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이순신 장군의 수군 본영을 내륙에 둔다면

박현수

발행일 2015-10-14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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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세종시에 있다면 상황대처 늦고 피해도 커
지역정치권, 이전설 나도는데 어물쩍 거리기만
서해 지키고 어민 보호하기 위해선 인천소재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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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
지금 서해에선 꽃게잡이가 한창이다. 매일 수백 척 어선들이 만선의 꿈을 안고 백령도 등에서 조업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힘든 건 국경을 침범해 불법조업을 하는 것도 모자라 어린 꽃게들까지 싹쓸이하는 중국어선들이다. 대규모로 움직이는 중국어선들은 우리 어민들이 설치해 놓은 어구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주인인 한국어선들을 향해 위협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중국어선들을 제압하고 어민들을 보호해 주는 게 해경이다. 인천에 본부를 두고 있는 해양경비안전본부는 현장에 가까운 만큼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어 어민들 보호와 불법 조업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북방 한계선을 수시로 침범하는 북한에 맞서 해군과 함께 서해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현실도 해경본부가 인천에 있어야 하는 당위성에 한몫한다.

현장성은 그만큼 중요하다. 해경이 해안도시인 인천에 있지 않고 내륙에 있게 되면 바다에서 일어나는 각종 상황에 대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고 그만큼 피해도 커진다. 임진왜란때 바다에서 왜적을 막아낸 이순신 장군의 수군 본영을 현장인 바다가 아닌 내륙에 두고 왜적을 막으라는 말과 같다는 얘기다.

이처럼 상황이 명백한데도 해경본부의 세종시 이전설이 가시화되고 있다. 흐린 날 초가집에 연기 스며들듯 올해 초부터 나오던 이전설이 지금은 거의 기정사실처럼 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된 데에는 사돈이 땅을 사든 말든 난 모르겠다며 외면해온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인천의 정치인 중에는 현 정부에서 큰 역할을 하는 중량급들도 여럿이고 야권에서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는 의원들도 여럿이다. 그런 이들이 정작 중요한 지역 현안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이전설이 가시화될 때까지 지역 정치인 중 누구도 적극적으로 반대하거나 목소리를 높였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지역 여론이 들끓고 시민들의 이전반대운동이 시작되고서야 뒤늦게 어물쩍거리는 현실은 도대체 힘 있는 정치인들을 뒀다 어디에 써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해경본부가 세종시로 이전한다고 해서 그 지역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본부인력을 모두 합해야 300여 명 남짓이다. 이런 조직을 이전하겠다며 힘을 낭비하고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정부의 할 일이 아니다. 세종시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성장산업을 유치하는 데 노력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마찬가지로 해경이 인천을 떠난다고 해서 인천의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전을 반대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영해를 지키고 국가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서해의 중요성과 어민을 보호하기 위한 해경의 역할을 감안 하면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은 현장과 가장 가까운 인천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이유 때문이다.

한국과 북한·중국이 마주하고 있는 서해의 안전은 국가안보와도 직결된다. 서해의 풍부한 어족자원을 보호하고 이곳에 터 잡아 살아가는 어민들을 지키며 해상방위를 위해서는 해경이 현장에 있어야 한다. 그게 요즘 유행하는 현지화 전략이다.

인천은 지금부터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 인천에 있는 각종 기관과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은 전담팀까지 꾸려가며 움직이는데 인천의 대응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행여나 송도의 휘황한 불빛과 겉멋에 취해 길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해경 이전은 명분도 이유도 없고 실리도 없다.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문제고 연평도 등 북방 5도를 비롯한 서해 어민들의 생존권과도 직결돼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바다를 책임지는 해경본부를 내륙으로 옮기는 것은 이순신 장군의 수군 본영을 함경도나 서울에 두겠다는 것처럼 한심한 발상이다. 한국과 북한·중국이 맞부딪치는 서해는 국가안보의 최전선이며 수십만 어민들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해경은 인천에 남아야 한다. 그게 순리고 국가이익에도 부합한다.

/박현수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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