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아픈 역사 '바퀴 달린 사과'

인천대 이강안·한태건씨 1740㎞ 종단나서
'민간인 학살 현장' 자전거로 누비며 봉사

박경호 기자

발행일 2017-02-06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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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 베트남 자전거 여행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을 사과하기 위해 한 달 동안 베트남 자전거 여행 중인 인천대 재학생 이강안(사진 왼쪽) 씨와 한태건(사진 오른쪽) 씨가 5일 오전 베트남 닌빈에서 '바퀴 달린 사과'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강안씨 제공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사과하기 위해 베트남 자전거 여행에 나선 인천대학교 학생들이 있다. 일본의 위안부 만행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전 단계로 우리의 잘못을 스스로 반성한다는 차원에서 마련했다.

인천대학교 체육학부 3학년 이강안(25) 씨와 4학년 한태건(26) 씨. 지난 1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도착한 이들은 하노이에서 호찌민시까지 총 1천740㎞를 약 1개월 동안 자전거를 타고 종단할 작정이다.

둘은 이번 여정을 '바퀴 달린 사과'로 명명했다. 베트남전쟁 기간 중이던 1965~1973년 사이에 참전했던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현장을 찾아 사과의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5일 오전 9시(현지시각) 이강안씨와 한태건씨는 하노이에서 멀리 떨어진 닌빈까지 와 있었다.

이강안씨는 이날 경인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애초 일본군의 위안부 만행을 바로 알리고자 일본 자전거 여행을 계획했다"며 "위안부 문제를 되돌아봤을 때, 베트남에서 잘못이 있는데 이는 모른체 하면서 일본의 사과를 받기만 원하는 한국의 입장이 부끄러워 베트남을 먼저 방문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베트남 중부 다낭지역에서 한국군에게 희생된 민간인 추모비가 있는 퐁니마을과 위령비가 있는 하미마을을 첫 번째 목적지로 삼았다. 이어 꽝응아이 빈호아마을 위령비를 찾기로 했다. 베트남에선 아직도 민간인 희생자 추모비나 위령비에 대한 한국인 단체방문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일단 학교나 보육원에서 아이들에게 체육을 가르치는 등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국군 민간인 학살사건을 사과하고, 조심스럽게 당시 피해자들을 만나볼 계획이다.

이강안 씨는 지난해 여름방학 기간에도 친구와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부터 시카고까지 3천500㎞를 자전거로 횡단하며 독도 홍보활동을 펼쳤다. 미국 자전거 여행에서 많은 외국인을 만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진실을 세계에 알릴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베트남전쟁에서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사건도 역사 공부를 하다가 새로이 깨달았다.

400만원 정도 하는 여행비용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마련했다. 이들의 계획을 미리 안 인천대 교직원과 기업들로부터 일부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강안씨는 "하루 평균 80㎞를 달려야 하는 강행군이지만,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적 관계를 회복하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 싶다"며 "올 여름방학에는 일본에서 두 번째 '바퀴 달린 사과' 여행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했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은 80여 건, 희생자는 9천여 명에 달한다는 게 '한국·베트남 평화재단'측의 주장이다. 한국정부는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 주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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