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인천관광공사 출범에 부쳐

▲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인천미래 달렸다고 할만큼 중요한 조직 ‘부활’
성과 집착하거나 특정인위한 기구 될까봐 ‘걱정’
도시특성 재검토등 관광자원 꼼꼼히 파악해야


얼마 전 편집국 후배와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옛 기찻길과 근대건축물 이야기가 나왔다. 후배는 늦은 여름휴가를 전북 군산으로 다녀왔다면서 얘기를 꺼냈다. 군산항은 일제 강점기 호남평야의 쌀을 실어 나르던 수탈 기지였다. 그때의 건물 몇 채가 아직도 남아 당국은 근대박물관을 설립하고 그 주변의 일본식 건물을 관광자원으로 쓰고 있다고 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오래된 기찻길도 패키지 여행코스인데 사시사철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했다. 후배는 서서히 목소리를 높였다. 군산의 근대건축물이나 기찻길은 그 규모로 보나 역사적으로 보나 인천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인데, 인천은 왜 그런 관광코스를 만들어 내지 못하느냐는 것이었다. 수긍이 가는 말이었다.

인천은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어느 도시보다 많이 서린 곳이다. 계속된 도시개발에 수많은 이야기의 장소들이 날아가 버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선 철길의 시작점부터가 인천 아닌가. 경기도 여러 곳의 쌀이며 소금이며 각종 자원을 수탈해 인천항을 통해 끌어내려고 만든 수인선의 그 옛날 대합실이 다 사라졌지만 인천에는 유일하게도 아직 남아 있다. 근대건축물은 또 어떤가. 중구 개항장 일대는 여전히 국내 최대의 근대건축물 단지로 꼽을 만하다. 이뿐이 아니다. 인천은 잠시 둘러만 봐도 한반도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긁히고 패인 흔적이 곳곳에 널려 있다. 강화도를 빙 두른 관방유적이 그렇고, 부평의 미군부대 터가 그렇다. 인천대교와 영종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 모든 이야깃거리가 당장에라도 호출하기만 하면 달려나가겠다는 듯이 웅크리고 기다린 지 오래건만 이제껏 누구 하나 그 격에 맞는 부름을 하지 않았다.

엊그제 인천관광공사가 새롭게 출범했다. 4년 전 인천시 산하 기구 통폐합 때 사라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부활한 것이다. 이름만 들으면 무슨 관광전문 여행사 비슷한 느낌이지만 실은 그 두 어깨에 인천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한 조직이다. 그런데 출발부터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눈앞의 성과에만 매달릴까 봐서다. 시장의 공약사항 이행에 조직의 초점을 맞춘다든지 손익 계산에 빠져 성과에 집착하거나 관광객 모집에만 서두르게 되면 그 결과도 좋지 못할뿐더러 조직을 다시 한 번 망칠 수가 있다. 그리되면 정치논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인천관광공사는 특정인의, 특정인을 위한 기구가 아니다. 인천의 미래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조직이다.

인천관광공사는 우선 인천지역 관광자원의 현주소를 명확히 파악하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어떤게 관광자원이 될 수 있으며, 그것은 또 어떠한 가치를 가졌는지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천이라는 도시 특성을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시가 어떻게 태동해 지금까지 왔는지를 꼼꼼히 따진 뒤에라야 그 인천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인천관광공사가 ‘한류’와 같은 현상 흐름에 빠져 시중의 일반 여행사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인천관광공사로 인하여 국내외 여행사들이 인천으로 몰려들 수 있게 해야 한다. 인천관광공사는 시작하는 시점인 지금, 기구의 뿌리는 깊게 박고, 줄기는 곧고 굵게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흔들림 없이 멀리 내다볼 수가 있다. 새로운 인천관광공사가 인천의 잠자고 있는 미래가치를 찾아내서 환하게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

/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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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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