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사형(死刑)

이백철

발행일 2015-10-1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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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에게 사랑하는 가족
3명을 잃은 어느 피해자는
“굳이, 사형 집행한다면
또한번 나를 죽이는 것” 이라며
오히려 “죽음을 줄게 아니라
아픔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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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사형제도 존폐문제는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는 와중에서도 지속해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올해도 국회의원 172명의 서명으로 사형제폐지 특별 법안이 공동발의 되었다. 서명한 의원의 수가 전체의 과반이 넘지만, 국민 여론은 아직까지 63대 27정도로 사형제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이 훨씬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에 대한 마지막 사형집행 이후 현재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 변협은 “사형제도 폐지가 세계적인 추세이고 인간의 생명은 그 자체가 절대적 가치를 갖는 소중한 것으로 다른 가치와 비교하여 희생되거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서 사형 폐지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국민의 법 감정과 사회 여건상 사형폐지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도 있으므로, 사형 폐지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적 합의가 마련될 때 비로소 도입되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시하였다. 따라서 종국에는 폐지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예측되지만, 폐지되어야 할 이유 보다 정서적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갈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1996년 9월 5일, 사형수 M에 대한 사형집행이 예정된 미국 오리건주 세일럼 시에 위치한 교도소 앞에는 언론 취재진과 사형제도 찬반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지역신문에는 “사형집행일은 고뇌가 끝나는 날”이라는 피해자 어머니의 말과 흐느끼는 모습이 1면에 실려 있었다. 교도소 주변 도처에는 ‘신도 사형을 지지한다’, ‘사형은 자업자득, 지옥으로 보내라!’와 같은 글귀들이 쓰인 현수막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급기야 집행 1분전에 이르러서는 60, 59, 58…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집행이 끝났음이 알려지자, “…랄랄랄라! 헤이! 헤이! 세이 굿바이!”라는 유행가가 합창되었다. 마치 중세시대에 사형수를 악마의 사주를 받은 자로 간주하고, 지역사회의 악마를 쫓아내는 수단으로 돌팔매질했던 집단적인 형벌을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이에 맞서 한 곳에선 사형폐지의 지지자들이 모여 촛불을 들고 한 사람씩 의견을 말하고 있었다. “사형은 폭력의 되풀이일 뿐입니다. 살인을 살인으로 심판할 것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일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저 사람들은 사형집행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있어요. 자기 자식들도 사형당할 수 있다는 것을 ….”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시기인 1997년 추위가 유난했던 어느 겨울날, 한 여인이 외투도 없이 아들의 무덤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르고 애달프게 흐느끼고 있었다. 안타까움에 못 이겨 주변에 있던 신도들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등에 덮어주고는 그녀를 품어주었다. 그 녀는 1997년 12월 30일 사형집행으로 세상을 떠난 어느 사형수의 어머니였다. 그녀의 아들은 천하가 공노할 죄를 지은 죄인이었지만, 그 녀에게는 끝내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던 가여운 자식이었을 것이다.

매년 11월이면 파주시 광탄면에 소재하는 나사렛 묘원에서는 연고가 없는 사형수들을 위한 위령미사가 열린다. 세상에서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어 사형장에서 이슬로 사라진 영혼들에 대한 위로의 미사이다. 신부는 강론을 통해 “거듭난 삶을 통해 하느님 품에 먼저 안긴 사형수들을 위해 기도하는 우리는 그들도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있음을 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우리가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몫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갈 때 언젠가 우리도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다짐하자“고 했다.

이 자리를 함께했던 연쇄살인범에 의해 3명의 일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어느 피해자 가족은 못내 말을 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나라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었는데 책임 있는 사람들의 사과 한마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내가 바라지 않는데 굳이 사형을 집행한다면, 또 한 번 나를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오히려 피해자들을 위로하고자 한다면 가해자에게 죽음을 줄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아픔을 나누고 서로 도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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