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9] 문화기부 활성화 방안 (3) 매칭펀드

기업이 하나 나누면 예술은 두배가 된다
기업이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금액에 비례해 공공펀드에서 추가로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방식

특별취재반 기자

발행일 2015-10-21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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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부 활성화 방안 (3) 매칭펀드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중소·중견기업의 문화경영 돕자는 취지
대기업 지원받기 힘든 풀뿌리단체 큰 힘
국내 2007년 첫발… 지원금 12억 → 22억
‘참여유도 효과적’ 지역문화재단도 도입
성도GL,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 후원
디포그, 사옥에 스튜디오·작가공간 제공
문화예술 소외 경기북부·부천지역 ‘열매’


# ‘일석이조’ 매칭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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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칭펀드(Matching Fund)는 기업이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금액에 비례해 공공펀드에서 추가로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방식을 뜻한다. 다시 말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절반의 금액으로 두 배의 지원 효과를 거두게 되는 셈이다.

선진국에서는 기업과 예술단체 간 1대1 매칭시스템이 일반화 돼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정책이 자리 잡은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대기업에 비해 재정 여건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들의 문화경영을 돕자는 취지로, 이들의 후원을 유도하고 메세나 기반을 확대하고자 시행됐다.

이를 통해 많은 중소기업들의 참여가 이어져 왔으며, 이는 대기업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지역의 풀뿌리 예술단체에도 후원의 온기가 전달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참여를 늘린 계기가 된 매칭펀드 사업은 1984년부터 시작된 영국의 ‘뉴파트너스(New Partners)’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설계됐다.

6억원 규모로 출범한 매칭펀드사업은 ‘이건리빙’과 ‘안은미무용단’이 첫 결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사업 첫 해인 2007년에만 27쌍의 파트너가 결연을 맺게 됐고, 12억1천500만 원의 금액이 문화예술단체에 전달됐다.

이후 매칭펀드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2010년 50쌍, 2013년에는 90쌍으로 수직 상승해 6년 새 3배를 훌쩍 넘는 결과로 이어졌다. 펀드 대비 기업지원금의 비중도 계속 증가했다. 초창기에는 1대1 비율이었다. 즉, 기업에서 100만 원을 후원하면 국고 펀드에서 100만 원이 더해져 200만 원이 지원되는 식이었다.

하지만 기업지원금이 점차 늘어나며 2013년에는 기업지원금 비중이 2배 가까이 늘어났고, 기업지원금과 펀드를 합한 실제 지원금액 규모도 대폭 커졌다. 펀드사업이 시작된 첫해 12억1천 500만 원이었던 지원금은 2013년 22억3천만 원에 이르며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메세나
지난 2007년 5월 매칭펀드 조인식 자리에서 당시 박영주(왼쪽) 한국메세나협회 회장과 김명곤(오른쪽) 문화관광부장관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이처럼 예술 지원을 문화 경영에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관심에 힘입어 매칭펀드 사업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으며, 메세나 활동이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2011년부터는 기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도 참여가 가능하도록 범위를 넓혔으며, 지난해부터는 예술단체 뿐 아니라 개인 예술가도 지원대상에 포함해 보다 많은 예술분야 종사자들에게 혜택을 돌려주고 있다.

매칭펀드는 여러모로 일석이조(一石二鳥)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 지원금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 문화예술단체에 전해져 두 배의 지원 효과를 낼 뿐 아니라, 이 같은 후원 활동을 통해 기업과 예술단체가 함께 윈윈(Win-Win)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메세나협회가 실시한 ‘예술지원 매칭펀드 효과 및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참여 기업 전체가 올해도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92%가 매칭펀드를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해당 기업의 직원들 중 88%가 매칭펀드를 통한 기업의 문화경영에 대해 직원 사기와 만족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지원을 받는 예술단체의 경우 대부분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매칭펀드가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벤치마킹한 지역 매칭펀드 프로그램도 속속 생겨났다. 2008년 경남메세나협의회에서 경남 매칭펀드를 시작으로, 2009년과 2012년에는 부산문화재단과 서울문화재단에서도 각각 사업이 시작됐다. 경기문화재단에서는 아직까지 매칭펀드를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하루 속히 매칭펀드를 도입해 더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매칭펀드는 문화경영의 핵심

헤이리
2007년부터 연간 두 차례씩 야외공연으로 진행돼 온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 장면.

사단법인 헤이리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예술에 관한 담론과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해 설립한 공동체 마을로, 경기북부지역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한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곳의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는 매칭펀드가 시작된 지난 2007년부터 ‘성도GL’이라는 기업과 결연을 맺고 후원을 통해 해마다 두 차례씩 음악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성도GL 김상래 대표이사는 본격 경영자의 위치에 오른 지난 2002년부터 자신의 문화예술경영 철학을 토대로 사업 전반에 문화예술을 접목했다.

김 대표는 “과거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름다운 연주와 너른 공원에서 자유롭게 모여 음악을 감상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며 “당시 행복한 장면을 보면서, 훗날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이런 문화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2007년부터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를 후원했고, 경계 없는 예술을 실천하고자 지금까지 야외공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성도GL은 2008년 파주에 복합문화공간 ‘공간 퍼플’을 개관,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문화체험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디포그사옥
부천 디포그(DEFOG) 사옥 내에 입주해 있는 사진작가의 촬영 스튜디오. /한국메세나협회 제공

부천에서도 문화예술 소외지역으로 분류된 오정구 삼정동 공장 밀집지역에 자리한 제조업체 디포그(DEFOG)는 2012년 예술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디포그 김창홍 대표이사가 사옥 1층과 4층을 각각 스튜디오와 작가레지던시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예술가들을 불러모은 것. 이는 대안공간 아트포럼리와의 매칭펀드를 통해 가능했다.

김 대표는 기업의 혁신은 문화예술에서 나온다는 신념으로, 회사의 일부 공간을 거액의 리모델링 비용까지 들여가며 작가들에게 선뜻 내줬다.

그는 “누군가는 내게 욕심이 없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예술가들과의 상생이 나의 큰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혹자들은 쓸데 없는 일이라고 걱정하지만, 저에게는 예술가들이 회사에 들어온 것 자체가 회사의 이익이고 그들에 의해 오히려 디포그의 가치가 계속해서 높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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