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북부지역에는 '아시아 최대 사격훈련장'으로 불리는 포천 영평사격장(로드리게스 사격장)을 비롯해 320여 곳에 달하는 군 사격장이 자리하고 있다. 경기도 내 전체 사격장 380여 곳 중 85% 정도가 북부에 집중된 셈이다. 과거엔 마을에서 목숨을 잃는 피해가 생겨도 '안보'라는 이름 아래 덮어 둬야 했다. 시대가 바뀌고 주민들이 차츰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의 시선도 달라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투쟁은 필사적이었고 마침내 '군용 비행장·군 사격장 소음 방지 및 보상에 관한 법률(군소음보상법)' 시행을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피해 당사자인 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최근 찾은 영평사격장 주변 마을은 이런 진전에도 불구 여전히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사격장을 둘러싼 갈등은 달라진 게 거의 없었으며 오히려 정부와 군에 대한 불신만 팽배했다. 승진사격장 주변도 냉랭하긴 마찬가지였다. 군소음보상법이 시행되고 훈련도 줄었지만 문제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언제쯤 경기 북부지역에 포성과 불안이 사라지고 최소한의 사람다운 생활, 주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회복될 수 있을지 살펴본다.주민 '냉랭' 정부·軍 불신… 약속 깬 야간사격 답변도 없어대전차 연습탄 집 안방 떨어지고 유입된 불발탄 폭발 '공포'法보상 기준 현실 동떨어져… 전문가 "피해 규모 파악 먼저"피해는 '소음'만이 아니다지난 8월 말 영평사격장에서는 한미연합 훈련이 실시됐다. 대규모 통합화력 훈련으로 전차와 자주포에서 밤낮으로 포탄을 쏟아냈다. 헬기에서도 포격이 있었으며 심지어 공격기(A-10)도 동원될 태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한 달 전 주민들과 한 약속이 허무하게 깨진 순간이었다. 심지어 야간 사격을 항의하러 간 주민들은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주민과의 상생을 부르짖던 정부와 군은 입을 닫고 있다. 북부지역 군 사격장에서는 소음만이 주민을 괴롭히는 게 아니다. 소음과 진동은 기본이며 유탄과 도비탄, 군 차량 도로 점유, 먼지, 산불, 환경오염 등 요인은 다양하다.주변에 20곳이 넘는 사격장과 비행장까지 있는 이동면의 한 초등학교는 학생들이 만성적인 난청을 호소하는가 하면 교사와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매우 낮아 교사들이 재직을 꺼리는 '기피 학교'가 된 지 오래다. 2015년 영평사격장 주변 영북면 소회산리·야미리와 영중면 성동리에서는 대전차 연습탄과 미사일이 밭과 폐쇄된 기도원, 심지어 집 안방으로 잇달아 떨어져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2012년 4월 포천 시내 한 고물상에서는 사격장에서 사용된 불발탄이 유입돼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나 업주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관광객이 자주 찾는 산정호수 인근은 훈련 기간 대규모 군 병력과 차량, 장비 이동으로 일대 도로가 통제될 때면 1~2시간씩 교통체증을 겪기 일쑤라 지역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2014년 영중면 영평리에선 아파치 헬기 저공비행으로 축사와 주택 지붕이 날아가고 농작물에 피해가 발생하는 사고가 잇달았다.'화'만 부른 군소음보상법군 헬기장이 있는 양주시 가납리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군소음보상법 시행령(안)이 나오자 불만이 폭발했다. 법 제정 당시 기대와 달리 보상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보상을 받을 수 있는 소음대책 지역은 하루 동안 소음 평균치로 정해지는 데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소음피해를 호소하는 가납리 상당수 지역이 빠지게 된다. 게다가 헬기장 주변에는 소음측정소가 10곳에 불과해 광범위한 가납리 일대 소음피해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한 주민은 "측정소에선 고작 2번 정도 측정하는 게 전부라고 하는데 이렇게 해서 주민들이 겪는 소음피해를 어떻게 똑바로 잴 수 있겠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보상금을 정하는 기준도 훈련기간, 전입 일자, 근무지 등 다양한 변수를 포함하고 있어 얼마든지 감액될 수 있는 점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시 관계자도 "근무지나 사업장 위치가 군용비행장 정문으로부터 100㎞ 이내면 30%를 감액하고, 100㎞가 넘을 때는 보상금 전액을 삭감하도록 하고 있어 주민들의 반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사실 보상금 산정은 2010년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그간 물가상승 등의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이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일부에서는 군사시설로 똑같은 피해를 보는데 미군 주둔 지역과 차별을 두는 건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용산공원법'의 경우 보상비를 100% 지원한 사례도 있다.해결책은 정말 없나군 사격장 주변 주민 피해 대책이 나올 때마다 주민은 주민대로, 군은 군대로 불만을 쏟아낸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양측이 만나더라도 늘 평행선만 달리다 결국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갈등만 반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우선 주민들이 겪고 있는 피해를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측면으로 나눠 정확히 파악한 후 주민이 필요로 하는 대책과 지원사업 중심으로 지원방안과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한 주민피해 규모를 산정할 때 사격장과 떨어진 거리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기회비용 등을 반영하거나 사격장 운용 여건과 주변 지역 영향 등을 비교분석 지표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군 사격장 주변 주민들은 대체로 소음과 진동 등 실생활에 지장을 받는 것에 대해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시·군 관계자들은 "주민들이 특히 야간 사격에 대해 극도의 불만을 표출한다"고 입을 모았다. 군 사격장 실태조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주민피해 유발 요인에 따른 피해방지와 주민지원 방안이 각각 마련돼야 하나 우선 시행 중인 군소음보상법에 주민지원사업이 반영되고 피해 지역 지정기준과 보상금 지급기준도 조정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수십 년 간 국가안보 요충지 역할을 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묵묵히 인내하며 희생하고 있는 경기 북부 주민들이 최소한의 쾌적하고 안전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군과 정부는 대책 마련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일상 회복이라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김환기·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포천 승진훈련장서 포사격 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경인일보DB포천 주민들이 영평사격장 정문을 바라보며 소음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포천 영평사격장(로드리게스훈련장) 주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20여년 전부터 수거해 마당에 걸어둔 탄피 모습. /경인일보DB
77년 전인 1945년 10월. 언론 활동을 억압하던 일제의 신문지법 등 각종 규제가 백지화되면서 경기·인천지역 최초의 우리말 신문, '대중일보'가 탄생했다. 해방 이후 혼란이 가득한 공간에서 부조리를 고발하고 경기·인천지역 주민들과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던 지역언론 대중일보의 DNA는 지금의 경인일보로 이어져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언론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창간 77주년 역사에서 경인일보는 경기·인천주민들과 함께 웃었고, 눈물을 흘릴 때는 더 깊이 아파하며 우리 사회의 방향을 제시했다. 중앙과 지역을 넘나들며 정치·행정·사법·경제 등 사회 전 영역에서 권력의 '카운터 파트너'로서 불합리를 고발하고 싸워왔다.3社 통합 경기신문 등 거쳐 1982년부터 '현재 제호'1994년에 굴업도 핵폐기장 후보지 문제 조명 눈길'CU 편의점주 자살' 등 보도, 사회적인 큰 반향유료 구독 실종 건강한 저널리즘 구현 한계 현실지역주민 공론장 위한 재정지원 현실화 '수면 위'척박한 환경 속에서 언론의 사명을 이어온 경인일보 1945년 해방둥이 대중일보로 시작된 경인일보의 역사는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경기·인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끈질긴 생명을 이어왔다. 대중일보는 인천신보(1950년 9월), 기호일보(1959년 7월), 경기매일신문(1960년 7월)으로 이름을 바꿨다. 1960년 8월 창간된 인천신문은 경인일보의 또 다른 뿌리다. 인천신문은 경기연합일보(1968년 8월), 연합신문(1970년 10월)으로 이어졌다. 세번째 뿌리는 1966년 2월 창간된 경기일보다. 경기매일신문과 연합신문, 경기일보는 1973년 통합돼 경기신문이라는 제호로 주민을 만나기 시작했고, 1982년 3월부터 지금의 제호인 경인일보로 매일 아침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격동의 한국사를 관통해온 만큼 경영에 어려움이 닥칠 때도, 정론직필이라는 언론의 사명이 위협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독자들 앞에 당당한 신문을 내놓기 위해 노력해온 역사다.경인일보가 쌓아온 역사는 수 많은 특종이 함께 했다. 비록 1988년 언론시장 자율화 조치 이전까지 경기·인천지역 유일의 언론사였다는 점에서 영광의 순간들이 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1990년대 접어들면서 오랜 역사와 함께 쌓아온 '내공'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더 낮게, 더 넓게…. 경기·인천 주민과 울고 웃은 경인일보 1994년 불과 5가구가 살던 인천 굴업도가 핵폐기장 후보지로 선정된 문제를 다루면서 1994년 12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경인일보는 이후 숱한 특종으로 한국기자상과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는 등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사로 반향을 얻었다. 인천국제공항 건설 현장 노동 인권 실태를 보도해 열악한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처우를 다뤄 1999년 9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고, 그 다음달에는 관장약 파동사건을 보도해 관장액이 정식 의약품목으로 지정되는 데 기여했다. 유흥업소 청소년 출입의 실태와 문제점, 대책 등을 다룬 '인현동 화재참사, 그 후 1년…(2000년 10월)'이나, 민족적 울분을 폭발시킨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2002년 6월),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권익 보호에 담론을 제기한 '어느 청각장애인의 죽음(2005년 3월)', '恨 많은 음지인생, 기지촌 할머니들의 고단한 삶(2007년 5월)', '씨랜드 참사 잊었나. 또 둥지튼 불법시설(2011년 8월)', '다치면 죽는 대한민국, 제2의 석해균은 없다(2012년 4월)', 부조리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면서 한국기자상 수상으로 이어진 '용인 CU편의점주 자살 및 CU측 사망진단서 변조(2013년 6월)' 등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이끌어냈는데, 이들 기사 모두 주민들과 함께 호흡해온 결과다.권력의 카운터 파트너로서의 감시 역시 경인일보가 중요하게 지켜온 사명이다. 1994년 9월 경인일보는 '인천 북구청 세금 횡령사건'으로 말단 공무원에서부터 고위직까지 연결된 뿌리 깊은 세무 공무원 비리를 폭로했다. 이는 1995년 전국을 강타한 세무비리 수사를 이끌어내며 부정의 고리를 끊어내는 데 기여했다. '경기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등 정·관계 인사 줄대기용 교수 임용(2002년 5월)'과 '단국대 용인부지 용도변경·대출 의혹 권력층 개입 특혜 종합판(2003년 1월)' 등이나, '경기도 교육청 교장승진 등 인사비리 의혹(2003년 5월)'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발생한 강원도에서 골프 라운딩을 즐겼던 한나라당 고위 간부들의 모습을 보도해 큰 파장을 불러온 '한나라당 경기도당 수해 골프(2006년 7월)', '폭탄주에 취한 행정 감사(2004년 11월)', '학생들의 건강을 담보로 잡은 교육계(2009년 9월)' 등은 우리 사회 뿌리 깊은 도덕 불감증을 경고한 사건이었다.'모아저축은행, 58억원 새는 동안 내부 감시 작동 안했다(2022년 4월)'와 '우리 앞바다에 쓰레기 쓰나미 온다(2021년 7월)', '자살률, 지역을 보다(2021년 4월)', '라면 끓이다 화재 참변 당한 인천 초등생 형제(2020년 9월)', '서민 울린 대국민 사기극 전세자동차 원카(2020년 4월)' 등 경인일보 특종의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탈중앙·자치분권의 미래에 떠오르는 지역 언론, 경인일보 32년만에 대폭 개정된 지역자치법으로 자치분권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고, 앞으로 지역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커지는 지역의 권한과 역할에 맞춰 경인일보 역시 '주민들과 함께 울고 웃는 언론', '권력의 카운터 파트너'로서의 역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지난해 12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개정안(지역신문발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지역신문발전법이 상시화됐지만, 지역 신문이 처한 상황은 열악하기만 하다. 지역신문이 겪는 대내외적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건강한 저널리즘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포털과 SNS 등 거대 미디어의 등장으로 뉴스는 '무상의 공공재'라는 인식이 대중적으로 확산된 가운데, 단기간에 이런 분위기를 뒤집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유료 구독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보니, 신문사 경영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못해 건강한 저널리즘 구현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 유튜브 등에서 뉴스를 접하는 경우도 많은데, 특정 취향에 어필하는 콘텐츠로 승부를 하기 때문에 되레, 균형있는 뉴스가 외면받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역 신문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자치분권은 한쪽 날개를 잃은 새와 같다. 악화된 지역 언론계의 재정 상황을 제도적 개선을 통해 지역신문이 지역주민들의 공론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역신문발전법의 현실화와 재정지원 현실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사진/경인일보DB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1999년 10월 30일 인천 인현동 공사현장에서 불이나 건물 2층 호프집으로 번져 고교생 55명이 숨지는 등 13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편의점 점주 김모씨가 계약해지 문제로 인해 본사측과 갈등을 빚던 중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김씨가 운영하던 CU 편의점.전문보증기관과의 보증 계약을 앞세우며 허위 홍보를 해 물의를 빚은 전세자동차 1세대 업체 원카.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형제의 집.
세계로 뻗어나가던 기업들이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대두되고, 가치 소비가 확산되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토대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대기업들이 영세 소상공인들의 판로가 되기도 하고, 지역사회 후원에 앞장서기도 한다. 가려져 있던 로컬의 가치를 알리는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 로컬은 기업을 통해 가려져 있던 가치를 조명받고, 기업은 로컬을 통해 소비자들에 가까이 다가가고 사회적 책임을 실현한다. 기업과 로컬의 상생이 주목받는 이유다.ESG 경영·가치소비 확산에 기업들 지역 관심로컬의 가치 재조명·사회적 책임 실현 등 눈길갤러리아 광교점, 베이커리 명소들 팝업스토어맛집과 협업 인지도 UP·매출 증대효과 두토끼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3년 동안 74배 신장온라인 공간 새 활기·커머스 수익도 증가 '윈윈'마중물대리 등 기부 앞장 '착한 기업' 이미지 제고'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 아카데미' 로컬 접목도기업과 로컬, 함께 하니 '윈윈' 수원시 영통구에 소재한 베이커리 '오봉베르'는 크로와상으로 정평이 나 '빵순이·빵돌이'에게 명소로 통한다. '광교 카페거리 터줏대감'이란 상징성도 갖췄다. 이런 오봉베르가 지난 3월 4~17일까지 2주간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다. 보통 유명 백화점들은 자체 베이커리 등을 내부에 보유하고 있어 입점 문턱이 높지만, 갤러리아백화점은 지역 맛집들에게 문을 열었다. 오봉베르 팝업스토어를 열 당시 반응은 뜨거웠다. 빵을 하루에 최소 500개씩 구웠지만 금세 동이 났다. 오봉베르 관계자는 "백화점 한정 판매 빵을 선보이는 등 우리로서도 신규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이벤트를 같이 진행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소금빵 맛집인 '르페르 베이커리'도 오봉베르의 배턴을 이어받아 지난 3월 18일부터 4월 14일까지 약 한달간 갤러리아 광교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주말 기준 소금빵이 1천800개가 판매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르페르 베이커리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로 저희 매장을 알게 된 분들이 이제는 본 매장을 방문해준다. 매출 증대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갤러리아 광교점은 지난 2020년 개점 이후 식품관에서 지역 빵집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백화점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MZ세대 소비자를 사로잡고, 지역 빵집들은 집객력을 갖춘 백화점과의 협업을 토대로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누린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팝업스토어 매출이 1일 평균 200만~300만원에 이를 정도"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6월 판교점·중동점·킨텍스점 등에서 각 지역 유명 빵집들의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성남에 본사를 둔 네이버도 'SME(중소상공인)'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동네시장 장보기'가 대표적이다. 동네시장 물건을 네이버를 통해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에 따르면 올 2분기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 거래액은 2019년 대비 약 74배 신장했다. 주문건수도 61배 늘었다. 안양중앙시장, 구리전통시장, 수원 구매탄시장, 관양시장, 광명전통시장, 반딧불이연무시장, 부천상동시장, 평택 통복시장 등 도내 전통시장들이 다수 입점해 있다. 해당 서비스가 전통시장에 효자역할을 한다는 게 상인들 반응이다. 전통시장에 온라인 서비스를 결합해, 몇 번 클릭만 하면 원하는 물건을 집앞에서 받아볼 수 있는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동네시장으로 유입시켰다. 대형마트에, 온라인쇼핑 플랫폼에 밀려 점점 위축되던 동네시장은 온라인 공간에서 새 활기를 얻었다. 소비자들 역시 신선한 먹거리를 구매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네이버 역시 사용자가 늘면 늘수록,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방대해지면서 커머스 수익이 증가한다. 모두가 '윈윈'이다. 동네시장 장보기 성공에 최근 카카오도 전통시장 홍보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해 각 시장 점포를 홍보하는 것이다. 네이버쇼핑 서비스를 총괄하는 이윤숙 포레스트 CIC 대표는 "네이버가 보유한 IT기술과 다양한 서비스가 SME의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착한기업이 대세? 지역사회 후원 앞장서는 기업들화성시에 위치한 대리운전회사 마중물대리는 관내 학교와 봉사단체, 복지법인 등에 꾸준히 수백만원씩 기부하고 있다. 올 상반기 누적 기부액이 1천만원을 넘어섰다. 단순히 기부에 그치지 않고, 대리운전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연말마다 기부금 영수증을 전달해 연말정산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특징이다. 장경훈 마중물대리 대표는 "지역사회에 대한 기부는 단순히 남을 돕는다는 행복을 넘어, 기업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우리 회사가 망한다는 것은 '착한 회사'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에도 더이상 희망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전국에 120개 프랜차이즈 중식집을 두고 있는 보배에프앤비 역시 지역사회를 위한 기부에 앞장서는 곳이다. 올 상반기, 성남시 야탑동 본사 인근에 있는 행정복지센터에 취약계층을 위해 200만원을 기부했고 강원도 산불 피해 주민들을 위해 1천100만원을 쾌척했다. 또 성남시의 한 복지재단엔 청소년 장학금으로 200만원을 후원했다. 하반기엔 푸드트럭 운영을 통해 노인·아동복지시설, 농촌학교 등을 후원한다는 계획이다.ESG경영 기조가 확산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기업들의 사회 환원 활동은 회사를 성장시키는 동력으로도 작용한다. 지역사회에 대한 환원이 지역내 충성고객을 만들어내고 '착한 기업' 이미지가 기업 인지도 제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김진혁 보배에프앤비 대표는 "기업이 앞장서 ESG경영을 실천하고, 다양한 형태의 사회환원 활동을 지속한다면 브랜드 가치와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시장 점유율과 매출이 확대되는 효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효과가 증명되면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 주민들을 후원하는 일에 동참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힐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기업의 전문성이 개인 성장의 동력으로!지난해 10월 '재밌는 만들기'를 소재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이동수(유튜브_무빙수 MOVINGSOO)씨는 구독자·조회수가 쉽게 늘지 않아 채널 운영을 그만둘지 고민이 깊었다. 방법을 찾다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콘텐츠진흥원의 '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 아카데미'에 지원했다. 그런데 교육 프로그램이 상상 이상으로 전문적이었다. 이씨는 "영상 편집부터 촬영구도, 알고리즘, 저작권 관리, 세금계산서와 같은 기본적인 일부터 맞춤형 채널 피드백까지 과정이 알차게 구성됐다"며 채널 운영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이 인기를 끌면서 이씨처럼 이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는 1인 크리에이터도 덩달아 부상하고 있다. 1인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제작한 영상 등을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개인 창작자를 일컫는다. 진입 장벽이 없다는 점은 장점임과 동시에 단점이다. 수입원으로 삼을 만큼 채널을 성공 궤도에 올리기까지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성공하려면 차별성과 전문성이 필수적이다. 이씨가 참여한 '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 아카데미'는 1인 크리에이터들의 성공을 돕는 교육과정이다. 국내 대표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크리에이터 기획사) 중 한 곳인 샌드박스네트워크가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는 게 특징이다. 1인 크리에이터들로선 대표적인 MCN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다보니 만족도가 높다. 제작 지원에 참여한 최성국(유튜브_최작가TV JaggaTV)씨 역시 "샌드박스네트워크에서 전문적인 교육·멘토링으로 성장을 돕는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로서도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참신한 콘텐츠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아카데미 운영에 '로컬'적 요소를 접목한 것도 특징이다. 500만원 가량의 제작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2017년부터 운영하다, 올해 2천여만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추가했다. 제작 지원을 받으려면 로컬 콘텐츠 3개를 포함해 총 10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최성국씨 역시 '캠핑 후 들를 수 있는 좋은 경기도 관광지' 등을 주제로 로컬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서승택·윤혜경·김동필기자 hyegyung@kyeongin.com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현대백화점이 5월 27일부터 6월 2일까지 진행했던 '우리동네 빵집' 팝업스토어. 판교점 팝업스토어의 모습.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네이버 장보기' 서비스가 활성화된 평택 통복시장. /경인일보DB마중물대리가 오산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후원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중물대리 제공보배에프앤비가 성남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장학금을 후원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보배에프앤비 제공
창업에는 많은 땀과 눈물이 필요하다. 참신하고 시장성이 뛰어난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현시킬 인력과 자금이 필수적이다. 법무와 세무 등 신경써야 할 업무도 적지 않다. 기업인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일 때가 많다.아프리카 속담 중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는 신생 기업에도 어김없이 해당한다.스타트업이 성장해 강소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우리나라 경제 발전 전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인 만큼, 탄탄한 창업 생태계 구축은 반드시 필요하다.창업 생태계의 핵심은 스타트업과 투자사, 공공 지원 기관 등의 단단한 네트워크, 공동체 형성에 놓여있다. 지방의 작은 새싹기업이 세계를 선도하는 유망기업으로 거듭나는데 창업 공동체가 필수적인 이유다.될성부른' 새싹, 튼튼한 나무로 키워내기까지 의료기기 제조기업 웰스케어는 2018년에 창업해 만 4년이 된 새싹기업이다. 콜드 레이저 기술을 토대로 가정에서도 쉽게 각종 통증을 완화하는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가정용 의료기기 중에선 가장 고도화된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인증받았다. 아마존 등에 입점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먼저 웰스케어의 의료기기를 주목하기 시작했는데, 지난해엔 한국 의료기기 기업 중에선 처음으로 '미국판 하이마트'인 베스트바이에 입점했다. 미국 의료계에선 콜드 레이저 기술의 효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추세라 사업 영역이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북미 시장을 사로잡은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은 많은 것이 필요했다. 2019년 아마존 입점 후 미국·캐나다 시장에서 수요가 증가하자 제품을 다량으로 생산하기 위한 공간이 절실했다. 그러나 의료기기를 제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공간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벤처창업보육센터가 '열쇠'가 됐다. 그 이후 웰스케어와 창업보육센터는 동반 성장 중이다.경과원 창업보육센터는 입주 기업을 선정하는 단계에서부터 매우 신중하다. 웰스케어처럼 비전과 사업계획이 뚜렷하고 창업 아이템이 시장성 등을 갖춰야 한다. 입주를 신청하는 기업의 사업계획서를 세세히 검토하고 인터뷰도 진행한다. 빈 사무실을 채우는데 급급할 게 아니라, 새싹을 튼튼한 나무로 만드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게 경과원 창업보육센터의 취지다. '웰스케어' 의료기 제조기업 창업 4년차아마존 입점후 제품 다량 생산 공간 절실경기벤처창업보육센터 입주로 문제 해결입주한 기업에는 각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지원에 방점을 두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창업 기업이라도 분야와 소재 지역,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사항이 천차만별인데 센터에선 입주 기업들과의 밀접한 소통을 통해 새싹기업들의 빈틈을 메워간다. 다수의 스타트업이 대표 기업인의 기술력이나 아이디어에 의존할 뿐 경영 전반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선 인지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적정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나 사업 등을 연계해주거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선배 기업들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일 등까지 두루 돕는다. 기업 현장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지방 공공기관의 특성과 장점을 잘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이런 점에 힘입어 경과원 창업보육센터는 9년 연속 도내 창업보육센터 중 최우수 센터로 선정됐다. 센터가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입주한 기업들이 유망한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은, 운명 공동체로서 일선에서 함께 호흡하며 선순환을 통해 탄탄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한 데서 비롯된다. 센터 관계자는 "기업들의 특성과 상황을 하나하나 파악해 1대1로 세심하게 컨설팅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창업 공동체 통해 '로컬 스타트업' 가치 알린다 지난해 4월 창업한 얼리페이는 유동성 위기를 겪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카드 결제가 늘고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주문 비중이 커지며 온라인 플랫폼 사용도가 높아진 가운데 소상공인들로선 결제 대금이 짧게는 이틀, 길게는 2주 뒤에 입금된다. 얼리페이는 서비스에 가입한 소상공인들에게 먼저 대금을 입금해주고, 나중에 카드사·플랫폼 업체로부터 해당 대금을 받는 '선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시에 각 소상공인들에게 매출이 어느 카드사·플랫폼에서 얼마만큼 발생했는지, 어느 시간대에 가장 매출 발생이 많고 적었는지 등을 분석해 안내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자금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가맹점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이런 얼리페이가 현재 방점을 두는 것은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다.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점을 알려야 이용자도 늘어나고, 투자도 유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27일 장환성 얼리페이 대표는 투자사 관계자들 앞에 섰다. 7분간 얼리페이가 어떤 비전과 사업계획을 갖고 있는지 설명했다. 투자사 관계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침착하게 답변했다. 이날 장 대표는 전국 19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동으로 개최한 IR(투자자 대상 홍보) 행사 '쎄쎄투'에 참여했다.스타트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자금 유치인데, 많은 투자사들이 상대적으로 서울에 집중돼있는 만큼 지역 스타트업들로선 투자사들을 만나는 일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벤처 캐피털(VC)이나 엑셀러레이터(AC)들도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지만, 지역 스타트업들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이 합심해 공동 IR 행사를 기획한 이유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중소벤처기업부, 전국 17개 시·도 등이 협업해 창업기업 지원을 위해 설립한 기관이다. '얼리페이' 작년 4월 선결제 서비스 출시온라인·플랫폼 결제대금 선입금 후정산지역 스타트업 공동투자자 홍보행사 도움그동안은 해당 지역 스타트업을 지원하는데 매진했던 각 센터들이 일종의 창업 공동체를 구축해, 가려져있던 로컬 스타트업들의 면면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투자사들은 전국의 유망한 스타트업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고, 지역 스타트업들 역시 투자 유치 기회를 얻게 돼 호응이 일었다.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석준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서울지역 외 스타트업들로선 투자사들을 만나는 일조차 쉽지 않다. 투자사들도 지방에 소재한 좋은 스타트업을 아는데 한계가 있다"며 "지역 스타트업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의 유망한 스타트업들을 한데 모으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한편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도 지난달 14~23일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계하고 선·후배 기업들이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스타트업&아트 페스티벌'을 대대적으로 개최했다. 이 중 스타트업 815는 각 기업의 성장 단계와 특색에 맞춰 지난해부터 진행돼온 IR 행사다. 경기중소벤처기업청, 가천대학교, 수원대학교 등과 협업해 모두 127개사가 투자 유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대기업들이 원하는 기술·서비스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연계해주는 '오픈 이노베이션 밋업'도 함께 진행됐다.[인터뷰] 유승경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 "스타트업 육성·창업생태계 구축, 기업 특성에 맞는 현장밀착 지원"유승경(사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은 경제학자다. 원장 취임 전 기업에서, 연구기관에서 일하며 경제주체로서의 공공의 역할을 고민하고 연구해왔다. 그런 그가 바라보기에 창업과 스타트업의 중요성은 단순히 일자리 창출에만 있지 않다. 새로운 기술에 의해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고, 그 기업이 경제 성장을 이끌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주축으로 자리하는데 그 '새로운 기업'의 출발점은 스타트업이다.유 원장은 "전통적인 대기업들이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어 성장을 견인하는 측면도 있지만, 발돋움한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측면이 크다. 이에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탄탄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경제 발전 측면에서 중요한 일이다. 김동연 도지사가 판교, 나아가 경기도를 '스타트업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것도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인 경기도로선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스타트업이 새로운 시대의 주축으로 거듭나려면 공공, 그 중에서도 기업과 가까이 있는 지방 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유 원장의 생각이다. 경과원 원장으로서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를 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해 누구나 창업을 꿈꾸는 경기도를 만드는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유 원장은 "민·관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해 스타트업들이 투자자들과의 접촉면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각 기업의 특성과 성장단계에 맞는 지원사업을 적절히 연계하는 일도 필요하다. 우수한 창업 기업을 발굴하고 맞춤형으로 지원하는데 중점을 둬왔는데 앞으로도 현장 밀착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벤처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웰스케어는 콜드 레이저 기술로 미국 시장을 사로잡은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이다. 이성원 웰스케어 대표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동으로 개최한 IR 행사 '쎄쎄투'에 참가한 장환성 얼리페이 대표가 투자사 관계자들 앞에서 얼리페이를 소개하고 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제공
8년 만에 비극은 반복됐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우리 사회는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2022년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막지는 못했다.제도와 시스템이 만능은 아니다. 위기 가구가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 상황에서 수많은 제도와 시스템은 공허할 뿐이다. 위기 가구를 이끌고 인도할 지속 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답은 이웃이다. 마음 편히 고통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이웃, 나 대신 내 불행을 알려줄 이웃, 우리 사회엔 공동체가 필요하다. 복지의 완성은 이웃 공동체다. '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또다시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제도와 시스템을 보완하기 시작했다. 위기가구 발굴 정보를 34종에서 39종으로 늘렸고, 자신이 복지 대상임을 확인할 수 있는 '복지멤버십 제도' 가입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했다.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도 강화하기로 했다. 제도와 시스템 확충만이 비극을 종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위기가구를 발굴해도 복지 수혜 대상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복지 사각지대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발굴한 도내 위기가구는 21만3천748명이지만, 실제 복지 혜택을 받은 가구는 26%에 불과했다. 송파 비극 이어 8년만에 수원 세모녀 사건정부 발굴정보·복지멤버십제도 확대 운영기초생활수급자 기준 완화 필요성도 제기이처럼 위기가구를 발굴해도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의 인력 부족 때문이다. '수원 세 모녀 사건'처럼 위기가구일수록 스스로 고립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복지 체계 안으로 들어오게 하려면 지속적인 설득이 필요한데, 현재 인력으론 불가능한 실정이다. 도내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공무원 수는 2천18명인 반면, 위기가구는 20만9천785명이다. 공무원 1인당 104명을 맡아야 하는 셈이다.1인당 104명 관리해야…찾아갈 수 없는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혼자서 80여 위기가구를 혼자서 담당했던 이정은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부장은 "고립되는 위기가구들은 대체로 방문 인력을 거부하는 편이다. 초기에 심리적으로 안정을 줄 수 있는 관계 형성이 중요한데 방문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전문가들은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인력을 확대하고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이 현장에 몰두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평상시 마음 털어놓을 주변의 존재 필요통반장·명예사회복지공무원 등 정식 고용북유럽·日, 지역 중심 돌봄시스템 갖춰져더 나아가 복지 기준을 완화해 위기가구가 공적 서비스 혜택을 더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바꾸자고 말한다. 복지 선진국과 비교해 봤을 때 현재 한국의 공적 서비스 수혜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이다.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독일은 '비간주 자산'을 적용해 위기가구가 쉽게 공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수혜에 관대한 편"이라며 "서유럽 국가는 인구의 10%가 기초생활수급자인데 우리나라는 200만명이 채 안 된다.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공백은 필연적으로 발생, 이웃 공동체 만들 필요인력을 확보하고 복지 기준을 강화해도 위기가구가 고립을 택하면 복지 사각지대는 생기기 마련이다. 행정망의 한계를 좁히는 대책이 필요한 셈이다.전문가는 복지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선 이웃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평상시에도 마음 편히 고통을 털어놓고, 자신의 불행을 대신 알려줄 이웃 공동체가 있으면 위기가구도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이다. 이에 통반장, 명예사회복지공무원 등 직위만 부여할 게 아니라 직원을 정식으로 고용해 이웃 공동체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일상생활 곳곳까지 행정이 들어가긴 어렵다. 동사무소에 가지 않더라도 이웃을 통해서 충분히 자신의 불행을 알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북유럽이나 일본 같은 경우 지역 중심 거점의 돌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이웃 주민들이 다른 이웃을 돌보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찾아가는 이웃들, 마음을 여는 이웃들 독거노인, 자립준비청년, 외국인은 사회 취약계층으로 꼽힌다. 대체로 이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고립되지 않고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이웃 공동체가 필요하다.경기도에도 이웃 공동체는 있다. 안산 일동경기행복마을관리소는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동네관리소다. 지자체에서 고용한 11명의 '지킴이'가 이웃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을 찾아 집수리, 공유 부엌, 공유 냉장고 등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폭우 같은 자연 재난 시에는 지킴이들이 마을 곳곳을 순찰하며 이웃의 안전을 살핀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일동경기행복마을관리소는 지난해 개최한 경기행복마을관리소 우수사례 발표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경기 자립지원센터내비두는 자립준비청년이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을 하는 센터다. 보호시설을 떠나면 2~3년 기간에 경제적·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자립준비청년들을 발굴하고 돕는 활동을 한다. 안산 일동경기행복관리소, 집수리서비스경기 자립지원센터, 멘토 초청 상담 도움용인외국인지원센터, 자조모임·고충상담자립준비지원금을 계획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경제 교육을 하며 선배 자립 청년을 멘토로 초청해 상담도 진행한다. 2016년부터 활동을 해왔으며 지금까지 연락을 유지하는 자립청년은 36명이다.용인시외국인지원센터는 용인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정착을 돕고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센터다. 소외된 외국인 발굴을 위해 직접 사업장 또는 산하 기숙사에 찾아가 물품을 지원하고 고충 상담을 진행한다. 복지 대상에 포함되지만 이를 모르는 외국인에겐 담당 기관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 개관한 지 2년 됐지만 현재 35개 국가의 1천300여명이 센터에 가입했다. 이웃이 직접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면 관계 형성도 쉽고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시외국인지원센터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한국에 정착해야 하는데 말이 서툴러 자주 방황하고 소외되곤 한다. 직접 찾아가 자조 모임이나 동아리 등 여러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면 마음을 여는 외국인분들이 많다. 그럴 때 대체로 만족도가 높아 모임을 계속 이어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안산 일동경기행복마을관리소 '지킴이'가 마을 독거노인 가구를 방문해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 /안산 일동경기행복마을관리소 제공지난 9월 25일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가 개관 2주년을 맞아 외국인 주민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두다함께다같이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 제공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이란 뜻의 크리에이터(creator)가 더해진 용어로, 지역의 문화와 관광·자원 등을 토대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거나 지역 문제를 해결해 내는 사람을 뜻한다.이들의 활동 배경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삶과 지역의 정체성이 함께 녹아있다. '돈이 되는 것'과 '돈이 되지 않는 것'의 경계에서 다양한 고민과 시도를 통해 지역이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된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과연 어떤 현실과 미래를 보고 있을까.편집숍 '디드'를 운영하고 있는 김성겸 대표(이하 김), 도시기획을 하는 '공존공간'과 술을 콘텐츠로 한 '팔딱산'을 운영하고 있는 박승현 대표(이하 박), 디자인 레이블 '피큐알 크리에이터스' 천인우 실장(이하 천) 등 수원 행궁동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로컬 크리에이터 3명과 함께 이야기 나눠봤다. 수원에서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김) 수원에서 태어났다. 할머니께서 시장에서 포목점을 하셨고, 아버지도 근처에서 장사하고 계신다. 동네에서 장사하는 것이 저에겐 익숙한 일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이 동네에서 없던 것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해 시작했고, 해외 대도시에서 느꼈던 분위기를 우리 동네에서도 느낄 수 있게 차별화했다. 개인적인 프로젝트로는 '디스 이즈 수원'이라고 해서 수원의 이야기를 신발이나 패션으로 재해석해 굿즈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한다. 예를 들어 지역의 아티스트와 협력해 해외의 갱스터, 힙합 문화를 지역과 연관시킨 아트워크를 만들어 티셔츠 판매를 하기도 했다. 할머니·아버지 장사하시는 익숙한 공간지역 담은 신발·패션 재해석 굿즈 제작멋을 아는 친구 더 나타나서 활동해주길(박) 해외를 여행하다가 오니 우리 동네가 좋더라. 쉽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그래도 내가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내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좀 느리고 불편할 수 있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활동하는 것이 내가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며 시작한 '공존공간'이 벌써 10년이 넘었다.(천) 호기롭게 30살에 사업을 시작해서 서울에 진출했고, 망했고 사기당했고, 여러 시련을 겪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상처받았다.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수원으로 돌아온 게 비참했는데, 오히려 기회가 여기에 있었다. 처음엔 책방으로 시작했는데,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 싶었다. 지금은 고객들과 눈앞에서 만나고, 스타트업을 돕거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눈다. 수원은 저에게 고향인데, 다시 저를 환대해 준 고마운 곳이다. 지역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는데, 로컬 크리에이터가 본 현실은 어떤가 (김) 최근 몇 년 사이 광교가 많이 발달했고, 영통도 꾸준히 발달하며 그 와중에 행궁동이란 도심이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이곳에서 1세대라 불리며 장사하신 분들 대부분이 이탈했을 거다. 긍정적으로 보면 도심이 발달했지만,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정체성을 잃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자본의 힘으로 돌아가는 동네로 바뀌고 있다.(천) 로컬의 시장은 규모나 수요가 굉장히 제한적이다. 무조건 기회의 땅은 아니라는 거다. 행궁동만 봐도 매력적인 상권처럼 보이지만, 장사가 안될 때는 하루에 한 두 테이블 받았다고 하는 사장님들도 계신다. 수요가 많다는 것은 자본이 투입되는 과정이다. 요즘 계속 학습하는 것이 왜 포토부스가 행궁동에 계속 생길까 라는 부분이다. 아쉬운 부분이 솔직히 있지만 구조는 이해된다. 포토부스 이후에 이곳이 어떻게 변할까 같이 토론도 해보는데, 공간에 프리미엄이 붙어 되팔리는 시장에서 피해는 로컬 사장님들이 받게 된다. 임대료는 올랐는데 들어올 사람이 없어지게 되는 남문의 공동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해외여행 하다가 오니 우리 동네가 좋아서울 비하면 저렴한 물가… 창업에 유리동네 좋게하는데 이유없어 원래 해야할 일 (박) 자본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대세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야 한다. 로컬 크리에이터와 지역의 생산자들이 좀 더 주목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로컬 안에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데 자본과 만나면 거의 다 진다고 본다. 이런 것들을 행정이나, 중간지원조직, 언론에서 주목해줄 필요가 있다. 이미 지역에서 축배를 든 분들은 성과를 봤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서 살고 있던 사람들이나 일상을 만들어가는 사람으로서는 이 공간이 소중하고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지역에서 활동해보니 어떤 점들이 좋은가(박) 행궁동은 문화유산으로서 화성성곽, 저층 주거지 등 좋은 키워드를 갖고 있어서 언론이든 미디어든 상업적으로 사용하기 좋다. 또 주민들에게도 자부심이 있는 곳이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느리게 사는 곳,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곳을 찾다 보니 더 주목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행궁동의 장점 중에 하나는 사업을 하기에 싸다는 거였다. 지금도 따지고 보면 물가는 서울에 뒤지지 않지만, 임대료 등의 부분에선 아직은 좀 더 싸다. 물론 그 매력이 몇 년 전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창업한 분들이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아서 출퇴근 시간과 그에 드는 비용이 적다. 기본적인 경제효과가 내가 사는 근처에서 이뤄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답이다. 서울서 사업 망하고 환대해 준 고마운 곳행궁동 빠르게 변하고 소멸 아쉬운 마음다름 보여주는 행동… 행궁동 느낌줄 것 (천) 서울에서 나는 루저였는데, 우리만의 색깔이 있는 작업을 하려고 했을 때 용인하지 않는 타이트함이 있었다. 완벽하게 자본과 전문성을 가진 곳들이 결합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저희는 그것의 단역일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지역은 다양한 시도를 자유롭게 해볼 수 있는 구조이다. 다양한 샘플링이라는 인풋이 들어가야 좋은 아웃풋이 나온다. 지금 운영하는 레이블도 수원에서 한 다양한 시도들의 결합체이다. 특히 행궁동은 수원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 연대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축제도 기획했는데, 수원에 대한 애정과 우리가 주도해야 하는 변화를 기대하면서 사업모델이 다름에도 다 같이 의기투합해 즐겁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갖는 즐거움 혹은 사명감이 있다면(김) 재미있는 것을 다시 재조명하는 게 재밌다. 원래 있었던 건데 잘 몰랐던 것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동네에 사는 사람들에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천) 지역 특유의 고유성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각자의 언어로 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치있게 끄집어낼 수 있는 지역적 요소들은 서울에서 할 수 없는 거다. (박) 봤을 때 직관으로 느껴지는 것을 좋아하는데, 로컬이라는 키워드로 실험하는 것들에 대해 알아봐 주시는 게 반갑고 좋았다. 서로 인증하는 느낌인데, 그런 부분에서 저는 이곳이 안락한 공간이라고 느낀다. 사실 다들 고되실 거다. 10년 전 행궁동에 공존공간을 만들었을 때 왜 굳이 그런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내 동네를 내가 좋게 하겠다는 데 이유가 있을까. 내 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집이 되고 마을이 된다. 내 몸을 내가 건강하게 하는 데 이유가 없듯, 어떻게 보면 원래 해야 하는 거고 당연한 거다. (천) 이곳에서 버텨주는 것만으로도 다음 세대들에게 좋은 지표가 될 것 같다. 로컬 크리에이터와 지역, 앞으로 어떻게 될까(김) F&B만 강하고 다른 부분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뭔가 보여주기에 내공이 부족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 어중간하게 하면 멋이 없어서, 멋을 아는 사람들이 함께 활동해줬으면 좋겠고 앞으로 그런 친구들이 나타나면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천) 행궁동은 빠르게 변하고 소멸한다. 템포가 느린 동네에서 빠른 동네가 됐다. 그런 부분이 아쉽기도 한데,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자는 마음도 있다. 그 안에서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해보는데 파격적인 것을 해보고 싶다. 테이블을 줄이고 굿즈 숍을 넣는다든지, 야외에서 다른 크리에이터들과 같이 장사를 하는 것과 같은 다름을 보여주는 행동이 과거 제가 처음 행궁동에 왔을 때 느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같이 나누는 문화를 계속 기획한다면 '행궁동의 느낌은 이런거야'라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저희는 분명 자본에게 질 거다. 하지만 장렬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있을 거다. 우리는 정말 재미있었다라고.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피큐알크리에이터스 천인우 실장과 공존공간 박승현 대표, 편집숍 디드 김성겸 대표가 수원 행궁동 일대를 기반으로 한 청년 크리에이터의 삶과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소연기자 parksy@kyeongin.com편집숍 '디드' 김성겸 대표.도시기획 '공존공간' 박승현 대표.'피큐알 크리에이터스' 천인우 실장.
'국제도시' 인천의 역사는 깊다. 1883년 인천항(제물포)이 개항하면서 지금의 중구 일대엔 청나라와 일본뿐 아니라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서양 국가들의 조계지(외국인 거주구역)가 형성됐다.당시 각국의 외국인이 인천 개항장 일대를 중심으로 인천에 자리를 잡으며 살아갔다. 전 세계의 새로운 문물과 사람이 모이면서 인천은 그야말로 국제도시로 발돋움했다.오늘날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이 있는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많은 외국인이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국내를 오가고, 인천에 정착하는 이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인천에 머물고 있는 외국 국적 동포와 등록외국인은 지난 6월 말 기준 10만1천547명에 달한다. 외국 국적 동포, 결혼이주민, 난민 등 정착한 이유도 제각각인 이들은 인천에서 원주민과 소통하고 저마다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지역사회에 녹아들고 있다. 고려인 정착 함박마을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은 원주민과 고국이 한국인 외국 국적 동포인 고려인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인천에 정착한 고려인은 지난달 기준 1만4천257명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대다수가 함박마을 등 연수구에 터를 잡았다. 고려인은 일제 강점기 무렵에 농업 이민, 항일 독립운동, 강제동원 등으로 조국을 떠나 머나먼 이국땅에서 살아야 했던 이들과 그 후손이다. 외국동포·등록외국인 등 10만1547명함박마을, 정부 '도시재생 뉴딜'에 선정고려인·원주민 주민協 상생 머리맞대교류공간·한국어수업 등 공모사업도 "무엇을 먹을까요, 비빔밥을 먹어요." 최근 함박마을에 있는 디아스포라연구소에 가봤다. 한 교실에선 한글 수업이 한창이었다. 함박마을에 사는 고려인 가족 5명이 교재를 펴놓고 큰 소리로 한글을 따라 읽고 있었다. 한 손엔 연필을 들고, 따라 읽은 문장을 한글과 러시아어로 공책에 받아쓰기도 했다.고려인 2세인 니로자(71)씨가 카자흐스탄을 떠나 함박마을에 정착한 지 2년이 지났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가르쳐준 간단한 인사말 외에는 한국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했던 니로자씨는 지난 2년 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실력이 제법 늘었다고 한다. "처음엔 시장에 가서 과일이나 채소를 살 때에도 한글과 한국말을 몰라 힘들었다"는 그는 "이웃들과 소통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조금 어렵지만 재미있고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니로자씨처럼 이곳에서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고려인 가족은 모두 10명이다.이들이 듣는 수업은 연수구 함박마을 도시재생사업의 주민공모사업 중 하나로 진행되고 있다. 함박마을은 2020년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함박마을 도시재생사업은 지역 특성에 맞춰 고려인과 원주민이 상생하는 마을 만들기를 목표로 한다. '상생교류소', '세계음식문화공간', '세계문화상품 창작소' 등 고려인과 원주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어 수업뿐 아니라 공예품 만들기, 합창단 등 함박마을 주민들을 위한 주민공모사업도 발굴하고 있다.함박마을 도시재생사업을 이끌어가는 건 고려인·원주민 30여명으로 구성된 주민협의체다. 협의체에선 원주민과 고려인이 함께 함박마을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주민협의체 부위원장인 고려인 최제냐씨는 "함박마을에는 원주민, 고려인들이 수년간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그동안 의사소통의 문제로 교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 도시재생사업을 계기로 원주민과 함께 아름답고 특색 있는 함박마을을 만드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아랍 등 이주여성 공동체인천 연수구에는 이주인권단체인 한국이주인권센터가 있다. 아랍 여성 등 인천에 정착한 이주여성들의 모임인 '오아시스 와하'를 운영하는 곳이다. 이주여성들이 인천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2018년 처음 만들어진 오아시스 와하엔 현재 60여명의 이주여성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지난해 이주여성들은 인천에서 살아가면서 얻은 생활 속 지식과 경험 등을 담은 '인천 생활가이드'를 전자책(e-book)으로 펴냈다. 올해는 교육·보육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담은 전자책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 인천에 정착할 이주민 가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이들은 '우리동네 와하봉사단'을 결성하기도 했다.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합쳐져 봉사단이 만들어졌다. 봉사단은 지난 8월 연수구 옥련동 새싹공원 주변의 거리를 청소하고, 어르신들에게 직접 만든 쿠키를 선물하면서 첫 활동을 시작했다. 아랍 등 이주여성 모임 '오아시스 와하'생활 가이드 전자책 발간·봉사단 활동부평구, 미얀마인 거점 민주화모금운동아프간 특별기여 19가구 85명 터잡기도부평과 미얀마 민주화 운동인천 부평구에는 미얀마에서 온 이주민이 대거 정착해 살고 있다. 주말이 되면 부평역은 한국에 유학 중인 학생, 노동자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미얀마인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소가 된다. 부평구엔 미얀마 불교사원도 있다.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정부 주요 인사들을 구금하면서 미얀마 현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운동은 지난달 23일로 600일째를 맞았다. 국내에 있는 미얀마인들은 부평구를 거점으로 삼아 다양한 경로로 자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부평구에선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에 맞서 싸우는 미얀마 시민들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이 진행되기도 했다.새 이웃 아프간 특별기여자탈레반이 점령한 조국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을 떠나 지난해 8월 한국에 도착한 아프간 특별기여자 중 일부도 인천에 터를 잡았다. 이들은 아프간에서 우리 정부의 활동을 지원해 온 현지인과 그 가족들이다. 인천에는 현재 아프간 특별기여자 19가구(85명)가 살고 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자녀 25명은 지난 2월 인천시교육청 학력심의위원회를 거쳐 지역 초·중·고교에 각각 입학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아프간 특별기여자 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필요한 통역 지원도 하고 있다"며 "아프간 특별기여자 학생들이 인천에서 잘 적응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함박마을에 사는 고려인과 그 가족들이 지난달 14일 함박마을 도시재생사업의 주민공모사업인 '함박꽃 피는 공예마을'에서 쿠키 만들기를 하고 있다. /함박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제공지난달 28일 찾은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의 디아스포라연구소에서 고려인과 그 가족들이 함박마을 도시재생사업의 주민공모사업 중 하나인 '우리나라 생활 기초법질서, 언어문화 교육'을 듣고 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아랍계 이주여성봉사단체 우리동네 와하봉사단원들이 지난 8월 인천시 연수구 새싹공원에서 어르신들에게 직접 만든 쿠키를 나눠 드리고 있다. /경인일보DB'오아시스 와하'의 인천 이주여성들이 지난해 인천에서 살아가면서 얻은 생활 속 지식과 지혜를 담은 '인천 생활가이드'를 전자책(e-book)으로 펴낸 뒤 제작 기념회를 하고 있다. /한국이주인권센터 제공미얀마 민주화 운동이 300일째를 맞은 지난해 11월 인천 부평구의 한 마트에 현지 난민들을 위해 전국 곳곳에서 보내 온 방한용품이 담긴 택배상자들이 가득 쌓여 있다. /경인일보DB
화창한 날씨와 풍성한 식탁으로 한 해 명절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추석이다.특히 여름 휴가와 방학 이후 많은 이들이 기다려왔던 연휴건만, 주말이 끼어버린 올 추석의 야속한 위치선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 추석은 9월 10일, 연휴는 금요일인 9일부터 대체휴일인 월요일(12일)까지 4일간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추석 연휴를 관통하고 있어 간단하게 연휴를 보내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최근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성인남녀 1천580명을 대상으로 추석 귀향 여부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 꼴(37.0%)로 고향에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지난해와 달리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음에도 결코 적지않은 수의 사람들이 귀성길에 오르지 않겠다고 했다.또 연휴가 짧아 고향에 간다고 해도 머무는 시간은 하루(29.3%)나, 이틀(33.6%) 정도로 짧게 계획하고 있었다.연휴가 짧아도 연휴는 연휴, 가족들과 또는 친구들과 추석 연휴를 보다 활기차게 명절을 채울 만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핫'한 운동, 남녀노소 누구나 '팡, 팡' 실내 테니스몸이 안 따라줘도 'OK'… 마음만은 나달·조코비치 긴 연휴만큼 너도나도 하는 운동을 접할 좋은 기회도 없다. 낮은 비용에 상대적으로 운동량까지 많아 테니스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문제는 예측하기 힘든 궂은 날씨. 이럴 땐 실내테니스장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프라이빗'한 점도 강점이다. 처음 테니스를 배우는 데 사방에서 모여드는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이미 회원들로 북새통인 실내테니스장도 여럿 있다. 포털 검색 사이트에서 수원, 용인, 화성 등 지역의 '실내테니스장'만 검색해도, 초심자들이 가격과 환경 등을 고려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운동할 수 있는 곳들이 많다. 또 테니스를 잘 쳐도, 그렇지 못해도 가족, 친구들과 게임 삼아 이용할 수 있는 '스크린 테니스장'도 도심 곳곳에 생겨나고 있으니 어려운 운동이라는 편견을 깨고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수원 권선동에서 실내테니스장을 운영하는 손모(42)씨는 "젊은 세대는 물론 가족단위로도 많이 찾는다"며 "수요만큼 테니스장도 많아져 이용객들의 선택폭도 넓어진 게 현주소"라고 설명했다. 처음이어도 괜찮아. 실내 양궁우리가 누굽니까… '활의 민족' 준비하시고 쏘세요 이번 추석 땐 나도 안산, 김제덕 국가대표 선수 처럼 양궁 금메달리스트가 되어볼까. 날씨 관계없이 실내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양궁카페(양궁장)가 인기다. 올림픽에서 사용하는 활과 완전히 동일한 '리커브(정통식) 보우(bow·활)', 아직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 전이지만 또 다른 종류인 '컴파운드(기계식) 보우'가 모두 비치돼 2~4m 남짓 거리의 사로에서 양궁 체험이 가능하다. 이처럼 민간이 운영하는 양궁카페는 인천·경기지역 내 도심지 번화가 곳곳에 위치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성인 이외 어린 아이들도 사용 가능한 비교적 경량의 활도 준비돼 있어 가족 단위 방문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일반적으로 30발가량 사용 기준으로 1만~1만5천원대 가격이 형성돼 있으며, 생각보다 활 사용법이 어렵지 않아 첫 방문이라 하더라도 직원의 단시간 설명을 듣는 것 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추석 연휴에도 휴일 없이 운영되는 매장들이 적지 않아 명절 식사 후 가족들과 간편한 운동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가족들과의 우애를 낚는 강태공 돼볼까.'실내낚시터의 대변신' 가족과 짜릿한 손맛 "히트" 명절에 집을 나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가 얼마나 될까. '실내낚시'도 어쩌면 그중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만선'의 큰 꿈을 품었던 초로의 어르신부터 '고기잡이'에 호기심을 가진 아이들까지 무리 없이 접할 수 있는 게 바로 실내낚시다.칙칙한 지하에 어두운 조명만이 내리깔린 옛 실내낚시터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신 천장에서 폭포처럼 물이 흘러내리고 다양한 조명과 분위기를 살려주는 음악이 이용객들을 맞는 게 오늘날의 실내낚시터의 모습이다.다양한 연령층의 입맛을 맞추고자 낚시터도 그만큼 변한 것이다. 붕어·잉어·메기·향어 등 업장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잡히는 어종도 다양하다.입소문을 타고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용인 신갈동에서 실내낚시카페를 운영하는 이모(28)씨는 "운영한 지 2년이 좀 넘었는데 주말에 많게는 60명이 찾으며 이용객의 숫자가 꾸준하다"며 "모르는 게 있다면 직접 찾아가 설명해드리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대가 부담 없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레트로란 이름으로 돌아온 전자오락실 스마트폰과는 다른 매력… 아이들과 '그때 그시절' 다가오는 추석, MZ세대의 자녀 혹은 조카들과 시간 보내는 것이 고민이라면 예전 추억의 오락실 게임은 어떨까. 어른들에겐 그 시절 추억을, 휴대폰 게임이 익숙한 아이들에겐 색다른 기억을 선사할 것이다.먼저 삼삼오오 모여서 할 수 있는 게임으론 '틀린 그림 찾기'만한 게 없다. 틀린 곳을 간단하게 터치하기만 하면 된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장애물도 생기고, 틀린 곳 찾기가 어려워지는 만큼 참여자 모두가 열심히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함께 힘을 모아 문제를 풀다보면 단계를 깰 때마다 협동심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리듬감이 있는 이들에겐 '손가락 펌프'게임이 제격이다. 발로 했던 DDR 펌프를 손으로 하는 게임이다. 1990년대 노래부터 최신곡까지 노래도 다양하다. 바람이 올라오는 테이블 위에서 진행되는 '에어하키' 또한 게임 방법이 간단하다. 퍽을 이리저리 굴려 상대방 골대에 넣는 순간 짜릿한 쾌감을 맛볼 수 있다. /김성주·김준석·윤혜경·조수현기자 ksj@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수원 권선동의 실내테니스장. /A실내테니스장 제공수원역의 한 양궁카페에서 고객이 올림픽에서 쓰는 종류와 동일한 리커브 보우를 쏘고 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용인 신갈동의 B실내낚시카페. /B실내낚시카페 제공수원시내 한 오락실에 설치된 '에어하키' 게임.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평소보다 다소 짧은 추석 연휴에 가족과 연인 등은 어떻게 명절을 보낼지 고민이다.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연휴 때면 신문이나 인터넷 포털에서 TV 편성표를 확인해 어떤 영화를 볼지 골랐는데,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난 듯하다.수많은 영상 콘텐츠가 넘쳐나는 OTT(Over The Top) 서비스 플랫폼에서 취향에 맞는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 예능 등을 골라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자신의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즐긴다.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 그야말로 'OTT 전성시대'다.어디서 어떤 영상을 골라봐야 할지 어려울 만큼 다양한 플랫폼 중 추천할 만한 OTT 콘텐츠를 경인일보 기자들이 'pick'해 봤다. ■ 너와 나의 경찰수업(디즈니플러스)경찰대서 펼쳐지는 '청춘 드라마'우정·사랑에 흥미로운 사건까지 줄인 말로 '너나경'이라 불리는 이 드라마는 그간 캠퍼스 청춘 드라마와 달리 군기가 엄격하기로 소문난 경찰대학을 배경으로 했다. 각 잡힌 제복을 입고 출연하는 등장 인물들은 회차마다 경찰대 생활 내 긴장감과 다양한 사건을 배경으로 하며 흥미를 제공한다. 총 16부작이다. 지루할 틈도 없이 각 회차와 섹션마다 재미에 푹 빠져 한 번 시청하고 나면 줄지어 마지막 화까지 보게 될 만큼 몰입도가 높다. 특히 주인공인 경찰대 수석합격생 극 중 위승현(강다니엘)과 드라마 속 절친 관계이면서 유도 선수 출신인 극 중 김탁과의 우정이 넘쳐나는 부분과 관련 전개도 볼 만하다. 청춘들 간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흥미로운 다양한 사건들의 전말까지 더한 너나경. 폐쇄적일 거라고 생각한 예비경찰 새내기들의 진솔한 모습을 이번 추석 동안 맛보는 것은 어떨까. /조영상기자 donald@kyeongin.com■ 냉면 랩소디(넷플릭스·웨이브)넓고도 깊게 뽑아낸 냉면의 역사한우·삼겹살 유래와 맛집 소개도후텁지근한 어느 날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을 들이킬 때면, 문득 이 '냉면'이라는 음식의 '유래'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봐도 단편적인 지식만 나타날 뿐 좀처럼 깊은 설명이나 말끔한 정보 등은 찾기 힘들다. 2부작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냉면 랩소디'는 그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갈해준다. 조선시대 냉면을 뽑아냈던 방법부터, 냉면의 발달사까지. 흔하게 접하는 평양냉면, 함흥냉면뿐 아니라 까나리 액젓으로 만든 백령도냉면, 밀가루로 만든 부산밀면, 특색있는 비빔냉면인 대구냉면, 진주냉면, 전주냉면, 제주도냉면까지 전국의 냉면 맛집도 소개한다. 냉면 말고도 한우·삼겹살과 같이 국민 음식으로 꼽히는 메뉴에 대한 유래와 스토리 등이 담긴 관련 콘텐츠가 다양한 시리즈로 마련돼 있으니 검색해봐도 좋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지정 생존자(넷플릭스)하루아침에 대통령직 승계한 장관빠른 전개·높은 몰입도 '시간 순삭'폭탄이 터졌다. 미국 의회청사 건물이 통째로 날아갔다. 대통령과 핵심 정치인 대부분이 한데 모인 자리였다. 살아남은 고위 공직자는 단 한 명. 그 자리에 초대받지 않은 미국 정부 권력서열 말단 장관인 '톰 커크먼'이다. 드라마 '지정 생존자'는 상상조차 어려운 초유의 국가 재난 상황을 안방 스크린을 통해 생생히 중계하는데, 실제 미국 정부에 존재하는 '지정 생존자' 제도를 보여준다.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있을 경우 장관 중 한 사람은 유사시에 대비해 안전시설에 대기토록 하는 것이다. 드라마는 미국 국무위원 최하위 서열인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톰 커크먼이 지정 생존자로서 하루 아침에 대통령직을 승계받으며 겪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빠른 내용 전개와 높은 몰입도 탓에 첫 화를 보고 나면 마지막 화가 끝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들 정도다. /고건·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안나(ANNA, 쿠팡플레이)훔친 신분으로 사는 모래성 같은 삶뻔뻔한 정치인들 떠올라 '묘한 응원'드라마 속 안나의 인생은 '모래성'과 같다. 고졸에 허드렛일을 하던 안나는 권력층의 신분을 훔쳐 살아간다. 거짓말이 진실이라 믿는 '리플리증후군'과는 다르다. 모래성 같은 인생이 언제 무너질지 몰라 항상 불안해 한다. 안나가 훔친 권력층의 인생도 거짓투성이이다. 오히려 거짓말들로 자신의 울타리를 더 견고하게 만든다. 그러나 극 중 불안해 하는 안나와 달리 현실 세계로 돌아와 보면, 어떤 이들은 숨 쉬듯 거짓말을 뱉어내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종종 정부 고위 관계자 인사청문회 등에서 "허위 사실이다. 수사를 통해 밝혀질 거"라고 뻔뻔하게 대응하는 정치인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극 중 신분을 훔치고 문서를 조작하는 명백한 범죄를 일으키는 안나를 묘하게 응원하게 된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Finding Big Country(유튜브)연고지 옮겨 역사속으로 사라진 팀옛 선수를 찾아가는 애정어린 여정연고지 이전으로 사라진 밴쿠버 그리즐리스 구단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농구와 관련한 스포츠 다큐멘터리다.밴쿠버 그리즐리스는 토론토 랩터스와 함께 캐나다를 연고로 한 미국 프로농구(NBA) 구단이었다. 1990년대 밴쿠버는 NBA의 새로운 팀으로 리그에 참여하며 인기를 구가하는 듯했지만, 아이스하키가 '국기'인 캐나다에서 미국 연고팀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했다. 더군다나 성적도 신통치 못해 미국 멤피스로 연고가 이전되며 팀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파인딩 빅 컨츄리'(Finding Big Country)는 캐나다 사람들에게 잊힌 존재인 밴쿠버 그리즐리스를 조명한다. 초창기 밴쿠버에서 활약했던 백인 센터인 브라이언트 리브스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구단의 역사도 그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연고지가 프로 스포츠에서 왜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유튜브에서 'finding big country'로 검색하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웨이브)한 때 세상을 뒤흔들었던 사건·사고이야기꾼들이 들려주는 그 날의 이면전국 또는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나는 모르고 지냈던 사건·사고는 무엇이 있을까. 또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채 현재 진행형인 대형 사건·사고가 있다면 무엇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그날그날 출연하는 게스트, 즉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역사적 사건을 1:1 방식으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역사적이거나 큰 이슈가 됐던 사건·사고 등을 게스트들에게 생생하게 설명한다. 각 에피소드 내용에 따른 게스트의 반응들을 번갈아 보여주는 속도감 있는 편집이 프로그램의 몰입도를 높인다. 화성 씨랜드 화재, 평택 영아 납치사건 등 잊지 않고 지내야 하거나,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인물 또는 소외됐지만 다시 알려져야 할 이야기 등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전하기도 한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정리=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이번 추석연휴는 짧다.멀리 고향을 다녀오긴 부담스럽고 집에만 있자니 푸른 가을 날씨가 아깝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의 위협 속에 쇼핑센터, 놀이공원 등 사람 많은 복잡한 곳에 가기도 꺼려지는 게 요즘의 현실. 이럴 때 캠핑장에서 소소하지만 여유있는 연휴를 즐겨보면 어떨까.잘 몰랐지만, 경기도에는 "우리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어?"라고 말할 만큼 멋진 풍경을 선사하는 캠핑장이 산적해있다.특히 경기도는 등록야영장 운영 및 '공정캠핑'을 캠페인으로 내걸고 경기도에서 캠핑 즐기기를 권하고 있다. 추석을 맞아 경기도 공정캠핑이 무엇이고, 손쉽게 가볼만한 경기도 내 공공캠핑장을 소개한다.■ 경기도에서 소비하세요캠핑족 안심할수 있는 시설 '인증'도내 등록업체중 공공 운영은 61곳 =경기도는 도가 인증한 '등록야영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에서 캠핑을 즐기고 싶은 캠핑러들이 안심할 수 있게 위생시설 등 안전한 시설을 잘 갖춘 야영장을 인증해 '경기도 인증 현판'을 설치해뒀다. 현재 경기도 인증 현판이 걸린 경기도 등록 야영장은 689개소. 이 중 공공에서 운영하는 공공야영장은 61개소다. → 표 참조이렇게 '경기도 인증' 등록야영장이 중요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캠핑이 급증하면서 농지와 산지를 불법 개조해 미등록 야영장을 운영하는 이들이 늘어서다. 이들 시설 대부분이 안전과 위생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고, 이는 안전사고로 이어져 즐거워야 할 캠핑이 악몽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등록야영장이 되려면 안전점검 이력과 보험 가입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더욱 안심하고 캠핑을 즐길 수 있다.특히 경기도는 '공정캠핑'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공정캠핑은 캠핑을 즐기는 그 지역에서 장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즐기고, 관광도 하자는 '지역소비 촉진' 운동이다. 공정캠핑은 '착한 소비'를 하자는 의미다. 캠핑장이 위치한 지역의 전통시장, 동네 마트를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그 지역의 특산물도 구입할 수 있어 지역경제 살리기와 함께 여행의 맛도 느낄 수 있다.■ 경기도 권역별 가볼만한 캠핑장은? 임진각, 드넓은 초원 '평화 만끽'오산, 가족과 도심속 공원내 힐링갯골, 몽골 게르·소금놀이터 매력 # 임진각 평화누리 캠핑장=추석이 되면 더욱 생각나는 가족.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임진각은 대립의 상징이면서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실향민의 서글픈 역사를 품고 있으면서 드넓은 초원과 고요히 흐르는 임진강 풍경은 전쟁을 모르는 젊은 세대에겐 평화 그 자체의 모습이다.이 때문에 임진각 평화누리 캠핑장은 가족이 함께 캠핑을 하며 가족 간의 정을 돈독히 하기에 안성맞춤. 총 150면의 캠핑존을 가진 평화누리 캠핑장은 일반적인 캠핑과 함께 카라반 등 총 150면 시설을 갖추고 있어 더욱 인기가 있다. 또 캠핑존 별로 테마가 정해져 있는데, 힐링과 평화, 누리, 에코, 렌탈 등으로 각자 취향에 맞게 골라서 캠핑을 즐길 수 있다.주변 놀거리-오두산 통일전망대(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9)=해발 110m 오두산 통일전망대에는 임진강 너머 북녘 땅을 볼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엔 멀리 개성 송악산과 북한 주민들이 농사 짓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오산시 맑음터공원 캠핑장=오산시 맑음터 공원 캠핑장은 맑음터공원 내에 조성된 도심속 캠핑장이다. 도심 가까이에서 가족들과 도심의 낮과 밤을 즐길 수 있는 쉼터로 인기가 좋다. 이 곳은 53면의 캠핑사이트가 있고 7대 카라반도 설치돼 도심 속에서 다양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또 샤워장과 취사장, 화장실 등 캠핑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다. 주변놀거리-오산버드파크 (오산시 성호대로 141)=오산시청 안에 위치한 오산 버드파크는 앵무새 등 다양한 종류의 새들과 함께 파충류 등 여러가지 동식물을 직접 보고 만지며 체험할 수 있는 도심 속 동물원. 인조식물이 하나도 없으며 작은 동물의 숲을 콘셉으로 외부에는 대형 키즈 놀이터도 있어 어린이들이 놀기에도 좋다.# 시흥시 갯골캠핑장=나른해진 추석 연휴 중 짐 싸들고 1박2일 캠핑을 가기 번거롭다면, '당일캠핑'이 가능한 갯골 캠핑장을 추천할 만하다. 도심 속 생태공원으로 명성을 얻은 시흥갯골생태공원 내에 위치해 있어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다. 총 40면의 캠핑사이트와 몽골 전통 집인 게르도 설치됐다. 또 잔디밭이 넓게 설치돼 아이들과 공놀이 등 다양한 체육활동을 할 수 있고 소금으로 만들어진 '소금놀이터'도 있어 아이들이 놀기 제격이다.주변놀거리-시흥갯골생태공원 (경기 시흥시 월곶동 520-240)=시흥갯골생태공원은 경기도 유일의 내만 갯골과 옛 염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등의 염생식물과 붉은발 농게, 방게 등 각종 갑각류와 어류, 양서류가 서식하는 등 자연 생태가 온전히 보존돼 있다. 시흥갯골은 2012년 2월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임진각 평화누리 캠핑장. /경기도 제공오산시 맑음터공원 캠핑장. /경기도 제공시흥갯골생태공원. /경기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