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섬 '극과 극' 매년 저어새들이 찾아와 번식을 하던 인천 남동유수지 내 2개의 인공섬 중 올해는 작은섬(사진 오른쪽)에만 자리를 잡고 번식을 하고 있다. 21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남동유수지의 수풀만 무성한 큰 섬과 둥지를 튼 작은 섬이 대비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작년 '인기 번식지' 큰섬 아닌 작은섬 몰려
전기 철책·부화 실패 '스트레스' 원인 꼽아
인천 남동유수지를 다시 찾은 저어새(3월 19일자 6면 보도)가 유수지 내 2개의 인공섬 중 한 섬만 이용하는 미스터리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21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최근 남동유수지에서 번식을 시작한 저어새는 유수지 내 2개의 인공섬(큰 섬, 작은 섬) 중 작은 섬에만 자리를 잡고 있다.
현재 작은 섬에서만 약 110개의 둥지를 튼 상황이다. 이 중 30여 개의 둥지에서는 최근 새끼가 태어났고, 나머지 70여 개의 둥지에서는 알을 품고 있다. 반면 큰 섬은 새들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풀만 무성하게 자란 상태다.
통상적으로 남동유수지 내 2개의 저어새 섬은 지난 2018년 조성된 새 인공섬이 '큰 섬'으로, 이전부터 있던 섬이 '작은 섬'으로 불린다.
큰 섬은 지난해 대부분 저어새가 번식을 시도했던 '인기' 번식지였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의아하다. 지난해 너구리의 침입으로 대부분 부화에 실패하긴 했지만, 저어새는 큰 섬에 약 180개, 작은 섬에 약 40개의 둥지를 틀고 번식을 시도했었다.
전문가들은 현상의 원인으로 크게 2가지를 꼽는다. 지난 겨울 너구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전기철책의 '전기'와 지난해 번식에 실패한 '스트레스'다.
인천시는 지난 2월 너구리 접근을 막기 위해 두 섬 경계에 전기 철책을 설치했다. 이중 큰 섬 철책에는 4월 중순까지 전기가 통한 반면, 작은 섬 철책에는 3월 중순경부터 전기가 흐르지 않았다.
저어새를 모니터링하는 저어새네트워크 남선정 사무국장은 "큰 섬에 전기가 통할 때는 저어새가 근처에도 안 갔는데, 전기를 끊은 후에는 둥지 재료 등을 가지러 섬에 들어가고 있다"며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전기의 영향이 일정 부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번식 실패 경험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작은 섬에서는 주로 새끼가 부화하기 전 알 상태에서 너구리의 공격을 받았지만, 큰 섬에서는 새끼가 태어나 자라는 과정에서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박사는 "지난해는 저어새가 큰 섬에서 번식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첫해였는데, 결과가 너무 안 좋았다"며 "알 상태보다는 새끼가 부화한 후 공격을 받은 게 더 큰 충격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전기가 저어새 활동에 영향을 줄까 싶어서 현재는 두 섬 철책에 모두 전기를 차단한 상태"라며 "조만간 큰 섬에 있는 풀을 정비해 저어새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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