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사는 에너지 신재생 에너지·5·끝] 에너지 문제 다양한 해법

차보다 많은 자전거·패시브하우스 건축 친환경 생활문화
모든 길은 ‘사람’을 위해 열려있다

민정주 기자

발행일 2015-10-22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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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부르크
자전거 생활에 익숙한 프라이부르크(Freiburg) 시민들. 자전거 도로와 주차시설은 물론이고, 도로 중간에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교회가 있을 정도로 인프라가 갖춰져있다. /공동취재단

독일 프라이부르크 교통분담률
자전거 35%·자동차 20% 차지
지속가능한 주거 단지로 조성

보봉마을 교통고려 도시개발
공동 주차장·어린이공간 운영
年 65kwh 저에너지 건물 콘셉트

전북 임실 중금마을 에너지자립
저탄소농산물 생산 등 모범사례
“교육·인식의 작은변화가 중요”


프라이부르크(Freiburg)의 아침은 독일의 다른 도시에 비해 유난히 활기차다. 자전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의 행렬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교통 분담률을 따져보면 자전거가 35%, 자동차 20%, 나머지는 대중교통이다.

자전거 도로와 주차시설은 물론이고, 도로 중간에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교회가 있을 정도로 인프라가 갖춰져있다.

최근에는 고속도로를 만들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에서는 머지않아 ‘자동차만큼 빠른 자전거’라는 말에 놀랄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고, 민간 에너지 연구소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대표 한스 슈반더(Hans Schwander)씨는 말했다.

프라이부르크시(市)는 인구 21만명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다. 70년대 전개된 반전·반핵 운동에서부터 이 곳의 친환경적 생활문화가 시작됐다. 프라이부르크에서는 패시브하우스가 아니면 건축 허가가 나지 않는다. 엄격한 건축 기준때문에 사람들이 기피할 것 같지만, 이곳의 인구는 꾸준히 늘어났다.

집값도 계속 올라 독일에서 부동산가격이 가장 비씨다는 뮌헨만큼 높아졌다. 그러나 이 곳 시민들은 더 이상의 개발을 반대했다.

1990년대 프라이부르크의 집 값을 감당할 수 없는 학생과 청년들이 외곽에 거주하기 시작했다. 주민들과 당국은 보호녹지구역일부에 주택을 더 짓고 나머지 보호구역을 보다 엄격히 관리한다는 내용의 협상을 이루어내고 리제펠트(Riesefeld)라는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주거단지를 조성했다.

주민들이 도시의 콘셉트를 제안하고 경쟁공모를 통해 현실화했다. 에너지 효율을 고려해 개인주택 건축은 지양하고 6~8층 규모의 연립주택을 지었다. 이후 보봉(VauVon)마을이 조성됐다. 1995년 프랑스 군부대가 떠난 자리를 주민들은 리제펠트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수준의 환경주택단지로 바꾸어 놓았다.

보봉마을 트렘
보봉마을 트램

‘교통을 고려한 도시개발’을 콘셉트로 당시 독일에 없던 파격적인 건축 방식을 도입했다. 그 중 하나가 공동주차장이다. 당시 법적으로 신축건물에는 반드시 가구수와 동일한 주차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이를 따르지 않고 공동주차장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은 연방정부와 싸워야 했다.

보봉 마을 주민들에게는 그렇게 많은 주차장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동차의 나라라 불리는 독일은 인구 100명당 자동차 보유수가 66대에 달한다. 프라이부르크에는 100명당 33.7명이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 보봉마을은 17.4대에 불과하다.

노면전차를 7분에 1대씩 운행해 차 없는 불편을 줄였다. 상점들도 트램 정류장 주변으로 배치했다. 운행 자동차 수가 적으니 아이들은 아무데서나 마음놓고 놀 수 있게 됐다. 마을 도로 곳곳에 어린이 놀이 공간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이곳에서는 자동차 운행 속도를 5~10㎞로 줄여야 한다.

보봉마을의 모든 길은 차가 아닌 주민을 위한 공간이다. 교통뿐 아니라 주택에 관해서도 보봉시민들은 파격적이었다. 패시브하우스라는 개념이 없던 때에 주민들은 연간 사용 에너지가 65kwh이하인 ‘저에너지 건물’을 지었다.일부 주민들은 건축공동체를 구성해 공동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 콘셉트를 설정했다.

경제성과 더불어 사회적 측면도 고려해 25가구가 살 수 있는 에너지자립건물 2동을 지었다.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열병합 발전기를 설치해 전기를 만들어서 사용한다. 슈반더씨는 “독일 전체적으로 1㎡당 드는 난방비가 85유로인데, 이 건물은 0.13유로”라며 “프라이부르크는 2050년까지 에너지소비를 현재의 3분의 1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봉마을에 살고 있는 마이어(Astrid Mayer) 씨는 “올 여름 독일의 기록적 폭염에도 냉방기를 사용하지 않고, 다만 집안의 모든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그녀가 사는 집은 처마의 길이를 계산해 여름철에 직사광선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설계됐다.

보봉마을 어린이 놀이구역 표지판
보봉마을 어린이 놀이구역 표지판

낮 동안은 실내를 밀폐하고 공조기를 가동한다. 해가 지면 문을 열어 찬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게 하고, 해가 뜨면 다시 밀폐해 찬 공기를 가둬둔다. 마이어 씨는 “나무로 집을 지으면 환경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지진에 강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도 이처럼 민간이 주도해 에너지 문제 해결에 나선 마을이 있다. 전북 임실의 중금마을은 에너지 자립 마을의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중금마을은 31가구, 주민 89명이 사는 농촌 마을이다. 마을의 변화를 주도한 김정흠(48)씨는 2008년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는 “환경에 대한 인식은 사소한 것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싹트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어귀에 빈 포대로 분리 수거함을 만들어 두었다. 분리수거가 자리를 잡기까지 4년이 걸렸다. 2010년에는 정부의 ‘그린빌리지’사업 보조금을 받아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현재 10가구에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돼 있지만 정부 보조금을 받지는 않는다. 그는 “정부 사업이다보니 1년만에 손에 잡히는 결과를 요구하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밝혔다.

그 대신 고효율 전등을 사용하고, 재활용 쓰레기의 종류를 15가지로 늘리고, 친환경 마을 공동농장에서 저탄소 농산물을 생산하는 등 주민과 함께 꾸준히 에너지 자립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김씨는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추고 다양한 아이디어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며 “큰 돈을 벌겠다는 사람이 재생에너지를 사용 할리는 없으니, 마을 아이들에게 적당히 벌면서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가르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위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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