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실학박물관 '지봉유설… 세계를 기록하다'展

조선의 한계 넘은 시선 '실학의 길' 비추다

강효선 기자

발행일 2019-07-02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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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의 문집 '소릉선생문집'.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한민족 세계관 변화 이끈 이수광 소개
'제국부'에 초점… 서적·이야기등 짚어
주요 내용과 동떨어진 후반부 '아쉬움'


지봉유설은 조선 후기 실학자 이수광이 중국 견문을 토대로 간행한 작품이다.

교통수단과 통신 발달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그 시절,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넓지 못했지만, 이수광은 세 차례에 걸쳐 중국 사신에게 얻은 견문을 토대로 1614년(광해군5년) 지봉유설을 간행했다.

그는 조선은 물론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등 유럽까지 소개하며, 세상을 넓게 바라볼 수 없었던 한민족의 세계관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이수광이 지봉유설에 남긴 세계에 대한 기록은 관념적인 천하관을 고수하던 조선에서 곧바로 수용되기는 어려웠지만, 그의 학문 정신은 실학사상의 토대가 되는 백과전서류 편찬에 많은 영향을 줬다.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이런 이수광의 세계관을 조명하는 특별기획전 '지봉유설, 신화를 넘어 세계를 기록하다'를 마련했다.

오는 7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는 3천여 개가 넘는 다양한 주제를 포함한 지봉유설에서 그동안 가장 주목받아 왔던 '제국부'에 초점을 맞추고, 조선시대 최초로 세계에 대한 사실적인 정보를 알린 이수광을 관람객에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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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로 사행의 노정을 기록한 '차정기'.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전시장 입구는 관람객이 전시장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으로 연출했다.

나무로 지어진 가옥을 연상케 하는 천장 구조물과 바닥에 적힌 문구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로 떠나는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크지는 않지만 공간 안에는 당시 세계를 바라보던 이수광의 시선이 빼곡히 담겨 있다. 이수광이라는 인물에 대한 소개부터 중국에서 만났던 외국인들과 당시 그가 탐독했던 책들까지 자세하게 안내한다.

전시를 보면서 재미있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바로 그가 베트남에 한류문학을 선도했다는 것.

이수광은 중국 방문 당시 베트남 사신과 50일 가까이 한 방을 쓰면서 한자로 필담을 주고받으며 두 나라의 역사, 문화 풍속, 시 등을 알아갔다.

또 명 황제에게 바치는 시집의 서문도 직접 써주기도 했다. 이후 고국으로 돌아간 사신은 유생들에게 이수광의 시를 소개했고, 유생들은 이 시를 모두 외웠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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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도-천지전도.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이런 가운데 전시 전반부에서는 이수광 소개와 함께 그가 중국에서 만났던 외국 인물들과 탐독했던 책들이 소개된다.

전시 후반부에서는 1673년 김수홍이 그린 '조선팔도고금총람도(朝鮮八道古今總覽圖)'를 통해 이수광과 다른 유교적 세계관을 재조명한다.

아울러 이수광 이후의 세계관을 실학자 하백원과 최한기의 지도를 통해 소개한다. 하지만 후반부 전시 내용을 보면 전시의 전반적인 내용과는 조금 동떨어진 듯한 느낌을 안겨 아쉽다.

이수광을 조명하기 보단 지봉유설 이후 변화한 세계관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또한 실학과 관련된 전시로만 채워진 점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쉽게 내용을 풀어줬다면 관객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전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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