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이산가족, 만남의 강은 쉼 없이 흘러가야한다

김훈동

발행일 2015-10-2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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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상봉신청자 13만명중
고작 3.1%만 만남 성사
대부분 70대이상 고령자들로
흘릴 눈물도 얼마 남지 않아
인도적 차원서 정례화 급하다
이제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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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사랑은 나중에 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에.” 중국 작가 위지안의 말입니다. 이산가족 만남도 나중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합니다. 대부분 고령에다 병약(病弱)해져 거동도 불편하고 기억이 흐려지기에 그렇습니다. 며칠 동안 1년8개월 만에 이어진 이산가족상봉에 대한 뉴스와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가족들입니다. “누나 봤다” 환호하며 얼싸안는 동생 모습, 엉엉 우는 여동생을 정답게 다독이는 오빠.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서럽고, 반가워하는 모습이 눈시울을 따갑게 합니다.

이런저런 사연과 만남이지만 두 차례 상봉단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분들이 있습니다. 여든넷인 할머니는 열아홉에 결혼한 후 신혼생활 6개월 만에 “열흘만 있다가 온다”던 남편을 65년 만에 만났습니다. 당시 뱃속에 3개월이던 아들은 예순다섯 살이 되어 처음으로 “아버지”를 부르며 큰절을 했습니다. 남편이 사라진 후 이사도 가지 않고 행여나 남편이 돌아올까 기다린 세월입니다. 신혼 때 신었던 구두마저 못 버리고 놔둘 정도였습니다. 37년 전부터는 돌아가셨을 거로 생각하고 제사를 지내왔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아흔여덟 할아버지는 두 딸에게 줄 꽃신을 사 갖고 만났습니다. 6·25전쟁 때 북한군 징집으로 가족들과 헤어졌습니다. 당시 일곱 살, 세 살이었던 두 딸에게 고추를 팔아 예쁜 꽃신을 사다 주겠다고 약속한 것을 65년 만에 지켰습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상봉 장면들입니다.

남북의 교류는 전 국민의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지만,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은 당시의 아픔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통일은 미래세대를 위해 꼭 이뤄져야 합니다. 상처로 얼룩졌던 역사의 상처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마치고 돌아온 가족들은 만난 기쁨보다 또다시 헤어진 아픔에 먹먹해 합니다. 상봉의 형식도 고작 두 시간 이어지는 여섯 번의 만남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하룻밤만이라도 같이 자면서 기나긴 세월 못다 한 이야기를 확 풀어봤으면 하는 소망일 것입니다.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경쟁을 뚫고 겨우 잡은 만남의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입니다. 이젠 흘릴 눈물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70대 이상 고령자가 82%를 넘습니다. 고령화로 매년 수천 명이나 사망하고 있습니다. 찔끔찔끔 만남으로는 상당수의 이산가족이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한(恨)을 가슴에 품고 이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적십자사에 9월말 상봉신청자가 약 13만 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고작 3.1%만 이번 상봉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는 이산가족도 너무 많습니다. 혈육의 단절을 가져온 이산가족의 문제는 금세기 우리 민족이 겪고 있는 비극이자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산가족 방송자료가 세계 사람들의 심금까지 울려 유네스코의 인류문화 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지구 상에서 비극적 이산 사례가 남아 있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다른 나라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민족이 풀어야할 과제입니다. 남북당국의 뒷받침 아래 남북적십자사를 통해 제네바 협약에 의거 금강산 면회소를 이용한 수시 만남과 서신 교환 등 왕래를 이어갈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정례화에 손사래만 치는 북한을 어떻게든 설득하여 ‘만남의 강’이 쉼 없이 흘러가도록 해야 합니다. 인도적 차원에서 수십 년간 그려왔던 혈육들을 만나게 정례적인 상봉행사가 되길 바랍니다. 마침 북한 적십자 중앙위원회 위원장이 “적십자 회담을 통해서 다각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이번 상봉행사가 끝나면 상시접촉(정례화)과 편지교환 등 이산가족 관련 문제를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무쪼록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설령 이념이 대립한다고 해도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젠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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