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도 재정의 건전성 악화는 장기적으로 시설 투자 비용을 갉아먹는다는 측면에서 악순환을 초래한다.2021년 기준 하수도 요금 현실화율이 49%인 의정부시의 경우 매년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본 탓에 기금 적립은커녕 운영에 급급했고, 그러는 동안 하수처리장 내구연한이 지나 시설 현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자체 재정사업으로 공사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민간투자사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이는 모든 지자체가 직면할 수 있는 일로 하수도 회계의 만성적자구조는 신규 사업에 걸림돌이 되거나 노후 관로 교체 등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이런 우려와 더불어 매년 수백억원씩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각 시·군은 현재 하수도 요금 인상을 진행하고 있거나 추진할 예정이다. → 그래프 참조안산과 하남, 고양, 양평, 의정부 등이 이미 매년 10% 안팎의 요율 조정을 실행했으며, 안양시는 시 여건에 맞는 요금 수준을 분석하기 위해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그러나 아직도 많은 지자체는 시민들의 거부감을 우려, 인상을 연기하거나 주저하는 분위기다.만성적자 기금 적립커녕 운영 급급내구연한 지나서 현대화 시급해도민간투자 반대 부딪혀 공회전 거듭 지난 3년간 세 차례 요금을 인상해 2022년 하수도 요금 현실화율을 45.77%로 끌어올린 광주시의 사례를 보면, 앞으로 인구 증가로 시설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금도 요금이 과다하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쳐 더 올리지 못하고 있다. 시는 체납 관리 강화를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하수도 요금 징수율은 98.69%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한 지자체 관계자는 "하수도 특별회계에서 매년 200억원 안팎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고 있고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개선이 쉽지 않다"면서 "특히 결정권자인 지자체장이 선출직이다 보니 공공요금 인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이런 가운데 정부가 하천 수질 관리를 위해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방류수의 오염 기준을 점차 강화하는 기조라는 점은 지자체들의 하수처리 시설투자 시점을 앞당기거나 하수도 적자 폭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지자체 요율 조정·요금 인상 불가피"사용료에 근본적 인식 전환 필요" 조영무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지자체들이 현실화율 100% 이상 하수도 요금을 받아 처리원가 초과분을 기금으로 적립한 뒤 시설 재투자 비용으로 쓰는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기금 적립에 나선 곳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그는 그러면서 미래를 위해선 앞으로 전반적인 하수도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연구위원은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도 물값이 싼 나라로 하수도 사용료 또한 매우 저렴한 편이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유난히 공공요금 인상에 민감하고 인색한 구석이 있다"며 "통상 4인 가족 기준 한 달 평균 1만~2만원 정도를 하수도 요금으로 지출할 텐데, 통신 요금 등에 비하면 가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정도로 보긴 어려운 것 아니냐"고 짚었다. 이어 그는 "하천은 망가지면 되돌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하수처리는 하천 수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하수도 사용료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종우·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하수처리 원가 대비 턱없이 낮은 하수도 요금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자체는 처리원가와 사용요금 간 차액을 일반회계 전입금 또는 국·도비로 충당하고 있지만 시민 반발이 예상돼 시설 현대화 등 요금 인상카드를 섣불리 꺼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과천시 하수종말처리장 전경.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하수처리 원가 대비 턱없이 낮은 하수도 요금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자체는 처리원가와 사용요금 간 차액을 일반회계 전입금 또는 국·도비로 충당하고 있지만 시민 반발이 예상돼 시설 현대화 등 요금 인상카드를 섣불리 꺼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과천시 하수종말처리장 전경.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64만명. 일제가 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개발한 광명동굴(옛 시흥광산)의 올해 11월까지 입장객 수다. 광명 인구의 두 배가 넘는 인파가 몰린 광명동굴은 1972년 폐광 이래 새우젓 창고로 쓰이고 있었다. 광명시는 40년 간 잠들어 있던 이 동굴을 2011년 매입, 국내 최고의 동굴테마파크로 탈바꿈시켰다. 시흥 갯골생태공원은 약 500만㎡에 이르는 폐염전이었다. 시흥시는 1996년 문 닫은 염전 부지 중 약 150만㎡에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과거 자연습지에서 자라던 동식물이 되살아나면서 갯골생태공원은 명품 생태체험장으로 변모했다.맨땅에 새로운 문화관광콘텐츠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는 서부권 곳곳에서 활발하다.김포시는 한강신도시가 추진될 당시 한강변 62만㎡ 금싸라기땅에 국내 최대 규모 인공조류서식지인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을 조성했다. 안산시는 대부도 안에 방아머리해변·대부해솔길·시화조력발전소·유리섬박물관 등 풍부한 볼거리를 정책적으로 키워 연간 1천만명이 찾는 보물섬으로 가꿨고, 부천시는 영상·만화 콘텐츠를 특화해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도시 정체성을 완성했다.7개 도시 교통·숙박 인프라 불균형관광객 '콘텐츠 연계' 의지에 편차 이와 같은 정책적 노력과 천혜 환경에도 경기서부권문화관광협의회가 좀처럼 활성화하지 못하는 이유로 '구조적 차이'를 꼽는 의견도 있다.협의회 소속 지자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7개 도시 간 교통·숙박 등의 인프라가 불균형하고, 어떤 도시는 원래부터 관광객이 워낙 많아 '콘텐츠 연계 의지'에도 편차가 있다"며 "도시 간 이동거리 때문에 공동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이런 가운데 서부권만의 입지 조건을 활용하고 아이디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관광분야 한 전문가는 "김포공항·평택항 등으로 유입되는 중국인 대상 1박 이상 관광·의료·쇼핑상품이나, KTX 광명역으로 유입되는 비수도권 여행객 테마관광상품 등의 개발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여행 및 숙박 업체와 협업해 서부권 연계관광 모객 우수업체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거나 '인생샷' 명소인 신세계백화점 외벽 '미디어 파사드' 같은 걸 공동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여행·숙박업체 협업 인센티브 지급'미디어 파사드' 공동설치 등 고민 올해 8월 경기서부권문화관광협의회 회장에 선출된 임병택 시흥시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보편화'와 '우리'라는 키워드가 있던 자리를 '파편화'와 '나'라는 키워드가 채웠고 이는 관광분야도 마찬가지"라며 "다양해진 관광객들의 욕구는 공공행정서비스의 영역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임 시장은 그러면서 "경기 서부권은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충분한데도 충분치 못한 홍보 또는 대중교통 접근성 탓에 묻혀 있는 관광지가 많다"며 "현안을 냉철하게 진단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1면([경인 WIDE] 서부 7개 지자체 '공동관광' 4년째 아무도 모른다) /김영래·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광명동굴, 시흥 갯골생태공원, 김포 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 등 천혜의 관광자원을 여럿 보유한 경기서부권문화관광협의회가 7개 도시 간 교통·숙박 인프라, 콘텐츠 연계 의지 등의 구조적 차이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주말인 18일 광명시 가학동 광명동굴을 찾은 관광객들이 웜홀광장을 관람하고 있다. 2022.12.18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광명시는 지난 1972년 폐광 후 40년간 잠들어있던 광명동굴(옛 시흥광산)을 2011년 매입, 국내 최고의 동굴테마파크로 재탄생 시켰다. 주말인 18일 광명시 가학동 광명동굴을 찾은 관광객들이 동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2022.12.18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부천만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으나 그동안 인접 도시 콘텐츠와 연계한 프로그램은 특별히 없었다. 사진은 올해 개막식 현장. /경인일보DB
2019년 2월20일 화성 전곡항에서 의미 있는 출항이 있었다. 이날 안산·부천·화성·평택·시흥·김포·광명 등 7개 지자체 단체장은 '경기서부권문화관광협의회'를 출범시키고 공동관광코스 개발에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경기 서부권은 천혜의 문화관광자원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완성형이 아닌,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에 가깝다는 게 관광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바꿔 말해 콘텐츠 창출의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다.서부권 지자체들은 김포·인천국제공항 접근성도 우수하고 수도권제1·제2외곽순환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등을 공유한다. 경기만 바다에도 여러 지자체가 걸쳐 있는 등 물길도 열려 있다. 이처럼 밀접한 조건에도 서부권 지자체 간에는 그동안 연계관광의 개념이 없었다.안산·부천·화성·평택·김포 등 협력연계관광 코스 '콘텐츠 융합' 부실'이용료 감면' 민간 참여 8곳 불과 7개 도시가 의욕적으로 협의회를 출범하고 4년이 흐른 현재, 서부권 연계관광에 대한 주민 체감도는 여전히 높지 않다. 각 도시의 콘텐츠가 융합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공동 관광코스를 육성하자는 데 있어 이들 도시 간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협의회는 서부권 연계관광을 위한 나름의 아이디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협의회는 올해 김포공항 등에 공동 홍보영상을 송출하고, 한국관광공사의 국내여행정보 채널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다. 각 도시 대표축제 공동 홍보부스 운영과 7개 도시 둘레길·자전거길 스탬프투어 등의 사업도 추진 중이다.가장 눈에 띄는 건 시설 이용료 감면이다. 지난해 2월 협의회는 회원도시 간 문화·관광·레저시설 이용료 감면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관광객들이 많이 선호하는 민간시설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껏 감면 정책에 참여의사를 밝힌 민간시설은 8개소에 불과하다. 이는 서부권 연계관광이 관광객의 시선을 휘어잡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다.일각 '공격적 마케팅' 필요성 제기"일체감 있는 브랜드 있어야 효과" 일각에서는 도시별 문화관광인프라가 시너지효과를 내려면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 지역의 기존 정책과 비교할 때 협의회 정책에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도내 한 관광 관련학과 교수는 "공동디자인과 캐릭터, 브랜드 등을 개발하고 소포장 특산품을 협의회 홍보용으로 만든다든지 하는 식으로 각 지자체가 자신들의 관광상품을 키우기 위해 추진할 법한 적극적인 정책을 협의회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싶다"며 "공동 홍보와 마케팅도 결국은 협의회의 일체감과 브랜드가 완성된 후에라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관련기사 3면("김포공항·KTX 광명역 유입 상품 개발 '아이디어' 넓혀야") /김우성·이상훈·황준성기자 wskim@kyeongin.com지난달 아시아 최대 인공서핑장인 시흥 웨이브파크에서 열린 경기서부권문화관광협의회 정기회의. /시흥시 제공올해 10월 김포 아라마리나에서 개최된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 2022'에서 공동홍보부스를 운영한 경기서부권문화관광협의회. /김포시 제공
아주까리밤콩, 푸른독새기콩, 쥐이빨옥수수, 호랑이콩. 사람들에게 점차 잊혀져 지역의 일부 농부들만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던 토종 씨앗은 우리나라의 환경과 기후 등에 잘 맞는 형질을 가지고 있다. 유전자변형농산물, 수입 종자 등이 상당수를 이루며 매년 새로운 씨앗을 사서 심어야 하는 상황에서 토종씨앗의 존재는 단순히 좋은 먹거리의 존재를 넘어 기후위기와 식량 주권과 같은 세계적 이슈와도 맞닿아 있다. 근래 문화예술계에서도 이러한 토종씨앗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환경이라는 주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온 엄미술관은 올해 '너-나-토종씨앗(이야기-레시피-맛보기)'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우리가 먹는 음식재료들은 어디에서 온 걸까, 우리 토종씨앗은 어떤 것이 있고, 누가 키울까 등에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지역의 농부를 초청해 토종씨앗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미술관 마당 한 편에 토종씨앗을 심어 작물을 수확하기도 하며 그 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었다.기후위기 등 세계적 이슈로 주목엄미술관, 지역농부 초청 프로그램'자연 경고' 등 문제제기 영상 제작 미술관은 또 사립 박물관·미술관 온라인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으로 '토종씨앗 3부작' 영상을 만들고, 자연의 경고와 식량 고갈, 식량 전쟁 등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질문했다.진희숙 엄미술관 관장은 "미술관이 작품만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시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양한 주제들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며 "당장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토종씨앗에 대해 알게 된 사람들만이라도 환경과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종씨앗이란 키워드와 중요성, 세계 흐름 등을 예술가의 눈으로 이렇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DMZ다큐영화제 대상 '씨앗의 시간'"상품적 가치로만 따져서는 안돼" 제14회 DMZ 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받은 설경숙 감독의 '씨앗의 시간' 역시 토종씨앗에 대해 다루고 있다. 영화는 수십 년간 자신의 씨앗을 받아서 심어온 농부의 노동과 시간을 섬세하고 정감있게 담아내며 호평을 받았다. 설 감독은 자본의 가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사라져 가는 토종씨앗을 자신의 삶 일부로 소중히 생각하며 일상처럼 지켜온 농부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토종씨앗에 대해 내가 알고 싶어 시작한 작품"이라고 말한 설 감독은 "영화를 비롯한 예술이 가지는 역할은 흔히 접하는 설명적 정보나 지성의 호소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오늘 먹은 밥상 위의 배추와 무도 매년 씨앗을 받아 심을 수 없게 된 작물이다. 겉으로 보이는 씨앗의 현상이 아닌 그 기저에 깔린 삶의 태도를 비언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토종작물은 소규모, 또는 작은 공동체에서 알음알음 팔리고 있는데 그런 시장경제도 가능하다. 상품으로서 가치만 따지는 것이 아닌, 그 삶의 방식을 더 가치 있게 보는 것도 필요하다"며 사고의 전환을 강조했다.결국 미술관과 다큐멘터리 영화 등의 문화예술가들이 토종씨앗에 주목한 것은 오늘날 씨앗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읽어내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데 공통적인 목적이 있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문화예술과 만난 '토종 씨앗')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9일 오후 평택시 고덕면 경기도종자관리소 평택분소 토종씨앗은행에서 관계자가 토종 씨앗을 살펴보고 있다. 2022.1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9일 오후 평택시 고덕면 경기도종자관리소 평택분소 토종씨앗은행에서 관계자가 토종 씨앗을 살펴보고 있다. 2022.1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저비용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한 경제의 시선이 '토종 씨앗'을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어냈지만, 문화예술의 눈을 통해 본 '토종 씨앗'은 우리 사회가 짚어봐야 할 하나의 주제가 됐다. 여기에 개인과 사회적 기업 등의 노력이 합쳐져 '토종 씨앗'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세계 최대 식량기업 중 하나인 몬산토가 2002년 인도에 판매한 Bt(해충 저항성) 면화가 농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얼핏 관계 없는 일 같지만, 몬산토의 면화가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하게 했고 그만큼 농민들이 빚을 지면서 생긴 문제였다. 이 밖에도 세계 식량기업들이 지적재산권을 이용해 종자를 독점하고 있어 농민의 생산권을 제한하는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개인이나 사회적협동조합 등은 종자를 무기로 벌이는 전쟁터에서 내려와 토종 씨앗을 발굴하고 지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면서 토종씨앗의 의미를 함께 전파해 경제적·문화적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대표적인 사례가 앉은뱅이 밀이다. 한국 토종 밀로 기원전 300년부터 재배한 종인데, 미국의 농학자이자, 197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노먼 볼로그가 개량해 멕시코 등에 보급했다. 볼로그의 노벨 평화상은 식량 증산에 기여한 공로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토종 밀이 미국에 노벨상을 안긴 셈이다. 수입밀에 밀리다 2012년 보존 확인상업적 성공·동화 출판 다양성 전파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부터 값싼 수입 밀이 들어오고, 1990년대 우리밀살리기운동이 실패로 끝나면서 잊혔다. 다시 앉은뱅이 밀이 주목을 받은 것은 2012년 '토종곡식'의 저자 김석기 작가가 진주의 한 정미소에서 앉은뱅이 밀을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다. 재발견 과정에서의 극적 이야기에 힘입어 앉은뱅이 밀은 상업적 성공뿐 아니라, 이를 소재로 한 동화책으로 출판돼 초등학생들에게 생물 다양성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토종씨앗을 단순히 식량문제로만 다루지 않고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곳도 있다. 2008년 설립된 '토종씨드림'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과 전국귀농운동본부, 연두농장, 흙살림, 한국토종연구회, 환경농업연구회, 농어촌사회연구소 등이 소멸되는 토종씨앗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설립한 비영리민간단체다. '토종씨드림' 수집·증식·활성화 성과철학으로 확장·씨앗도서관 대중화도 이들은 각 지역에서 지역별 특성에 맞게 토종씨앗 수집에서부터 증식, 활성화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설립 이후 강화, 여주, 가평, 포천, 안성, 화성, 양평, 용인, 평택을 비롯해 전국 28개 지역에서 180여 작물 7천800여점을 수집해 보존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교육을 진행하면서 토종씨앗을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만들고 있다. 토종씨앗이 상징하는 종의 다양성이 만물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맞닿아있다고 보고 '씨앗철학'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아울러 광명과 수원, 안양 등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씨앗도서관은 토종씨앗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토종씨앗을 원래 심었던 지역에서 심으면 좋겠다는 판단으로 설립된 씨앗도서관은 토종씨앗을 책처럼 빌렸다가 농사에서 거둔 토종 씨앗들을 다시 반납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토종씨드림 변현단 대표는 "토종씨드림이 15년 넘게 활동하면서 토종씨앗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크게 확산됐다는 것을 느낀다"며 "토종씨앗은 단순히 식량, 종자 등의 문제가 아니라 인문학적인 많은 내용을 포함한다. 잃어버린 옛것을 찾아 새것과 융합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씨앗철학'을 확산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9일 오후 평택시 고덕면 경기도종자관리소 평택분소 토종씨앗은행에서 관계자가 토종 씨앗을 살펴보고 있다. 2022.1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9일 오후 평택시 고덕면 경기도종자관리소 평택분소 토종씨앗은행에서 관계자가 토종 씨앗을 살펴보고 있다. 2022.1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994년 도입된 산업연수생제도에서 지금의 고용허가제로 이어지기까지. 한국 사회 이주노동자 역사는 어느덧 30돌을 훌쩍 넘겼지만, 산업현장 곳곳에 주요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의 노동환경과 사회안전망 등 여건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이주노동자 썸밧(가명·23)씨는 지난 2019년 고용허가제 E9 비자를 받고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비닐하우스 50개 동의 대규모 채소 농장에서 상추와 청경채가 잘 자라도록 가꾸는 일을 하고 있다. 반면 농장에서 일하는 3년 동안 정작 본인의 건강은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포천시 가산면의 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만난 썸밧씨는 옆에 있던 얇은 덴탈 마스크를 손으로 짚었다. 덴탈 마스크는 그가 밀폐된 비닐하우스에서 농약을 살포할 때 쓰는 유일한 안전장치다. 그는 "방독 마스크는 받아본 적이 없고 써야 하는 줄도 몰랐다. 그냥 덴탈 마스크만 쓰고 스프레이로 농약을 뿌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밀폐 비닐하우스내 '얇은 마스크'방독마스크 지급 규정 안 지켜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사업주는 방독 마스크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최소한의 보호 장비도 지급되는 않는 게 상례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가 파악한 현황에 따르면 방독 마스크가 지급되는 농장은 없을 뿐더러 대개 스카프를 입에 두르거나, 일반 마스크를 개별 노동자가 알아서 착용하는 식으로 농약 살포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실제 방독 마스크를 쓰지 않고 비닐하우스에서 7년 동안 농약 살포 작업을 하던 네팔 국적의 게삽(40)씨는 2020년 평택의 한 대학병원에서 불임판정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자 이주노동자들의 일터는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일자리를 뜻하는 3D에 죽음(Death)을 덧붙여 4D로 불리기도 한다.농약 중독문제로 뒤늦게 피해를 받는 이주노동자들의 현황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실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센터장은 "농약에 중독되면 단기적으로는 두통, 장기적으로는 정자 수 감소나 호르몬 장애를 일으킨다"며 "농약문제를 다룬 기존 연구를 참고해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농약 중독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7년간 살포 작업 '불임판정' 받아'농약 중독 피해' 실태조사 안돼열악한 환경 '불법 체류' 부추겨 국내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 수는 코로나19로 국제적 이동이 줄어든 시기를 제외하곤 쭉 상승세다. 통계청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E9 비자) 도입현황'을 보면 2020년 6천688명, 2021년 1만501명, 2022년 4만2천344명(8월26일 기준)이다. 고용노동부도 중소 제조업, 건설업 등에서의 내국인 구인난이 이어지자 올해 이주노동자 쿼터를 기존 5만9천명에서 6만9천명으로 확대했다.고용허가제는 국내 기업들이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 정부 허가를 받은 외국인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사업주의 동의가 있어야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으며 200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해당 제도도입 이전에는 1994년부터 시행한 산업연수생제도가 있는데, 당시 인권 유린 등 열악한 노동 환경 탓에 근무지를 이탈해 불법체류자가 되는 외국인들이 늘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2007년 산업연수생제도는 폐지되고 고용허가제로 단일화 됐다. 정부 주도하에 이뤄지는 고용허가제는 현재 쿼터를 늘린 뒤, 내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에 이주노동자를 투입하며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안전불감증·고용허가제… 중대재해 사망률, 내국인보다 3배 높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포천시 가산면의 한 농장에서 이주노동자가 방독 마스크 없이 일반 마스크를 쓴 채 농약 살포 작업을 하고 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제공이주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에 농약을 살포할 때 사용하는 기구가 경운기에 실려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포천 가산읍의 한 비닐하우스 숙소. 썸밧(가명)씨가 거주하는 곳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 아래서 자신들은 "일하는 '사람'을 뜻하는 노동자가 아닌 '부품'이 되어 소진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노동환경,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인 '사업장 변경 시 고용주 동의 필요', '4D(3D+Death)' 환경에서 일하면서 정작 보험료만 내고 병원에는 가지 못하는 등 사회안전망은 열악하기 때문이다.15년 전 한국으로 건너와 현재는 이주노동자노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다야 라이(네팔·55)씨는 봉제 공장, 건설 현장 등 다양한 노동 환경을 몸소 겪으며 느낀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중 안전 문제가 우려되는 위험천만한 순간이 가장 많던 곳으로 건설 현장을 꼽았다.라이씨는 "콘크리트 기둥을 세울 때 철근을 밑에 깔아 놓는다. 간격이 굉장히 좁은데 그 사이를 위태롭게 왔다 갔다 해야 한다.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작업 반장이 재촉하는데, 자칫하다 철근이 무너지면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이라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사 현장에서 많이 다친다. 제조업이나 농촌에서 일하는 것보다 임금은 많이 받지만, 안전장치 설치가 제대로 안 된 곳도 많아 위험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3명 사망 공사장 산안법 142건 위반독소조항, 사업주 눈치 병원도 못가 실제 두 달 전인 10월 21일 안성시 원곡면의 한 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는 시멘트 타설 중 바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중국 국적의 이주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지난 28일 발표된 고용노동부 현장 감독 결과, 해당 물류창고의 시공사가 건설하는 현장에서 142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추락 예방과 거푸집(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한 틀) 붕괴 예방 등의 안전조치 등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위태로운 노동 환경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 대비 안전사고에 노출될 위험도 상대적으로 크다. 지난해 중대 재해로 사망한 668명 중 이주노동자는 75명으로 11.2%를 차지한다. 아울러 통계청의 국내 전체 임금 근로자 중 외국인은 3.8%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주노동자의 사망 비율은 내국인 대비 3배가량 높은 셈이다.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이라 불리는 '사업장 변경 시 고용주 동의 필요'는 개별 노동자가 사업주에게 안전 의무 조치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낼 여지를 좁힌다. 노동자가 업종을 바꾸려 할 때는 사업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이주노동자들의 설명이다. 물론 임금체불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 불합리한 대우를 받은 경우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을 옮길 수 있지만 증명하는 것이 까다롭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목사는 "이주노동자와 사장의 관계가 주종관계처럼 흐르는 건 '사업주 동의' 때문이다. E9 비자로 3년 동안 문제없이 일했을 경우 1년 정도 연장할 수 있는데, 연장할 때도 고용주의 동의가 필요하니깐 부당한 처우를 당해도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이처럼 위태로운 노동 환경에 놓여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건강 보험료만 지불하고 정작 병원에는 가지 못하는 실정이다."유럽형 노동허가제로 개선 바람직"작년 사망 668명중 75명 11.2% 달해 앞서 라이씨는 이주노동자노조에 상담하러 온 사례를 들며 "병원에 가려면 시말서를 쓰고 가라 했던 노동자가 있었다"며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는 사무직이 아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육체노동을 해야 하니 병원에 갈 일이 많은데도 사업주 눈치를 보거나, 한국어를 못해 의료 접근성이 떨어져 건강보험료만 내고 병원은 가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외국인 건강보험은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이주노동자 역사가 3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지원센터 '친구' 센터장)는 "현행 고용허가제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 노동자가 자유롭게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는 유럽형 '노동허가제'로 개선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얘기했다. 이어서 "앞으로 이런 이주민은 더 늘어날텐데, 단순히 노동만을 제공한다고 접근하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사회안전망 확대 등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라고 짚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경인일보와 인터뷰 중인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포천 가산읍 일대의 한 채소 재배 비닐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경인일보와 인터뷰 중인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지자체들이 답례품 선정 등 준비작업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법령 공포가 다소 늦어지면서 아직 시행의 근거가 되는 조례 제정을 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지만, 고심 끝에 답례품을 선정한 지자체들은 특색 있는 상품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27일 경기도와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에 따른 답례품을 선정한 도내 시·군은 가평군과 연천군 2곳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거주하고 있는 곳이 아닌 다른 지자체에 기부하는 제도인데, 기부를 받은 지자체는 소정의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 높지 않은 상황에서 답례품이 고향사랑기부제의 흥행 여부를 좌우할 수도 있는 만큼, 아직 선정 절차에 돌입하지 않은 지자체들도 내심 고민이 깊은 모양새다.선정 고심끝 농축산물 다수 포함가평 숙박시설·지역화폐도 제공 답례품 선정을 마친 가평군과 연천군은 대체로 지역 농·축산물을 포함했다. 연천군은 15개 품목을 선정했는데 쌀과 콩, 율무, 인삼, 소고기,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과 참기름, 들기름, 된장, 고추장, 간장, 누룽지, 와인, 김치, 홍삼가공품 등 농산물 가공품을 준비했다. 답례품 선정을 위해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을 전수조사했고, 다수의 품목 중 내년 1월 제도 시행과 맞물려 비교적 빠르고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품목 위주로 선정했다는 게 연천군의 설명이다.가평군 역시 쌀, 사과, 잣, 표고버섯, 한우세트 등 지역 농·축산물이 다수 답례품에 포함됐다. 총 10개 품목으로, 가평군은 농·축산물 외에도 가평군 숙박시설 이용권과 관광지 순환버스 탑승권을 포함한 게 특징이다. 서울 근교에 있는 경기도 대표 휴양지라는 점을 알리고 가평군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17일 한 방송에서 숙박시설 이용권이 가평군의 답례품으로 제공된다는 점이 조명되면서 관심도가 높아지기도 했다.가평군 관계자는 "답례품 제공 역시 지역 주민 전체에 이익이 되게끔 해야 하기 때문에 가평군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자라섬이나 칼봉산 숙박시설에 대한 이용권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농·축산물은 기부자에게 바로 제공할 수 있지만 이용권은 예약 등의 절차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고향사랑기부제 시스템에서 숙박권 제공 등이 어떻게 구현될지도 변수"라고 말했다.가평군은 지역화폐도 답례품 중 하나로 포함했는데, 다른 도내 지자체에서도 지역화폐를 답례품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역 내에서의 소비를 유도하는 목적 외에, 오는 1월 시행에 발맞춰 차질없이 답례품을 제공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한몫을 한다. 현재 경기도를 비롯한 도내 대부분의 지자체는 아직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을 위한 조례를 공포하지 못한 상태다.내년 1월 시행… 타지자체 분주시간 촉박 "지역화폐 물망 올라" 대체로 12월에 조례가 제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조례가 마련돼야 답례품을 선정하고 이를 공급할 업체를 결정하는 등 일련의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자칫 해를 넘길 우려가 제기돼서다. 이 때문에 별도의 공급 업체를 선정하지 않아도 곧바로 지자체에서 지급이 가능한 지역화폐가 다수 답례품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행령이 지난 9월에 공포됐는데 해당 내용을 토대로 조례를 마련하려다 보니 대부분 12월에 의회 의결 절차를 거치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1월에 기부하는 분들께 바로 답례품 지급이 어려울 수 있어 급한 대로 지역화폐가 물망에 오르는 모습"이라며 "지역 소상공인들이 반기는 품목이기도 해서 지역화폐를 선택하는 곳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고향사랑기부제, 경기도 지자체들의 고민은) /지역종합·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지자체들은 답례품 선정 등 준비작업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한 전통시장의 모습. /경인일보DB자라섬 남도 꽃 정원을 찾은 방문객들이 백일홍 꽃밭을 감상하며 거닐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이 한달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 경기도내 지자체 상당수는 답례품 선정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등 좌충우돌인 상황이다. 시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지자체마다 부지런히 뛰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경기도 지자체들에 기부가 활발하게 이뤄질지에 대한 점은 또다른 고민이다.경기도 각 지자체들, 답례품 선정 왜 아직인가 고향사랑기부제는 거주하는 지역 외 다른 지자체에 최대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는 제도다. 소멸위기에 놓인 지역이 늘어나면서 각 지자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됐다.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자체는 기부금액의 30% 한도로 기부자에게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또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 공제가 이뤄지고, 10만원 초과 금액은 16.5%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대부분 의회 의결, 내달께 예정돼자칫 시행 이후 공급 차질 가능성각 지자체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을 위해 관련 조례를 마련해야 한다. 답례품을 선정하려면 조례에 따라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해당 위원회가 답례품을 결정한다. 지자체는 이후 선정된 답례품을 공급할 업체를 공모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일련의 절차들을 밟아야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의 구체적 내용을 규정한 법 시행령이 지난 9월에야 제정되면서 이를 토대로 한 조례 역시 대체로 10월에 마련될 수 있었다. 의회 의결은 각 지자체마다 이제 하나둘 이뤄지는 추세다. 조례가 대부분 12월에 의결될 예정인 가운데 조례가 마련돼야 답례품선정위원회를 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칫 제도 시행 이후 지자체 사정에 따라 한동안 답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인구 최다 경기도, 기부는 과연 얼마나 각 지자체가 제도 시행 시기에 발맞춰 무사히 준비를 마친다고 해도, 경기도 지자체들에 얼마나 기부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경기도는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자체이지만, 1970년대만 해도 전남·경북지역보다 인구가 적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지난해 말 펴낸 '대한민국 국가지도집'에 따르면 1975년 기준 경기도의 인구는 307만4천명으로, 전남(324만7천명)과 경북(334만1천명) 인구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이후 경기도의 인구는 급속도로 늘어 현재는 1천390만명에 이른다. 비수도권에서 출생한 이들이 경기도로 다수 옮겨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비수도권출신 다수 타 시·도에 무게서울 지역화폐 제시땐 '몰표' 관측도 여기에 적어도 1천390만명의 경기도민은 제도상 '경기도'에는 기부할 수 없는 만큼,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하는 도민 다수가 출생한 타 시·도 등에 기부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경기도와 각 지자체로선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일 수 있다는 것이다.이런 가운데 도민들이 통학, 출근으로 상당 시간을 보내는 서울시에서 고향사랑기부제에 따른 답례품을 어떻게 선정할지도 변수다. 생활권인 서울지역에서 현금 대신 쓸 수 있는 지역화폐 등을 답례품으로 제시할 경우 도민들의 기부가 몰릴 수 있다는 관측 등도 제기된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이 한달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경기도내 지자체 상당수는 답례품 선정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경기도내 한 시장의 모습. /경인일보DB행정안전부가 제작한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포스터. /행안부 제공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도 응급의료 체계가 이미 마비돼 중증 응급환자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등 대응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번 이태원(10·29) 참사를 통해 경험했듯이 한 지역에 수많은 환자가 동시에 쏟아지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현재 응급의료 체계가 인명 피해 최소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응급의료 사각지대와 과밀화 해소를 위해 제도 개선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내 중증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내에 응급의료시설에 도착하지 못한 비율은 51.0%였다. 절반 이상의 응급환자가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셈인데, 미도착 비율은 전국적으로 2019년 50.7%, 2020년 51.7%, 지난해 53.9%, 올해 55.3% 등 코로나19 이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전국 50.7→55.3% 코로나 후 증가세야간엔 도내 37곳에만 의존 더 취약現 시설·체계 재난 대응 불가 경고 병상과 응급실 부족 등으로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내 병원의 병상 거부로 환자가 재이송된 사례는 2019년 1천731건, 2020년 1천990건, 지난해 1천824건 등 매년 2천건에 육박했다.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중증·응급환자와 부상자가 동시에 수백명이 발생하다 보니, 서울시 관내 지역응급센터가 이들을 제대로 수용할 수 없어 경기도 내 응급시설까지 환자들이 이송됐다. 특히 이번 참사처럼 야간에 중증 응급환자가 도내에서 발생할 경우, 도내 30곳의 응급의료센터와 수도권 환자를 관할하는 7곳의 권역응급의료센터에만 의존하게 돼 더 취약하다. 아동환자는 도가 지정·운영하는 달빛어린이병원에서 야간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경증 환자 치료만 가능하고 도내 9곳밖에 없는 상태다.이에 전문가들은 현재의 응급의료시설 현황과 체계로는 사회적 재난과 참사에 대응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응급의료센터 현장에서도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야간 응급실 운영을 위해 지원하는 인건비 등의 수가로는 응급 인력 확충과 병상 확대를 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하는 목소리가 반복해서 나온다.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번 참사 이후에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경우 한 번에 사상자가 1천500명이 넘는 사고도 있을 수 있다"며 "수용치를 넘는 환자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건지, 각 의료기관에서 얼마나 초과 수용할 수 있는지 등 응급실 과밀화 문제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논의하고 관련 개선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경기도내 지역응급의료센터가 특정 지역에만 편중되고 아예 없는 시군도 존재하는 등 도민들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에 불균형이 우려되고 있다. 13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 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2022.11.1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경기도내 지역응급의료센터가 특정 지역에만 편중되고 아예 없는 시군도 존재하는 등 도민들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에 불균형이 우려되고 있다. 13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 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2022.11.1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