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가계부채의 민낯

안희욱

발행일 2015-10-2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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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가구당 평균부채 6천만원
부동산담보대출 비중 ‘전국최고’
빚지고 사는 저소득층 40% 달해
금리인상땐 시민부담 엄청날 것
소비패턴 개선… 훗날 생각않고
일단 저지르는 우 범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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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욱 한국은행 인천본부장
기업도, 정부도, 가계도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는 우리는 가히 ‘부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규모도 규모지만, 어렵사리 마련한 돈을 흥청망청 쓰고 있는 것이다. 금년 6월말을 기준으로 은행이 기업에 빌려주었다가 부실화된 대출금이 22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0%나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는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이 전체 기업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형편이니 정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다. 기업만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된 인천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요금을 인상하고 세출을 조정하는 등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상당한 고충을 겪고 있지만, 긴 안목으로 보았을 때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가계부채이다. 기업이나 정부가 구조조정에 명운을 걸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가계부채는 폭주기관차처럼 엄청나게 늘어나 지난 6월에 1천100조원을 넘어섰다. 제대로 된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 많은 돈을 도대체 무슨 수로 갚아나가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이렇듯 위험은 높아만 가지만, 우리 사회의 대출 불감증은 세월호 사건을 닮았는지 요지부동이다. 혹시나 이런 불감증이 ‘위기가 닥치면 다 같이 망할 테니, 정부나 국회가 어떻게 해주겠지’하는 소위 대마불사(too-big-to-fail)의 소산이라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왜냐하면 위기는 가장 약한 고리에서 발생하고, 설사 나중에 조치를 하더라도 처음의 발화점은 사후약방문격으로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곰에게 잡혀먹히지 않으려면 친구보다 빨리 뛰어야 한다는 잔혹한 농담이 적용되는 경우라 할까. 별 차이가 없지만 경쟁자보다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위험 발생 가능성은 100%라는 말이다. 인천도 이 농담에서 예외가 아니다.

금년 8월말로 인천의 가계대출 잔액은 42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국대비 5.5% 수준으로, 인천의 인구비중(5.6%)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그럴 수도 있는 수준’이라고 여겨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가계 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인천의 가구당 평균부채는 약 6천만원으로 서울과 경기에 이어 세 번째로 많고, 개인소득은 약 4천만원으로 전국 평균치(4천676만원)를 크게 밑돌고 있다. 한 마디로 ‘소득은 적은데 빚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우선 인천의 가계부채 중 부동산담보대출의 비중(63.0%)이 전국(54.8%)에서 가장 높다는 점이다. 또한 저소득층의 대출연체가 높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인천의 저소득층 중에서 약 40%가 빚을 지고 있으며, 그중에 연체를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20%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인천이 마주하고 있는 가계부채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행여 부동산가격이 불안정해지기라도 한다면, 또 금리라도 올라가 버린다면(과거 경험에 비추어 그리 무리한 가정은 아니다) 인천시민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엄청날 것이다. 마치 곰이 쫓아오고 있는 형국과 흡사해 보인다.

빚을 상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갚을 여유는 없고 쓸 곳은 많은 현실에서 대안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아마도 기업이나 정부의 구조조정에 버금가는 가계 구조조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대형자가용을 중형차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으로 소비를 획기적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뒤를 생각하지 않고 일단 저지르고 보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곰에게 가장 손쉬운 먹잇감은 꼴찌로 도망가는 사람보다 역주행하여 곰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될 테니까 말이다.

/안희욱 한국은행 인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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