 좋아하는 걷기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질문은 걷기로 이어졌다. 조 변호사는 여러 날 걸으면서 장소의 역사성과 의미를 배울 수 있는 순례길 학교를 1년 전께 생각했단다. 올해 안 개교를 위해 준비 중이다."변호사 생활을 10년 이상 하다 보면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로 인해, 변호사들은 운동이나 정치, 사업 등 다른 분야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올해로 14년째 변호사 일을 하고 있는 저는 평소 좋아하는 걷기를 떠올렸어요. 단순한 걷기가 아닌 의미를 찾는 걸음 말이죠. 그래서 나만의 새로운 순례길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고요. 일반적으로 순례길 하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올리는데, 우리에게도 의미 있고 풍광 좋은 길이 많습니다. 굳이 스페인까지 가지 않더라도, 오랜 시간 걸으면서 깨달음과 성찰, 힐링을 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조 변호사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휴전선과 DMZ 근처를 떠올렸다. 강화에서 고성까지 휴전선을 따라 420㎞ 정도를 걷기로 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인천지역 문화계를 비롯해 각계 인사 10여명과 함께 주말을 활용해 걷기 시작했다."통일 순례길로 이름 붙였어요. 이 길을 걷는 순례자들이 평화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길과 지역에 얽힌 스토리텔링도 순례에 의미를 더할 것으로 여겨지고요. 지금까지 1회에 25㎞씩, 12회 정도 걸었어요. 1박2일 일정으로도 걸어보고요. 현재 연천군까지 갔습니다. 걸으면서 자동차를 타고선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광경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경기북부지역 하면 흔히들 군부대를 떠올리는데, 역사적 유적지도 많고 이야깃거리도 많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겨울철에 걸었을 때 본 풍경이 그 정도인데, 요즘 걸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봄에 강원도 철원부터 열심히 걷고 탐사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로 멈춰선 상황이어서 아쉽습니다."조 변호사는 두 번째 순례길도 구상 중이다. 통일 순례길이 서에서 동으로 이어진다면, 두 번째 순례길은 동에서 서로 이어지는 희망 순례길이다. 이 길은 부산에서 목포까지 남해안을 따라 걷는 길이다."남해안에 이순신 장군이 연전연승한 전적지가 30여곳 있다고 해요. 이곳을 길로 연결해서 모두 답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에요. 이를 통해 삶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이 희망 순례길을 걸으며 절대적 열세 속에서도 승리한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배우고, 다시 희망을 찾길 바랍니다. 한 번에 길을 완보해도 좋지만 구간을 나눠서 걸어도 되고, 우리나라 순례길은 국내 거주자라면 누구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조 변호사는 향후 순례길 학교에서 통일 순례길(1학년)과 희망 순례길(2학년)에 이어 유네스코에 선정된 순례길인 산티아고와 일본 구마노고도 길 등 해외 순례길을 3학년 과정으로 두는 것도 생각 중이다."3년 과정을 마치면 수료증을 수여하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고령화 인구가 느는 상황에서 국내 순례길은 은퇴 이후 방황하는 많은 분들에게 삶의 활력과 희망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관광산업에도 일조할 거고요. 올해 안으로 순례길 학교가 개교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분들이 오실 건데, 많은 분들과 함께 각 구간의 길의 의미를 알아가는 콘텐츠를 구성할 계획입니다. 특히 순례길 학교는 별도 입학금 없이 교통비와 식비 등 실비 정도만 내면 되기 때문에 금전적으로도 크게 부담되는 여가 활동은 아닐 겁니다."화제를 바꿨다. 조 변호사는 최근 들어 인천고등법원 설립에 앞장서며 지역 미디어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인천지방변호사협회 인천고등법원 추진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송현초교 입학 후 동산중·고교까지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조 변호사는 인천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서울 남부지법 판사로 있다가 그만두고 서울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지만, 3년 만에 인천으로 사무실을 옮겼어요. 인천 사무실은 올해로 10년 됐네요. 현재 서울 서초동에도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학창시절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어요. 그로 인해, 대학 입학 전까지 만석동, 화수동, 송현동, 송림동, 십정동, 만수동까지 옮겨 다녀야 했죠. 인천시와 학교동문 선배님들께서 어려울 때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정기적으로 인천 8개 구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에 쌀을 기탁하는 것과 인천고법 유치 운동도 제가 받은 것에 대한 보답 차원인 거죠."조 변호사는 인천고법 유치는 인천과 부천 등 주민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데, 누리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나아가 인천고법은 지역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1990년대부터 인천이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걸 느꼈어요. 인천의 인구는 늘었지만, 관심과 애정은 떨어지는 것 같아서 아쉬웠죠. 요즘 인천고법 유치 운동에 대한 지역 내 확장성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인천고법이 지역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치 성적 좋은 프로야구팀을 통해 그 지역 주민들이 자부심을 갖는 것처럼요. 올해 총선이 치러지고, 새롭게 국회의원이 구성되면 인천고법 유치를 위한 입법을 해야 하는데,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시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정부와 대법원에 고법 유치를 호소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권리지만, 스스로 찾아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에요.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인천고법 유치 활동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조용주 변호사는?▲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수료 ▲ 대전지방법원, 대전지법 천안지원, 인천지방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 역임 ▲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로, 인천과 서울에 사무실 운영 ▲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심판위원, 인천세무서 납세자보호위원회 위원, 부천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인천지방변호사협회 인천고등법원 추진 부위원장 ▲ 대한변호사협회 도산법제도개선특별위원회 위원과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인천지방변호사회 공익심사활동위원 등 역임.조용주 변호사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다. 순례길 학교 교장 외에도 그는 "자전거로 세계 일주를 하고, 강화도에 아담한 미술관도 짓고 싶고, 조용주 도서관도 만들고 싶다"면서 "또한, 은퇴한 이후 직접 커피를 볶고 힘든 이웃들에게 손수 커피를 내려주면서 법률 상담을 해주는 동네 할아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20-04-14 김영준

[사람사는 이야기]취임 1년반만에 '흑자'… 구성서 구리시 장애인근로복지센터장

열성근무 기본 시설·업무 개선에도적자… 원인은 턱없이 낮은 납품단가원청사 설득 해결 이젠 야근수당까지"참 열심히 일을 하는 데도 수익이 나질 않았습니다."구리시 장애인근로복지센터 구성서(62) 센터장은 지난 2017년 취임해 1년 반만에 적자에 허덕이던 센터를 흑자 구조로 탈바꿈시켰다.구 센터장이 이른 시간 안에 경영을 정상화시킬 수 있었던 데는 미싱부터 재단, 나염까지의 공정을 직접 하나하나 배우고 터득하며 업무의 비효율성을 찾아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그는 지금껏 여름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 공식 휴가조차 단 하루만 사용했을 뿐이다. 구 센터장은 늘 시간이 부족하다.40여명의 장애인과 1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는데 불편함은 없는지, 또 다른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지 찾고 또 고민했다. 고민 끝에 효율이 낮은 것은 시설이 문제란 판단을 내렸다.장애인 직원들이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작업장의 조명을 바꾸고 오래된 기계를 바꿨다.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납품단가였다. 원청회사들은 장애인들로 구성된 근로복지센터의 납품가를 턱없이 낮춰 놓았고 그것들이 누적돼 있었다."이대로는 안 된다. 이러면 우리 직원들이 열심히 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고 판단한 구 센터장은 원청회사들을 찾아 사정하고 설득했다. 납품단가를 하나하나 정상화시켰다. 그렇게 1년 정도 버텨냈고 새로운 계약들을 체결하며 수익구조를 바꿔나갔다.구 센터장은 적자구조를 탈피하면서 직원들을 불러놓고 수입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도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직원들은 그런 구 센터장의 마음과 수익구조에 대해 잘 이해했고 더 열심히 일에 매진했다. 환경이 바뀌고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지면서 센터는 점차 구 센터장이 생각했던 것처럼 새롭게 바뀌고 있다.그는 "이제 1주일이면 3일은 야근을 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아졌다. 야근수당 받는 직원들도 기분이 좋고…. 우리도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것에 모두가 굉장히 기뻐했다"고 말했다.구 센터장은 지난해 적자 구조를 탈피한 기념으로 직원들에게 작지만 소중한 보너스도 지급했다. 그리고 남은 여유자금으로는 더 많은 장애인을 고용할 계획이다.그의 임기는 5년이다. 이제 2년 반 가량 남았다. 구 센터장은 "나이가 있어 더 할 수도 없고 제가 있을 때까지는 직원들을 잘 보살피고 재정을 안정화해서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책임지고 싶다"며 남은 임기 동안 실행하고 싶은 포부를 밝혔다. 구리/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구리시 장애인근로복지센터 취임 1년 반만에 흑자로 탈바꿈 시킨 구성서 센터장가 "재정을 안정화해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책임지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구리/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2020-04-13 이종우

[FOCUS 경기]성남시 '조기 극복·경제활성화안' 시행

1인당 10만원 지급·이달부터 상·하수도 요금 '반값'아동양육가구 40만원·법인택시 종사자 '핀셋 지원'어르신 2900명 일자리…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구성'성남시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여러 차례 이슈의 중심에 섰다. 분당제생병원과 은혜의 강 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고, 은수미 시장과 핵심 공직자들이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확진자와 접촉해 검사를 받았다. 방역 최일선에 섰던 분당구보건소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가 하면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다.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든 최근 성남시는 또 한차례 주목받고 있다. 빠른 결단력과 행정력을 앞세워 코로나19 조기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들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성남시는 우선 추경을 통해 1천893억원에 이르는 '성남형 연대안전기금'을 마련했다. 타 시군을 압도하는 기금 규모도 그렇지만 내용에 있어서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히 지원 방안을 마련한 게 눈에 띈다. 성남시는 재난연대 안전자금으로 전체 시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원한다. 또 4월부터 5개월간 모든 시민들을 대상으로 상·하수도 요금의 50%를 감면한다.보편적 지원과 더불어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에 집중했다. 유흥, 도박, 사행성 업종 등을 제외한 소상공인들에게 100만원을 지원하고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피해를 본 업소에는 위로금 10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소상공인의 임차료를 자발적으로 인하해 주는 착한 임대인들에게는 7월·9월 정기분 재산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해 주기로 했다. → 표 참조중앙지하상가·하대원공설시장·모란민속5일장 상인들에게는 공유재산 임대료 및 관리비를 감면해 줘 1천133개 점포가 혜택을 받는다. 또 소상공인을 위한 특례보증도 확대해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꼭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기 위한 '핀셋 지원'도 눈에 띈다. 보건물품 구매 증가·긴급 돌봄 발생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 양육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 7세~12세 아동에게 1인당 40만원씩을 지원한다. 장기 휴원으로 운영난을 겪고 있는 597개 어린이집(국공립, 민간, 가정, 직장, 협동)에는 현금 300만원을 수혈한다. 또 영업 부진에 빠진 법인택시 운수종사자들에게 처우 개선을 위해 월 10만원 상당의 성남사랑상품권을 4개월에 걸쳐 지급한다.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망도 꼼꼼히 마련했다. '성남형 긴급 고용지원 대책'으로 특수고용직·프리랜서·무급휴직종사자들에게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한다.또 청·장년 200명을 대상으로 산지 정화 공공일자리 사업을 마련해 4개월간 개인당 월 210만원을 지원하고, 1천250명이 투입되는 공공시설물소독(방역) 공공근로사업을 통해서는 4개월간 개인당 월 150만원을 지급한다. 더불어 마스크 판매 약국 지원, 행정 인턴, 어르신 소일거리 사업 등을 통해 총 2천900명에게 일자리로 마련했다.시는 이와 함께 민생·경제 대책으로 성남사랑상품권 1천억원에 대한 10% 특별 할인을 한시적으로 진행한다. 더불어 공공사업 조기 발주와 공공자금 신속 집행 등을 통해서도 코로나19 조기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한 소상공인이 성남시 분당구청에서 경영안정비를 신청하고 있다. /성남시 제공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20-04-12 김순기

[FOCUS 경기]인터뷰|은수미 성남시장

1900억여원 규모 '슈퍼추경' 편성·집행취약층 우선·서민지원·연결강화 '핵심'"재난극복 플랫폼 반영… 추가대책 강구"성남시는 최근 '성남형 연대안전기금'이라는 이름으로 1천900억여원에 이르는 슈퍼 추경을 편성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코로나19를 조기 극복하기 위해 시가 가용할 수 있는 역량을 총 투입한 것이다. 지난 9일 첫 신청을 받은 '소상공인 경영안정비 지원'과 '아동양육 긴급돌봄지원'의 경우 하루 새 각각 3천80건, 1천463건이 접수되는 등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도 높다.은수미 시장은 "성남시는 이제부터 경제방역에 힘쓰기 위해 구석구석 촘촘한 긴급 수혈에 들어갔다"며 "'성남형 재난연대안전기금' 정책을 통해 핀셋지원과 보편적 지원을 '연대적'으로 진행해나가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에 보탬이 되고자 총력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또 은 시장은 "성남형 연대안전기금은 세 가지 원칙에 따라 편성했다"고 말했다. ▲감염병의 위협으로 자유와 존엄이 가장 먼저 상실될 위기에 처해있는 사회적 취약계층부터 우선적으로 지원 ▲중앙정부의 대대적인 경기부양과 서민 생활지원 기조를 지원하는 한편 한시적인 소득지원에 좀 더 집중해 지자체의 역할 수행 ▲단 한 사람의 성남시민도 고립되지 않도록 물리적, 사회적, 심리적 연결을 강화하고 디지털 시대 새로운 공동체의 미래 모색 등이다.은 시장은 "성남형 연대안전기금은 시작일 뿐"이라며 "앞으로도 추가적인 민생안정 대책들을 계속 강구하고 의회 및 시민단체와 협력해 재난극복 플랫폼에 올라오는 의견들을 반영하여 적절한 조치를 시행하겠다"며 "우리 모두가 합심하면 지금의 어려운 시기는 결국은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은수미 성남시장이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대책을 브리핑하고 있다. /성남시 제공

2020-04-12 김순기

[이슈&스토리]또다른 n번방… '디스코드'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 공유 범죄 진단

버젓이 재유포… 채널운영자가 만12세 '충격'스마트폰에 익숙한 아이들 음란물 쉽게 노출'박사방' 주범도 10~20대… 처벌강화 목소리"전원 신상공개해야" 국민청원 200만 돌파'성인에 돈받고 팔아' 수요 없애는 게 우선인권관점 교육 부재로 기성세대 성문화 답습'우리는 게이머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 위해 디스코드를 만들었습니다'.디스코드 회사 홈페이지에 있는 문구다. 디스코드는 게임에 특화된 음성 채팅 프로그램이다.디스코드를 사용하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친구들과 마이크로 대화를 나누면서 게임을 할 수 있다.이용 방법도 간단하다. 디스코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무료로 다운받은 뒤 회원 가입을 하면 된다.이렇게 디스코드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카카오톡만큼 익숙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편리한 접근성을 역이용한 일당이 결국 디스코드를 범죄의 온상지로 만들었다.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최근 디스코드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유포한 남성 10명을 검거했다. 특히 이들 중 대다수는 만 19세 미만인 미성년자였다.경찰 조사 결과 직접 채널을 운영해 성착취물을 유포한 3명 중 2명, 텔레그램과 디스코드로 일정한 대가를 받고 성착취물을 재유포한 7명 중 6명이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였다. 심지어 채널 운영자 1명은 만 12세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청소년을 19세 미만의 자로 정의한다. 만 19세 미만의 가해자들이, 만 19세 미만의 피해자들이 등장하는 성폭력 영상을 재유포한 것이다. 문제는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연령이 점점 빨라지면서 사이버 성범죄에 가담하는 연령대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스마트폰을 가지고 태어난 세대라고 불릴 만큼 기술에 익숙한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어린 나이에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가해 청소년의 상담을 포함해 청소년 성교육·성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최혜윤 상담가는 "이전보다 범죄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저학년부터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음란물을 접하기 쉬운 환경이라 아이들이 노출되기 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디스코드 사건 이전에 이미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n번방의 주요 범인들도 10~20대다. 텔레그램 성착취물 거래·공유방을 운영하다 신상이 공개된 조주빈(25)의 '박사방'을 비롯한 'n번방' 사건에도 미성년자가 수사망에 잡혔다. 이 때문에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촉법소년 등 미성년자의 성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층 힘을 얻고 있다.현행법상 촉법소년은 형사책임연령인 만 14세가 되지 않은,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다. 촉법소년은 검찰이 아닌 가정법원으로 보내진다. 최대의 처벌(보호기간)은 2년 이내의 장기 소년원 송치 처분이다. 촉법소년 처벌 강화는 형사미성년자 연령의 경계선에 있는 만 14세도 보호조치가 아닌 형벌을 받게 하자는 취지다.또 성착취물을 공유한 미성년자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와 현재 200만명이 넘게 동의를 하기도 했고 이와 유사하게 나이에 관계없이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청원도 이어지고 있다.성착취물 공유방에 피해자들의 신상이 유포되면서 'n차 피해'를 가하는 등 범죄의 중함을 고려해 해당 영상을 유포하거나 소비한 미성년자의 신상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는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의 신상정보 공개 관련 피고인이 아동·청소년인 경우에는 신상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전문가들도 미성년 성범죄자에게 엄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짚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미성년자에게 칼만 휘둘러서는 범죄예방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요가 있으면 언제든지 공급자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수요를 없애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이 교수는 "미성년자들이 미성년자들에게 돈을 받고 판 게 아니라 돈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성인들에게 돈을 받고 판 것"이라며 "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해서 (성착취물 공유)방이 없어지지 않는다. 수요를 죽일 생각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이어 "어른들은 하나도 책임을 지지 않고 아이들한테만 엄벌하라고 하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면서 "텔레그램 박사방 유료회원 중 30대가 가장 많았다고 하는데 사리를 아는 어른들이 성폭행을 하라고 부추기고 했다는 거다. 그런 사람들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교육의 부재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최혜윤 아하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 상담가는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교육이 부재해 기성세대의 성문화를 그대로 아이들이 답습하고 있다"며 "사교육으로 인권이나 성교육을 하는 건 한계가 있어 공교육에서 다뤄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청소년들은 성인들과 달리 교육을 통해 변화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수사기관도 학계와 교육계의 문제 인식을 공감하고 있다. 김선겸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인터넷에서 접근이 쉽다 보니 이게 범죄인가 하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다"며 "(청소년들이 n번방 성착취 대화방 등에서 유통되는) 영상이 어떤 범죄 동영상인지 모르고 공유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고 큰 고통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성배·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우리는 게이머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 위해 디스코드를 만들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는 디스코드 홈페이지. /디스코드 홈페이지 화면 캡처미성년자 포함한 여성을 협박,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연합뉴스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3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주최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020-04-09 손성배·남국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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