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오후 1시 평창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3리그 베이직 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팀의 올시즌 첫승에 감격해 눈물을 터뜨렸다 일약 화제가 된 K3리그 베이직 고양시민축구단의 서포터스 라대관 씨.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
시즌 첫승에 감격 울음 터뜨려
매달 월급 쪼개 구단에 기부도
열정적 활동 선수들 감사 인사
"죽어서도 고양축구단을 응원하겠다."
고양시민 라대관씨는 K3리그 베이직 고양시민축구단의 서포터스 대장이다.
서포터스라고 해봐야 라씨와 그의 곁을 지키는 황민석씨 등 2명뿐. 배탈이 나 함께 하지 못한 지난 시즌 시흥시민축구단 원정경기를 제외하고 최근 몇년간 매경기 고양시민축구단 선수들 곁에는 라씨가 함께 했다.
지난 1일 서울중랑축구단과의 원정 경기가 열린 서울 중랑구립잔디구장에서 만난 그는 "왜 K3리그 팀을 지독하게 응원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내가 나고 자란 지역팀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무거운 발걸음을 라씨와 황씨 앞으로 옮겨 고개를 푹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표시했다. 경기는 1-3으로 패배했다
2008년 창단 당시부터 고양시민축구단을 응원한 그는 지난달 18일 오후 1시 평창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3리그 베이직 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팀의 올시즌 첫승에 감격해 눈물을 터뜨렸다 일약 화제가 됐다.
라씨는 "후반 막바지 안명환 선수가 골을 넣는 순간 와락 눈물이 터져나왔다"며 "앞으로 와서 인사를 하는데,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포기하지 않고 뛰었던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양시민축구단 서포터스 엠블럼은 고양시를 상징하는 까치가 해골 위에 앉아있는 모습을 형상화해 라씨가 제작했다. 고양종합운동장에 묻히는 것이 그의 소망이기도 하다.
그는 유명 수입차 회사에서 일하는 7년차 자동차 정비사다. 고교 시절에는 축구 기자를 꿈꿨다.
그러나 라씨는 생업이 되면 보고 싶지 않은 경기를 봐야 하고 순수하게 행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정비 기술을 배웠다.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입 중 일부를 고양시민축구단에 기부하기도 한다.
라씨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십일조 하듯이 팀에 월급 일부를 떼어 주고 있다"며 "K3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축구에 대한 열정을 저버리지 않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씨의 소원은 고양시민축구단의 K리그 승격이다. 라씨는 "고향에 응원할 축구팀이 없는 팬들도 많은데, 내 고향에 목이 터져라 응원할 수 있는 팀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고양시민 4만명이 고양종합운동장에 모여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그날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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