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사는 에너지 신재생 에너지·2] ‘100% 에너지 자립’ 오스트리아 귀씽

가난한 마을에 찾아온 ‘초록희망 한방울’

민정주 기자

발행일 2015-10-14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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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조각으로 가스생산·디젤·휘발유 전환
즉각 생산가능하고 환경에 부담 안줘 ‘장점’

연900만 유로 순수익·1천100개 일자리 창출
원전·석탄 의존도 높은 한국… 정책변화 필요


‘귀씽에너지 테크놀로지’의 연구원은 두 개의 알코올 램프에 차례로 불을 붙였다. 한쪽 램프에는 일반 자동차용 디젤 연료가, 다른 램프에는 나무가스로 만든 친환경 디젤 연료가 담겨있다.

각 램프에 불이 붙고 수초가 지나자, 일반 연료에서는 매케한 냄새와 함께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친환경 연료에서는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귀씽마을은 오스트리아 부겐란트 주 남부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인구 4천300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이 곳에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유럽재생에너지센터’가 있다.

1996년 설립된 이 센터에서는 에너지 절약 및 재생에너지의 이용과 공급에 관한 지속가능하며 지역적인 콘셉트를 개발하고 있다. 유럽 최초로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해 전기, 냉·난방, 연료 에너지 100% 자립을 이루었다.

귀씽 태양열발전소가 설치된 창고
귀씽 태양열발전소가 설치된 창고. /공동취재단

한때 귀씽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재생에너지를 통해 연 900만 유로(한화 120여억원)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 2005년 기준으로 50개 이상의 에너지 기업을 유치했으며, 1천1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다.

변화가 시작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귀씽 마을의 가장 큰 변화는 활기와 자부심이 넘친다는 것이다. 귀씽을 유명하게 만든 에너지 기술은 비엔나 공과대학 헤르만 호프바우어가 개발한 화력발전기술이다.

화력발전이지만 석탄을 태우는 것은 아니다, 탄소를 함유하고 있는 것이라면, 플라스틱일지라도, 태워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귀씽에서는 우드칩(나무조각)을 태워 가스를 만든다. 목재가스를 도시가스 수준으로 정제하고 메탄 함유량을 11%에서 97%까지 높이는 메탄화 기술을 스위스와 함께 개발했다.

‘귀씽 에너지 테크놀로지’에서는 이 가스를 디젤, 휘발유, 수소로 바꾸는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가 성과를 거두면, 수송 연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귀씽
일반 자동차용 디젤 연료가 들어있는 램프(왼쪽)와 나무가스로 만든 친환경 디젤 연료 램프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우리가 쓰는 디젤은 100만년 이상 석유화 과정이 필요하지만, 나무가스로 만든 디젤은 즉각 생산할 수 있고 환경에도 부담을 주지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직 상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 디젤을 연료로 자동차를 운행하면 연료분사노즐이 손상을 입는다. 새 연료를 사용하기 위해 기업도 연구개발에 나섰다. 연구원은 “새로운 디젤연료에 적합한 새로운 엔진을 개발해야 한다”며 “자동차, 항공기 등 각 기업들이 이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에너지 자립을 이룬 마을이 아직 없다. 정책적으로 ‘에너지 자립마을’이 조성돼 있어 태양광, 바닷물, 폐수, 축산분뇨 등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소재와 기술을 활용한 사업이 진행되고는 있다.

그러나 에너지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하거나 연구개발이 이루어지는 곳은 드물고, 실험적 성격이 강해 실질적인 자립을 이루기에는 아직 까마득하다.

귀씽 열병합 발전기
귀씽 열병합 발전기. /공동취재단

경기도의 경우 2030년까지 전력자립도 70%를 달성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전력량을 20%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내 각지에 신재생 에너지타운과 에너지 자립마을 100개소를 조성하고, 건물과 공장, 주택, 농장 등 1만개의 지붕을 태양광 발전소로 만들 겠다고 나섰다.

한편 우리 정부는 지난해 초 제2차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을 수립해 2035년까지 원자력발전 비중을 29%로 규정했다. 원전 비중이 실질적으로 확대됐다. 수치상으로는 2008년 발표된 1차 에너지기본계획(2030년까지 원전 비중 41%)보다는 낮아졌지만, 2014년 현재(26.4%)보다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따라 2035년에 국내 원전은 총 41기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석탄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우리 정부는 2021년에 석탄발전량을 지금보다 2배 늘릴 계획이며, 이를 위해 24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설할 예정이다. 현재 운영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53기다.

미국 ,유럽 등이 화석연료를 줄이고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원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정책이다. 지난해 국내 전력 생산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석탄(39.1%)이다. 21%는 LNG가 채웠고 신재생에너지로 얻는 전기는 5%미만이다.

귀씽 우두칩 창고
우드칩 창고. /공동취재단

석탄, 원자력, LNG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10월 초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백재현 의원은 2008년과 마찬가지로 현재 신재생에너지비율이 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원전을 확대하기로 한 나라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정책이 지지부진 하는 동안 대기중 오염물질과 온실가스는 계속 배출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7위 수준인 우리나라는 2050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한류어종이 줄어들고 열대성 외래 식물과 병해충이 늘어날 것이라고 국토환경정보센터는 내다봤다. 2100년이 되면 서울면적의 4배가 넘는 면적이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될 수 있다.

오스트리아 귀씽마을에서 만난 한 연구원은 “재생, 대안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환경을 지키기 위한 매우 여러가지 방법 중 하나이며 화석에너지 없이 사는 것은 기술적으로 전혀 어려운 일도 아니다”라며 “오스트리아에 원자력 발전소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내 자신과 자녀들에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위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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