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없는 아이들, 두번째 이야기·상] 여전히 방황하는 인생

불법체류자 2세 ‘갈 곳 없는 신분’

최재훈·황성규 기자

발행일 2015-11-03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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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아야만 고교 진학… 대부분 생활고·차별탓 학업 중도포기
오랜 한국생활에 길들여져 떠나지도 못해 ‘불행한 삶 대물림’


얼마 전 탈출 도중 싸늘한 주검이 된 시리아 어린이 난민의 사진이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국가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국민은 이처럼 참담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 경인일보는 앞서 ‘국적 없는 아이들’시리즈를 통해 무국적 아이들의 비참한 삶을 조명한 바 있다.

이들은 시간이 흘러 성인이 돼도 여전히 국적 없이 난민처럼 이곳저곳을 떠도는 신세로 살아가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사회문제를 양산하는 범죄의 온상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신상 정보조차 관리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꿈도 희망도 없는 이들을 계속해서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는 것만이 과연 능사일까. 국적 없이 성장한 이들의 삶을 통해 이 문제를 다시금 고민해 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 주

국적 없이 성장한 아이들, 즉 불법체류자 2세 신분의 ‘국적 없는 성인들’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건너와 조국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교육을 한국에서 받아 정서·문화적으로 한국인의 생활상과 흡사하다.

그러나 부모의 불법체류자 신분 때문에 국적이 없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고, 의료·교육 등의 사회보장을 받지 못한 채 난민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대부분은 부모의 나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한국에 남기를 희망한다.

한국에서 성장한 불법체류자 2세들은 보통 중학교까지 교육을 받는 편이며, 운이 좋은 경우 학교장의 재량으로 고교에 진학할 수 있다. 대학 진학은 사실상 차단돼 있다.

상급학교로 진학한다 하더라도 부모의 불안한 생활과 차별 등으로 인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단속을 피해 사는 곳을 자주 옮겨 다녀야 하며, 부모가 일하는 공장 숙소나 인근의 값싼 월세집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들은 한국생활을 버리지 못한다. 한국에 익숙해 질대로 익숙해진 이들에게 부모의 나라는 또 다른 세상이다. 결국 이들에게 돌아갈 나라는 없는 셈이다.

경기도 내 한 외국인 관련 인권단체는 불법체류자 자녀들을 대상으로, 각자의 나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허사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적 없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한국에 남아 불법체류자 신분을 고스란히 대물림하며 숨죽이고 살아가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자라고 있는 국적 없는 아이들은 3천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성인이 된다 하더라도 불법체류자 신분을 벗어날 수 없다.

사회 일각에서는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난민과 이민정책에 있어 지금과 같이 보수적인 성향으로 일관한다면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재훈·황성규기자 cj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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