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려주는 인천이야기

[바다가 들려주는 인천이야기·21]인천항 순찰선

세계적 항만, 작은 위험까지 세심한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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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선 해양 5호 안에서 김남주 항해사가 인천항 항로에 불법 부유물이 없는지 쌍안경으로 확인하고 있다. /경인일보DB

선박에 치명적 위협될 수 있는 폐그물·부이 제거 등 '항만 질서 유지' 역할
1950년대 월미호부터 현재 해양5호까지 장비 좋아졌지만 임무 큰 변화없어
인천항 성장과 함께 활동 범위 늘어나… 고된 일상에도 '안전 일조'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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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은 1883년 개항 이후 수도권의 관문 역할을 하면서 서해안 최대의 국제 무역항이자 상업항으로 끊임없이 성장했다.

컨테이너 부두 등의 기능을 뒤로하고 일부 공간을 시민 친수구역으로의 변신을 준비 중인 '내항', 원목·철재·사료용 부원료 등 산업 원자재 화물을 싣고 내리는 '북항', 컨테이너 부두와 돌핀부두 등이 있는 '남항' 등을 비롯해 국제여객터미널과 연안여객터미널 등을 갖춘 환황해권의 허브 항만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급속히 증가하는 컨테이너의 원활한 처리와 북중국 항만에 대응하기 위해 최첨단 시스템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송도 신항은 인천항을 동북아를 넘어선 세계적인 수준의 항만으로 도약시키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하루에도 수백 척이 드나드는 인천항의 '선박 안전'을 확보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항로에 떠다니는 폐그물과 부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것들도 선박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매일 같이 인천항 주변 해역 곳곳을 직접 살피며 선박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물건들을 처리하는 '항만 순찰선'이 없어선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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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항로를 순찰 중인 해양 5호에서 본 인천항 모습. /경인일보DB

"북항 입구 부근 항로에 부이가 떠다닌다는 신고입니다. 신속히 확인 조치 바랍니다."

북항 인근을 지나던 예인선에서 "없던 부이가 보인다"며 신고가 들어왔다.

인천항 남항 부근을 순찰하던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소속 '해양 5호'가 VTS 무전을 듣고 선수를 북항 쪽으로 급히 돌렸다.

10분여 만에 신고 해상에 도착한 해양 5호 앞으로 검은색 플라스틱 부이가 떠 있었다. 부이는 '항로' 안에 있어선 안 될 물품이다.

부이에 묶여있는 그물이나 밧줄 등이 선박 스크루에 감기면 선박 표류로 이어질 수 있어 관련 법상 이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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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항해사 등 해양 5호 승조원들이 '삿갓대'를 이용해 불법으로 설치된 부이를 건져 올리고 있다. /경인일보DB

부이가 가까워지자 배를 몰던 15년 경력의 김남주(46) 항해사는 전팔근(47) 선장에게 키를 넘기고 갑판으로 나가 '삿갓대'를 집어 들었다. 삿갓대 혹은 삿대로 불리는 이 기구는 성인 키의 3배 정도는 돼 보이는 긴 대나무 장대 끝에 날카로운 꼬챙이와 갈고리를 단 기구다.

바다 위에 떠다니는 물건들을 걸어서 배 위로 올리기 좋게 만들어졌다.

해양 5호는 천천히 부이에 접근했다. 키를 쥔 전팔근 선장과 삿갓대를 든 김남주 항해사가 수신호로 부이를 건지기 좋은 위치에 배가 놓일 수 있도록 했다. 김남주 항해사가 삿갓대를 들어 능숙한 솜씨로 부이를 걸어 올리고, 부이에 걸린 그물을 잘라 갑판 위로 끌어올렸다.

인근 해상에서만 3개 정도의 부이를 더 찾아 배 위로 수거했다. 순찰선 갑판이 금세 부이로 수북해졌다.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으로 된 부이처럼 비교적 작은 물체들은 직접 끌어 올리지만, 원목 같은 큰 물체는 대형 부유물을 실을 수 있는 해양환경공단의 '청항선'을 불러 치울 수 있도록 조치한다.

전팔근 선장은 "원목 부두에서 원목이 바다에 빠지는 경우도 있고, 장마철에는 냉장고 같은 큰 가전제품이 항로에 떠내려와 선박 안전의 위협 요소가 된다"며 "간혹 돼지나 소 같은 짐승 사체 등도 떠내려온다"고 했다.

이어 "항로 상 불법 부이 단속 과정에서 부이를 설치한 어민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아 애로사항이 있다"고 했다.

신고 30여 분 만에 신고 내용을 처리한 해양 5호는 VTS 보고 후 다음 순찰지역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전 선장과 김 항해사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수상한 물체가 없는지 살피기 위해 연신 망원경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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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해양수산청 소속 항만 순찰선 '해양 5호'. /경인일보DB

인천해수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인천항 항만 순찰선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초기 인천항의 항만 순찰선은 '월미호'였다.

10t 미만의 작은 목선이었는데, 역할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었다고 한다.

레이더와 전자식 항해지도, 야간투시용 카메라 등 최첨단 장비가 갖춰진 요즘의 항만 순찰선과는 차이가 있지만 항로에 멈춰있는 선박을 이동하게 하고, 항로에서의 어업 활동을 제한하며, 제 속도에 맞춰 운항토록 하는 등 항만 내 운항 질서 유지 업무를 하는 순찰선의 역할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갑문이 세워지기 전 현재 파라다이스 호텔 인근의 하인천 부두를 중심으로 팔미도부터 영종도까지가 월미호의 담당 순찰 해역이었다. 선박 상부가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노란 배'라는 별칭이 있었다고도 한다.

60년대엔 월미호가 목선에서 철선으로 바뀌어 성능이 개량되고 1970년대에는 그 역할을 '해룡호'가 담당했다. 1980년대 들어서 '해양 1호'가 도입됐다.

최광철(66)씨는 1977년부터 2010년까지 34년간 인천항에서 항만 순찰선을 몰았다. 그는 "70~80년대만 해도 인천항 항로 주변으로 어민들이 그물을 쳐 놓으면 놀래미(노래미), 병어, 우럭, 주꾸미 등 다양한 어종을 많이 잡을 수 있었다"며 "때문에 불법으로 그물을 쳐 두는 어민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불법인 만큼 대부분은 단속했지만, 사정이 딱한 경우는 '다음부터 하지 말라'고 경고 정도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단속을 하는 게 주된 업무인 만큼, 우리 배(순찰선)를 피하려는 어선이 많았다"며 "당시 인천항을 드나드는 배 숫자가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인천항 항로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자부심과 보람으로 최선을 다해 활동했다"고 했다.

인천은 개항 이래 급속히 성장했다. 갑문이 들어서면서 인천항을 통한 해외 교역 규모는 더욱 커졌고,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를 매립한 땅엔 세계적 수준의 국제공항이 들어섰다.

2011년 도입된 항만 순찰선 '해양 3호' 모습. /경인일보DB

배가 아니면 닿을 수 없었던 영종도엔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등 두 개의 다리가 놓였고 송도·청라국제도시는 마천루를 형성하며 바다에서 바라보는 인천의 모습을 변화시켰다. 인천항의 미래를 이끌 송도 신항이 들어섰고, 조만간 대형 크루즈 선박을 위한 전용 터미널도 갖춰진다.

이런 변화는 항만 순찰선이 감당해야 할 영역을 확장시켰다. 1980년대만 해도 1척이었던 인천항 항만 순찰선이 최근엔 4척으로 늘어났다.

전팔근 선장을 비롯한 해양 5호 승무원들은 하루 한 차례 이상 인천대교 북쪽부터 영종대교 남쪽 해역까지 순찰하고, 정박 중일 때도 상황이 발생하면 출동해 조치한다.

힘든 일상일 수밖에 없지만, 인천항의 선박 안전 확보에 일조한다는 생각에 순찰 활동을 멈출 수 없다.

김남주 항해사는 "바다 위에서 하는 일인 만큼 파도나 안개 등 변수가 많아 위험하지만, 인천항을 오가는 화물선 등 각종 배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끼며 활동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글/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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