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대통령의 선택, 의문에 빠진 민심

조국 법무장관 임명 강행 국민 미궁속으로
가족 비리의혹 검찰 압수수색 무수한 해석
개혁성 위선 전복 분노 진보진영 내상 심각
향후 정치적 사단·결과 文대통령 책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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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논설위원
권력은 나눌 수 없다. 나눌 수 있다면 권력이 아니고, 나누는 순간 권력은 무력해진다. 부자지간에도 권력은 나누지 않는다는 정치 격언은 수 많은 역사적 선례와 현재진행형 사례로 검증된 경험칙이다. 최고 통치자의 권력은 더욱 그렇다. 조선의 많은 왕들이 자신의 보위를 이을 세자들을 쥐 잡듯이 잡았다.

헌법으로 삼권분립을 천명한 민주주의 국가 통치자의 권력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제 국가의 대통령은 표면상 삼권의 말석인 행정의 수반이지만, 행사할 수 있는 실제 권력의 크기는 입법과 사법을 압도한다. 장관의 권력이 아무리 커 봐야 위성권력일 뿐이다. 그것도 인공위성이다. 수명이 다하면 폐기하고 교체되는 위임 권력일 뿐이다. 장관이든 측근이든 비선 실세든 명칭을 달리해봐야 대통령에게는 권력행사의 도구일 뿐이다. 권력의 본질은 대통령의 인격과 무관하다. 이 권력을 나눈다면 대통령은 국정을 주도할 수 없다. 대통령 권력의 누수는 국가 안보를 해치고 국가 경제를 흔들고 사회 혼란으로 이어진다.

많은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을 두고 의문을 제기한다. "한미 동맹을 살리려다 남북 관계가 망가졌다"는 문정인 대통령 특보의 발언을 차용하면 이렇다. '조국을 살리고 대통령이 망가지는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도대체 대통령에게 조국은 어떤 존재인가? 권력 작동의 상식에 어긋난 대통령의 선택에 국민은 미궁에 갇혔다.



대통령은 조 장관 임명 이유를 권력기관인 검찰 개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개혁의 주체는 대통령이다. 검찰 개혁이 정권의 과제라면, 개혁의 업적은 설계자인 조국이 아니라 대통령이 누려야 한다. 대통령의 의지만 결연하고 단호하다면, 그 의지를 받들어 실행할 장관감이 한둘이겠는가. 대통령은 또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청문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조 장관에 대한 야당의 검증 공세를 에둘러 비판했다. 하지만 '조국 사태'는 조 장관의 개혁성이 강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일가를 둘러싼 전례없는 특별한 의혹들로 인해 조 장관의 개혁성이 위선으로 전복되자 저절로 형성된 대중의 분노였다.

검찰이 조 장관 가족 비리의혹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을 때, 배경을 놓고 무수한 해석이 쏟아졌다. 여당은 당황했고 야당은 면죄부 수사를 의심했다. 그 틈바구니에 문재인 정부들어 승승장구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을 위해 조 장관 읍참마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윤 총장에게 조 장관은 대통령 만큼이나 신세 진 사람이다. 조국 민정수석-윤석열 중앙지검장은 전 정권의 국정농단과 적폐청산의 환상적인 콤비였다. 그런 조 장관에게 칼을 겨누자니 인간적인 고통이 컸겠지만, 그래도 문 대통령을 위해 악역을 감당하고 나섰다는 해석이었다. 그의 전력과 성정을 감안할 때 대통령을 향한 '윤석열식 보은'은 꽤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조 장관을 임명했고, 윤 총장의 진의는 확인할 길이 없어졌으며, 조국-윤석열은 양립 불가의 관계가 됐다. 대통령은 둘 중 하나, 최악의 경우 둘 다 잃고 그 책임을 져야 할 형국이 됐다.

조 장관으로 인해 진보진영은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대중은 진보의 위선을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조 장관을 엄호하는 진영의 결속은 맹목성을 의심받는다. 무엇보다 조국 임명으로 인한 모든 정치적 사단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이 져야 하는 부담이 걱정이다. 향후 정국은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이를 둘러싼 공방으로 점철될 것이다. 대통령이 탄탄한 권력을 바탕으로 수행해야 할 국방, 경제, 외교 현안에 오롯이 집중하기 힘들게 됐다.

결코 나눌 수 없는 권력도 민심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민심은 곤(鯤)과 붕(鵬) 같다. 거대한 실체를 감추던 북해의 곤이 붕이 되어 한번 날개를 떨치면 구만리 창공으로 치달아 오르듯, 일단 민심이 일어나면 권력은 가소로워진다. 대통령은 왜 자신의 권력을 덜어 조 장관을 살렸을까. 추석 연휴, 민심은 계속 고민할 것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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