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칼럼]'허위·흑색선거' 진실가려 징벌적 책임을

'기승전 네거티브'로 막내린 서울시장 보선
내곡동 땅서 촉발돼 여야 상호 비방전 확산
고소·고발 14건 시민단체까지 합하면 20건
대선 앞… 의혹 꼭 밝혀야 천박정치 종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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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
잔여 임기 1년 남짓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났다. 정치권에서 꽤 오래 취재했지만 생전 이렇게 난잡한 저질 선거는 처음 본다. 흔히 이번 선거가 단순한 시장선거라기보다 대선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고 하지만 반칙과 막장으로 얼룩진 현실 정치의 천박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아마 국민들도 역대급 저질 끝판왕 네거티브 선거에 눈길을 돌렸을 것이다.

의도됐든, 그렇지 않든 이번 선거는 '기승전 네거티브' 선거였다. 본선에 들어가기 전부터 야당 후보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 나쁜 이미지 씌우기, 프레임 선거로 난타전을 벌였다. 공세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시작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한창이던 때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 측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보상'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방이 시작됐다. 오 후보의 뜨뜻미지근한 대응도 상호 비방전 확산을 자초했다.



이 셀프보상 문제는 땅 측량 자리에 오 후보가 참석했는지로 비약됐고 측량 후 16년 전 '생태탕'집에서 식사했는지를 놓고 그 식당 주인과 아들까지 등장하면서 당시 백바지에 페라가모 로퍼를 신고 있었다는 오 후보의 패션논란까지 등장해 후보는 없고 '생태탕'만 끓이는 선거가 됐다.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로 양당이 제기한 고소·고발 건수만도 14건이며 시민단체까지 합하면 20건에 달한다고 한다.

누가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했던가. 축제가 돼야 할 선거는 말싸움과 엔딩을 할 수 없는 공약까지 난무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더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려는 게 민심이다. 선거판은 더 그렇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아직 한곳만 쳐다보는 '외눈박이' 국민을 볼모로 패거리·진영 싸움에 목을 매고 있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거꾸로 퇴보하는 이 난장판 싸움, 이번에는 진실을 가렸으면 한다. 누가 판을 이리 만들었는가.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내 편 네 편 가르는 진영 싸움이 이번 선거에서 더 노골화했다. 속된 말로 친문·비문 운동권과 비운동권의 죽기살기식 싸움이 난장판 선거를 자초했다고 본다. 오만과 독선에 빠진 민주당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일갈했다. 그는 "운동권의 논리로 정당 정치 문법을 파괴했다.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원하는 메시지만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2002년까지만 해도 여야, 좌·우파는 국회에서 싸워도 사적으로는 모임을 갖고 술자리도 하면서 인간적 교분을 가져왔다. 그러나 17·18대 이후 전대협을 비롯한 운동권 출신들이 제도권 정치에 들어오고 21대 국회에서 그 후진들까지 민주당을 장악하면서 운동권 기수가 아닌 사회 경력자들은 적으로 간주되고 타도 대상이 돼 버린 게 지금 우리 정치권의 모습이다.

여기까지 온 데에는 진보 좌파의 독주를 막지 못한 영혼(?) 없는 보수 우파의 나약함과 무기력 때문이다. 그러나 영원한 권력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게 정치판의 속성이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지금쯤 당별로 재보선 계산서를 들여다보고 있을 거다. 승패는 오만한 권력에 대한 중도층의 지지 철회가 가장 큰 요인이 됐을 터. 반칙과 불공정이 정당화할 수 없는 가치가 승패를 가르는 준칙이 됐을 것이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스윙보트인 중도층이 존재했을 것이다.

이제 대선의 계절에 들어선다. 그러나 이번에 보여준 여야의 선거 행태를 보면 다음 대선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은 암울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번에 양 측이 제기한 고소 고발 전에 대해서는 끝까지 진실을 규명해 주길 바란다. 과거 김대업의 병풍 사건, 나경원 1억 피부 의혹처럼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요즘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징벌적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데 선거 농단, 특히 허위사실과 흑색선전에 대해서는 그 대상이 누가 되었든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처벌을 가할 수 있는 법·제도 마련을 서둘러 주길 바란다. 그래야 이 지긋지긋한 네거티브 선거를 막을 수 있다.

/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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