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꽃게잡이 어선 '장봉호'를 타다]어둠 헤치고 내달린 연평바다… 꽃게 보다 조개 '만선 물거품'

연평도꽃게3
연평호 인근 해역은 꽃게 산지로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어민들은 꽃게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한다. 11일 오전 남서쪽 해역에서 장봉호 선원들이 꽃게잡이 그물을 걷어 올리고 있는 모습.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섬 남서쪽 20㎞해역 그물 올리니
선원들 40분 작업… 꽃게 듬성듬성
올 상반기 어획량 작년비 33%↓

어민 "수온상승·中어선 싹쓸이에
먹이 남획탓 커… 어장 황폐화"


"꽃게도 사람과 마찬가지입니다. 먹을 게 없어지면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11일 오전 6시 연평도에서 꽃게잡이를 하는 자망어선 장봉호가 연평도 당섬선착장에서 출항했다. 이날 20여 척의 꽃게잡이 어선은 일제히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히며 꽃게를 잡기 위해 바다로 향했다.

장봉호는 시속 30㎞의 속도로 40분을 내달려 연평도 남서쪽 20㎞ 해역에 도달해 며칠 전 설치해 놓은 그물을 건져 올렸다.

장봉호는 넓은 길이의 그물을 내린 뒤 며칠 뒤 걷어 올려 그물에 걸린 꽃게를 잡는 자망방식으로 조업을 한다. 폭 5m에 500m 길이인 그물은 25m 지점마다 뼈대가 되는 쇠막대가 설치돼 있고, 그물의 양옆은 얇은 밧줄이 연결돼 있어 그물이 사각 형태를 유지하도록 해준다.

장봉호 선원들은 각자 역할에 맞춰 그물을 걷어 올렸다. 500m 그물 1틀을 걷어 올리는 데는 40분 정도가 소요됐다.

선원들이 협업해 걷어 올린 그물에는 꽃게가 듬성듬성 걸려 있었고, 꽃게보다는 조개가 더 많이 걸려 있었다. 그물을 모두 걷어 올렸지만, 꽃게보다는 조개껍질 등이 더 많은 부피를 차지했다.

꽃게가 줄어드는 원인으로는 수온 등 생태환경 변화와 함께 남획으로 인한 꽃게의 먹이가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게 어민들의 얘기다.

어민들은 "최근까지 기승을 부렸던 중국어선의 불법조업도 영향을 미쳤다"며 "중국어선은 연평도 1㎞ 앞 해상까지 수백 척이 진출해 한꺼번에 이 인근 해역의 수산자원을 싹쓸이해갔다"고 했다.

장봉호 유호봉(60) 선장은 "매년 오르내림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줄고 있다"며 "수온 등의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연평 해역은 수심이 낮아 꽃게가 살기에 좋은 환경이다. 꽃게가 줄고 있는 이유는 먹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고, 이는 꽃게 먹이 남획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서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연평해역의 꽃게 어획량(1월1일~ 10월 5일 기준)은 709t으로 2016년 838t, 2017년 1천33t과 비교했을 때 최근 3년 중 가장 적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어획량은 192t으로 지난해 602t과 비교해 3분의1 가까이 줄었다. 서해수산연구소 관계자는 "한파가 지난 다음 상반기에는 항상 어획량이 크게 준다"며 "특히 올해는 지난해 겨울 강한 한파의 영향으로 어획량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연평 해역의 꽃게 어획량은 2011년 이후 감소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유호봉 선장은 "일부이긴 하지만 그물코를 작게 해서 작은 게나 새우의 치어까지 잡는 이들이 있다"며 "인천시에서 꽃게 치어를 방류하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꽃게의 먹이가 되는 물고기들을 잡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정부에서 강력하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장봉호는 8차례에 걸쳐 그물을 걷어 올리고 그 자리에 다시 그물을 설치한 뒤 오후 3시 40분께 당섬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잡은 꽃게는 약 40가구(한 가구에 50㎏). 이날 잡힌 꽃게는 당섬선착장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트럭에 실린 뒤 그물을 자르는 작업장으로 향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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