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848편·소설 219편 '치열했던 경쟁'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김문자의 시 '달로 가는 나무'와 이준아의 단편소설 '하찮은 진심'이 최종 선정됐다.이번 신춘문예 시 부문에는 김문자를 비롯한 207명이 848편의 시를 출품해 경쟁을 벌였으며, 단편소설 부문에서는 이준아를 포함해 208명이 응모한 219편의 작품이 각축전을 펼쳤다.시 부문에서는 우수한 지원자들이 막판까지 경합했으며, 심사위원들은 장시간 논의 끝에 김문자의 '달로 가는 나무'를 이번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뽑았다.시 부문 심사위원들은 "감성이 도드라진 작품이 눈에 띄었다"며 "다만, 일상의 사물을 다루더라도 새롭게 인식하고 재창조하려는 노력과 열의가 있는 작품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평가했다.단편소설 부문에서는 10편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저마다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는 작품들 사이에서 심사위원들은 고심 끝에 이준아의 '하찮은 진심'을 선정했다.지난해보다 응모 건수가 40%가량 늘어난 단편소설 부문은 높은 문학적 수준을 자랑하는 작품들이 응모해 예심에서부터 기대를 한껏 받았다. 예심에는 박생강·서유미 소설가가 참여했다.단편소설 예심 심사위원들은 "올해는 전반적으로 응모작들이 상향 평준화된 것 같다. sf 장르 등 트렌드가 담긴 작품, 가볍고 감각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 등도 많았다"며 "무엇보다 개인의 내면에 치중하기 보다는 인물을 둘러싼 조직과 사회를 관찰하는 특징이 보였다"고 전했다.한편,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한국 문학계를 짊어질 문학인들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지난 1960년 처음 시행됐다. 5·16군사정변 이후 한동안 이어지지 못하다가 1986년 부활해 매년 한국 문학에 새로운 에너지를 더하는 국내 대표적인 문학축제로 자리 잡았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 김명인 시인·김윤배 시인 팬데믹을 거치면서도,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도 시심이 있기에 견디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경인일보 2024년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를 했다.응모편수가 예년에 비해 줄지도 않았고 수준이 낮아지지도 않았다. 응모작품의 성향은 역사적이거나 문명의 진화이거나 하는 거대 담론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사유의 깊이가 보였다. 소소한 일상을 아름다운 서정의 그물로 건져 올리거나 내면의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 특징을 이루고 있었다.아쉬운 것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려는 시각이 좀 더 깊었으면 하는 것이었다.시인은 사물의 보이지 않는, 숨겨진 특성을 살필 줄 알아야 감동이 살아 있는 시를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작품들이 독자에게 감동과 전율을 준다.두 사람의 심사위원은 심사할 작품들을 택배로 받아서 우수한 작품들을 선정하는 예심을 거쳐 지난달 20일에 경인일보 심사장에 모여서 당선작을 조율했다. 열 분의 작품을 놓고 몇 번씩 돌려 읽으며 새로운 어법인지, 표절은 없는지, 시어들은 울림이 있는지, 본질에 닿으려는 노력이 보이는지 등을 검토했다.그런 과정을 거쳐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이 김문자의 '달로 가는 나무'다. 어법은 활달하고 상상력은 거침이 없으며 희망을 준다. 희망을 준다는 것이 중요하다. 발표지면이 새해 둘째 날이어서 그렇다.첫 행은 '달의 범람으로 하늘의 문이 열리면서/다섯 개의 줄기로 자라는 은행나무의 품이 되었다'로 시작된다.마지막 행은 '그때, 꿈이 많은 아이가 은행나무를 오르고 있다'로 되어 있다. 읽고 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당선자의 문학의 꿈이 까마득한 은행나무를 기어코 오를 것을 믿는다.
달의 범람으로 하늘의 문이 열리면서 땅은다섯 개의 줄기로 자라는 은행나무의 품이 되었다보름달 상현달 하현달 초승달 그믐달을 키우는인천 장수동 사적 562*번 800년 된 은행나무처음부터 약성이 쓴 뿌리에서 시작되었다오래된 나무는 달에서 왔다달이 몸을 바꿀 때마다 은행나무의 수화는 빠르다전하지 못한 말들은 툭 떨어지거나 노랗게 익어갔다은행나무는 자라면서 달의 말을 하고은행나무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바닷물이 해안까지 차오르는 슈퍼 문일 때남자는 눈을 감고 여자는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고 한다오래된 나무의 우듬지는 800년 동안 달로 가고 있다소래산 성주산 관모산 거마산을 거느린 장수동 은행나무달빛이 은행나무 꼭짓점을 더듬는 농도 짙은 포즈은행나무는 품을 여며 폭풍과 폭설을 견디는 새집이 되었다큰 나무의 덕을 보아도 큰 사람의 덕을 못 본다는무서운 격언을 새가 쪼아 먹을 때뒷산까지 뿌리가 뻗은 은행나무를 뽑으면 산이 무너질까 봐사람들은 새가 세 들어 사는 나무에게 빌었다빙하기에도 살아남아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7월과 10월의 보름이면은행나무의 가장 높은 곳에 지아비 달이 걸린다그때, 꿈이 많은 아이가 은행나무를 오르고 있다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한국문학의 샛별이 될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자가 선정됐다.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올해 당선작으로 각각 ▲단편소설-하찮은 진심(이준아) ▲시-달로 가는 나무(김문자)를 선정했다.지난 1987년 시작된 경인일보 신춘문예는 검증된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국내 대표적인 문학축제로, 매년 등단의 꿈을 안고 다양한 작품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지난해 신춘문예를 알리는 공고가 나간 이후 응모마감일(12월1일)까지 시 부문 207명, 소설 부문 208명 등 415명이 각각 848편(시)·219편(소설) 등 1천67편을 응모했다. 이 가운데 높은 문학적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들이 최종 본선 심사를 거쳐 당선작으로 뽑혔다.소설부문은 구효서 소설가와 최수철 소설가, 시 부문은 김명인·김윤배 시인이 각각 본심 심사를 맡았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17일 오전 11시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작품·심사평 7~9면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외국에서의 도시 재개발은 노후화된 주택을 철거하고 정비하는 것에서 시가지 전체에 대한 활성화와 복구로 중심이 옮겨졌다. 또 건물을 모두 부순 뒤 다시 건축하는 방법보다 복구와 보존, 환경정비 등 다양한 방법들로 이뤄지고 있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산업화를 이룩한 동시에 급속한 도시화를 가장 먼저 경험한 곳이다. 이 과정에서 영국은 도시문제를 가장 먼저 경험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정책들을 마련해 왔다. 역사 속에서 경험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을 고스란히 축적해 온 것이다. 이것이 많은 나라가 영국의 도시재생을 들여다보는 이유이다. 빈곤·환경오염·지역 불균형 등 도시문제 가장 먼저 경험큰 정부 지양… '커뮤니티 권한강화 자치사회' 정책 핵심'어떤 지역을 만들 것인가보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고민'터를 잡고 사는 이들을 위한 패러다임 변화' 좋은 본보기1960년대 말 3기에 걸친 신도시 조성사업을 종료한 영국은 침체된 도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에 집중했다. 침체된 도시는 역세권·다운타운·산업유휴지·공공임대주택이 집중된 주거지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는데, 에드워드양 박사의 저서 '영국 도시재생 정책의 실체'에서는 이러한 영국 도시재생 사례에서 두 가지 측면의 공간적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지속적 성장을 이룬 영국의 수도권에서 빈곤과 도시문제가 어느 지역보다 심각했다는 것, 그리고 수도권을 제외한 영국의 지방 대도시와 중소도시들은 갈수록 경제적으로 수도권과 큰 격차를 보이며 심각한 도심 쇠퇴를 겪었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반영구적으로 구성된 도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틀에서 움직이는 사회 시스템 등을 갖춘 우리나라에서 겪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근대적 개념의 영국 도시재생 정책의 시작은 공공보건 문제에서 시작됐다. 19세기 영국 산업 도시들은 과밀로 심각한 주택과 도시문제에 직면했고, 심각한 도시환경 오염문제가 수반됐다. 이후 1979년 집권한 대처의 보수당 정부가 도시쇠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당시 이뤄진 민간 위주의 개발방식은 그들의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는 반면 공적 이익을 최소화한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또 민관 파트너십의 자산주도형 도시재개발방식은 지방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지역과는 연계성이 부족했다. 이는 결국 지역 간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가운데 1980년 최초로 지방정부가 아닌 별도의 전담기구로 설립된 도시개발공사(UDC)가 도시문제 해결을 주도했다. 이후 1994년 이를 계승한 잉글리시파트너십(EP), 2008년 이후 주택커뮤니티기구(HCA) 등의 새로운 기관들이 도시재생을 주도했다. EP는 국가적 차원에서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데 역할을 한 기관이며, HCA는 EP의 역할에 주택조합의 기능을 추가로 더하면서 도시재생에 관한 업무 효율을 높이고자 했다.영국 정부에서 펴낸 두 권의 백서는 영국 도시재생사업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영국 최초의 도시백서인 도심재생정책(1977·Policy for the Inner Cities)에서는 경제침체와 물리적 쇠퇴, 사회적 불이익, 도심이 처한 다양한 상황을 문제로 보고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경제향상과 물리적 환경, 사회적 여건의 향상, 인구와 직업의 균형 확보 등을 제시했다. 이후 도시재생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방향을 제시하는 두 번째 도시백서 도시 르네상스(2000·Urban Renaissance)에서는 빈부격차, 중앙집권적·관료주의적, 지역과 국가 간 협력과 같은 기존의 도시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가 반영됐다. 이즈음 영국 정부는 장소에 기반을 둔 도시재생 정책의 실행, 사회·경제적으로 침체된 커뮤니티에 대한 도시 재생, 중앙·광역·지방정부와 커뮤니티 등 여러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을 지향하는 근린재생전략을 내세웠다. 2010년 이후부터 영국 정부는 큰 정부를 지양하고, 커뮤니티의 역량과 권한이 강화된 자치적인 사회를 지향했다. 이는 'local agenda, local solution' 즉, 지역의 문제는 지역이 해결하는 '큰사회(Big Society)'라는 도시정책의 국정기조로 이어지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와 커뮤니티 중심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이뤄지는 기초가 됐다. 지자체와 지역 기반 주체들의 자율성과 재량권을 확대해 나가며 역할을 강화시켜 나간 것은 영국의 도시재생 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영국의 도시재생 정책에서 우리나라와 가장 차이를 보인 부분은 다름 아닌 '관점'에 있다. 에드워드양 박사는 "재생사업은 이익을 남길 수 없다. 이익을 남기려 하다 보니 마치 개발사업처럼 변하게 되는 것"이라며 "도시가 공공재임에도 불구하고 소유권이 개인 사유화 되어 있다 보면 이익창출이 극심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재생사업의 본질은 공공재를 재구성해서 지역의 경제·사회·문화·커뮤니티를 재활성화시키는 것"이며 "영국의 경우 공공기관의 사업도 새로운 개발을 하며 이익을 남기고, 그 이익으로 주변의 다른 지역 사업에 자원을 배분하는 형태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개발의 목적이 주민을 위한 소셜서비스 확대와 공공재에 대한 접근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원재 문화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이 쓴 '런던 도시재생탐험기'에서도 "영국(런던)의 도시재생은 '어떤 지역을 만들 것인가'보다 '누구를 위한 도시재생인가'라는 질문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도시재생뿐 아니라 도시정비의 모든 과정에 적용되는 본질적인 화두라고 전했다. 영국과 도시재생 정책 구조와 지원체계가 도시정비에서 지역으로, 지역에서 커뮤니티로, 커뮤니티에서 이웃과의 관계로 정책 목표와 지원 체계를 지속적으로 전환시켜 온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영국의 수많은 도시재생 사례에서 무엇을 보고 얻어야 할까. 화려해 보이는 겉면보다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도시, 결국 그 끝에는 '사람'을 중심에 둔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에든버러성에서 본 시가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킹스크로스역 인근.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테이트모던 실내.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런던 거리.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닐스야드.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으로 대표되는 경기도 1기 신도시는 1989년 4월 27일 정부가 분당·일산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91년 9월 분당 시범아파트 단지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1기 신도시들이 차츰 신도시로서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는데, 개발에 걸린 시간이 고작 2년5개월이다. 정부 1989년 분당·일산신도시 건설계획 발표… 개발에 걸린 시간 고작 2년 5개월토지수용방식 결정에 삶의 터전 빼앗긴 주민들… 서울 베드타운화 현실로 나타나'先개발·後계획' 주택건설 빠르게 진행됐지만 교육·의료·상업시설 제대로 못갖춰'사람' 생각하지 않고 졸속으로 짓는 방식, 2·3기도 이어져 각종 사회문제 '골머리' ■ 원주민이 사라진 1기 신도시의 마법개발계획이 발표된 직후부터 5개 지역에 조상 대대로 살아온 원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신도시 건설계획이 발표된 다음날인 1989년 4월28일자 경인일보에는 '기대 크지만 걱정도 태산'기사가 실렸다. 기사에는 "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되자 대상지 주변 및 현지주민들은 대체로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뜬 표정이었으나 이들은 대부분 외지에서 이주해 오거나 토지수용량이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며 현지 농민들과 원주민들은 오히려 난감해 하는 실정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려는 금세 현실이 됐다. 정부가 신도시 건설을 '토지수용방식'으로 결정하자, 농사·축산업 등 땅을 근거로 생계를 이어온 원주민들의 반발이 커진 것이다. 발표 이후 1주일이 채 되지 않아 분당과 일산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농민 시위가 일어났다.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데 땅 주고 보상금을 받아든들, 농사를 천직으로 살아온 자신들(원주민)이 무엇을 하며 생계를 이어 나가냐며 항변했다. 1989년 5월 26일자 경인일보는 신도시 건설 무엇이 문제인가 기획 시리즈를 통해 '서울 사람 위해 왜 우리가 쫓겨나나'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일산지구 신도시는 30개 마을 4천52세대 1만7천800여주민이 살고 있는 전원적인 농촌지역에 세워지게 된다… 정부로부터 어떠한 보상도, 특혜도 필요없고 오로지 '우리가 여지껏 살아오던대로 내버려달라'는 게 전부다. 농지수용에 따른 대체농지 마련을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생활해온 농민들에게 보상금으로 현금이 수중에 들어와도 근본적인 생계대책과는 거리가 멀고 땅만 빼앗긴다는 의식이 팽배해있다."뚜렷한 대책 없이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며 이들 신도시 개발지역의 주민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발생했다. 1989년 5월 20일자 경인일보에는 "일산 신도시 개발계획으로 집과 땅이 모두 수용대상지로 결정되자 이를 비관해오던 50대 일산주민이 극약을 마시고 음독자살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신도시 개발 반대 시위에 참여해 왔다는 그는 숨지기 전 "평생 모은 재산이라곤 땅 조금과 집 한 채뿐인데 신도시개발 보상비를 제대로 못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 아파트 입주권을 받더라도 우리 형편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고 한탄했다고 전했다. 1992년 실제로 분당을 필두로 입주가 시작된 이후 원주민들 상당수는 원래 살던 땅에서 쫓겨났다. 1992년 4월 30일자 경인일보는 '신도시 건설 3년, 무엇이 문제인가' 시리즈를 통해 특히 원주민이 철저하게 외면받은 정부의 잘못된 대책을 꼬집었다. "주택난 해소와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예방을 위해 신도시건설계획을 발표했으나 막상 아파트 분양현황을 보면 37평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가 절반을 넘어 그만큼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분당 신도시의 이같은 중·대형 아파트 편중과 함께 삶의 터전을 빼앗긴 현지주민들의 우선 분양이 외면돼 서울의 베드타운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아파트의 지역주민 우선 공급률을 20%내지 30%까지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신도시지역 특례와 청약 가입연수에 지역주민들이 서울 거주자들에 밀려 현재 분양현황으로 보면 지역주민들이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서울시민을 위한 개발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실정이다."결국 1기 신도시에 '사람'은 없었다. 오랫동안 뿌리내리고 살아온 원주민이 사라진 그 자리에 새로 건설된 신도시는 새로운 사람들로 구성됐다. 1989년 11월27일자 경인일보 '부유층 위한 신도시 우려'기사에는 이때의 풍경이 잘 묘사됐다. "분당 시범단지 모델하우스 공개 첫날인 26일 15만명의 인파가 몰려 인근 도로가 마비, 아수라장이 된 채 또다시 투기장화할 조짐을 보여…공개 첫날인 26일 하루 오전 7시부터 몰리기 시작한 분당행 행렬은 서울과 분당을 잇는 모든 도로를 마비시키며 밤늦게까지 계속됐고 10분 간격으로 운행키로 한 셔틀버스는 몰려드는 자가용 행렬로 운행이 중단되는 등 일반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길이 더욱 멀게 느껴진 하루였다."또 1989년 8월9일자 경인일보 '분당·일산 신도시 이주 희망자 주거규모 30~31평 선호' 기사에는 국토개발원이 이들 신도시의 입주 희망자를 조사했는데 소득이 높은 중산층 이상, 전문직 또는 관리직의 직업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 입주를 희망했다.■ '선(先)개발·후(後)계획'의 악순환1기 신도시 건설이 시작부터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데는 '선(先)개발·후(後)계획' 방식으로 도시 개발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가 지도를 펼치고 개발에 필요한 선을 그리고 땅을 갈아엎어 건물부터 짓는 것이다. 당시 정권의 성격과 사회 분위기를 고려할 때 불가능한 방식도 아니었다. 아파트 등 주택건설은 급속도로 진행됐지만,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을 위한 교육시설, 의료시설은 물론 상업시설조차 제대로 구성되지 못했고 서울은 물론 도시 내부 교통망조차 구축하지 못한 채 1기 신도시는 첫발을 내디뎠다.1기 신도시의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면서 '선(先)개발·후(後)계획'의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1991년 하반기부터 입주가 시작된 분당의 경우 다음 해에도 교통체계가 정리되지 못해 출퇴근길 교통지옥이 계속됐다. 1992년 4월30일자 경인일보 '출퇴근 교통지옥 불보듯'기사에는 "분당신도시 교통망 확충을 위해 지난 90년부터 착공한 수서~분당 구간을 비롯한 12개 노선의 확장·신설이 늦어지고 판교~풍덕노선 등 3개 노선만이 완공돼 본격적인 입주를 앞두고 출퇴근 시 교통지옥현상을 면할 길이 없는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주택공급에만 매몰된 개발논리는 '자족기능'의 상실도 초래했다. 1992년 5월4일자 경인일보 '자족기능 확보 최대 문제'기사는 일산 신도시의 빈약한 자족기능을 우려했다. "이같이 급작스런 인구증가추세에 비해 고양시 전체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이전촉진권역으로 지정돼 시가지조성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데다 6개 택지 개발지구는 주택건설에만 치우쳐 인구 100만도시의 기능을 모두 일산신도시가 떠맡아야 할 실정이다. 따라서 일산신도시 건설에서 당국의 도시자족기능 향상을 위한 후속조치가 따르지 않는 한 '거대한 배드타운화'를 면키 어려운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이러한 우려는 실제로 현실이 됐는데, 2021년 LH 토지주택연구원이 발간한 '1·2기 신도시 종합평가 연구'를 살펴보면 일산 신도시의 경우 신도시 경제 및 생활기반부문 충족도에서 완공 초기인 1996년 0.59 였지만, 22년이 지난 2018년엔 0.94로 측정됐다. 해당 연구에서 설계한 2018년 충족도의 기준이 1인 것을 감안하면 '미달'이며 같은 시기에 지어진 분당이 0.57에서 1.51, 2기 신도시인 판교가 0.33에서 2.76으로 충족도가 올라간 데 비해서도 상당히 저조하다.정부가 '선(先)개발·후(後)계획' 방식을 택한 건 경기도 신도시 건설의 주된 목적이 주택 양적 공급을 통해 서울 부동산 값을 제어하는 데에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 개발의 목적이 '사람'이 지속적으로 살아가는 정주공간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당장 서울 부동산 가격을 방어하는 극약처방으로 신도시를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1기 신도시 주민 입주 등 신도시개발이 완료된 1996년까지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3.3%, -5.1%, -3.2%, -0.2%,-0.2%로 하향 안정화되었고 IMF를 겪었던 1998년에는 -11%까지 가격 하락하는 효과를 얻었다. ■ 도시개발의 나쁜 선례가 되다 문제는 1기 신도시의 개발방식이 2기 신도시, 3기 신도시와 같이 대부분 신도시들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먼저 주택공급 위주의 개발이 시작된 후 사회 기반 인프라들이 뒤늦게 계획하는 '선(先)개발·후(後)계획' 방식을 답습하면서 1기 신도시가 겪은 문제를 이후에 건설되는 신도시들이 그대로 겪고 있다. 실제 2000년대 초반에 시작된 화성 동탄, 김포 등 2기 신도시는 도시가 확장하고 인구밀도가 높아진 데 비해 교통이 원활치 못한 문제가 계속돼 주민들이 현재까지도 고통받고 있고, 최근엔 큰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정작 도시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자족기능은 고민조차 못하고 폐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판교 테크노밸리가 있는 분당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1기 신도시들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울의 베드타운'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경우에도 베드타운에만 국한된 분당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개발계획을 세울 당시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100만평(330만5천785.12㎡)의 땅을 당시 건설교통부에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못했고, 겨우 20만평(66만1천157.025㎡)의 땅을 얻어 시작한 게 그나마 지금의 자족기능을 갖추는 발판이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졸속으로 지어진 신도시의 유효기간이 고작 20~30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잘 살 수 있어야 도시가 '지속가능'해지는데 20년만 돼도 사람이 살기 힘든 도시가 돼버리는 것이다. 1기신도시 준공 20년이 지난 2013년 토지주택연구원이 연구한 '1기 신도시의 계획적 재생방안 연구'에서 수도권 1기 신도시에 거주하는 시민을 상대로 도시 만족도를 조사했을 때 복지시설, 문화시설, 치안 방범시설, 의료시설 등 생활 인프라 면에서 열악하다는 응답이 높았는데, 자족성 및 도시 서비스 등 질적 개선에 대한 요구가 상당히 컸다. 굳이 연구 조사를 말하지 않더라도, 선거때마다 경기도 1기 신도시 및 구도심 노후화 문제는 단골 문제로 거론되는 사회현상은 이 문제를 방증한다. 결국 사람이 빠진 도시개발은 도시의 유통기한만 단축 시킬 뿐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1989년 4월28일자1989년 11월27일자1992년 4월30일자
창간 78년을 맞은 경인일보는 그간 이달의 기자상을 64번 수상했다. 이달의 기자상은 한국기자협회가 1990년 9월부터 협회에 가입된 전국 언론사를 대상으로 보도 기사 중 가장 뛰어난 기사를 선정해 매달 1회 수여하는 상이다.이달의 기자상이 시작된 지 33년이 흘렀는데, 산술적으로만 따져봐도 매년 2개의 수상작을 배출한 셈이다. 단순히 수상 실적이 중요한 게 아니다.경인일보가 수상한 보도기사는 경기도와 인천의 살아있는 역사를 사실 그대로 기록한 '史'이다. 또한 지역 사회를 관찰하고 고발하며 어젠다를 던지는 '시대정신'이다.'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 했다. 창간을 맞아 특별판으로 준비한 '레트로K'는 경인일보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을 통해 독자와 함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의 우리를 고찰한다.사회적 약자 인간사에 빈부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듯, 어느 시대에나 '사회적 약자'는 존재했다. 물자의 풍요를 누리는 현재에도 그건 유효한 진리다. 그래서 그 사회의 선진성을 보여주는 척도가 사회적 약자를 향한 대우다. 경기도·인천의 대표 지역지로서 경인일보가 우리 주변의 사회적 약자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싣는 이유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제 175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인 '어느 청각 장애인의 죽음'은 벌금 70만원을 내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청각장애인 가장의 사연을 단독보도하며 시작됐다. 그의 아내가 화성시 궁평항 인근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던 중 화성시 궁평항 어항시설 주변정리사업에 의해 불법 노점행위로 단속돼 검찰에 고발됐다. 법원은 벌금 70만원을 납부하라고 통지했고, 벌금을 내지 못하자 "공판기일까지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때는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며 피고인 소환장을 발부했다. 아내가 구속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딸들에게 지워질 멍에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그는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었다. ■ 비장애인인 두 딸(13·10) 만큼은 자신들과 달리 키워보겠다는 일념으로 비좁은 트럭에 몸을 싣고 화성지역 구석구석을 돌며 호떡과 어묵, 떡볶이를 팔아 생계를 꾸려 나갔다. 힘겨웠지만 허리띠를 졸라맸고, 생활은 가능했다…한달 내내 일해도 목돈 100만원을 손에 쥘 수 없었던 부부는 주변에서 돈을 빌려보려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허사였다. 변변한 직업조차 없는 청각장애인 부부에게 100만원을 선뜻 건네 줄 자선가는 없었기 때문이다.(2005년 3월22일자 19면=노점적발 청각장애인 벌금 못 구해 애태우다 법원 소환장 받고 극단선택)보통의 사건사고 기사를 두고 기자들은 사회면 '1단기사'라 부른다. 매일 어디선가 교통사고가 나고, 화재가 발생하며, 사람이 다치고 죽으니 사회면 귀퉁이에는 1단 기사 자리가 늘 자리한다. 그러나 3줄이 채 되지 않는 1단 기사를 유심히 살펴볼 때 우리 사회의 약점을 찾을 수 있다.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하며 모두 움츠러들었다. 특히 물리적 이동이 쉽지 않았다. '전염되면 끝'이라는 원칙이 지배하던 터라 빼앗긴 자유를 두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비극의 현장에 있었다.제 361회 이달의 기자상 '인천 미추홀구 초등생 형제 화재사고'는 10살과 8살 형제가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학교에 가지 못해 집에 있는 동안 불이 나 크게 다치고 결국 사망한 사고를 조명했다. "왜 그 시간에 아이들만 집에 있었을까"에서 출발한 1단 기사는 기초생활수급가정에서 엄마가 공공근로를 간 사이에 발생한 코로나 시대 돌봄공백을 고발하고 전염병 공포에 가려진 '어린이의 삶'을 사회적 참사로 인식시켰다. ■ 어머니와 살던 형제는 원래대로라면 학교에서 급식을 기다릴 시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일터로 나간 어머니 없이 집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인근 분식집 직원은 "최근 일주일에 1~2번씩 점심시간에 맞춰 늘 분식집에 와서 1천500원짜리 참치주먹밥을 두 세 개씩 포장해 갔다"며 "아이들끼리 와서 카드로 결제하고 나갔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집에 있어야 하면서도 돌봄 사각지대에 처한 상황이었다. (2020년 9월16일자 1면=라면 끓이던 형제 '날벼락' 코로나 시대의 비극)부동산 사회 이슈도 유행이란 것이 있는데, 부동산만큼은 수십 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뜨거운 이슈다. 경인일보가 기자상을 가장 많이 수상한 기사 주제 역시 '부동산'이다.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경기도·인천 지역의 도시개발 역사는 투기와 투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대한민국 부동산 역사를 새로(?) 써왔다. 하지만 그 방식은 잔인했다. 임야는 파헤쳐지고 원주민은 쫓겨나는, 악순환이 계속되며 잠자고 일어나면 신도시가 건설되던 곳이 바로 경인지역이다.특히 1기 신도시 개발 후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고 더 이상 서울에 개발할 땅이 사라지면서 2000년대 들어 경기도는 '난도질'을 당하기 시작했다. 제 151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인 '공장 난개발 광풍-난도질당하는 국토'는 개발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화성과 용인, 김포, 안성, 남양주, 광주 등 공장 개발을 이유로 마구잡이로 파헤쳐진 도내 지역의 현실을 생동감 있게 풀어냈다. ■ 아파트 난개발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국토는 이제 공장건설이라는 제2의 난개발 광풍(狂風)으로 난도질 당하고 있다. 나지막한 곡선미, 그저 찻길을 지나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휴식 같았던 푸른 산들은 허리가 잘려나간 채 시뻘건 황토벌로 변해갔고, 그곳에서 쏟아져 나온 흙들은 영락없이 너른 논밭을 메워갔다. 그리고 두어달 뒤 생김새 비슷비슷한 공장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산과 들이 흉측한 공장지대로 변하는 과정은 약속이나 한 듯 어디든 똑같다.(2003년 3월17일자 1면=잘려나간 산 허리 시뻘건 속살 피멍)무분별한 도시 개발로 인해 기사는 '이제 경기도는 아파트 반, 공장 반이 됐다'고 한탄했다. 이렇게 곳곳이 개발로 몸살을 앓으면서 동시에 '투기장'이 된 것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제169회 이달의 기자상 '돈돈돈… 땅땅땅(투기장으로 전락한 경기도)', 제 174회 이달의 기자상 '보상노린 무허건물 난립-생떼공화국' 등 잇따른 수상작도 당시 폭등하는 경기도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보여줬다. 그 중에서도 제175회 이달의 기자상 '땅값 부추기는 기획부동산'은 기자가 직접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 기획부동산 업체에 위장 취업해 그 실상을 낱낱이 파헤친 수작이다. ■ "236, 223, 305, 207… 다 받아적으셨죠? 오늘 우리가 처분해야할 물건입니다. 자, 그럼 시작합시다." 지난 18일 오전 9시를 조금 넘긴 시간의 서울 강남 소재 한 기획부동산. 이곳은 각 부서별로 작업지시를 내리느라 부산한 모습이다. 기자가 속한 담당부서의 K부장은 오늘부터 2차 작업지에 대한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며 분발을 강조한다. 앞에 부른 숫자는 작업지의 분할된 평수들로, 오늘부터 236평과 223평 등의 물건을 소화해야한다는 뜻이다. (2005년 3월21일자 1면=한탕거래 유혹하는 제2다단계)노동 창간호를 준비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가장 최근에도 노동자 2명이 흙더미에 깔려 죽었다. 의왕에서 안양천 상수도 송수관 교체 작업을 하던 중 토사가 쏟아지며 매몰돼 숨졌다. 이 사고가 일어난 같은 날에 용인에선 근린공원 우수관로 공사현장에서 옹벽이 무너지며 노동자가 깔려 숨졌다. 그렇게 매일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다. 특히 사람이 많이 살고, 그래서 개발이 많고 공사현장이 많으며 공장이 많은 경기도·인천 지역에선 매일 누군가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 제 109회 이달의 기자상 '인천 국제공항 건설 현장 노동 인권 실태'는 IMF 시절, 적나라한 건설노동현장의 비극을 깊숙이 취재했다. 명예퇴직, 해고가 남발하며 노동의 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그 시절, 밑바닥 노동자들의 현실은 비참했다.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지금의 인천국제공항이 노동자들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준다.■ H건설 근로자식당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20~30대 근로자 5명이 라면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전날 오후 3시께 콘크리트타설현장에 투입, 장장 17시간동안 꼬박 일을 했다고 밝혔다. "IMF만 아니면 누가 여기서 일을 하겠습니까? 그나마 오늘은 빨리 끝난 셈이에요. 타설현장 기술자도 월 180만원씩 주고 막 부려먹어요. 최소한 300만원은 줘야 하는데…. 정말 죽을 맛입니다."(1999년 9월13일자 19면="이렇게 고된일 처음해봐요")1999년에 벌어진 비극적인 노동현장은 2022년 10월에도 재현됐다. 제 386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평택SPC 청년노동자 사망사고'는 SPC계열사 작업장에서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여 숨진 20대 청년 노동자를 단독 보도한 기사다.■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진 A씨는 평소 현장에서 같이 작업하던 가까운 동료에게 종종 "배합이 너무 힘들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힘들다"고 토로하며 강도 높은 작업 환경에 피로감을 호소했다고 확인됐다.특히 A씨처럼 동료 없이 홀로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배합기 작업자에게는 더더욱 힘든 환경이었다.(2022년 10월18일자 1면=청년이 죽을때 까지 SPC는 듣지 않았다) 이 사건이 보도된 후 해당 기업 등으로부터 취재 중단 등의 외압 및 회유에 시달렸다. 하지만 동료의 사고 다음날에도 출근해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단독보도하는 등 꿋꿋이 취재를 이어나갔고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SPC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사회적 여론이 들끓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아카이브/김혜미 khmk8888@kyeongin.com화성시 장덕동 비포장 도로변에 세워진 숨진 김씨의 0.5t 트럭. 김씨는 네식구의 생계수단이었던 0.5평 남짓한 공간에서 쓸쓸하게 숨졌다. 아래는 김씨 부부에게 전해진 피고인 소환장. /경인일보 아카이브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불이 나 초등생 형제가 크게 다쳤다. 녹아버린 잠금 장치가 당시 대피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경인일보 아카이브기획부동산 사무실 내무 모습과 기획부동산이 밀집한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 /경인일보 아카이브인천 국제공항 건설 현장 노동 인권 실태 기획에 추가된 사진 한장. 보기만 해도 위험해 보인다. /경인일보 아카이브서울 SPC그룹 본사 앞에서 여성시민노동단체들이 'SPL 중대재해 사망사고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인일보 아카이브
인천은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1883년 개항 이래 외국 문물의 국내 유입 통로이면서 국내외 각지 이주민이 섞여 살아온 인천은 국제도시로서 정체성을 쌓아왔다. 2000년대 이후 일자리와 국제결혼으로 인한 이주가 시작됐다. 고국에서의 박해를 피해 온 난민과 해외 동포의 인천 이주가 본격화됐다. 또 이들 이주민의 자녀가 '중도 입국' 형식으로 인천에 오고 있다. 선주민, 이주민이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화합하는 포용의 도시로 그 지형을 넓혀나가는 것이다. 앞으로 인천의 시민 사회가 풀어가야 할 과제다. 경인일보는 인천에 거주하는 중국, 베트남,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미얀마 등 여러 국적의 이주민 10여 명을 만났다. 이들로부터 정착 배경·유형, 거주지, 경제 활동, 지역사회 교류, 정책 수요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 인천에 터전을 잡은 이주민이 얘기하는 지역 특성을 살펴보고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위해서다.2년연속 인원·비율 모두 상승 전국 유일산단 주변·지하철역 인근 주거 집중 양상부평 미얀마 거리·연수 할랄식당 특징적이주민 초등생, 올해 작년보다 30% 증가 ■ 눈에 띄는 지역 이주민 증가세인천은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이주민이 늘고 있는 도시다. 연수구 함박마을, 부평구 미얀마 거리, 중구 차이나타운 등 이미 형성된 거주지에 더해 일자리를 찾아 유입된 이주민들이 도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2021년 11월1일 기준) 자료를 보면 인천의 이주민 증가세는 뚜렷하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인천 총인구 중 이주민 비율은 3.6%(2017년)에서 시작해 매년 증가했고 2021년 4.6%를 기록했다. 인천시민 100명 중 4~5명은 외국에서 온 이주민이라는 뜻이다. 행안부가 집계하는 '외국인 주민'(이주민)은 국내 3개월 이상 거주하는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이주민 노동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외국 국적 동포, 귀화자, 이주민 자녀를 기준으로 한다. → 표 참조인천은 전국 17개 시도 중 2년 연속(2020~2021년) 전년도 대비 이주민 수, 총인구 대비 이주민 비율이 모두 늘어난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 기간 인천 이주민 수(비율)는 13만1천396명(4.5%), 13만4천714명(4.6%)을 기록했다. 행안부가 이주민 현황 발표를 시작한 2006년 이후 14년간 이주민 유입이 늘다가 2020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주민 인구 증가세가 꺾였지만, 인천만 여전히 오름세다. 서울, 경기의 경우 2년간 이주민 수가 줄어들면서 총인구 대비 이주민 비율도 연달아 꺾였다. 두 지역은 인천보다 이주민 수·비율 둘 다 높았던 곳이다.■ 일자리 찾아 산단으로, 주거비 저렴한 전철 역세권으로…연수·부평은 이미 '다문화 사회'인천의 이주민 주거 양상은 두 가지 특징을 보인다. 주거 형태로 보면 다른 지역보다 월세가 저렴한 지역에 터를 잡은 이주민이 많고, 입지 측면에서는 직장이 가까운 산업단지 인근 또는 경인전철 1호선과 인천도시철도 1호선 역사 주변에 집단 거주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특징은 인천 군·구별 이주민 통계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남동·부평·주안국가산업단지와 가깝고 경인전철 1호선과 인천지하철 1호선 역사가 인근에 있는 빌라촌에 이주민이 몰려 산다. 행안부가 집계한 인천 10개 군·구별 이주민 현황을 보면 부평구의 총인구 대비 이주민 비율이 6.3%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연수구(5.7%)다. 총인구 대비 이주민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 사회'로 본다. 이밖에 중구(4.9%), 미추홀구(4.4%), 남동구(4.2%), 서구(4.1%) 순으로 이주민 비율이 높은데 이들 지역은 앞으로 4~5년 내 다문화 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 표 참조인천 10개 군·구 중 이주민 수는 부평구가 3만1천34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수구 2만2천838명, 서구 2만2천496명, 남동구 2만2천139명, 미추홀구 1만7천942명 순으로 집계됐다. 인천 이주민 총 13만4천714명 중 약 86%가 이 5개 지역에 거주한다.■ 부평구는 미얀마, 연수구는 무슬림 … 다양한 주거 양상부평구는 미얀마 이주민과 미얀마 카렌족 재정착 난민 등이 모여 살면서 '미얀마 거리'가 형성돼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추천으로 한국에 입국한 카렌족 재정착 난민이 국내에 처음 둥지를 튼 곳이 인천 부평구다. 최근 중국 이주민의 부평지역 이동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저금리에 넘치는 유동성으로 집값과 전세가가 급등하면서 경인전철 1호선 구로역, 신도림역, 영등포역에 살던 중국 이주민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부평역으로 이동한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이 지역 주민들은 파악하고 있다.고려인 수가 선주민을 넘어선 연수구 함박마을에는 무슬림을 대상으로 할랄 요리를 파는 음식점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사우디아라비아,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등 이슬람 아랍국가 외국인 주민이 자리를 잡으면서다. 지난해 12월에는 함박마을 주택가에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무슬림 예배당이 들어섰다. 고려인들도 이슬람 국가에서 왔지만 이들 대부분은 러시아 정교 소속이거나 믿는 종교가 없다. 이슬람권 이주민이 하나둘씩 터전을 잡으면서 동네 분위기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경인전철 1호선 역사를 중심으로 중국 국적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상권이 확대되는 것과 함께 인천 각지 구도심에서 이주민 증가세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인천 다문화가구, 이주민 정착을 지원하는 디아스포라연구소 박봉수 소장은 "인천은 이주민 국적별 거주지 특성이 비교적 뚜렷했는데 최근 (이주민) 인구가 많아지면서 문화, 생활 측면에서 다양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선주민은 물론 이주민 간에도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어떻게 마을을 변화시켜 나갈지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 공존 교육에 초점 맞춰야인천 이주민 수와 그 비율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르면 4년 내 인천 전역이 '다문화 사회' 요건에 부합하는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문화 사회가 되면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필요하다. 인구 구조 변화에 지역 사회가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이주민 지원 업무를 맡은 현장 관계자들은 "이주민이 지역 문화·생활을 이해하고, 선주민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할 수 있도록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교육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 지역 이주민 초등학생 수는 2021년 기준 지역 전체 초등생의 1.3%를 차지하는 2천22명이다. 이주민 초등학생 수는 전년(1천574명) 대비 30% 이상 늘어나는 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등 교육을 받는 이주민도 늘어나는 추세다. 향후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활동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 정책에 우선 초점을 둬야 한다. 이춘연 연수구가족센터 강사는 "이주민이 각기 다른 문화 형태를 배우는 것은 가정 환경, 교류 활동 등 생활 전반에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한다"면서 "현재 한국의 이주민 교육 정책이 여성가족부를 포함해 여러 기관으로 분산된 탓에 정책 연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은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현주기자·이상우·정선아수습기자 phj@kyeongin.com
■ 이주민의 가장 큰 고민은 일자리와 자녀 교육 국내 고려인 절반은 대졸 이상 '고학력자'전체 533개 초·중교 이주민 재학 511개교국적·언어 문제 중고교·대학 진로 걸림돌"포용성 확대·기존 국민개념 재정립을" 현행 한국의 이주민 정책은 외국인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출입국 정책에 따른 체류 자격 심사 관점에서 이주민을 관리·통제한다. 최근 인천 연수구, 경기 안산시 등 이주민이 많은 지역의 시장·구청장이 정부에 이주민 제도 개선을 공동으로 건의할 정도로 지원 정책은 미비하다. 선주민 역시 이주민을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인식하기보다 잠시 머물다 떠날 '미숙련 저임금 노동자'로 바라본다. 취재 과정에서 여러 명의 이주민을 만났는데, 이들이 바라는 건 선주민과 다를 게 없었다. 안정적 일자리를 얻고, 몸이 아플 때 적절하게 치료받고, 자녀가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한국에 정착한 고려인 절반 이상은 대졸 이상 고학력자다. 고려인 1~3세대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위탁 영농'으로 부를 축적했고, 자녀 교육에도 열의가 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부의 축적을 꿈꾸기는커녕 일자리를 얻기도 힘들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최마리아(연수구·40)씨는 "인천 남동산단이나 거리가 먼 서구, 김포지역 공장까지 일하러 다닌다"며 "공장에서는 외국인을 바쁜 시기 인력 수급용 아르바이트로만 고용하다 보니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수시로 구직 활동을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시 다문화·외국인 가구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인천지역 외국인 주민 중 취업자는 4만9천628명으로, 고용률 62.7%다. 직업별 외국인 주민 취업 현황을 보면 제조업 기반 기계 설비 조작, 조립, 단순 노무, 농림, 어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전체의 73.7%(3만6천588명)를 차지했다. 이주민 상당수는 비정규 고용 형태로 불안감이 크고 고용보험 등 제도권 내에서 지원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 표 참조인천의 빠른 다문화 사회 진입 속도를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은 학교 교실이다. 최근 10년간 학령인구 감소세가 이어졌지만 이주민 자녀 수와 비율은 시종일관 증가하고 높아졌다. → 표 참조2022년 기준 교실의 이주민 학생 수를 지역별로 보면 부평구(2천138명), 연수구(1천919명), 서구(1천846명), 남동구(1천679명), 미추홀구(1천342명) 순으로 많다. 인천지역 533개 초등·중등학교 중 이주민이 재학 중인 곳은 511개교(95.9%)에 이른다. 2023년 기준 48개 유치원·초등·중등학교에서 85개 한국어 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문남초와 인천함박초는 각각 10개, 9개의 한국어 학급을 두고 이주민 아이들을 교육한다. 연수구 초등학교에서 3년째 통번역 강사로 활동 중인 한 학부모는 "언어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학업을 배우거나 친구 사귀기에 관심이 줄어 중등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주민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수업 적응, 학업 지원에 필요한 특별반 개설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등 과정을 밟는 이주민 학생들은 '진로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입을 모았다. 베트남 중도 입국 청소년 오민아(갈산중3)양은 "내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어디로 가면 좋을지,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할지 상담받고 싶다"며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당을 다녔지만, 수학·영어 등 일반 교과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이 필요한데 일부라도 제도적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적 김안나스타시아(연수구·16)양은 "지난해 한국에 와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며 "멘토 역할을 해줄 전담 선생님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개방적 이민정책 도입이나 귀화·영주권 제도 완화를 통해 선주민, 이주민의 양분화된 국적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1999년 한국에 입국해 청라국제도시에 거주하는 파키스탄 국적 김샤니(47)씨는 "소득 등 영주권 취득에 필요한 조건이 까다로운데 한국에 10년 넘게 산 이주민에겐 우선으로 귀화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이주민은 성실히 일하고 세금을 내도 의료복지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정부와 인천시가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멀티컬처'에서 '인터컬처'로 나아가야"이주민 정책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일원으로 이주민이 활동할 통로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주민 민원을 충분히 수렴하고 선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이주민 정책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다문화(멀티컬처)에서 문화 간 상호작용(인터컬처)으로 전환되고,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리고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문화 다양성 교육은 이주민이 한국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향하는데, 이 같은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문화가 융합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별로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해 선주민과 이주민이 정기적으로 교류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문화 다양성 교육을 연구하는 닐 드림슨 한국뉴욕주립대 교수는 기초자치단체마다 있는 평생학습관, 다문화가족센터와 같은 공간을 선주민과 이주민이 교류하는 '베이스캠프'로 삼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 예로 연수구 옥련동 중고차 수출단지 일대 주차 문제로 선주민과 이주민이 갈등을 겪고 있는데, 이런 현안을 두고 선주민과 이주민이 서로 협의하고 대책을 만드는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통, 협력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닐 드림슨 교수는 보고 있다. 그는 "여러 문화가 만나 상호 발전을 가져오고 문화 간 갈등, 긴장 관계를 충분히 이해해 조정하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닐 드림슨 교수는 또 이주민의 한국 거주 기간, 세금 납부 이행 성실도 등을 새로운 평가 지표로 삼아 이들을 국민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민에 대한 포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국민에 대한 기존 개념을 재정립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이중언어 활용'을 통해 이주민의 '학습 결손'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현경 인천외국인종합지원센터장은 "한국에서 거주한 이주민 청소년이 미래에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여건 형성에 집중해야 한다"며 "글로벌 사회에서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능력을 키우는 것은 개인, 국가적 차원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손성진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공동대표는 "프랑스는 이중언어 교육을 공식 이주민 교육 정책으로 채택해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했다. 단계별로 모국어, 자국어 비율을 조정하고 있다"며 "공교육 차원에서 이주민 학생을 위한 이중언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현주기자·이상우·정선아수습기자 phj@kyeongin.com인천의 대표적인 다문화마을인 연수구 함박마을.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지난 9월2일 인천 부평구청 대회의실에서 미얀마 카렌족 어린이 합창단이 '제9회 어울림이끌림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 앞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단법인 '어울림이끌림사회적협동조합' 주최로 열린 대회는 다문화가정, 이주민 학생들이 한국어, 부모 언어를 발표하고 상호 교류 기회를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경인일보 창간 78주년을 이틀 앞둔 5일 오전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창간기념식에서 배상록 대표이사 사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배상록 사장은 기념사에서 "지금의 언론환경은 녹록지 않다. 창간 78주년을 기점으로 수도권 최고언론으로서 구성원들이 마음을 모아 (작금의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1년 동안 큰 성과를 거둔 직원과 장기근속 직원에 대한 표창장 수여가 이뤄졌다.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