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기)

[인터뷰… 공감]'전국 지방자치단체 1호 정식 임명' 김준재 경기도 역학조사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정식' 역학조사관이라는 명함을 갖게 된 김준재(59) 조사관을 인터뷰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지난달 안양지역에서 발생한 홍역이 이달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안산·시흥지역에서 집중 유행한 탓이었다. 올해 들어 도내에 발생한 홍역 환자는 13명. 다행히 더 이상 환자가 늘지 않은 채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최일선에 있는 김 조사관은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이들과 접촉한 1천600여명을 살피느라 한 달 가까이 밤낮을 잊은 모습이었다. 25년가량 일반 병원에서 소아과 의사로 지내왔던 그가 50대 후반, 일반인들에겐 이름조차 생소한 '역학조사관'의 길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잠시 허락된 시간. 지방자치단체 1호 역학조사관인 그의 이야기를 짧게나마 들어봤다.# 베테랑 소아과 의사의 '새 길'역학조사는 감염병의 발생 원인과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가 역학조사관이다. 질병의 원인을 수사하듯 다방면으로 찾아 감염병을 예방하고 실제 발생 시 확산을 막는 게 주된 업무다 보니 '질병 수사관'으로도 불린다.과거에도 역학조사관이 있었지만 그 중요도에 비해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적었다. 많지 않은 역학조사관들의 헌신에 기대 이뤄지는 게 보통이었다. 같은 의사들 조차 역학조사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을 때였다. 지자체의 역학조사관들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 한 조사관의 근무기간이 1~2년 정도에 그치다보니 지자체에 감염병 관리 노하우가 축적되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전국을 강타했다. 시·도 단위에도 전담 역학조사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이뤄졌다. 제도가 정비됐고 교육과정도 강화됐다.김 조사관이 '역학조사관'이 된 것은 메르스 사태 이후인 2016년이다. 서울에서 일반 병원을 개업해 25년가량 소아과 의사로 일했다. 아이를 건강하게 기르는 점에 대한 저서에 참여하기도 했다. 보람된 일이었지만, 의사로서 더욱 새롭고 의미 깊은 일을 하고 싶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고민하던 차에 경기도의 역학조사관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마침 공중보건의사로서 역학조사관으로 일했던 대학 후배가 큰 도움이 됐다. 김 조사관은 "소아과 전공의 시절 감염학에 관심이 있어 감염 관련 일을 같이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에는 개업의사로서만 일했다. 보람됐지만 의사로서의 전문성,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뭔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수습' 역학조사관이 됐다.정식 역학조사관이 되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2년간의 수습기간 수차례의 교육을 받아야 했고 유행역학조사보고서·감염병 감시분석보고서도 각각 2편 이상씩을 써야 했다. 논문도 1차례 작성해 게재해야 했다. 그러면서 매일 경기도 곳곳을 다니며 각종 감염병 발생 가능성을 살피고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데 매진했다. 회의·학회·세미나도 수없이 다녔고, 보건소·기관 교육 역시 그의 업무였다. 그렇게 올해 1월 9일 전국 지자체에선 처음으로 정식 역학조사관이 됐다.# 24시간이 모자라…"홍역, 예방접종으로 조절 가능해"그의 하루 일과는 작은 틈 하나 없이 가득 차있었다.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각 지역 보건소에서 올라온 감염병 보고 상황을 꼼꼼히 살피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당장 처리해야할 일, 직접 현장에 가서 살펴야할 일 등으로 내용을 분류한 후 해당 지역 보건소에 상황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오전 시간이 모두 지나간다. 오후에는 현장으로 향한다. 병원·보건소, 기타 시설 등에서 환자의 증상, 일련의 행보 등을 살펴 감염병의 유입·확산 경로 등을 파악한다. 이후 현장 조사 보고서를 정리한다. 이번 홍역 사례처럼 감염병이 번지기라도 하면 일은 갑절로 늘어난다. 24시간 내내 긴급사항을 각 지역 보건소에서 유선으로 보고받고 상황을 판단해 적절한 지시를 내린다."요즘처럼 감염병이 확산되면 정말 정신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김 조사관은 자칫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던 감염병을 조기에 차단한 일들을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감염병 발생 소식에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갔다가 '음성' 판정을 받아들고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들을 그는 회고했다. 김 조사관은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감염병을 막기 위해 병원 감염병관리팀, 관련 의사들을 수도 없이 설득했던 일, 아파트·사우나 시설에서 레지오넬라증(박테리아의 일종인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돼 나타나는 폐렴 등의 증상)이 발생했던 일, 친구들끼리 백일해(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에 감염돼 대처했던 일 등이 떠오른다"며 "한번은 쥐가 옮기는 질병의 유행이 의심된다는 이야기에 헐레벌떡 현장에 가서 살폈는데 다행히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긴장이 풀리면서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최근 안산지역 등에서 확산됐던 홍역에 대해선 이른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홍역은 1세 이후에 접종을 2번 하면 97% 이상 항체가 생긴다. 예방접종으로 조절 가능한 질환"이라며 "질병관리본부의 안내에 따르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인터뷰 내내 그는 "제가 지방자치단체에선 메르스 사태 이후 강화된 규정에 따라 처음으로 수습을 뗀 역학조사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유일무이한 조사관은 결코 아니다"라고 거듭 설명했다. "이전에도 많은 역학조사관들이 감염병 예방, 확산 방지를 위해 애써왔다. 도청에만 저 포함 6명의 조사관이 있는데 다들 일선 현장에서 홍역 등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도와 시·군, 각 보건소 등에서도 함께 노력하는 중"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사진을 찍는 찰나의 순간에도 그의 휴대전화가 연거푸 울렸다. 홍역 확산 상황을 묻는 내용이었다. 짧은 만남을 서둘러 끝낸 그가 말했다. "곧 또 현장에 가봐야할 것 같아요."경기도 '1호' 정식 조사관인 그의 뒷모습이 자못 비장했다. 글/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사진/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김준재 경기도 역학조사관은?▲1960년 서울 출생▲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1984년 의사면허 취득▲1991년 서울대학교병원 소아과 전공의 과정 수료·전문의 자격 취득▲1991년 3월~1992년 1월 동부제일병원 소아과 과장▲1992년 1월~ 소아과 개원병원 의사▲2016년 9월~ 경기도 역학조사관# 저서: '프로엄마, 건강한 아이' (참육아 연구회·공저자, 2002)메르스 사태 이후 강화된 규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1호 정식 역학조사관이 된 김준재 경기도 조사관이 최근 안산지역 등에서 확산됐던 홍역 등 감염병에 대한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사진/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19-01-29 강기정

[FOCUS 경기]'中企 육성터' 광주시의 눈길 끄는 행보

화학물질 등 법규 중첩규제로 열악한 환경 속교육지원·해법모색 통해 고통받는 업체 구제SOS 처리 道평가 10년간 9번 대상 수상 영예상생협의체 운영·현장간담회 등 다양한 노력기업을 운영함에 있어 규제는 '족쇄'와도 같다.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경기도 광주시는 기업하기 무척 힘든 곳이다. 시 전 지역이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 있고, 팔당호 상수원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1권역에 속해 제약을 받는 사안이 한 두개가 아니다.또 지역 내 20%는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이고, 24%는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있다. 환경정책기본법 등 각종 법규의 중첩규제를 받고 있는 곳이 바로 광주시다.하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이 꾸준히 광주시를 찾는다. 설령 시를 떠나는 기업이 있다 하더라도 언젠가 다시 돌아올 날을 기약한다.규제(공장 입지 문제 등)로 인해 지역을 떠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일할 맛 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광주시의 몸부림을 알기에 섭섭함이 큰 것이다.기업지원에 힘써 '중소기업 육성터'란 별칭까지 얻은 광주시의 기업행정을 들여다봤다.# 위기의 중소기업, 해결사 광주시 경기 광주에 위치한 포장재 인쇄업체 J사는 지난해 개정·시행된 화학물질관리법으로 인해 졸지에 폐업위기에 처했다. 법 시행 이전부터 운영되던 사업장이라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강화된 법률로 인해 하루아침에 범법자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기존에 적법하게 사용해오던 화학물질이 '화학물질의 평가 및 등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독물질로 지정·고시됨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를 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이럴 경우 수도법에 따른 공장설립제한 및 승인요건이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문을 닫아야 했다.이런 애로사항을 현장에서 듣게 된 광주시 기업지원과는 마음이 바빠졌다. 우선 이 같은 처지의 기업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기업현황 파악에 나섰다. 이후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개정된 법으로 속앓이하는 기업들에게 실질적 교육을 지원했다. 이와는 별도로 애로사항과 관련해 법률자문을 의뢰하고 환경부를 찾아 건의했다. 중소기업청 옴부즈만실과 현장 방문에 나서고, 경기도와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갔다. 그러기를 10개월. 결국 시 고문변호사 법률자문 및 경기도 사전컨설팅감사를 통해 환경부의 유권해석을 확보, '수도법'의 입지제한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법제처 유권해석 및 헌법재판소 결정자료를 근거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건축법'상 문제점을 해결해 유해화학물질 사용업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이는 J사에 그치지 않고, 수도법에 의해 공장설립 제한을 받는 한강수계 7개 시·군(경기도)을 비롯한 금강수계(충청도), 낙동강수계(경상도), 영산강수계(전라도)에서 공장설립을 받아 운영 중인 중소기업들의 유해화학물질 사업 허가도 가능하게 하는 단초가 됐다.이런 사례는 일부일 뿐이다. 시는 이밖에도 기업들이 법령을 몰라 어려움을 겪거나 불합리한 제도적 문제로 고통을 받는 것을 지난 십여년간 꾸준히 지원해오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IBK기업은행과 우수기업 육성을 위해 동반성장협력자금 60억원을 조성해 중소기업 지원에도 나섰다. 우수기업 육성은 곧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기업SOS 처리 9년 대상 수상광주시의 이 같은 열정은 경기도가 매년 도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기업 SOS 처리 시스템 운영실적 평가'에서 7년 연속 '대상'이란 쾌거를 이루게 했다. 지난 2008년과 2009년 대상 수상에 이어 2010년 장려를 포함해 10년 연속 수상이라는 진기록과 함께 10년 동안 9차례 대상을 수상, 명실상부 도내 최고의 '기업하기 좋은 도시'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을 위해 2008년 '광주시 기업 SOS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매년 '기업 SOS 시스템 운영계획'을 수립해 유관기관 합동 현장방문과 원스톱 처리 회의를 상시 가동하고 있다. 2017년 한해 동안에는 공장설립, 기반시설, 판로·수출 등 다양한 유형의 기업애로 240여건을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특수시책으로 기업SOS운영과 지원시책을 접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에게도 손을 내밀고 있다. 기업애로 해결부터 지원사업 참여, 기업 홍보까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찾아가는 기업토털 솔루션'을 운영, 기업지원 사각지대를 축소했다. 아울러 기업에서 공감할 수 있는 공통적인 애로사항을 발굴하기 위해 '광주시·경제단체 상생협의체'를 운영하고, '광주시 차세대 경영인' 육성지원, '찾아가는 기업애로 현장방문' 및 현장간담회 등 다양한 기업지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석태훈 시 기업지원과 팀장은 "한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선 살펴봐야 할 법령도 많고, 시간도 많이 투자해야 한다. 관계부서와 협의도 해야하는데 모든 일이 100% 해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애로사항을 풀어가다 보면 고용 창출과 뿌리부터 튼튼한 기업환경이 조성되는 만큼 전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신동헌 광주시장이 관내 기업인들과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지난해 7년 연속 경기도가 평가하는 '기업SOS운영'에서 대상을 수상한 기업지원과 직원들과 신동헌 광주시장. /광주시 제공

2019-01-27 이윤희

[FOCUS 경기]인터뷰|신동헌 광주시장

올해 기업들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는 그 어느 때보다 흐리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4월 2.9%에서 지속적으로 낮춰 최근엔 2.6%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 둔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인데 기업들 역시 잔뜩 움츠려 있다.신동헌(사진) 광주시장은 올해 경제와 관련, '기업생태계 살리는 생산도시 광주'를 모토(신조)로 삼았다. 기업이 살아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기업과 지역사회의 선순환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신 시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해 기업생태계를 살리는 생산도시 광주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기업과 사회적 경제주체를 육성하고 시정과 유기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4차 산업을 통해 기업의 생산효율을 높이면, 생산과 소비가 어우러진 자족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복안을 전했다.이를 위해 광주역세권 허브형 하이테크노밸리 조성과 온라인 상생장터 플랫폼 구축사업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청년창업 인큐베이터센터 설치도 추진할 예정이다. 전문적인 기술지원 및 컨설팅 등 성공적인 창업지원 체계를 구축해 2차적인 고용증대 및 연계산업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관내 우수기업에 대한 지원 및 육성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기업의 판로 확보 및 다양한 지원시책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그는 "서민경제 활성화에도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취업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의 생계안정과 지역사회 고용촉진을 위해 지역일자리 창출에 힘쓸 계획이다. '희망구구단사업'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 '희망일자리사업' '꿈꾸多 청년 일자리창출 프로젝트' 등을 통해 다양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발굴, 광주의 경기전망을 '맑음'으로 이끌어나가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2019-01-27 이윤희

[이슈&스토리]인천 지역사회 '경인고속도로 요금 폐지' 촉구

수익총액 1조2863억원… 건설·유지비 총액의 두 배 초과당초 30년 수납기간 '연장' 유료도로 통합채산제 전환 탓시민 "부당 이득" 소송… 法 "수익 적은 지역위해 불가피"예외 적용 법 개정 추진돼 군·구의회도 지원사격 '새 국면'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가 개통한 지 꼭 50년이 되는 지난해 12월 인천시 10개 군·구의회는 일제히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여야 할 것 없이 118명의 인천 군·구의원들이 한목소리로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징수가 부당하다며 정부와 국회에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수입이 건설 투자·유지비의 2배를 초과한 상황에서 아직도 일반 승용차 기준 900원의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다.반대로 정부는 모든 고속도로 노선이 통합 채산제로 운영되고 있어 특정 고속도로에서 수익이 초과 발생했다고 해서 통행료를 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17년 12월 경인고속도로 구간 중 인천 기점~서인천IC 구간이 일반도로로 전환되면서 통행료 논란에 다시 불이 지폈다. 그리고 경인고속도로 개통 50주년이었던 지난해 12월 인천 기초의회가 일제히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인고속도로의 어제와 오늘경인고속도로는 1967년 3월 24일 착공해 1968년 12월 21일 개통한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다. 서울 영등포~인천 가좌동 구간이 먼저 개통됐고, 1969년 7월 21일 인천항(용현동 인천 기점)까지 연결됐다. 완전 개통 당시 기준 고속도로 총 길이는 29.5㎞였고, 이 가운데 인천 구간은 17.3㎞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1965년 1월 정부는 부평·주안 공업단지 조성, 인천항 제2도크 공사로 인천~서울 간 교통 수요가 늘어나자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했다.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사업의 첫해인 1967년 사업비 2천만원을 확보해 공사를 착수했다.경인고속도로는 착공 20개월이 지난 1968년 12월 21일 개통했다. 경인고속도로를 건설하기까지 총인원은 60만5천명, 장비는 연 11만2천대, 시멘트 40만포, 철근 2천650t, 아스팔트 3만2천드럼이 투입됐다.건설비는 공사비 23억3천300만원과 용지보상비 5억4천900만원, 기타 부대비용 2억6천800만원 등 총 31억5천만원이 투입됐으나 이후 확장 공사를 거치면서 건설 투자비는 수천억원 대로 늘어났다.경인고속도로는 1985년 11월 12일 서울 신월IC~양평동 구간 5.5㎞가 일반도로로 전환돼 서울시에 이관됐다.1993년 기존 왕복 4차선의 신월IC~서인천IC 구간(12.3㎞) 도로 폭이 8차선으로 확장됐고, 1999년 인천IC~서인천IC 구간(10.5㎞)이 왕복 6차선으로 확장됐다. 2014년에는 서인천IC~청라국제도시 직선화 구간(7.5㎞)을 개통하기도 했다. 2017년 12월 인천 기점~서인천 IC 구간(10.45㎞)이 일반도로로 전환돼 인천시로 이관됐다.# 통행료를 폐지하라!경인고속도로 개통 이후 2017년 말까지 걷힌 통행료 수익은 총 1조2천863억원으로 건설·유지비 총액(8천801억원) 대비 247%에 달한다. 도로관리비와 유지보수비용을 뺀 순수 회수액만 6천억원이 넘는다. 이 역시 건설 투자비용 2천700억원의 두 배 이상이다. 경인고속도로 개통 당시 통행료 수납 기간은 30년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1998년 징수 기간이 지난 후에도 계속 통행료 수납 기간을 연장했고, 지금까지 이르렀다.경인고속도로 통행료 논란의 시작은 정부가 1980년 유료도로법을 개정해 2개 이상의 노선이 지나는 유료도로를 통합채산제로 운영하면서부터다. 통행료 수익이 고속도로 노선별로 차이가 커 형평성 문제가 있고, 낙후지역에 신규 노선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통합채산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런 통합채산제는 오히려 통행료 수납 총액이 건설유지비 총액을 초과한 도로에서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논란으로 번졌다.1999년에는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납부 거부 시민대책위'가 구성돼 통행료 폐지를 촉구 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2011년 인천시민 30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징수가 부당하다며 그동안 낸 통행료를 반환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도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고, 2015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당시 원고들은 "이미 수익이 회수된 고속도로에 통행료를 내는 것은 부당 이득"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통합채산제 도입 취지와 관련한 정부 논리를 그대로 인용했다.법원은 "경인고속도로는 전국의 다른 고속도로와 교통상 관련성이 있고, 통행료를 고속국도별로 받는 경우 통행료 수입의 지역적 불균형이 초래돼 통행료 수입이 적은 도로의 유지·수선이나 새로운 고속도로 신설이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도 앞서 2014년 통행료 부과가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유료도로법 개정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는 통합채산제에서 경인고속도로를 제외하는 유료도로법 개정 추진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국회의원(인천 연수구을)은 지난해 3월 경인고속도로처럼 개통 50년이 지나고, 통행료 순수익이 건설투자비의 2배를 초과한 유료도로는 통행료를 폐지한다는 내용의 유료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교통위원회에 상정됐으나 아직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민경욱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통행료 폐지 대상에 포함하는 노선은 경인고속도로와 언양~울산고속도로(울산선) 뿐이고, 경부고속도로는 현 추세대로라면 2024년이면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선은 현재 투자 대비 회수율이 244%이고, 경부선은 146%다.경인고속도로의 경우 2019년 예상 수입이 458억원이고 2025년 52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법 통과가 늦어질수록 경인고속도로의 수익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인천지역 10개 군·구는 결의안을 통해 민경욱 의원이 발의한 유료도로법 개정의 신속한 통과를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1968년 12월 21일 개통한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 요금소 전경. /경인일보DB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1월 인천시청에서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인일보DB인천 동구의회는 지난해 12월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동구의회 제공

2019-01-24 김민재

[인터뷰… 공감]'하남시 백년도시위원회 위원장' 김신일 前 교육부총리

김상호 시장이 위원회 의견 존중하겠다는 분명한 의지 밝혀 참여 결심집단지성 발현 통해 갈등 최소화, 위원회 논의 품질 끌어올리는게 핵심3기 신도시 선정 교산지구, 먼저 주민 마음 이해하고 목소리 대변할 것하남시는 김상호 하남시장 취임 이후 중요 정책과 현안 사업을 소수 정책결정자의 판단이 아닌 민간의 자문과 제안을 바탕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민간의 자문과 제안을 할 기구가 바로 '하남시 백년도시위원회'다.대학교수·기업인·시민·시의원·공무원 등 지난해 말 공모를 거쳐 선발된 50여 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백년도시위원회는 시 중요정책과 현안사업에 대한 자문 및 제안에 대한 역할을 수행하며 숙의 민주주의를 기본원칙으로 합의적 의사결정을 통해 운영될 예정이다.김신일 전(前) 교육부총리를 위원장으로, 일자리경제위원회(10명), 복지문화위원회(10명), 안전도시위원회(10명), 교통환경위원회(10명), 자치행정위원회(10명) 등 5개 분과로 나눠 운영될 백년도시위원회는 하남시 미래발전에 대한 목표 및 방향성 설정, 공약사항 이행 평가, 중요정책의 자문 형성 과정에 직접 참여해 민선 7기 시장의 개혁 의지를 실천할 방침이다.백년도시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김 위원장과 인터뷰를 통해 백년도시위원회의 의미와 역할을 알아봤다.김 위원장은 백년도시위원회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는 단체자치(지방분권)와 주민자치(주민참여)라는 두 가지 부문으로 구성되는데 지난 1987년 지방자치단체가 부활한 이후 30년 동안 단체자치 부문은 상대적으로 많은 진전이 있었으나, 주민자치 부문은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다"며 "문재인 정부도 단체자치보다 주민자치를 강조하고 있고 백년도시위원회 역시 주민참여를 위한 제도적 장치 중의 하나"라고 소개했다.백년도시위원회는 5개 분과 위원회를 운용해 전문성을 높이고 위원회 자체적 판단에 의한 자문활동과 공론화를 포함한 다양한 자문 방법의 활용 등이 보장돼 있어 '강화된 형태의 자문위원회'로 평가된다. 위원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더 높은 수준의 주민참여를 위한 훌륭한 가교역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중앙정부에는 각종 위원회가 있고 그 위원회를 통해 국민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듣고 국정을 운영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시장이 권력을 휘두르거나 자기 주변 소수의 얘기만 들으면서 부정부패가 만연해 왔다"고 지적하며 "김 시장이 위원회를 제대로 운영하고 위원회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혀 위원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참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백년도시위원회가 출범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점도 있지만, 명확히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위원회는 시장이 부의한 시정 사항을 자문하는 기구이지만, 제3기 신도시 교산지구와 관련한 긴급 현안회의를 진행했던 것처럼 위원회 자체적으로 활동계획을 세워 심의 및 자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또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들이 참고할 수 있는 100년을 내다보고 하남의 밑그림을 그려보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워크숍 등을 통해 역량을 키워 올 하반기부터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면서 널리 알려진 숙의 민주주의를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최초로 백년도시위원회가 도입해 기대와 함께 우려도 있다는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은 "신고리 5, 6호기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숙의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한 단계 높은 의사결정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또 "집단지성의 발현 과정을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숙의 민주주의의 기본목표"라며 "하남시는 원도심과 신도시, 그리고 새로운 인구 유입으로 인한 갈등요소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데 숙의 민주주의 활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평가했다.그는 "위원회를 통한 심의는 그 자체로 숙의 민주주의적 성격을 띠는데 위원회의 논의 품질을 어떻게 끌어 올릴 수 있느냐가 핵심으로, 정확한 정보 제공, 개인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의견 개진, 안건에 가장 적합한 논의 방법이 관건"이라며 "숙의 민주주의가 정착된다면 행정은 결정자에서 조력자로, 시민사회는 행정의 대상으로부터 정책과정의 참여자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제3기 신도시로 하남 교산지구가 선정된 것과 관련, 찬성과 반대 목소리가 공존하면서 이 문제를 백년도시위원회가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 대해 김 위원장은 "먼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50여 년 동안 재산권을 제한받았는데 또다시 신도시로 지정된 주민들은 억울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먼저 주민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지난번 자문회의에서 시장에게 교산지구 대책을 제안했는데 중앙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지정했다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대응해야 할 것과 중장기적으로 대응할 것을 구별하고 하남시의 여러 구성원과 함께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며 "신도시에 시민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위원회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개발결과와 관련해서는 시민이 원하는 신도시의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위원회도 주어진 상황에서 개발과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개발의 결과가 최대한 미래지향적인 것이 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글·사진/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김신일 백년도시위원장은▲학력-청주고 졸-서울대 사범대 교육심리학과 졸-서울대 대학원 교육학과 졸-교육학박사(미국 피츠버그대) ▲경력-1993~2003년 교육개혁과교육자를위한시민회의 공동대표-1994~1998년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1998년 대통령자문 새교육공동체위원-2000년 동아시아사회교육포럼 회장-2006년 서울대 교육학과 명예교수(현)-2006~2008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2010~2012년 UNESCO 국제교육상심사위원-2010~2015년 백석대 대학원 석좌교수-2011~2012년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 ▲상훈-홍조근정훈장(2006)-청조근정훈장(2009)김신일 하남시 백년도시위원회 위원장은 백년도시위원회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로 하남의 미래를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하남시 백년도시위원회가 첫 워크숍을 열고 첫발을 내딛었다.하남 백년도시위원회 위원들이 제3기신도시로 지정된 교산지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하남시 제공

2019-01-22 문성호

[우리시대의 품앗이人(K-Pumassian)]조덕환 김포시 고촌읍 생활안전협의회장

목장 운영하며 고향발전 '헌신봉사'경찰들과 수시로 밤 늦게까지 순찰소외된 사람들 찾아 온정 베풀기도"내 한 몸 힘들어도 그저 이웃들의 환한 미소만 보면 온갖 시름이 다 날아갔어요."김포시 고촌읍 신곡리에서 평생 소를 키우며 살아온 조덕환(61)씨는 행복한 축산인이다. 어려움을 겪는 이웃이 있으면 자기 일처럼 팔을 걷었고, 고향 발전에 도움이 되는 곳이라면 주저 없이 뛰어갔다. 고촌중학교 초대 운영위원장으로 신설 학교 안정화의 틀을 다지는 데 일조한 조 씨는 본업인 목장경영 외에 현재 고촌읍 생활안전협의회장을 맡아 이웃들의 안녕을 몸소 지켜주고 있다. 그에게는 중요한 행복이다.그는 "목장 일이 고된 날에는 '이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내가 발품 조금 팔고 내가 손길 조금 더 내밀면 누군가에게는 큰 선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주어진 소임에 온 힘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지난 2008년께부터 10여년간 마을 이장을 지낸 경험은 여생을 이웃들에게 헌신 봉사하겠다는 그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쳤다. 목장 일이 아무리 바빠도 이웃들의 손과 발이 돼주는 게 우선이었던 시기였다. 조 씨는 "역지사지의 생활자세를 그때 많이 깨우쳤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요즘은 경찰들을 도와 매달 한 번씩, 필요한 경우 수시로 밤늦게까지 고촌읍 일대 순찰을 다닌다. 생활안전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일선 파출소 사기 진작에 힘을 보태고 관내 소외이웃들에게 온정을 전달하기도 한다. 대외적으로는 전국 농협중앙회 수상자 모임인 '새농민회' 총무를 거쳐 부회장으로 봉사중이다.인생의 보람으로 기억하는 순간은 송아지가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을 꼽았다. 고촌읍은 물론 김포 전역이 빠르게 도시화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태어나 주는 송아지들을 보면 "소 키우며 참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조 씨는 "소를 키우는 것도, 사회에 봉사하는 것도 주어진 여건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 자신이 가장 큰 위안을 얻고 있더라"며 축사 앞에서 환한 웃음을 지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김포에서 평생 소를 키우며 봉사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조덕환 씨가 "가족이나 다름없다"며 사육중인 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2019-01-21 김우성

[FOCUS 경기]경기 창조오디션 공모 대상 사업 '음악역 1939' 본격 운영

가평역 개통 연도로 명명… 문화공간 '재탄생'공연장, 세계적 음향 전문가 샘 도요시마 설계우수 녹음시설 갖춰 음반작업·공연 한곳에서페스타·포럼 통해 다양한 무대·인재양성 포부추억의 경춘선 옛 가평역이 뮤직 빌리지 '음악역 1939'로 새롭게 태어났다.'넥스트 경기 창조오디션' 시작 원년인 지난 2014년 가평군의 '뮤직 빌리지 조성사업'이 대상을 수상한지 5년여 만의 일이다.뮤직빌리지는 지난해 12월 준공식 및 오픈기념 콘서트를 열고, 브랜드 네임 '음악역 1939'로 명명하고 운영에 들어갔다.이곳에서 365일 크고 작은 음악페스티벌을 개최해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음악 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또 연간 200만명 방문, 31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최대 1천명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보고서는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가평 뮤직빌리지가평에 음악을 테마로 한 복합문화공간 '가평 뮤직빌리지'가 올해 1월 문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가평군은 '넥스트 경기 창조오디션' 시작 원년인 지난 2014년 '뮤직 빌리지 조성사업'으로 공모해 대상수상과 함께 100억원의 특별조정교부금을 지원받았다. 이에 군은 총사업비 406억여원(국비 5억원, 도비 119억원, 군비 257억원, 기금 25억원 등)을 투입해 가평 구 역사 일원(3만7천579㎡)에 뮤직센터 등 음악이 중심이 되는 창작 및 서비스, 비즈니스 시설을 집적화시켜 새로운 동력을 얻는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했다.특히 뮤직빌리지는 세계적인 음향 전문가 샘 도요지마가 설계한 세계적 수준의 공연장이 있는 뮤직센터와 스튜디오, 연습동, 레지던스 등 음악 관련 4개 시설과 레스토랑, 로컬푸드 매장 등의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브랜드 네임 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 출발'음악역 1939'의 '1939'는 경춘선 가평역이 처음 문을 연해다. 전철 개통으로 지난 2010년 경춘선이 폐선되자 문을 닫은 가평역 부지를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 바로 음악역이다. 이에 뮤직빌리지는 지난해 12월 14일 브랜드 네임을 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로 명명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준공 행사와 오픈 기념 콘서트를 개최했다.이날 오픈 기념 콘서트에는 송홍섭 앙상블, 무형문화재 제30호 여창가곡 이수자 강권순, 가수 장필순·백지영, 홍대 인디밴드 잔나비 등이 출연해 뮤직 빌리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기념 콘서트는 '음악역 1939' 오픈을 축하하는 수많은 관객으로 전 좌석이 가득 채워졌으며 향후 '음악역 1939'의 방향성을 보여준 재즈부터 국악, 대중가요, 인디 음악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폭넓은 공연으로 많은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또 오픈 기념 콘서트에 앞서 1939년 처음 개장한 가평역의 역사를 이어 80년 만에 새로운 기능을 할 음악역의 첫 출발을 알리는 '음악역 1939' 준공식이 진행됐다.# '음악역 1939' 둘러보기'음악역 1939'는 뮤직 존, 플라자 존, 숙박·체류 존, 커뮤니티·상업 존 등 4개 공간에서 음악인은 창작 활동과 공연을 펼치고 방문객들은 연중 크고 작은 무대를 즐길 수 있다.야외공연장, 레스토랑, 로컬푸드 매장도 갖췄다. 가장 중심이 되는 뮤직센터에는 세계적인 음향 전문가 샘 도요시마가 설계한 공연장이 있다. 그는 비틀스가 녹음한 애비로드 스튜디오를 설계했고, 88 서울 올림픽 행사 음향을 맡기도 했다. 뮤직센터에는 작은 상영관 2곳도 있다. 이전까지 개봉관이 없어 영화를 보려면 멀리 나가야 했던 가평군민들이 이제는 가까운 곳에서 최신 개봉작을 볼 수 있게 됐다.'음악역 1939'의 핵심은 단연 스튜디오다. 이곳은 70∼80명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공연하면서 녹음하고 숙박할 수 있는 시설은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에 5대밖에 없을 정도로 귀한, 9억원 가량의 최상급 아날로그 콘솔(니브 88 RS)을 마련했다. 50m 떨어진 공연장과 지하 광케이블로 연결해 그곳에서 연주하는 소리를 이곳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수 있다.이곳에선 대중음악뿐 아니라 클래식, 재즈, 국악 등 다양한 음악이 살아 숨 쉴 예정이다. 크고 작은 공연을 연중 펼치는 건 물론, 음악을 주제로 한 포럼과 토크 콘서트, 전시회 등도 펼친다.또 스튜디오에서 앨범을 제작하고, 이곳에서 열리는 공연 실황을 스튜디오에서 녹음해 라이브 음반으로도 발매할 예정이다. 전문 음악가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연습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음악을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음악교실도 마련된다. # '음악역 1939' 자리매김프로그램은 공연과 축제를 의미하는 '페스타(FESTA)'와 한국 음악 산업 현안에 대해 고민하는 '포럼(FORUM)' 등 두 가지 콘셉트로 나뉜다.페스타는 'The Show'를 비롯해 'Ensemble', 'Festa', 'Record Label' 등 4개 프로젝트 19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포럼은 포럼, 토크 콘서트, 아카데미 등 3개 프로젝트 4개 프로그램을 운영된다 즉 '음악역 1939'에서는 연간 7개 프로젝트, 25개 프로그램, 70여 회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다.음악성이 있으나 평소 접하지 못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지고 세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콜라보레이션을 만날 수 있다.대중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포럼이 열리고 다양한 분야의 인사를 초청, 대중음악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는 토크 콘서트도 열린다.음악 교실과 신인 발굴 프로젝트, 비전공자와 동호인 등을 대상으로 한 강좌도 개설된다. 가평/김민수기자 kms@kyeongin.com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 중앙에 위치한 뮤직센터동. /가평군·뮤직빌리지 제공준공식에서 김성기(오른쪽) 가평군수가 음향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가평군·뮤직빌리지 제공지난해 12월 14일 열린 가평 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 준공식. /가평군·뮤직빌리지 제공준공식과 함께 열린 가평 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 오픈 기념 콘서트. /가평군·뮤직빌리지 제공'음악역 1939' 뮤직센터동 내 세계적인 음향 전문가 샘 도요시마가 설계한 공연장. /가평군·뮤직빌리지 제공가평 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 오픈 콘서트 무대에 오른 가수 백지영. /가평군·뮤직빌리지 제공

2019-01-20 김민수

[이슈&스토리]달라진 세법… 연말정산,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면

1억5천만~5억원 구간 신설 소득세율 상향 올해 적용 '체크'15~34세 中企 취업 청년 5년까지 소득세의 90% 감면 '확대'작년 7월부터 신용카드 결제 도서 구입·공연 관람비도 혜택시력교정용 안경·보청기·중고생 교복 '영수증' 꼭 챙겨야'정부24'사이트서 재학증명서등 관련 증빙서류 발급 '편리'매년 연초가 되면 직장인들은 또 하나의 기쁨을 누린다. '13월의 보너스'라고 불리는 연말정산이 드디어 시작되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뀐 개정 세법에 따른 관련 서류를 제대로 챙기지 않을 경우 환급은 고사하고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비록 국세청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덕택에 예년보다 연말정산이 쉬워졌어도 직장인들에게 서류준비는 결코 쉽지 만은 않다. 이에 따라 직장인들에게 바뀐 세법에 따라 알아두면 돈 되는 연말정산 절세 방법을 소개한다. # 개정된 세법, 올해 2월 연말정산 시작분부터 적용우선 올해 연말정산은 소득세 최고세율이 상향조정됐다. 1억5천만원 이하의 소득세율은 종전과 동일 하지만 개정안에는 1억5천만원부터 5억원 사이 구간이 신설되고 구간 신설에 따른 세율이 상향조정됐다. 지난해 1월 1일 이후 발생 소득분부터 1억5천만~3억원은 38%, 3억~5억원 40%, 5억원 초과는 42%의 소득세를 내야 한다.이와 함께 정부는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에 따른 이중 지원을 막고자 중복된 자녀 세액공제를 폐지했다. 지난해까지 6세 이하 자녀 둘째부터 1인당 15만원의 추가공제를 받을 수 있었으나 올해는 관련 세액이 폐지돼 받을 수 없다. 다만 1인당 150만원 세제지원을 받던 부양가족 소득공제와 1인당 15만원(셋째부터 30만원)의 자녀세액공제는 종전과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또 출산·입양시 첫째 30만원, 둘째 50만원, 셋째부터 70만원 추가공제를 받을 수 있다.의료비 세액공제대상도 확대됐다. 그동안 공제 한도가 없었던 거주자, 65세 이상인 자 및 장애인을 위해 지급한 의료비 및 난임 시술비가 올해부터는 중증질환, 희귀난치성질환, 결핵 등의 진단을 받아 본인 부담 산정특례대상자로 등록한 자로까지 확대된다. 이중 난임 시술비의 공제율은 15%에서 20%로 상향조정됐다.# 맞춤형 연말정산 이번 연말정산부터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의 소득세 감면이 확대된다.이전까지는 취업일로부터 3년까지 70%를 감면했다면, 올해부터는 취업일로부터 5년까지 소득세의 90%로 늘어났다. 연령대도 15세부터 34세까지로 확대됐다.또 총급여액 5천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월세액 세액공제율이 10%에서 12%로 인상된다. 다만 근로소득자 중 종합소득금액이 4천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전세자금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주택마련저축 납입금도 세액공제 대상이다.특히 이번 연말정산부터는 연간 총급여 7천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의 경우 2018년 7월부터 신용카드로 결제한 도서 구입비와 공연 관람비에 대해서도 지출 금액의 30%가 소득 공제된다. 공제한도는 100만원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부부의 소득이 비슷하다면 일반적으로 연봉이 높은 배우자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목회자의 경우는 근로소득이나 종교인소득 중 선택해 연말정산을 하면 된다. 공제 감면 폭은 근로소득이 더 높고, 필요경비로 인정되는 금액은 종교인소득이 더 많다. 소득공제에 있어서는 근로소득과 종교인소득 연말정산 모두 공통적(인적공제, 공적연금보험료공제, 창업투자조합출자금공제, 개인연금저축공제)으로 적용되지만, 소득공제항목인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주택자금, 신용카드 등 공제는 근로소득의 경우만 적용된다. 세액공제에 있어서는 자녀세액, 연금계좌, 기부금세액공제는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그 외의 공제인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세액공제는 근로소득의 경우만 공제된다.성도의 경우 다른 근로자와 동일하게 연말정산을 신청하면 된다. 다만 헌금은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통해 조회되지 않으므로 출석 교회에서 직접 기부금 영수증을 받아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종교단체기부금은 지정기부금에 해당하며, 공제대상 기부금 중 2천만원까지는 15%, 2천만원 초과분에 대하여는 30%를 세액공제 한다. 아울러 이번 연말정산에서는 기부문화 진작을 위해 이월공제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됐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제외 챙길 서류연말정산 항목에는 해당 되지만 간소화 서비스 등에 빠지는 서류가 있다. 이 때 구입처에서 영수증을 미리 챙겨뒀다가 연말정산 서류에 포함 시켜야 한다.우선 시력교정용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등 구매 비용은 연말정산 항목에 해당 되지만 국세청 간소화 서비스에 포함되지 않아 안경원 등에서 시력교정용 안경이라는 구매영수증을 받아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보청기, 휠체어 등 장애인 장비 구입 비용이나 임차 비용 역시 영수증을 발급받아 제출하면 의료비 세액공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기본공제 대상자가 암, 치매, 난치성 질환 등 지속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에서 장애인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장애인 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면 1인당 200만원을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가령 암 수술을 받아 향후 5년간 추적검사를 하면서 약처방을 받으면 연말정산에서는 장애인에 해당하게 된다. 이 밖에 중·고생 자녀를 둔 경우 교복도 1인당 50만원까지 교육비 공제 대상에 들어가고, 연간 소득 7천만원 이하의 무주택 근로자는 월세를 내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월세 지출액의 10~12%에 대해 최대 75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한데 월세 증빙은 현금영수증이 아니어도 임금 내역서 등으로도 가능하다. 국민주택규모(85㎡ 이하) 이하의 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도 가능하며 계약서 사본과 월세 납입 이체 입금증 등만 있으면 된다. 아울러 전세보증금보험에 가입했을 경우에도 공제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 서민층 주거 안정을 위해 일반보장성보험 항목에 전세보증금보험료가 포함됐다. 중고자동차를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등으로 구매할 때도 구매금액의 10%를 공제받을 수 있다. 다만 신차를 샀을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현금으로 구매할 때는 현금영수증이 꼭 필요하다. # 관련 증빙서류 무료 발급받고 놓친 연말정산 다시 받자서류 준비 미비나 착오 등으로 연말정산을 받지 못할 경우 추가로 청구할 기회가 남아있다.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에서 경정청구 자동작성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는데 이때 5년이 지나지 않는 연말정산 항목에 대한 서류를 첨부하면 된다.만약 홈택스를 통해 청구하는 것이 어렵다면 주소지 담당 세무서를 찾아가 경정청구서를 작성하거나 세무사 등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편리한 연말정산증빙서류 발급 서비스도 실시 된다. 행정안전부는 '정부24' 사이트에 오는 31일까지 '연말정산 간소화 화면'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서는 연말정산에 필요한 주민등록표등본, 재학증명서, 장애인증명서, 국민기초생활수급자증명서, 외국인등록사실증명서 등 5종의 증빙서류와 연말정산 시 자주 이용하는 개별(공동)주택가격확인서, 교육비납입증명서 등 2종을 무료로 신청·발급받을 수 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9-01-17 김종찬

[인터뷰… 공감]초등 교과서속 '까만나라 노란추장' 주인공, 농학자 한상기 박사

■영국행 포기하고 아프리카 간 계기는1971년 당시 내전으로 피폐 기근 심각'식량안전으로 국위선양' 서울대 휴직■23년간 현지서 연구생활 성과는카사바·얌 등 품종개량 73개국에 보급석박사 수십명 배출 '고기잡는 법' 교육그의 삶을 거슬러 얘기하면 한편의 위인전이 된다. 실제로 그의 얘기는 1980년대 초등학교 교재 '생활의 길잡이'(3학년 2학기)에, 최근에는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어읽기'에도 소개됐다. 한 출판사가 2001년도에 펴낸 '까만나라 노란추장'이란 책은 그의 얘기를 동화로 만들었는데 지금까지도 아이들에게 큰 공감을 얻으며 47쇄나 발행되기도 했다. 외국 특히 나이지리아에선 '추장(농민의 왕)'으로까지 추대되며 신문 1면을 여러 번 장식하기도 했다.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상까지 수차례 받아 세계적인 학자로 두루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그는 바로 농학자 한상기(87) 박사다.슈바이처 박사가 아프리카에서 의료활동으로 사람들을 구원했다면, 한상기 박사는 식물유전육종학으로 이들을 구해냈다. 요즘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명예를 드높이는 이들로 나도 모르게 가슴 뿌듯해지고, 절로 자부심이 드는 경험을 하곤 한다. 베트남의 영웅이 된 축구감독 박항서,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며 전 세계적 팬덤을 형성한 BTS(방탄소년단)가 현재를 대표한다면, 한 박사는 1970~80년대 아프리카에서 식량난을 이겨내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인물로 추앙받는다. '한국에서 온 아프리카 성자'라고까지 불렸다.# '일왕불퇴' 각오로 아프리카 광야에 서다1933년 충청남도(청양군 청남면 인량리) 칠갑산 자락에서 한상기 박사는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정산향교의 전교(典校, 교장격 관리자)를 지낸 유학자인 아버지와 자식을 위해 먼 길을 마다 않고 불공을 드리며 헌신하는 어머님 밑에서 그는 엄하게 자랐다. 어릴 때부터 농업에 관심이 많아 식물유전 육종학자가 되고자 서울대 농대에 입학(1953년)했고, 미국 미시간주립대를 유학해 유전육종학 박사학위를 딴 후 1961년부터 서울대 농대 교수로 재직했다. 서른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그야말로 '탄탄대로'가 열린 것이다. 누가 봐도 명예롭고 선망의 대상인 서울대 교수직."그때(교수직 역임 당시) 나에게 두 갈래 길이 주어졌다. 하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초청을 받아 식물유전 육종학을 연구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식량 안전을 위해 나이지리아 이바단에 창설된 국제열대농학연구소로 가는 것이었다." 그는 망설임 끝에 케임브리지행을 포기했다. 가난하고 굶주리는 아프리카인들의 주식작물개량을 위한 연구의 길을 택한 것이다. 서울대 교수생활 10년만인 1971년, 그의 나이 38세였다. 그해 5월 그는 아이들 셋만 데리고(큰 딸은 학교문제로 한국에 남음) 아내와 나이지리아로 떠났다. 직항이 없어 비행기를 2번이나 경유하고 거의 닷새 만에 도착한 곳. 그 당시 나이지리아는 200만명의 희생자를 낸 내전(1967~1970년)이 끝난 직후라 더없이 피폐하고 농토까지 황폐해져 심각한 기근에 시달렸다. 50여만명이 굶어 죽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다."1971년부터 1994년까지 23년을 나이지리아에서 '일왕불퇴(一往不退, 서산대사가 한 말로 '한번 갔으면 되돌리지 말라'는 뜻)'의 각오로 하루도 결근하지 않고 일하면서 살았다. 데리고 온 아이 셋은 결국 교육문제로 뿔뿔이 흩어지게 됐고, 우리 부부만 나이지리아 연구소 사택에 살면서 외롭고 쓸쓸하고 솔직히 어렵게 지냈다. 일종의 수도생활과도 같았다"고 그는 회고한다. 한 박사는 그곳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주로 먹는 카사바와 얌, 고구마, 바나나 등을 연구해 기존 품종보다 병충해에 강하고 아프리카 땅에서 잘 자라는 품종으로 개량했다. 오랜 연구 끝에 수확량도 세배나 늘었고 기존보다 크기도 훨씬 커졌다. 그곳 사람들도 서서히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내병다수성 카사바를 만들어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73개국(토고, 가나, 카메룬 등) 농민들에게 대대적으로 보급했다.그가 서울대를 떠날 때 총장에게 제출한 휴직계에 써낸 '가난한 아프리카 사람들의 식량 안전에 기여하고 국위 선양을 위해 휴직코자 한다'는 당찬 꿈이 이뤄진 것이다. 1983년에는 나이지리아의 대표 부족 가운데 하나인 요루바족 사람들이 자신들을 위해 헌신한 한 박사를 기려 이키레읍 '추장'으로 추대했고, 대관식까지 치른 이야기는 널리 회자됐다. 추장은 이곳 농민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였던 것이다.■아프리카 경험중 유명해진 일화는나이지리아 한 부족 '추장' 추대해줘헌신 감사 대관식까지… 최고의 예우■반세기만에 귀국, 수원 정착 했는데대학시절 보낸 곳, 고생한 아내 간병마음 달래려 시·서예 '문학상' 받기도# '고기잡는 법' 현지 후학 배출… 그리고 귀국그는 품종개량을 통한 기근 구제에서 멈추지 않았다. 인재육성도 함께 해 나갔다. "배고픈 사람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순박한 마음으로 서로를 도우면서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들에게 공부하고 연구할 기회를 열어 달라."그는 국제농업기구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그가 속한 열대농학연구소에서는 아프리카 각국의 농학자 700여명을 훈련시켜 보냈다. 그중 40여명이 석박사들이고, 그중 절반은 한 박사가 직접 지도한 제자들이었다. 1994년 1월 한 박사는 23년간의 생활을 마감하고 아프리카를 떠났다. 이들 스스로 농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은퇴 이후 그는 아내와 함께 그동안 떨어져 지냈던 세 아이들과 가까이 살고자 미국 클리블랜드에 정착해 21년을 살았다. 그리고 지난 2015년 40여년의 길고 긴 타국생활을 마감하고 귀국해 큰딸이 살고 있는 경기 수원에 자리 잡았다. 수원은 대학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사실 치매에 걸려 근 10년간 허덕이는 집사람을 데리고 한국에 묻히려고 반세기 만에 귀국했다. 수십년을 아프리카 낯선 땅에서 나를 위해 무진 고생하다 아내가 병든 것이다. 내가 보살펴 줘야 한다"는 그는 매일 아내를 위해 기도한다. 그는 무겁고 복잡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기도와 시, 서예로 달랜다. 그러다 보니 시는 작품(제66회 한국문인 신인문학상 수상)이 됐고 서예는 수준급 실력이다. 기도는 '무아경(無我境, 정신이 한곳에 온통 쏠려 스스로를 잊고 있는 경지)'에 들었을 때 적은 것이 공책 170권 분량에 달한다. 최근에는 그중 내용을 정리해 '나는 나이고 싶다(학자원 펴냄)'란 5권짜리 책을 펴내기도 했다.한국생활 5년차. 44년 전 고국을 떠나던 당시와 비교하면 한국은 천지개벽 수준의 발전이 이뤄졌다. 하지만 청년들을 볼 때면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든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물질적, 향락적 사치에 너무 치우치는 것 같다. 남을 너무 의식하다 보니 정작 자신의 본질, 더 나아가 오늘을 있게 만들어준 전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한다. 그는 "'그대 아끼게나 청춘을. 오늘도 가슴에 큰 뜻을 품고. 젊은 하루를 뉘우침 없이 살게나'란 스승 류달영 박사의 좌우명을 빌려 젊은이들이 좀 더 자신을 돌아보고 패기를 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글/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사진/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한상기 박사는?▲ 1933년 8월 충남 청양군 출생▲ 1950~1953년 대전고▲ 1953~1957년 서울대 농과대 ▲ 1957~1959년 서울대 농학석사, 국내 최초 '잡초학' 연구▲ 1965~1967년 미국 미시간주립대 대학원 식물유전육종학 박사▲ 1971~1994년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국제열대농학연구소 구 근작물개량연구원▲ 1982년 대한민국 대통령 표창, 영국 기네스과학공로상 수 상, 나이지리아 이키레읍 추장(농민의 왕)▲ 1984년 국제 구근작물학회 우수봉사상 수상(영국 세계농업 명사록에도 실림)▲ 1989~1994년 미국 코넬대학교 명예교수▲ 1991~1997년 국제 구근작물학회 회장 ▲ 1996년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 개교 50주년 ▲ 2006년 브라질 환경장관 공로상▲ 2009년 영국 생물학회 펠로상 수상▲ 1998~2010년 미국 조지아대학교 명예교수# 저서: '과학도를 위한 통계학(1968, 집현사)' '신비의 땅 아프리카(1990, 교육과학사)' '아프리카 아프리카(1999, 생활성서)' 'Africa 아프리카 사람 아프리카 격언(2010, 풀과 별)' '아프리카, 광야에서(2014, 따뜻한손)' '500년간 잊혔던 뿌리와 정신 찾다(2016, 학자원)' '나는 나이고 싶다. 5권 시리즈(2018, 학자원)'가난하고 굶주린 아프리카인들의 주식작물 개량을 위해 연구의 길을 선택한 한상기(87)박사가 23년간 아프리카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아프리카인들과 어울리는 한상기 박사. /한상기 박사 제공

2019-01-15 이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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