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하수가 역류하고 있는 모습 /피해 주민 제공
2014년 완공이후 매년 피해 발생
"관리 소홀 때문" 책임회피 일관
업계 "하수관 기울기 문제일수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광교신도시에 조성한 공공임대아파트(1천702세대)에서 생활 하수가 매년 역류하는 등 집안이 물바다가 되는 일이 반복돼 피해 주민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시공사와 관리사무소도 이례적인 사고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하고 원인을 입주민들의 문제로만 전가해 비난을 사고 있다.
20일 LH와 시공사인 고려개발, 피해 주민 A씨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1층인 A씨 집 주방 싱크대 배관에서 하수가 역류해 주방은 물론 거실까지 오수로 뒤덮였다.
퇴근한 뒤 발견한 터라 피해를 줄이지도 못했다. 문제는 하수 역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완공돼 입주한 이후 2016년 난방 배관에서 누수가, 2017년과 지난해에는 주방 싱크대 배관에서 하수가 역류했다.
특히 지난해 역류로 인해 거실의 강화마루는 물론 소파 등 가구까지 물에 젖어 1천여만원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LH 등 관리주체는 주민들이 버린 음식물 찌꺼기 때문이라며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았다.
단지에서 가입한 책임보험에서 보상을 받았을 뿐이다.
역류한 물을 처리한 뒤 남은 하수 흔적 /피해 주민 제공 |
물론 반복되는 역류에 대해서는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 재발에 대한 약속만 반복할 뿐 근원적인 문제 해결에 대해선 손을 놓고 있다.
원인도 음식물 찌꺼기 때문이라며 추정 중이다. 일반 분양 아파트에서 벌어지지 않는 역류현상인데도 주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LH와 시공사인 고려개발은 건축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닌 관리 소홀과 사용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주기적으로 배관 청소를 하지 않아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해당 임대아파트를 위탁 관리하는 (주)상광엔지니어링 측은 배관청소는 4~5년에 한 번씩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지난해 문제가 발생한 배관을 따로 청소했기 때문에 관리 소홀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음식물 찌꺼기나 기름이 퇴적돼 5년에 한 번씩 하수가 역류하는 현상은 많이 봤는데 1년마다 물이 역류하는 건 이례적"이라며 "배관 내시경 조사 결과 이번에도 같은 문제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이번 역류도 사용 및 관리의 문제"라며 "설비의 문제이면 보상 등 책임을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설비업계 관계자는 "배관이 짧은 하수관의 경우 기울기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비문제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보근기자 muscl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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