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경제전망대] 미국의 금리 인상과 풍선 파열 효과

올 연말 美 금리인상은
암실속 풍선 터지는 것처럼
소리는 요란하지만
엄청난 후폭풍은 없을 전망
우리가 대비해야 할 것은
폭탄효과 몰고 올 ‘中경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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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불빛 한 점 없는 컴컴한 방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그 사람들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곧 무슨 일이 터질 것이란 수군거림도 점차 커진다. 이때 ‘펑’하는 소리가 터진다. 사람들은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마음을 좀 추스르고 나자 소리의 진원지가 밝혀진다. 누군가 풍선을 터뜨렸을 뿐이었다.

최근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을 둘러싸고 벌어질 일에 대한 우화다. 결국 암실에서 풍선이 터지는 정도의 심리적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런지 알아보기 전에, 왜 상황을 암실(暗室)로 비유했는지부터 생각해 보자.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미국 외에는 모두 경기가 부진한 상태다. 유럽이나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제권의 경기가 언제쯤 회복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글로벌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주요 국가가 금리를 올리는 결정은 늘 예상외의 파장을 일으키는 법이다. 1937년 대공황을 거의 벗어났다고 판단한 미 연준은 금리를 올렸다. 이 결정은 사상 유례없는 불황을 몇 년 더 연장시키고 말았다. 1994년 멕시코의 외환위기를 불러왔던 ‘데킬라 효과’도 미국의 금리인상에서 비롯됐다. 중남미 국가들의 외환위기는 부메랑이 돼 다시 미국을 덮쳤다. 그 결과 미 국채시장이 얼어붙었다. 미국의 신흥 부촌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가 파산한 것도 당시였다.

가깝게는 유럽중앙은행(ECB)도 비슷한 실수를 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와중에 유럽 경기가 탄탄하다는 판단에서 금리를 올렸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더 나아가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발전할 것이라는 예상을 못한 탓이었다. 2010년 봄 그리스를 필두로 유럽의 재정위기가 도래했다.

글로벌 경제 상황 말고 양적완화(QE) 정책도 미래를 확신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앙은행이 시중 채권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이 정책은 1990년대 일본이 부분적으로 시행한 것이 경험의 전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는 전 세계적 규모로 시행했다. 미국의 3억 달러를 포함해 주요 경제국이 약 8조 달러 가량을 푼 것으로 추정된다. 전례 없던 상황이다. 누구도 이 정책의 장기적 영향을 짐작할 길이 없다. 그래서 암실이다.

하지만 양적완화정책을 마무리한 미국은 언젠가 금리인상을 해야 한다. 영원히 저금리를 지속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풀린 돈은 물가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대외여건 때문에 인플레이션의 싹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을 뿐이다. 모든 경제 주체가 비슷한 예상을 하는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인상 조치가 너무 늦어지면, 미국은 앞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제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준은 그간 섣불리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거의 금리인상에 맞먹는 효과는 누렸다. 미국이 곧 금리를 올리고 그에 따라 달러화 강세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널리 확산된 것이다. 상당수 신흥국에서 외국 자본이 대거 빠져나갔다. 우리나라 증시에서도 7, 8월 두 달간 11조원이나 유출됐다. 신흥국들의 환율 변동 폭만 보면 몇몇 나라들은 거의 외환위기에 준하는 수준이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영향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이미 선제적으로 반영돼 있는 셈이다.

실제 올 연말 미국의 금리 인상은 암실 속 풍선파열과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다. 소리는 요란하지만 엄청난 후폭풍이 뒤따르진 않을 전망이다.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심리가 불안정해짐에 따라 외국자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몇몇 국가들이 금융 불안 상황을 맞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작 문제는 중국 경제다. 만일 중국 경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된다면 그것은 암실에 풍선이 아니라 폭탄을 터뜨리는 격이 된다. 우리도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불안에 대비는 해야겠지만, 진짜 더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은 중국 경제의 추락이다.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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