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은 기교가 아니라 진실에서 온다

김훈동

발행일 2015-09-3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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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화마 딛고 주인과 재회한 개
서로를 챙기는 모습에 ‘감동’
우리들 주변엔 홀몸노인 등
도움 절실한 구성원들 많아
사랑과 인정 오가는 나눔이
우리 민족 고유의 마음씨다


남이 울면 따라 우는 것이 공명(共鳴)이다. 남의 고통이 갖는 진동수에 내가 가까이하면 할수록 커지는 것이 공명 인 것이다. 함께 슬퍼할 줄 알면 희망이 있다. 서로 손을 잡을 수 있기에 그렇다. 사흘간의 한가위 연휴도 끝났다. 연휴 중에 본 TV프로 동물농장에 나온 개가 감동을 전한다. 아직도 개의 영상이 지워지지 않고 선명하다. 시골 마을에서 노모와 함께 지내는 홀아비와 기르던 개가 주인공이다. 손쓸 수 없게 일어난 화마(火魔)로 노모는 돌아가고 홀아비는 심한 화상을 입는다. 묶여있던 개도 한쪽 다리에 화상을 입고 겨우 살아남았다. 홀로 남은 개는 타다만 집을 드나들며 주인을 찾는 듯 밤이면 울부짖는다. 수소문 끝에 서울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인 개 주인을 찾는다. 평소 파지(破紙)를 주우며 홀아비와 함께 지내던 개는 주인의 흩어진 옷가지에서 잠을 잔다. 뒤늦게 입원 중인 홀아비에게 개의 상태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얼마 후, 개는 절뚝거리는 다리를 수의사가 치료하여 정상을 되찾았다. 병원도움으로 서울 병원으로 개를 데려갔다. 주인을 보자 한달음에 달려가 안긴다. 마치, 주인이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살피는 듯 주인의 몸 이곳저곳을 훑어보는 개를 보노라니 내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 모습이 설득력 있게 감동을 전한다. 감동은 기교가 아니라 진실에서 나온다. 주변엔 개만도 못한 사람도 많다. 많은 자녀가 있는데도 홀로 사망한 노인의 소식이 전해진다. 평생 모은 재산 다 물려줬는데도 자녀들이 나 몰라라 하는 뉴스도 들린다. ‘개만도 못한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에 입맛이 씁쓰레하다. 효경(孝經)에도 불효보다 더 큰 죄는 없다고 했다. 효는 마지막 인륜(人倫)이란 말이 실감 난다.

누구나 출세 같은 욕심을 갖지만 결국 남을 생각하는 이타심(利他心)을 가질 때 자신에게 이득이 돌아온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사랑을 나누어 주면 마법적으로 그 사랑을 베푼 나한테는 더 풍부한 사랑이 들어온다. 인생을 흔히 학교에 비유한다. 죽는 날까지 배움의 연속이라는 얘기다. 각자의 성적표는 배우려는 의지나 역량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빠짐없이 등록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학교는 공평하다. 개도 키워준 은혜를 안다. 하물며 인간이 은혜를 베푼 부모에게 그럴 수가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개와 연관된 속담이 유독 많다. “너하고 말하느니 개하고 말하겠다” 우둔하여 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사리(事理)를 인식하지 못하여 도무지 이해를 못 하는 경우다.

오늘 하루 무슨 좋은 일을 할까. 오늘은 누구를 기쁘게 해 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오늘을 맞는 이들은 행복하다. 우리 주변에 홀몸노인이나 결손 아동, 다문화가족, 북한 이탈주민 들을 자발적으로 돕는 것은 아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같은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우리네 의식에는 친척이나 친지는 가까운 사람이지만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는 자기와 관련이 없는 것 이라 생각하는 무관심이 아직도 지배적인 듯하다. 아니다. 나나 우리가 먼저 있고 그다음에 사회가 있다기보다 나와 우리가 있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있는 것이 아닐까. 널리 알려질 것을 바라고 하는 나눔은 진정한 나눔이 아니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중요한 이유다. ‘돈은 퇴비와 같아서 그것을 싸두면 악취를 풍긴다. 그것을 살포하면 땅을 비옥하게 한다.’ 이런 금언도 맥을 못 추는 사회가 되면 안 된다. 오늘날은 물질적 여유를 누리는 사회다. 나눔의 논리보다는 억누름의 논리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복지사회는 단순히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사회만이 아니다. 사랑과 인정이 오가는 인간다운 사회다. 이웃의 어려운 처지를 함께 걱정하고 도울 줄 아는 너그럽고 착한 인정이 우리 민족의 고유한 마음씨가 아닌가. 한가위를 보내며 가진 것을 나누고 서로 위하는 마음과 함께 한없는 열의와 커다란 기쁨과 깊은 감사 속에 시작하는 오늘이길 기원한다. 삶이 깊어지고 두터워질 것이다.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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