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음악살롱

[윤중강의 음악살롱]상 보다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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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 평론가·연출가
제 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시상식이 있었다(1월 16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받을 만한 작품과 사람이 받았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관객이나 관계자들이 거의 동의하리라. 시상식을 지켜보면서 한국 뮤지컬계의 두 축인 라이선스뮤지컬과 창작뮤지컬에서 모두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한다.

한국뮤지컬어워즈대상은 라이선스뮤지컬 '스위니 토드'가 받았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작품이 공연되고 흥행에 성공할 것을 예상하긴 어려웠다. 이 작품은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다소 거친 이분법이나 그간 즉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프랭크 와일드혼에 익숙한 한국의 뮤지컬팬이 음악적인 깊이와 숨겨진 재미가 내재한 스티븐 손드하임 뮤지컬의 매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변화다. 아울러 라이선스뮤지컬에서 번역과 가창, 주요 배역의 캐스트와 열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해준다. 이 작품은 라이선스뮤지컬만을 놓고 볼 때, 완연한 대상감이다.

2016뮤지컬작품상은 창작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받았다. 최소의 공간에서 최소의 인원으로, 피아노 한 대만으로 값진 정서와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 또한 다소 거친 생각이나, 대학로의 소극장 뮤지컬은 대개 '지금, 이 순간'만을 즐기게 하는 경향이 많다. 이 작품은 달랐다. 사유의 깊이가 느껴진다. 기존의 대한민국뮤지컬의 작곡 관행을 따르지 않는다. 소극장 뮤지컬에서 얼마만큼 '고품격' 감동을 줄 수 있는 상향치를 가늠하게 해주었다.



이번 시상식이 빛난 건, 뮤지컬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의 '참모습'이다. 시상자와 수상자의 멘트에 가식은 없었다. 시상을 하러나온 송용진 배우의 슈트에 경건하게 달린 노란 리본도 잊지 않으리라. 수상자의 소감은 모두 재미있거나, 의미있었다. 그 말 속의 가치가 귀중했다.

사회를 맡은 이건명 배우의 어색한 위트도 매력적이다. 그가 객석에 앉은 뮤지컬계의 스타들에게 물었다. '지금 생각하는 뮤지컬 넘버는 무엇이냐?' 조승우는 '맨 오브 라만차'였다. "들어라 썩을 대로 썩은 세상아 죄악으로 가득하구나. 들어라 비겁하고 악한 자들아. 너희들 세상은 끝났다."

한국의 뮤지컬배우에겐 든든한 팬덤이 있다. 그들의 영향력은 크다. 이번 시상식에서 들었던 많은 뮤지컬배우의 얘기는 저마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뮤지컬배우들이 공연을 통해서 즐거움과 위로를 주는 존재를 넘어서서, 한국사회가 더 좋게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겨난다.

뮤지컬이란 장르는 흥행에 의해 좌우되고 그 내용은 허구라지만, 대한민국뮤지컬계의 인력들은 이렇게 그 안에서 세상을 향한 진한 메시지를 읽어내고, 숭고한 가치를 전달하려 한다. 그러고 보니 '맨 오브 라만차'뿐만 아니라, '스위니 토드'란 작품에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작금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구나! "똑똑한 놈 모두 우릴 속이려하죠. 난 당신께 진실만을 말할 거예요. 항상."

/윤중강 평론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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