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블루 킹크랩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마트, 매장당 하루 10마리 공급
번호표 뽑고 기다린 손님들 허탈
전통시장은 50% 넘게 시세 급등
반값 킹크랩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았던 소비자들은 턱없는 물량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수산물시장 등 전통시장도 주말 사이 다시 킹크랩 가격이 껑충 뛰면서 실망감만 안겨줬다. 주말 사이 킹크랩 파티를 준비했던 가정은 마른 침만 삼키며 결국 다른 저녁거리를 찾아야만 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3일부터 오는 19일까지 러시아산 블루 킹크랩을 1㎏당 4만9천800원에 판매한다던 이마트는 매장마다 하루 공급량이 10~15마리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토요일인 15일에 이마트 광교점과 수원점 등 전국 대부분 매장에서는 개장 전부터 소비자들이 킹크랩을 사기 위해 번호표를 뽑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마트 고객센터는 킹크랩의 남은 물량을 묻는 전화가 쇄도해 내내 먹통이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공급 물량에 킹크랩을 사기 위해 이마트를 찾았던 소비자들 대부분은 헛수고를 했다.
사실 이는 예견된 상황이었다. 이마트가 확보한 킹크랩 물량은 총 20t으로 킹크랩의 무게가 평균 2㎏인 점을 고려하면 수급량은 1만마리 정도다.
전국 이마트 매장 수 158곳, 행사기간 7일을 계산하면 매장당 하루 판매량은 10마리 안팎이다. 미끼 상품 논란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토요일에 이마트를 찾은 한 고객은 "킹크랩은 구경조차 하지 못했고 기대했던 가족들에게 실망감만 줬다"며 "사실상 미끼 상품으로 소비자를 우롱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 및 전통시장은 킹크랩 물량은 많았으나 가격이 주말 사이 대폭 상승했다. 지난주 목요일인 13일에 1㎏당 5만5천원 했던 가격이 무려 1㎏당 8만5천원까지 50% 넘게 오른 것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킹크랩의 경우 당일 거래되는 시세로 밖에 팔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 빈 장바구니로 돌아섰다.
킹크랩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기존 유통업체들 외에 일반인들도 경매에 참여해 수요가 늘면서 시세가 다시 대폭 뛰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다시 비싸진 가격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 역부족이었다.
도내의 한 전통시장 상인은 "코로나19로 손님이 대폭 줄었다가 킹크랩으로 조금 늘었는데 시세가 다시 대폭 뛰어 다들 욕만 하고 돌아섰다"고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주말 사이 벌어진 '킹크랩의 배신'으로 소비자는 물론 전통시장 상인들까지 상처를 입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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