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소감]전태호, "언어로 할 수 있는 실험 정신 지켜 나가겠다"

이 소설을 쓰고 있을 때로 기억한다. 우연히 찍힌 내 사진에서 작중 주인공의 얼굴을 보았다. 웃고는 있었지만 서글픈 눈을 감추지 못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 표정을.작중 주인공이 되어 생활하는 동안 '절망'이라는 단어가 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수백 번 문장을 읽고 나면 꿈에서까지 같은 괴로움에 시달려야 했고, 그러다 가끔은 소리를 지르며 깨어나기도 했다. "나가라고, 나가라고" 외치던 그의 잠꼬대가 요즘도 귓가를 맴도는 듯하다. 일기장을 들여다보면 당시 그가 내 손을 빌려 채운 글로 빼곡하다."외국어로 된, 그러니까 나 혼자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떠드는 기분이 어떤 건 줄 아세요?"예술 작품을 즐길 때는 얼마만큼 작가가 투영되어 있는지 눈여겨보곤 한다. 작중 인물과 작가가 일치할수록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야기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나는 현재 몇 가지 이야기를 구상 중이고 또 어떤 건 쓰고 있다. 아직 역량이 부족해서, 때가 되지 않아서, 생각의 정리가 필요해서 머릿속에 묵혀둔 이야기도 어서 꺼낼 날을 기다려 본다. 모두가 좋아하는 글, 읽었을 때 남들이 안심하는 글, 탕아가 돌아오는 글은 앞으로도 쓸 생각이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언어로 할 수 있는 실험 정신을 지켜 나가겠다.늦었지만 심사위원 선생님께, 경인일보 관계자 분들, 나를 오래도록 지켜봐 온 사람들, 그리고 '타동사 연습'을 끝까지 읽어준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2019-01-01 경인일보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총평]1646편 출품… 젊은 문학도 '뜨거운 열정'

30여 년 간 대한민국 신진작가 발굴에 앞장서 온 '경인일보 신춘문예'가 올해도 가능성 있는 신인 작가를 발굴하며 그 저력을 입증했다.경인일보는 각 부문별 심사위원들과 심사숙고 끝에 ▲단편소설 부문-'타동사 연습(전태호)' ▲시 부문-'숲에서 깨다(하채연)' 등 2개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특히 이번 신춘문예는 근래 들어 가장 많은 수의 작품이 접수됐고 특히 20, 30대 젊은 문학도들의 참여가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첫 공고가 나간 이후 총 1천 646편이 접수됐는데, 이 중 시는 1천423편, 소설은 223편이 출품돼 치열한 경쟁을 치러 문학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체감케 했다.덕분에 예심과 본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의 즐거운 고민도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편수가 확연히 늘어난 소설부문은 김남일 소설가가 예심 심사위원으로 나서 옥석을 가렸고 홍정선 평론가와 정과리(본명·정명교) 평론가가 본심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최종작을 선정했다. 시 부문은 김명인·김윤배 시인이 심사를 맡아 작품을 엄선했다. 각 부문별 심사위원들은 올해 신춘문예에 출품된 상당수 작품이 예년과 비교해 '문학의 짜임새를 갖춘 수준급 작품'이었다고 총평했다. 시상식은 오는 9일(수) 오후 3시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부문별 심사위원, 당선자,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2019-01-01 공지영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홍정선·정과리 평론가, "재미있는 비유로 세태 풀어나간 발상 신선"

"재미있는 비유를 통해 지금의 세태를 풀어나간 발상이 신선하다."2019 신춘문예 소설부문은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예년보다 편수가 많았던 탓도 있지만, 읽을만한 소설의 구조를 갖춘 작품들이 많아 심사위원들의 고민이 깊었다.당선작인 '타동사 연습'은 서사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심사위원에게 신선함을 안겼다. 소설은 나이가 들어도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동적인 인생을 사는 젊은 세대의 단상을 주제 삼아 그럴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모습을 이해하면서도 비판적 시각 또한 겸비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세태를 풍자하는 방식의 새로움을 높게 평가받았다. 주인공인 자기 자신이 타동사의 목적어로서만 기능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고 살 길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타동사로 비유하면서 힘있게 풀어나갔다.소설 부문 심사를 맡은 홍정선 심사위원(평론가)은 "소설이란 것이 모두 아는 이야기가 주제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써나가는 방식의 차이로 다른 평가를 받는데, 그런 면에서 현 세태를 풀어가는 방식이 독창적이었다"고 평가했다.타동사 연습과 함께 최종 후보작으로 경쟁했던 '총부리'와 '불편한 골짜기'는 제법 소설다운 모습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지만 주제가 진부하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의 잔인한 폭력성을 주제로 다룬 총부리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힘과 재미가 있지만,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소설가 특유의 도그마가 눈에 띄어 호불호가 가릴 수 있다고 평가받았다. 인공지능 로봇과 첫사랑을 주제로 한 불편한 골짜기의 경우 플롯은 색다른 맛이 있지만, 파편적으로 흩어진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로 모이지 않으면서 소설이 주는 정서적 의미가 미약했다고 평가했다.이번 심사를 마친 심사위원들은 소설가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정과리 심사위원(평론가·연세대 교수)은 "많은 작품들이 세상의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주관적 시각이 강하고, 이야기의 범위가 '나'에 한정됐다"며 "소설은 어디까지나 더불어 사는 세상의 이야기다. 경험의 폭을 넓히고 시야를 넓게 가지는 연습을 통해 보편적 의미를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지난 20일 서울 연세대학교 정과리 심사위원(본명 정명교·국문학과 교수) 연구실에서 홍정선(왼쪽), 정과리 심사위원이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2019-01-01 공지영

[2019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소감]하채연, "시 쓰기… 종착역 없는 기차 타고 가는 기분"

돌아가신 할머니가 잘 영근 알밤 무리를 쌓아올리고 있는 꿈을 꾼 날, 고향에 가는 길에 당선소식을 전해 받았습니다. 할머니의 뒷모습으로부터 이어진 긴 강, 시쓰기. 종착역 없는 기차를 타고 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길고 긴 언어의 숲에서 제 나무 하나 찾는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누군가 놓고간 전언을 받아든 기분이었습니다. 너무 소중해 조심히 받아들고 한참을 곱씹었습니다. 시 한 편이 너무 무거워 쩔쩔매던 밤들, 설익은 마음 탓에 쓰기를 주저했던 순간들이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듯 했습니다. 쭈뼛쭈뼛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이는 우리들일지라도 질기고 질긴 젖줄로 연결되어있다는 사실도 잊지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가끔 세상이 믿기지 않아 눈을 비비고 다시 볼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반짝하는 건 무엇인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의 착각이나 일렁임 같은 건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늘 고민하고 그려 시 한 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다 나라고, 너라고도 부를 수 있는 개, 고양이, 동물, 숲, 나무, 풀잎 늘 사랑합니다. 늘 친구처럼 손잡고 시 이야기하는 엄마, 가족들 항상 고맙고 감사해요. 제겐 고마운 스승들이 많이 계십니다.고등학교 시절 가르쳐주신 선생님들, 아흔 아홉개의 빛으로 빛나는 선생님, 동국대학교 선생님들, 박형준 선생님 부끄럽고 부족한 제 시 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곳에서 응원해주시는 지인들께도 두손 모아 감사를 전합니다. 아무것도 될 수 없어도 시쓰는 우리라서 너무 행복해. 동국대학교 시분과 영원하길! 나를 사랑하는 만큼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아직도, 혹은 영원히 모를 시에게. 뜨고 다시 떠도 뜰 눈이 너무 많네요. 용기를 갖고 더 정진하겠습니다.

2019-01-01 경인일보

[이역만리 3·1운동의 불씨를 찾아서·(1)프롤로그]들불처럼 일어난 외침 "대한독립 만세"

무력 식민통치 전분야 개인의 권리 침해기미년 1월22일 고종 승하, 반일감정 증폭美 대통령 윌슨 '민족자결주의' 기폭제로100년 전 전국적으로 거센 들불처럼 일어난 3·1운동은 민주주의, 평화와 비폭력의 정신이 빛난 독립운동이다.3·1운동이 일어나기 전 일본 제국주의의 무력 식민 통치가 고조되고 있었고 한국인에게 참정권,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를 박탈했다. 종교와 기업의 자유를 구속했으며 행정·사법·경찰 등 모든 통치기관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했다. 이런 상황 속에 1918년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제1차 세계대전 후 패전국의 처리에 대한 문제를 논의한 파리 강화회의에서 '각 민족의 운명은 그 민족이 스스로 결정'하는 민족자결주의를 주장했다. 윌슨 대통령의 주장은 강대국에 의해 고통을 받던 약소국들에게 독립에 대한 의지를 키워주는 기폭제가 됐다. 또 1919년 1월22일 고종 황제가 갑자기 승하(죽음)하자 일본인들이 독살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본에 대한 증오심이 극에 달했다.10여일이 지난 2월8일 일본에 유학 중이던 한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의 독립을 요구하는 선언서와 결의문을 선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유학생들은 '한일합방이 한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인만큼 일본은 한국을 독립 시킬 것, 미국과 영국은 일본의 한국합병을 솔선 승인한 죄가 있으므로 속죄의 의무를 질 것, 이에 응하지 않을 때는 우리 민족이 생존을 위해 자유행동을 취해 독립을 달성할 것' 등을 선언했다. 2·8독립선언이라고 불려지는 이 사건이 국내의 민족지도자와 학생들에게 알려졌고, 3·1운동이 벌어지는 한 계기가 됐다.3월1일 새벽 '독립선언서' 배포 시작 알려3월 하순~4월 초순 전국 각지 시위 절정인구 10%·200만명 참여, 2만3천명 사상# 한반도를 뜨겁게 달군 3·1운동3월 1일 서울의 만세시위는 이른 새벽에 학생들이 시내에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며 시작됐다. 정오 무렵부터 학교를 빠져나온 학생들은 속속 탑골공원에 집결했고 민족대표들은 태화관에 모였다. 오후 2시 민족대표들은 독립선언식을 갖고 경찰에 그 소식을 알렸다. 곧 헌병과 경찰에 체포됐다. 같은 시각 수천 명이 운집한 탑골공원에서는 독립선언서가 낭독됐다. 시위대는 독립만세를 부르며 시가행진을 시작했다. 철도역이 있는 평양, 진남포, 안주, 선천, 의주, 원산 등 6개 도시는 최남선이 작성한 '기미독립선언서'를 전날 혹은 당일날 전달 받아 낭독하는 등 만세 시위에 동참했다. 3·1운동 초기에는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만세 운동이 진행됐지만 3월 중순을 넘어서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중남부 지방에서 주로 일어났다. 3월 하순에 북부지방에서 만세시위가 이어지면서 3월 하순부터 4월 초순까지 만세시위의 절정기를 이뤘다. 매일 50~60여회에 이르는 만세시위가 일어났다. 3·1운동은 3월 1일 시작되어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도시에서 농촌으로, 국내에서 국외로 퍼져나갔다. 박은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 따르면 인구의 10%나 되는 200만여명이 만세시위에 참여해 7천500여명이 살해당했고 1만6천여명이 부상했다. 49개의 교회와 학교, 715호의 민가가 불에 탔다. 경찰은 그해 12월까지 4만6천명을 검거해 1만9천54명을 검찰로 송치했고 이 중 7천여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3·1운동을 모의한 민족대표 대부분은 '보안법', '출판법', '형법'의 소요죄 위반으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일제탄압 피해 러시아로 한인 이주 급증1917년 첫 한인 중앙기관 '고려족회' 결성대한국민의회로 개편… 상해 임정과 합병# 연해주와 임시정부의 탄생한인의 러시아 이주는 1863년 13가구가 두만강을 넘어 포시에트 구역의 지신허(地新墟)에 정착하면서 시작됐다. 한인 이주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연추·추풍·해삼위·소왕령·수청 등지를 중심으로 연해주 도처에 한인사회가 형성됐다. 1905~1910년 사이에는 일본의 탄압을 피해 정치적 망명인사들이 급증했다. 국내에서 의병전쟁이 확대 격화되던 1907, 8년을 전후해 연해주 한인사회에서도 항일의병이 편성되어 국내진공작전 등 활발한 항일전을 전개했다.국치 이후 러시아 한인사회는 현실적이고도 장기지속적인 독립운동을 위해 1911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자치결사 권업회(勸業會)를 조직했다. 이어 이듬해에는 '대동공보'가 발간되어 1910년 국치 때까지 항일언론을 폈다. 이후 신채호를 주필로 '대양보', 권업회가 운영한 '권업신문' 등이 활동했다. 신문 간행사업과 함께 권업회는 인재양성과 민족의식의 고취를 위해 민족주의교육 진흥에도 심혈을 쏟았다. 권업회가 운영한 대표적인 한인 교육기관이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의 한민학교이다. 한민학교는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개척리 시절의 계동학교(啓東學校)에서 유래한다.제정 러시아가 붕괴되어 구심력이 약해지고 여러 계층과 민족이 자신들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활동들이 일어나자 96명의 한인 대표들이 1917년 6월 우수리스크에 모여 '제1차 전러시아한인대표자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에서는 러시아 한인사회 첫 중앙기관인 전로한족회중앙총회(고려족회)가 결성됐다. 제1차 세계대전이 종결되고 국제 정세가 새롭게 전개되자 이에 대처하기 위해 총회는 1919년 3월 17일 대한국민의회로 개편했다. 최고의결기관인 총회와 이를 대행할 상설의회, 사법과 행정 기능까지 갖췄다. 의회는 대한민국의 독립과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혈전 결의를 선포했고, 국내에서 3·1운동이 일어나자 의연금을 모집하고 군사교육을 위해 뤄쯔거우(羅子溝)에 훈련소를 설치했다. 상해임시정부와 합병하고 1919년 8월 해산을 결의했다. /김종화·공지영기자 jhkim@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광복회와 고려학술문화재단이 러시아 크라스키노지역에 안중근 의사가 1909년 3월초 항일투사 11명과 함께 동의단지회를 결성하고 독립운동에의 헌신을 다짐한 것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단지동맹 기념물.러시아 우수리스크에 위치한 고려인문화센터내 안중근의사 추모비.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

2019-01-01 김종화·공지영

'평양 엘리트서 양장점 주인으로'… 한 세기 살아낸 김용민 할아버지

평양시내서 보릿고개 없이 유복한 유년시절'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명문 평양고보 졸업고향근처 국민학교 교편 잡은것 행복했지만100년처럼 느껴진 일제강점기 36년의 '악몽'2019년 대한민국을 존재하게 한 외침이 있었다. 꼭 100년 전 일제의 총칼 앞에서 굴하지 않은 선조들이 목놓아 부르짖은 '대한독립' 만세다. 그 울림은 대한민국의 지난 100년을 지탱해 온 원동력이었다. 경인일보는 지난 한 세기를 오롯이 살아낸 한 사람의 미시사(微視史)를 통해 갈등과 반목으로 가득 찬 혼돈의 100년을 넘어 화합의 새 시대를 준비한다.1919년생 김용민 할아버지. 그는 수원에서 제3의 인생을 살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분단된 남북의 지식인 다수를 배출한 평양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엘리트였다. 전쟁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고향을 뒤로하고 남쪽으로 내려온 그는 양장점을 운영하다 30년 전 은퇴해 성남·이천에 거주하다 수원에 정착했다.# 평양 엘리트를 억누른 일제강점기 36년"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내가 약골이라고 생각했는데, 100살이 다 되도록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워."김 할아버지는 평양의 중심 남문리 80번지 포목점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대부터 평양 시내에서 알아주는 포목점을 운영했기 때문에 보릿고개도 경험하지 않고 유복하게 자랐다.평양 상수소학교에서 공부를 가장 잘하는 학생이었던 그는 평양고보에 진학했다. 졸업 후 평양에서 30리 남쪽에 있는 평안남도 여포국민학교에서 1941년부터 4년간 교사로 일했다.조선인 김용민에게 일제강점기는 36년이 아니었다. 기억은 흐릿하지만,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이었다."일제 36년 36년 하는데, 내가 겪은 일제시대는 지독히도 길었어. 너무 길어서 100년처럼 느껴졌어. 다른 조선인들도 다 마찬가지였을 거야."목욕탕 이용도 차별을 당했다. 교사 김용민이 근무한 여포국민학교에는 2명의 일본인이 있었다. 1명은 교장이고 1명은 평교사였는데, 둘 사이는 그닥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교장 관사에 있는 목욕탕에서 씻을 수 있는 교사는 일본인 평교사 1명 뿐이었다.차별과 멸시 속에서도 조선인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자체를 감사했다."한 면에 국민학교가 딱 하나 있었는데, 내가 고향 가까운 곳의 조선인 아이들 앞에서 교편을 잡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행복이었지. 옆 반 담임교사가 음악 수업을 하기 싫어해서 음악 수업을 맡아서 풍금을 치며 동요를 가르쳤던 기억이 아직 생생해."그의 기억 속에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항일 의병장 홍범도 장군이 있었다. 평양일보라는 매체에 홍범도 장군이 전투 중 숨졌다는 기사가 나와 평양 사람들이 숨죽여 슬퍼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전사한 줄 알았던 홍범도 장군이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를 당했다는 것을 80세가 다 돼 알게 됐다. 김 할아버지는 수년간 이역만리에서 조국을 그리워하다 광복을 맞지 못하고 숨졌다는 것을 알고 또 울었다."일제가 항일 활동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흩어놓으려고 중앙아시아로 이주를 시킨 거야. 홍범도 장군도 죽은 것이 아니라 카자흐스탄으로 끌려가서 숨죽이고 목숨을 부지하셨던 거지. 일제가 다 그렇게 끌어다 이주를 시키니까 조선인들은 항상 억눌려 있었어."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통, 일왕 항복에 종지부평양 군중대회서 직접 본 김일성 '30대 젊은이'해방 기쁨도 잠시… 동족 상잔 비극 '한국전쟁'큰 형님과 중공군 피해 남쪽으로 걷고 또 걸어# '찰나의 기쁨' 해방과 지옥 같았던 한국전쟁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일본의 압제가 종지부를 찍고 해방이 찾아왔다. 일왕의 항복 선언은 김 할아버지에게 새로운 시작이었다.김일성 북한 주석을 직접 본 일화도 소개했다. 김 할아버지는 해방 직후인 1945년 10월 14일 평양 기림리공설운동장(현 김일성운동장)에서 열린 평양시 군중대회에 참석했다. 10만여명의 '인민'이 모인 운동장에서 그는 조만식 선생과 테렌티 포미치 스티코프 소비에트연방 육군 중장(소련군정 조선 최고지도자), 김일성 조선인민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해방된 뒤 평양 사람들 인사가 '김일성 장군님 오셨나'였어. 그만큼 신망이 두터웠던 거야."인민들은 만주에서 항일운동하던 백발이 성성한 장군님을 고대했다. 스티코프 장군은 '조선에서 난 위대한 장군님'이라고 김일성을 소개했다. 그의 눈앞에 나타난 김일성은 30대 젊은이였다."신출귀몰한 반일 항쟁을 했다는 김일성 장군님을 뵙고 싶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어. 머리카락을 '꼬딱' 세우고 곤색 양복을 맞춰 입은 젊은이가 나와서 분위기가 술렁술렁했지. 학생들은 가짜 김일성이라고 삐라를 만들어 뿌리기도 했어."평양 중산층은 소련군이 주둔하고 공산주의 지도체제를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한다. 가진 것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북녘의 주요 요직은 결국 함경도 사람들이 다 차지했다.평양 시내의 이름난 포목점 막내아들이었던 김 할아버지에게도 동족 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은 '괴로움'이었다. 교사였던 김 할아버지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피란했다. 1950년 12월부터 시작된 1·4 후퇴 당시 김 할아버지는 큰 형님과 함께 중공군을 피해 남쪽으로 걷고 또 걸었다.황해북도 서북단 황주군에서 철수 도중 도태된 영국군과 만난 기억도 또렷하게 남아있다. 24살의 젊은 군인은 70여㎞ 떨어진 후퇴 집결지 신막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행군 도중 전열에서 이탈해 홀로 남아 있었다."고보에서 영국식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발음을 알아듣기가 어렵지 않았어. 지금은 '마더'라고 하잖아. 그런데 영국 애들은 '모도'라고 발음해. 둘이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같이 걸었지."평양에서 서울까지 중공군을 피해 논밭은 물론 깊은 산 계곡을 가로질러 일주일을 걸었다. 발바닥 전체에 물집이 잡혀 앞서 가는 6살짜리 아이의 걸음을 좇지 못할 정도였다.서울서 만난 동창생 집에서 남녘의 새 삶 시작 양장점 운영하며 대한민국 관통한 사건들 목도"무슨 일이든 좋게 해결하는 방법 분명 있었어 다투지 말고, 오래들 살았으면 해" 화합 당부# 그들의 서울, 우리의 서울우여곡절 끝에 크리스마스 이브날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시청 앞 사거리에 우두커니 서서 어떤 선택지도 없이 큰 형님과 폐허가 된 서울 한복판에서 하늘과 땅만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은인을 만났다. 평양고보 동창생이었다. 동창생은 부산행 열차표를 끊고 가족들을 데리러 가는 길이었다.텅 빈 광화문네거리 돈화문 앞 2층 동창생 집에 김 할아버지는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낯선 서울에서의 첫 밤을 보냈다.서대문네거리 피난민 증명소에서 김 할아버지는 3살을 더 먹게 된다. 사연인즉슨 피난민증명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연령 오기로 1919년생이 된 것."서울에 합법적으로 거주하기 위해선 피난민증명서가 있어야 했어. 길게 늘어선 인파 속에서 분명히 29살이라고 말했는데, 32살로 오기가 됐고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을 때 이 증서가 근거가 돼 1919년 2월 2일생이 된 거야."김 할아버지는 해방 전엔 나이가 너무 어려서 징용을 피했고, 전쟁이 끝난 뒤엔 호적상 나이가 30대 중반이 돼 국군 징집도 피했다.전쟁 직후 총각 김용민은 청진에서 난리를 피해 내려온 처녀 최옥선을 만나 백년가약을 맺는다."우리 마누라가 재단을 정말 잘했어. 영등포구 신길동에 신길양장점을 차려서 30년 넘게 운영을 했지. 여의도 국회에서 일하는 단골들도 많았지."반세기를 지내오면서 김 할아버지는 투표가 가능한 대통령 선거는 꼬박꼬박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 4·19 혁명과 5·16 군사정변, 유신 헌법, 광주 민주화운동에 이어 세월호 참사까지 반세기 대한민국을 관통한 사건들은 김 할아버지 집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전해 들었다."가족의 단란한 삶 말곤 더 바란 게 없었어. 통행금지 시간엔 안 돌아다녔고, 국가에서 하지 말라는 것은 안 했지. 대학을 못 가 봤는데, 기회가 됐다면 영문학과에 들어갔을 거야. 무슨 일이든 좋게 해결하는 방법이 분명 있었어. 다투지들 말고 오래들 살았으면 해."김 할아버지는 얼굴에 깊게 팬 주름만큼이나 굴곡진 인생을 겪었다. 하지만 김 할아버지는 중견 기업 이사로 퇴직한 큰아들과 멋들어진 헤어숍을 운영하는 작은아들, 한 남자의 아내로 옹골찬 가정을 이루고 사는 딸을 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아버지로 지난 100년을 살아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대한민국의 아버지로 지난 100년을 살아오신 김용민 할아버지가 일제강점기,한국전쟁 등 격동의 한 세기를 술회하고 있다. /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2019-01-01 손성배

[통일 이후 한반도는?]남쪽 생활수준으로 통일땐 코리아 경제, 英·佛 제친다

회의적 시각 속 '실용주의 통일론' 부상동·서독 통일후 세계 4위 경제대국으로값싼 땅·노동력+자본·기술 = 파급력 커2030년대 경제순위 세계 6위 긍정 전망철길복원 유라시아 대륙 잇는 루트 기대하계올림픽 성적도 5위권이내 진입 가능'통일' 그리고 '한반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다. 현재의 분단 상황을 통일로 종식시켜야만, 꿈에 그리는 하나의 한반도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한때 통일은 민족의 염원이며 우리의 소원이었다. 이유를 불문하고 우리는 한민족이기에, 분단의 역사를 접고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 잡았었다. 하지만 분단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왜 통일을 해야 하나"라는 회의론적 시각도 많아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대한민국의 100년 미래를 위해 통일이 필요하다는 실용주의적 통일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정치강국, 경제강국이 되기 위해선 통일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최대 사회문제인 '일자리' 해결도 결국은 통일에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래 대한민국 성장동력이 통일에 있다는 게 요점이다. 통일 이후의 한반도는 '민족의 통일', '경제적 도약'으로 요약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막연하기만 한 통일과 통일 후 한반도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지, 미리 그림을 그려 본다.# 자원과 기술의 결합, 통일이 만든 경제 시너지우리에게는 통일의 모범 사례가 있다. 바로 독일이다. 동독과 서독의 통일 후 현재 독일은 세계 4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물론 구 동·서독간의 경제 격차 등 아직도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지만, 통일이 이뤄낸 경제적 효과는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독일은 통일 이후 1인당 GDP가 2000년대 들어 영국·프랑스를 앞섰고, 내수 시장이 확보되면서 경제규모도 덩달아 확대됐다. 구 동독지역의 저렴한 토지와 노동력 그리고 구 서독의 자본과 기술이 만난 시너지 효과는 상상 이상의 결과를 낳았다. 한반도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2014년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보고서 '한반도 통일의 경제적 효과'에서 남북통일의 경제적 편익은 1경4천451조원으로 비용인 4천657조원의 3.1배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예산정책처는 2015년 한반도가 평화 통일되는 것으로 가정하고 2016년부터 2060년까지 45년간 가져올 통일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했다. 통일한반도의 경제규모(GDP)는 2060년 5조5천억달러로 세계 9위, 1인당 GDP는 7만9천달러로 세계 7위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원화로 환산한 통일한국 GDP는 2016년 1천318조원에서 2060년 4천320조원으로 연평균 2.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이러한 분석은 국내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2026년 10위권에 진입하고, 남한의 생활 수준으로 통일이 이뤄진다면 2030년대에는 영국과 프랑스를 제치고 6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소(CEBR)가 2018년 발표한 연례 '세계경제 순위표(League Table)' 보고서에서 달러화 기준 국내총생산(GDP)으로 현재 11위인 한국 경제가 2026년에 10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전망은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2022년 10위로 올라서고 2032년 8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보다는 늦춰진 것이다. 그러나 통일이 된다고 가정하면 상황은 달라진다.이 연구소는 2033년까지 한국 경제가 10위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면서 '남한 수준'으로 통일이 된다는 가정에서는 한국 경제 규모가 프랑스를 제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소는 "남한 생활 수준으로 통일된 한국은 2030년대 영국과 프랑스를 모두 제치고 세계에서 6번째로 큰 GDP를 갖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반도 통일 후 7천만명 이상의 내수가 확보 가능해 지고, 남측의 자본 및 기술과 북한의 자원·노동력 결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두고 분석한 결과다.# 진정한 아시아의 중심 그리고 세계의 중심을 꿈꾼다통일 후 한반도의 변화는 경제로만 오는 게 아니다. 사회·문화·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관광이다. 한류를 통해 이미 고정 팬과 경쟁력을 확보한 관광산업은 북한 지역의 대규모 개방에 따른 관광 인프라 투자로, 세계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여행의 신기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제주도부터 백두산은 물론 서울과 평양을 잇는 새로운 관광축. 특히 대륙을 잇는 철도길 복원이 이뤄지면, 한반도를 시작으로 유라시아 대륙 전반을 육로로 여행할 수 있는 새로운 루트가 마련된다.실제 현대경제연구원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반도는 통합 또는 통일 10년 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지금의 3배로 늘어나고 그에 따른 관광 수입도 41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독일 역시 통일 후 20년간 관광객이 2배가량 증가한 사례가 있다. 북한의 세계에서도 미지의 세계로 손꼽힌 점을 보면, 관광객 증가 효과는 독일 사례를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통일된 한반도는 체육 강국으로도 떠오른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남북 통합 초기 스포츠 부문에서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할 경우 한국의 하계올림픽 종합 순위는 2000년대 이후 평균 8위권에서 5위권 이내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 이후 남북에서 고루 인재를 발굴하고 체계적 훈련 프로그램을 가동할 경우 그 순위는 세계 4위권까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체육계의 분석이다. 물류의 중심지로도 한반도가 또다른 세계의 중심이 될 수도 있다. 통일한국과 연계되는 유라시아대륙과 아시안 하이웨이는 한반도를 대륙의 관문이자 동북아의 거점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9-01-01 김태성

[앞으로의 100년 먹거리는?]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미래식탁이 풍성해진다

ICT로 운영 '스마트공장' 대대적 확충생산성 30% ↑·원가 15.9% 절감 효과올해 3월께 개인용 5G 서비스 막 올라VR·AR게임 출시 등 유통업계도 변화'AI 확산' 물류 등 일자리 축소 우려도이동통신의 발달에 맞춰 미래 먹거리 사업이 진화하고 있다.세대가 거듭될수록 신규 일자리 창출 및 연관 산업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직업군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하지만 기술 발달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기술이 발전할 수록 파생되는 산업군도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어 기술 발전이 곧 신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특히 올해부터는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주목받는 5세대 이동통신의 상용화가 본격 시작되면서 또 다른 미래 먹거리 산업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제조업 혁신 스마트공장 확산 중제조업의 혁신이라고 불리는 스마트공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차세대 미래 먹거리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스마트공장은 제품의 기획, 설계, 생산, 유통, 판매 등 전 생산 과정을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해 최소 비용과 시간으로 최적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공장을 뜻한다.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년 동안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기업은 생산성 30% 향상, 불량률 43.5% 감소, 원가 15.9% 절감, 평균 2.2명 추가 고용 등의 효과를 냈다.정부는 지난달 13일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을 발표하면서 제조 중소기업의 50% 스마트화 달성을 목표로 오는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구축 목표를 기존 2만개에서 3만개로 확대하기로 했다.지난해 4월에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상생형 모델'을 도입했다. 현재까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대기업은 총 120억6천억원을 출연해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돕고 있다. 상생형 모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업해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면 정부(30%)와 대기업(30%)이 구축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까지 매년 100억원씩 총 500억원 지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경기도에도 스마트공장 확산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적으로 보급된 스마트공장은 총 4천805개로 경기도는 전체 보급의 25.9%(1천245개)를 차지했다.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은 지난한해에만 550여개사의 스마트공장이 구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지난해 9월 산업단지공단은 반월 및 시화, 시화MTV의 3대 국가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스마트공장은 산업단지 차원에서 민간 자생적인 확산 모델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특히 5G 기술이 스마트공장에도 적용돼 스마트공장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SKT는 지난달 20일 안산 스마트제조혁신센터에서 제조 공장이 스마트 팩토리로 쉽게 전환되도록 5G네트워크·특화 솔루션·데이터 분석 플랫폼·단말을 '올인원 패키지'로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5G 스마트팩토리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올인원 패키지는 스마트공장 구축 단가를 낮추고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현장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할 수도 있다. 이날 SKT는 5G와 첨단 ICT를 접목한 5G 다기능 협업 로봇, 5G 소형 자율주행 로봇(AMR), AR스마트 글라스 등 솔루션을 시연하기도 했다.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보쉬, 지멘스 등 각기 다른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활약 중인 기업들은 5G-SFA를 통해 분절된 기술·규격을 통일하고 범용 솔루션을 만든다. 5G를 활용한 상용 기술, 사업 모델도 공동 개발한다.통일된 규격이 마련되면 5G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비용이 절감된다. 중소기업의 솔루션 업그레이드도 쉬워진다. SKT 뿐만 아니라 KT와 LGT도 스마트공장 지원을 위한 5G 기술 도입을 준비 중이다. # 5G 서비스 산업 발전과 부작용 이동통신업계는 지난달 초 5G 모바일 라우터(네트워크 중계장치·동글)를 이용한 기업용 5G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데 이어 5G 스마트폰이 출시되는 올해 3월께 개인용 5G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이에 따라 개인용 초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단시간에 이뤄질 수 있게 되면서 포켓몬고와 같은 가상현실(VR) 게임이나 증강현실(AR) 게임이 대거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5G가 무거운 헤드셋, 멀미 등 이용자 불편사항을 해소하고 쾌적하고 실감 나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부문도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가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가상의 방에 소파 등 다양한 제품을 배치해보고 AI로 인간 아바타를 구현해 방안을 걸어 다니며 제품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국제단체 VR·AR연합은 유통업계가 연간 10억달러를 VR·AR 솔루션에 투자하고 있으며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24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하지만 5G 발전으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5G가 발전되게 되면 AI(인공지능) 관련 산업도 급속도로 발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인데 AI가 유통·물류·운수·제조업에서 현존하는 직업의 90%가량을 대신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도맡았던 단순 노동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세계경제포럼(다보스)에서는 202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507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로는 사무·행정 479만개로 가장 많고 제조·생산 160만개, 건설·채굴 49만개, 예술·디자인·미디어 15만개, 법률 10만개, 시설·정보 4만개 등이다.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 역시 전체 일자리 중 43%가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LG경제연구원은 내다봤다. 다만 AI 기술이 우리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선 1차·2차·3차 산업혁명에서도 증기기관이나 발전기 등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했지만 오히려 일자리는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AI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미국 패스트푸드점과 영국 콜센터 등도 일자리가 기존 대비 각각 20%, 400% 늘었다. 정부와 기업들의 투자계획도 AI 기술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부도 당장 올해까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1만명의 인재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삼성과 LG, 현대자동차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AI 등의 기술 증진과 인재 육성을 위해 올해에만 수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고용정보원 관계자는 "AI와 연관된 고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관련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돼 사라지는 일자리의 문제를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종찬·황준성·이원근기자 chani@kyeongin.com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삼성전자 미국법인 저스틴 데니슨 상무가 선보인 폴더블폰(접었다 펴는 폰)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 /연합뉴스KT가 5G 네트워크를 적용한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 있는 무인 로봇카페 '비트'. /KT 제공

2019-01-01 김종찬·황준성·이원근

육·해·공 무한으로 확장하는 인천의 물류지도

고속도로 등 화물차 전용차로 도입·도로망 확대… 차량 흐름 속도 개선신항 배후단지 영하 162도 콜드체인클러스터 조성 '냉장물품' 유치 계획항공 혁신센터 설립 추진… 비행기 대기시간 활용 '전문 정비센터' 그림항만-철로 연결… 트럭 → 철도 운송비중 조정 '모달 쉬프트' 정책 속도2019년 새해는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이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해이다.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의 증가를 책임질 신항 1-2단계 부두 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인천국제공항은 4단계 개발 사업도 본격화한다. 인천항에서는 매년 300만 개의 컨테이너와 1억1천여t의 벌크 화물이 처리된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수출입하는 화물은 연간 300만t에 달한다.인천시가 앞으로 10년 동안 인천항과 인천공항, 인천지역 산업단지에서 생산하는 화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제3차 지역물류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인천시는 이 계획을 바탕으로 인천을 수도권 거점 물류 도시로 도약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물류는 인천시가 지역의 특성·강점과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선정한 8대 전략산업 중 하나다. 특히 인천지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만(인천항)과 공항(인천공항)은 운송업 등 물류산업을 기반으로 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물류 환경은 국내외적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번 지역물류기본계획을 토대로 지역경제 발전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우리 인천시가 물류산업에 있어서 약진하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물류의 핵심은 도로와 화물차인천시는 화물차 흐름을 원활하게 하도록 일반 승용차와의 혼재율이 30%대에 달하는 도로에는 화물차 전용차로를 도입할 방침이다. 인천시는 제2경인고속도로(인천시점~서창JCT·혼재율 40.3%), 인중로(수인4거리~우회고가4거리~송현4거리·34.1%), 서해대로(서해4거리~수인4거리·35.4%), 중봉대로(송현4거리~북항고가~서인천선착장입구·30.8%)를 화물차 전용도로 시범 구간으로 선정했다. 또 화물차의 도심 진입을 방지하기 위해 북항 배후단지와 남항 배후단지인 아암물류단지, 신항 배후단지에 화물차 전용 진출입로를 만들 예정이다.인천시는 화물차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화물차 공영차고지를 늘리는 방안도 계획안에 담았다. 화물차 운전사와 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차장 장소인 중구, 대규모 물류시설이 자리 잡고 있지만 주차장이 없는 동구와 미추홀구, 남동구에 공영 주차장을 우선 설치할 방침이다. 기존 휴게시설과 공공 부지를 활용해 500대 규모의 주차휴게소를 만드는 것도 계획에 포함했다.빠른 물류 네트워크를 실현하기 위한 광역·간선 도로망도 구축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부터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22.3㎞) 공사가 시작된다. 이 도로는 인천 중구 신흥동에서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까지 연결하는 노선으로,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편익(B/C)값이 1.01로 나왔다. B/C값이 1을 넘으면 비용보다 편익이 커 경제적 타당성이 있음을 뜻한다.인천시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 영종~강화 연결도로(30㎞), 문학~검단 도로(18.2㎞), 장수~서창 간 고속도로(4㎞) 등 4개를 남북 방향 도로망의 핵심축으로 삼았다. 동서 방향으로는 청라국제도시 진입도로 가정IC~청라 구간(7.5㎞), 영종~청라 간 도로(7.1㎞)를 만들 방침이다.# 물류 기반 시설 확충인천 신항 배후단지에는 수도권 냉장 화물을 유치할 콜드체인 클러스터가 만들어진다. 인천 신항 배후부지 22만9천㎡에 조성하는 콜드체인 클러스터는 1㎞가량 떨어진 한국가스공사 인천 LNG 인수기지에서 발생하는 영하 162도의 초저온 냉열 에너지를 공급받아 냉동·냉장 창고를 운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올 12월 완공되는 평택 초저온 물류단지에 이어 두 번째로 조성되는 시설이다. LNG 냉열을 활용하기 때문에 보통의 냉동 창고처럼 대량의 전력을 소모하는 냉동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인천항만공사는 기존 냉동 창고보다 연간 29억원의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천시는 조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국비를 확보한 뒤, 입주업체에 시설 설치비를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인천권 물류 거점 시설도 연수구와 중구 일대에 건립된다.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 건설사업이 추진되는 데다, 아암물류1·2단지와 신항 배후단지 등 주요 물류시설이 연수구와 중구에 있기 때문이다. 물류 거점 시설 규모는 9만 54㎡(연면적)이며, 137억7천700만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항공화물을 위한 인프라 구축인천시는 항공화물 복합물류 체계 구축에 나선다. 인천공항 배후단지 인프라를 활용해 항공화물을 하역한 이후, 다음 비행까지 대기시간에 항공기를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게 인천시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항공정비단지(MRO·Aircraft Maintenance, Repair, Overhaul)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천공항에서는 항공정비 분야 중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은 운항 정비는 상시로 이뤄지지만, 기체 중정비, 엔진 정비 등은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저비용항공사(LCC), 외국 항공사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국적항공사의 정비 물량 상당수가 해외로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인천공항 인근에는 120만여㎡ 크기의 MRO 부지가 조성돼 있다. 인천시는 항공기 제작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항공 관련 혁신센터를 설립한 뒤, 전문항공기 정비센터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천에 항공정비단지가 조성되면 직간접 고용 약 1만9천600명, 생산유발 약 5조4천억원 등 경제 파급효과가 뒤따를 것으로 인천시는 기대하고 있다.# 철도를 활용한 물류 체계 확보인천시는 인천 신항까지 잇는 철도 건설을 추진한다. 인천항을 통해 수출입하는 화물은 대부분 도로를 통해 운반되기 때문에 교통 체증이 발생하고, 대기오염과 소음 등에 의해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한다. 인천시는 인천 신항과 수인선을 연결하는 13.1㎞ 길이의 철도를 만들어 신항에 하역되는 화물을 철도로 운송하는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이를 바탕으로 인천시는 '모달 쉬프트(Modal Shift)' 정책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모달 쉬프트는 유통 경로에서 트럭 운송 비중을 줄여나가는 것을 뜻한다. 인천시는 항만과 철도·도로를 잇는 운송 체계가 확립되면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늘어날 뿐 아니라 화물차 운송에 의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획안에서는 모달 쉬프트 활성화를 위해 인천시가 업체에 운송비 지원, 탄소포인트 제공,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사진/경인일보DB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19-01-01 김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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