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위급 회담 무산시키며 벼랑끝 전술 펴는 北

한반도 정세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었다. 북한이 16일 판문점에서 열기로 한 고위급 회담 10시간을 남기고 일방적으로 연기를 통보해 회담을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가 이유였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우리는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전쟁 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하에서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회담 연기 통보에 이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일방적 핵포기를 강요한다면 미북정상회담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부상은 담화를 통해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80도 바뀐 북한의 태도변화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남북관계는 물론 앞으로 있을 북·미회담에 차질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맥스선더 훈련은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훈련으로 지난 11일 시작돼 25일까지 열린다. 북한도 이 훈련을 인지하고 있었다. 또 16일 회담 개최를 제의한 것도 북한이었다. 그런데 맥스선더를 구실로 회담 자체를 무산시킨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의 이런 태도 변화는 누가 봐도 우리 정부를 길들이기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기로 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핵화'말고 이런 돌발 행동으론 북한이 얻을 이득은 없다.



지난달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년간의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고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최근 "대화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고 말하는 등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위원장의 이런 태도변화가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터무니 없는 이유를 내세워 고위급 회담을 무산시키고, 북미회담 재검토 운운하는 것을 보면 북한의 진정성에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상국가간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지금 북한에겐 그런게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해 조속히 회담에 나올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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