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사는 에너지 신재생 에너지·4] 독일의 에너지 정책

‘햇빛이 빚어낸 마을’ 반짝이는 변화의 열쇠는 ‘주민’

민정주 기자

발행일 2015-10-20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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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콤플레스
졸라콤플렉스(Solar Complex)가 9번째로 만든 바이오에너지 마을에는 3만2천개의 태양광 모듈이 설치돼 있다. /공동취재단

뮌헨 바우첸트룸, 환경·기후보호 정책 공유… 태양열 집열기 설치등 지원
시민기업 졸라콤플렉스, 매립지땅 바이오에너지마을 조성 年1100만kwh 생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 소유한 주민 40%… “정계·기업 혁신 관심 중요”

‘뮌헨 바우첸트룸(Bauzentrum Munchen·뮌헨건축센터)’은 뮌헨시 환경보건부 소속으로 기후 변화와 에너지 관련 업무를 전담한다. 이곳에서는 매년 100차례 가량 건축 관련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일반 시민을 비롯한 에너지절약 기술 전문가, 건축가, 설비엔지니어, 도시계획가, 주택관리사 등이 참여해 난방기, 단열재 등 최첨단 건축 자재 및 설비 기계에 관한 정보를 나눈다. 이런 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환경보호와 기후보호 정책도 전달한다. 자원봉사를 하는 건축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주택 에너지 효율에 관한 컨설팅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건축가 나탈리 노이하우젠(Natalie Neuhausen)씨는 “건축 전공자가 상담을 해 주면 시민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제공된 정보를 믿을 수 있다”며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이 스스로 환경보호의 필요성과 방법을 알도록 돕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150만 인구의 뮌헨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쓰는 연간 예산은 1천만유로(120억원)다. 이 예산은 ‘패시브 하우스를 짓거나 오래된 집을 개보수 하거나 태양열 집열기를 설치하는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지원된다.

뮌헨건축센터
뮌헨건축센터 내부. 사진/공동취재단

뮌헨시가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CO2 보너스’정책에도 쓰인다. 건축자재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나무나 셀룰로스 등의 자재를 사용하면 지원한다.

노이하우젠씨는 건축센터 인근에 조성된 1천800가구 규모의 시범 주거단지를 소개했다. 30년 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집이나 집세가 저렴한 주거 공간을 마련했다. 물론 모든 건물이 에너지 절약형이다.

이 곳의 건축물들은 그 자체로 실험실이기도 하다. 건축물마다 특징적인 설비를 갖추고 있다. 태양광과 태양열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중앙식 목재 펠렛 보일러를 통해 ㎡당 연간 15kwh의 난방에너지만을 쓰는 건물이 있는가 하면, 기밀성이 높아 공조시설을 가동하면 연기를 피워도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목조건물도 있다.

개인 주거면적은 최소화하고 공동면적을 확대한 공동체 콘셉트의 주거 단지도 있다. 협동조합을 구성해 만든 이 단지에는 공동도서관, 컴퓨터실, 바비큐장 등이 갖춰져 있고, 지열 히트펌프를 이용해 지하수를 에너지원으로 쓰고 있다.

나탈리
뮌헨건축센터 자원봉사자 나탈리 노이하우젠. 사진/공동취재단

노이하우젠씨는 “Wagnis(바그니스)라는 기업이 선보인 석재건물로 최근 전 세계 건축가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건물”이라고 설명하며 “주거공간의 기능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고 말했다.


졸라콤플렉스(Solar Complex)는 2030년까지 독일 남부 보덴호수(Bodensee) 지역의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징엔시(市) 시민들이 설립한 기업이다. 4년 동안 4천kwh의 태양광발전소를 건립했고 연간 매출액이 30억원에 이른다.

졸라콤플렉스는 1963년에 지어진 콘크리트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사옥으로 쓰고 있다. 2013년부터 2년 동안 골조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보수해 패시브하우스 기준에 맞춰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건물 외벽과 지붕에 태양광 집열판을 부착하고, 2만5천ℓ 규모의 축열조와 바이오가스 열병합 발전기도 설치했다.

열 손실을 막기 위해 창호도 교체하고, 공조시스템을 갖추었다. 이를 통해 에너지사용량을 이전보다 6분의1로 줄일 수 있었다.

졸라콤플레스
졸라콤플렉스 교육담당자 가우 쿨러. 사진/공동취재단

졸라콤플렉스가 9번째로 만든 바이오에너지 마을에는 3만2천개의 태양광 모듈이 설치돼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징엔시가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하던 80만㎢ 면적의 땅을 임대해 조성한 태양광 발전 시설이다. 연간 1천100만k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이로써 6천600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2006년 설치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독일의 전력 시장은 크게 변했다. 2006년에는 1㎾당 설치비용이 4천유로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천100유로로 내려갔다. 설비비용이 4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중국에서 저가의 태양광 설비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시설 비용 등 시장동향을 파악해 신재생에너지발전시설에서 생산된 전기의 매입가격을 정하는데, 2006년 40센트에서 2014년 9.47센트로 매입가격도 내려갔다. 그러나 한 번 정해진 매입가격은 20년동안 유지돼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독일은 2000년부터 EEG(재생가능에너지법)를 제정해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우선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전기 가격은 시장경제에 맡기지 않고 설비비용에 따라 기준가격을 법으로 정한다. 기준가격을 명시하는 이유는 투자비 때문이다.

뮌헨건축센터
뮌헨건축센터 외관. 사진/공동취재단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사업비를 은행 대출로 마련하더라도 20년동안 수익이 보장되니 은행도, 사업자도 부담이 덜하다. 독일의 총 에너지 수요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은 2000년 3.7%에서 2013년 12%까지 높아졌다.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의 일자리도 2004년 160만5천개에서 2013년 371만5천개로 늘었다.

태양광발전의 경우 2002년까지 설치된 태양광발전기의 규모가 250㎿이하였는데, 2008년 20배 증가해 6GW를 넘어섰고, 2010년 한 해에만 7.4GW를 설치했다. 2010년 누적 설치 용량은 17.3GW로 원자력발전소 12기에 해당하는 양이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소유한 주체는 일반시민이 40%로 가장 많다.

농촌에서 창고 지붕이나 나대지를 활용해 설비하는 경우가 많아 농업 종사자 비중도 11%에 달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중 절반이 일반 시민, 농민단체들에 의해 설치된 것이다. 이곳에서 원전 50기에서 생산할 수 있는 53GWh의 전기가 만들어진다. 반면 4대 대형 에너지 회사는 6.5%에 불과하다. 독일의 에너지 전환 정책의 힘은 시민에 있는 것이다.

졸라콤플렉스의 교육담당자 가우 쿨러씨는 에너지 전환정책에 관해 시민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도 에너지부분에 대해 시장논리로 브레이크를 걸려고 한다”며 “에너지 문제는 정치문제이고, 오피니언과 리더들의 의지에 따라 크게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들이 변해야 하지만 그동안 정치인들이 자발적으로 변한 적은 없다”며 “시민들, 협동조합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끊임없는 혁신을 요구해야 정계와 기업들이 에너지 효율화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위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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