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여파로 국내에서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내진 설계에 대한 정책적 관심 역시 높아졌다. 정부·지자체가 공공건축물에 대해 내진 성능을 확보해 나가고 있지만, 아직 경기도·인천시 건축물의 내진 설계율은 20%가량에 머무는 등 갈 길은 멀다. 지진 발생 시 그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산업계는 지진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시피 하다. 현황조사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황 속, 정부·지자체가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국내 내진 설계 역사는 우리나라의 내진 설계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는데, 1978년 10월 충청남도 홍성 일대에서 진도 5.0 규모의 큰 지진이 발생해 사적 231호인 홍주성곽 일부가 무너졌다. 상당수의 건물도 부서지고 균열이 발생해, 건축물 내진 설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생겨났다. 이후 10년여동안 관련 논의가 이어지다, 1988년 '6층 이상,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에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최초로 도입됐다.이후 1996년, 2005년, 2009년, 2015년 4차례에 걸쳐 내진 설계 규정이 강화됐다. 그러다 2016년 진도 5.8의 경주 지진과 진도 5.0의 울산 지진, 2017년 진도 5.4의 포항 지진 이후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0㎡ 이상 건축물'과 모든 주택에 내진 설계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2017년 제도가 개정됐다. 규정강화 전 건물엔 소급적용 안돼경기·인천 내진설계율 20% 머물러 2017년 이후 설립된 공장은 해당 제도에 따라 내진 설계를 하고, 내진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이전에 지어진 공장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점 때문에 현재 도내 공장 대다수의 내진 설계 여부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내진 보강 시설물 관리는 공공시설물에 한해 관리되고 있다. 공장 단지에 대한 내진 설계 정보는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자율적 내진 보강은 어려워…"노후화, 위험 등급 정해 공공 관리 필요"산업시설의 경우 지진 발생 시 그 피해가 클 수밖에 없지만, 공장 등 기존에 지어진 건축물에 대한 내진 설계 보강을 기업 자율에 맡기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데다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데 따른 손실도 크기 때문이다.기업 자율적 설계 보강엔 한계 중론현황조사 등 정부·지자체 대응 필요 이에 정부·지자체 등 공공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내진 설계 기준이 강화된 시점 이전의 건축물이 다수 피해를 입자, 관련 제도를 개정해 내진 설계와 관련한 대대적 개·보수 작업에 돌입했다. 2025년까지 기존에 조성된 건축물 대다수에 대한 내진 설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정내수 경기도건축사회장은 "대부분의 공장들이 철근 골조에 패널이 올라간 구조로 지어져, 콘크리트나 벽돌로 지어진 건축물보단 지진에 대한 위험성이 적은 편"이라면서도 "모든 자재엔 수명 연한이 있다.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경량 철골 모체가 녹슬고 헐거워지면, 약한 강도의 지진이 와도 쉽게 붕괴될 수 있다. 공장의 노후화나 위험 등급을 정해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시화국가산업단지 내 공장 대다수가 내진 설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지진 시 붕괴 위험은 물론, 각종 장비와 화학물질 등으로 인해 2차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시흥시 정왕동 시화국가산업단지 전경 2023.2.26.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경기도 '리본택시'를 아시나요?2년 전 도내 무료 택시 호출앱 서비스 '리본택시'가 출시됐다. 리본택시는 민간 호출앱이지만 지역 상생을 목표로 지역 콜센터, 택시업계 등과 연계해 운영하는 서비스다. 지난 2021년 7월 경기도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과 협약을 맺어 도내에 출범했고, 도는 이듬해 운영 지원 예산을 편성해 힘을 싣고 홍보에 나섰다. 택시 호출업계를 장악한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가 '블루' 등 유료 가맹 서비스를 확대하고 호출료를 인상하면서 독과점 논란이 일던 시점에 이를 견제하기 위한 공공 호출앱을 마련하려던 시도였다. '독과점 견제' 대안 서비스로 시작하루 0.29건 배차… 이용저조 여전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도 거리의 도민들은 여전히 "모른다"는 반응이 다수다. 17일 오후 퇴근 시간대 수원역 앞 택시 승강장에서 만난 시민 10명 중 리본택시를 아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같은 날 성남시 판교역에서 만난 대학생 박모(23)씨는 "택시가 한창 안 잡힐 때 홍보물을 보고 깔아봤는데, 똑같이 (호출이) 잡히지 않아서 이용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실제로 도민들의 리본택시 이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도내 전체 택시기사 3만7천여명 가운데 2만5천여명(67%)이 리본택시에 가입했지만, 일 평균 배차 건수는 7천300여건으로 기사 한 명당 하루 한 건도 못 받는 수준(0.29건)이다. 도민 가입자 수도 22만5천명에 불과해 전체 도민 수의 2%가량에 불과하다.카카오T는 최근 가맹택시에 호출을 몰아주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받는 등 여전히 같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도내 공공 호출앱은 승객들의 대안이 될 정도로 자리 잡지 못한 실정이다.시군앱도 비슷… 승객 가입률 낮아경기도, 통합교통앱 '똑타'에 편입 논의 도내 시군 단위에서 운영하는 공공 호출앱의 현황도 유사하다. 도내 자체 공공 호출앱을 운영하는 기초자치단체는 4곳(수원·용인·김포·구리)이다. 이들이 운영하는 공공 호출앱은 대체로 지역 택시업계와 협의를 거쳐 출시해 기사 가입률은 95% 이상으로 높지만, 승객 가입률은 전체 인구수 대비 최대 30%를 못 넘겼다. 고양시는 2015년 지자체 최초로 공공 호출앱을 출시했지만 이용량이 저조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3년 전 서비스를 폐지했다.도는 최근 출시한 통합교통플랫폼 '똑타'에 택시 호출 기능을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리본택시는 민간 호출앱과 연계한 서비스로 도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 호출앱은 아니며 운영지원 예산도 (논의 과정에서) 지급이 무산됐다"며 "(택시 호출기능 편입 여부는) 아직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지만 택시업계와의 상생을 목표로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고 밝혔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카카오T 배차율, 공공앱 2배… '황새' 플랫폼 좇는 '뱁새' 지자체)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독과점 논란이 일던 카카오T를 견제하기 위해 경기도와 도내 시군 단위에서 만든 공공 호출앱이 저조한 이용률로 힘을 못쓰고 있다. 사진은 19일 오후 수원역 택시승강장에서 리본택시 어플 화면 뒤로 시민들이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2023.2.19.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독과점 논란이 일던 카카오T를 견제하기 위해 경기도와 도내 시군 단위에서 만든 공공 호출앱이 저조한 이용률로 힘을 못쓰고 있다. 사진은 19일 오후 수원역 택시승강장에서 한 시민이 수원시 공공 호출앱인 '수원e택시' 광고가 부착된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2023.2.19.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독과점 논란이 일던 카카오T를 견제하기 위해 경기도와 도내 시군 단위에서 만든 공공 호출앱이 저조한 이용률로 힘을 못쓰고 있다. 사진은 19일 오후 수원역 택시승강장에서 한 시민이 수원시 공공 호출앱인 '수원e택시' 광고가 부착된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2023.2.19.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2015년 무료 택시 호출앱이 출시된 이래로 승객들은 더는 전화 콜이나 길거리 배차를 하염없이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앱 하나로 어디든 택시를 부를 수 있는 편리함에 힘입어 승객들의 택시 이용 양식은 빠르게 바뀌어 갔다. 특히 선두주자 카카오T는 현재 업계 추산 전체 호출량의 90%가량, 하루 평균 300만여건의 호출을 받는 '공룡' 플랫폼으로 성장해 시장을 장악했다.무료로 시작한 서비스에 점차 다양한 유료 옵션이 생기면서 이용 여건 차이가 발생하자 불공정 논란이 제기됐다. 영향력을 경계한 지자체들은 일찌감치 같은 기능의 '공공' 서비스를 내놓으며 견제하기 시작했다.도내에는 고양(2015년)을 시작으로 용인(2016년), 김포(2019년), 구리(2019년), 수원(2021년) 등 5곳이 자체 택시 호출앱을 출시했다. 경기도도 자체 운영 앱은 아니지만 2021년부터 도내 택시조합과 협력해 '리본택시'를 대체 서비스로 관리해 왔다.60~70% 대비 30~40% 경쟁력 뒤져가입률 64%比 수원 14% 등 차이 커 출시한 지 수년씩 흘렀지만 승객들의 가입률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 지자체의 인구수 대비 가입자 비율을 따졌을 때 도는 2%(22만5천여명), 수원 14.2%(16만9천143명), 용인 27%(29만514명), 김포 13.5%(6만5천530명), 구리 3.6%(6천800명)로 나타났다. 고양시는 이용률 저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8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카카오T의 누적 가입자수가 전국 인구수 대비 64%(3천300만여명)수준인데다 수도권 이용객이 다수인 점을 감안하면 도내 공공 호출앱의 가입률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공공 호출앱은 기능적으로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는 카카오T의 배차 성공률(승객이 호출했을 때 배차가 성사되는 확률)을 60~70% 수준으로 보는데, 도내 공공 호출앱들은 대부분 30~40%(수원 41.9%·김포 41%·구리 39%·용인 3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경기도 리본택시의 배차 성공률은 비공개였다. 존재 자체도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정작 이용한들 택시가 잘 잡히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 표 참조이렇듯 승객에게 외면받게 된 공공 호출앱은 최근 들어 기사들도 마냥 반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미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T 가맹에 비해 인센티브 등 혜택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는 심야 호출료 인상 방침으로 가입자가 가장 많은 카카오T에 최대 5천원의 호출료를 붙이고 이중 80~90%는 기사 수익으로 규정했다. 이 때문에 같은 콜이 들어와도 카카오T를 선호하게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지자체 역시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싶어도 함부로 세금을 들여 경쟁하기 껄끄러운 입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기사분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혜택을 확대하고 싶지만 세금을 들여 과도하게 개입했다가 부작용이 일어날 걱정을 안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심야 호출료 80~90% 기사 수익 등혜택 밀려도 세금 쓰다 부작용 걱정 결국 민간 부문에 세금을 들여 후발 주자로 참여했지만 저조한 실적이 반복되면서 예산을 섣불리 확대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도는 앞서 리본택시가 아닌 자체 공공 호출앱 개발에 착수했지만 자체 추산 구축비용이 200억원에 달하는 등 예산 제약으로 무산됐다. 관계자는 "민간 호출앱은 기업의 논리에 따라 자체적으로 기사들을 관리하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지만 공공부문에서 자영업자들인 택시업계와 함께 그런 체계를 만들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택시 호출을 포함한 공공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통합해 운영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대구시는 공공 배달앱 '대구로'에 택시 호출과 지역화폐 결제 기능을 추가해 올 초부터 통합 운영했는데, 두 달 동안 택시차량 8천여대가 가입해 올해 목표치의 2배를 달성하고 누적 호출은 16만여건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도가 출시한 '똑타'도 이러한 통합플랫폼을 지향하지만 교통서비스만을 통합하는데 그쳐 확장성이 우려되며 각 시에서 운영 중인 앱과 중복되는 점도 여전한 과제다. 공공 호출앱을 운영하는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각 시군이 택시업계와 협력하는 형태도 다르고, 지역에 따라 운행 유형도 다른데 제대로 통합 운영이 될지 아직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사진/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독과점 논란이 일던 카카오T를 견제하기 위해 경기도와 도내 시군 단위에서 만든 공공 호출앱이 저조한 이용률로 힘을 못쓰고 있다. 사진은 19일 오후 수원역 택시승강장에서 리본택시 어플 화면 뒤로 시민들이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2023.2.19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독과점 논란이 일던 카카오T를 견제하기 위해 경기도와 도내 시군 단위에서 만든 공공 호출앱이 저조한 이용률로 힘을 못쓰고 있다. 사진은 19일 오후 수원역 택시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2023.2.19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를 침공하면서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세계 경제를 크게 뒤흔들었다.각종 원자재 가격이 치솟아 인플레이션이 세계 각국을 덮쳤고, 이로인한 금리 인상은 부동산 등의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초부터 화두가 된 난방비 폭탄 논란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LNG 가격 급등이 배경에 있을 정도다. 전쟁의 공포를 직접 느끼진 못하더라도, 경기도·인천시 서민들의 일상에 전쟁이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이런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길이 막힌 기업들에겐 전쟁 여파가 좀더 피부에 와닿을 수밖에 없다. 다수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틈새시장을 공략해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경기도내 기업들도 하나둘 늘어나는 추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EU(유럽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해 지원을 요청했고, 같은 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 공세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다른 나라 역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았던 각종 원자재, 식자재 등에 공급난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올랐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각국 경제를 흔들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제재에 나선 점도 변수가 됐다. 전쟁 장기화에 시장도 충격서 회복세루블화 강세 일부 진출社 매출 상승 다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시장도 전쟁의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흐름을 회복하는 추세다. 러시아 루블화가 오히려 지난해 하반기엔 전쟁 전보다 더 환율이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이면서 러시아 현지에 진출해있던 한국기업들 중 일부는 오히려 매출이 전보다 상승하기도 했다.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던 국내 주요 기업들도 하나둘 시장 재진입 기회를 엿보는 추세다. → 그래프 참조■ 위기가 기회될까… 어려움 속 틈새 수요 노리는 경기도 수출기업들전쟁으로 어려움이 커진 수출기업들은 마냥 좌절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여러 고충에도 불구하고 수출을 계속 이어가는가 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화장품 업계가 대표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유럽 화장품 기업들이 러시아 현지에서 대거 철수하자, 그 수요가 경기도를 비롯한 한국 화장품 기업들에 향한 것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GBC(경기비즈니스센터)를 운영하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하 경과원) 측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유럽 화장품 기업들이 빠져나가면서 러시아 바이어들에게서 화장품 수출 문의가 늘어났다.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K뷰티의 명성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진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에 루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런 움직임이 더 공고해졌다. 올해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위기가 기회가 된 셈이다. 유럽 화장품 철수… 러, 韓수출 문의대금문제 제재 우회 등 다방면 대응 경기도 등도 현지에 진출해있는 기업들이나 수출해온 기업들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점을 두고 있다. 경과원 관계자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현지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점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전쟁 이후 기업들의 최대 난제가 대금 문제였는데, 제재 대상인 러시아은행 대신 다른 은행으로 연계해 송금이 차질을 빚는 일을 막는 등 GBC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다방면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화성시에 소재한 제조업체 A사에 2022년 2월 24일은 악몽의 시작점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일대를 침공한 이날, 러시아 각지로 제품을 수출해오던 A사에도 먹구름이 꼈다. 그리고 1년. A사의 막막함은 여전하다.물량이 줄어들긴 했지만 A사는 어렵사리 러시아 현지로의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제품을 러시아에 보내는 일도, 대금을 받는 일도 매번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로 향하는 배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점이 변수다. 선박 수가 감소한 영향이다. 수출 물량이 줄었지만, 그마저도 배에 물건을 채 싣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제품 구매를 위해 샘플을 보내달라는 비교적 가벼운 요청에 응하는 일도 험난해졌다. 이전에는 샘플을 미국계 운송업체를 통해 발송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주도로 러시아 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점이 변수가 됐다.샘플을 직접 발송하는 게 불가능해지면서 우즈베키스탄 등을 거쳐서 우회해 보낼 수밖에 없다. 샘플을 보내는 일조차 이중·삼중의 과정을 거쳐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다.화성시 소재 A사, 막막함 여전운행선박 줄고 달러 결제 제약대금을 받는 문제가 가장 어렵다는 게 A사의 하소연이다.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어려움이 현재진행형이다. A사는 당초 러시아 현지 기업들에게 미국 달러로 수출 제품에 대한 대금을 받았다. 그러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우리나라와 미국 등 48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고, 미국 역시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미국 달러 사용에 제약이 생겼다.이에 중국 위안화를 대안으로 선택했지만, 국내에서 달러만큼 활성화돼 있지는 않은 통화이다 보니 대금 인출이 안 되거나 지연되는 일이 발생하는 등 불편함이 적지 않다. 바이어에 따라 송금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도 종종 생긴다.제품을 보내놓고 잔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잠못 이루던 날들도 셀 수 없다. 잔금까지 들어와야 제품을 보내는 방식으로 바꾼 이후에도, 대금을 받지 못해 물건을 보내지 못하는 등 문제가 깨끗이 해소되진 못했다.그렇다고 판로를 다른 국가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A사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서 전쟁 직후보다야 여러 문제가 조금은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아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불안감과 불편함 속에 수출을 겨우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비단 A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에 대한 경기도내 기업들의 수출액은 반토막이 났다.위안화 거래 활성화 안돼 불편샘플 보내는 것조차 쉽지 않아세계적 불황에 판로 개척 애로한국무역협회 경기남부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에 대한 수출액은 9억2천6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9.5%가 줄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출액은 4천800만 달러, 마찬가지로 49.8% 감소했다. 정확히 집계되진 않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로 수출해 왔던 도내 기업 다수가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도내 또다른 제조업체 B사 관계자는 "지금이야 사정이 나아졌지만 전쟁 발발 후 한동안 정말 힘들었다. 서류도 제대로 오지 않았고 대금도 못 받았었다. 지금은 송금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고, 현지에도 갈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 표 참조·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원자재·식자재 공급난에 인플레이션… "위기를 기회로" 잰걸음)/강기정·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각지로 제품을 수출해 오던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내 한 수출 기업 창고에서 관계자가 가득 찬 재고를 확인하고 있다. 2023.2.10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이곳(북한산성)은 도성과 가까워서먼 곳의 땅과는 다름이 있다지금 축성의 의논이백성과 함께 들어가겠다는 뜻에서 나왔는데이미 쌓은 후에 어찌 비운 채버려둘 염려가 있겠는가?(숙종실록 中) 한양도성과 북한산성, 탕춘대성을 하나로 연결한 '조선의 수도성곽과 방어산성'이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되면서 세계유산 등재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우리나라의 심의과정은 무척이나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등재목록은 잠정목록 가운데 등재 준비가 잘 된 유산을 선정하는 단계로, 등재신청 추진체계와 연구진의 구성, 등재기준을 충족하는 연구 결과, 보존관리계획 등이 갖춰져 있음을 뜻한다. 3개 성곽 합쳐진 창의적 방어시설백성과 피난할 수 있는 길 '차별성'여민동입 물리적 구현 독보적 증거 그렇다면 조선의 수도성곽과 방어산성은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닐까. 신청유산은 수도를 둘러싼 한양도성과 그 배후의 방어산성인 북한산성, 차단성인 탕춘대성으로 이뤄져 있으며, 평지와 구릉지, 산지의 능선을 이용해 석성과 토성으로 쌓은 35.3㎞의 대규모 수도 방어성곽이다. 평지에 성곽을 짓고 인근에 산성을 쌓는 이원적 구조와 자연지형을 활용한 성곽 축성기술 등 한반도 수도성곽의 전통을 계승한 이 유산은 통치소를 보호하는 수도성곽과 보장처로서의 방어산성, 피난로 확보를 위한 차단성 등 세 개의 성곽이 연속적이고 유기적으로 합쳐진 창의적인 방어시설이라 할 수 있다.이와 함께 신청유산은 당시 축성기술의 발전과 고도화된 관리체계도 보여준다. 18세기 이후 표준화된 모양의 가공석을 활용한 축성기술이 반영됐으며, 이는 이후에 건설된 각 지역의 성곽 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 축성의 주체로 군영과 장인이 참여하며 관리조직이 전문화·체계화됐고, 이와 관련한 고문헌과 유산 내부의 건물지, 금석문 등의 기록물이 이러한 가치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9월에 열린 국제학술심포지엄 '수도성곽 방어체계와 군사유산'에서 김영수 서울시립대 연구교수는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은 식민지 시기, 냉전시대 전쟁, 근대화와 도시화의 격변 속에서도 현재까지 진정성과 완전성을 잘 유지하고 있어 한반도 성곽축성 역사와 유형적 특징,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무엇보다 이곳이 가지는 가장 큰 의미는 바로 '여민동입(與民同入)'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독보적인 증거라는 데 있다. 즉, 이전과 달리 전쟁 등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20만명의 백성들과 함께 도성에서 북한산성까지 계획적으로 피난할 수 있게 만들어진 곳으로 여느 성곽들과 확연한 차별성을 보여준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조선의 수도성곽과 방어산성' 세계유산 등재 과제는)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한양도성과 북한산성, 탕춘대성을 하나로 연결한 '조선의 수도성곽과 방어산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돼 세계유산 등재에 한발 가까이 다가섰다. 사진은 5일 오후 북한산 용암봉 인근에서 바라본 북한산성의 모습. 2023.2.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한양도성과 북한산성, 탕춘대성을 하나로 연결한 '조선의 수도성곽과 방어산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돼 세계유산 등재에 한발 가까이 다가섰다. 사진은 5일 오후 북한산 용암봉 인근에서 바라본 북한산성의 모습. 2023.2.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한양도성, 북한산성, 탕춘대성은 서울시와 경기도(고양시)에 걸쳐 자리하고 있다. 전쟁과 도시팽창 등으로 일부 훼손됐지만 1970년대부터 복원을 통해 점차 본 모습을 회복했고, 전체 길이 35.3㎞ 중 88.4%(31.2㎞)가 남아있다. 애초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사업은 서울(한양도성)과 경기(북한산성)에서 각각 따로 추진해 왔는데, 한양도성은 2012년 잠정목록 등재 이후 그 지위를 유지해왔고 북한산성은 지난 2018년 처음 잠정목록 심의에서 부결됐다. 이후 문화재청의 권고에 따라 북한산성과 한양도성 그리고 탕춘대성까지 하나로 묶어 18세기에 완성된 조선 수도 방어 성곽의 가치를 강조하기로 했고, 세 지자체가 공동 등재를 위해 나섰다. 그 결과 2년 만에 우선등재목록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특히 북한산성의 경우 한 번에 두 단계의 심의를 뛰어넘는 흔치 않은 결과를 얻게 됐다. 북한산성·한양도성·탕춘대성 묶어경기도·고양시·서울시 '공동 성과' 노현균 경기문화재연구원 문화유산팀장은 "성곽은 우리나라에만 2천200여 개가 있고, 문화재로 지정된 것만 520여 개에 달한다. 북한산성과 한양도성을 각각 따로 떼어놓고 보면 그만큼 특별하다고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성곽에 애민(愛民)의 내용이 들어가고,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며 시너지가 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청유산은 문화재청과 서울시, 고양시가 보존·관리를 위해 법 제도와 관리체계를 구축해 보호하고 있다. 또 서울시, 경기도, 고양시가 TF 팀을 꾸려서 등재에 필요한 각종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제 첫 관문을 넘은 '조선의 수도성곽과 방어산성'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바쁘다.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등재신청후보, 등재신청대상 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청유산이 최종 대상에 오르면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1년간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현장실사 등 여러 평가를 거치게 되며, 이후 세계유산위원회 정기총회를 통해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이러한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후속연구뿐 아니라 학술회의와 홍보, 꾸준한 모니터링과 유적 정비 등이 필요한데, 등재를 위한 관리계획 수립과 체계적인 보존관리, 협력체계 구축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 간의 긴밀한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며, 업무협약(MOU)과 같은 행정적 뒷받침도 수반돼야 한다.후속연구·관리계획·보존관리 물론적극적 의지표현·추진력 홍보 중요이번 우선등재목록 선정 때 세계유산분과위원회에서 명시한 '해당 지자체의 등재추진에의 강한 의지와 역량(서울-경기도 간 협력체 구성 및 공동연구, 집필 연구진의 능력 등)을 높이 평가한다'는 의견에서도 알 수 있듯 적극적인 의지표현과 추진력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노 팀장은 "해외에도 우리나라의 성곽과 산성에 대한 홍보를 하며 지지 선언을 많이 끌어내려고 한다"며 "인지도가 높아지면 세계유산 등재에 가까워지는 만큼 홍보작업에 힘쓰는 동시에 등재신청서 등도 꼼꼼하게 보완해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한양도성과 북한산성, 탕춘대성을 하나로 연결한 '조선의 수도성곽과 방어산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돼 세계유산 등재에 한발 가까이 다가섰다. 사진은 5일 오후 북한산 용암봉 인근에서 바라본 북한산성의 모습. 2023.2.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한양도성과 북한산성, 탕춘대성을 하나로 연결한 '조선의 수도성곽과 방어산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돼 세계유산 등재에 한발 가까이 다가섰다. 사진은 5일 오후 북한산 용암봉 인근에서 바라본 북한산성의 모습. 2023.2.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미·중 패권 경쟁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제 공급망이 재편되고 경제와 안보의 결합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고자 정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국제 공급망에서 한국이 우위에 있는 분야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해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투자하는 '특화단지'를 조성할 구상이다. 국제경쟁에서 격차를 더욱 벌리고 첨단기술을 선점해 우위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정부가 올해 상반기까지 지정할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핵심은 반도체다. 인천은 반도체 후공정(패키징·테스트)분야 세계 선두권 기업들과 중소기업을 비롯한 1천200여개 기업이 몰려 있다. 인천시는 반도체 패키징 산업을 주제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에 도전하고 있다. 반도체라고 하면 보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 사업장을 떠올리지만, 인천도 패키징 분야에선 국내 최고 수준의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패키징 세계 3위 작년 3조7천억 매출생산물량 90% 항공기로 해외 판매 지난 12일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 있는 스태츠칩팩코리아 1공장을 찾았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반도체 패키징 분야 세계 3위 기업으로 지난해 3조7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종에 1공장과 2공장이 있으며 직원은 4천400여 명이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이날 언론에 처음으로 생산 공정을 공개했다. 보안 검색대를 두 차례 통과해 방진복을 입고 에어샤워 공간에서 5초 동안 강한 바람을 맞은 뒤 반도체 패키징 생산현장에 들어섰다. 광활한 공간에 각종 패키징 장비가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취재진이 방문한 1개 생산라인 면적만 5만㎡라고 하는데, 이 같은 규모의 생산라인이 1공장과 2공장에 총 6곳이 있다.생산라인에서는 반도체 집적회로 핵심 재료인 원형 판 웨이퍼(Wafer)와 회로기판으로 불리는 PCB(Printed Circuit Board)를 결합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후 자동차 전자제어장치,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반도체를 탑재하는 제품의 용도에 맞게 크기와 외형을 다듬는 작업이 이어진다. 이 같은 공정이 반도체 패키징이다. 공장 곳곳에는 정전기를 막는 작은 선풍기가 설치돼 있다. 현장을 안내한 스태츠칩팩코리아 관계자는 "반도체 제품에 쓰이는 전압은 220V인데, 공정에서 높은 전압의 정전기가 발생하면 불량이 생긴다"며 "공장 출입 과정이 까다로운 건 불량을 일으키는 미세한 먼지 하나 허용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패키징이 끝난 반도체는 검사(테스트) 과정을 거쳐 보관되다 공장 인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로 이동한다.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생산한 반도체 90%는 해외로 수출한다. 전 세계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운송 적시성이 매우 중요해졌기에 모든 수출 물량을 항공기로 실어 보낸다. 2015년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인천 영종도에 반도체 완제품을 만드는 패키징 공장을 세운 이유다. 스태츠칩팩코리아 황용식 수석은 "기존 자사 공장이 있는 경기도 이천은 대기업(SK하이닉스)이 있어 입지가 좋지만, 수출 물량을 운송하기엔 불리한 편"이라며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면서 수출에 주력하고자 인천공항 인근에 새 공장을 조성했다"고 말했다.남동·주안산단 등 PCB제조사 밀집"업그레이드 자주 논의 경쟁력 UP"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와 주안국가산업단지 등지에 몰려 있는 PCB 제조업체 등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과 협업하기에도 적절하다는 게 스태츠칩팩코리아의 평가다. 어떠한 제품에 반도체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PCB의 형태가 다른 만큼 개발 과정에서 협력업체와 끊임없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한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인천이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돼 관련 기업들이 집적화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황용식 수석은 "반도체 구매 고객사에서 통상 1년이 지나면 제품 가격을 깎으므로 하나의 제품만 생산해 높은 이윤을 창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업그레이드된 반도체 신제품을 내놓으려면 소재나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과 자주 만나 논의해야 한다"며 "반도체 특화단지를 통해 고도의 집적화를 이루는 게 반도체 패키징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반도체 특화단지, 왜 인천인가 - '초격차'와 '중소기업' 두마리 토끼 잡기) /박경호·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지난 12일 인천시 중구 영종국제도시 스태츠칩팩코리아 1공장 생산라인에서 관계자가 중앙제어시스템을 확인하고 있다. 중앙제어시스템은 생산라인 내 모든 장비의 가동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오류가 발생할 경우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장치다. 2023.1.1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지난 12일 인천시 중구 영종국제도시 스태츠칩팩코리아 1공장 생산라인에서 관계자가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2023.1.1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지난 12일 인천시 중구 영종국제도시 스태츠칩팩코리아 1공장 생산라인에서 관계자가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2023.1.1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계획을 보면, 점점 심해지는 국제사회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현재 한국이 강점을 지닌 산업분야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특혜가 쏟아지는 정책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와 기업이 특화단지로 지정받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는 내달 말까지 광역단체와 기업을 대상으로 특화단지 지정 신청을 받아 올해 상반기 중 특화단지 지정 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에는 인천시를 비롯해 경기도(용인시·이천시·평택시·남양주시·안성시 등 다수 기초자치단체), 강원, 충남, 경북, 광주·전남(공동), 대전, 부산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반도체 특화단지, 왜 인천인가 인천시에는 반도체 패키징 분야 세계 2위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와 세계 3위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있으며, 남동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반도체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1천200여개가 있다. 반도체는 2016년 이후 인천의 1위 수출 품목(122억 달러)으로 전체 수출의 26.5%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 업체 수는 경기도에 이어 전국 2위 규모다. 인근 경기도 안산, 시흥, 부천 산업단지까지 연계하면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의 산업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인천시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계획은 남동국가산단, 송도국제도시, 영종국제도시 3개 지역이 핵심이다. 기업들이 몰려 있는 남동산단은 강소기업 육성 클러스터로, 송도는 R&D(연구·개발)와 인력 양성 거점으로, 영종은 새로운 반도체 산업단지(362만㎡) 조성으로 역할을 나눴다.지역 수출 26.5% 업체수 전국2위송도, 연구개발·인력양성 거점으로영종, 새로운 반도체단지 조성 역할경쟁자는 다른지역 아닌 '균형발전' 정부가 세계 초격차 1위 산업을 키울 전략을 세웠다면,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선 이미 산업이 집적화한 인천을 특화단지로 지정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대기업 사업장이 중심인 다른 경쟁지역과는 달리 인천은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명분도 있다.강사윤 한국마이크로전자 및 패키징 학회(KMEPS) 회장은 "인천은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와 스태츠칩팩코리아라는 수요 기업과 이들 기업에 납품하는 남동산단 등 생산기업 간 생태가 가장 확실한 지역"이라며 "바이오,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반도체를 접목할 수 있는 산업이 많은 미래 지향성도 강점"이라고 말했다.인천의 유일한 경쟁자는 다른 지역이 아니라 '정부 방침'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근거인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수도권 외의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았다. 인천시 이남주 산업진흥과장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설명회 때 산업통상자원부 쪽에서 인천시는 반도체 패키징 분야로 신청할 거냐고 먼저 물어올 정도로 경쟁력은 공인됐다고 본다"며 "글로벌 시장 경쟁을 염두에 둔 국가 정책이므로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균형발전보다는 국가 경쟁력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떠한 기업이 있나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한국 최초 반도체 수출을 이룬 아남반도체가 전신으로 1998년 미국 앰코테크놀로지가 인수하면서 사명을 바꿨다. 송도에서 공장과 R&D센터를 운영하며 삼성전자, LG전자, 미국 폭스콘 등 글로벌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반도체 조립 부문으로 출범한 뒤 2차례 합병을 거쳐 2015년 자리를 잡았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부품 반도체는 물론 최근 블록체인 기술에 쓰이는 새로운 반도체 기술도 개발했다.1980년대 국내 기업의 전기·전자제품 수요가 늘면서 남동산단과 주안산단 등지에 회로기판을 만드는 업체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대기업 수출이 늘어나고 반도체 관련 소부장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나 장비 수입 비중이 커지면서 물류환경 측면에서 인천이 유리한 입지이기 때문이다.남동산단 중심 소부장 업체 1200개앰코·한미반도체·제너셈 국내외 두각 주안산단에 있는 한미반도체는 패키징 공정에서 절단 후 세척·건조·검사·선별·적재 등 필수 장비와 반도체 칩 소음 차단 공정 장비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1980년 반도체 제조용 장비 개발사업으로 시작했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ASE 등 세계 320개 기업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송도에 있는 제너셈은 레이저 원천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패키징 장비를 개발하는 업체다. 현재 반도체 패키징 등 후공정 장비 50여 개를 제작하고 있으며, 지난해 SK하이닉스와 반도체 패키징의 모든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하는 장비를 공동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인천의 한 PCB(Printed Circuit Board) 제조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가 많은 만큼 소부장 산업도 당분간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특화단지 지정으로 인천의 반도체 경쟁력을 전략적으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편인 PCB 분야는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납품 단가 인하 등으로 소규모 기업이 타격받을 우려가 있다"며 "기술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지정 후 무엇이 중요한가기업과 전문가들은 인천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요소로 '산업단지', 'R&D'와 함께 '인력 양성'을 꼽는다. 인천 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특화단지 등으로 규모를 키워도 활용할 사람이 없으면 기업 입장에선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화단지 투자 인센티브로 고용보조금이나 장려금 등이 있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인만큼 지원금이 있다고 아무나 뽑을 순 없다"며 "인천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필요한 사람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동반해야 장기적 발전을 기대할 것"이라고 했다."직원 교육이 최우선" 전문화 중점인천반도체고 전환 '마이스터' 추진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반도체 특화단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인천대학교와 인하대학교, 성균관대학교, 한국공학대학교 등 교육기관을 참여하게 해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대 I-Nanofab 센터는 산업부가 지원하는 '반도체 인프라 활용 현장인력 양성사업'을 통해 중소·중견기업 재직자 교육과 취업준비생 취업 연계 교육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강사윤 회장은 "남동산단 등지에 있는 기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재직자 교육이 최우선"이라며 "수도권 반도체 관련 대학교와 특수대학원을 기업과 연계해 기존 인력을 전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현 인천정보과학고등학교를 인천반도체고등학교(가칭)로 전환하고 2025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올해 반도체 분야 마이스터고 지정을 신청할 방침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전국에서 반도체 마이스터고로 지정받으려는 학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며 "인천이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돼 인력 양성 등 관련 계획이 구체화한다면 교육부의 반도체 마이스터고 지정 정성 평가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 표 참조·(클릭해서 확대하기) /박경호·한달수기자 pkhh@kyeongin.com지난 12일 인천시 중구 영종국제도시 스태츠칩팩코리아 1공장 생산라인에서 관계자가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2023.1.1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지난 12일 인천시 중구 영종국제도시 스태츠칩팩코리아 1공장 생산라인에서 관계자가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2023.1.1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경기도 내 지자체 대다수가 하수도 재정에서 심각한 적자를 보고 있다. 하수도 요금도 지역마다 천차만별인데, 안정적인 운영과 지역 간 형평을 위해선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8일 경기도와 도내 각 지자체에 따르면 2020년 결산 기준 도 전역에선 한 해 약 14억6천253만7천272t의 하수가 발생했으며, 각 지자체는 이를 정화하는데 1조7천937억6천515만원을 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사용자에게 받은 요금총액은 처리원가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8천193억9천561만원 정도로, 비율로 따지면 45.7%에 그친다.2020년 정화에 1조7937억 투입징수 요금 총액은 8193억 불과'현실화율' 여주 7.1·양평 7.5% 이처럼 사용자에게 걷는 요금 대비 처리원가를 나타낸 수치를 '하수도 요금 현실화율'이라고 하는데,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하수도 요금 현실화율이 정부 권고 기준인 70%를 넘는 지자체는 31개 시·군 가운데 의왕·수원·광명 등 3곳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나머지는 처리비용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하는 곳이 태반이다. 현실화율이 낮은 지자체는 여주(7.1%), 양평(7.5%), 연천(11.3%), 가평(12.2%), 포천(18.5%), 안성(21.9%), 양주(29.5%), 하남(35.6%), 동두천(36.1%), 평택(38%), 남양주(39.2%), 광주(40.1%), 용인(42.7%), 파주(43%), 성남(44.1%), 김포(44.7%), 이천(44.9%), 구리(47.2%), 의정부(51.1%) 순이었다. 현실화율이 가장 낮은 여주시의 경우 2020년 하수도 처리에 200억9천393만여원을 들이고도, 요금은 14억3천547만여원만 걷어 18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하수도 요금 현실화율이 낮으면 시민이 하수도를 쓸수록 비용 적자가 발생하고, 이는 고스란히 하수도 회계 손실로 이어져 지자체 재정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물가·민원 등 고려 인상 어려워요금단가 지역별 최대 5배 차이 지자체별로 현실화율이 낮은 이유는 각기 다르다. 양평군과 가평군처럼 면적에 비해 사용자가 적으면 관로가 길고 하수 이송 등에 필요한 비용이 많이 들어 현실화율이 낮아진다. 하지만 그 외에도 시·군이 물가안정과 민원 등을 이유로 요금 인상에 소극적일수록 적자구조가 심화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현실화율과 별개로 도내에서 하수도 요금이 비싼 곳은 가평군으로 902원/t이었으며, 가장 싼 곳은 여주시로(170/t) 둘의 차이는 5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성남(336원/t), 안산(366원/t), 구리(432원/t), 군포(474원/t), 하남(475원/t)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었다.여주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하수도 요금을 올리려고 시도했으나 무산되고, 코로나19 여파로 오히려 감면 대상이 많아지면서 현실화율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며 "내년부터는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재정 건전성 악화 '악순환'… 신규 시설 투자 꽉 막힐라) /지역종합·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하수처리 원가 대비 턱없이 낮은 하수도 요금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자체는 처리원가와 사용요금 간 차액을 일반회계 전입금 또는 국·도비로 충당하고 있지만 시민 반발이 예상돼 시설 현대화 등 요금 인상카드를 섣불리 꺼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과천시 하수종말처리장 전경.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하수처리 원가 대비 턱없이 낮은 하수도 요금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자체는 처리원가와 사용요금 간 차액을 일반회계 전입금 또는 국·도비로 충당하고 있지만 시민 반발이 예상돼 시설 현대화 등 요금 인상카드를 섣불리 꺼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과천시 하수종말처리장 전경.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