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영 칼럼] 따뜻한 가족애로 자살률 줄이기

오대영

발행일 2015-11-03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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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성향 강한 미디어시대
스마트폰으로 게임·음악 즐기며
가족간 대화는 없고 침묵만 흘러
인간은 더욱 고독해져만 간다
가정에서 주말 하루라도
‘핸드폰 제로의 날’ 만들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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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10년 넘게 선진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2013년 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인구는 인구 10만명 당 12명이었는데, 한국은 29.1명으로 최고였다.

사람이 자살하는 이유는 더 이상 사는 것이 무의미하고,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죽음보다 더한 고통만 있을 것이라는 절망감 때문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건복지부가 분석한 자살 동기(2013년)를 보면 우울감 등 정신적 이유 37.9%, 대인 관계 스트레스 31.2%, 경제문제 10.1%, 신체질병 5.7% 였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은 한국의 높은 자살률에 대해 “지나친 경쟁이 한국인들의 삶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같이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 경쟁, 소득격차, 불투명한 미래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정신적인 이유가 가장 큰 것 같다.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정신적 먹구름이 그만큼 무거운 것이다. 정부와 사회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각종 복지대책을 만드는 등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인간은 가장 고독함을 느낄 때, 세상에 버려지고 혼자라고 생각할 때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반대로 ‘나 홀로의 세상’이 아니라 ‘우리의 세상’이며, 누군가를 위해 살아야 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할 때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진다. 과거 우리의 부모 세대가 전쟁터에서도 살아남아 집으로 돌아가고, 독일에 광부, 간호사로 간 한국인들이 어렵게 돈을 모아 집으로 보냈던 것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였다.

이런 점에서 스마트 시대의 미디어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역기능은 ‘자살 시대’를 맞아서 심각하게 고민해볼 문제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적인 미디어는 TV였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에는 저녁에 가족들이 모여서 TV를 보는 것이 중요한 문화행사였다. 가족들이 TV를 보면서 울고, 웃고, 많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알게 모르게 가족애가 쌓여갔다. 그러나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시대를 맞은 지금, 이런 가정의 모습은 사라져 간다. 모두 집에 있지만, 혼자이다. 각자 스마트폰으로 게임, 음악, 영화를 즐기면서 자신의 세계에 몰두한다. 대화는 없고, 침묵만 있다. 식구들이 모처럼 외식을 해도 서로 스마트폰에 빠져, 결국에는 식사만 하고 돌아온다. 가족 공동체가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인터넷과 SNS는 공동체보다는 개인 지향적인 성향이 매우 강한 미디어다. 인터넷과 SNS로 사회적 관계가 넓어졌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이버 세계일 뿐, 인간은 더욱 고독해져 간다. 사이버 세계에 빠진 인간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더욱 몰두한다. 가족 간에 유대감이 없어지면 가족 간의 작은 갈등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택하는 일이 많아진다.

필자는 2년 전 학생들의 스마트폰 이용 실태를 연구한 적이 있다. 청소년들의 스마트 미디어 중독은 충동성을 높이고, 휴식과 오락을 가상공간에서 충족하게 함으로써 학교라는 현실 공간에서의 인간관계를 어렵게 하며, 학교 수업의 만족도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학생들일수록 일탈적이고,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에서도 청소년들의 핸드폰 사용량이 많다. 그래서 ‘핸드폰 바구니’를 준비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유대인들이 믿는 안식일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에는 가족들이 핸드폰을 이 바구니에 넣고, 주말 내내 음식과 대화를 즐기면서 가족애를 쌓아간다는 것이다.

자살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 가족 간의 따뜻한 가족애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 우리 가정에서도 매 주말 하루를 ‘핸드폰 제로’날을 만들면 좋을 듯 싶다. 가정이 인간 사랑을 가르치는 곳으로 다시 살아나야 한다.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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