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슈트렘(Strem) 마을에서 재배하는 ‘질피움’. 이 식물은 경제성이 높은 친환경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공동취재단 |
할방지역 에너지플러스하우스
블라인드 바깥창 설치 단열 도움
지붕 발전기로 전기 만들어 사용
슈트렘 마을서 자란 식물 질피움
바이오가스생산 옥수수보다 많아
에너지컨설팅 통해 환경친화 노력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위성도시인 할방시(市)에는 ‘에너지플러스하우스’가 있다. 최소한의 냉난방으로 적정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된 주택을 패시브하우스라고 한다.
이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태양열 흡수 장치 등을 이용하여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끌어 쓰는 집은 액티브하우스라 한다. 에너지플러스하우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 건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 판매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할방시의 에너지플러스하우스는 문화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1천538㎡부지에 8천㎥ 부피의 ‘주민문화센터’는 바깥 기온이 영상 34도에 달하는 7월의 더위에도 실내 바닥 온도는 22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물론 어떤 냉방기도 가동하지 않은 상태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가려주는 블라인드는 건물 바깥쪽에 설치돼 있었다.
할방의 에너지플러스하우스. /공동취재단 |
국내에서는 커튼이나 블라인드는 실내 창에 설치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쿠스터(Harald Kuster) 씨는 블라인드를 바깥창에 설치하는 것이 단열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건물의 바닥은 40㎝, 벽면은 25㎝ 두께의 콘크리트로 둘러싸여있다.
그는 “콘크리트 덩어리 위로 빗물이 흐르는 수많은 관을 설치해 냉난방을 하는 콘셉트”라며 “콘크리트는 한국의 온돌처럼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는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냉방은 빗물을 이용하고 겨울 난방은 태양열로 해결한다. 지붕에 설치된 18.6㎾규모의 발전기로 필요한 전기를 만든다. 사용하고 남은 전기는 인근 식당 등에 팔아 연간 1천500유로의 수입을 얻는다.
쿠스터씨는 오스트리아에 30채 가량의 에너지플러스 하우스를 건축했고 지금도 스포츠센터와 다세대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을 10곳에서 시공하고 있다.
건축가 해럴드 쿠스터. /공동취재단 |
쿠스터씨는 에너지플러스 건물을 짓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마, 지붕과 벽면의 재질 등은 환경과 지역의 특성을 활용하면 되고, 나머지는 공조시설, 재생에너지 활용기술 등 과학기술로 보충한다”며 “일반 건축비용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지도 않고,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전기, 가스 등 에너지 비용이 없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제로(0)라서 결국은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잘츠부르크의 슈트렘(Strem) 마을에서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식물을 키운다. 420가구, 1천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에너지를 생산해 연간 70만유로(약 9억원)의 수입을 올린다. 이들이 에너지를 만드는 주 연료는 ‘질피움’이라는 식물이다. 에너지 함유량이 많아서 옥수수보다 더 많은 양의 바이오 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
마을 관계자는 “이 식물은 길이가 4m까지 자라 한번 씨를 뿌려두기만 하면 여러 차례 수확할 수 있다”며 “옥수수를 이용해 바이오가스를 만드는 것이 식량부족문제와 결부돼 논란이 됐지만 이 식물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경제성도 입증된 미래 에너지원”이라고 설명했다.
잘츠부르크 에너지컨설팅부의 게오르그 토르. /공동취재단 |
잘츠부르크의 ‘에너지 컨설팅 부서’는 지역주민 및 에너지 소비자에게 최적의 에너지 이용법을 제공하기 위해 2004년 신설됐다. 잘츠부르크 주 정부와 지역 교통에너지 회사인 Salzburg AG가 공동으로 조직했다. 40여명의 전문 컨설턴트가 활동하고 있으며 연간 3천건의 컨설팅이 진행된다.
주민을 상대로 하는 무상 에너지컨설팅에서는 현재 건축물에 어떤 단열재 창호가 쓰였는지, 어디서 열 손실이 발생하는지, 개선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려준다. 보수 공사가 필요할 때는 건축자재 중 환경친화적인 것, 폐기 시 재활용 가능 여부, 보일러 등 자재별 에너지 손실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새로 건물을 짓거나 리모델링을 하려는 사람도 누구나 이 곳에서 에너지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또한 잘츠부르크의 모든 건축물에는 에너지증명서를 부착하도록 했다. 에너지 증명서에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 냉·난방 전기 사용량, 이산화탄소 발생량 등이 표시된다. 자동차의 연비표시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
건축기술관련조례에는 신축과 리모델링 방법이 상세히 규정돼 있는 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보수공사를 할 때는 건물 외피에 이전보다 25%이상 단열개선공사를 하라는 것이다. 효율을 높여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러한 규정과 각 건물의 에너지증명, 고효율 건축자재에 관한 정보 등은 온라인상에서 누구나 확인 할 수 있다.
에너지플러스하우스 측면의 모습. /공동취재단 |
에너지컨설팅부장 토르(Georg Thor)씨는 “제우스 플랫폼은 2007년부터 운영하면서 각 건축물, 건축자재들을 비교해 사용자가 직접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게 했다”며 “직접 하지 않으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주 자체에서 수립한 에너지자립 장기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잘즈부르크 2050’에 따르면 잘츠부르크는 2020년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비중 50%를 달성하고, 건물 내 난방은 100%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2030년에는 잘츠부르크 전 지역이 100%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하고, 2050년에는 완전한 에너지 자립을 이룬다는 것이 목표다.
토르씨는 “주 내 모든 관공서는 재생가능 에너지를 쓰거나 지역난방 방식인데, 재생가능 에너지는 이산화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것이고, 둘째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이 두가지는 필수적으로 병행돼야 하며, 오스트리아 전체의 에너지 정책이 이 두가지 방법을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위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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