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

[이슈&스토리]우리 일상 파고든 '무인화의 역습'

세상의 일자리 절반 사라지면… 4차산업시대 노동의 '엔드게임' 내일의 내 일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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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아이클릭아트

LG경제硏, 일자리 43% '자동화 고위험'
텔레마케터·관세사·경리 등 대체 우려
영양사·전문의·교육전문가 가능성 낮아
도소매·제조업·숙박음식 분야 63%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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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게만 보이던 '4차 산업혁명'의 결과물들이 미약하나마 사람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다.

 

지난 2016년 3월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인간 진영의 승리를 애타게 바랐던 것도 잠시, 의료·통신·유통 등 산업분야 전반에 걸쳐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낙숫물을 향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미 핀란드, 스위스, 호주 등 거주민들은 드론으로 '택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정도다. 

 

전 세계 최대 규모 전자상거래 IT 기업인 아마존이 처음으로 쏘아올린 '아마존 고'의 영향을 받은 무인편의점이 국내에도 속속 개업하고 있다. 

 

경기도 또한 이 같은 변화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해 9월 경기도 차세대융합기술원이 3년 간 개발한 4단계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이 성남 판교의 실제 도로에서 운행에 성공한 바 있다.

 

인공지능·빅데이터· IoT·5G 등 첨단 혁신기술이 집약된 4차 산업혁명의 집약체인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문턱까지 다다른 셈이다. 

 

도무지 변화의 속도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4차 산업혁명이지만, 이 거대한 파도가 만들어내는 공통적인 현상이 있다. 누군가를 필연적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인방수파괴탑차
■생활속 무인화 어떤게 있나-경기도재난본부가 16억8천여만원을 들여 도입한 무인방수파괴탑차. /경인일보DB·연합뉴스

# 4차 산업혁명, 일자리의 미래는


LG경제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간한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 일자리의 43%가 자동화 고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기준 우리나라 취업자 수에 해당 연구결과를 적용하면 전체 2천680만5천명 중 1천152만6천150명의 일자리가 인공지능 기술 발전 등의 여파로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자동화 위험이 높은 직군은 통신서비스 판매원·텔레마케터·인터넷 판매원 등 순으로 나타났고, 영양사·전문의사·교육관련 전문가 등 직군은 자동화 위험이 낮은 상위권에 포진했다.

자동화 위험군으로 분류된 일자리 중 72%가 '사무종사자'이거나 '장치, 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인 반면,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의 경우에는 77%가 자동화 저위험군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 제조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 3대 산업이 고위험 일자리의 6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표 참조


물론,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도 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은 20개국 1천500만 명을 고용한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오는 2025년까지 급격한 기술의 발전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1억3천30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7천500만개 가량만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의 관건은 역시나 기존 일자리 감소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혁신산업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에서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혁신 친화적 창업국가'가 돼야 한다"며 "인력양성에도 역점을 둬 창의융합 인재를 육성하고,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1억3300만개 생기고 7500만개 사라져"
세계경제포럼 기업 설문, 낙관적 전망도
이마트·부산항 노조 '무인화 계획' 반발
과학기술 발전·노동존중 양립여부 관건

# 4차 산업혁명과 노동 존중 양립 가능할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벌써부터 노동자들의 반발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인력을 줄이는 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무인화'를 일자리 감축의 빌미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노동계 안팎에서 새로운 화두로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은 8일 이마트 서울 성수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마트가 일부 매장에 도입한 '무인계산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마트는 지난해 3개 점포를 시작으로 현재 60개 점포에서 무인계산대를 운영 중"이라며 "이마트가 무인계산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계산원에게 호객행위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한편, 기존 계산대 운영을 무리하게 축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인화 편의점…이마트24 조선호텔점
■생활속 무인화 어떤게 있나-서울 중구 무인화 편의점인 이마트24 조선호텔점에서 한 시민이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 /경인일보DB·연합뉴스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무인계산대 확대는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직결되는데, 손쉽게 막대한 인건비를 감축해 재벌 오너 일가와 경영진의 잇속만 챙겨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이마트의 무인계산대 운영방식에 대한 생각 ▲마트의 노동 존중없는 기술도입이 정부의 정책방향과 부합하는 지 질의를 보내기도 했다.

당면한 무인화 바람이 지속되면서 이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자동화 위험군에 속하는 일자리 종사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부산항운노동조합은 해양수산부가 부산신항에 신규 터미널을 국내 최초로 무인 자동화 기반의 항만으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일자리 감소가 우려된다며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문제는 역시 '일자리'다. 당시 항만운송노동연구원은 부산항 신항에 무인 자동화가 도입될 경우 하역 일을 하는 노동자 2천205명 가운데 88%(1천949명)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10월 연세대학교에서 일하는 경비·미화 노동자들이 학교 측의 '무인방비 시스템' 구축에 반발하고 나선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무인 주문시스템…베트남쌀국수 체인점
■생활속 무인화 어떤게 있나-수원시 권선구의 한 저가형 베트남 쌀국수 체인점에서 손님이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설치된 무인주문시스템을 이용해 메뉴를 주문하고 있다. /경인일보DB·연합뉴스

기업 경비 올라 무인화 이점
해고 아닌 재교육 혜택 줘야

■일자리 감소, 전문가의 고민은

#빨라진 일자리 감소, 정부 대책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내는 혁신기술에 소비자들이 적응을 빨리할수록 무인화 속도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상길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아마존의 사례에서 봤듯이 우리나라 업체도 무인화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언제 실업자가 될지 모르는 노동시장이 방치되는 결과가 예상된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전 교수는 "최근 정부가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기업의 경비가 더 올랐고, 특히 이윤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초기 투자만 하면 추가 비용이 거의 없는 무인화가 기업에게는 굉장히 큰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재교육과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대안이 있다면 직원들에 대한 재교육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직무로 전환 배치하는 것을 지금부터라도 시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런 내용의 교육을 하거나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거나 융자를 싼 이자를 받게 해주는 등의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재흥·박보근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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