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허구' 눈 못 떼는 쫄깃한 조합


'韓 소설 최고 재담꾼' 성석제, 5년 만에 선보인 작품
가상인물 '성형' 어린 왕 숙종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남인·서인의 정쟁과 '권력의 향방' 긴장감 있게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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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은 안녕하시다 1·2┃성석제 지음. 문학동네 펴냄. 828쪽. 2만9천원

한국 소설 최고의 재담꾼 성석제가 역사를 소재로 한 신작소설을 발표했다.

'왕은 안녕하시다'는 성석제가 '투명인간' 이후 5년 만에 쓴 장편소설이다.



또 원고지 3천매에 달하는 대작이다. 이 작품은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전반부를 연재했고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후 작가는 오랜 시간을 들여 후반부를 새로 쓰고 다시 전체 내용을 대폭 수정해 완성했다.

소설은 조선 숙종 시기가 배경이다. 우연히 왕과 의형제를 맺은 주인공이 왕을 지키기 위해 시대의 격랑을 헤쳐가며 들려주는 종횡무진 모험담이 주 내용이다.

주인공 성형은 한양에서 제일 가는 기생방 주인인 할머니 덕에 놀고먹는 전형적인 한량이다. 어느 날 비범한 풍모의 꼬마를 만나고 그와 의형제를 맺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꼬마는 장차 대위를 이을 세자, 훗날 숙종이었고 그가 14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자 성형은 왕의 그림자로 왕을 지켜나간다.

호위무사지만, 칼을 들고 싸우는 진짜 무사는 아니다. 남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정쟁이 한창인 조정 속에서 어린 왕이 위태롭게 왕위를 지켜내기 위해선 '사람'이 필요했다.

자신의 정치에 필요한 사람이 절실했는데, 어린 숙종은 성형에게 '사람보는 눈'이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성형은 궁궐 안팎을 오가며 각계각층의 사람살이를 경험하고 왕을 둘러싼 여러 인물을 판별해 왕에게 전달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숙종의 역사는 이른바 '환국정치'라 불리는데, 남인과 서인이 엎치락뒤치락하는 환국으로 점철됐다고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후대에 가장 드라마틱한 역사로 알려진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이야기가 탄생하기도 했다.

작가는 너무나 익숙해서 지루할 법도 한 이 역사적 사건을 왕의 숨은 형이라는 가상인물 '성형'을 탄생시켜 여전히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탈바꿈시켰다.

성형은 시정잡배 출신 답게 지체 높은 이에게 고분고분한 법이 없고, 계급을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 맺어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특히 그의 눈과 귀에 포착되고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성형은 정체를 감춘 채 권력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인 국면을 목도하거나 그것에 은밀히 개입하면서 장사수완을 발위해 왕실의 재산을 불리기도 한다.

또 진기한 칼을 얻어 위기에 처한 왕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때론 청나라 무예고수와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또 역사 속 현실 인물들도 대거 출동한다. '구운몽' '사씨남정기'를 쓴 김만중을 형님으로 모시며 가까이 하기도 하고, 강직한 선비로 이름 높은 박태보를 지켜보며 흠모하고 훗날 희빈 장씨가 될 장옥정에게 연심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왕과 성형의 맹약도 권력의 무게가 무거워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하고 위기가 찾아온다.

소설은 즐겁고 유쾌한 서사가 흐르는 가운데 명분과 도리, 왕의 말 한마디가 생사를 가르는 권력의 힘, 진위를 알수 없는 소문과 그것이 실체가 돼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긴장감있게 펼쳐진다.

소설은 성석제 특유의 흥겹고 유장한 달변이 돋보인다. 웃기지만 마냥 웃을수만 없고, 마냥 울수만 도 없는,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역사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쫄깃한 서사를 보여준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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