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기)

[FOCUS 경기]박현옥 LH서울지역본부 단장이 그리는 남양주 3기 신도시

GTX중심 첨단산단 등 들어서는 왕숙지구 하천·녹지와 어우러진 자연친화주택 조성왕숙2, 경의중앙선 주변 공연장 집중 배치수변공간 인접… 남측에는 물류단지 둥지"젊은 사람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둘, 셋씩 낳아 키울 수 있는 자족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왕숙·왕숙2지구 조성을 총괄하는 박현옥 LH 서울지역본부 지역균형발전단장은 남양주 3기 신도시 조성의 지향점을 이같이 밝혔다.박 단장은 "서울의 집값은 젊은 부부가 살기엔 너무 비싸고, 구도심의 주거 환경은 열악하다"며 "서울로 출퇴근이 쉬우면서도 아이를 쾌적한 환경에서 키울 수 있는 신도시 개발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서 젊은이들이 비싸고 열악한 구도심에서 거주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양질의 주택 공급은 지속해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3기 신도시는 주택공급과 일자리 창출을 병행해 기존 도심지의 인구와 핵심기능을 분담, 서울에 밀집되는 수요를 분산하고자 한다"며 "광역교통·자족·교육·편의시설 등 확충을 통해 사업지구 주변 난개발 또는 낙후 지역에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등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치유·상생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조성 계획에 따르면 왕숙지구는 경제중심도시를 지향한다. GTX-B 노선을 중심으로 도시첨단산단, 창업지원센터 등 자족·업무용지가 들어서고, 왕숙천과 녹지 축을 중심으로 자연친화형 주택단지가 조성될 전망이다. 자족·업무용지와 주택단지는 촘촘한 교통망으로 긴밀하게 연결된다. 그런가 하면 왕숙2지구는 문화중심도시로 조성된다. 경의중앙선역 중심으로 공연장(아레나) 등 복합문화시설이 집중적으로 배치되고, 홍릉천과 일패천 등을 중심으로는 수변 문화 공간이 만들어진다. 왕숙2지구 남측에는 자족기능과 연계된 첨단복합물류단지도 자리 잡을 전망이다.철도·버스·도로 '선교통·후개발' 주안점전문가·주민 '지역참여형 방식'으로 추진내년 하반기 승인… 2021년 '첫삽' 밑그림박 단장은 남양주 3기 신도시 개발에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으로 '선 교통, 후 개발' 원칙을 꼽았다.박 단장은 "입주 시 교통불편이 없도록 교통대책을 먼저 수립하고 시행할 것"이라며 "대중교통 중심의 개발(Transit-Oriented Development)과 신도시 주변 지역의 교통 불편도 해소할 수 있는 치유형 대책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국토부 주관으로 권역별 광역교통망 기본구상안이 마련되고 있으며, 조만간 3기 신도시뿐 아니라 주변 지역도 포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교통대책이 마련될 것"이라면서 "GTX-B노선, S-BRT 등 대중교통과 퍼스널 모빌리티와 같은 신교통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빠르게 도심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박 단장은 남양주 3기 신도시가 기존 신도시와 다른 점을 묻자 "과거 1·2기 신도시가 공급자 위주의 개발방식이었다면, 3기 신도시는 지역과 전문가가 참여하고 원주민과 소통하는 다양한 개발 방식을 추구하는 차별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사업시행자로 LH 외에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사가 참여하는 지역참여형 개발방식을 추진하고, 도시첨단산단 중복 지정 기업 유치, 주민 재정착 지원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미 지구지정을 위한 초기 단계부터 도시·건축·교통·환경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UCP(Urban Concept Planner)가 30여 차례 운영돼 토지이용 구상(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 "도시건축·교통·스마트시티·일자리 등 6개 분과 52명으로 구성된 신도시 포럼과 함께 LH 주관으로 공생 도시포럼도 운영 중"이라면서 "기업대책위와 이전대책용역 합동 착수보고회를 개최하고, 정기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지구 내 기업인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남양주 3기 신도시는 2020년 하반기 지구계획 승인, 2021년 착공을 목표로 한다. 박 단장은 "현재 왕숙·왕숙2지구는 이미 관계기관 사전협의와 주민공람,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주민공청회 등을 거친 후 환경부 협의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이 완료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 고시됐다"며 "본사 신도시 담당 부서와 국토부, 지자체, 지역주민과 함께 유기적으로 협업해 보상을 위한 기본조사 및 감정평가 등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이행할 방침"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는 "LH서울지역본부 관할 내 추진 중인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 왕숙2, 하남 교산 등 총 3개 지구로, 면적만 1천783만㎡(539만평)에 달하며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 임무가 매우 막중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관련 전담 조직을 조속히 완비하고, 대외적으로 관계기관과 후속 절차 진행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신속히 지구지정 이후 단계를 이행해 성공적인 3기 신도시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종우·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LH서울지역본부에서 남양주 왕숙·왕숙2지구와 하남 교산지구 조성을 총괄하는 박현옥 지역균형발전단장. /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아이클릭아트남양주 왕숙·왕숙2지구 조감도. /국토교통부 제공남양주 왕숙·왕숙2지구 조감도. /국토교통부 제공

2019-11-24 이종우·김도란

[인터뷰… 공감]'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책 브레인·30년 지기' 이한주 경기연구원 원장

그는 늘 그의 곁에 있었다. 때로는 한 발짝 뒤에 서 있었고, 때로는 몇 발짝 앞에서 그를 이끌었다. 그럼에도 비교적 베일에 싸여있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책 브레인'으로 불리는 이한주 경기연구원 원장 이야기다.이 원장과 이 지사는 30년 지기다. 실용주의·공정이 핵심인 이 지사의 정책 철학을 마련해준 멘토였고 성남시장일 때도, 도지사에 당선됐을 때도 시·도정의 큰 그림을 그리는 설계 총책임자였다. 곁에 머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치열하게 달렸다. 경제학자로서 이론을 현실에 접목하는데 부단한 노력을 쏟았고,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번듯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각종 학내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상대적으로 이 지사의 멘토, 정책 브레인으로만 조명됐던 이 원장의 이야기를 19일 오전 그의 집무실에서 좀 더 자세히 들어봤다. 법정 다툼 속 기로에 서 있는 이 지사, 그리고 그가 총괄하는 경기연구원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李지사·성남과 인연은 어떻게배무기 은사 권유로 경원대서 교수직'철거민' 모습 경제학도에 자못 '충격'"실질적 도움주자" 시민운동서 알게돼# 호헌철폐 교수 성명 1호, 중심에 서 있던 젊은 교수6·10 민주항쟁은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 조치에서부터 불붙었다. 직선제로의 개헌이 좌초될 위기 속 전국 대학교수들은 일제히 시국 성명을 발표했다. 첫 번째 성명은 설립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성남시의 작은 대학에서 나왔다. 중심에는 당시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던 젊은 교수가 있었다. 이 원장이었다.나무 냄새가 좋아 목수를 하고 싶던 소년은 서울대학교에 진학 후 경제학도가 됐다. 지금의 가천대와 연을 맺은 것도 당시 은사였던 배무기 전 울산대학교 총장 때문이었다. 이 원장은 "제게는 아버지 같은 분인데, 그분 밑에서 오래 있었다. 어느 날 그분이 경원대에 가서 강연을 하고 오라더라. 어딘지도 모르는데, 아버지 같은 분이 말씀하시니까 무턱대고 갔다"며 "당시는 학원 자주화 운동이 굉장히 세게 일어났을 때였다. 그런데 무슨 일을 하더라도, 스스로 어떤 길로 가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나. 선배들이 별로 없었던 학교니까, 그런 상황 속에서 학생들과 부딪히면서 다양한 내용을 강연했다. 그러다 교수협의회를 만들었고 부정입학 등 학내 문제에 맞섰다. 사표를 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반평생을 가천대에 몸담은 이유이기도 하다. "시작부터 함께 했으니 학교에 대한 애정이 깊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한 이 원장은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바르게 크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퇴직할 때는 '그래도 웬만큼 알아주는' 대학에서 퇴직하고 싶다"고 웃었다.가천대에 가면서 성남을 처음 알게 됐다. 가천대 뒷산에 선 그의 눈에 비친 성남은 마치 거대한 인삼밭 같았다. 아스팔트루핑 지붕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철거민들의 집. 이론 속에 있던 경제학도에겐 자못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시민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다. "관념·이념에 머무를 게 아닌, 실질적인 삶에 도움이 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던 그는 기독교 학생운동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당시 이해학 목사가 중심이 됐던 시민운동에 동참하게 됐다. 막 변호사가 된 청년 이재명과 본격적으로 연을 맺은 것도 그 무렵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그의 제자들이 연행될 때쯤, 이 지사는 전속 변호사처럼 관심을 기울여줬다. 열악한 성남을 그래도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시민운동도 함께 이어갔다.■1년 2개월째 맡아온 경기연구원적응 좀 됐지만 갈수록 책임감 무거워져'한국 축소판' 저출산·규제등 과제 많아민주주의 발전·도민 삶의질 향상 고민도# 이재명, 그리고 경기연구원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며 함께 걸어온 이 지사와 이 원장 모두 서로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성남시장에 취임하자마자 시행한 모라토리움 선언, '이재명표' 3대 무상복지로 일컬어지는 무상교복·청년배당·산후조리 지원 등이 이 원장의 손을 거쳤다.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에도 공동 인수위원장을 맡아 도정 청사진을 그렸고, 아예 도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 원장을 맡았다.지난해 9월부터 1년하고도 2개월째 연구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1년간의 소회를 묻자 "지금은 적응이 좀 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감이 무거워진다"고 답했다. "선거 기간 중에 공약도 만들고 실제로 경기도를 들여다보기도 했는데, 가면 갈수록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짙어진다. 구조 자체가 31개 지역의 부족 연맹체인데, 저출산 문제도 심하고 규제·난개발 문제도 그대로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가야 하는 과제도 있다. 기관 내부적으로는 인력도 충원해야 하고 노사 관계도 풀어야 한다. 할 일이 많다"고 토로(?)했다.수장인 이 지사의 운명과 맞물린 도정이 올해 안에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이 원장은 "이 지사가 두 번째로 시장을 할 때는 오랜 기간 근무한 공무원들이 정책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일선에서 오랜 기간 시민들과 호흡해온 공무원들이 내놓는 정책들은 정말 실현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책은 일종의 예술이라, 방향이 맞다고만 해서 좋은 정책이 아니다. 결국 좋은 정책은 실현되는 정책"이라며 "도는 이 지사가 송사에 자꾸 흔들리니까 공무원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 보니 아직까지 공무원들의 오랜 경험이 담긴 정책들이 생각만큼은 많지 않다. 빨리 정상화돼야 하는데, 올해 안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날 인터뷰 직전 14명의 시·도지사들이 이 지사의 무죄를 탄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날에는 변호사들이 2심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했고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도 탄원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사실 정치인에 대한 범국민대책위원회가 꾸려진 것은 한명숙 전 총리 이후 처음"이라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탄원에 참여했다. 물론 엄벌에 처해 달라는 진정도 많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는 시민사회, 그리고 정치권 전반에서 포용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평했다.그러면서 "결국 총선이든, 대선이든 다 떠나서 경기도에서 실적을 못 쌓으면 무슨 소용이겠나. 아마 이 지사는 도에서 실적을 못 내면 스스로 아무 것도 안 한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건 곧 그의 이야기이기도 할 터다.글/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사진/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이한주 원장은?▲ 1956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경제학 박사▲ 가천대학교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2017 ~ 2018년 가천대학교 특임부총장▲ 2018년 ~ 경기연구원 원장▲ 2018년 새로운경기위원회 공동위원장▲ 2017년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장▲ 2017 ~ 2018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 2019년 ~ 예금보험위원회 위원※ 다니엘 라벤토스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번역19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책 브레인'으로 잘 알려진 이한주 경기연구원 원장이 집무실에서 이 지사와의 인연과 경기도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9-11-19 강기정

[이슈&스토리]아트센터 인천 1주년 되돌아본 '클래식 성찬'

'고음악계 대가' 국내 유일 연주… 조수미·조성진 '조기 매진'세계 최정상 피아노 연주 '절정' 인천시향 내일 기념무대 '대미'아트센터 인천(ACI)이 16일로 1주년을 맞는다. ACI는 지난해 11월 개관 이후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공연 시즌을 맞고 있다. 특히 1주년을 기해 기획된 공연들은 한 마디로 '클래식 성찬'이었다. 지난달 17일 '고음악의 거장' 윌리엄 크리스티가 이끄는 레자르 플로리상이 ACI에서 인천의 음악팬들을 만났다. 원전(原典) 연주단체인 레자르 플로리상은 창단 40주년을 기념해 헨델의 '메시아'로 아시아 투어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국내 공연은 ACI에서만 진행됐다. 크리스티와 레자르 플로리상은 주법이나 음량 등 현대식 악기와는 차이가 있어서 더욱 섬세한 음향을 요구하는 고음악을 정교한 음향 설계를 통해 선보여 국내 음악팬들의 갈채를 받았다.지난 6일에는 세계 정상의 소프라노 조수미가 역시 고음악 연주단체인 해리 비켓이 이끄는 잉글리시 콘서트와 비발디와 퍼셀, 헨델 등 바로크 시기 오페라 아리아와 노래 등을 선보였다. 잉글리시 콘서트는 트레버 피노크에 의해 1973년 창단한 세계 정상급 원전 연주단체이다. 조수미와 잉글리시 콘서트는 바로크 시기의 초기 오페라를 원형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줘 청중의 환호를 이끌어냈다.지난 9일에는 엄청난 국내 팬덤을 거느린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야니크 네제 세갱이 이끄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인천을 찾았다. 조성진의 협연 무대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으며, 후반부에선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가 연주됐다.국내 공연계에서 최고의 티켓 파워를 지닌 조수미와 조성진을 앞세운 두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하며,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지난 13일 개최된 세계 최정상의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와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ACI 개관 1주년 기획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헝가리 출신의 이 위대한 피아니스트는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와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1번'과 '5번'을 연주했다.ACI의 1주년 기념 무대의 마지막은 16일 인천시립교향악단(예술감독·이병욱)이 장식한다.지난해 11월 16일 ACI의 개관 무대에 섰던 이병욱 예술감독과 인천시립교향악단은 꼭 1년 만인 16일 오후 5시 글린카의 오페라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과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협연·임희영),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협연·신동일)을 연주한다. 장엄한 오르간 음향과 어우러지는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하모니가 국내 최고 수준의 음향을 자랑하는 ACI에서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연륜이 묻어나는 '베토벤' 연주… '피아니스트 교과서' 명성 그대로■안드라스 시프·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 오케스트라 리뷰지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2~4번'을 연주한 안드라스 시프와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는 이튿날 인천에서 나머지 '1번'과 '5번, 황제'를 연주했다.'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 '베토벤 해석의 대가'로 불리는 시프는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와 함께 들뜨고 흥분된 베토벤이 아닌 냉철하면서도 연륜이 묻어나는 연주로 작품들을 구현했다. 지휘와 피아노 연주를 겸한 시프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악상을 끌고 갔다. 구조적 면에서 선배 작곡가들의 영향이 드러나며, 베토벤 만의 에너지가 표출되는 '1번'에서 자신들의 장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시프의 탁월한 독주에 오케스트라는 헌신적인 태도로 민감히 반응했다. 연주 스케일은 적절했으며, 음색에는 장중함과 투명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ACI의 잔향도 한몫했다.1악장의 압권은 (베토벤이 직접 쓴) 세 번째 카덴차였다. 기교적으로도 난이도가 높아 명인기를 요구하는 이 부분에서 시프는 넓은 프레이징 속에 음 하나하나를 명징히 구현했다. 이어서 오케스트라가 재등장하는 대목에선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느린 악장에 이은 마지막 악장에선 독주와 반주 모두 명연을 선보이며, 강건함과 유머를 고루 표출했다.시프의 '5번, 황제'는 국내 음악팬들에게 친숙하다. 지난해 이맘때 내한한 시프는 샤를 뒤트와가 지휘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과 이 작품을 연주한 바 있다. 당시와 이번 무대가 다른 점은 대편성의 오케스트라가 아닌 실내 오케스트라와 협연이라는 것이다.'5번, 황제'에서도 시프는 여유롭고 낭만적인 피아니즘을 선보였다. 베토벤에 관한 확고함과 일관된 연주는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라는 칭호를 떠올리게 만들었다.시프와 오케스트라는 기승전결의 논리 구성력 속에 순간순간의 시정 표출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흔히 '음을 흩뿌린다'는 표현하고는 거리를 뒀다. 시프는 템포를 약간 늦춰 분명한 발음을 강조하면서 톤 컬러를 조합해 나가는 정밀한 타건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베토벤의 감수성을 담아낸 적절한 표현력으로 청중을 이끌었다.서정적인 2악장에서 시프는 감성에만 치우치지 않았다. 예민한 감각의 이성적 터치로 균형을 잡는 모습이었다. 마지막 악장에서도 시프의 피아노에 밀도 높은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어우졌다. 관악주자들이 작품에 알맞은 색채를 부여했으며, 작품의 생동감도 적절했다.시프와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는 청중의 이어지는 갈채에 이날 연주되지 않은 베토벤의 협주곡 '2번'과 '3번'의 마지막 악장을 들려줬다.연주회를 보면서, 비브라토(음을 떨어주는 연주법)를 자제하는 현악기군, 19세기 형태의 금관악기까지 원전(原典) 연주에 대한 작품의 논의를 충분히 감안했음을 알 수 있었다. 공연장을 나서면서 베토벤의 여운과 함께 '시프와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가 연주하는 모차르트 협주곡을 실황으로 들으면 참으로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해봤다.좌석구분없이 '최상의 사운드' 선사콘서트홀 '바다' 로비 '백자' 형상화■아트센터 인천 '명품 디테일'아트센터 인천(ACI) 콘서트홀은 빈야드(Vineyard)와 슈박스(Shoebox) 스타일 각각의 장점을 혼합한 객석 설계 및 측벽 반사음 효과의 극대화와 정밀한 소음·진동 차단 시스템으로 관객과의 거리는 좁히고 음악적 몰입감은 높였다. 어떤 자리에서도 음향의 편차를 느낄 수 없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콘서트홀은 독주, 실내악은 물론 대편성 오케스트라까지 최상의 사운드를 선사했다.ACI의 외장은 컬러노출 콘크리트 공법을 적용해 시간의 흐름을 견디도록 설계됐다. 내부의 빛을 활용해 일관성 있는 경관을 구현하는 미디어 파사드 시스템도 장착됐다. 콘서트홀은 바다를 형상화해 수려한 내부 공간디자인을 구현했으며, 로비공간은 백자의 이미지로 예술의 순수함을 표현해 건축미를 살렸다.아트센터 인천은 콘서트홀 조성에 이어 2단계 사업인 오페라하우스(1천439석 규모)와 뮤지엄(연면적 1만5천145.62㎡)을 건립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복합쇼핑공간 아트포레 단지 조성까지 마무리되면 향후 세계적 문화트렌드를 리드하는 글로벌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윌리엄 크리스티와 레자르 플로리상이 지난달 17일 아트센터 인천에서 공연 후 청중에 답례하고 있다. /아트센터 인천 제공안드라스 시프와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 오케스트라가 공연 후 청중의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 /아트센터 인천 제공

2019-11-14 김영준

[인터뷰… 공감]인천 출신 첫 '전국항운노조연맹' 수장 선출된 최두영 인천항운노조 위원장

#'부산' 제치고 당선 9월 취임했는데IMF때도 물동량 늘었는데 최근 '정체'영광스럽지만 어려운 상황 어깨 무거워#인천항 물동량 감소 심각… 대안은일자리 창출 효과 큰 벌크화물 유치 필요중고차 수출 '남항 클러스터' 조성 시급#'내항 재개발 사업' 속도 조절론'성공모델' 獨 하펜시티 항만 운영 '공존'1·8부두엔 주거시설 2~7부두 기능 유지를우리나라 노동운동은 항만에서 처음 시작됐다. 1898년 함흥 성진부두 노동조합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 항만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일제에 저항했다. 해방 이후인 1949년 3월 항운노동조합의 모태인 대한노총 전국항만자유노동조합연맹이 출범했다. 이후 7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명칭은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으로 바뀌었고, 항만뿐만 아니라 철도·연안·농수산시장·정기화물·창고 등 국내 물류산업 종사자 2만5천여 명이 참여하는 거대 노조가 됐다. 노조의 모습은 크게 변화했으나, 지난 70년 동안 전국항운노조연맹 위원장은 부산 지역에서 도맡아 왔다. 전체 연맹 조합원 중 부산항운노동조합 조합원이 3분의 1에 달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전국항운노조연맹 위원장에 도전하기도 어려웠다.올해 9월 열린 전국항운노조연맹 대의원대회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인천 출신이 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인천항운노동조합 최두영(55) 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최 위원장은 "인천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전국연맹 위원장에 오른 것을 매우 영광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물류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취임했기 때문에 어깨가 매우 무겁다"고 했다. 이어 "선발투수가 아닌 구원투수로 투입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노조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최 위원장은 "우리나라 항만이 역사상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하며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국내 전체 항만 물동량은 12억1천525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중 벌크 화물 물동량은 7억8천77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다. 그는 "IMF 경제 위기 시절에도 항만 물동량은 꾸준히 늘었는데, 최근에는 거의 정체돼 있다"며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수출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면 항만이 맨 처음 직격탄을 맞는다"고 설명했다.최 위원장은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 등이 컨테이너뿐만 아니라 벌크 화물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벌크 화물은 하역 과정이나 재가공 과정에서 여러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국내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매우 크다"며 "그럼에도 인천항만공사를 포함한 여러 항만 관리 기관에서는 컨테이너 화물을 더 중요시하고, 벌크는 등한시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벌크에서 컨테이너로 화물 운반 형태가 바뀌고 있지만, 벌크 화물 유지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인천항의 물동량 감소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올 1~9월 인천항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1억2천122만t)보다 5.5% 줄어든 1억1천464만t으로 집계됐다. 2014년 1~9월 1억1천581만t을 처리한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올 들어 인천항 물동량이 많이 줄어든 이유는 벌크 물동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9.8%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벌크 물동량이 줄면서 항운노조원의 일자리가 감소하거나 임금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최 위원장은 설명했다.최 위원장은 "벌크 물동량 감소를 막으려면 인천 남항 '중고 자동차 물류 클러스터'를 이른 시일 안에 조성하고, 인천 '내항 재개발' 사업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자기 생각을 밝혔다.중고차는 인천항의 주요 벌크 화물이다. 인천항에서 수출되는 중고 자동차는 전국 중고차 물동량의 80%에 달한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는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 물량을 유지하기 위해 2025년까지 인천 남항 인근에 중고차 물류 클러스터를 만들 계획이다. 옛 송도유원지 일대에 자리 잡은 중고차 수출 업체들을 이곳(중고차 물류 클러스터)으로 이전시키겠다는 게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의 생각이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최 위원장은 "중고차 물류 단지는 공해를 유발하는 혐오 시설이 아니다. 선진국 사례를 살펴보면 얼마든지 깨끗하게 운영될 수 있다"며 "인천시 등은 이러한 점을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인천의 중고차 물류 클러스터 조성이 지연되는 사이 전북 군산과 경기도 평택, 울산 등에서는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자동차 운반선은 중고차와 신차를 함께 싣기 위해 인천항에 기항하는 것"이라며 "중고차 수출 물량을 다른 지역에 빼앗기면 인천항의 신차 물동량도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내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선, 주민과 개방을 합의한 내항 1·8부두는 재개발을 진행하더라도 항만 기능이 유지되는 2~7부두는 계속 운영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해수부와 인천시는 내항 8개 부두를 5개 구역으로 나눠 재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 항만업계에선 내항 재개발로 항만 기능이 사라지면 인천지역 산업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항·북항·신항 등이 잇달아 개장하면서 내항의 물동량이 감소했지만, 곡물·사료 부원료·원당·자동차 등의 화물은 내항을 통해 하역되고 있다. 대체 부두 마련 없이 내항에서의 화물 하역이 중단되면, 이들 화물을 활용하는 공장들이 인천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최 위원장은 "최근 항만 재개발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독일 하펜시티를 방문해 보니 재개발과 항만 운영이 공존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며 "내항 1·8부두에 아파트 등 주거시설을 짓더라도 하펜시티를 참고해 항만 관련 민원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쓰고 입주시키는 등 공존 방안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최 위원장은 1990년부터 인천항운노동조합에서 일했다. 그는 "솔직히 당시 대졸 노동자 임금보다 항운노조원의 월급이 2~3배 정도 높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항운노조에 들어왔다. 그때는 전국항운노조연맹 위원장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물동량이 감소하는 데다, 항만 자동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어 항운노조원이 그 여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항운노조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으로 (조합원들과 함께)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최두영 위원장은?▲ 1964년 인천 출생▲ 1981년 인천고 졸업, 1991년 중앙대 경제학과 졸업▲ 1990년 인천항운노동조합 가입▲ 1999년 전국항운노조연맹 쟁의부장▲ 2013년 인천항운노조 부위원장▲ 2019년 5월 인천항운노조 위원장 당선▲ 2019년 9월 전국항운노조연맹 위원장 취임전국항운노조연맹 최두영 위원장은 "위기에 빠진 물류산업의 구원투수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19-11-12 김주엽

[사람사는 이야기]장애인부모회 양주시지부 심미섭 회장

직업교육·인권침해 감시등 다양활동최근 취약계층 장애인가족 상담 집중자신감 얻도록 난타 배워 공연 열의도"단지 우리 아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사회'를 보여주고 싶을 뿐입니다."심미섭(56) 한국장애인부모회 양주시지부 회장은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라면 다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한국장애인부모회는 장애인 부모들이 자녀 양육과 자립에 관한 정보를 나누고 서로 힘이 돼 주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심 회장은 양주시지부를 이끌며 지역에서 장애아동과 청소년, 부모를 위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직업교육에서부터 인권침해 감시, 부모교육·상담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최근에는 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 장애인 가족을 상담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가구로 심 회장은 이들 소외 가정과 사회복지자원을 연결해 주기 위해 매일 같이 바삐 뛰어다니고 있다. 심 회장의 열정은 장애인 부모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아이들이 예술활동으로 자신감을 얻도록 자신이 직접 '난타 공연'을 배우기도 했다. 6년이 지난 지금 공연 수준이 수준급이어서 장애 청소년들과 지역에서 노인 위문공연도 열곤 한다. 장애인 부모들은 이렇게 열정적으로 사는 심 회장을 보며 "위안과 힘을 얻는다"고 입을 모은다.심 회장은 장애인과 부모들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편견을 바로잡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학교와 직장을 찾아다니며 장애인과 부모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전파하고 있다. 심 회장은 "장애인 부모들이 자기 자식만을 위해 목소리를 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많은 장애인 부모는 자녀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기를 바란다"며 "장애인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인정받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심미섭 한국장애인부모회 양주시지부 회장은 자녀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 사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2019-11-11 최재훈

[FOCUS 경기]'전국 최고 중첩규제' 속 성장의 길 여는 교통요충지 광주

인구 증가속도 도내 톱10·기업 선호 불구각종 법규 탓 '소규모 제조공장 난립' 초래市 '오염총량제 지역 산단 허용' 정부 건의자연보전권 '종합대학 제한' 개선 요구도시설 집적화·산학협력 '경쟁력 강화' 설계올해 초 광주에 때아닌 '난개발(亂開發)' 논쟁이 일었다.광주시가 도시계획조례 및 건축조례의 일부 개정을 추진하면서 개정 취지로 지역 내 무분별하게 이뤄진 난개발을 지적하자 일부 시민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광주시를 얘기할 때 '난개발'이 오르내린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지만 지역을 오래 지켜온 시민들은 불쾌감을 표했다. 결국 난개발이 맞느냐 아니냐 하는 논쟁으로까지 번졌다.'난개발이 맞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말 그대로 "어지럽고 무분별하게 개발된, 종합적인 계획 없이 이뤄진 개발로 인해 광주시는 다양한 도시문제와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아니다'는 쪽은 "지역 내 각종 규제로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이 적었고, 제한된 상황에서 그 기준에 맞춰 개발한 것을 놓고 난개발로 싸잡아 몰아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그 주장이 어떻든 간에 결국 기본 전제는 '광주시에 체계적 개발이 이뤄지지 못해 각종 문제(도로, 교통,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가 상존한다'는 것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는 중첩 규제 문제와 맞닿아 있다. 광주시는 정부부처를 비롯해 정치권, 처지가 비슷한 주변 지자체들과 부단히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인구 4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광주시의 규제 타파를 위한 움직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으며, 도약을 위한 발판이자 생존 문제가 된 것이다.■ 온갖 규제에 묶인 광주시인구 38만명의 광주시는 경기도 내 지자체 중 인구증가 속도가 10위에 이를 정도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동남부의 중심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교통요충지요,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며 광주시만의 색깔 있는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이 같은 여건 속에 지속적인 인구증가가 일어나고 있지만 광주시는 각종 법규의 중첩규제로 인해 한 발 더 앞으로 나갈 기회를 번번이 놓치고 있다. 광주시는 전 지역이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한 자연보전권역에 속한다. 99.3%는 환경정책기본법 제38조에 의한 팔당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1권역에 해당된다. 지역의 19.4%는 수도법 제7조에 의한 상수원보호구역이며, 24.2%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8조에 의한 개발제한구역이다. 이 밖에도 수변구역(2.2%), 군사시설 보호구역(1.5%) 등 각종 규제가 시행된다. → 그래픽 참조사실상 전국 최고 수준의 중첩규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엄격한 행위 제한, 늘어나는 소규모 시설광주시가 '수도권 교통요충지'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교통여건이 좋다는 것을 바꿔 말하면 기업활동에 장점이 되고, 많은 기업들이 입지를 고려하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광주는 각종 규제로 소규모 개별 공장의 입지만 허용된다. 대규모 계획입지는 불가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지역 내 제조업 공장이 6천587개소에 이르지만 이 중 4천여개가 소규모 제조공장이다. 6만㎡ 이상은 입지가 불가하고, 3만~6만㎡ 이하는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후 입지가 허용되다 보니 소규모 공장만 난립하게 된 것이다.이뿐만이 아니다. 광주시는 전 지역이 자연보전권역이다. 그렇다 보니 대학이전도 규제가 따른다.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은 4년제 대학 및 교육대학이 모두 이전 가능하다. 하지만 자연보전권역으로의 이전은 금지됐다. 산학협력을 통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려 해도 한계가 있고, 고등교육 기회의 불평등도 발생한다. 대규모 개발사업도 제한이 많다. 자연보전권역 내 택지조성사업에 있어 아파트·연립주택이 없는 3만㎡ 이하는 사업이 가능해야 하지만 금지돼 있고, 도시개발사업의 경우 6만㎡ 이하도 심의 후 허용한다.시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나 적극 행정 차원에서라도 여러 민원을 풀어주고 싶지만 워낙 중첩 규제에 제한이 많다 보니 한계가 많다"며 "무조건적인 제한보다는 지역여건을 고려한 규제행위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숨통 죄는 규제, 방법은 있다.광주시는 기업들이 선호하지만 이렇다 할 산업단지가 없다. 우후죽순 소규모 공장만 난립하고 있다. 일부는 주택가까지 공장이 자리해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시는 특별대책고시 개정으로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현재 광주시는 그나마 개발여력이 있는 농림지역, 보전·생산관리지역에서 공업지역으로의 용도변경이 금지돼 있어 산업단지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단서조항 신설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오염총량관리제 시행지역에 한정해 예외적으로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오염총량관리제는 지자체별로 할당된 한도 안에서 오염물질 배출 총량을 규제하면서 목표로 정한 수질을 달성하는 조건으로 개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다. 광주시는 지난 2004년부터 전국 최초로 오염총량관리제를 시행해왔다.건의가 받아들여질 경우 개별공장의 집적화 및 체계적 관리로 안정적 산업시설용지 제공이 가능하다. 기업경쟁력 확보 및 지역 간 불균형도 해소될 것이다. 시 관계자는 "특별대책지역이라는 명분하에 산업단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입지제한은 당초 오염총량관리제의 도입배경 및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자연보전권역 내 공업용지조성사업 규모 확대도 제안하고 있다. 현재로선 6만㎡로 공장입지가 제한됐다. 이를 30만㎡로 확대 시행해줄 것을 건의하고 나섰다. 확대 시행되면 건실한 기업체의 외부유출 방지 및 대규모 공장 유치도 가능하다.시는 자연보전권역만 종합대학 이전을 금지함에 따라 이를 허용케 해달라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시는 '산학협력을 통해 전문적인 인재양성 및 지역경제 활성화가 되고, 종합대학을 유치함으로써 교육도시로의 성장이 가능하다'며 수도권에서 자연보전권역으로 대학이전 허용을 가능케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안기권(광주1) 도의원은 최근 도의회에서 상수원보호구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전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팔당상수원 규제로 주택의 신·증축 제한 등 오염원의 입지와 각종 행위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며 "아무리 합법적인 정부의 정책일지라도 소수의 주민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보호구역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 행복하게 살면서 상수원을 보호하고 지키는 '생명물 파수꾼'이 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광주시는 수도권 동남부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로 체계적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대로를 중심으로 소규모 공장이 밀집돼 있는 공장지대. 주택가와 혼재돼 있는 모습이 항공사진에 드러난다. /광주시 제공

2019-11-10 이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